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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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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8% 예산이 깎인 새만금에 불똥이 튀면서 사실은 잼버리 파행의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되겠지만 그 당시 잼버리 준비 상황을 되돌아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언론도 연일 이 점을 지적하며 대회 차질을 우려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코앞에 다가온 개회식을 앞두고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 핵심들은 성공 개최를 띄우며 악화된 여론 잠재우기에 급급했다. 민심 달래기용 그들의 퍼포먼스는 불과 며칠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 뒤 국민 감정을 더욱 자극한 건 그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과 함께 폭탄 돌리기식 떠넘기기, 유체 이탈 화법의 문제 접근 방식이었다.

도의회가 지적한대로 총체적 부실은 기초공사가 잘못된 데서 비롯됐다. 공무원의 고질적 무사안일을 겨낭한 것이다. 전체적 개선 분위기와 달리 직원 개개인이 공직사회 물을 흐리게 하는 미꾸라지 행태는 여전했다. 잼버리 기간 수의계약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업체에 일감을 주고 허위 실적증명서가 악용되는가 하면 쪼개기 발주를 통해 수의계약 비율이 전국 평균 2배에 달할 정도로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판을 쳤다. 다른 대회나 행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태마스터스 경우 113건 중 78건이 수의계약을 한 데다 심지어는 상한선 2000만원 초과한 계약도 33건에 달해 검은 고리의 유착관계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같이 편중된 수의계약과는 대조적으로 장애인 생산품 구매 실적은 법으로 강제 규정을 했음에도 목표치를 밑돌아 입방아에 오른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1% 구매를 의무화 했는데도 공무원들이 외면함으로써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이런 기조에 따라 판촉 행사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도 최근 3년새 실적이 고작 0.22~0.5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두 얼굴의 공직사회는 그들의 자정 노력에만 맡기기엔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본인이 겪은 직장 상사 갑질과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선 득달같이 달려드는 반면 민원인이 당한 공무원의 갑질과 괘씸죄 행정은 아예 본체만체 하고 있다. 

새만금 예산이 일부 복원되긴 했지만 그래도 빌미를 제공한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 문제는 불가피하다. 역대 대회를 통해 사전에 어느 정도 예상된 문제인 데다 준비 기간도 충분했는데 화를 자초한 건 조직위 무사안일에 귀책 사유가 있다. 앞서 지적한대로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는 것은 공무원의 몫이다. 이게 부실하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내년 출범하는 전북 특별자치도와 관련해 도시브랜드가 표절 논란에 휩싸여 하루 만에 변경되는 홍역을 치렀다. 4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내로라하는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숙의를 거듭한 결과라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란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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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두 얼굴
김영곤 kyg@jj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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