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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시대 세상 밝혀”⋯산민 한승헌 선생 4주기 추모식 거행

“암흑의 시대에 정의로운 사람들과 힘없는 민초들을 변호하며 세상을 밝혀주셨습니다.” 20일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거행된 산민 한승헌(1934~2022) 선생의 4주기 추모식에서 ㈔산민 한승헌 기념회 윤석정 이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산민 한승헌 기념회가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대학교, 진안군애향본부가 후원한 이날 추모식에는 유족과 내빈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에는 고인의 배우자 김송자 여사를 비롯한 유족, 윤석정 기념회 이사장(전북애향본부 총재),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송기인 신부, 곽영길 재경전북특별자치도 도민회장, 서창훈 전북일보사 회장,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박용일 변호사, 한명규 JTV 부회장, 이경영 진안군 부군수를 비롯한 많은 내외빈이 자리를 지키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추모식은 국민의례와 내빈소개, 인사말, 추모사, 조명순 낭송가의 시낭송, 가수 장사익의 추모공연, 분향‧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정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기기 위해 약자를 짓밟는 시대에 선생님은 모든 것을 잃고 꺾여도 다시 살아나는 뿌리 역할을 해주셨다”며 “갈등과 분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요즘, 선생님의 당당하게 ‘지는 싸움’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고향 진안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보여주셨다”며 “앞으로도 선생님을 계속 기억하고 추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양오봉 전북대총장은 “산민 선생님께서는 평생을 정의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우리 시대 큰 어른”이라며 “선생님의 삶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실천의 기준이자 시대의 나침반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이어 추모사에 나선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한승헌 선생은 인권을 존중하고 청렴결백한 성품을 지녔던 훌륭한 인물”이라며 “우리나라 민주화와 인권 존중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했다”고 회상했다. 송기인 신부는 “한승헌 선생은 끈질긴 정성과 노력을 통해 훌륭한 변론을 하시던 분”이라며 “모교와 고향에 대한 애착도 강했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균형 잡힌 인품을 가지고 계셨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창립 회원으로 활동했던 박용일 변호사는 “1970년대는 극소수의 인권 변호사만 존재했던 시기인데, 그 선두에 나섰던 분이 한승헌 선생이었다”며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가장 앞장서 활동하는 선생의 옆에서 절실하게 배우고 그 정신을 익히려고 해 왔다”고 강조했다. 추모식 뒤 진행된 제2회 산민상 시상식에서는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선 전북인권협의회에게 산민상 본상이 수여됐다. 1934년 진안군 안천면에서 태어난 산민 한승헌 선생은 전주고와 전북대를 졸업한 뒤 1957년 제8회 고등고시(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군법무관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 검사와 서울중앙지검·부산지검 검사로 잠시 재직하다 196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군사독재 시기 필화 사건들과 동백림 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6월 민주항쟁 등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도맡아 변호하는 등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6.04.20 18:11

[오목대] 현금공약과 햇빛연금

“민생부터 살리겠습니다.” 선거철 후보자들의 말잔치 중 빠지지 않는 게 현금지원 공약이다. 전 주민에게 당장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금 공약’은 오래된 논쟁거리다.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반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삶을 즉각 개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어쨌든 어디 공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도 이런 ‘공돈 약속’은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단순한 현금 지급 방식의 기존 공약과는 결이 다른 햇빛연금·바람연금 공약이 선거판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지역의 자연자원(태양광·풍력)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에너지 기본소득’ 정책이다. 국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해 지난 2021년부터 주민들에게 태양광발전 배당금(햇빛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이 성공모델로 꼽힌다.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햇빛연금·바람연금 공약이 쏟아졌다. 전북지사 선거를 비롯해 전주·익산·군산·완주·임실지역 단체장 선거에 나선 다수의 예비후보들이 ‘연금도시’, ‘전북형 에너지 기본소득’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정부나 지자체가 모든 주민에게 일정금액을 조건 없이 나눠주는 기존 현금공약과 구별된다. 우선 세금을 걷어 다시 나눠주는 ‘재분배’가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수익배당’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햇빛연금은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먼 혁신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일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자연에서 그냥 얻어지는 ‘공짜 점심’인 것처럼 포장하여 구체적인 수익모델이나 인프라 조성 대책도 없이 액수만 부풀려 제시할 경우,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금 공약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 일부 후보들이 구체적인 수익 창출 및 배분 로드맵도 없이 과도한 배당금을 약속하며 ‘현금 배당 경쟁’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보인다. 햇빛연금이 포퓰리즘이 아닌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되려면 송전 인프라 구축과 법률 및 조례 등 운영시스템 정비, 안정적 수익원 확보 등의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그리고 후보들도 공약에 이에 대한 세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천연자원인 햇빛과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장밋빛 환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현실적인 한계 및 기회비용, 위험요소도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4.20 17:33

