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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대기업 RE100 실현, 새만금이 적지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 약속인 ‘RE100’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다.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RE100 캠페인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참여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오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수력·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산업환경과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비용 등으로 인해 RE100 실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삼성과 SK 등 국내 대표 반도체 대기업에 새만금 투자를 촉구하며, 새만금을 세계 최초 ‘RE100 반도체 허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만금 투자가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직접적으로 새만금 투자를 촉구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50년 달성을 목표로 지난 2022년과 2020년 각각 RE100에 가입했다. 실제 새만금은 기업의 RE100 실현에 최적지다. 도의회의 설명처럼 새만금은 태양광 3GW, 해상풍력 4GW 등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고, 향후 수소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와의 결합으로 RE100 달성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전북 공약으로 내놓았다.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입주기업의 RE100 달성을 지원하는 신개념 산업단지인 RE100 국가산단을 새만금에 조성하겠다는 약속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달 초 새만금 현장을 방문해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균형발전과 탄소중립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새만금에 RE100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여기에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투자한다면 이 같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21세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 그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해당 기업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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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19 07:14

[사설] 시군마다 다른 보훈수당 바로잡아야

국가보훈부는 새 정부 국정과제로 ‘나라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 실현’ 및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훈 체계 구축’ 2가지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 보훈정책은 특히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에 부합하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국가유공자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고, 국민통합을 견인하며, 국민 눈높이와 국격에 걸맞은 보훈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거다. 나라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 실현을 위해 합리적 보훈보상체계를 재정립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퍽 다행이다. 자치단체간 참전수당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이행 강화 방안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키로 한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을 함께 기억함으로써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보훈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임시회에서 전북도의회 윤정훈 의원(무주)은 “같은 전북 땅에서 살아가는 국가유공자임에도 거주 지역에 따라 예우 수준이 다른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며 통일성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닌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시군의 형편에 따라 좌우된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얼마되지 않지만 보훈수당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희생을 존중하는 사회적 보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지역별로 지원액과 대상 범위가 제각각 달라 형평성이 무시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일선 시군에서는 참전유공자에게 월 8만 원부터 11만 원의 범위에서 보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매달 11만 원을 지급하고 있으나 다른 곳에서는 8만~9만 원에 그치고 있다. 지급 대상도 어떤 지역은 독립유공자 유족까지 포함하는 반면, 다른른 곳에서는 참전유공자 본인만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해법은 전북도 차원의 ‘보훈수당 최소 지급 기준’ 을 마련해서 보훈대상자 범위와 지급 조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게 급선무다. 자립도가 떨어지는 시군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전장치를 마련해서 앞으로는 시군마다 다른 보훈수당이 지급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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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19 07:14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③골목에 안부를 묻기

