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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기업인들의 축젯날이 다가오고 있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얘기다. 10월 말이면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동포 기업인들과 국내 기업인 등 약 3000 명이 전주에 모인다. 이번 행사는 여러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특히 도내에서 기업을 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대회가 시작된 지 무려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의 안방인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성급 호텔도 대규모 컨벤션센터도 없는 열악한 상황을 우려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신할 만한 점이 더 많다. 한국 문화의 정수, 정(情), 그리고 전국 최고 수준의 한식 등 우리만의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먼 길 오신 손님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적 영감을 찾고, 우수한 전북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렇게 상쾌하고 희망찬 결과를 위해 도내 기업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완벽히 갖추었다 하더라도 행사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인데, 그 콘텐츠를 채우는 역할을 바로 우리 전북 기업인들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을까? 답은 철저한 준비뿐이다. 대회 기간 중 모든 퍼포먼스는 라이브로 진행된다.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실수할 수 있다. 실패가 늘 실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꿰고 있어야 실수를 찬스로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먼저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행사에 앞서 참석하실 분들이 어떤 업종에 종사하고, 또 어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지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한다. 참석자가 확인되면 회사소개서 등을 미리 보내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 행사 전에 사전 협의를 진행해 두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짧은 대회 기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참고로 어떤 국가에서,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는 8월 말이면 윤곽이 나올 것이다.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나 시장이 있는 경우에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개척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일할, 믿음직한 사람을 이번 대회를 통해 소개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한상들의 자녀를 한국에 유학시키고, 졸업 후에 채용함으로써 해당 국가 관련 업무를 맡기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사이트에 게시된 지난 대회 결과보고서 등을 통해 과거 참가국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놓았을 뿐이다.” 오래도록 회자되는 명배우 황정민의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이다. 스크린 밖 스태프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겸손의 말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지만, 전북 기업인이라면 조금 다르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앞에 곧 잘 준비된 밥상이 차려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황정민이 되지 못하면 눈앞에 진수성찬도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급한 마음에 손으로 허겁지겁 먹다가는 도리어 행사를 준비한 이들의 노고마저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튼튼하고 깨끗한 숟가락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자. 그리하여 이번 대회를 전북 기업들이 함께 대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자. 이를 위해서는 미리 치밀한 준비가 선행되어 있어야 한다. /성도경 비나텍주식회사 대표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29 15:06

통합 반대 측 시위로 김 지사 발길 돌려

전주, 완주 통합 문제가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도지사의 완주군민과의 대화가 무산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찬성도 반대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찬반에 대한 수위도 얼마든지 오르내릴 수 있으나 이건 아니다. 대화의 장 자체가 봉쇄됨으로써 의견개진의 기회, 들을 수 있는 기회조차 막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6일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청을 방문했으나 완주·전주 통합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결국 행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했다. 완주·통합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를 추진중인 김 지사에 대한 완주군민의 첫 집단 반발이 공식화 한 셈이다. 김 지사를 맞이한 유의식 완주군의장은 "(완주·전주 통합건의서와 도지사 의견서를) 지방시대위원회에 보내기 전에 여기에 먼저 왔어야 하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완주군민을 대표하는 완주군의회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유 의장의 주장이 딱히 틀린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화 자체가 봉쇄되고 행사장 진입 시도가 무산된 것은 어떤 명분을 가지고도 옹졸한 일이다. 전북이 처한 오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마땅히 그 방식과 절차 또한 민주적 이어야 한다.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대화 자체를 아예 봉쇄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비단 완주·전주 통합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찬성이든 반대든 서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들어보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기본중의 기본이다. 찬성측 주장도, 반대측 주장도 들어볼 필요는 있다. 그리고 전주시민과 완주군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서 결론을 내면된다. 김관영 지사는 "이번 대화는 무산됐지만, 추후 군민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되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여운을 남겼으나 모양새 사납게 완주군민과의 대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과연 향후 추진동력을 어떻게 모색할지 대안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은 지역민들끼리 싸울때가 아니다. 감성이 아닌 이성적인 시각으로 차분하게 토론을 해야 할 때다. 통합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군민들이고, 도민들 아닌가. 지금은 삿대질이나 비난을 쏟아낼 때가 아니다. 전북이라고 하는 난파선에 남은 이들끼리 지혜를 모으고 손을 맞잡아야 할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29 13:51

전주 BRT, 기대와 아쉬움

‘도로 위의 지하철’이라고 했다. 기대가 컸다. 그런데 청사진을 들여다보니 아쉬움이 커진다. 전주시가 BRT 구축사업을 본격화했다. 오는 11월 착공하겠다며 최근 설계 초안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도착정보시스템과 버스우선신호체계·환승터미널 등 지하철 시스템의 장점을 갖춰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 우선 1단계로 내년 말까지 4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린대로 10.6km 구간(호남제일문~한벽교 교차로)에 BRT를 구축하겠다는 게 전주시의 청사진이다.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2구간(백제대로 전주역~꽃밭정이 네거리)과 3구간(홍산로~송천중앙로) 사업도 일찌감치 계획됐다. 이를 우범기 시장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대중교통 혁신방안으로 BRT 확산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수도권과 대전·광주·부산·세종·창원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BRT가 속속 구축됐다. 최근에는 양문형 굴절버스 도입과 폐쇄형 정류장 설치 등을 통해 기존 BRT를 업그레이드한 ‘고급형 BRT(s-BRT)’ 구축사업과 주변도시를 연계한 ‘광역 BRT’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주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이 구간에서 버스 운행 속도가 5~6분은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린대로의 교통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수평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승강장의 높이를 조정해 BRT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이다. 기대에 못 미친다. ‘도로 위의 지하철’·‘대중교통의 혁신’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오래전 전주에서도 시행됐다가 차선 표시만 남긴 채 슬그머니 사라진 ‘버스전용차로제’가 연상된다. 버스전용차로가 도로의 맨 바깥 차선에서 중앙선 옆 1차로로 바뀌고 도로 중앙에 정류장이 생기는 게 전부라면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필요하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 등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지역 거점도시인데도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고, 대중교통 분담률마저 낮은 전주에서 BRT의 필요성은 더 크다. 전주시는 현재 막바지 단계인 ‘기린대로 BRT 구축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마무리되는 오는 8월말께 시민설명회 및 토론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승용차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이다. 도심 간선도로의 양방향 1차선을 버스에게 온전히 내주어야 하는 만큼 승용차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사업이다. 어느 정도의 불편은 승용차 운전자들이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특색도 없이 가장 기초적 단계에 머문 전주 BRT 청사진에 다시 아쉬움이 든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7.29 12:30