[사설] 막판 민주당 경선, 혼탁 선거사범 엄벌하라

6·3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불법, 탈법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다. 유령단체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전주시의원은 허위 강습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김관영 지사가 술자리 현금 살포로 민주당에서 제명되고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이원택 후보와 김슬지 도의원은 식사비 대납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선거 관련 고소·고발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는 오랫동안 전북에서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도 때문이다. 선관위와 경찰은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즉각 수사에 나서 엄벌에 처했으면 한다. 전북선관위는 지난 17일 이번 선거에서 허위 단체명으로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한 3명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서로 공모해 지난 4월 초순께 존재하지 않는 허위의 단체명으로 ‘특정 예비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내용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주시의회 정섬길 의원은 전주시가 운영하는 ‘생활체육 광장’에서 배구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허위로 수당을 지급받아 말썽을 일으켰다. 특히 정 의원은 해외 연수를 비롯해 국내외 연수 중에도 지도를 한 것으로 운영일지에 표기해 수당을 지급받아 징계 논란에 휩싸였다. 또 20∼21일 실시되는 전주, 군산, 익산 등 도내 9개 기초단체장 결선에서도 혼탁과 잡음이 일고 있다. 전주시장 결선의 경우 우범기 후보와 조지훈 후보가 20% 감점 여부에 이어 합종연횡 과정에서 경선에 패한 국주영은 후보와 조직원들의 합류를 둘러싸고 사과하는 등 혼란을 부추겼다. 지방선거에서 경선은 단순히 후보들만의 경쟁이 아니다. 후보자의 역량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검증받고 정당이 이를 보증하는 절차다. 전북은 민주당 후보가 본선에서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되거나 지방의원의 경우 무투표 당선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결과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선거는 파장인 게 현실이다. 경선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혼탁하게 치러지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 나아가 도민들은 선거에 대한 피로감과 염증을 느끼게 된다. 민주당 도당과 선관위, 경찰 등이 불법·탈법행위를 적발 즉시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 역시 감시의 눈을 부릅떴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0 17:27

[사설] 지방의원 확대,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서야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전북의 지방의원 정수가 6명 늘었다. 국회가 광역의원(도의원) 정수를 4석(지역구 2석, 비례대표 2석) 증원함에 따라 전북도의회는 기존 40석에서 44석 체제가 됐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기준에 따라 의석상실 위기에 처했던 장수군과 무주군은 특례 적용을 통해 현행 의석을 지켜냈고, 김제시에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며 기초의원 정원도 2명 늘었다. 정치권은 지역 대표성 강화와 농어촌 소멸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번 의석 확보를 하나의 ‘성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해 정책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몸집 불리기가 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얀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선거철 후보자의 면면에는 잠시 관심을 두지만, 당선 이후 그들이 어떤 입법 활동과 정책 성과를 냈는지는 거의 체감하지 못한다. 의정 활동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은 본령인 정책 발굴이나 행정 감시보다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러한 자리가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적 자산이자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원 증원은 주민을 위한 제도개선이 아니라 정치권 내부의 이해관계가 얽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뿐이다.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획일적인 중앙집권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적 발전을 꾀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자치는 내실 있는 운영이나 효율성에 대한 고민은 외면한 채, 타 지역(그것도 우리보다 큰 지역)과의 단순 비교를 통한 외형 확대에만 매몰되어 있다. 주민 만족도와는 무관하게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구와 인력만 무한정 늘어나는 괴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명을 늘렸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이다. 늘어난 의석이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고 행정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증원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전북 정치권은 이번 정수 확대를 단순한 의석 확보라는 승전보로 여길 것이 아니라,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의 투명성과 활동역량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엄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0 17:26

[현장 속으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차량 단속 현장 가보니

“횡단보도 빨간불에 지나가더라도 차량 정지선에 정지하지 않으면 단속 대상입니다.” 20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덕진광장 사거리에서는 일시정지하지 않고 우회전하는 차량들과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는 중에도 지나가는 차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전주덕진경찰서 교통경찰관들은 덕진광장 사거리에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차량을 단속했다. 사거리에는 경찰관들이 우회전 단속을 진행하기 위해 사거리 우측 지점에 배치돼 차량 흐름을 살피며 위반차량을 단속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인 경우 차량 정지선에 일시정지해야 하며, 일시정지하지 않고 우회전할 경우 도로교통법 5조 신호위반으로 적발돼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에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전방 차량 신호가 녹색인 경우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건너려고 하는 보행자가 있다면 횡단보도 앞에 일시정지한 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면 우회전하면 된다. 이를 어기면 도로교통법 27조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범칙금 6만 원에 벌점 10점(승용차 기준)이 부과된다. 단, 캠코더 단속에 적발될 경우 위 두가지 상황 모두 벌점 없이 과태료 7만 원만 부과된다. 현장에서는 적색 신호에 우회전하면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거나, 보행자 유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하는 차량들이 잇따라 단속 대상에 올랐다. 일부 운전자들은 단속 경찰관들이 보이자 우회전을 진행할 상황임에도 진행하지 않고 일시정지해 교통 혼잡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전주 덕진광장 사거리에서는 단속 1시간 만에 10건이 적발됐다. 경찰은 차량 신호가 적색 신호일 때 정지선에 정지하지 않고 우회전하는 8대의 차량에 대해서는 계도조치했다. 2대의 차량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음에도 일시정지하지 않고 우회전 해 범칙금이 부과됐다. 단속된 운전자들 중 일부는 위반 사실을 모르고 경찰관을 지나가려는 운전자들도 있었다. 단속에 나선 한 경찰관은 “아직 많은 운전자들이 정확한 우회전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우회전을 할 때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일시정지 의무가 강화된 만큼, 교차로에서의 보행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는 6월 19일까지 현장 단속을 진행한다. 진태규 덕진경찰서 교통과장은 “우회전 차량은 보행자가 없더라도 교차로와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주변 상황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며 “보행자 보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상구 수습기자

