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6 00:13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오목대] 도민들이 악착스러워야

도민들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 한테 82.65%를 주었고 지난해 총선 때 10석 전석을 석권해 줬기 때문에 정권교체로 전북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표를 줄 때는 나름대로 기대심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도민들 생각처럼 녹록하게 돌아가질 않는다. 왜 그럴까. 도민들이 표를 찍어 주었다고해서 정권담당세력들이 모든 것을 척척 알아서 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현 정부에 전북의 애로사항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마냥 기다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도민들의 생각이 너무 순진무구하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전북에서 표를 주었기 때문에 알아서 잘 해주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현실을 모르고 한 이야기다. 국가예산철로 접어드는 요즘 국회는 날마다 총성없는 전쟁터로 변하기 일쑤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을 앞장 세운채 내년 국가예산을 확보하려고 젖먹던 힘까지 안간힘을 쏟는다. 도민들은 민주당 일색으로 국회의원을 뽑아만 놓았지 실제로 이들이 어떻게 활동 하는지는 잘 모른다. 입법활동도 잘 해야겠지만 전북의 경우는 국가예산을 잘 확보하는 게 더 급하다. 지난 윤석열 전 정권 때는 전북몫을 제대로 확보하질 못했다. 김관영 지사가 백방으로 뛰어도 힘이 미치지 못해 국가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인구와 예산 규모가 전북보다 적었던 강원도와 충북이 전북을 앞질러 버렸다. 이런 상황인데도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은 고개 뻣뻣하게 든채 무슨 무슨 예산을 확보했다거나 수능 수험생을 격려하는 플래카드만 마구 부착해 놓고 있다. 복장 터질 노릇이다. 지난 10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무분별한 지역공항 추진에 제동을 건 발언을 했지만 안호영의원을 제외하고는 전북정치권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강실장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방정부가 공항개설로 인한 헤택을 누리지만 건설이나 운영과정에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면서 지방공항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전제로 추진되도록 중앙과 지방정부간 비용 분담개선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공항 건설에 대해 패소판결을 내려 갈길이 바쁜 전북도에 생각치도 않은 돌발 악재가 생겨나 전북도만 헷갈린다. 우군으로 믿었던 강 실장이 이 같은 발언을 했지만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성경 말씀이 있듯이 도민들이 스스로 나서야 할 때가 왔다. 지금 도민들은 권리위에서 낮잠자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안일하다. 도민들의 성징이 워낙 유순하고 착해서 그런지 악착스럽질 못하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난리법석을 떨지만 모두가 오불관언으로 깜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이미 인물중심의 경쟁의 정치로 가지만 전북은 아직도 후진형태의 연고주의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현직단체장들이 많은 시간 할애해서 행사장을 들락거린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11.16 18:27

[기고]새만금 보물섬이 크루즈를 부른다

기억을 두드리는 풍경이 있다. 그리움이 맞닿아 내는 해공(海空)의 쪽빛에 눈부신 63개의 섬들이 알알이 흩어져 있는 곳. 야미도, 신시도, 선유도… 하나씩 불러내는 이름과 함께 어느덧 40여 년이 훌쩍 넘은 옛 유년의 항로에 점벙점벙 추억을 적시고 가는 친구가 있다. 이 섬을 오가며 군산에 학교를 다니던 짝꿍이다. 여름방학 때 그 친구를 따라서 3시간을 뱃멀미와 씨름하며 어렵게 도착했던 고군산군도. 어린 마음을 흔들던 빼어난 풍광에 인생 첫 낚시를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고향 군산에서 새만금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그래서 곳곳에 숨어 있는 천혜의 자연과 보물 같은 명소를 간직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중의 하나인 고군산군도는 신선들이 놀고 갔다는 선유도를 비롯해 무녀도, 신시도, 장자도, 비안도, 야미도 등 다양한 섬들이 군락을 이루는 명소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고군산군도는 서남해의 세곡이나 특산물을 운반하기 위한 바닷길의 중간 기착지이자, 관청과 객관이 있어 사신이나 상인들이 묵어가는 곳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2022년에는 미국 CNN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관광지 18곳 중 한 곳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취임해 일하면서 무궁무진한 새만금의 매력을 정말 아름답게 한번 가꿔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한 새만금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새만금개발청은 내년에 개항하는 새만금 신항을 거점으로 크루즈 관광산업을 추진하여 고군산군도 등 새만금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세계에 알리는 새 물꼬를 틀려고 한다. 지난달에는 홍콩을 방문해 글로벌 해운서비스 기업인 월렘 그룹과 ‘기막힌 타이밍’을 가졌다. 월렘 그룹은 120년 전통을 가진 글로벌 선박과 해운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크루즈 선사의 항만 기항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 신항만의 크루즈 유치를 위한 민간 네트워크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월렘 그룹과의 협약 체결은 선사 연결 창구 확보와 마케팅 기반 구축 측면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이날 홍콩관광청, 코스타크루즈, 로열캐리비언과 면담을 통해 새만금 신항만이 한·중·일 노선의 신규 목적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의미 있었다. 로열캐리비언과 코스타크루즈는 새만금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두 선사 모두 황해권 항로의 다양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새만금항의 한·중 황해권역 신규 기항지로서의 지리적 접근성과 새만금 관광개발 계획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새만금의 가능성을 엿본 만큼 완성도 있는 크루즈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거점항만 중심의 크루즈 인프라 실행전략을 세우려고 한다. 새만금 신항 내 크루즈 전용 부두와 터미널 기본구상, CIQ(세관·출입국·검역) 시설 조성, 선사 유치 전략, 국제 협력 강화 방안 등이 핵심 내용이다. 전북특별자치도 등 관계기관과 함께 2028년에는 새만금에 크루즈가 머물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하고, 인프라 구축과 지역 관광 콘텐츠 개발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경험하면서 종국에는 꼭 한 번은 찾아가야 할 보물섬으로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새만금 보물섬에 세계 각국의 크루즈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6 18:27

