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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아흔 넘어도 멈추지 않는 소리… 20년째 판소리 배우는 김진섭 씨

은퇴 후 시작한 판소리, 도립국악원서 20년째 배움 이어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소리 계속하고 싶다”

김진섭 씨. /전현아 기자.

 

“판소리는 가장 어려운 분야로 오랜 수련을 거친 사람들이 하는 예술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전주 효자동에 살고 있는 김진섭(90·임실) 씨는 아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소리를 배우고 있다. 전북도립국악원 판소리 수업을 꾸준히 들으며 소리를 익힌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김 씨가 판소리를 접한 것은 직장생활을 정리한 뒤였다. 그는 전주시청에서 근무한 뒤 다른 직장생활까지 이어가다 2008년 완전히 일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막상 일을 그만두자 오히려 시간이 버겁게 느껴졌다.

김 씨는 “직장에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 힘들었는데, 막상 일을 그만두니 하루 24시간이 모두 내 시간이 됐다”며 “하지만 시간이 남는다는 것이 오히려 큰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그후 박 씨는 취미를 찾기 시작하며, 전북도립국악원에서 고법과 시조 등 다양한 분야를 접했지만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판소리였다.

김 씨는 “사실 처음에는 판소리가 가장 어려운 분야처럼 느껴졌다”며 “다른 분야도 연습이 필요하지만 판소리는 오랜 수련을 거친 사람들이 하는 예술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판소리를 하는 분들을 보면 모두 연륜이 깊어 보여 수십 년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감히 시작을 못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과는 달랐다. 수업 시간에 배운 대로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감이 생겼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김 씨는 “어디 가서 소리를 해도 ‘잘한다’는 말을 듣게 되니 재미가 붙었다”며 “그 힘으로 지금까지 계속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도 꾸준하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공원을 찾아 최소 한 시간에서 길게는 세 시간까지 소리를 낸다. 처음에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연습 공간이 됐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들어보니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그래서 더 즐겁게 연습하게 된다”고 웃었다.

현재 그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네 바탕을 이어 부를 수 있다. 춘향가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등이다.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이어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판소리를 배우며 달라진 점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다.

김 씨는 “막상 접해 보니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괜히 어렵게만 생각해 시작을 망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취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장에 매여 살던 시간이 끝난 뒤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 취미라는 생각에서다.

김 씨는 “직장을 그만두면 할 일이 없어지기 마련”이라며 “의미 있는 삶을 보내기 위해서는 취미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판소리로 이루고 싶은 특별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배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원 한쪽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소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전현아 기자

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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