  • 사회일반
  • 이상구
  • 2026.04.20 17:23

[문화마주보기] 춘향다움, 오늘의 ‘춘향’을 상상하는 일

매년 봄, 전북 남원에는 춘향제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올해도 다음 주 30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다. 1931년 춘향을 기리는 제향에서 출발한 이 축제는 해방 이후 공연과 퍼레이드가 더해지고, 1970~80년대에는 대중참여 프로그램으로 확장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춘향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실화에 기반한 인물로 보기도 하고, 조선 후기 고전소설 춘향전의 허구적 주인공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제향의 대상이 되어온 사실은, 춘향이 이야기 속 인물을 넘어 상징적 존재로 받아들여져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춘향제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남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춘향을 만나고 있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춘향은 정절과 순애의 상징일까. 사랑을 향해 변함없이 기다리는 마음, 권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절개는 오랫동안 미덕으로 칭송받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에 머무르는 순간, 춘향은 더 이상 현재와 호흡하지 못하는 인물로 굳어진다.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묻는다면, 춘향은 과연 ‘기다리는 여성’이었을까. 오히려 춘향은 능동적인 존재였다. 스스로 사랑을 택했고, 그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졌다. 변학도의 강요와 폭력 앞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타협하지 않았다. 당시 여성이라는 조건과 신분적 제약이라는 이중의 한계 속에서도 권력에 맞섰다는 점에서, 춘향은 순응의 인물이 아니라 질서에 균열을 내는 존재였다. 우리는 여기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신화’ 개념을 떠올린다. 신화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가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어내는 일종의 기호다. 바르트가 신화를 언급한 것은 고대 이야기가 대중문화 속에서 지배이데올로기로 자연스럽게 포장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논의는, 이야기와 상징이 시대와 맥락에 따라 새롭게 의미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춘향 역시 실존 여부를 넘어 시대마다 다른 가치가 덧입혀진 상징으로 읽힌다. 한때는 정절의 표상이었고, 오늘날에는 선택과 저항의 주체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오늘날 ‘춘향다움’이란 더 이상 예쁜 외모나 순응의 여성상이 아니다. 이는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지닌 의미를 오늘의 언어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춘향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해진다. 바르트가 지적했듯 신화가 특정 가치와 질서를 고착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춘향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는 일, 곧 기존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춘향은 도시의 정체성과 연결되고 현재의 삶과 맞닿는 유의미한 존재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축제 역시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공유할 것인가를 묻는 담론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봄, 제96회 춘향제를 맞아 오늘의 춘향을 상상하는 일, 그리고 그 상상이 우리의 현재와 만나는 순간, 춘향은 다시 태어난다. 이를테면 오늘의 춘향은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과 인문학적 깊이, 말솜씨와 예술적 ‘끼’를 겸비한 인물이면 어떤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 침묵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세계와 관계 맺는 사람. 그 새로운 ‘춘향다움’을 발견할 때, 춘향제는 전통을 넘어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미래로 세계로 이어지는 문화로 확장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0 17:19

[경제칼럼] 자율엔 책임이 따른다… 더 엄격해진 ‘공정의 잣대’

금년부터 전북특별자치도와 경기도를 대상으로 지방정부 조달자율화제도를 시범도입하였다. 이는 지방정부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조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방분권과 수요자 중심으로 조달체계를 변화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시작된 조달 자율화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 한편에 “지자체 마음대로 계약하면 불공정 행위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특정 업체 몰아주기나, 법령해석 오류와 복잡한 조달제도를 잘못 적용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다. 이에 조달청은 자율화 시범도입과 함께, 그 균형을 맞출 강력한 ‘공정의 안전장치’를 가동한다. 그 핵심은 바로 2025년 말 도입된 전자조달법에 따른 ‘조달청장의 시정요구권’ 도입이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입찰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독소 조항이 발견되거나 법령 위반 소지가 있어도, 조달청이 이를 강제로 바로잡을 법적 권한이 미비했다.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불공정 관행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규격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사실상 내정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게 만드는 식의 ‘꼼수’가 있어도 이를 시정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수요기관의 나라장터를 이용한 자체 조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나 공정성을 해치는 내용이 확인될 경우, 조달청장은 해당 기관에 입찰 공고 수정이나 계약 조건 변경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율화된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바로잡는 강력한 ‘심판의 휘슬’이 생긴 셈이다. 잘못된 공고는 즉시 시정하고, 불합리한 조건은 고쳐야만 한다. 이와 함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다. 자율 구매 권한을 가진 기관에서 입찰·계약 비리가 적발될 경우, 즉시 그 권한을 회수하고 다시 조달청 의무 구매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강력한 조치다. 자율을 주되, 그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 즉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또한, ‘수요기관 불공정조달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전담 인력을 확충하여 입찰 공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누구나 불공정 행위를 발견하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고, 조달청은 이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효율성만을 좇다가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중소·여성·장애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 구매 시에도 ‘사회적 약자 기업 구매 비율’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했다. 전북 내 지자체들은 자체 구매를 하더라도 지난 5년간의 평균인 약 95% 수준 이상을 약자 기업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자율화가 되었다고 해서 대기업 제품만 사거나 가격만 보고 구매처를 바꾸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해 둔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중소 기업들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제도들은 결코 수요기관을 통제하거나 기업을 옥죄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배경’이나 ‘줄서기’가 아닌, 오직 ‘실력’과 ‘품질’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함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때, 비로소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자율화의 물결 속에서도 ‘공정’이라는 닻을 더욱 깊게 내릴 것이다. 기업인 여러분은 불공정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으시고, 혁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해 주시길 바란다. 공정한 경쟁의 룰은 우리 조달청이 확실하게 지켜낼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0 17:19

가수 장사익 “한승헌 변호사 정신, 전북에서 이어가야”

