황매산(해발 1113m)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 지점에 있다. 1983년 합천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합천호의 푸른 물속에 잠긴 산자락의 모습이 마치 호수에 떠있는 매화 같다고 하여 수중매(水中梅)라고도 불린다.
아침 일찍 서두른 덕분에 오전 8시 산청군 제1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된 차가 이미 가득해서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주차 안내하는 사람하고 눈이 마주쳤다. 되돌아 나가라고 할까 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다행히 한 자리 비어있어서 겨우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장 왼쪽에 ''등산로 입구'라는 안내표지가 선명하게 보여서 산행을 시작했다.
황매산은 봄에 철쭉으로 불타오른다. 소백산, 바래봉과 더불어 한국의 철쭉 3대 명산이다. 그런데 조금 일찍 방문했나 보다. 철쭉나무가 산을 덮었는데, 아직 대부분은 봉오리가 맺힌 상태였다.
황매산 산행은 처음에 폭신폭신한 흙길로 시작한다. 황매평전에서 황매산 정상을 향하여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며 가파른 나무계단이 나오고 정상이 가까워지면 줄을 잡고 암벽을 타기도 한다.
황매산 정상에 가까울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사람들도 많아졌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좁은 바윗길에서 교차하느라 한참씩 기다리는 곳도 여러 곳 있었다. 산행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처음 보는 사람끼리 서로 인사하고 양보하면서 오르고 내려오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니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놀랐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 빼곤 모두 부지런하구나!’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모자가 날아가고 사람들이 휘청거렸다. 정상석이 두 곳이다. 바위 꼭대기 위에 원래 정상석이 있고 그 바로 아래에 새 정상석이 있다. 원래의 정상석은 위험하니 바위를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표지판이 있지만, 무시하고 굳이 바위를 기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렇게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마음대로 하기에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이 발동해서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고 적극 말리고 싶었지만, 통할 것 같지 않아 오지랖을 누르며 참았다.
황매산 정상에서 지리산 천황봉, 웅석봉, 필봉산, 왕산 등이 보인다. 오늘은 운무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한참 기다린 덕분에 정상석에서 무사히 기념 촬영을 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널따란 황매평전엔 철쭉꽃 봉오리가 맺혀있고 가을에 넘실대던 억새가 베어져 억새밭은 황량하게 보였다. 모산재 방향의 합천군 소재 철쭉 군락지가 개화된 듯이 보였다.
철쭉 군락지로 내려가는 길은 힐링의 길이다. 황매평전의 탁 트인 시야는 푸른 바다 못지않게 시원하다. 가슴이 뻥 뚫리는 보약이다. 평지라서 걷기가 쉽지만 그래도 힘들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어도 된다.
작약도 작은 아직은 작은 키지만 쑥쑥 자라고 있어서 앞으로 꽃을 피우면 또 다른 황홀경을 선물할 것 같다.
모산재 방향의 합천군에 위치한 철쭉 군락지에 도착했다. 이제 막 봉오리를 터트린 철쭉꽃이 밝은 아침 햇살을 받아 화려한 분홍 꽃바다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불청객인 세찬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면서도 꿋꿋하고 화사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철쭉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철쭉꽃보다 더 화려한 옷차림과 즐거운 웃음소리가 청매산에 가득 울려 퍼졌다. 이곳에선 모두 근심걱정 없이 온통 행복한 사람들뿐이었다.
혹시 우울하거나 힘든 사람들은 지금 바로 청매산을 찾길 바란다. 마음 속 깊이 철쭉꽃으로 물들며 화사한 행복이 피어난다.
예전엔 합천군 오토캠핑장 쪽에서 산행했다. 오늘은 산청군 쪽에서 산행 시작하고 정상 인증 후에 합천 젤 아래쪽 <철쭉 군락지>에 갔다 다시 산청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을엔 황매평전의 억새밭이 장관이다. 때 지난 억새를 자르고 정리를 해놓은 모습을 보니 가을 억새가 그냥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황매산에서 봄엔 철쭉을, 가을엔 억새의 장관을 선물 받는 것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손길이 있음을 깨달으며 감사함이 몰려왔다.
주차장 아래 축제장에는 꽃잔디가 진분홍 비단 카펫으로 빛나며, 만개하지 않은 철쭉꽃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산행 직후라 마침 배가 고픈데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반가워서 한걸음에 달려가서 묵 무침을 안주로 맥주 한 잔과 산채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4.29~5.14일까지 '제39회 황매산 철쭉제' 가 개최 중이다. 주소는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 1-1번지이다. 철쭉꽃이 피기 시작하니, 만개 시기를 잘 맞춰서 산행하면 환상적일 듯하다.
‘당신의 마음 속 철쭉 꽃 피우다’ 산청군 축제장에 설치된 문구이다.
봄날이 무르익고 있다. 남은 봄이 고맙다.
나중이란 없다. 지금이 온전히 즐겨야할 때이다.
하송 시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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