[사설]전북교육청 SW용역 계약 의혹 진상 밝혀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발주한 약 30억원 규모의 ‘교육용 범용 소프트웨어 구독 및 플랫폼 연동 용역’사업 4건의 계약을 놓고 공정성·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4건의 용역 모두 부적격 업체와 계약한 것이어서 원천 무효’라는 주장이 나왔다. 낙찰 업체에서 제출한 인증서가 당초 교육청에서 요구한 인증이 아니어서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진형석 도의원의 주장대로 교육청이 제안요청서에 제시한 ‘CSAP SaaS 간편등급 인증’이 필수인데, 낙찰 업체가 제출한 인증이 ‘IaaS 인증’이었다면 이는 명백한 조건 미충족이다. 또 낙찰 업체가 입찰공고 이전에 내부 문서상 이미 ‘시스템 통합 운영 업체’로 특정되어 있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사전 정보유출 또는 특정 업체 내정 의혹까지 나왔다. 용역 입찰정보를 미리 알고 있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냈다는 주장이다. 예산 집행 과정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지난해 ‘AI 교수학습플랫폼(AIEP) 구축 지연’을 이유로 사업비 49억5000만원이 이월되었는데, 올해 재추진하면서 예산이 약 38억원으로 축소됐고, 실제 낙찰금액은 약 30억원으로 확정돼 상당한 차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도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후속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전북교육청은 이전에도 교육용 컴퓨터 교체 사업 등을 놓고 입찰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전북교육청 산하 전북과학교육원이 추진한 ‘전시체험관 전시설계·제작·설치 사업’ 입찰 과정에서 입찰 참여업체 관계자가 ‘브로커에게 심사위원 명단 매매를 권유받았다’고 폭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입찰 경쟁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다시 흔들렸다. 교육행정기관이 요구받는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다른 기관에 비해 그 기준이 높다. 우리 사회의 기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의 입찰·계약 체계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함께 내부 통제 강화 등의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 아울러 도의회에서 제기한 이번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사와 수사, 그리고 계약 무효화 등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3 18:31

[사설] 새만금인입철도 핵심은 완공 시점이다

새만금이 서해안 경제·생활축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토교통부가 군산 대야역과 새만금 신항까지를 잇는 ‘새만금항 인입철도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새만금 교통의 핵심인 철도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전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장밋빛 청사진으로는 부족하고 과연 언제 마무리되는냐에 달렸다. 정부의 강한 의지를 토대로 예산이 제때 투입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국토부는 일단 2033년 말 개통을 목표로 새만금 인입철도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새만금은 이제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만 정상화되면 공항·항만·철도를 잇는 소위 트라이포트가 완성될 수 있게됐다. 트라이포트의 완공은 지지부진하던 새만금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항만과 철도, 공항이 갖춰진 곳은 대한민국을 통틀어도 몇군데 되지 않는다. 특히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여객, 화물에 대한 철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철도 인프라 사업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새만금 인입철도는 대야역에서 옥구까지 기존 선로 19㎞를 전철화하고, 옥구에서 새만금 신항까지 29.3㎞ 구간을 새로 놓는 여객·화물 단선전철 사업이다. 정거장은 총 7곳으로 이 중 여객역은 새만금 국제공항, 수변도시, 대야 정거장 등 3곳이고 화물 취급역으로는 신항만 철송장 등이다.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새만금 첫 철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영호남내륙선·국가식품클러스터 인입선·서해안철도 등과 연결되면 전국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이 될 수가 있다. 관건은 총 1조 5859억 원의 사업비다. 이 사업은 지난 2021년 예타를 통과했으나 새만금잼버리 여파 등으로 인해 ‘새만금 SOC 적정성 검토용역’ 이 이뤄지면서 행정절차가 중단된 바 있다. 2033년까지 1조5859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예타 당시 책정된 1조2462억원보다 3397억원이나 늘어났다. 시간이 지연되면 될수록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결국 사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속도전에 나서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인입철도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2조2152억원, 고용 유발 1만4788명, 부가가치 유발 7582억원이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나 방침이 아니다. 차분하게 재원이 투자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의 결집된 힘이 필요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3 18:31

