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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충격요법(Shock Therapy)이 필요한 이유

최근 한국에 대한 OECD의 2024년 보고서는 국가의 회복력과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택 마련이 어려워지고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 경제는 주요 수출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경제 변화에 취약하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 위기 시대에 경제 성장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 보호와 성장의 조화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극심한 갈등이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투자와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든 것이 막혀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현재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들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혁신과 신산업 육성에 빠르게 대응하는 충격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충격요법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한 몇 가지 주요 영역으로는 먼저, 노동시장개혁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심각한 차이가 특징이다. 시장은 노동자를 위해 보다 공평한 혜택과 보호를 위해 노동법과 사회 보호 시스템을 개혁하고 급변하는 경제, 특히 기술 및 녹색 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갖추도록 교육 및 직업 훈련에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OECD는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I, 생명공학, 재생에너지와 같은 신기술 분야의 R&D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한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셋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재생에너지원의 사용을 늘리며, 다양한 부문에 걸쳐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켜야한다. 여기에는 규제 개혁, 녹색 기술에 대한 공공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포함되어야한다. 넷째, 우리 경제는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제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가치 사슬에 대한 참여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과 경제 정책이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 OECD는 한국이 보다 강력한 재정 정책을 채택해야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불평등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 확대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세제 개혁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가 필요하다. 경제 용어로 ‘충격요법’은 국가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기 변동성, 국내 구조적 문제, 에너지 의존도 등 특히 정치적 불안정성이 한국 경제의 도전 과제이다. 사회적 저항과 단기적인 경제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지만, 사회 안전망과 복지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하여 충격요법의 위험성을 제거해야할 것이다. 최근에서야 22대 국회 여야 정책위의장이 만나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입장차이가 크다.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포괄적인 계획 및 효과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장기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탄력적이며 포용적인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기대해본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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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8.12 17:36

오롯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기를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2011년, 영화계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신예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이웃집 문에 붙였던 쪽지다. 그 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예술계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예술인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며, 예술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다. '최고은 법'으로 불리며, 이후 10년 넘게 수차례 개정을 거쳐 예술인 복지의 기틀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이 물음으로부터 글을 시작한다. 예술인복지법 시행 이후, 예술인 지원의 방식과 기준에 변화가 있었다. 예술인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는 헌법 제1조에 명시된 '국가는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합의의 결과다. 이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면서 예술 노동과 예술인 삶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올해 예산은 5년 전보다 166% 증가한 1,067억 원. 예술활동준비금, 생활안정자금, 예술인 고용보험,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이 그 대표적 사업들이다.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도 많은 예술인이 중앙복지사업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결과, 약 6,100명이 예술인 활동증명을 완료했고, 올해 601명이 예술활동준비금 18억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전북지역 예술인 활동증명 완료자 수 기준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높지 않은 비율이라 아쉽지만 그나마 이를 제외하고는 지역 예술인들이 혜택 볼 수 있는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국토부와 협력하여 예술인들에게 주거∙창작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은 주로 서울 중심부에 공공임대주택이 위치해 있어 생활권이 지역인 예술인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자녀돌봄센터도 마찬가지다. 또한 예술인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문화예술 용역 및 일거리와 연결되는 것을 고려할 때, 예술시장이 열악한 지역의 현실에서는 그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역 소외와 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인복지사업에서도 나타나는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예술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청년예술가의 지역 유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의 정책은 지역 곳곳으로 이어져야 하며, 예술인 복지정책 또한 예술인의 삶 곳곳에까지 맞닿아야 한다. 중앙과 지역, 현장과 사람, 일상으로 연결되는 범국가적 예술인 복지정책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바로 중앙과 지역을 잇는 강력하고 활발한 협력적 연계망이다. 그리고 광역단위든 지역이든, 예술인 복지 기능과 역할을 위한 거점이 마련될 때, 중앙 정책이 지역 곳곳, 예술가의 삶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다. 지역 예술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예술인 복지정책 한계점에 대한 지역의 제안이다. 예술인들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지금도 예술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있을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란다. 비록 작고 습한 지하 작업실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을지라도, 오롯이 창작에 매진할 때, 무대와 관객을 압도하며 우리 삶과 사회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8.12 17:36

완주 침수피해자 실효성있는 도움줘야

세상사 모든 일은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촘촘하게 대응한다고 해도 어느 부분에서는 허점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약 한달쯤 전인 지난달 10일 발생한 호우 피해는 군산, 익산, 완주 등지에 집중됐다. 그중에서도 폭우가 내린 지난달 10일 전북 완주군 운주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지금까지도 너무나 생생하다. 새벽부터 거센 빗줄기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집 밖을 내다보니 장성천의 물이 불어나 거센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마을에서는 냉장고를 비롯한 가재도구가 둥둥 떠다녔다고 하니 그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한다. 다행히 소방당국은 간절하게 손을 내밀던 주민 18명을 전원 구조했다. 운주행정복지센터나 인근 운주파출소, 운주동부교회 등으로도 대피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집 전부를 고쳐야 하는데,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300만 원이라고 한다. 무려 한달전에 발생한 집중호우의 여진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수해 당시 집 안에 있던 가재도구 대부분이 물에 잠겨 못 쓰게 됐다. 하지만 보상금은 300만 원에 불과해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은게 현실이다. 무려 한달전 장선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11세대 17명의 이재민은 여전히 운주행정복지센터에 머무르고 있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들에게 '일상회복'은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살던 집을 고쳐 쓰고 싶지만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고, 노인 혼자 할 수도 없어서 막막하기만하다. 도배·장판 보수작업과 파손된 가재도구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않다. 지원금 조차 턱없이 부족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주택파손의 경우 면적에 따라 최소 3300만 원에서 최대 1억 2000만원까지 재난지원금이 지원되는데 문제는 주택침수에 대한 보상금이 일률적으로 3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는 거다. 300만 원으로는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는 것도 버겁고, 집집마다 피해 정도가 다른데 다른 대책은 없느냐고 묻고 있다. 수해로부터 재기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는지 당국은 좀 더 꼼꼼하게 살필 것을 강력 촉구한다. 선진사회는 힘없고 말없는 소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담아 듣는가에 달려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2 14:24