노인일자리 사고 급증, 안전대책 강화하라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일자리가 해마다 늘고 있어 교육 강화 등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에서는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안전사고 등 질적 관리에도 힘을 쏟았으면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모두 1만358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22년 1658건, 2023년 3086건, 올해 1054건 이었다. 2022년에 비해 지난해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골절이 6021건으로 가장 많고 사망도 52건에 이른다. 전북의 경우 2019년 86건에서 2020년 87건, 2021년 86건, 2022년 83건, 지난해 196건, 올해 55건 등 모두 593건이다. 참여인원이 늘어나면서 안전사고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고령자가 최대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4년 처음 실시 되었다. 비판도 없지 않으나 노인빈곤을 완화하고 사회참여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사업은 당초 3만5000개에서 올해 103만개로 확대되었다. 이중 매달 30시간을 일하고 29만원을 받는 공익활동이 65%, 60시간을 일하고 76만원을 받는 사회서비스형이 15% 정도다. 참여 연령은 공익활동이 70대 후반, 사회서비스형이 70세 가량이다. 전북지역 노인일자리 참여자 수는 2021년 5만9500명에서 올해 7만8841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일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으나 대책은 크게 미흡하다. 대개 수행기관이 일자리 시작 전, 50분 동안 안전교육을 실시하는데 인근 소방서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파견된 강사가 맡는다. 이들은 성희롱 예방, 화재대처, 보이스피싱 예방, 교통사고 대처 등을 강의한다. 실습은 거의 없고 때로는 동영상을 보고 끝나기도 한다. 특히 지금처럼 폭염이 계속되는 경우 온열사고 예방대책으로 활동기간을 단축하기도 하지만 실제 환자 발생시 현장에는 신고를 하거나 응급처지를 전담할 인력이 없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지자체와 수행기관은 실효성 있는 대비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29 12:00

대광법,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 통과시켜라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전북을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시키기 위한 작업에 재돌입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갑)이 25일 대도시권 정의에 특별자치도를 포함하는 대광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에는 전북지역 국회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을 비롯해 민주당 위성곤(제주 서귀포), 윤종군(경기 안성),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 등 다른 지역 의원들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북 차별의 상징적 법률 중 하나로 지목된 대광법이 새로 구성된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었으면 한다. 대도시권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 제정된 대광법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전북을 차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대도시권을 수도권, 부산 울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누고 그 지역에만 광역교통시설 정비를 위해 국고를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광역 교통망 구축을 위해 177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비가 지원되었는데 전북에는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없어 대광법에 의한 국고지원이 단 한 푼도 없었다. 이로 인해 전북은 교통 오지(奧地)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이 없지 않았다. 김윤덕 의원(전주갑) 등 도내 의원들이 주축이 돼 광역시가 없지만 전주시와 같이 인구 50만 이상 도청 소재지를 대광법에 포함시키는 개정법률안을 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 지역 간의 조화로운 성장과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한다는 목적을 추가시켰고, 대도시권의 기준이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를 특별자치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광역교통시설 지원에서 제외됐던 전북특자도가 대도시권에 포함돼 지역 교통불편 해소 및 산업·물류 교통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북은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요 업무 추진현황' 보고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등 차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특자도인 강원도·제주도 등과 연대해 대광법을 반드시 통과시켰으면 한다. 더욱이 22대 국회는 도내에서 5선의 정동영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다수 진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정된 대광법을 통과시키고 이를 계기로 전북차별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28 16:56

권역외상센터에 수술할 의사가 없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발생했다. 지난 18일 익산시 여산면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70대 운전자가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시간 넘게 거리를 떠돌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우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 인근 상급종합병원 2곳에 수술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두 병원 모두 응급수술을 할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 지방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비극이다. 게다가 사고 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원광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로까지 지정된 상급 의료기관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제30조의2)에 따라 외상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중에서 지정하도록 돼 있다. 국가와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을 받는 권역외상센터는 법률에 따라 외상환자 전담 전문의 등 외상환자 진료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장비를 갖춰야 한다.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친 중증 외상환자를 병원 도착 즉시 응급조치와 수술 등 최적의 치료를 통해 살려내자는 취지다. 그런데 전북지역에서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원광대병원에서는 이 70대 외상환자를 맡아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1명뿐인데 전날 당직근무를 한 뒤 퇴근해 부재중이었다. 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전북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365일 24시간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다’는 권역외상센터 홍보 문구가 무색해졌다. 수술할 전문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향하던 구급차를 돌려 뺑뺑이를 돌아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을 지역별로 선정해 지정한 권역외상센터의 사정이 이러니 다른 병원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 필수의료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의료진 부족으로 지역 필수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도 지역 응급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28 16:56

