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념갈등, 빈부갈등, 노동갈등, 계층갈등, 지역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얼마 전 국무조정실이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발주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연구용역 결과, 한국은 사회적 갈등으로 매년 233조억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는 일어나는 여러 갈등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많은 갈등이 공권력으로 해결해 온 경향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는 건강하게 갈등이 해결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갈등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경험을 충분히 했다. 이런 과거의 갈등 경험들이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조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협동적 노력을 좌절시키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갈등이라면 억제되고 해소되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갈등은 분명 순기능이 있다.
갈등은 그 수준이 심각해지고, 이를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할 때 문제가 될 뿐, 갈등 자체는 사회발전 과정에서 생겨나는 당연한 부산물이며, 다양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갈등은 쇄신적 변동을 야기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자기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며, 변화의 수용을 용이하게 하여 정체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순기능적 측면에 주목하고 싶다. 갈등은 해소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청내의 많은 갈등을 접하게 된다. 사측인 집행부를 대상으로 노측인 공무원이 근무조건 향상 등을 주장하는 노사갈등이 대표적이지만, 노사갈등 못지않게 노노(勞勞)갈등도 심각하다.
과거의 노노갈등은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생기는 노선의 차이로 인한 노조 간 갈등을 얘기했다면, 요즘은 직장 내 노동자 간 갈등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직장 내 부하직원은 상사의 갑질을, 상사는 부하직원의 을질을 호소한다. 갑질과 을질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세대갈등이 보인다. 기성세대가 나보다 우리를 우선하는 ‘WE 제너레이션’라면, MZ세대는 수직적 서열에 반감을 가지고 나를 중시하는‘ME 제너레이션’으로 갈등은 필연이다.
결혼한 직원과 결혼하지 않은 직원 간의 신종 노노갈등(노동자-노동자 갈등)도 있다. 가정과 직장의 양립,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직장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동료의 육아휴직, 육아시간으로 인한 업무공백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직원들의 몫이 되어 노노갈등을 유발한다.
갈등을 역이용하자.
성급히 갈등을 문제상황으로 인식하여 해소하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루트의 온·오프라인 논의의 장을 형성하여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협치를 이루는 성숙된 갈등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내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그’가 되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서로 상생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충분히 치열하게 싸우되, 상대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성숙된 갈등문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성숙된 갈등문화는 우리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며, 창의성과 자율성을 일깨워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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