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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기고] 전북인권사무소 설치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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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

10월 25일 전주시 오거리문화광장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광주인권사무소 개소 20주년 기념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인권 골든벨’이다. 2인 1조로 인권에 관한 문제를 풀면서 인권감수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인권을 표방한 퀴즈쇼인 만큼 경쟁보다는 소통과 어울림을 중시한다. 모든 참가자가 끝까지 남아서 최종 3팀을 같이 축하해주는 방식이다. 전북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골든벨 행사엔 100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전북인권사무소가 있었더라면 이런 행사는 오래전부터 열렸을 것이다. 2005년 10월 광주인권사무소 출범 당시 관할지역은 광주, 전남, 전북, 제주였다. 2019년 특별자치도인 제주에 출장소가 생겼으나 2023년 특별자치도로 승격한 전북도는 예외였다. 같은 해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도의 경우 2017년부터 인권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전북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인권조례를 제정했음에도 아직까지 인권사무소가 없다.

전북도의회는 인권사무소 설치를 위해 노력했다. 2017년 9월 여야 공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전북사무소 설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와 대통령비서실을 비롯한 관계 부처에도 전달했다. 2024년 1월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국가인권위원회 전북인권사무소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인권위 등에 발송했다.

인권위가 권역별 인권사무소 설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간명하다. 지역주민들의 인권 접근성을 높이고 인권 현장에 신속히 개입하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면 현안을 살피기 어렵고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초동대처가 어렵다. 실제로 광주인권사무소에서 전북 오지의 교도소까지 가려면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온전히 하루를 보내야 한다.

인권사무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인권 광장’이 조성된다. 공무원, 학생, 사회복지사 등을 중심으로 인권교육이 늘어나고 인권사무소를 매개로 지자체와 인권활동가들의 소통도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자세도 달라진다. 2005년 광주인권사무소 개소 이후 광주광역시가 최초로 인권조례를 제정했고, 그것이 훗날 전국 광역자치단체로 확산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25년 8월 말 기준 광주인권사무소에서 20년간 처리한 진정사건은 12,165건이다. 이 가운데 전북도 사건은 2,340건으로 전체의 20%를 밑돈다. 인구 대비 전북도의 진정사건 비율은 광주전남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국 광역 지자체 평균치로 보면 적지 않은 양이다. 진정사건 유형은 구금시설이 51.2%로 과반수를 넘고 다수인보호시설까지 합하면 81.6%에 달한다. 요컨대 시설을 빼면 진정사건이 많지 않다.

전북도민들의 인권 수준이 높아서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광주인권사무소가 20주년을 맞아 공표한 20대 주요 사건 중 5건이 전북지역 사안이다. 인권사무소 최초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곳도 전북이다. 중앙언론까지 크게 보도했던 국공립고등학교 기숙사 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 사건이 그것이다. 이밖에 지자체의 현수막 게시 거부 사건, 교사의 개인정보 노출 사건, 근로감독관의 과도한 수갑 사용 사건도 전북에서 발생했다.

지난 9월 전남 목포에서 2025 인권옹호자회의가 열렸다. 전국의 지자체 인권담당 공무원과 인권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북도의 인권행정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전북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조례안을 만들었고 2020년 조례 개정을 통해 ‘인권영향평가’까지 추가했다. 인권정책팀과 인권보호팀을 둔 인권담당관 조직은 타 시도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여성·아동·노인·장애인·이주민 부서를 아우른 가칭 ‘전북 인권옹호자 회의(안)’은 한발 앞선 원스톱 인권행정으로 주목된다.

10월의 마지막 주말, 전북도에서 처음 울리는 인권 골든벨이 지역인권보장체계의 서곡이 되기를 기대한다.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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