살아나는 전북정치권

오랫만에 전북정치권이 살아난 것 같다. 정치는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체육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독립변수라서 정치를 잘 하라고 주문했던 것이다. 그간 전북에는 정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야가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정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여당인 국힘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 날개로 날아도 힘든 판인데 진보 한쪽 날개로 날겠다고 우겨댔으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다행히도 전북의 정치자산인 5선의 정동영과 4선의 이춘석이 초반부터 인사청문회와 국회에서 맹공을 퍼붓어 전북정치의 소생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死)라는 말처럼 익산 이춘석 의원이 내리 3선하자 지역구에서 거만하고 겸손하지 못했다해서 21대 때 떨어뜨렸다. 그는 낙선의 아픔을 딛고 지난 4년간 와신상담해서 4선에 성공, 의정활동 초반부터 전에 보지 못했던 결기를 느끼게 했다. 지역구에 익산국토관리청이 있어서인지 상임위를 국토건설위로 배정받아 건교부 업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강하게 질타했다. 법을 잘 아는 변호사이고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해서 정무감각까지 갖춘 이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전북을 국가건설예산서부터 철저하게 홀대하고 있다고 일갈,시정조치토록 촉구했다. 특히 전북이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제외되어 127조에 달하는 예산을 한 푼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 대광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전북은 광역시가 없어 광역교통망을 제대로 구축할 수가 없다. 이런 전후 사정을 이 의원이 간판함으로써 전북도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 역대 지사들이 이 같은 법의 맹점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안 해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다. 사실 전북 낙후는 전북정치권이 자초한 면이 컸다. 공천권자인 당 대표 얼굴만 쳐다보면서 거수기 노릇만 했기 때문에 전북몫을 가져오지 못했다. 2년 만에 직무평가에서 전국 1위를 한 김관영 지사도 전북 현안을 한꺼번에 풀기는 어렵겠지만 완주 전주 통합 문제를 풀려고 적극 나선 것은 잘했다. 글로벌 시대 규모의 경제에서 사이즈가 중요하다. 다른 시도는 수도권 일극체제강화가 지방소멸로 이어진다고 판단, 메가시티로 대응해 가고 있다. 이처럼 선제적으로 판을 키워서 나가고 있는 판에 전북은 우물안 개구리처럼 소지역주의에 매몰돼 통합이 돼니 안 되니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방의원 군수 국회의원이 또 예전처럼 주민을 볼모로 잡고 반대를 하는 것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처사밖에 안된다. 파이를 키워 고루게 혜택을 나눠야 전북이 낙후를 떨치고 발전할 수 있는데 이를 놓치자는 것 밖에 안된다. 그간 통합을 공약 1호로 내세운 우범기 전주시장이 상생협력사업을 추진했지만 완주군민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아 신뢰의 벽에 부딪쳐 있다. 전주시도 힘의 논리보단 통 크게 완주군에 지원방안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때 명불허전임을 다시 보여준 정동영 의원과 김윤덕, 이성윤 의원도 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뗀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7.28 16:56

지역과 함께 하는 국립박물관

요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이 매우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방소멸 문제는 급격히 낮아진 출산율로 인한 인구감소와 함께 수도권 집중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나 지방에서 청년층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한다. 가속화되는 청년층의 지역 이탈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좋은 직장에 이어 문화시설이 부족한 점을 그다음으로 꼽고 있다. 문화향유 기회가 거주지를 결정하는데 주요 고려 요소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문화기반시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문화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래전부터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하여 역사적인 고도와 지방 거점도시 13곳에 국립박물관을 확충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해당 지역에서 핵심 문화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고 있지만, 지역 내 소도시에까지 촘촘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지역 간 문화향유 격차를 해소할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감한 사업을 계획하였다. 바로 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익히 알려진 국보,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를 꾸려, 지방 소도시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해 전시를 개최하는 방안이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중요한 전시품을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선뜻 내어놓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국립박물관이 지역 간 문화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진 전시가 바로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이다. 신라금관, 농경문청동기, 상형토기, 조선백자, 고려청자를 주제로 한 6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기획과 전시장 조성은 물론 연계 교육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국립지방박물관이 대상기관 선정, 전시품 운송과 설치 및 관리를 담당한다. 전시가 열리는 공립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 국립과 공립박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준비한 전시는 상·하반기 각기 6곳, 모두 전국 12곳의 공립박물관에서 열린다. 우리 지역에서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 전시가 6월 18일 개막해 8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백자 달항아리를 비롯해 국보로 지정된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백자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소규모 전시지만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예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많은 관람객이 찾을 만큼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하니, 지역의 문화향유에 대한 갈증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하반기에는 경주 금관총에서 나온 신라의 화려한 금관과 금제허리띠, 그리고 ‘이사지왕尒斯智王’이 새겨진 칼을 소개하는 <금관총 금관, 그리고 이사지왕> 전시가 장수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처음 시도해 본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가 새로운 발상과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부족한 점도 있을 터이나 첫 도전에 호응이 좋아 용기도 얻고 보람도 느낀다. 앞으로도 국립박물관은 지방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하며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찾아갈 것이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28 15:06

완주·전주 통합논의 불법 용납 안 돼

완주·전주 통합논의 과정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김관영 지사가 완주군민과의 대화에 나섰다가 대화의 장이 마련된 완주문예회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철수해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완주·전주 통합에 반대하는 500여명은 완주문예회관 내외부를 미리 장악한 후 출입문까지 봉쇄해 김관영 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의 행사장 진입을 막으며 “통합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완주군 없애려고 왔나’, ‘김관영은 완주군에 오지마라’, ‘완주군민에게 물어는 봤어’라는 원색적인 글이 새겨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군의원들은 ‘통합결사반대’라는 띠를 어깨에 두르고, 김관영 지사의 군의회 방문을 막았다. 김관영 지사는 이 같은 사태 속에서 언론과 만나 “군민들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반대·찬성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 또 냉정한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지사는 이어서 “물리적으로 입장 자체가 되지 않고 안에서는 500여명의 군민들이 기다리는 이런 상황이 발생해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해 찬성·반대 의견들을 폭넓게 수렴·분석해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완주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앞으로 군민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되면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출입 방해에 그치지 않고, 군민과의 대화를 준비한 완주군의 무능과 방조를 크게 드러낸 총체적 부실행정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완주군은 지사의 출입을 방해하는 상황을 방조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져야 할 것이다. 완주군수의 수회에 걸친 설득에도 전혀 의견을 굽이지 않는 통합 반대단체의 행위는 가장 비난 받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군의회는 찬성과 반대 양측의 군민여론을 공정하게 대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반대 입장에 서서 군민여론 형성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지사와 군민 간의 소통을 막는 행위는 민주적 대의제와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반대 집회와 시위에 참여한 사람, 또 이를 주도한 세력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완주군은 공정하고 원활한 소통을 보장할 책임이 있으므로 건전한 토론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요즘 완주·전주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은 심각한 공포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고 한다. 반대론자들이 찬성론자들에게 거친 언사를 하며 거의 협박을 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마을에서 왕따(집단따돌림)를 당하며 외출하기가 두렵다고 한다.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집단적인 위해는 민주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적인 요소이다. 더욱이 주민주권의 현장인 마을에서 집단적인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지역사회의 건전한 소통을 가로막고 풀뿌리민주주의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다. 완주군과 군의회, 관변단체들이 대거 완주·전주 통합논의 과정에서 반대를 하니 찬성론자들로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이 공포감을 느끼고 통합에 반대하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독재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생각을 갖게 한다. 찬성하면 보조금과 정부 지원혜택 등에서 제외되거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참여가 제한되는 것은 큰 박탈감을 갖게 할 것이다. 이처럼 공포감을 조성하는 주체와 이유, 그 강도 등을 분석하고 대처해야만 완주·전주 통합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주민이 당당하게 위해상황에 항의하고 시정을 해나가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전북자치도 감사기관과 경찰 등은 이러한 상황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북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한 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된다. 완주·전주 통합은 모든 관계자들이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미숙 완주전주상생발전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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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8 15:06

