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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다움을 만들어가는 ‘보통’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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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문화예술 판에서 기획자로 일을 하다 보면 예술가는 물론이고 콘텐츠 기획 및 제작자, 도시기획자, 로컬크리에이터 등 각자의 전문성과 남다른 경험을 살려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만남에서 한 번쯤은 이야기 나누는 주제가 바로 로컬다움이다. 'Local'과 '~다움'이 결합된 이 단어는 지역의 정체성이 지역 산업 생태계의 미래와 직결되는 요즘을 사는 로컬인들에게는 생존과도 같은 단어가 되었다.

서울과 타 지역의 기획자, 예술가들이 모이면 서로 일정 지역의 방문 내지는 지역살이 후기를 묻고 답하곤 한다. 최근에는 전주 방문에 대한 회고를 듣던 중 그간 듣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려왔고, 이방인이 겪었다는 ‘전주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전주에 정주하는 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서울 사는 A씨의 경우, 전주시 팔복동의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을 걷게 되었는데, 오래된 주택과 폐허가 된 공장이 혼재된 그 동네에서 1970년대의 정취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참고로 그는 90년생이다.) 그리고 그런 곳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고 날이 풀리면 친구들과 촬영을 하러 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렇죠, 그만큼 그 동네가 오랜시간 발전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라고 답했고, A씨로부터는 감성이 부족하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또 부산 사는 B씨는 전주 도심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날 문득 군산 항구쪽으로 스케치를 하러 나갔는데, 낚시꾼과 친해져서 밤 늦도록 어울리며 스케치를 이어갔던 그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 B씨의 말에 이렇게 물었다. “부산도 도심에서 그림 그리다 가까운 항구에 갈 수 있잖아요?”라고.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부산과 군산이 같나요? 에이, 많이 다르죠~.” 순간 의문이 들었다. ‘대체 그들에게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그토록 특별했던 걸까?’, ‘왜 낡고 평범한 동네가 멋있고, 보통의 사건들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일까?’. 특정 지역을 방문한 이방인이 느끼는 장소에 대한 감정, 사건을 대하는 정서 등은 기획자로서도 오랜시간 탐구해 온 주제이고 여전히 기획의 소재거리가 된다. 동시에 어떻게든 지역에서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요란을 떨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지역의 슴슴하고 조용한 매력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요사이 이러한 보통의 스토리에 로컬 지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힙한 문화, 핫한 공간, 바이럴 될 만한 도파민 터지는 콘텐츠 등 각종 로컬리티(Locality)가 범람하는 시대에 지역의 무엇이 그 자체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떠들썩했던 것들 뒤로 감춰지거나 소외된 지역의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어 나갈지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실험해 볼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이건 로컬다움의 한계와 조건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발견의 주제를 달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또한 덜 자극적이더라도 일상에 널려있는 보통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흔하지 않고 뚜렷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다.

‘보통맛집’ 로컬로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동네 또는 지역과 지역이 이어지는 다양한 스토리가 공유되고 지역 밖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로컬 한정 콘텐츠가 누적된다면 Next 로컬다움을 이어가는 단단한 ‘다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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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다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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