문구점을 열고나니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찾아왔다. 골목을 지나다 우연히 들어오는 사람들, 먼저 방문했던 사람들의 소개로 찾아오는 사람들, 근처 식당이나 카페, 서점에 왔다가 들러주는 사람들. 열평 남짓한 작은 곳,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면 금세 다 둘러볼 작은 상점이다.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문구점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시간을 들여 머무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이 공간이 잠시 들르는 곳일지라도, 한 장면쯤은 마음에 남기고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상점이 아니라 골목의 풍경 안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곳. 생각 끝에 우리는 ‘띠부띠부 씰’을 만들었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손님들에게 증정하는 서비스 스티커였지만, 단순한 홍보물은 아니었다. 이 씰에 담긴 건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고물자 골목에는 작고 조용한 생명들이 함께 산다. 올해로 아홉 살이 된 코리안 숏 헤어 고양이 ‘호랑이’는 맞은편 바느질 공방에 살지만, 일정 시간이 되면 순찰하듯 골목을 거닌다. ‘호랑아’하고 부르면 무심하게 뒤를 돌아보고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골목 끝 강정 맛집 ‘오성제과’에서는 호시탐탐 콩고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비둘기들이 있다. 특히 명절 시즌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더 많은 동료들을 데리고 오는데, 사람도 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을 ‘오구구’라 이름 붙였다. 또 오성제과 맞은편 집에는 ‘팡이’가 산다. 오렌지 족 강아지라고 별명을 붙인 ‘팡이’는 두 귀가 늘 밝은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고 골목 주변을 혼자 배회한다. 작은 덩치에 맞지 않게 지나가는 모든 존재들에게 시비를 걸고,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르면 심기가 불편한지 더 격하게 짖는다(자기 딴의 반가운 인사일지도…?). 손님들은 이 스티커들을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처음엔 단순히 ‘귀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사장님, 저 오는 길에 오구구 봤어요!” “우리가 아까 만난 강아지가 팡이인가봐!” “오늘은 호랑이가 안 보이네요” 스티커에 담긴 캐릭터들이 실제 골목에서 발견되고 마주치게 되면서. 골목과 문구점, 손님 사이에 작은 연결이 생긴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포인트는 ‘오구구’이다. 사실 ‘오구구’는 그냥 가게 앞을 서성이는 비둘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고, 표정을 만들고, 캐릭터로 그려낸 순간 그 존재는 개별적인 기억이 된다. 스쳐 지나가던 골목이,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작은 연결이 너무 재미있고 소중했다. 단지 소비와 판매를 넘어, 이 골목의 정서를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일. 우리가 전주의 일상 자원을 활용해 문구와 소품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젠가 골목을 지나던 누군가가 스티커 속 ‘오구구’를 떠올리거나, 오렌지색으로 귀를 물들인 다른 강아지를 보며 ‘팡이’를 떠올리거나,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를 보고 스티커를 다시 꺼내볼지도 모른다. 그러한 일화를 떠올리며 자연스레 골목을 찾거나 문구점에 방문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문을 열며 생각한다. 누군가 이 골목의 안부를 묻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김채람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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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8 18:23

[금요수필] 걷고싶다

인류는 질병과 공존해 왔다. 바이러스는 소멸과 변종을 반복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지구촌을 극도의 비상사태에 빠뜨렸고, 생활의 전반이 통제되었다. 전면적인 역병의 대유행에, 대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이제는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올여름 무더위는 유별났다. 절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굴러간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고들고들한 '선들바람에 생의 의욕이 샘솟는다. 수확을 미룬 논에는 팬 벼 이삭이 눌눌하고, 대추나무는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풍년이다. 내 것이 아니어도 사방으로 넉넉한 들 풍경이다. 동생처럼 예뻐해 주는 선생님의 작품 전시회! 언제나 소녀처럼 해사 한 얼굴로 다정하게 곁을 내주는 이 작가의 작품에 유난히 붉은빛이 많이 보인다. 태양을 가슴에 담고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는 모습과 일관성이 있어 보였다. 전시회장의 부드러운 조명 아래 전해오는 작가의 숨결,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뜨거운 마음을 읽는다. 도회적이고 저항적인 전율이 느껴지는 유화가 인상적이다. 황토색 '토우'는 친밀감을 더한다. 섬세한 표정과 움직일 듯 적나라한 동작에 손잡아 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수채화 '가을이 오는 소리'는 화폭 가득 가을이 풍성하게 들앉았다. 수채화가 주는 담백한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작가들은 언제나 느껍게 작업을 할까? 만족한 작업을 하면, 그의 혼이 녹아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감동할 것이다. 작가들은 제각각 의 빛깔과 모양과 품성으로 작품이라는 그릇을 통해 의미를 발산한다. 행복과 슬픔을 채색하고 고통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자기의 작품 이 결국은 그를 고뇌에서 구제해 더 높은 경지로 승화시키리라. 가을 정취가 유유하다. 일상을 쪼개 다른 이의 예술 세계를 엿보는 것도 창작하는 이의 모습일 테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지부진한 자신의 열의를 일깨워 보는 것도 좋으리라. 신록만 아름다운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 알록달록한 가을이다. 주고 되돌려 받지 않는 나무의 일방적 사랑, 사방이 온통 빨강과 노랑의 계절이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기억들. 석조전의 가을 전시회, 계절이 충만한 국립중앙박물관 뜰의 구석구석, 행위예술과 거리 음악회가 끊이지 않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즐비하던 소극장들, 경복궁 앞길로 즐겨 오가던 정독도서관, 우후죽순처럼 뻗어 오른 대형 건물들 사이에서도 꽃가게의 꽃들은 다채롭고 생생했다. 이 가을이 행복하다. 열정 가득한 예술가의 붉은 가슴을, 작업 이면에 흐르는 땀과 수고를, 고뇌하고 성취하는 아름다운 손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며 아직도 감동하는 고운 정서를 간직하고 있구나 싶다. 바람 부는 거리, 샛노란 은행잎이 꽃비처럼 내리는 축복을 머리에 어깨에도 받고 싶다. 이 거리를 훌훌훌 걷고 또 걷고 싶다. 작품 소개를 찾아 런던 시내를 자꾸만 걸었다는 찰스 디킨스처럼 걷고 싶다. △ 이해숙 수필가는 '수필시대'로 등단 했다. 행촌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전북문협, 영호남수필 전북수필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수필집 <진달래 꽃술이 있다>를 출간했다. 시흥문학상과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전북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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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8 18:19

