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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교과서와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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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설상가상이다. 예기치 못한 격랑에 휘말린 연말, 교육현장이 난리다. 불확실성의 시대, 종말의 길로 향하던 종이책의 수명이 다시 연장될 것 같다. 국회가 지난 26일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해부터 초·중·고교 일부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가 AI교과서 도입을 예고했던 새 학기까지. 계획대로라면 이미 AI교과서 선정절차를 마치고 수업 준비에 들어갔어야 할 시점이다. 학교현장의 혼란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교육부가 역점 추진한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놓고 오래 전부터 우리 교육계의 견해가 엇갈렸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전교조를 포함한 10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에서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 촉구 범국민 서명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각 시·도 교육청의 견해도 엇갈려 혼선을 키웠다. 당장 학교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시·도교육청 차원의 긴급 대책이 요구된다.

어쨌든 새해로 예정됐던 초·중·고교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시기는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당초 AI디지털교과서를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수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AI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기존 종이교과서의 미래는 뻔하다. 또 종이교과서가 종말을 고한다면 다른 종이책의 미래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디지털교과서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종이책 독서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21세기 들어 많은 사람이 종이책, 종이매체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칠판 등 첨단 디지털 기기가 바꿔놓을 미래 교실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최근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지면서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몇몇 국가에서는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걸고,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종이책과 연필을 놓고, 디지털 화면만 들여다본다면⋯. 그래도 괜찮을까?’ 시대에 동떨어진 구닥다리 사고를 좀처럼 떨쳐낼 수 없다. AI시대, 교육현장에 디지털교과서가 자연스럽게 안착하더라도 종이교과서, 종이책의 쓰임새는 여전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첨단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것, 지금 잃고 있는 것의 가치도 되짚어 봤으면 한다. 새해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전면 도입될 게 분명한 AI디지털 교과서에 밀려 종이교과서, 종이책이 어느 순간 작별인사도 없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 전에.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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