“한승헌 선생님을 기리고 추모하면서 앞으로도 그 정신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산민 한승헌 선생 4주기 추모식에서 추모가를 부른 가수 장사익은 한승헌 선생과의 인연을 추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20일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거행된 산민 한승헌 선생의 추모식에서 장사익은 나의 길, 봄날은 간다, 비 내리는 고모령 등 세 곡을 부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장사익의 추모곡에 귀를 기울이며, 평소 인권 변호사이자 문학인이었던 고인의 삶을 다시금 되새겼다. 장사익은 평소 노래를 좋아하던 한승헌 선생과 같은 동네에 거주하며 처음 인연이 생겼다고 과거를 되짚었다. 그는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노래로 첫 인연이 만들어졌다”며 “선생님께서 제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셨고, 또 당시 차로 5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살고 계셔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주 만나 뵀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딱딱하신 분일 줄 알았지만, 유머도 많고 노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평소 마음 속으로 존경하던 큰 어른이었다”고 했다. 특히 장사익이 첫 추모곡으로 부른 ‘나의 길’은 고인이 생전 장사익에게 직접 건넨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장사익은 “나의 길은 한승헌 선생님이 가지고 계셨던 꿈과 소망,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 등의 마음을 담은 시”라며 “당시 선생님께서는 이 시를 저에게 주시며 꼭 노래로 만들어서 큰 잔치를 할 때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추모곡인 봄날은 간다는 선생님이 생전에 아주 좋아하셨던 노래였다”며 “세 번째 노래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곡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승헌 선생이 생전에도, 고인이 된 후에도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며 그 뜻이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사익은 “선생님은 살아계셨을 적에도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하셨지만, 돌아가신 뒤에도 산민상을 통해 많은 분이 사회에 이바지하고 아름다운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 계신다”며 “전북의 큰 어른으로 추모하며 그 정신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1994년 하늘 가는 길로 데뷔한 장사익은 찔레꽃, 봄날은 간다, 봄비, 꽃구경 등 여러 히트곡을 발매했으며, 1995년 KBS 국악대상 금상, 2006년에는 국회 대중문화미디어 국악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애국가 공연을 하기도 했다.

  • 사람들
  • 김문경
  • 2026.04.20 17:14

[기고] AI 시대, 인문학이 원천기술이다

안드레이 카파티(Andrej Karpathy)는 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가 최근 공개한 ‘LLM Wiki’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선다. 자신의 모든 작업 로그와 메모를 위키에 던져 넣고, AI가 실시간으로 이를 분류하고 연결하도록 설계한 이 시스템은 이른바 ‘기술생성시대(技術生成時代)’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표본이다. 이 위키에서 AI는 100개의 문서를 40개로 압축하고 새로운 지식의 연결망을 스스로 제안한다. 놀라운 것은 그 압축의 논리를 카파티가 직접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온전히 AI의 자율적 판단이다. 이처럼 인간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맥락을 기계가 스스로 창출하는 순간, 우리는 기존의 ‘기술편집시대’를 넘어 ‘기술생성시대’로 돌이킬 수 없이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지식을 생성하더라도, 그 산출물이 논리적으로 정합한지,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현실의 맥락에서 유효한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 카파티는 AI의 생성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도, 반드시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며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 이것이 바로 ‘재량행위자(裁量行爲者, Discretionary Agent)’의 역할이다. 지식의 생성은 AI와 분점할 수 있어도, 그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결코 기계와 나눌 수 없다. 발터 벤야민은 1936년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통해 기계적 복제 기술이 원본의 아우라(Aura)를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통찰은 옳았다. 그러나 그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것이 있다. 복제 기술 이후에 편집 기술이, 그리고 마침내 생성 기술이 도래한다는 사실이다. 비극적이게도 벤야민의 생은 짧았고, 그가 남긴 사유의 공백을 채워 새로운 시대를 진단하는 것은 오늘날 인문학의 몫이 되었다. AI 시대에 인문학이 위기를 맞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넘쳐난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거꾸로 된 진단이다. 인문학은 AI 시대의 한가로운 장식품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력한 ‘원천기술’이다.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무수한 산출물의 의미를 해석하고, 그 가치를 심문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규범적 능력은 깊은 인문학적 훈련 없이는 불가능하다. 텍스트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힘, 파편화된 정보에서 맥락을 직조하는 힘, 그리고 흔들림 없이 윤리적 결단을 내리는 힘. 이것이야말로 기술생성시대를 살아가는 재량행위자에게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핵심 역량이다. 카파티의 방법론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기술 커뮤니티는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수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자신만의 LLM 위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최신 도구의 껍데기를 모방하는 것과, 기계와 호흡하며 진정한 재량행위자로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앞으로는 AI와의 공진 생태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량, 즉 공진 설계 역량(Resonance Design Capacity)의 격차가 기술생성시대의 새롭고도 가혹한 불평등 구조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격차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단순한 코딩 기술이 아니라, 고도의 철학적 ‘판단 능력’이다. 인문학이 새로운 시대의 원천기술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I는 지식을 생성한다. 그러나 지식구조화의 과정에서 답변을 판단하고 그 결과에 윤리적·법적 책임을 짐으로써 지식을 확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인문학은 그 인간을 만드는 기술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0 17:12

[동학농민혁명 세계기록유산 미등재 기록물] 노정약기(路程畧記)