전북지역 대학 왜 이러나…통합이 답이다

요즘 전북지역 대학에 악재가 잇달고 있다. 바짝 긴장하고 혁신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32만명의 개인정보가 털리는가 하면 대학총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고 교수들의 성추행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대로 가다간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상황인데도 대학 구성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해 걱정이다.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 등을 고려해 도내 대학들이 통합 등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앞장섰으면 한다. 지금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비상이다. 지난해 국내 대학생수는 236만명(전문대 포함)으로 10년 전인 2013년 287만명에 비해 51만명이 감소했다. 특히 지방대 4년제의 경우 2013년 132만 명에서 지난해 107만명으로 18.9%인 25만명이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 감소율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수는 44만명인데 같은해 출생아수는 23만명에 그쳤다. 이들이 20년 후 대학입시를 치를 경우 입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지방 4년제가 가장 위험하다. 도내에는 현재 4년제 10개, 전문대 8개 등 18개의 대학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이처럼 대학 소멸의 쓰나미가 몰려오는데도 도내 대학들은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도덕성마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우선 전북대는 지난해 글로컬대학 30사업에 선정돼 기세를 올렸으나 지난달 통합정보시스템이 해킹 당하는 폭탄이 터졌다. 1947년 개교이래 77년간의 재학생과 졸업생, 평생교육원생 등 32만명의 개인정보가 통째 털린 것이다. 지난해 디도스 공격으로 17시간 동안 일부 전산망이 마비되는 큰 불편을 겪었음에도 소홀히 대처한 것이 원인이다. 또 전북대 50대 교수는 대학원생 3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가 하면 군산대 이장호 총장은 정부지원 연구비 22억원을 유용하고 연구원 성과금도 가로챈 혐의로 9일 구속됐다. 이들 사건 사고는 도내 대학들이 신입생 부족과 극심한 취업난, 재정난 등으로 고사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여기에는 국립대의 책임이 크다.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경쟁력 확보라는 책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를 위해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가 통합하고 문제있는 부분은 도려내는 결단이 있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2 13:29

폭염속 코로나 재유행, 위생수칙 지키자

코로나19 재유행이 고개를 들고 있다. 끝났다고 선언한 코로나가 무서운 기세로 다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무더위에 백일해, 수족구병, 폐렴까지 급증하고 있어 국민들이 감염병 피해로 큰 고통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물론 개인들도 철저한 위생관리로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코로나19 입원환자 수가 5배 넘게 급증했다. 이러한 재유행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도 40명 이상이 양성 반응을 보였고 지난달에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확진돼 고령리스크로 대선후보를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코로나 재유행은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인 KP.3의 빠른 확산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KP.3는 면역회피 능력이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뛰어나 전파 속도가 빠르다. 특히 면역력이 취약한 노인들에게 위험한데 최근 코로나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감염병 재유행의 위험이 점점 커지는데 우리 사회의 대응능력은 무장해제된 상태라는 점이다. 정부는 넉덜 전,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하면서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독감과 같은 일반 호흡기질환으로 낮추었다. 이에 따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치료 지원이 없어졌고 방역당국의 감시체계도 크게 약화됐다. 또 치료제마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나 대체 치료제인 라게브리오 등이 동이 나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약국마다 자가진단키트 판매량이 급증하고 가격도 급등했다. 여기에 전공의 파업 등 의정갈등이 오래 끌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 재유행과 함께 다른호흡기 질환까지 창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유아 사이에서는 수족구병이, 소아청소년들은 백일해가 확산되고, 폐렴도 날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질병관리청이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폐렴 입원 환자의 경우 지난달까지 1만명에 육박했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음식점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빙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정부는 백신과 치료제 확보 등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고 개인들도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위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1 18:21