[오목대] 남원 광한루는 감옥이었다

남원 광한루원(廣寒樓苑)에 늦가을이 내려앉았다. 600년 된 정원 원림(園林)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눈이 부셨다. 밤에는 달빛기행으로 낮보다 더 환상적이라고 한다. 지난주 전북문화살롱이 주최한 남원읍성 탐방 길에 들른 광한루원은 역시 천하절경이었다. 이번 탐방은 대곡리 암각화에서 시작해 김삼의당(三宜堂) 시비, 남원성, 광한루, 선원사를 거쳐 여단(厲壇)을 둘러봤다. 모두가 보물 같은 역사문화자원이다. 이중 대표적인 명소는 단연 광한루원. 광한루원은 남원의 얼굴이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관아정원으로 국가사적 303호이자 명승 제33호다. 문화재 지정면적은 6만9795㎡이며 보호구역은 8371㎡. 광한루원은 삼신산을 포함한 광한루, 완월정, 월매집 권역 등 3구역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자연 친화적인 요소와 인공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이상향의 공간과 현실적 공간, 춘향전의 소설적 공간을 이룬다. 그런 가운데 누각과 물, 산, 나무와 같은 가산(假山)적 요소가 어울려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담고 있다. 광한루는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누각이다. 이러한 광한루를 중심으로 하늘나라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만들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설치했다. 경복궁 경회루의 지원(池苑)이나 담양 소쇄원 못지않은 산수경원(山水景苑)이다. 잘 알려있듯 광한루원은 1419년 황희가 남원으로 유배와 광통루(廣通樓)를 지었고 정인지가 1434년 고쳐 세우고 광한루라 이름 붙였다. 1582년 남원부사 장의국이 오작교를 가설하고 이때 전라관찰사 정철이 광한루 앞에 삼신산을 조성하고 연정을 세웠다. 이처럼 유구하고 아름다운 광한루는 일본에 의해 두 차례 큰 수난을 겪었다. 한번은 1597년 정유재란 때 광한루가 불탄 것이다. 이를 1626년 남원부사 신감이 중건했다. 또 한번은 100년 전 일제 강점기 때 광한루가 일제 재판소와 감옥으로 사용된 것이다. 기막히고 통탄할 일이다. 일제가 남원재판소와 헌병분견대 감옥으로 사용한 기간은 1910년부터 1928년까지 18년간. 광한루 누마루를 재판소로, 아래는 감옥으로 사용한 것이다. 지금도 아랫부분 초석과 기둥에는 인방재를 끼웠던 홈 자국을 볼 수 있다. 마루 아랫면 판재에는 수형자들이 새긴 글씨도 남아있다. 또 남원권번 소리선생 김정문 명창 등 수형인 명부도 확인되었다. 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 김용근 소장에 따르면 일제는 당시 이곳을 석정화전(石廷化全)청이라 불렀다고 한다. 광한루 정면의 돌기둥에 새겨진 이 글씨는 ‘조선 백성을 일본의 식민으로 만들기 위한 재판과 교화의 감옥을 갖춘 돌로 된 완전한 관청’이란 뜻이다. 늦가을, 단풍이 물든 광한루에는 처연한 비극이 숨겨져 있었다.(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11.13 18:30

[청춘예찬] 동학농민혁명이 남긴 개벽의 불씨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의 전시장 입구에는 박홍규 화가의 <후천개벽도>를 조형으로 옮긴 작품이 볕을 쬐고 있다. 그 시대의 장삼이사들이다. 늠름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년에, 돼지를 지게로 지고 있는 어르신도 있고, 아이를 업은 아낙도 있다. <후천개벽도>의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혹은 그런 희망을 마음에 품은 듯 웃고 있다. 그 앞에서 나는 <향아설위>를 떠올렸다. 지난 2023년, 동학농민운동 13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웹툰 공모전에서 이지현 작가의 <향아설위>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향아설위>는 사람이 곧 하늘이며 그러므로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을 깨닫는, 인내천(人乃天)·양천주(養天主)의 과정을 만화로 풀어냈다. 동학의 교리인 ‘향아설위’는 벽(조상)을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고 조상의 후손인 나를 위해 제사 지낼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을 향해 밥그릇과 위패를 놓고 빙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는 향아설위의 뿌리에는 동학의 민본주의 정신이 있다. <향아설위>는 1889년 군산에서 시작하여 정읍으로 이야기의 터를 옮기고 고부 봉기, 황토현 전투, 우금치 전투를 겪으며 역사의 흐름을 쫓아간다. 부패한 조정의 압정에 시달렸던 백성들은 동학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으나 총을 앞세운 일본군과 관군 앞에서 동학농민혁명은 실패하고 말았다. 등장인물 정시심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인 전라도를, 일제가 “지레 겁먹은 개처럼 대대손손 반역의 땅이라 능멸하며 짖어대”리라고 예견한다. 대사의 글씨 크기를 키우고 굵게 처리하여 강조한 것은 이것이 예언을 넘어 장래 확언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남은 동학교도들은 목숨을 부지하기도 급급한 처지가 되어 후천개벽은 후일을 기약해야 할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개벽은 동학의 사상이 사람의 마음에 당긴 불씨였다. 동학은 사람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며, 사람은 모두 평등하고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가르쳤다. 이는 존재를 대하는 관점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가져온다. 그럼으로써 개벽은 공명정대한 새로운 세상을 뜻할 뿐 아니라 세계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그렇다면 향아의 마지막 대사 “희망을 품은 자가 희망의 씨앗”이라는 말대로, 후천개벽은 어디엔가 있는 것도, 약속된 미래도 아닌, 마음이 개벽한 자가 열어갈 수 있는 것이 된다. 동학농민혁명과 독립운동에 이어 군부독재 시기의 민주화운동, 2017년 이후의 광장에서의 촛불집회까지 민중으로부터 위로 일어난 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간의 존엄과 민주적 삶, 그리고 부조리의 변혁에 대한 열망에 닿아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부조리에 맞서 연대를 이룩하고 사회적 실천을 통해 현실을 바꾸어왔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 힘이 동학농민혁명이 남긴 불꽃에 적든 많든 영향을 받아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오늘의 우리는 그 불꽃을 소중히 지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학의 사상은 좁게는 평등에 기반한 민주주의에서 넓게는 경물(敬物)에 입각한 생태주의를 일러주고 있다. 그러니 오늘 <향아설위>와 함께 동학의 가르침에 잠시나마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네가 모두 하늘의 씨앗을 품었으니, “꽃에도 천지가 들어 무겁습니다.”라는 경인의 말에는 응당 거짓이 없다. 박근형 만화평론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3 18:30

