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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돈은 오는데 길이 끊긴다

Second alt text미소는 지었지만 활짝 웃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6일 장수군에서 ‘제1호 농어촌 기본소득 전달식’을 열었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장수와 순창 등 전국 인구감소지역 10곳의 주민들에게 매달 1인당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2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정부 공모사업에 전국적 관심이 쏠렸고,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지난달 말 정부의 전달식과 함께 기다렸던 기본소득을 처음 수령한 장수군민들은 쉽게 웃을 수 없었다. 길이 끊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북 동부권 산악지대인 무주와 진안‧장수군을 오가는 시외버스를 운행해 온 전북고속과 전북여객이 3월부터 이 지역 운행을 대폭 줄이겠다는 휴업계획서를 지난달 전북특별자치도에 제출했다. 이유는 역시 적자 누적이다. 앞길이 막막하다. 업체에서는 보조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미 적자분의 80~90%를 지원해 온 지자체에서 100% 손실보전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단 3월 초 파국은 막았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업체가 협의를 2주간 연장하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시간만 잠시 늦췄을 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업체 측과 조율해 운행 축소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수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때 대폭 감축된 농어촌 시외버스가 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운행 횟수는 더 줄고, 배차 간격은 길어지고, 막차 시간은 한참이나 앞당겨질 것이다.

이동권은 우리 국민에게 당연히 보장된 사회적 기본권이다. 장애인단체처럼 투쟁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 주민들이 부지불식간에 이동권을 빼앗기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농어촌에서 대중교통은 이동 수단일 뿐 아니라 의료와 교육, 노인복지 등 공공서비스 전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 인프라다. 병원 진료시간에 맞춰 이웃 큰 도시로 나가는 유일한 길이고, 자녀가 학교를 오가는 통로이며, 장터를 잇는 생계선이다. 버스 운행 간격이 길어지거나 노선이 끊겨 시간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익숙한 삶의 방식이 통째로 무너질 수 있다.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도 적자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주는 재정지원금도 한계가 있다. 

2월 말 첫 지급된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을 떠나지 말라는 신호, 농어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통장에 찍힌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집을 나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권리,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함께 보장될 때 정책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돈은 도착했다. 그런데 위태롭던 길이 다시 끊어질 판이다. 인구감소 지역을 살리려면, 길부터 열어놓아야 한다. 지자체에 맡길 일이 아니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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