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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우리마을]②365일 강정처럼 단단하게…남원 웅치마을, 기적을 만들다

옥수수·들깨 전량 수매 및 주민 소득 창출로 지역 경제 활성화
농협·우체국·온라인 유통망 확보, 연매출 2억 원의 건실한 마을기업 성장
주민들의 인내와 자부심으로 '못사는 마을'에서 '살기 좋은 마을'로 변모

"이제는 마을 주민 누구나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됐습니다. 가난했던 곰재마을은 잊어주세요”

최미아 웅치마을영농회 대표는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난 웅치마을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원시 주천면에 위치한 웅치마을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강정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일으키고, 공동체의 자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내며 주목받고 있다.

웅치마을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옥수수와 들깨를 전량 수매해 어르신들이 시장까지 가지 않고도 마을 내 공장에서 즉시 수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장에서 작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는 시간당 1만 원의 인건비가 지급돼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웅치마을 주민들은 고령화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단순한 농산물 재배에서 벗어나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강정을 가공·판매하며 경제적 자립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나아가 농촌 체험 프로그램과 관광을 연계해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 대표는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농사만 지어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마을 전체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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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웅치마을 주민들이 마을에 무궁화를 심고 있다./사진=웅치마을영농회 제공.

△가난하고 외면받던 곰재마을에서 새롭게 태어난 웅치마을

웅치마을은 원래 ‘곰재마을’로 불렸다. 그러나 1995년 지방행정 개편으로 ‘웅치마을’로 이름이 바뀌었다. 곰재마을이라는 이름은 남원 지역에서 가난하고 발전이 더딘 곳으로 여겨져 주민들에게조차 부끄러운 과거의 상징이었다.

최 대표는 “예전에는 곰재마을 사람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불편한 시선을 받곤 했다”며 “마을 이름이 바뀌고 강정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인식도 크게 변했다”고 회상했다.

웅치마을의 변화는 단순한 명칭변경에서 끝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마을을 새롭게 가꾸기 위해 매년 꽃을 심고 가꾸며 ‘꽃이 있는 웅치마을’을 만들어갔다. 특히 2018년 5월 본격적으로 시작한 강정 사업은 웅치마을을 ‘못사는 곰재마을’에서 ‘잘 사는 웅치마을’로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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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웅치마을영농회 직원들이 강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이준서 기자

△경제적 어려움 속 인내와 도전의 3년

웅치마을은 지리산 자락 초입에 위치해 자연의 풍부한 혜택을 받고 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쌀과 옥수수, 쥐눈이콩, 땅콩, 들깨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활용해 방부제 없이 전통 방식으로 조청을 만들어 강정을 생산한다. 주요 제품으로는 곰재강정, 곰재옥수수강정, 들깨땅콩강정, 찰옥수수 뻥튀기 등이 있다.

이 강정들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영양 간식으로 입소문을 타며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웅치마을의 강정은 건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최 씨는 “우리 손으로 키우고 만든 강정이 마을의 상징이 됐다”며 “그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정성과 역사를 함께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웅치마을 강정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웅치마을의 강정 사업은 2016년 남원시 환경 취약지구 개선사업에서 12억6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시작됐다. 웅치마을영농회라는 마을기업을 설립하고 마을회관 옥상에서 소규모로 출발했지만, 초기 3년은 경제적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고령층이었고, 여성들이 농사와 공장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환경 탓에 인건비 부담이 컸다. 최악의 경우 최 대표와 마을 이장은 무급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또한 마을기업의 수익 분배 구조도 문제였다. 판매 금액의 10%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은 마을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마진이 적어 자립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 대표와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강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조청을 직접 달여내는 노력을 이어갔다. 동시에 홍보와 유통망 다변화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웅치마을의 강정은 전국 농협 로컬푸드 매장과 우체국, 온라인 쇼핑몰 등에 입점해 판매되기 시작했고, 연매출 2억 원을 기록하는 건실한 마을기업으로 성장했다.

강정뿐만 아니라 조청 해석 공장과 체험장을 조성해 연간 2000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농촌 관광지로도 자리 잡았다. 강정 만들기 체험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며 마을의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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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마을기업 곰재웅치마을기업 전경./사진=이준서 기자.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가는 길, 마을 주민이 직접 그리다

웅치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마을 경관 개선과 공동체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주민들은 2016년부터 새뜰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 환경 정비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무궁화 800그루를 심어 마을 곳곳에 꽃동산을 조성했다. 무궁화꽃은 단순한 경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매년 피어나는 무궁화는 주민들의 땀과 노력을 상징하며, 마을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웅치마을은 ‘365일 태극기 휘날리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주민들은 국경일뿐 아니라 매일 태극기를 게양하며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이러한 활동은 여러 차례 방송과 언론에 소개되면서 마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마을은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여가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트로트 장구, 농악단 활동을 통해 주민들은 함께 어울리며 세대 간 유대감을 쌓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주민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마을 내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웅치마을의 성공은 단순히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체를 일구어낸 결과다. 지방소멸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웅치마을은 농촌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희망의 마을로 자리 잡고 있다.

웅치마을은 강정 이외에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곡물바, 전통 디저트 등의 신제품 개발을 검토 중이며 도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또 마을 내 젊은 층의 유입을 유도하고 세대 간 협력을 통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마을의 발전은 결국 사람에서 시작된다”며 “우리가 힘들게 만들어온 성과를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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