티메프 피해 기업 돕기 판촉행사, 도민 관심을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도 피해 업체와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전북지역 피해 기업은 54곳, 누적 피해액은 147억3600여만원에 달한다. 특히 신선식품을 제때 판매해야 하는 농수축산물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다. 신속하게 유통하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상품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전국 각 지자체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설 만큼 이번 티메프 사태의 파장은 크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해 특별 경영안전자금 융자 및 이차보전 지원과 기존 융자금 거치 기간 1년 연장, 특례보증, 법률 컨설팅 등 다각도에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피해 기업의 상품 판매를 돕기 위한 전북특별자치도의 온라인 농식품 판촉행사가 관심을 모은다. 전북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이 직영 온라인몰인 ‘전북생생장터(www.freshjb.com)’에서 16일까지 ‘전북기업 상생 특별전’을 개최한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북의 다양한 농산물부터 축·수산물, 가공식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특가로 판매되며, 최대 30%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전북생생장터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소규모 농식품업체와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쌀‧잡곡과 과일‧채소‧축산물‧수산물‧가공식품 등을 판매하는 지역 농수축산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다. 전북애향본부가 최근 성명을 내고 ‘도내 기업들이 티몬‧위메프 사태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한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이 전북인의 미덕이다’며 위메프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한 전북기업 상생 특별전에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예견치 못한 사태로 경영난에 처한 전북지역 중소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섰다. 지자체의 이 같은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1 18:21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 7월 25일 익산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관내에 대규모 수해를 입은 지 14일 만의 일이었다. 전국적,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지만 우리시에는 100년에 한 번 올 법한 폭우가 2년 연속 쏟아졌다. 비를 뿌리는 구름 띠는 야속하게도 지난해와 똑같은 지역에 최고 424㎜의 비를 쏟아냈다. 눈 깜짝할 새에 빗물은 논, 밭, 비닐하우스, 집, 도로를 집어삼켰다. 새벽에 전 직원 비상근무를 소집하고, 날이 밝자마자 피해가 심한 지역을 돌아보았다. 우선 추가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하천, 저수지 등 범람 지역을 응급 복구하고, 산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예찰을 강화했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읍면동 직원들이 직접 피해 지역에 나가 살피고 임시 거처가 필요한 수재민들을 위해 학교 강당에 대피 시설을 마련했다. 현장 정리가 끝난 후에는 빠른 현황 파악과 재난 복구를 위해 피해 현황 신청을 받고, 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입력해 나갔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피해 복구에만 전념했다. 자원봉사자, 공무원, 경찰, 소방관, 군인들이 궂은 날씨에도 재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물에 잠겨 상품 가치가 없어진 작물들, 물에 떠밀려온 토사와 쓰레기, 망가진 비닐하우스, 농기계들을 정리했다. 호우 피해 소식을 듣고 국회의원과 중앙부처 간부, 당 최고위원 후보, 도지사 등이 찾아와 위로를 건네고, 바쁜 시간을 쪼개 수해 복구를 함께했다. 익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분들께 감사했지만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인 대책이었다. 우리는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NDMS에 접수된 우리시의 피해액은 400억 원에 육박했고, 중앙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를 거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무엇보다 피해 주민들이 재난지원금과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번 폭우를 통해 더 이상 자연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지난해 피해 이후 수해 복구에 힘써 왔으나 시의 자체 자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노후화된 배수로와 배수 펌프장은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한번에 쏟아지면 감당하지 못했고, 40~50년이 된 산북천 제방은 지난해 하류 쪽을 보수했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는 상류 쪽 제방이 붕괴됐다.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수반되겠지만 재난에 대한 전반적인 새로운 대비책과 그에 맞는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반복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특히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제3차 국가 기후 위기 적응 강화 대책’을 수립하며, 기후 재난 극복을 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여 안전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주요 핵심과제로 삼았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나아졌을까? 비바람이 잦아들고 이제는 작열하는 태양을 하루 종일 머리에 이고 있는 듯한 더위가 찾아왔다. 비가 더 내리지 않아 다행이지만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이나 야외 근로자분들이 또 걱정이다. 그늘막 설치, 버스 정류장 등에 얼음과 생수 비치, 무더위 쉼터 운영 등 폭염 대책 마련을 위해 관련 부서들이 머리를 모은다. 우리는 자연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더욱 단단하게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불여튼튼한 국가, 그래서 예전처럼 사시사철을 걱정 없이 보내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정헌율 익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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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8.11 18:21

극한호우로 인한 산사태, 사방댐이 답이다

올해 장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끓는 지구 시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극한호우'라 할 수 있겠다. 극한호우라는 말은 2023년 6월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누적 강수량이 1시간에 50mm 이상, 3시간에 90mm 이상이 동시에 관측되거나 1시간에 72mm를 넘을 때는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군산, 익산, 완주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 기간 누적 강수량은 군산 342.7mm, 익산 238.7mm, 완주 147.4mm를 기록했다. 특히 7월 10일 새벽 1시 42분부터 1시간 동안 군산지역에는 131.7mm의 비가 내렸다. 군산지역 연평균 강수량 1,246mm의 10%가 넘는 비가 1시간 만에 쏟아져 내린 기록적인 폭우였다. 군산, 익산, 완주지역에서는 주택과 농작물 침수, 가축 폐사, 도로와 하천제방 유실, 산사태 등이 발생하여 주민 656명이 대피하였고, 재산 피해 규모는 무려 583억 원에 달했다. 특히, 산사태는 군산 14곳, 익산 9곳, 완주 6곳, 무주 1곳 등 모두 30곳에서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함라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곳에 건설된 사방댐이 25톤 덤프트럭 53대 분량인 900㎥에 이르는 토사를 막아내 산 아랫마을의 농경지와 주택을 보호할 수 있었다. 사방댐이 산사태 피해 방지 역할을 제대로 해 낸 것이다. 반면에 산지 소유자의 부동의로 사방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군산시 성산면에서는 산사태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산 아래 아파트 주민들은 쓸려 내려오는 토사를 피하기 위해 새벽 2시에 긴급 대피하고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다. 사방댐을 설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결과였다. 사방댐은 산사태 취약지역 등에 설치해 상류 산지 비탈면과 계류의 황폐화를 막아준다. 또한 사방댐이 불안정한 비탈면을 고정하여 토사와 자갈의 생산과 이동을 억제해 산사태 등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2,411개소에 달한다. 현재까지 1,156개소에 사방댐이 설치되었으나, 1,255개소에는 사방댐이 설치되지 않아 산사태 등 산지 재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향후 20년간의 장기적인 사방댐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60여 개의 사방댐을 설치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방댐 설치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의 반대나 외지 산지 소유주들의 비협조로 인해 사방댐이 적기에 건설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가 갈수록 여름철 극한호우가 일상화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지역주민들과 산지 소유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더 많은 사방댐이 적기 건설되어 산지 재해로 인한 재산 및 인명 피해를 예방해 도민의 삶이 더욱 안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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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1 18:20