“현명한 전주시민과 함께, 전주대변혁 이룰것”

전주는, 대변혁을 시작했다. 과감히 과거의 틀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전주의 큰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우선 전주의 해묵은 숙제였던 전주종합경기장과 옛 대한방직터 개발이 내년에 첫 삽을 뜨면서 전주 대변혁의 역동이 시작된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컨벤션 센터 착공을 시작으로 백화점과 호텔 등을 갖춘 명실상부한 MICE 복합단지로서 전주와 전북특자도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하고, 곁에는 전주시립미술관과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이 들어서 시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옛 대한방직터는 민간사업자와 본격적인 협상을 통해 전주의 랜드마크가 될 타워 건설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다.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전주 경제의 재도약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선8기 전주시는 전주 경제의 판을 바꿀, 산업단지 대전환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올해 3천억 규모의 ‘노후거점산단 경쟁력 강화사업’에 선정되면서 낙후한 산업단지가 혁신적인 미래산업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탄소융복합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파격적인 세제·재정지원 등 강소기업들이 모여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팔복동 산업단지 내 주거 및 문화시설 확충으로, 머지않아 시민의 삶이 머무는 첨단산업도시 모델로 완전히 변모할 것이다. 또한 영화영상 등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준비하며 지역경제의 판도를 바꿀 강한 근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주의 큰 꿈에 있어 지역의 풍요로운 역사·문화자산을 빼놓을 수 없다. 중요한 건 역사·문화자산을 지역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재창조하여, 이를 토대로 자산의 가치는 한층 높이고 시민의 삶은 더 윤택하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전주시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추진,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전주 고도지정 및 후백제 역사문화센터 건립 계획 등 장기적인 문화산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한 천오백만 관광객을 넘어선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아중호수, 덕진공원, 완산공원, 모악산 4대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등 관광객이 오래 머물고 갈 수 있는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시민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소상공인을 위한 1,700억원 규모의 ‘전주 희망더드림 특례보증’과 원금상환기간을 연장하는 ‘전주 희망더드림 안심연장’, 폐업 소상공인 ‘다시서기’ 등 지역경제의 중심인 소상공인의 위기극복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총 363억원 규모의 혁신성장 펀드 조성 및 기업애로 통합지원 체계 구축 등 시민이 체감하는 민생경제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아울러, 치매 조기검진과 치료관리 지원을 전 시민 대상으로 확대하고, 공립 치매전담형 종합요양시설 건립 추진 등 대한민국 제1의 치매안심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주거 부담에 힘겨워하는 청년을 위한 ‘전주형 청년 만원주택’, 지역 취업을 지원하는 ‘청년기업반’ 운영 등 누구나 살기 좋고,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주시민은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민선 8기 전주시는 그 열망에 적극적으로 발맞춰 나가겠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20년, 30년 뒤 전주의 경제와 위상을 다시 우뚝 세울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우직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 현명한 전주시민과 함께 만들어 갈 대변혁은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 전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범기 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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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8 09:59

출구가 안 보이는 '전북 홀대'

"국토부 주요 업무 추진 현황에 수백 개 자치단체가 나오는데 전북은 도를 포함해 14개 기초단체가 단 한 군데도 보이지 않습니다. 전북은 대한민국 국토 아닙니까. 버렸습니까" 익산의 이춘석 의원이 현 정부의 도를 넘어선 전북 홀대에 울분을 토해내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동료 의원과 자치단체장 등 지역 정치권에도 대오각성을 촉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강조했다. 국토부 신규 사업 6건에 사업비 20억도 채 안되는 규모에 담겨진 윤석열 정부의 전북 홀대를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 그는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싸워서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디 그뿐 이겠는가. 지난해 잼버리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전북 홀대의 그림자는 가시지 않았다. 초기엔 민주당 텃밭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그 뒤 전개되는 상황은 설명이 안된다. 실제 도민들이 매스컴을 통해 국책 사업에서 전북이 번번이 누락되는 걸 보면서 타 시도와의 형평성 때문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한다. 얼마 전 바이오 특화단지 무산 때도 중앙 부처의 미숙한 행정으로 정부 정책의 불신만 키웠다. 전북이 신청한 오가노이드 분야는 생태계 환경 미흡으로 6곳 신청 지역을 아예 배제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신청을 받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며 지역 차별 논란만 불거졌다. 초미 관심사인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대광법) 과 초광역 메가시티 육성 계획에서도 전북은 빠졌다. 이렇게 정부 정책에 대한 도민 불신이 깊은 것은 과거 정권의 소외 차별과 오버랩 되는 탓도 크다.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정서로 이어지고 다시 정부 차별로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난주 정읍에서 열린 대통령 민생토론회도 눈에 띄는 성과없이 전국 27번째 행사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대통령과 소통하는 기회라 큰 기대를 걸었지만 되레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올 수 있을지 의구심만 커졌다. 행사 내용도 의례적 수준에 그쳐 정부에 대한 실망감만 재확인 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정부 여당의 기류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 한 민주당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운신의 폭이 커져야 한다. 국정 파트너로서의 여야 관계와 다수당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현안 해결의 교두보 마련이 시급한 형국이다.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의 필수 사업마저 자꾸 탈락함에 따라 도민들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역대급 호우 피해 대책을 비롯해 자영업 소상공인 생계 지원, 중소기업 연쇄 부도 등 생존 차원의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엄중한 골든 타임에도 여야는 전당대회에 올인하며 정치적 헤게모니에만 집중했다. 정치 혐오증만 더해가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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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7.25 18:10

