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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신년기획-가족의 재발견] 가족은 줄고, 돌봄은 흔들린다

[전북일보 연중기획] 프롤로그 
전북, 1인 가구 37.7%…가족 해체가 만든 돌봄 공백 나타나 
2026년 부상한 1.5가구, 지역에선 ‘취향’ 아닌 ‘생존’ 위한 수단 
추주희 교수 “지역사회 연대는 취약한 사람끼리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

사진출처=클립아트 코리아 

초고속 고령화 파고 속에서 과거 돌봄 안전망이었던 가족제도가 해체되고 있다. 한 가구를 구성하는 사람의 수가 1970년 평균 5.2명이었다면 2022년에는 2.3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1인 가구가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었고 가족이라는 기존 정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가족 구성원이 늘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 제도는 혈연과 이성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에 개인의 삶을 가족 질서 안으로 밀어넣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의 존엄 속에 관계를 선택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북일보는 새로운 관계 모델인 1.5가구의 도래를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 공백과 사회적 고립 등 위기의 현실을 조명하고 해법을 모색한다/편집자주

사진출처=클립아트 코리아 
사진출처=통계청 

△ 가족이 사라진다 

전북에서 가족의 모습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북 지역 평균 가구원 수는 2022년 기준 2.1명 안팎으로 불과 반세기 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1970년대 5명 이상이 일반적이던 가구 형태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대 구성별 가구 비율 가운데 전북은 1세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국 1세대 비율은 19.0%로 집계됐지만 전북은 43.7%로 전국보다 전북이 24.7%포인트 많았다. 1인 가구 비중 역시 전국(35.5%)보다 전북(37.7%)의 비중이 높아 가족의 소규모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가족의 해체, 1인가구의 증가는 결혼과 출산 감소, 만혼‧비혼의 확산,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겹치면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고령화가 더해지면서 고령 1인 가구 역시 지속적으로 많아지는 추세다.

△ 가족 해체…돌봄의 위기 

가족 규모의 축소는 단순한 생활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이 자연스럽게 맡아왔던 돌봄의 기능이 함께 약화되고 촘촘해야 할 사회안전망이 헐거워진다. 노부모를 돌보는 자녀, 아픈 가족을 보살피를 구성원, 일상 속 위기를 함께 감당하던 가족의 역할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전북은 돌봄 공백이 문제로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상황에서 돌봄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가족 해체로 돌봄 공백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의 구조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 느슨한 연대 1.5가구 부상 

전주시 평화동에 거주하는 70대 후반의 A씨는 수년째 혼자 생활하고 있다. 배우자와 사별한 뒤 자녀들은 타 지역에 거주 중이다. 평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몸이 아플 때나 위급 상황이 생길 경우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불안한 마음이 크다. A씨는 “가족이 가까이 있지 않다 보니 아플 때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령 1인가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돌봄의 부재다. 과거에는 가족이 자연스럽게 맡아왔던 병원 동행, 식사준비, 일상 안전 확인 등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공 돌봄 서비스가 일부 제공되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정해진 시간에만 방문이 이뤄지거나, 기본적인 안부 확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일상 전반을 떠받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복지 현장에서는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제도 이용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제도의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비혈연 기반의 돌봄 관계 즉 1.5가구이다. 가족은 아니지만 이웃과 지인, 지역 구성원들이 느슨한 관계망 속에서 안부를 나누고 서로를 살피는 방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소규모 모임이나 일상 교류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고립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생존 담보로 한 돌봄, 핵심은 0.5가구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계를 개인의 선택과 존엄을 전제로 한 새로운 돌봄 방식으로 보고 있다. 혈연이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망이 지역사회 안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족해체가 이미 현실이 된 오늘날, 돌봄을 다시 가족 안으로만 돌려보내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추주희 교수는 “고령화 사회라는 파고 안에서 전북의 1인 가구는 1.5가구처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와 지역에서의 1.5가구는 완전히 다르게 해석된다. 원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등의 트렌드를 담고 있지만, 전북에서는 취향이 아닌 생존과 돌봄의 문제로 시선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인구가 전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1.5가구에서 0.5는 고립사를 막고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타자로 읽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추 교수는 “지역사회 이웃과의 느슨한 연대는 어쩌면 가장 취약한 사람들끼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1인 가구 체제 속에서 청년부터 중‧장년, 고령층까지 지역에서 안전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주거사회정책 등을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은 줄었지만 돌봄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 지역사회에 던져진 과제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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