시험대에 선 김지사 국가예산 확보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간에 피튀기는 싸움으로 민생이 엉망진창이다. 내년도 국가예산 10조원을 목표로 내건 전북도도 빨간불이 켜졌다. 재정자립도가 27.3%인 전북은 중앙정부에 재정지원을 전적으로 의존한다. 정부는 올 국가예산을 전년보다 2.8%가 늘어난 656조3000억으로 편성했다. 전북은 광역단체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1.56%가 적은 9조163억으로 편성했다. 전북은 낙후도가 가장 심하기 때문에 국가예산을 증액시켜야 마땅하지만 정치력 부재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금 이 시점에서 예산문제를 되짚어 보는 것은 9월부터 본격 국가예산철로 접어들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전북은 보수쪽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국가예산 편성권은 정부 여당이 갖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국회로 넘기면 예결위를 통해 심의하지만 절대적 권한은 기재부가 갖고 있다. 내년도도 정부의 긴축재정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고물가 등 대내외적 환경이 나빠져 국가예산 확보가 산너머 산이다. 전북은 올보다 1조 많은 10조원 확보가 목표다. 김관영지사도 절박함을 갖고 꼭 해야겠다는 자세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 가면서 정부 여당과 소통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윤석열대통령의 전북에 대한 인식이 바꿔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읍에서 27번째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적나라하게 모든 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대광법 개정과 남원공공의대 설립 등 숙원사업에 대한 김관영 지사의 건의를 받고도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선 때 새만금에 기업유치가 잘되어 바글거리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공염불 된 것처럼 전북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였다. 그도그럴것이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앞서 익산수해지구를 시찰할 예정이었는데 느닷없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같은 시간에 방문한다고해서 취소했던 것. 이 전대표가 굳이 이날 익산수해현장을 방문해야 했던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수해현장을 방문했으면 상당한 지원이 이뤄졌을 터인데 이걸 놓치고 말았다. 그날 김관영 지사만 이 전대표 영접하랴 오후엔 윤 대통령 모실라 속이 타들어 갔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스케줄을 알고 있었을 터인데 왜 하필 이날 이 전대표가 방문해야 했는지 야속하게 비춰졌다. 아무튼 잼버리 1년이 지난 지금 전북이 전방위로 많은 노력을 해서 중앙정부와 관계개선을 했지만 국가예산 확보를 앞두고 걱정스럽다. 지난 총선 때 국힘이 10개 선거구에서 후보를 냈지만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후보만 20%를 득표했을 뿐 나머지는 한자리수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까 정부 여당이 전북 한테 국가예산을 더 줄려고 하겠는가. 지역구 의원이 없는 국힘 한동훈 대표가 또다시 서진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자칫 보여주기식 말장난으로 그칠 공산이 짙다. 그래서 도민들은 진정성을 느끼도록 국힘이 먼저 국가예산확보에 함께 신경 써주길 바라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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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1 18:19

사기에 대한 정의롭고 바람직한 결론, ‘몸으로 때워라!’

사기범을 변호하다 보면 “그래도 징역만 살고 나오면 연봉이 수억 원이라 괜찮아요”라는 취지의 말을 듣곤 한다. 사기범 입장에서는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징역형’이라는 다소 불편한 재판결과에 대해 의뢰인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포함해 누구라도 모방범죄나 재범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범의 무책임한 말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사기범죄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피해자가 아니어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누가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변제의사 없이 돈을 빌리는 ‘차용금 사기’, 갭 투자를 빙자한 ‘깡통 전세 사기’,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수익금을 준다고 속여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다른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 사기’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심지어 범죄수법이 알려지면 새로운 수법으로 진화해 또 누군가는 계속 속이고 누군가는 속아 넘어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불안의 연속이다. 국가통계포털의 2024년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더라도, 전국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28.3%(총 범죄 37만8908건 중 사기 10만7222건), 2분기 약 32.3%(총 범죄 40만4072 중 사기 13만651건), 전북자치도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30.1%(총 범죄 1만2004건 중 사기 3618건), 2분기 약 28.6%(총 범죄 1만2873건 중 사기 3687건)로 독보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OECD 사기범죄율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에서는 95명의 사회초년생에게 약 37억 원의 피해를 입힌 익산 원룸 보증금 사기 사건을 비롯해 600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완주 아파트 전세사기, 전주 전통시장발 수백억 원대 대부업 사기 등 누구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초대형 사기 범죄가 다수 발생하여 많은 전북자치도민을 큰 슬픔에 빠지게 했었는데, 특히 ‘전주 전통시장발 대부업 사기’로 약 20억 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돕는 과정에서 ‘모악산 정상에 올라 발끝 절벽만 바라보고 있다’는 피해자의 연락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이렇듯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주요 원인은, 피해자가 사기범과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증거를 남기지 않고, 고소를 미루다 보니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밝히기 어렵고, 기소가 되더라도 선고형이 낮아서 편취한 재산을 차명으로 빼돌려 두고 소위 ‘몸으로 때우면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증거를 남겨 사기를 대비하고, 수사기관은 신속히 수사하여 기소하고, 법원은 피해자나 일반인이 수긍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범행에 대한 결심을 주저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의롭고 바람직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것 말고 더 통쾌한 방법은 없을까?!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기범에게 선고하는 형과 별도로 피해 변제의 완납을 조건으로 한 노역장유치를 명하고, 일을 시켜 그 일당을 국가가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여 피해를 변제함으로써 사기범에게는 사기가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특별예방을, 피해자에게는 인과응보의 치유를, 일반인에게는 형벌의 무서움을 알리는 일반예방을 해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도시일용노임(보통 인부 기준 16만5545원)을 일당으로 하면 1억 변제에 약 3년이 걸리고, 빼돌린 재산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결국, 노역장 유치 대신 빼돌린 재산으로 피해를 변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기대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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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1 17:19

