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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우리마을] ④부안 석동마을, 배우던 마을에서 가르치는 마을로

주민 울력으로 쓰레기산을 힐링 명소로
‘6차 산업 모델 마을’로 전국의 귀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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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부안읍 연곡리 석동마을 전경./사진제공=부안군.

사람이 떠나고 마을이 사라지는 시대. 전북 부안의 석동마을은 사라지기보다 '살아남는' 길을 개척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 가꾼 경관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의 힘으로 이곳은 이제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모델 마을로 거듭났다. 돈보다 마음, 개발보다 복원, 외부의 손길보다 주민 스스로의 울력으로 완성된 석동마을의 변화는 지방소멸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안군 부안읍 연곡리에 위치한 석동마을은 현재 38가구 70여 명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다. 부안읍과 석동산 사이에 자리잡아 지리적으로 읍내와 가깝고, 자영업 종사자와 직장인 비율도 높아 농촌 마을 중에서는 비교적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은 다양한 마을 사업 추진의 원동력이자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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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마을 주민들이 석동산 인근서 경관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석동마을.

△석동산의 변신, 주민 손으로 다시 태어난 공간

석동산은 과거 부안 주민들의 소풍지이자 부안읍의 남산이라 불릴 만큼 정서적 중심지였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대나무 숲이 무성해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고,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 불법 폐기물이 무단 투기되던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조차 산책 대신 큰길을 이용할 만큼 외면받던 공간이었다.

변화는 2018년 경로당이 새로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마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을회관에 모이게 되었고, 마을의 방향성을 두고 의견을 모으는 현장 포럼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2019년 전북도가 추진한 '전북 테마가 있는 자연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었다.

5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석동산 입구에는 체련공원이 들어섰고, 무성하던 대나무 숲은 걷기 좋은 산책로와 꽃잔디 길로 탈바꿈했다. 공중화장실과 주차장이 설치되면서 외부 방문객의 편의도 고려했다. 주민들이 손수 관리하는 꽃길은 사계절 다른 색으로 물들며 석동마을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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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마을 내 설치된 장원급제길(왼쪽)과 밧줄놀이 체험장 모습./사진제공=석동마을.

△작은 마을의 반전, 이제는 본보기가 되다

특히 마을의 역사성과 문화자원을 되살리는 사업도 함께 진행됐다. 마을에 있는 9곳의 재실에 각각의 유래를 설명하는 간판을 설치했고, 과거 최광지 홍패를 기념하는 시설물도 세웠다. 국내 최초의 서원인 도동서원이 있던 자리는 전라유학진흥원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며 마을은 이에 발맞춰 유학을 테마로 한 장원급제길 포토존을 조성했다. 지난해 11월 수능 시즌에는 이 포토존이 방송에 소개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이 같은 마을 사업의 중심에는 양종천 이장이 있다. 7년 전 마을 이장을 맡은 그는 부안읍에서 화원을 운영하던 경험을 살려 경관 정비와 사업 추진에 앞장섰다. 주민들은 “양 이장이 오고 나서 마을이 천지개벽했다”고 평가한다.

양 이장은 전국 각지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 특히 잡초가 번성하는 여름철에 마을을 방문해 관리 상태를 확인하며 실질적인 정보를 얻어왔다. 그가 추구하는 마을사업의 핵심은 ‘돈보다 울력’이었다. 실제 석동마을의 사업은 주민 스스로 손발을 보태며 진행됐다. 잡초 제거부터 크고 작은 공사까지 힘든 작업이 이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 신뢰와 자긍심이 커졌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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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마을 연꽃 전경.

△6차 산업과 교육 플랫폼,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다

현재 석동마을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서 6차 산업화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6차 산업은 농업(1차 산업)에 제조·가공(2차 산업)과 유통·관광·체험(3차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가공해 상품화하고 나아가 체험 프로그램이나 관광 콘텐츠로 연결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구가 줄고 산업 기반이 약한 농촌 지역에서 6차 산업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자립적 경제 구조를 만드는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생산만 하는 마을에서 '콘텐츠를 파는 마을'로 나아가는 변화의 길이기도 하다.

양 이장은 "이제 농촌도 경쟁력 있는 산업군이 되어야 하고, 그 첫걸음은 각 마을의 자원을 활용해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석동마을이 그 모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일환으로 마을 내 재실 한 곳은 도자기 체험장으로 전환할 계획이고 또 다른 재실은 양식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임대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수익모델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 최종적으로 마을이 돈을 벌어 주민에게 연금을 주는 전북 최초 '연금마을'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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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석동마을에 견학 온 충북 옥천군 주민들에게 양종천 이장이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석동마을.

석동마을은 이 같은 미래 비전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충청과 경상권 등 전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석동마을을 찾고 있으며 올해에도 충청권의 두 마을이 이곳을 방문해 마을활성화 방안을 배우고 돌아갔다. 마을의 정비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주민 결속력, 예산 집행의 투명성, 사업 내용의 지속성 등에서 석동마을이 보여주는 성과는 전국의 농촌 마을에 실질적인 배움의 자원이 되고 있다.

양 이장은 앞으로 석동마을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전국의 다른 마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교육·교류 센터' 건립을 구상 중이다. 그는 “우리 마을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모든 마을이 함께 살아날 수 있도록 서로 배우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석동마을이 그 중심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이 단순한 경관 명소가 아니라, 전통과 철학, 공동체 가치까지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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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지방소멸 #부안군 #석동마을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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