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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군산, 기독교, 그리고 선교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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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군산의 역사에는 기독교가 함께한다. 구한말 개화기 무렵부터 기독교가 전래되었던 곳이고, 일제감정기 독립운동도 기독교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군산은 호남 최초로 세례 교인이 나왔으며, 또 호남 최초의 선교지이기도 하다. 1892년 미국에서 7명의 선교사가 들어와 선교를 시작하며 군산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이후 1895년 여러 선교사가 군산항을 통해 들어와 수덕산과 구암동 일대에 초가와 포교소를 설치하고 설교활동과 의료활동, 교육활동을 시작했다. 

그분들이 바로 널리 알려져 있는 드루 선교사와 윌리엄 전킨 선교사인데, 전킨 선교사는 군산에 구암교회, 개복교회, 지경교회, 남전교회, 송지동교회 등 여러 교회를 개척했고 구암병원과 멜본딘여학교, 영명학교 등을 설립했는데 이는 군산지역의 교육과 의료의 기초를 다지는 토대가 됐다.

특히 이들이 세운 교회와 학교는 일제감정기 때 한강 이남과 호남에서 최초로 일어난 3.1 만세운동의 진원지가 되었으며, 군산이 호남과 충청의 항일독립운동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영명학교는 현재 군산제일고의 전신으로 내 모교이기도 하다. 

이처럼 군산 근현대사는 기독교 선교사들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선교로써 깃든 항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군산의 정신과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군산의 교육, 의료, 독립운동 등 근대사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준 선교역사를 기념하고자 추진된 사업이 있다. 군산 선교역사관이다.

사실 군산지역의 기독교계와 지역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전킨 선교사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세우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을 얻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기독교 선교사들이 선교활동을 했던 지역이 한 두곳이 아니거니와, 특정 종교계의 숙원이라고 해서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었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되자마자 내게 숙제로 주어진 선교역사관 건립 문제를 나는 반드시 풀어야만 했다. 2021년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 위원으로 들어간 나는 먼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를 만나 선교역사관 건립은 단순히 종교를 떠나 한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고 사람들에게 근대역사문화를 알려 역사의 교훈을 통해 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정 선교사 이름을 붙인 기념관이라서 어려우면 ‘선교역사관’이라고 하면 어떻겠느냐 제안을 했다.

수차례 설득 끝에 선교역사관과 선교기념탑 건립에 필요한 국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사업이 빠르게 진행돼 군산 선교역사관은 내년 1월 기공식에 들어갈 예정이며, 지난 12월 9일에는 군산 선교기념탑의 기공식이 열렸다. 선교역사관은 3층 규모로, 선교 기념탑은 높이 8m 내외의 석재탑 및 조형물로 조성된다. 

뿐만 아니다. 선교기념탑에 오르면 최근 새로운 군산의 야경명소로 떠오르는 동백대교의 작품을 관람할 수도 있다. 지역사 복원을 통한 문화관광 콘텐츠 확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도시의 정체성은 시공간 속에 새겨진 그 지역의 역사를 얼마나 잘 간직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 도시의 문화는 잔존한 역사의 흔적을 통해 그 의미를 읽어내고 계승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군산 선교역사관 건립을 통해 선교사들의 희생정신과 사명, 일제의 탄압에 항거하던 민족정신이 다시 군산 곳곳에 깃들길 희망한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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