자생2

사람은 사는 모양새가 다 다르니 내가 사는 방향과 속도는 알아서 나아가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딱히 내 인생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걸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살, 고등학교 졸업 후에 나는 독립을 했다. 아버지의 술주정이 심해 이사를 자주 했던 난 마지막 초등학교로 전학갔을 때 만난 괜찮은 친구들을 어머니가 보신 후 더 이상 전학을 가면 안된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지역으로 어머니와 이사를 갔고 난 살던 동네에 남아 다니던 학원에 보조강사로 취업해 독립했다. 아버지 술주정 때문에 어머니가 걱정되긴 했지만,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에 뭔가 좋기도 했다. 그곳에서 벗어났으니 하루빨리 내 스스로 성공해서 어머니를 모셔야겠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주정을 안보면서 생긴 안도감일까, 안쓰러운 어머니를 자주 못보면서 무뎌진 독함이었을까. 방울만 달리고 독은 다 잃어버린 방울뱀처럼 성공을 위한 이야기만 뱉어낼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나태하기 짝이 없는 나였었다. 그렇게 군대를 가게 됐다. 전역할때쯤에는 이미 친구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위한 준비에 바빴었고 휴가때마다 뵙는 어머니는 갈수록 늙어가는게 눈에 보였었다. 많은 복기를 한 뒤에 전역할때는 다시 난 독기를 품을 수 있었다. 26살에 대학교를 신입생으로 다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꿈에 다가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수업이든 학과생활이든 후회없게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그러던 중에..일이 터졌다. 1학년 방학 전 쯤에 아버지 전화로 전화가 왔었다. 음주로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에 어머니도 동승을 하셨고 큰 사고가 나서 어머니가 많이 위독하다는 전화였다. 하던 기말고사 과제는 내팽겨치고 택시를 타고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갔었다. 도착한 병원 응급실에서 어머니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셨고 아버지는 조금 떨어진 병원침대에서 아직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수술에 들어간 어머니는 결국 다리를 하나 잃으셔야 했다. 이 후에는 모든게 다 무너졌다. 그냥 난 나를 지웠다. 그냥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봤던 일이 학원강사일이니 일했던 미술학원 강사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곳에 먼저 있던 만화반 동료강사인 형이 있었다. 그 형은 나에게 계속 이야기를 했다. 네가 아깝다. 네 작품을 시작도 안해보고 꿈을 놓기에는 너무 아깝다. 라고. 처음에는 그냥 위로를 받는다 생각하고 넘겼다. 그렇게 한해,두해가 지나도 형은 사석에서 만화이야기를 나눌때면 그 얘기를 꼭 나에게 말해줬다. 그리고는 웹툰제작을 위한 디지털 작업방법도 많이 알려줬다. 그러면서 용기를 얻었던거 같다. 죽어가던 나에게 만화가가 되고 싶단 불씨에 바람을 불어줬다. 그렇게 형과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고 대상을 탄 뒤 웹툰작가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꿈으로 가는길엔 형의 도움이 젤 컸지만 사는데 여러번의 좌절에서 친구들에게도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자생1에서 나를 인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무기가 될만한 숙련도가 필요한 이야기였다면 이글에선 나의 모자른걸 가르쳐주고 채워주는 인생의 동료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지 않을까란 이야기다. /홍인근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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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8 18:38

올림픽에 가려진 전북 체육

역대급 열대야와 파리올림픽 중계로 밤잠을 설치는 요즘이다. 그나마 연일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놀라운 활약상에 통쾌함을 만끽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북 출신 사격의 양지인, 김예지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면서 도민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예지는 일약 SNS 스타로 등극, 전 세계 팬들을 열광케 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속 주인공 같은 저격수의 이미지로 유튜브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정강선 선수단장도 금메달 목표치의 2배가 넘는 12개의 돌풍을 일으키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북체육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평소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연일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세느강 개막식 때도 손을 번쩍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등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번 한국 선수단의 올림픽 출발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48년 만에 역대 최소 규모로 꾸려진 데다 구기 단체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고작이었다. 인기 프로 종목은 세계 벽을 넘지 못해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초반부터 사격과 펜싱에서 반전 드라마를 통해 금메달 5개를 수확하자 선수단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자신감을 되찾은 상승세는 양궁 여자 단체전의 10연패를 포함해 전 종목 5개 석권이라는 금자탑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 같이 한 여름밤 파리에서 금메달 행진이 계속되자 선수단 총괄 책임의 정강선 단장에 대한 언론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현장 응원 모습과 그의 동정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기도 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전북 출신의 존재감은 가뭄의 단비처럼 한 줄기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열악한 지역 현실의 벽을 뚫고 세계 무대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북 체육에 던져 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위권을 맴도는 전국체전 성적표가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 체육의 수장 정강선 단장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구촌 최고 선수들이 펼치는 올림픽의 뜨거운 함성 뒤에 숨겨진 고민이다. 직접 체험한 글로벌 스포츠의 흐름을 어떻게 전북 체육에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도내 체육인의 숙원 '전북 체육역사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면서 스포츠 스타의 유품 기증이 잇따르고 있다. 정강선호를 함께 이끌었던 유인탁(레슬링) 신준섭(복싱) 사무처장은 물론 박성현(양궁) 김동문(배드민턴) 전병관(역도) 임미경(핸드볼) 등이 그들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수많은 금메달 리스트가 배출돼 이곳에 그들 유품이 더 많이 전시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통' 이미지의 정 회장이 유관 기관과의 연대, 협치 노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의 패기와 젊은 리더십이 올림픽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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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8.08 18:38