△백범 김구와의 만남과 만주 동행 <노정약기(路程畧記)>는 전라도 남원 출신 김형진(金亨鎭, 이명 봉회[鳳會]‧형모[炯模], 자 원명[元明], 1861~1898)의 동학농민군 활동과 이후 행적에 관한 자서전 기록이다. 김형진은 1894년 남원성 전투에서 패하자 피신해 여러 곳을 떠돌다가 1895년 5월 황해도 신천의 청계동 진사 안태훈(안중근의 아버지)을 찾아갔다. 그는 안태훈의 집에서 며칠 동안 기거하게 되었는데, 그 집 사랑채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안동 김씨 종씨인 김구(김창수)를 만났다. 동학농민군 출신인 김형진은 황해도 동학농민군 토벌의 중심에 있던 안태훈을 만나는 상황을 ‘우연히’ 신천에 가게 되었다고만 간단히 기술하고만 있을 뿐 특별한 언급은 없다. 김구의 <백범일지>에는 참빗장수로 변장한 김형진이 자신은 남원군 이동에 살고 있는데, 삼남에서도 신천 청계동 안 진사는 당세 대문장‧대영웅의 풍문이 있어 만나보고자 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곳에서 김형진은 김구와 의기투합하여 그의 집으로 가서 ‘고통과 기쁨을 같이하며 서양과 왜를 물리칠 계획을 의논’하였다. 논의 결과 함께 중국행을 결정하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 백두산을 유람한 후에 동북 삼성을 지나 중국 수도 베이징까지 가기로 계획하고 출발하였다. 두 사람은 참빗과 필묵 등을 한 짐씩 지고 장사꾼 행색으로 변장하여 재령-중화-평양을 거쳐 함경도 고원-영흥-정평-함흥-북청-단천-갑산-혜산진-후창-자성(중강)을 지나 드디어 배를 타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 길림성 통화현 모아산에 도착하였다. <노정약기>에 의하면 통화현을 지나 북쪽으로 1천여 리를 걸어 심양의 서쪽 금주(錦州)에 도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 김형진과 김구는 행적을 의심한 현지 군인들에게 포박되어 ‘마통령(馬統領)’으로 불린 마대인을 만나게 된다. 이때 김형진은 의병을 모아 강포한 왜적을 좇아 싸우다가 패하여 ‘부모의 나라’인 상국(중국)으로 망명하러 왔다고 설명하였다. 이들의 기개를 지켜본 마대인은 결박을 풀어주었고 며칠간 그곳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지 지방관으로부터 망명 허락을 받지 못하고 귀국길에 올라 7월 다시 청계동으로 되돌아왔고 김형진은 이후 김구의 집에서 한 달 넘게 머물렀다. 청계로 되돌아온 후 김형진은 김구를 통해 이항로 계열의 화서학파로 안태훈의 초청으로 신천에 와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던 고능선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김구도 ‘고산림(高山林)’으로 불리던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면서 학문과 인품에 큰 감화를 받았다. 김형진은 ‘평생 마음으로 왜와 서양을 배척하여 서양 옷을 입지 않았고 집에는 서양 물건을 들이지 않았다’고 그에 대한 첫인상을 기록하면서 그에게 중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전했고, 이후 늘 교유하면서 서로 간에 뜻이 통하였다고 한다. 김형진은 그를 ‘정말로 바르게 배운 군자’로 기억하였다. 이때의 만남과 스승과 제자로서의 교감은 이후 김형진의 의병 활동을 전적으로 지배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중 연합의진 구상의 현실화 이 무렵 김형진은 ‘왜놈의 화가 날로 달라지고 달로 극성스럽게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김구와 의병을 일으킬 계책을 의논하였으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가 8월 민왕후 살해사건, 즉 을미사변 직후였다. 그는 김구에게 여비를 마련하여 중국에 다시 들어갈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김구는 할아버지의 사촌 형제인 김재희에게 이 말을 전하였고 안악 사람인 최창조로부터 여비 100여 냥을 마련하여 그해 9월 12일에 제2차 중국행에 오르게 되었다. 함경도로 우회했던 제1차와는 달리 이번에는 단거리 직행 길을 채택하였다. 즉, 문화-안악-용강-강서-평양을 거쳐 안주와 삭주를 지나 압록강에 이르렀다. 도강 이후 두 사람은 심양에 도착한 후 그곳에 유람하고 있던 강서 출신 최연순과 해주 출신 김성찬 등과 함께 연명으로 관동 연왕 이크탕가(依克唐阿)에게 편지를 썼다. 이크탕가는 청일전쟁 후반 평양으로 출동하다가 청국군의 패전 소식을 듣고 구련성을 방어하면서 남만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대적하였고 이후 ‘성경장군(盛京將軍)’에 임명된 만주 지역 최고 사령관이었다. 특이한 점은 김형진은 자신들을 ‘전라도에서 의병을 일으킨 유생들’이라 표현하여 동학농민군을 ‘의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왜와 수십 차례 싸움을 해서 수천 명의 왜놈을 죽이고 식량 길을 끊었으나”라는 표현도 1894년 말부터 1895년 초까지 반일을 기치로 한 제2차 동학농민혁명에 적극 참여하였음을 언급한 것이다. 편지에서는 청일전쟁 직후 조선과 청국이 처한 공통의 현실과 일본이 주도한 갑오개혁의 전면 부정과 그들에 의한 농민군의 탄압에 대한 비판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나아가 경복궁 점령 이후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 격퇴를 위해 1895년 가을 추수기 이후를 기점으로 한 조선과 청국의 반일 연합군 편성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제의하였다. 이에 이크탕가는 매우 기뻐하여 술과 고기로 융숭히 대접하고 그곳에 머물도록 하였다. 이후 두 사람은 남아서 함께 후일을 도모하자는 좌우의 만류를 무릅쓰고 귀국을 결심하였다. 연왕은 진동영(鎭東營)의 쉬칭장(徐慶璋)에게 공문을 보내 의논한 후 청국군이 후일 조선에 들어갈 때 서로 통할 신표를 삼고자 ‘보군도통령(步軍都統領)’과 ‘금자영기(金字令旗)’ 한 쌍을 내어주었다. 김구는 ‘의병 좌통령’의 직함을 받았다. <노정약기>에는 김형진과 김구가 쉬칭장과 결의하고 그의 배려로 진동영에서 설을 쇠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백범일지>에는 김이언 의병 실패 직후에 돌아온 것으로 기록하여 양자 간 차이가 있으나 이후 상황으로 보면 적어도 11월 무렵에는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진은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다가 피신 과정에서 김구를 만나 서로 의기투합하여 의병으로 전환하였다. 을미의병으로의 변신이었다. 척사위정론을 견지하던 고능선의 교화를 받은 그 역시 초기 의병의 일반적 모습과 같이 ‘소중화’ 의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이는 제2차 중국행 시 이크탕가에게 전한 편지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이전 동학농민군에 적극 참여하였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중 연합 의병이라는 국제적 연대의 모색 노력이 엿보인다. 김구와 김형진의 선행작업은 을미의병 종결 이후 의병장 유인석의 서간도 망명을 유도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기 운동의 역사에서 김형진은 상호 대척점에 있던 두 계열에 대한 큰 거리낌 없이 서로 넘나들면서 활동하였다는 점에서 독특한 차별성이 나타난다. <노정약기>는 백범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다.