[금요칼럼] 자치경찰제의 성공은 경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현 경찰조직은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삼원화 체제다. 그런데 분리만 됐을 뿐 실질화하지는 못했다. 경찰법상 명시된 지휘·감독권을 경찰 스스로 행사하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자치경찰사무는 있지만, 자치경찰은 없다. 현 자치경잘제는 국민의 안전과 치안만족고 제고를 위해 반드시 재설계되어야 한다.” 지난 10월 27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자치경찰제 전면시행을 촉구하는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주장이다. 이 날, 전국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자치경찰제 실질화 이행을 강력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도 채택했다. 이재명 정부가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하면서 경찰의 중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한 실행과제로 자치경찰제 시범 실시 후, 전면 시행을 제시했기 때문에 큰 기대 속에 나온 결과다. 지난 2006년부터 제주도를 대상으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한지도 곧 10년이 된다. 2021년 7월 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도 벌써 4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정착은 요원할 뿐더러 여전히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형 제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불균형적인 권한배분, 많은 경찰관들의 제도운영 의지와 역량 등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자치경찰제란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케 하는 제도다. 이론적으로 볼 때,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지역주민들에게 맞춤형 그리고 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짐으로써 친근한 경찰상이 확립되고 지역치안에 대한 주민만족도가 향상된다. 또한, 자치단체의 종합행정성이 제고되고, 치안역량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에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순기능이 있다. 그렇다면 경찰자치제가 실시된 지 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그 기대가 어느 정도 충족되었을까. 자치경찰제의 실시가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서울시 등 여러 곳의 자치경찰위가 추진한 어린이 안전 지킴이, 시니어 방범대, 반려견 순찰대 등 지역주민이 치안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모델이 전국에 확산됨으로써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기간 자치경찰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온 국민들을 참담하게 만든 2022년 10월의 이태원 사고와 2023년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고, 같은 해 4월 국민들의 가슴을 시리게 만든 배승아 양 음주운전 사망 사고 등을 통해 국민들은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에 발생한 각종 안전·재난 관련 사고들에서 경찰의 달라진 모습을 피부로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각 지역의 재난사고에 책임이 모두 경찰에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가 본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되는 동시에 지방행정, 소방행정, 교육청 등의 관련 부처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만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구조 및 사후복구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자치경찰제에 대한 개혁의 에너지가 충만한 지금, 이 개혁을 또 미루면 권력의 충견이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한 채, 경찰은 국민의 품속에서 자리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경찰들도 자치경찰제를 통해 권력의 족쇄에서 벗어나 지역안전과 치안수요에 적극 부응하는 새 경찰상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과 지역주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회복해 가야 한다. 자치경찰제의 성공은 전적으로 경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3 18:29

[기고] 새만금 국제공항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시켜야 한다

19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민의 간절한 인내와 기다림 속에 34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2006년에 이르러서야 방조제가 완공되고, 2024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내부 도로가 개통되며 바닷속에 묻혀 있던 대지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 수많은 정부가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전북도민들은 새만금의 완성과 이를 통한 지역 발전, 나아가 국가 균형 발전의 대의를 믿으며 묵묵히 기다려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지부진하던 새만금 개발이 속도를 내자 도민들의 마음은 오랜만에 설렘과 희망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있다. 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새만금을 세계와 연결하는 관문이며, 미래 산업단지와 수출입 물류기지, 관광산업의 핵심 동력이다. 공항이 없으면 새만금의 청사진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가 전략 인프라로서, 전북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완성할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었다는 소식은 도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 사유가 ‘조류충돌 위험’이라는 점이다. 조류충돌은 전 세계 모든 공항이 공통적으로 관리하는 사안이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매립지 위에 건설되었지만, 첨단 탐지 레이더와 서식지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김해공항과 군산공항 등도 동일한 위험요인을 기술적으로 극복하며 수십 년간 무사고 운항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새만금 공항만을 조류충돌 가능성 하나로 멈추게 한다면 이는 균형을 잃은 판단이다. 자동차 사고 위험이 있다고 도로를 없애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새만금 공항 사업은 초기부터 환경평가와 위험 분석을 거쳐 대응책을 마련해 왔고, 과학적 관리체계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조류충돌을 명분으로 국가 핵심 인프라를 중단시키는 것은 도민의 염원과 국가 비전을 가볍게 짓밟는 일이다. 만약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피해는 막대하다. 수십 년간 지체된 새만금 사업은 또다시 좌초될 것이고, 국내외 투자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전북은 다시 낙후의 늪으로 빠지고, 신재생에너지 허브와 글로벌 물류 중심지 등 국가 전략사업도 연쇄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법원은 이 사안을 단순히 지역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 전체의 공익과 미래 발전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조류충돌 위험은 관리로 극복할 수 있지만, 사업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지역 사회의 상실감은 되돌릴 수 없다. 전북도민들은 지난 34년간 수없이 기다려왔다. 그 기다림 속에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지만, 새만금 완성에 대한 믿음만은 놓지 않았다. 법원이 이번에도 그 꿈의 발목을 잡는다면 도민들의 마음은 또다시 산산조각 날 것이다. 조류 한 마리의 충돌 가능성이 사람들의 미래와 국가 발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은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대역사다. 법원은 이번 집행정지 가처분을 현명하게 기각하여,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오랫동안 소외된 전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곧 국가 균형 발전을 향한 정의로운 판단이며, 34년을 기다려온 도민의 염원에 응답하는 길이다. 추원호 건축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3 18:29

[세무 상담] 비거주자의 주택 양도, 왜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안 될까?