인간은 음악과 함께 성장한다

생각해보면, 나란 사람은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음악을 벗 삼은 덕분에 모난 인격도 조금은 둥글어 졌을 테다. 내 젊은 시절, 서울엔 ‘르네쌍스’, ‘필하모니’, ‘크로이체’ 같은 음악감상실이 버티고 있었다. 나는 자주 그 음악강상실을 찾아가 고전음악을 들었다. 다들 팝이나 포크송, 혹은 유행가에 휩쓸릴 때 꼿꼿이 고전음악에 심취했다. 처음엔 쥬페의 ‘경기병 서곡’이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같은 표제 음악을 듣다가 바흐나 파가니니 등의 기악곡에 빠졌다. 그러다가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말러 등이 창조한 교향곡의 세계에 입성하면서 음악이 무지를 깨부수는 절대의 미와 순수한 기쁨, 숭고함을 품었다는 걸 확신했다. 며칠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초대 손님으로 나갔다. 구성작가와 통화를 하던 중 방송 중 듣고 싶은 세 곡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라 본(Sarah Vaughan)의 ‘썸머타임’, 리 오스카(Lee Oskar)의 ‘샌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여름에 들으면 좋은 곡으로 골랐다. 세 곡 다 내가 아끼고 즐겨 들으며 남에게도 추천하는 곡이다. ‘썸머타임’은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재즈 보컬 명곡이다. 본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쉰의 가극 ‘포기와 베스(Porgy ane Bess)’ 중 1막에서 자장가로 소개되었다. ‘썸머타임’을 들을 때 나는 행복한 슬픔을 맛본다. 여름밤에 보채는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는 혼자 흥얼거린다. 강에서는 물고기가 뛰고 목화는 잘 자랐단다. 네 아빠는 부자이고, 네 엄마는 멋지지. 우리가 너를 지켜줄 테니, 아가야 울지 말거라. 시골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탓에 엄마의 감미로운 자장가를 듣지 못한 채 자란 나는 이 곡을 들으면 숨이 막히도록 슬퍼진다. 이 결핍은 채워지지 않은 채 나란 존재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30대의 어느 날, 한 카페에서 리 오스카의 연주곡을 들었다. 뱃고동 소리, 갈매기의 끼룩거림, 자동차의 경적이 어우러진 화사한 여름 항구 풍경이 떠오르는 전주만 듣고 단박에 반했다. 음반 매장에서 CD인지 음반인지를 구해서 헤아릴 수도 없이 들었다. 여름 저녁 햇볕 냄새가 밴 면 셔츠를 입고 여름의 정취가 물씬 나는 이 곡을 들으며 나는 덧없는 행복에 빠진다. 나중에 이 연주곡이 한 광고의 배경 음악으로 이 곡이 쓰이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음악이 주는 기쁨은 무엇인가? 몇 달 전 내가 겪은 일이다. 2022년 6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를 극장에서 관람했다. 18세 청년 임윤찬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는데, 그걸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연주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것이었는데, 기절할 만큼 아름다워 놀랐던 것이다. 그는 피아노 건반을 누른 게 아니라 내 영혼을 눌러 깊은 무의식이 솟아오르게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주책없이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건 벅찬 환희와 함께 나란 존재가 순정해지는 드문 경험 탓이다. 내 음악 취향이 넓어진 건 30대를 지나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같이 고전음악만을 고수하던 나는 재즈나 비틀즈, 스모키, 딥퍼플, 사이먼 앤 가펑클, 빌리 조엘 같은 이들의 노래에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조용필이나 최백호, 배호 같은 이들이 부른 가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게 되었는데, 이런 취향의 변화는 세상을 알 만큼 나이를 먹으면서 얻은 범속한 트임 결과일 테다. 늦게나마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또 다른 기쁨과 아름다움이 오롯했다는 걸 깨치고, 취향의 협량함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퍽 다행이다. 음악은 무릎이 꺾인 나를 일으켜 세운 참다운 벗이다. 음악의 위로가 없었다면 인생은 얼마나 쓸쓸했을까? 그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재앙이다. 음악은 내 평생 감미로운 피난처였으니 세상이 어둡고 삭막할지라도 나는 그걸 능히 이겨낼 수 있었을 테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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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8 18:38

산업기능요원 복무 중 상급자로부터 폭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병역자원의 일부를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의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국가산업의 육성‧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병무청장이 선정한 병역지정업체에서 제조‧생산 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보충역 대체복무 제도입니다. 병무청에서는 산업기능요원 부당노동 강요, 임금체불, 폭언, 폭행 등 문제 발생 시 고충처리 전담을 위해 권익보호상담관을 지정‧운영하여 산업기능요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이 권익 침해 피해를 입은 경우 해당 병역지정업체 관할 지방병무청 권익보호상담관에게 연락하여 권익 침해 사례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 권익보호상담관은 권익 침해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인 사실을 수집하고 신고자 면담, 주변인 서면서 작성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합니다. 조사 시에 신고자의 비밀은 철저히 유지되며, 접수부터 처리까지 추적 관리하고, 위반행위 확인 업체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를실시합니다. 조사 결과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적발될 경우 병역지정업체는 배정제한(근로기준법 위반 벌금형 이상 확정 시 : 선정취소) 처분을 하고, 산업기능요원은 전직 희망 시 전직할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아울러, 필요한 경우 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과 협조하여 합동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합동 실태조사 결과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시정지시, 개선지도, 즉시시정 조치를 받은 병역지정업체가 기간 내 시정완료 시에는 처분 비대상입니다. 다만, 산업기능요원이 직장 내 괴롭힘 등 갑질 피해를 본 경우나 의무자 등 신고에 따른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확인되어 시정지시, 개선지도 처분을 받은 경우, 해당 업체는 2년간 인원배정이 제한됩니다. 지방청별 권익보호상담관 연락처 및 자세한 사항은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 - 병역이행안내 – 복무제도 –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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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8 18:38