[금요수필]외할머니와 복숭아

큰아들 내외가 힘겨운 듯 끙끙거리며 들어왔다. 자식들이 가져온 것들을 보면 어느 계절인지 알 수 있다. 오늘은 상자 안에 볼연지 붉게 칠한 복숭아다. 수줍은 새색시처럼 예쁘다. 나는 복숭아를 보면 외할머니를 만난 것 같다. 복숭아는 과식을 해도 탈이 없어 좋아한다. 할머니는 복숭아 과수원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면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서 자랐다. 복숭아 농사는 여름 한 철이라 온 식구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늘은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날 같다. 새벽에 일어나 복숭아를 따서 포장해 예쁜 상자에 넣어 동네 모정 앞에 세워둔 자동차에 실어 보내야 하루 일손이 끝난다. 잘 가라 손 흔들며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나는 어려서부터 과수원 일이 참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할머니는 바구니에 복숭아를 한 아름 담아 집집마다 나눠 주면서 우리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전화를 하셨다. “얘야! 복숭아 따는 날이니 아이들과 함께 와서 가져가거라." 세월은 흘렀지만 지금도 애틋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출가한 외손자까지 챙기시는 할머니셨다. 복숭아는 비타민A와 C, 펙틴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면역력을 키워주며 피로를 풀어주는 유기산, 간 기능 개선과 혈액순환 개선 및 피부미용, 기능 개선에도 좋아 여름철 과일 중 황제라고 불리고 있다. 그걸 많이 먹고 자라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는지도 모른다. 나는 외가에서 태어났으며 6.25도 외가에서 보냈다. 여름방학이 되면 책을 짊어지고 외가로 달려갔다. 온 식구가 과수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나도 과수원에서 지냈다. 어느 날 저녁 밤하늘 별을 보면서 과수원 움막에서 지냈다. 외할머니는 모기장 안에서 심청전을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 그리고 「춘향전」의 이야기에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다. 할머니는 부채질을 해주시며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는 노래도 불러주셨었다. 60년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어제인 듯 눈에 선하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시다 바스락 소리가 나면 멈추셨다. 그리고 내가 무서울까 봐 할머니는 나를 꼭 껴안아 주시고 한참 뒤에 손전등을 켜고 기침 소리를 내니 보자기를 든 사람이 도망치고 있었다. "할머니, 복숭아 도둑이지요?" "아니다. 동네 청년들이 저녁에 놀다가 배가 고프니 '서리'하러 온 것 같구나." 도둑이 아니라서 졸였던 가슴이 확 풀렸다. 할머니는 소탈하고 겸손하며 정이 많으셨다. 세월은 훌쩍 지나갔어도 할머니에게서 받은 따뜻한 정은 아직도 내 마음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언제나 다정다감했던 외할머니는 아직도 나의 가슴 속에 살아계신다. 지금은 그 '서리'를 '도둑'이라 한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졌다. '서리'는 전통 시대 풍습의 하나로 여름철에 가장 많이 하며 주로 밭에서 했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점에서는 '도둑'이라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도둑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라'는 행위의 주체가 여러 명이며 재미로 하는 것이고, 규모가 작은 먹을거리에 한정된다. 그러므로 장난끼 서린 일종의 놀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른들은 그 행위에 대해 묵인해주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여름에 복숭아를 보면 틈틈이 동화책을 읽어 주시면서 자장가를 불러 주셨던 외할머니 모습이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김금례 수필가는 <수필시대>를 통해 등단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가톨릭문학회, 한국미래문화회원 가톨릭 신앙체험공모 사랑상, 행촌수필문학상, 전주시 시민강좌시장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꿈의 날개를 달고>, <꿈의 날갯짓>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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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18:05