비거주자의 주택 양도, 왜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안 될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우리 세법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1세대 1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혜택은 ‘거주자’에게만 해당하며, ‘비거주자’는 동일한 조건이라도 비과세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비거주자’란 누구이며, 왜 세법은 이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을까요? 소득세법상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합니다. 반대로 ‘비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도, 장기간 체류의 실질적 근거도 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해외에 생활의 중심이 있는 교포, 장기 해외 근무자, 외국인 투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비거주자가 비과세를 적용받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 취지’에 있습니다. 1세대 1주택 비과세 제도는 실질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며 자신의 주택에서 생활하는 국민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비거주자는 국내 주택을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나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일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죠. 다만, 해외이주법에 따라 세대 전원이 출국하고 출국일 기준 1주택자라면, 출국일로부터 2년 이내에 양도하는 경우에 한해 12억원 이하 양도가액에 대해 비과세가 인정됩니다. 이 특례는 해외이주자의 재산권 보호와 이중과세 방지 목적에서 도입된 예외적 규정입니다. 최근 해외 체류자가 늘어나면서 “나는 한국에 집 한 채뿐인데 왜 세금을 내야 하나요?”라는 문의가 잦습니다. 하지만 국내 세법은 ‘주소와 생활 근거지’가 어디에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단순히 ‘1주택’만으로는 비과세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장기 해외 체류나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출국 전 본인의 거주자 여부와 향후 주택 매도 시점의 과세 요건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작은 차이로도 세 부담이 수천만 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3 16:59

[사설]‘한승헌도서관’ 정의·인권교육 산실 되길

대한민국 ‘1세대 인권변호사’인 고(故) 한승헌 변호사의 뜻을 기리는 도서관이 고인의 모교인 전북대학교에 들어섰다. 전북대는 지난 11일 교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한승헌도서관’ 개관식을 열었다. 도서관은 한 변호사의 유가족이 전북대에 기부한 발전기금 1억원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등의 예산이 더해져 총 6억2000만원의 예산으로 건립됐다. 연면적 378㎡ 규모로 100~150명이 함께 학습과 토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열린 복합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도서관은 고 한승헌 변호사가 남긴 기록과 정신을 모교에 아로새긴 공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상징적 장소다.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전북대에 세워졌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인의 모교인 전북대가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유산을 품은 공간으로 거듭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진안 출신으로 전주고와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한 변호사는 우리 사회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시대의 스승이다. 법조인으로서, 공직자로서 그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 정의를 지켜왔다. 군사정권 시절, 그는 수많은 양심수와 해직 언론인을 변호하며 법이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정의의 언어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의 삶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이자, 지금 실천해야 하는 시대의 가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긴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대학에 문을 연 것은 단순히 한 인물을 기리는 일을 넘어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다. 사람의 사고와 주장이 이어지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대학도서관은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전북대 한승헌도서관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저장소를 넘어 민주주의와 정의·인권의 가치를 배우고 토론하며 실천하는 교육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젊은 청년들이 한 변호사의 치열했던 삶을 배우고 인권의 가치를 새겨 ‘정의로운 지성’으로 성장하길, 그리고 이 도서관이 법과 정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가치를 배우고 토론하는 ‘지성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2 18:13

[사설] 전북 예식장 밥값 5만원, 요금투명성 필요

최근 전북지역 결혼식 식사비용이 평균 5만원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가격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11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전북소비자정보센터(소장 김보금)가 전북도내 32곳의 예식장과 12곳의 결혼준비 대행업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내 예식장 식사비 평균 액수는 4만9160원으로 나타났다. 최소 식사비는 2만8000원이고, 가장 높은 곳은 7만9000원에 달했고 예약을 위한 필수 보증인원은 50~300명으로 지역별 차이를 보여주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타난 문제는 요금의 투명성이었다. 즉, 소비자정보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32곳의 예식장 중 요금을 게시한 곳은 8곳(24%)에 불과하며 13곳의 예식장이 표준약관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84%(27곳)의 업체가 표준약관을 게시하지 않았고 결혼 준비업체 또한 16.7%만이 요금을 게시한 상태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보면, 계약서를 미교부하거나 불명확하게 작성할 때 향후 분쟁에 대한 소비자 권리보호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 요금 미게시 및 표준약관 미사용 시에는 계약 내용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과도한 계약금·환급 불가 조항,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가 준비해야하는 3대 필수 항목인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등급 기준 불명확, 위약금 기준 모호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이는 실제 이용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높은 식대와 많은 결혼식 참여인원 보증요구 문제 등이 가장 많이 지적된다. 따라서 결혼식을 망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묵과하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격 등 주요 정보에 대한 공개 필요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 사항이 요청된다. 먼저 업소측은 계약서를 반드시 교부하고 주요 조항에 대해 의무적으로 알리기를 실천하고, 표준약관 적용 확대와 이용요금에 대한 구채적인 내용 고지 및 위약금 산정 표준화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사안에 대한 감독과 감시 강화가 진행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의 인식 확대에 의한 피해 예방이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2 18:13