  • 기획
  • 기고
  • 2026.04.20 17:09

‘소유권 분쟁’ 전주 자임추모공원 3개월 만에 정상화

그동안 소유권 분쟁으로 장기간 폐쇄됐던 전주 자임추모공원이 3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전주시는 20일 재단법인 자임과 유한회사 영취산 간의 갈등으로 운영이 중단됐던 자임추모공원을 정상 개방한다고 밝혔다. 주중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지난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자임과 영취산 간의 소유·운영권 갈등으로 인해 올해 1월부터 봉안당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장사시설은 소유·운영권이 일치해야 하지만, 소유권은 영취산이, 운영권은 자임이 갖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유족들은 계속해서 상여 행진과 집회 시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해 왔다. 특히 전주시는 봉안당 폐쇄를 해결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에, 계속해서 피해유가족협의회 및 관련 업체 간 협의 등을 추진해 왔다. 내부적으로는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등 운영 정상화에 집중해 왔다. 전주시는 이번 개방을 계기로 유골함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정기적인 안전 관리와 인력 배치를 하기로 했다. 고인의 존엄과 유족의 추모권을 보장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는 방침이다. 주중에는 전주시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2인 1조)들이, 주말에는 유족이자 시설 관리를 맡아온 관리인이 지키기로 했다. 또 전주시는 시설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장사시설 관리·감독 체계를 보완하는 등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현옥 전주시 복지환경국장은 “이번 개방으로 유족들이 안심하고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유가족 권리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행정적 지원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전주
  • 박현우
  • 2026.04.20 16:53

“하천·계곡 불법 점용 없애라”···한국국토정보공사 팔 걷어붙였다

정부의 하천·계곡 불법 점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기술 지원에 나섰다. 공사는 보유한 공간정보 기반 조사·분석 기술을 활용해 단속 과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일 한국국토정보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17일 경상북도 경산시 일원을 대상으로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시설 설치와 무단 점용 등 위법 행위 근절을 위한 실태조사 사업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는 하천과 계곡을 불법 점용한 업체들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국 하천·계곡 실태조사 결과와 관련해 “전국 835건이 믿어지느냐. 경기도에서 조사했을 때 훨씬 많았던 것 같다”며 “지방자치단체들에 한 번 더 기회를 줘 추가 조사를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실제 해당 발언 이후 진행된 재조사에서 하천·계곡 불법 점용 단속 건수는 기존 835건에서 불법 점용 행위 671건, 불법 시설물 2480개로 크게 증가했다. 전국 하천·계곡 전반에 불법 점용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공간정보 기반의 불법 점용 의심 지역 탐지, 드론과 지적정보를 연계한 점용 현황 분석, 현장 측량 확인 등 통합형 조사 모델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 인력 중심 조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보다 정밀한 데이터 기반 행정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은 토지 소유 범위가 불명확해 단속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사는 현장에서 지적측량을 통해 불법점용의 객관적 근거를 만들어 행정업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의 실태조사 사업은 LX공사가 경산시와 손잡고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사례다. 공사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기존 인력 중심의 조사 방식에서 기술 기반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조사 모델을 경산시에 국한하지 않고 전북 등 타 지자체로 확산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이주화 부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하천·계곡 불법 점용 조사가 보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실태조사를 희망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맞춤형 공간정보 기술 활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경제일반
  • 김경수
  • 2026.04.20 16:53