자격∙면허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입영일자 연기가 가능한가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공단체에서(자격기본법에 따른 국가공인 민간자격 포함) 시행하는 자격시험, 면허시험(운전면허 시험 제외)을 보는 경우, 1회에 한하여 시험일정까지 입영일자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연기를 희망하는 경우 입영일 5일 전까지 병무청 누리집(http://mma.go.kr) → 병무민원 → 현역/상근 → ‘입영일자 연기원 신청’에서 본인이 응시하고자 하는 시험의 접수증이나 수험표를 첨부하여 입영일자 연기를 신청하거나, 접수증 또는 수험표를 지참하여 지방병무청에 방문 후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를 직접 작성하여 제출하면 됩니다.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연기가 제한됩니다. 첫째, 운전면허시험 등 상시 또는 연중 접수하는 자격·면허시험 응시자는 연기가 제한됩니다. 둘째, 병역나이 28세 이상자가 국가공인 민간 자격시험에 응시할 경우도 연기가 제한됩니다. 셋째, 응시하려는 시험이 정기시험이라도 동일 종목의 상시시험도 함께 시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입영일자 연기가 불가합니다. 만약 1년에 여러 번 시행하는 자격∙면허시험이 아니라 연 1회 시행하는 시험인 경우, 응시 기회가 적고 장기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전년도 응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동일 자격∙면허시험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2회까지 연기할 수 있습니다. 해당 시험을 처음으로 응시하는 경우 1회째 연기 시에는 접수증이나 수험표가 반드시 필요하나, 만약 작년 시험에 응시한 이력을 증빙할 수 있다면 해당 시험의 접수 일정이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접수 일정까지 연기가 가능합니다. 만일 응시하고자 하는 시험이 1차와 2차로 구분되는 경우, 1차 시험 합격 여부를 해당 지방병무청 담당자에게 유선 등을 통해 알리고 합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이어서 시행하는 다음 2차 시험 일정까지 입영일자 연기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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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17:00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현관문을 나섰다. 마을은 아직 조용하다. 비가 왔다. 우산을 폈다. 비가 잘 온다. 착실하게 온다. 마음이 착해진다. 우산 위에 빗소리와 오동나무, 가죽죽나무, 고욤나무, 오갈피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각각 다르게 일정하다. 바람이 없다. 빗소리가 마을을 불안하게 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꾀꼬리가 아무 일 없는 소리로 노래한다. 참새들이 마당 잔디에서 무엇인가를 물어간다. 할미새가 지붕 끝으로 날아와 앉았다. 자태가 곱다. 파랑새 새끼들 다 길렀는지 나는 연습시킨다. 집 앞에서 종길이 아재를 만났다. 이른 아침인데 벌써 논에 갔다 오신다. 고라니와 멧돼지 방지를 위해 논 가에 둘러놓은 전선 줄 전기를 차단하고 오신다. “생각보다 비가 적게 왔네요.” 그랬더니, “말보다 적게 왔고 만.” 하신다. 종길이 아재가 집 앞 콩밭에 들어서며, “어젯밤에 또 고라니란 놈들이 왔다 갔고 만, 이놈들은 꼭 콩 새순을 똑똑 따먹는 당게” 하신다. 강가로 나갔다. 돌아가신 당숙모네 밭에 이장이 콩을 심어놓았다. 이장 부인이 콩밭 풀을 매다 말았다. 다른 급한 일이 생겼었나 보다. 뽑아 모아둔 풀과 호미가 비 맞는다. 이장이 우리동네 농사를 다 짓다시피 한다. 옥수수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토닥토닥 차분하다. 강가에 섰다. 물이 조금 불었다. 물이 다리를 넘어간다. 어제 온 비와 보태졌다. 붉덩물이다. 어디서 갑자기 소낙비가 왔나 보다. 강 건너를 보았다. 칡넝쿨들이 묵은 밭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감싸버렸다. 감나무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큰 돌들이 물에 잠겨 물살을 일으킨다. 오늘도 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마을 제일 끝집인 양식이네 집을 지났다. 양식이는 아직 출근 전이다. 전주 누나네 집 식당 일을 돕는다. 현수네 집에는 불이 켜져 있다.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나온다. 현수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했는데, 어제는 회관까지 걸어오셨다. 집 안에서 새어나온 목소리가 정상이 되셨다. 현수네 집 위 이장네 집도 불이 켜져 있다. 이장 말소리가 들린다. 일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재호네 집 앞을 지났다. 찬수네 빈집터에 풀이 우북하다. 찬수네 집 앞 논을 메꾸어 찬수 여동생이 새로 집을 짓고 있다. 집이 다 되어간다. 오래 묵은 태환이 형 빈 집터를 지났다. 태주네 어머니는 딸네 집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빈집으로 오래 있어서 마당에 풀이 많이 자랐다. 마당 가 죽은 대추나무에 참새들이 앉아 있다. 태금이네 빈 집 마당 풀이 자라고 했다. 주성이 네 집도 고요하고, 점순네 집도 고요하다. 마당에서 흰 개가 자기 집에서 나를 내다보고 있다. 마을회관도 정자도 아직 조용하다. 정자 마루에 부채와 파리채와 물병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사람들이 페트병에 물을 넣어 목침처럼 베고 낮잠을 잔다. 리모델링 하는 만조 형님네 집을 지나 우리 집 앞을 지났다. 우리 집 담에 능소화꽃이 땅에 떨어져 비를 맞는다. 집 앞 텃밭에 참깨꽃이 희게 피었다. 밭 가에 옥수수가 내 키를 넘게 자랐다. 곧 옥수수를 따겠다. 판조 형님에 집 부엌 쪽문에 불이 환하다. 창문 너머로 텔레비전 사극 속 격노하는 왕 앞에 도열한 장수들 얼굴이 심각하다. 종현이네 집 마당에 웬 승용차가 있다. 누가 왔을까? 못 보던 차다. 당숙모가 안 계신 당숙모네 집은 적막하다. 오래 묵은 세곤이네 빈집 담에 담쟁이넝쿨이 무성하다. 마당에는 개망초꽃이 빗속에 모여 희디희다. 현미네 집 앞에 차가 있다. 출근 전이다. 한수 형님네 집, 종길이 아재네 집을 바라보고, 다시 마을 큰길로 나왔다. 바람이 일었다. 마을 앞 커다란 느티나무 밑을 지날 때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크다. 강물이 출렁인다. 옥수수잎과 참깨꽃이 심하게 흔들린다.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고 새들이 조용하다. 그때다. 후두두 굵은 빗방울이 얼굴을 때린다. 집으로 뛰었다. 먼 곳에서 천둥이 으르렁거린다. 나라에 큰비가 온다고 한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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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17:00