[금요수필] 분꽃

저녁나절 살랑대는 바람에 마음 자락이 헛헛하다. 어려서부터 이 맘 때 쯤이면 가끔 콧물을 훌쩍이곤 했다. 특별히 뭔가가 서러워서도 아니고 억울해서도 아니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막연히 허전하곤 했다. 그럴 때 위안을 받은 것이 있다. 화단에 핀 분꽃이었다. 온종일 입 다물다 저녁나절이면 봉긋 피어나던 분꽃은 꼭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큰 딸이면서도 어머니와 그렇게 살가운 정을 나누지 못했다. 어머니로서는 맨날 병치레만 하는 딸이 그리 미덥지 않으셨는지 마음이 들지 않아 하셨다. 나 또한 그런 어머니에게 곰살맞게 굴지 못했다. 가까이 다가설라치면 자꾸 더 야단을 맞고 그것이 억울해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분꽃은 큰 위안이 되어 주었다. 까만 씨 속에 하얀 분이 쌀가루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엄마 노릇도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에게 '너 같은 딸년 낳아서 키워보면 내 심정 알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딸이 없어서 그때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왜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그리 서러움을 느끼곤 했을까? 어쩌면 내가 그렇듯 병치레로 마음고생할 것을 미리 암시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머니와의 관계가 이리되리라는 암시였을까? 솔직히 지금도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시는 날은 왜 그리 눈물이 났었는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어머니와 나는 어떤 인연이기에 이리 묘한 감정만 돌고 있는 것일까?. 어머니와 나는 꼭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꼭꼭 숨어있는 마음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사이. 이제 그만 이런 술래잡기를 끝내고 싶은데 아직도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눈물을 흘린 것은 이 때문인 듯하다. 아직도 나는 술래라는 것…. 요양원을 지척에 두고도 자주 가지지 않는다. 어느 땐 요양원 근처까지 갔다가 건물만 바라보다 오기도 한다. 주변만 빙빙 거리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내 마음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온해진다. 어린 시절 저녁나절을 생각하게 되고 그때의 감성이 되살아난다. 마치 어머니의 냄새 같기도 하고, 내 눈물의 흔적 같기도 하다. 어머니의 꾸중이 마냥 서럽기만 했던, 그 헛헛했던 날들의 기억이 왜 이런 감정으로 되살아날까?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감정이 그리 싫지 않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일까? 자꾸 삭막해져가는 마음 구석에 오롯이 남아 촉촉함을 유지해 주고 있다. 사람의 감정이란 꼭 좋은 것만을 생각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 보다. 마음 아픈 상처도 나름대로 기억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아픔이 있었기에 다른 일들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고 살아갈 활력이 돋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베란다에 '분꽃'을 심은 것도 그 감정을 더욱 깊이 느끼고 싶은 것 아닐까? 어쩌면 이제 요양원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는 심정인지 모르겠다. 요즘, 저녁녘이면 베란다에서는 어머니의 젖내가 물씬 풍긴다. 향기로운 젖 냄새에 기분이 좋아지면 뇌에서 건강한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다. 엄마의 젖 냄새와 함께 엄마 품의 편안함과 익숙함을 평생 기억하고 싶다. △김재희 수필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당선됐다.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 장승이 갖고 싶다>, <꽃가지를 아우르며>, <하늘밥), <쉬어가는 물레방아> 등이 있다. 행촌수필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전북문학 상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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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8 18:37

한동훈 대표, 동행의원 성과 보여줘라

호남권에 기반을 둔 민주당과 영남권에 토대를 둔 국민의힘은 외형상 전국정당이지만 그 속내를 보면 지역정당의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구태여 구체적인 수치나 실례를 들지 않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너무도 안타깝고 국가 백년대계의 대장정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논쟁은 지루하기 그지없는 진부한 주제다. 이러한때 국정운영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먼저 이슈를 던지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6일 조배숙 전북도당위원장 등 당 중진들로부터 ‘호남 동행’ 재추진을 건의받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호남 동행은 ‘서진(西進) 정책’의 일환인데 현역 의원이 전북을 비롯한 호남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해당 지역 예산 확보 및 지역 현안 해결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21대 국회 당시 정운천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48명은 호남 41개 지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해졌다. 핵심은 한동훈표 서진정책이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거다.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동행의원을 하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만도 못하다. 새로 당권을 장악한 한동훈 대표가 뭔가 과거와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진정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해도 표를 주지 않으니까 구태여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정파 논리에 불과하다. 적어도 국정운영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대표라면 이같은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지지여부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은 영원히 번영해야 하고,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를위한 여러 정책은 어떤 정치적 해석이나 계파논리로 폄하돼서는 안된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때 당대표 후보로 나선 5선의 윤상현 의원은 광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한 서진 정책을 언급하며 매주 월요일 호남 현장최고위원회의 개최 등을 공약했다. 비록 그가 당내 경선에서는 떨어졌으나 분명히 한동훈 대표가 귀담아들을만한 내용이다. 호남에 대한 배신을 국민의힘은 그동안 마치 배려인 것처럼 거짓으로 색칠해왔던게 사실이다. 한동훈 대표가 확실하게 뭔가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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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8 15:15

폭염에 노출된 고령의 농업인, 사회적 관심을

장마가 지나기 무섭게 무려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무더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고령자와 임신부·만성질환자·빈곤층·장애인·야외노동자 등 건강 취약계층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영농기, 논밭과 시설하우스에서 일해야 하는 고령의 농업인들이 걱정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연평균 1709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 중 16%가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인체가 뜨거운 열에 장시간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사병과 열탈진·열경련 등을 이르는 말이다. 어지러움, 현기증, 피로감, 의식저하,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했을 경우에는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농업인들이 스스로 단독 농작업 자제와 충분한 수분 섭취 등 안전사고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더불어 촘촘한 사회적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농업 관련 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농업인 온열질환 피해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 교육 및 홍보, 농경지 순찰활동 등의 안전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농사에는 다 때가 있다’며 농작업을 중단하지 못하고 뙤약볕 내리쬐는 논밭에 나온 고령의 농업인들이 쓰러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 촘촘한 대책과 더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드론을 활용한 논밭 작업현장 예찰활동과 담당 공무원의 마을단위 현장 방문, 무더위쉼터 확대 등 전방위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또 이 같은 대책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수시로 점검하면서 혹여 폭염 대응 사각지대는 없는지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축산업과 수산업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자체의 세심한 안내와 지원도 요구된다. 인구 유출과 쌀값 폭락 등으로 인해 활력을 잃고 신음하는 우리 농촌에서 폭염으로 인한 안타까운 안전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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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08 13:57

