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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비상시국의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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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4반세기를 맞이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예산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아직 최종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영화제에 교부되는 국고 지원금이 절반 이상 깎일 예정이다. 국가 R&D 예산 마저도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드는 마당이니 말 해 무엇 하랴. 내년이 스물 다섯번 째 맞는 영화제라 무언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구성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영화제 규모를 줄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비상시국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영화제가 비상시국이 아니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 지원금 9억원을 베이스로 시작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영화제로 성장하려면 전체 2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영화제 자체적으로 여러 대기업에 각종 제안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별로 없었다. 처음 만들어지는 영화제였고 성공적으로 개최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한승헌 변호사가 나서 주셨다. 감사원장 임기를 마치고 전주로 돌아오셨을 때 영화제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시고 지인들을 통해 지원 사격을 해주신 것이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여러 대기업에서 억 단위 후원금을 지원해 준 것이다. 10억원을 가볍게 넘기는 역대 전주국제영화제 최대 후원금 기록이다. 덕분에 영화제는 총 24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이 개막작으로 상영 되었고 지금은 거장이 된 봉준호, 류승완 감독 등의 첫 작품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 되었다. 제작비 1억5천만원이 들어가는 <디지털삼인삼색>도 당시 한국영화계를 이끌던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가 흔쾌히 후원해줘 전주국제영화제만의 특별한 제작 프로젝트로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렇듯 성공적으로 영화제가 출발 했지만 예산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매 해가 어려웠고 위기였다. 기업들은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후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전주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비해 광역자치단체인 전라북도의 지원이 미비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부분의 영화제는 시를 기반으로 개최되며 도에서 지원 사격에 나선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보통 전라북도로부터 2억원에 못 미치는 지원금을 교부 받는데 다른 지역의 도에서는 적게는 5억원, 많게는 30억원까지 영화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정준호 집행위원장과 함께 김관영 도지사와 국주영 도의회 의장께 전달하니 두 분 모두 흔쾌히 내년 예산부터는 타 광역단체에 버금가는 지원을 해주기로 하셔서 우리 영화제 만큼은 국고 지원금 50% 삭감의 여파는 없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세계 잼버리 대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라북도로 부터의 내년 예산 증액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다시 비상시국이 돼버린 것이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치루기 위해 사무처에서는 경상비부터 줄이기 시작했고 정준호 위원장은 많은 기업들과 접촉하며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마케팅 팀장도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후원 기업 유지와 새로운 후원 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 영화제는 한번 기세가 꺾이면 다시 회복하는데 몇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를 언제나 그랬듯이 잘 돌파해야한다. 고인이 되신 한승헌 변호사가 그리워지는 하루이다.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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