[금요칼럼]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5극 3특' 성공의 초석

국민주권시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에서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밑그림으로 제시한 것이 '5극 3특'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고있는 시점에서 지방자치와 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은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즉, 5극(수도권, 충청권, 대경권, 동남권, 호남권의 초광역특별자치단체)과 3특(제주, 강원, 전북의 특별자치도)의 신 균형상장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추진됐던 '5+2 광역경제권', '56개 지역행복생활권', '4+3 광역특화발전' 전략들과 어떻게 다른지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보여줌으로써 이해와 공감을 받아야 한다. 또한, 초광역권으로 포함될 지자체들이 초광역 정책과 사업들을 어떻게 상생, 협력적으로 추진할지, 그래서 주민들의 체감적인 성과를 어떻게 낼 것인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을 마련하느냐가 그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지자체 각각의 자립역량과 초광역내 지자체 간 협상력이 지역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0년의 지방자치 성과를 결산해 보면, 우선 주민이 지역주인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한 점, 그리고 지방정국의 안정을 통해 중앙정국의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시키는 가운데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점이 대표적인 성과다. 지방자치의 틀이 정립됐기 때문에 국민주권론과 정치발전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 밖에도 지방이 주도하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지역발전이 가능해지고, 주민참여가 확대돼 주민중심의 행정이 되어가는 점도 큰 수확이다. 반면에, 지방자치가 성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획일적인 자치제도, 미흡한 자치권과 자치역량, 주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은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다. 특히, 지자체간 협력을 하지 못해 나타난 지방경쟁력 저하와 함께 중복행정으로 인한 낭비와 비효율은 심각하다.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광역과 기초단위로 나뉜 2층제 구조다. 그런데 우리의 광역단위는 인구 면에서 그 규모가 지극히 적은 편이다. 광역지자체의 평균인구는 약 300만 명에 불과하고 그것도 수도권을 빼면 170만 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글로벌한 지역경쟁력을 갖추기가 불가능하다. 외국은 이미 1000만 명 내지 1억 명 규모의 메가시티와 광역연합 등 초광역권을 구축해서 지자체 간 연대와 협력으로 경제, 교통, 환경, 복지, 고용, 재해·재난 문제 등을 공동으로 해결해 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작고 인위적인 행정단위 속에서 지자체마다 각기 폐쇄적인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 오다 보니 돈은 많이 들지만, 주민들의 실생활과 일치하지 않은 지방자치를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중앙주도의 하향적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방식은 이제 주민중심의 상향적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지역균형성장은 더 이상 중앙정부 중심, 지방 줄세우기, 하드웨어 중심, 그리고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없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전제다. 따라서, '5극 3특'의 국가균형성장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이 주도하되 중앙은 총괄·조정·지원·평가 중심의 상호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관 주도가 아닌 민·관 협력 내지 민간 주도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셋째, 지자체 간 '선 협력, 후 통합'의 원칙 하에 다양한 연대와 협력의 접근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균형성장의 기여도가 큰 사업 내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부터 우선 선정·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민주권시대의 개막은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기반조성이 그 성공의 초석이 될 것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5극 3특'을 핵심으로 한 국가균형성장이 반드시 정착할 수 있도록 주민중심, 지방주도, 현장중시의 후속 정책연구와 구체적 대안 제시에 주력할 계획이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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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8 18:16