[오목대] 정치낭인과 수능단상

2026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5만4174명이다. 총 응시자수로는 2019학년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출산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황금돼지띠’해인 2007년생이 고3으로 수능을 보는데다, ‘n수생’ 응시자도 많아 대입 경쟁률이 더욱 치열하다. 삶의 긴 여정에서 보면 대입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고, AI 시대에는 구태여 대학을 꼭 졸업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지만, 어쨋든 수능은 삶의 커다란 변곡점임엔 틀림이 없다. 유달리 성공과 출세를 중시하는 우리 풍토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04년 초대형 부정 수능이 있었다. 이후 수능에서는 모든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고 개인 필기구가 아닌 획일적인 ‘수능 샤프’가 지급됐다. 전국적으로 부정행위자 363명이 적발됐다. 당시 1심 법원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력 지상주의가 어린 학생들을 범행으로 내몰았다”고 판시해 눈길을 끌었다. 조사를 거쳐 무효 처리된 수험생은 모두 314명이었으며 무더기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전국적인 화두가 됐던 일대 사건이었으나 사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 역사는 엄청나게 깊다. 특히 조선시대 한 집안의 성패가 달린 과거시험에 등장한 부정행위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정된 관직을 둘러싼 과열 경쟁은 결국 목숨을 건 당파 싸움의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흥미로운 것은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인 1593년 왕세자였던 광해가 분조하여 전주에서 과거를 실시한 적이 있다. 숱한 부정행위가 있었으나 과거는 전쟁때도 치러야할 만큼 국정의 중대사였다. 그해 문과에서 9인, 무과에서 1000 여 인을 뽑았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전주시는 이를 기념해 지난 2017년부터 ‘1593 전주별시(別試)’ 재현행사를 열고 있다. 조선후기로 넘어가면서 과거에 합격하고도 관직을 받지 못하는 낭인들은 수없이 넘쳐났다. 세도가의 집안이거나 그 뒷배경을 등에 업지 못하면 평생 한량으로 처량한 신세를 보내야 했다. 사정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낭인(浪人)은 모시던 주군이 죽거나 영주로부터 쫓겨나서 영지나 봉록이 없어 방랑하며 일정한 수입이 없게 된 사무라이를 말한다. 뚜렷한 수입이 없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던 낭인들의 욕구가 분출하면서 메이지 덴노를 정점으로 결국 전범국가 일제를 만들었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가에서도 숱한 정치 낭인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저마다 그럴듯한 명분과 비전을 내세우고 있으나 결국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캠프를 전전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음지에서 냉대받던 이들은 화려했던 과거를 꿈꾸고, 양지에서 놀던 이들은 혹여 음지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해서 캠프를 기웃거리고 있다. 수능날 아침 떠올려보는 정치낭인들의 모습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1.12 18:12

[의정단상] 전북 회복의 꿈, 우리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달 21일, 드디어 새만금~전주 고속도로가 개통됩니다. 2010년 첫 삽을 뜬 지 15년 만의 결실이지요. 이번 사업은 총사업비가 2조 7천여억으로 전북 도로사업 중 최대 규모이며, 내륙 경제권과 새만금을 직접 잇는 첫 고속도로입니다. 예전에는 전주에서 새만금까지 76분이 걸렸지만 이제는 33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하루 평균 2만 4천 대의 차량이 다니고, 연간 2천억 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있습니다. 지역경제와 산업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새만금고속도로는 전주~대구~포항으로 이어지는 동서 고속도로망의 출발점입니다. 새만금에서 포항까지 230㎞ 동서 횡단축 도로가 건설되면 전북은 대한민국 교통허브로 새롭게 자리 매김하게 됩니다. 대광법 통과, 전주~새만금 고속도로는 교통 인프라 확충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전북 스스로 길을 열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생활·경제·산업·문화가 모두 연결되는,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전북 14개 시군을 1시간 이내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진정한 전북회복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천년 간 쌓아온 전북·전주의 ‘문화 에너지’도 꽃피워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전주의 문화에너지- 맛·멋·소리·전통·얼-전주의 전통 콘텐츠를 모두 연결하여,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문화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K-POP·판소리·미식·종교문화를 통합한 글로벌 플랫폼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세요. 전 세계 사람들이 K-POP의 성지, 전주로 몰려오는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전북은 상상을 넘어 꿈을 이룰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문화가 경제가 되고, 전통이 미래가 되는 새로운 전북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북은 소외와 낙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고, 지금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정치권은 ‘전북소외론’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했고, 그 사이 1965년 250만이던 전북 인구는 올해 175만으로 줄었습니다. 소외론을 넘어 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전북 스스로 답을 찾고 길을 내가면,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전북이 대한민국 중심으로 떠오르는 꿈이 현실이 될 것입니다. 특히, 정치에서도 전북은 꿈을 꿔야 합니다. 수십 년간 전북 낙후의 원인은 바로 “정치” 때문이라고 시민들이 많이 비판합니다. 2026년 지방선거 등 우리 앞에 많은 정치 일정이 놓여 있습니다. 전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전북도민·전북시민들이 말로만 전북을 사랑한다고 떠드는 ‘쭉쟁이’가 아니라, 말과 행동, 그리고 진심까지도 오로지 전북을 위해 일하는 ‘알곡’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삯꾼’ 같은 정치인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전북의 미래를 팔아 자기 이름만 남기려는 정치에는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누가 진짜 전북을 위해 뛰는 사람인지, 누가 사리사욕 욕심만 채우려 하는지, 이제는 우리 스스로 가려내야 합니다. 이래야 전북의 꿈도 실현할 수 있고, 전북도민들의 삶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북회복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 바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늘 전북도민·전주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2 18:12