극우의 징표

‘한 인격을 시험해 보려면 권력을 주어라’라는 말이 있다. ‘인격을 시험’ 하기에는, 방송통신정책을 담당하고 규제하는 방통위원장의 권한이 너무나 크다. 사고방식과 세계관이 너무나 위험하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평소 자신의 SNS를 통해 5.18을 ‘폭도들의 선동’에 의해 일어난 사태라는 글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좌파는 선전 선동에 강하다’는 제목의 긴 글을 적었다. 말미에 ‘MBC(공영방송)가 청년들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고 했다. 한국의 ‘극우의 징표’는 몇 가지 있다. 일례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도가 일으킨 사태’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해 폄하하거나,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극소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합리성이 부재하다. 인간애의 부재다. 이들은 그리고 ‘딱지붙이기’를 한다. ‘노영방송’이라고. 전부 이진숙 위원장과 흡사하다. 청문회하는 내내 궁금했다. 무엇이 ‘기자 이진숙’을 이토록 변하게 했을까. 그는 청문회 기간에도 며칠 내 자정이 넘도록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혐오, 노조에 대한 증오, 약자에 대한 조롱으로 일관했다. 5.18 당시에 광주MBC가 불탔다. <뉴스데스크>가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보도한 데 격분한 광주시민들이 광주MBC를 불태웠다. 역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신군부에 대해서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라고 규정하고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다. 나는 당시 광주에 내려가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였다. 내가 보고 듣고 취재한, 방송한 내용은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MBC 보도국에서 아침 편집회의가 열렸다. 한 간부가 광주 시민을 폭도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이 벌어졌다. 며칠 뒤 그 간부는 계엄사에 끌려갔다. 그리고 감옥에 보내졌다.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비판할 자유를 말한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은 힘없는 사람들의 사사로운 일상을 들추는 권리가 아니라, 힘있는 권력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권리다. 후보자 개인은 장관급 공직후보자로서 가치관·세계관·역사관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해 후보자의 생각과 가치관을 물었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광주시민 학살의 피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물었다. 후보자는 결국 ‘손가락 운동을 주의하겠다’고 대답했던 것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미국의 상원 인사청문회는 ‘만장일치제’다. 천여 명의 정부 요직인사를 상원이 인준한다. 청문회에서 단 한 사람의 의원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임명이 보류된다. 입법권을 존중하는 장치이기도, 입법권의 고유 권능이기도 하다. 국민께 봉사하는 주요 직책을, 국민의 대표자 중에서도 상원이 인준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삼권분립이 가능하고 입법의 행정부 견제와 통제가 가능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3분의 2에 달하는 위원들이 이진숙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하고 임명 당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원장 자리에 합당한 후보자인지, 국민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있다. /정동영 국회의원(민주당·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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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7 18:01

낮음으로 머무는 공간에서

제가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이후 현직에서 일한 때로부터 12년이 지나서야 전주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사법연수원을 다니는 동안 실무 수습 과정 1년도 전주에서 지내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 12년 지난 즈음에 전주 덕진공원에 있는 법조삼성상이 있는 공간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북대학교 법과대학을 다닐 때 도서관에서 법률 서적을 보다가 지칠 때 였는지 아니면 법조인이 되기 위해 연수를 받던 시점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작고하신 사도 법관님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분에 대한 평전을 여러 번 읽었기 때문에 이따끔 발길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법조의 현직에 계실 때 직위를 개의치 않으시고 도시락을 직접 싸서 들고 다니시며 일하셨던 청빈한 법조인이셨을 뿐만 아니라, 가장 낮은 곳인 교도소를 찾아 그 분이 유죄판결을 선고한 사람을 면회하여 신앙으로 인도하시는 성자와 같으신 삶을 사셨습니다. 제가 순전한 청년 시절 사도 법관님에 대한 글을 읽고 아주 깊은 감명을 받으며, 감동의 눈물까지 지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이 살아가신 인간으로서의 행로, 법조인으로 걸어가신 크고 깊은 걸음은 제 마음과 영혼의 깊은 곳에 자리잡았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물이 밤낮으로 흘러 그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은 채 사람이 거처하려 하지 않는 곳에 머무는 것처럼, 사도 법관님은 인간과 존재하는 것에 대한 겸허함을 간직한 수도자처럼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분에 대한 경외심을 늘 품고 낮은 곳을 찾아다니신 분이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강과 바다가 모든 계곡 가운데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자신을 잘 낮추었기 때문이라는 현자의 경구가 있는 것처럼,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고 자신을 낮추어야 하는 진리의 말씀에 다다르게 됩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두 분께서 형이상학적인 진리의 본체에 관하여 긴 시간 동안 담론을 나누다가 헤어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율곡 이이에게 퇴계 이황께서 고갯마루까지 걸어나와 배웅하며 작별 인사를 건네 드립니다. “거경궁리(居敬窮理)”, 마음을 전일하고 바르게 삼감으로 근본 이치를 깨달아 실천하라는 마음의 인사였습니다. 이러한 현자들과 성자 같으신 분의 낮음으로 가는 걸음걸이는 그 곳에 스스로 존재하시는 진리의 빛과 영광의 길이 있다는 견성과 활연관통의 경지를 넘어선 참된 신앙의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유해 봅니다. 이러한 사유의 지향성은 바로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을 향한 자유의지가 발현된 것이자 그분의 뜻에 따르려는 경외심에 기반을 두는 것일 것입니다. 제가 법조인으로 사는 동안 이러한 현자들의 깨달은 경구를 이정표로 삼고, 제 마음 안에서 우러나오는 가언명령이 아닌 정언명령을 꼭 붙잡고, 늘 마음과 영혼 안에 계시는 영원한 존재자에 대한 경외의 믿음으로 살아가리라 소망하고, 끊임없이 추구하리라 다짐하고 기도해 봅니다. 제가 가끔 전주에 다녀오는 길에는 덕진공원에 가보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사도 법관님에 대한 흠모가 낮은 곳으로 내려온 물처럼 머물러 있고, 청년 시절의 열정과 의지가 호수에 피어 있는 꽃으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되며, 믿음의 싹이 튼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김석우 LKB&PARTNERS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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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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