[오목대] 반려동물의 노후

지난 여름, 무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산책에 나섰다 미니 선풍기를 단 개모차를 보았다. 주인은 땀을 흘리면서 개모차를 밀고 있는데 앉아있는 반려견은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노후 반려견을 위한 배려였다. 반려동물도 나이 들면 걷지 못하거나 걷는 것을 힘들어 한다. 이때 전용 유모차가 유용하다. 보다 수월하게 산책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가 지난 6월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우리나라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7%, 반려인은 1546만명으로 29.9%에 이른다.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또 반려동물은 반려견 546만 마리, 반려묘 217만 마리로 집계됐으며 금붕어, 토끼, 거북이, 파충류 등 다양한 종이 있다. 이들 중 10세 이상의 노령견을 양육하는 가구도 20%를 넘었다. 반려동물은 노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행복을 주고 우울증을 덜어주는 등 자식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키우는데 경제적인 비용과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 사람과 똑같이 생로병사 과정을 겪기에 건강관리와 작별까지 감안해야 한다. 건강할 때는 재롱과 친근감으로 기쁨을 주지만 노후에는 신경써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70대 자식이 90대 부모를 돌보듯 노인이 노후 반려동물을 돌보는 ‘노(老)-노(老) 케어’가 흔하다. 그럼 반려동물의 노후 대비는? 개와 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15년이며 생애 주기상 8-10살이 넘어가면 고령으로 분류한다.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건강이다. 일본의 경우(2022년 가전업체 파나소닉 조사) 노후 반려견은 모질(毛質), 즉 털의 상태가 나빠진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한다. 털의 양이 줄고 윤기가 없고 가늘어진다는 것이다. 또 배설 트러블도 문제다. 정해진 장소에서 배설을 하지 않거나 배설 빈도가 늘고 집 곳곳에 소변을 뿌리기도 한다. 반려묘는 식사 구토가 심해진다. 사람이 나이 들면 ‘노인 냄새(加齡臭)’가 나는 것처럼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개나 고양이 모두 노화하면서 악취기 심해진다. 이와 함께 치주질환, 비만, 만성귓병과 피부알러지, 백내장, 방광염과 결석, 퇴행성 관절염, 만성췌장염, 치매 등도 뒤따른다. 이를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권한다. 또한 반려동물과의 이별도 대비해야 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매장은 허용되지 않고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배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장묘업체를 통해 장례를 치러야 한다.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펫로스 pet loss)도 오래 가는 경우가 많아 극복 과제 중 하나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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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9.18 16:54

[사설] 갈팡질팡 전북 정치권, 현안해결 능력 보이길

지난 9월 11일 새만금 국제공항건설 사업이 법원의 판결로 발목이 잡히면서 전북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현안 해결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모두 희망이 있다고 말했던 전북의 주요 숙원 사업들이 제대로 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도민들은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 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한다"는 이번 판결을 접하며 반성 없이 자신의 능력만 과신하던 전북 정치인들의 ‘자화자찬 정치’에 냉소와 환멸을 보내고 있다. 대표적인 새만금 사업은 34년전에 시작했는데 매립률은 49.2%(2025년 6월 기준)로 절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새만금은 25년 후에야 완성될 예정이지만 향후 전면 해수유통 등 환경적 논란도 걱정이다. 비슷한 시기인 1990년도에 간척을 시작해 상전벽해의 기적을 이룬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지구, 인천 송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의 변화 모습을 보면 새만금의 사업 실적은 참담할 정도다. 또 전북의 유일한 국가관리무역항인 군산항은 물동량 처리, 국제 항로 운영에 있어선 다른 지역 무역항과 비교하는 게 민망한 수준이다. 1990년 금강하구둑 완공 이후 심각한 토사 매몰 문제가 군산항 발전의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의 대안이었던 군산형일자리는 2019년 출발을 알렸으나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예산만 낭비됐다. 비슷한 시기 폐쇄해 일부 사업을 재개한 군산조선소의 완전 재가동도 요원한 상황이다. 남원 공공의대도 마찬가지다. 2018년 정부 주도로 계획된 공공의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초거대 정부여당이 됐음에도 통과되지 못한 채 희망 고문만 반복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초 사업비가 400억 원 증액된 노을대교는 공사비가 4200억으로 늘면서 지난 25년간 표류했던 사업이 시작되리라 기대됐으나 이번 공고도 무응찰, 유찰로 끝났다. 이같은 상황들은 전북 정치권과 지자체의 사전준비 능력에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들이다. 다시 한번 관련 전문가 연구소 등과 끊임없이 방안들을 모색하고 힘을 합쳐 해결하는 전북 정치권의 모습을 요구한다. 내년 지선에서 지역 유권자의 따가운 심판을 받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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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17 18:15