전북인권협의회, 최고의 인권상 ‘제2회 산민상’ 수상

전북인권협의회가 1세대 인권변호사인 산민 한승헌 변호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2회 산민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일 산민 한승헌상 심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열린 산민상 시상식에서 민주주의 구현과 인권 신장, 사회봉사 활동 등을 심사한 결과, 전북인권협의회가 본상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특별상은 선정되지 않았다. 수상자인 전북인권협의회에는 상금 1000만 원과 상장,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의 축하 서예 작품이 전달됐다. 심사위원회는 “전북인권협의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그리고 지역사회 봉사 활동까지 반세기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왔다”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성직자와 회원들이 투옥 등 고난을 겪어 왔음을 상기하며, 이번 수상으로 작게나마 격려와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1977년 설립된 전북인권협의회는 군사독재 시기 고문추방과 양심수 석방, 민주헌법 쟁취 운동을 선도한 도내 대표 인권운동 단체다. 이와 함께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보호, 평화 통일, 환경‧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참사 피해자 지원 등 시대적 과제에 꾸준히 대응해 왔다. 이광익 전북인권협의회 대표는 “최고의 인권상이라 할 수 있는 산민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고 감사드린다”며 “저희는 그간 인권 운동 단체로 활발하고 꾸준히 활동해 왔는데, 아마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수상을 계기로, 창립 5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다음 50년을 힘차게 나아가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뜻있는 단체와 연대하고 인권운동 본연의 사명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사람들
  • 김문경
  • 2026.04.20 16:52

전북 주택시장 ‘완만한 상승 속 양극화’

전북 주택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해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반면 일부 중소도시는 약세를 보이면서 동일 권역 내에서도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3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북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5% 상승했다. 이는 전국 평균(0.15%)을 웃도는 수준으로 지방 평균(0.03%)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전세시장도 강세를 보였다. 전북 전세가격은 0.31% 상승하며 전국 평균(0.28%)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세를 포함한 통합가격 역시 0.28% 올라 전반적인 주거비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승 흐름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전주 완산구(0.65%)와 덕진구(0.62%)가 상승세를 주도했고, 남원도 0.19% 오르며 뒤를 이었다. 반면 정읍(-0.15%)과 익산(-0.04%)은 하락하거나 보합 수준에 머물며 지역 간 격차가 뚜렷했다. 전세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주 덕진구(0.70%), 완산구(0.69%)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진 반면 군산은 소폭 하락(-0.01%)하는 등 지역별 차별화가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익산과 군산을 중심으로 공동주택이 과잉공급된 것이 주요원인으로 꼽히며. 교통·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전주 핵심 지역에는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반면,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가 진행된 중소도시는 수요가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 주택시장은 전국 흐름과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전국적으로는 상승 지역이 줄고 하락 지역이 늘어나는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북은 제한적이지만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상승폭이 크지 않고 지역 편차가 커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전북 주택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전주 등 일부 지역은 수요가 유지되며 가격을 지지하는 반면, 비전주권은 공급 부담과 수요 감소가 동시에 작용해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주는 실수요가 꾸준해 가격이 버티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은 거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지역별로 다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건설·부동산
  • 이종호
  • 2026.04.20 16:51

민주당 정읍시장 결선투표, ‘윤심’ 실체 있나?

민주당 정읍시장 후보 확정을 위한 결선에 진출한 이학수 현 시장과 이상길 현 시의원의 세결집 대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며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결선은 20일부터 이틀간 권리당원 50%, 일반시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데, 21일에는 권리당원이 직접 전화걸기 투표만 가능하다. 특히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을 지칭한 ‘윤심’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 후보는 윤 위원장과 함께한다는 사진을 활용한 홍보에도 적극 나서며 민주당 권리당원을 향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어 ‘윤심’이 얼마나 득표에 반영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상길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에 홍보 현수막을 게첨할 때부터 윤준병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담았고, 이후 SNS 홍보에도 활용하며 후보들중 자신이 윤 위원장과 가장 가까운 사람임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학수 현 시장도 벚꽃축제장에서 윤준병 위원장과 함께 했던 사진을 활용해 지지를 호소하며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이 협력하며 힘을 모아 지역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아울러 경선과정에서 이상길 예비후보와 정책연대를 선언했던 3명의 예비후보들도 각자도생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김대중 예비후보는 4년전 선거에서 가처분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25% 감점을 경선 진행중에 받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김대중의 정책과 비전 이학수가 완성합니다”라며 이학수 시장 지지를 확인했다. 안수용 예비후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민주당 경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며 "선출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도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반드시 본선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중립을 강조했다. 또 최도식 예비후보는 “함께 뜻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제가 부족했다” 면서 “달리다 멈출 때 잘 멈춰야 넘어져서 다치는 일이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표명했을 뿐 지지 표명은 없었다. 이에 이상길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지역 정치권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윤준병 위원장을 지지했다는 권리당원 A씨는 “경선과정에서 윤심이 누구를 지지한다는 소문을 믿지 않는다"면서도 "공정한 경선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말들이 나돌고, 상대후보를 고발하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 본선거에서 후보들이 한팀으로 뭉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 선거
  • 임장훈
  • 2026.04.20 16:44