[타향에서] 품격은 시간으로 쌓이지 않는다

얼마 전 평소 온화하고 신중하던 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찾아왔다. 조심스레 이유를 묻자 한숨 섞인 답이 돌아왔다. “오랜 세월 존경하던 선배에게 실망했습니다.” 그는 오랜 인연의 선배가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기꺼이 도왔다고 했다. 당시 선배는 간곡히 부탁했고,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선배는 일이 잘 풀리자 태도를 바꿨다. 감사는커녕 도움받은 일조차 잊은 듯 행동했다. 지인의 표정엔 분노보다 허탈함이 짙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현명해지고 성숙해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흘러가지만, 그 시간이 모두에게 지혜를 남기진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세월 속에서 배은망덕(背恩忘德)을 합리화하고 자기 이익만 좇는다.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한마디로 신의를 덮고 관계를 계산으로 바꿔버린다. 오래전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나이 먹는다고 다 현명해지는 건 아니야.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지.” 그땐 과장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또렷하다. 우리 사회는 연륜을 존중한다. 나이가 곧 경험이고, 경험이 곧 지혜라 여긴다.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연장자를 공경하는 미풍양속이 뿌리 깊다. 하지만 경험이 반드시 지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남기지만, 마음에는 반드시 깊이를 새기지 않는다. 품격은 시간으로 쌓이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진정한 성숙은 나이를 먹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럽지 않게 사는 일이다. 은혜를 잊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태도. 그 단단한 마음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 누군가는 30년을 살아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누군가는 30년을 살며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차이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화했느냐에 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원로라 불리는 이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사례를 본다. 지위를 이용한 갑질, 후배에 대한 무례, 공과 사의 혼동. 나이와 경력은 높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어른들이다. 세월은 그들에게 권위를 주었지만 품격은 주지 않았다. 그들은 나이를 방패 삼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지만, 주변은 이미 그 허상을 꿰뚫어 본다. 반대로 젊은 나이에도 깊은 품격을 지닌 이들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작은 은혜도 잊지 않으며, 자신보다 약한 이를 배려하는 사람들. 이들에게선 나이를 뛰어넘는 무게가 느껴진다. 그들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로 존중받는다. 결국 중요한 건 살아온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웠느냐다. 매일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하며, 타인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그가 진짜 어른이다.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성숙은 의식적인 선택이다. 세월불대인(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무심한 시간 속에서도 진심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 남을 탓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닦는 일. 그것이 품격의 시작이다. 지인과 헤어지며 생각했다. 겉의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곧고 따뜻하게 지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떠올릴 때, 나이가 아니라 사람됨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세월이 깊다고 마음까지 깊은 건 아니지만, 마음을 곧게 지키는 사람은 어느 나이에도 존경받을 것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2 18:11

[기고] 전북교육청 승진제도, ‘투명성’으로 ‘동기 부여’ 완성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일 잘하는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며 성과 중심의 승진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정작 핵심적인 선발 과정이 ‘깜깜이’에 가려져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는 격무를 기피하는 공직풍토를 개선하고, 묵묵히 성과를 내는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는 매우 긍정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 방향이다. 교육청은 승진 예정 인원의 80%는 기존의 역량평가 등을 활용하고, 나머지 20%는 ‘업무능력 우수자’를 발탁하는 투트랙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업무능력 우수자’ 선발 제도가 시행 3년 차를 지났음에도, 핵심적인 선발 결과가 ‘비공개’라는 장막 뒤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에서조차 누가, 왜, 어떤 실적으로 ‘업무 우수자’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한 ‘깜깜이 인사’는 교육청이 내세운 ‘조직 몰입과 동기 부여 강화’라는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제도의 취지는 성과를 낸 소수에게 보상을 주어 다수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과정을 알 수 없는 다수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 대신 불신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혹시 정실 인사가 아닌가’라는 불필요한 의혹과 갈등만 확산시킬 뿐이다. 이는 ‘성과 중심’의 제도를 ‘과정 불신’의 제도로 전락시키는 심각한 모순이다. 물론 인사부서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소지를 우려해 명단 공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 당연한 책무일 수 있다. 공무원의 평가 결과는 민감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전면 공개가 아닌 제한적 공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교육청에 명단을 일반 도민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내부 구성원에게, 내부 행정 전산망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는 법적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이다. 판례가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근평 점수나 순위 같은 ‘세부 평가 내용’이지, ‘업무 우수자’로 선발되었다는 ‘선발 트랙’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업무능력 우수자’라는 명칭은 개인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아닌, 조직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공적인 명예’다. 교육청 스스로가 공인한 인재를 ‘사적 영역’이라며 숨기는 것은 그 명예의 권위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다.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비공개 원칙은 당당하게 실력으로 선발된 우수자들의 명예마저 훼손하고 있다. 투명하게 명단을 공개하는 것만이 그들이 정당한 ‘실적’으로 인정받았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하고, 억울한 의혹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전북교육청은 이미 ‘성과 중심’이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투명성’이라는 마지막 한 조각을 더해 정책을 완성해야 한다. 내년 1월경 발표될 ‘2026 인사행정 운영계획’에는 ‘업무능력 우수자’ 명단을 내부망에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반드시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 ‘동기 부여’라는 목적은 ‘공정한 과정’이라는 신뢰의 토양 위에서만 꽃필 수 있다. 이제 전북교육청이 그 토양을 단단히 다져야 할 때이다. / 김형기 (전북교육행정발전포럼 상임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2 18:11

