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회가 대의 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조직과 달리 여론 향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민 선택에 의해 정치적 운명이 좌우되는 의원들이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감을 안고 의정 활동을 해도 가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구설에 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당위성을 강조한다 해도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의회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전주시의회 갑질 형태의 빗나간 이기주의가 대표적이다. 시의원 전용 헬스장 바닥 보수와 함께 홍보 촬영 스튜디오를 새로 만든다는 구실로 사무실 공간이 부족해지자 의회 사무국이 청사 밖으로 쫓겨나 '한 가족 두 지붕' 신세가 된 것이다.
본연의 의정 내실화 보다는 의원들 편의에 급급하다 보니 정작 자신들과 손발을 맞춰 온 사무국 직원들을 홀대한 셈이다. 의원 편의 시설은 가뜩이나 청사가 비좁은 상황에서 추진돼 논란 소지가 다분했다고 한다. 실제 개인 사무실 마련에 이어 이 같은 전용시설이 청사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들어섬으로써 결국 사무국이 유탄을 맞은 것이다. 사무국도 사실상 의정 활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부서이기에 시의회 건물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업무 효율성은 물론 의정 활동 소통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후반기 의회 집행부가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이 된다. 아무래도 전반기 의정 활동 보다는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완주 전주 통합의 중대 분수령이 되는 주민 투표 절차가 진행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우범기 시장도 전임 시장 때부터 풀지 못한 난제로 인해 골든 타임 놓친 걸 만회하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터 개발의 가시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미래 관광 프로젝트도 역동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 시의회도 지역 발전의 쌍두마차로서 집행부와의 상호 보완적 균형추 역할을 통해 ' 미친 존재감' 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반기 의정 활동을 되돌아 보면 이런 시민들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개인 일탈과 부도덕한 스캔들이 끊임없이 언론에 회자되면서 의회 권위가 추락한 형국이다. 처음엔 초선 당선자가 역대 최다인 17명이나 의회에 입성한다는 소식에 신선한 바람을 기대했으나 역부족이다. 오히려 군기 잡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툭하면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워 갑질 의혹까지 번지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가족업체 이해충돌 논란과 해외 연수 적정성 시비, 인사청문회 자질 문제 등이 연달아 터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저간의 사정이 이럴진대, 사무국 공간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서도 의원 편의 시설은 그토록 절실했는지 묻고 싶다. 여론 악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밀어붙인 걸 보면 새삼 제왕적 의회 권력과 오버랩 되면서 씁쓸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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