[사설] 국정과제 명시 안된 ‘전주올림픽’, 지원 방안을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가 ‘2036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촌 대축제인 올림픽이 교통 인프라 구축, 관광객 유치,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북 도약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올림픽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지구촌 최대 이벤트다. 유치 경쟁에 당연히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게다가 지방도시 연대 모델을 내세운 전주올림픽은 지역 불균형 해소와 지방소멸 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주목받는다.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물린다. 2036년 올림픽 유치전은 일개 지방도시의 몸부림이 아니다.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이다. 온 국민이 함께 해야 한다. 지구촌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전주는 곧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16일 확정한 123개 국정과제에 전주올림픽 유치는 명시되지 않았다. 106번째 과제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의 주요 내용에 ‘국제대회 참가·유치·개최 지원’이라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만 겨우 한 줄 담겼다. 물론 이를 전주올림픽 유치 지원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있다. 또 ‘국정과제에는 가급적 지역명을 언급하지 않으려는 정부 방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정부가 국정과제와 함께 564개 실천과제를 정한 만큼 올림픽 유치가 공개되지 않은 이 실천과제에 포함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색하다. 이해할 수 없다. 전주올림픽은 전주·전북의 행사가 아니다. 온 국민이 함께 성원하고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국가행사다. 정부와 기업·단체 등 민간이 함께 나서 총력전을 펼쳐도 유치를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 서울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을 때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정부는 2036년 전주올림픽 유치에 대한 국가적 의지를 재차 천명하고, 구체적인 올림픽 유치 지원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6일 전북도청서 열린 민주당과 전북자치도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2036년 전주올림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민주당에서도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전북도민을 향한 의례적인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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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7 18:14