[사설]새만금 글로벌청소년센터, 활용 방안 없나

새만금 잼버리의 아픈 상처가 가시지 않고 있다. 국비와 도비 450억 원을 투입해 지은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가 잼버리대회 기간 중 완공되지 못해 애를 먹이더니 이제 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비 등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청소년센터를 관광레저 또는 청소년 관련 시설로 활용할 방안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새만금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는 당초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1지구에 건축면적 3516㎡ 지상 3층, 전체면적 8525㎡ 규모로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인 2023년 6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완공이 1년 늦어져 지난해 6월 준공됐으며 시설은 숙박동과 강의동, 체육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시설은 대회 기간 중, 운영본부와 잼버리 종합병원 등으로 활용되고 그 이후에는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키로 했다. 특히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케이팝 축제나 전시 공연 등 청소년의 각종 체험학습은 물론 가족 단위 체험이 가능한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새만금을 문화 관광 중심지로 이끄는 선도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사업 시행자인 전북자치도는 잼버리 유치 당시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시설 운영을 맡기기로 했으나, 연맹이 매년 20억~30억 원의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도의회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었고 도교육청과 협력해 국제교육원 전환을 추진했지만 이를 추진하던 서거석 교육감이 중도에 낙마하면서 흐지부지된 상태다. 현재 도교육청은 국제교육원 전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설은 서 교육감이 지적했듯 센터의 지리적 위치, 건축물의 원래 용도가 국제교육원 용도와 다른 점, 주변 인프라 부족, 교통상의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제약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되,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를 성공적인 신화로 탈바꿈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가령 청소년 치유나 힐링 공간으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안에 건립된 만큼 관광레저와 관련된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 지역의 위상을 높이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1 18:22

[사설] 운전자 폭행 엄벌하되 근본적 해법 찾아야

최근 술에 취한 승객이 버스 운전자를 폭행해 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인천 계양구 효성동 한 도로 위 버스에서 기사를 폭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버스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하차를 요구했는데 기사가 이를 거부하자 폭행했다는 거다. 술 마시고 실수한 거라고 여길 수 있겠으나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북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택시 기사 등 운전자 폭행이 이젠 위험수위에 달해 강력한 법적인 제재와 더불어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2022~2024년)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운전자 폭행)로 무려 260명이 검거됐다. 2022년에는 86명이 검거됐으며, 2023년에는 104명, 지난해에는 70명이 검거되는 등 꾸준히 운전자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시군에서 택시 기사 보호벽 설치 지원사업이 도입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흐지부지됐다. 버스는 지난 2006년 격벽 설치가 의무화됐다. 도내 개인택시 기사들 중 안전 스크린 설치가 필요하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거다. 지난 1990년대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기사 보호를 위한 스크린이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택시 강도나 폭행 사건 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버스가 됐든 택시가 됐든 운전중 기사를 폭행하는 것은 생각지도 않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선은 운전자 폭행을 했을때 강력한 형사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택시 안에서 택시 운전기사를 폭행한 승객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처럼 미지근한 처벌로는 안된다.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만 제2, 제3의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젠 안전 스크린 설치 문제도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때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선진 시민의식이다. 순간의 실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위험을 자초하는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이다. 전 지구촌에서 최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있는 대한민국에서 운전자 폭행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1 18:21

[오목대] 말이 사라진 정치와 상복 퍼포먼스

국회에 또 상복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로텐더홀 계단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첫 새해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상복 차림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5개월이지만, 야당의 상복 시위는 처음이 아니다. 정기국회 개원식이 열린 지난 9월 1일에도 국민의힘은 검은 상복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앉았다. 여당의 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개정안 추진과 입법 독주를 반대하는 항의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정기국회가 열리는 첫날, ‘죽은 국회’를 상징하는 야당 의원들의 퍼포먼스는 한국 정치의 품격을 다시 땅에 떨어뜨렸다. 정치 무대에 상복이 등장한 것은 오래 전이다. 상복은 ‘상중에 있는 상제나 복인이 입는 예복’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상복은 단순한 애도의 옷이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 현대사 속 상복은 시대의 비극을 증언하고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민주주의의 부활을 호소하는 상징이었다. 1960년대, 4·19 거리에서 학생들은 상복을 입고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1970~80년대, 유신체제와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는 재판정과 거리로 옮겨졌다. 1974년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은 재심을 요구하며 상복을 입고 국가폭력에 저항했으며, 1980년 5.18의 거리에서도 시민들은 상복을 입고 광주의 진실을 외쳤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도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죽은 민주주의를 살리자’며 상복을 입었다. 그때, 도덕과 정의를 상징했던 상복은 곧 말보다 더 깊은 진실의 힘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상복은 국회로 들어왔다. 정치적 대화의 공간이 실종되고, 말보다 퍼포먼스가 앞서는 현실에서 상복은 또 다른 의미였다. IMF 위기 이후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부’를 향해 ‘경제가 죽었다’며 상복을 입었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상복을 입고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했다. 정치적 언어가 된 상복은 이제 약자의 것도, 부당함에 맞서는 도덕의 언어도 아니었다. 로마의 정치인이었던 키케로는 “정치가에게 말은 무기이며, 설득은 통치의 기술”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정치가 말이 아닌 상징으로 대신하면, 민주주의는 소통의 힘을 잃는다. 말이 사라진 자리, 안타깝게도 오늘의 정치는 토론을 잃고 책임 없는 퍼포먼스만 남았다. 지난 9월에 이어 11월 다시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한 상복은 정치의 위기를 드러낸다. 혼란과 분열의 상징 언어가 된 상복이 도덕적 힘을 회복하고, 정치의 품격과 신뢰도 되살아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1.11 18:21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