안호영 “민주당 부실 감찰…청년 증언 토대로 재조사해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요구하며 10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안호영 의원이 당 윤리감찰단의 앞선 감찰을 ‘부실·편파 감찰’로 규정하며 투명한 재조사와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강력 촉구했다. 안 의원은 20일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원택 후보의 거짓 해명과 윤리감찰단의 성급한 판단이 당의 신뢰를 흔들고 도민의 상식과 눈높이를 배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찰단은 핵심 당사자에 대한 충분한 확인 없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경선을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이달 18일 국회를 찾아 증언한 청년들의 사례를 들어 감찰 과정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북의 두 청년은 증언 전날인 금요일(17일)에야 처음으로 당의 조사를 받았다”며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조사인지, 서둘러 면죄부부터 준 것은 아닌지 정청래 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청년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이 후보는 해당 자리에 끝까지 함께하며 단체 기념 촬영을 했고,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주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는 구체적 증언이 있다”며 “해당 자리는 사전에 안내된 ‘청년 간담회’가 아니라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 운동 자리였다는 것이 청년들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번 사태를 “정치 공세가 아닌 진실과 공정의 문제”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작설’이나 ‘배후설’에 대해 “진실을 말한 청년들을 위축시키려는 비겁한 겁박이자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3자 대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정의를 훼손하며 얻은 승리는 결코 승리가 아니다”라며 “식사비 대납과 허위사실 공표 의혹은 이미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객관적 증거에 따른 철저한 수사를 통해 도민의 불신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진실을 말한 청년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키고, 이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 선거
  • 김준호
  • 2026.04.20 16:04

법원, 폭설로 기내 대기 중 ‘기름 냄새’ 고통받은 승객에 손해배상 판결

폭설로 인한 비행기 결항과정에서 기내식 제공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항공사가 탑승객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은 지난 17일 비행기 탑승객 A씨가 B항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고 A씨에게 위자료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11월경 B항공사의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러나 당시 인천 지역에 내렸던 폭설로 인해 비행기는 결국 출발하지 못하고 결항됐다. 장기간 기내에서 대기하던 A씨는 유입된 기름 냄새로 두통과 메스꺼움 등을 겪었고, 비즈니스석 승객들과는 달리 기내식도 제공받지 못했다며 B항공사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일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점에 비춰볼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비행기가 원래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장기간 대기하다 결항된 것에 피고의 귀책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원고를 비롯한 다수의 승객이 비행기 안에서 장기간 대기하는 동안 기내로 유입된 기름 냄새로 인해 두통과 메스꺼움을 겪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일반석 승객들은 기내식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는 일반석 다수의 승객이 항의하거나 기내식 제공을 거부해 안전사고가 우려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같이 항의하거나 기내석을 거부하는 일부 승객들의 행위에 직접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가 항공운송계약상 승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 법원·검찰
  • 김문경
  • 2026.04.20 15:52

[재경 전북인] 군산 출신 황점동 (주)성창하우징 대표이사

미장·타일·방수 전문건설업체 ㈜성창하우징 황점동 대표이사(60·군산)는 고된 삶의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지만 탄탄한 성공’을 일궈냈다. 군산 출신의 황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이론보다 현장에서 길을 찾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던 인물로, 고향에 머물던 시절 지인들과 함께 목축업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1990년 상경한 그는 중고 봉고차 한 대에 의지해 영세 하도급 시공업자로 출발, 공사 현장을 전전하며 땀으로 기술과 안목을 길렀다. 황 대표는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부도 직전까지 내몰리는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지만, 끝내 이를 버텨냈다. 그 과정에서 편법 대신 원칙을, 요령 대신 신뢰를 택한 그의 선택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한 자산으로 축적됐다. 이 같은 성과는 2009년 11월 ㈜성창하우징 설립으로 결실을 맺었고, 자력으로 마련한 서울 광진구 사옥을 거점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며 신뢰받는 시공사로 자리 잡았다. 미장·타일·방수 공정은 건축물의 완성도와 내구성은 물론 균열과 누수 방지까지 좌우하는 핵심 기초 분야다. 성창하우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은 하자까지 놓치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시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아파트는 물론 기업 R&D센터와 종교시설 등 고난도 현장에서 안정된 품질을 인정받으며 지속적인 수주와 두터운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또 자회사 제인인테리어㈜와의 연계를 통해 시공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황 대표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성실한 시공과 인간적인 신뢰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맡은 사람은 공정의 본질과 디테일을 제대로 알고, 말과 행동이 같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지난 10여 년간 매년 2000만 원 가량을 한부모 가정과 지역아동센터에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황 대표는 “앞으로도 전북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기업인으로서, 원칙과 신뢰로 증명해온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사람들
  • 송방섭
  • 2026.04.20 15:52

‘장애인의 날 동암고’ 같은 생각·같은 시선…봄날, 우리는 ‘함께’였다

20일 오전, 전주 동암고등학교(오현철 교장)에는 조금 특별한 발걸음이 더해졌다. 휠체어를 밀어주는 손길, 나란히 보폭을 맞추는 걸음, 그리고 말없이도 전해지는 미소가 학교 곳곳을 채웠다.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동암고 학생회가 마련한 ‘같은 생각, 같은 시선’ 봄나들이 행사에는 동암재활원 소속 장애인 50여 명이 초대됐다. 이날 교정은 단순한 학교 공간이 아닌,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따뜻한 길이 됐다. 학생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꽃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함께했다. 처음에는 어색함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손을 내밀고, 눈을 맞추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학생회장 오유찬 학생은 “휠체어를 밀며 함께 걸었던 시간은 ‘같은 생각과 같은 시선’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느낌보다, 같은 길을 함께 걷는다는 느낌이 더 컸다”고 말했다. 행사를 지켜본 오현철 교장은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고르기도 했다. 그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우리 학생들이 함께하는 가치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이 모습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따뜻한 빛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같은 생각, 같은 시선’은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학교 설립자의 뜻을 잇기 위해 매년 이어지는 행사다. 단순한 체험이나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 동암고는 느린 보폭 속에서 학생들과 참여자들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라는 이름은 한층 더 또렷해졌다.

  • 교육일반
  • 이강모
  • 2026.04.20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