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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삼각산 인수봉 기슭 국립 4·19 민주묘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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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성곽길문화연구소 소장

대학생 때 수유리 4·19 묘지를 갔다. 하지만 해마다 들어가지 못했다. 서슬 퍼런 전두환 정부 시절 4·19 묘지를 간다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검문검색이 당연한 때 수유역에서 전경들에 둘러싸여 꼼짝도 못 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마칠 무렵 4·19 묘지에 간신히 들어가 이곳저곳 돌며 정중히 절하였다. 가슴이 벅차고, 마음이 떨렸던 그때 저 멀리 삼각산 인수봉이 보였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을뻔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외국 등반가까지 암벽 등정하던 인수봉이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런데 왜 삼각산 인수봉(仁壽峰) 기슭에 묘역을 만들었을까? 1960년 4월 19일 초·중·고·대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경무대로 향했다. 이승만 정부하에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 혁명의 도화선은 막 입학한 어린 김주열 학생이었다. 마산상업고등학교 입학생이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고향인 남원에서 다녔다. 넉넉한 집안에 3남 2녀 중 차남인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대속에 경남 마산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공부에 전념하려던 15살 김주열 학생이 마산 중앙부두 앞 바다에서 최루탄이 오른쪽 눈에 박힌 채 떠올랐다. 끔찍한 사진 한 장 속 그의 죽음은 대한민국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다. 차가운 주검이 된 김주열은 장례식도 없이 몰래 묻혀졌다. 원통한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전국 학생들과 부모들을 울렸다.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가 해방 후 15년 만에 일어났다. 이후 김주열 열사 무덤은 남원시 금지면에 조성된다. 남원역에서 10분 거리 17번 국도변에 묘역과 추모각 및 기념관도 있다. 해마다 김주열 열사 묘를 찾는 사람이 많다. 김주열 열사 묘는 이제 성역화되어 추모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있다. 하지만 삼각산 인수봉 기슭 국립 4·19 민주묘지 내 김주열 열사 허묘는 찾는 이가 별로 없다.  

1960년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던 김주열 열사 허묘와 비석에 쓰여진 몇 글자는 쓸쓸함마저 감돈다. 김주열 열사의 어린 시절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2024년 12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64년 전 어린 김주열 학생의 희생과 어머니 권찬주 여사의 열정이 재평가 받는 시점이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을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좋겠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중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가  분명히 새겨져 있다. 

서울에서 가장 자연과 하나된 동네, 삼각산 인수봉 기슭에 어린 김주열 학생 등 186명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강북구다. 이제 서울시 강북구와 전북자치도 남원시가 자매결연 맺어 그들을 위한 포럼과 추모행사도 함께 하면 좋겠다. 또한 김주열 열사 나신 날과 가신 날 만큼은 함께 기념하면 어떨까? 김주열 열사 묘비에 새겨진 ‘살아서는 호남의 사랑스런 아들이었고, 죽어서는 영남의 자랑스런 아들이 되었다’라는 문구를 모든 사람의 가슴에 담아주면 좋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김주열 열사 만나러 삼각산 인수봉 기슭으로 간다. 태양은 국립 4·19 민주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또다시 희망찬 내일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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