언니, 안녕

여러 지역을 다니다 군산에 자리 잡으며 속으로 가장 많이 되뇐 단어는 ‘언니’였다. 이모도, 선배도 하물며 엄마도 아닌 언니라는 호칭에 담기는 친근하면서도 기댈 수 있는 느낌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다. 관광지의 맛집에서 현지인들만 아는 메뉴를 시키는 것처럼. 군산살이 7년 차, 의지할 수 있는 언니들을 많이 만났다. 말은 ‘00 님’이라고 하지만 ‘00 언니’라고 속 발음한다. 월명동에서 사람들이 편히 드나드는 방앗간 역할을 하며 여러 소식과 필요한 사람 간 연결을 해주는 책 언니, 인생의 풍파를 거닐며 어떤 일에도 초월한 미소를 보이는 호탕하기 그지없는 왕 언니, 세상에 복수하고 싶은 발칙한 마음이 들 때 찾아가서 속 풀이를 하면 깜찍한 해법을 제시해 줘서 결국 세상을 사랑하게 만드는 청 언니.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언니들이 필요할 것이다. 스포츠에도 언니가 있다. ‘멋있으면 다 언니’라는 말이 불길처럼 번진 여성 스포츠를 사랑하는 J는 언제나 언니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는 언니는 조금 늘어트려서 ‘언니이-’로 발음한다. 호칭을 마무리하는 길이와 부호에 따라 감정이 드러나는데. 경기에 진날은 ‘언니..’, 걱정되는 날은 ‘언니..!’, 너무 멋진 날은 ‘..! 언니!’다. 세상 곳곳의 언니들을 찾아 헤매며 어릿광대 역할을 하던 나도 어느새 언니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굴고 싶다가도, 대부분의 모임에서 내가 연장자가 된 걸 알아차리면 사회적 얼굴을 갖춘다. 그럴 때 명확한 얼굴이 아닌 추상적인 ‘언니’가 더 그리워지지만, 내가 누군가를 불렀든 다른 이가 나를 ‘언니’라고 부를 때면 내가 받았듯, 모든 걸 주고 싶어진다. 우는 아이를 어찌 달래줘야 할지 몰라 손에 화려하고 소리 나는 모든 걸 들고 흔드는 사람처럼. 그대, 나를 언니라고 부르면 나 그대에게 언니가 되리. 백은선 시인의 시 중 <언니의 시>가 있다. 두 번째 문단에서 “언니, 언니가 그렇게 썼잖아 나는 그걸 읽고 언니,”라고 언니를 애틋하게 부르기 시작하여 계속 반복하는 이 시는 ‘언니’라는 호칭이 가지는 판타지의 결정이다. 시의 화자처럼 왠지 나도 “언니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원히 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언니”와 경험을 한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이 시 속의 ‘언니’라는 호칭에 담긴 간지러운 느낌을 이해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런 언니 예찬의 글을 쓰다가도, 슬픔과 화가 담기는 ‘언니’의 세계도 있다는 걸 떠올리면 가슴이 뻐근해진다. 반성매매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H에게 ‘언니’는 다른 의미이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유령 같은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친구는 밤에 바삐 움직인다. 군산에도 ‘언니’들이 있다. 대명동·개복동 성매매업소화재참사(2000년, 2002년) 이후 언니들은 사라진 것 같지만, 우만컴퍼니 사무실이 자리 잡은 월명동의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언니들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다. 새벽, 주차된 차로 걸어가는 나를 향해 “언니, 노래방 어디 가야 해?”라고 묻는 취한 남자를 마주친 골목. 남자들은 왜 ‘언니’라고 부를까. 온몸에 소름 돋는 징그러움을 떠오르다보면 ‘언니 최고’보다는 그저 얌전히 모든 언니들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고 만다.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출판사 우만컴퍼니 대표 △김나은 대표는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이자 출판사인 우만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으며, 군산시청년정책위원회와 군산시청년협의체 위원과 함께 전북양성평등센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25 16:59

파출소 설치 기준, ‘범죄예방’ 효과 우선시해야

생활여건을 따질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주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범·치안시설이다. 신도시가 조성되면 주민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시설도 바로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다. 대규모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거주 인구 3만명을 훌쩍 넘어선 전주 에코시티에서도 치안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래전부터 주민 민원이 빗발쳤지만 경찰은 지구대나 파출소 신설 계획을 선뜻 세우지 못했다. 예산·인력 문제와 함께 지구대 및 파출소 설치 기준 때문이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파출소 신설을 위해서는 관할 면적과 인구, 112 신고 건수, 5대 범죄 발생 건수 등 4개 항목 가운데 3개 항목 이상이 동일 급서 지역 평균의 70% 이상에 해당돼야 한다. 경찰청이 상위 법령을 근거로 정한 기준이다. 전주 에코시티의 경우 인구 기준은 충족했지만, 관할 면적과 112 신고 건수, 5대 범죄 건수 등의 기준은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는 존재 자체만으로 범죄 예방 효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치안시설 설치 요건에 가장 중요한 범죄 예방 효과는 빠졌다. 범죄가 자주 발생해야만 치안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중병에 걸린 사람에게만 치료약을 처방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결국 경찰은 에코시티에 파출소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파출소를 이전하는 형태로 신도시 치안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다. 전주 송천동 지역 절반의 치안을 맡고 있는 송천2파출소를 에코시티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지연될 소지가 있다. 파출소를 이전하더라도 조직과 인력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기존보다 훨씬 증가한 치안수요를 제대로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 강력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치안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 지구대 및 파출소 신설을 요구하는 민원이 늘어나는 이유다. 범죄자 검거도 물론 경찰의 역할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범죄 예방이다. 경찰청에서 정한 현재의 기준대로라면 지방 신도시 지역 파출소 조기 신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범죄가 빈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경찰 인력을 확충하고, 파출소 설치 기준도 재정비해야 한다. 당연히 범죄 발생 건수보다는 범죄 예방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25 13:05

폭염속 쓰레기 처리 삶의질 크게 좌우한다

폭염과 폭우에 시름하는 요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사소한 거 같아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핵심은 행정기관과 처리업체의 주도면밀한 시스템 구축과 신속 정확한 처리인데 시민들의 의식 또한 생활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시민 각자가 얼마나 성의있게 공동체 의식을 갖는가에 따라 도시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는 얘기다. 전주시가 오는 8월 1일부터 쓰레기를 줄이고 청소행정 효율화를 위해 기존 권역별 청소 책임제를 전면 개선키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주요 개선 사항은 앞으로 한 업체가 한 개동을 책임 수거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또한 12개 권역으로 나눠 대행 8개와 직영 4개 권역으로 구분해 전주지역 전체를 전면 권역별 청소책임제로 개선한다. 철저한 준비끝에 시행하는 만큼 앞으로 전주시의 청소행정에 큰 변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당장 주변 현실을 보면 너무 심각하다. 무더위 속 전주시내 골목길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방치되면서 벌레가 생기고 악취를 풍기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도시 곳곳 골목길에 있는 쓰레기장 주변을 보면 쓰레기봉투 수십개씩 쌓여있는 것은 기본이고, 물티슈, 일회용 컵 등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곳도 많다. 무더위와 기나긴 장마로 인해 가뜩이나 불쾌한 생활환경은 주변 곳곳의 쓰레기 관련 악취와 창궐하는 벌레 등으로 인해 짜증 그 자체다. 쓰레기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주시나 수거 업체만을 뭐라고 할 사안이 아니다. 일반 쓰레기봉투 안에 음식물을 섞어 버리는 등 아직도 시민의식은 갈 길이 멀다. 공동체 의식이 결여됐을 경우 결과적으로 모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주택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음식점, 노래방 등 상가들이 많은 곳에는 미처 수거되지 않은 일반쓰레기봉투와 재활용 쓰레기들이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한옥마을, 고사동 영화의 거리, 서부신시가지, 전북대학교 구정문 등 전주시가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한 4곳을 제외하면, 쓰레기 수거는 계절과 관계없이 일주일에 세 차례씩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8월부터 쓰레기 수거체계가 바뀌면서, 종량제봉투로 배출되는 쓰레기의 경우 매일 수거하게 되지만 행정기관과 업체, 시민 모두의 협조가 있어야만 우리 생활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 수 있음을 한번 더 생각하자.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25 12:32

대광법은 위헌이다!

대광법! 법 이름이 좀 길긴 하지만,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말합니다. 보통 ‘광역교통법’이나 ‘대광법’으로 부릅니다. 아마 이번 4월 22대 총선거 과정에서 시민들께서 가장 많이 들으셨고, 궁금하셨던 법률일 것입니다. 대체 이 대광법이 무엇인데 이리도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대광법은 우리나라 대도시권을 수도권, 부산 울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그 지역에 광역교통시설 정비를 위해 국고를 지원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모두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특별시∙광역시와 그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대도시에만 국고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1997년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광역 교통망 구축을 위해 177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비가 지원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북에는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전북은 대광법에 의한 국고지원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광주와 광역교통 통행량과 조건이 비슷한데도, 전주는 도청이 있는 대도시지만 대광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왔던 것입니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광역시가 없는 강원도도 대광법과 별도로, 올림픽을 치르면서 교통망 개선 등에 수 조원을 지원받은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결국 전북만 수십 년째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한 결과, 이제 전북은 ‘교통 오지’라는 오명도 얻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사이 전북이 얼마나 ‘교통 오지’가 되었을까요? 전북은 전국 GRDP 비중이 1985년 4.4%에서 2021년 2.6%로 감소했고, 1인당 지역 총생산은 최하위(2925만2000원)로 추락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 전북 인구는 1960년 대비 37.9%가 감소하여 149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북은 광역지방자치단체로서 그 기능을 상실하고, 소멸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게다가, 교통 혼잡으로 발생하는 시간 가치·차량 운행 비용 등의 교통혼잡비용은 광주, 울산, 대전보다도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 등이 포함된 지방 철도망 확충 계획에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전북만 제외했습니다. 우리 헌법 전문에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제122조는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북이 오랫동안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헌법에게 물어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북차별법’이 된 대광법은 위헌적인 법률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7월 1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전북 국회의원들이 대광법 적용 대상을 도청소재지가 있는 50만 이상의 도시로 하는 개정안을 냈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제 정치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북도민들이 일어나 외쳐야 합니다. 정치인들도 전북도민과 함께 외쳐야 합니다. 전북인의 자긍심을 세우고, 당당하게 대한민국 국민으로 평등하게 대우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저도 외칩니다. 전북만 차별하는 대광법은 위헌이다! /이성윤 국회의원(민주당·전주시을) △이성윤 의원은 제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며 서울고검장·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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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4 19:33

올림픽 신화의 주인공 전북

며칠 전,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전주고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도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축구, 야구 등 인기가 많은 구기종목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주고 야구부가 무려 39년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갈수록 취약해져만 가는 전북 체육에 분명 청신호를 던져주는 일이다. 지방도시에서는 선수부족, 재정난 등 악재가 한두가지가 아니기에 전주고 야구의 전국대회 정상은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프로야구 태동 전, 고교야구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우승컵을 들어올렸을땐 익산역에서 전주까지 35사단 지프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였다. 한때는 전북에서 군산상고, 전주고, 전주상고 야구부가 치열한 지역예선을 벌이곤 했다. 전주고 야구 전국대회 제패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루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파리올림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북 출신은 9개 종목에 걸쳐 14명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데 사격 김예지, 배드민턴 서승재, 공희용 등은 금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멀리서나마 도민들이 응원을 보내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특히 김관영 지사는 역대 전북지사 중 처음으로 올림픽 참관 차 현지를 방문하고, 전북인으로선 최초로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선수단장으로 참가하기에 전북 출신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될 듯하다. 이번 올림픽에는 시도지사 중 김관영 전북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등이 참석하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대 올림픽 개최도시 시장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하계 올림픽의 인기가 크게 시들었으나 예전엔 메달 하나에 전 국민이 울고 웃었다. 그 중심에 전북 건아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1984년 제23회 LA올림픽때 복싱 신준섭, 레슬링 유인탁 선수가 전북인으론 첫 금메달을 따냈고, 88 서울올림픽때는 복싱 김광선, 탁구 양영자, 핸드볼 임미경, 이미영, 손미나 박현숙 등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992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역도 전병관, 배드민턴 박주봉, 정소영, 핸드볼 이미경, 임오경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고, 1996년 제26회 애틀랜타올림픽때는 배드민턴 김동문 선수가 역시 금메달을 확보했다. 이후 2004년 제28회 아테네올림픽때는 양궁 박성현(2관왕) 이성진을 비롯, 배드민턴 김동문, 하태권 역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8년 제29회 베이징올림픽때는 양궁 박성현, 야구 이진영, 정대현 등이 정상에 섰으나 2012년 제30회 런던올림픽때 양궁 최현주를 끝으로 전북 출신의 금메달 행진은 중단됐다. 과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전북 선수중 누가 12년만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7.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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