[오목대] 개발과 보존 한복판에 선 전북

며칠전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이겠으나 전북에 국한할때 경천동지할만한 판결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새만금국제공항건설 사업이 법원의 기본계획 취소 판결로 중단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기본계획 취소 판결에 이어, 환경단체가 기본계획 집행정지 가처분까지 신청하면서 만일 소송전이 길어질 경우 최소 3년이상 지체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일시적 중단이 아닌 무산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됐다. 2036 올림픽 유치나 RE100 산단 등 대도약을 향한 걸음마를 떼던 전북으로선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전북도의 1심 패소 사유는 여러가지가 꼽히는데 그중 조류와의 충돌 우려가 크다는 지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급기야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돌고돌아 김제공항 카드’까지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이쯤되면 20여년 전 김제공항 데자뷔가 떠오른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 이후 김제공항은 급발진을 했으나 공덕, 백산 주변 일부 주민들의 반대, 인접한 벽성대나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부지 매입과 건설사 선정까지 이뤄졌으나 결국 감사원 감사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일 그때 뚝심있게 밀어부쳐 완공됐더라면 김제공항은 오늘날 새만금의 발전을 견인하는 한편, 청주공항보다 더 활성화 됐을 수도 있기에 아쉬움이 크다. 지역 사정에 밝은 이들은 잘 알겠지만 사실 김제시 용지면 일대에는 ‘비행장’으로 일컬어지는 곳이 있다. 일제시대 비행장 건립을 위해 용지 일대에 50만평 이상이 평지를 확보했다고 한다. 일제의 패망으로 비행장 건립은 무산됐으나 지금도 그 일대는 비행장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전북은 항상 개발과 보존논쟁의 한 복판에 서곤했다. 이번 새만금공항 중단의 결정적 배경도 사실 일부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반대가 자리잡고 있다. 앞서 새만금사업의 중단 배경도 사실은 개발과 보존 논쟁의 한 중심에 전북이 끼면서 결국 유탄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삼보일배로 상징되는 반대 운동은 너무나 생생하다. 부안 방폐장 유치 실패도 사실은 개발과 보존 논쟁의 와중에 정작 전북 도민들은 뒷전으로 밀린 상태에서 전국적인 운동가들이 반대활동을 벌인 때문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논리를 들이댄다면 세계문화유산을 여러개 가진 유서깊은 고도 경주에 방폐장이 들어설 이유는 찾기 힘들다. 사실 “개발이 좋은가, 보존이 옳은가” 하는 논쟁은 훗날 어느게 바른 판단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발과 보존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그 중심엔 항상 동네북 신세인 전북이 있고, 결과적으로 개발이 아닌 보존 논리가 이긴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문제는 가덕도 신공항을 비롯, 대구경북 신공항, 서산공항 등 전국적으로 총 8개 신공항 사업이 추진중인데 하필이면 새만금공항만 동네북신세가 돼 맨 먼저 매를 맞고 있다는 거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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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7 18:14

[의정단상] 손기정 선생의 금메달과 ‘2036 전주올림픽’

K-컬쳐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꾸준하게 축적돼 온 우리 문화의 저력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매력적인 콘텐츠의 등장과 함께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중앙박물관도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 연말까지 관람객 수가 6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하는데, 그 기록이 달성되면 관람객 수 기준으로 세계 4위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흔히 ‘국중박’으로 줄여 부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대박’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해서 뜻깊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故손기정 선생을 기념하는 특별전 얘기다. 두 발로 천하를 제패하며 월계관을 썼어도 나라 잃은 설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던 손기정 선생의 삶이 18점 전시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상대에 올랐을 때 품에 안은 나무로 가슴팍의 일장기를 가리려고 애쓰던 손 선생의 침통한 표정은 도저히 잊기가 어렵다. 손기정기념관에 세워진 손기정 선생의 동상에는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새겨져 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서 손 선생의 정보를 찾으려면 ‘키테이 손’이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검색해야 한다. 국적도 여전히 일본으로 표기돼 있다. 우리로서는 애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인데, 당사자인 손 선생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싶다. 일장기를 손으로 잡아 뜯고 싶었다던 손기정 선생의 한은 언제쯤 풀릴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국민이 2036 전주하계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특히 각별하다. 손기정 선생이 금메달을 딴 날로부터 꼭 100년이 되는 해의 올림픽이 이 땅에서 열리는 것만큼 위대하고 감동적인 서사가 또 있을까.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는 도시가 전주인 것도 특별하다. 어떤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우리 문화와 정신을 지켜온 전주는,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를 향해 평화와 민주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장이 될 것이다. 2036 전주올림픽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만큼 올림픽 개최의 실현가능성도 빠르게 높여가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매우 의욕적으로 유치 준비에 나섰고, 대한체육회도 전주를 국내후보도시로 선정하는 등 적극 호응을 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하지만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사전타당성조사부터 마치고 각종 신청과 보고, 심의와 승인을 거쳐서 2027년께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려면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최고위원이기에 이 사안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다. 정부부처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상황을 점검하며 차근차근 챙겨나가는 중이다. 당 차원에서도 움직이고 있는데, 지난 16일 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가 전주에서 첫 회의를 열고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날아온 손님을 전북이 융숭하게 맞이할 준비도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한다. 공항, 철도, 숙박과 같은 필수적인 인프라 확충방안을 빠르게 검토하고 실현할 필요가 있다. 할 일이 많을수록 지자체와 정부, 국회, 국민이 의지를 크게 모아야 한다. 전주시민을 비롯한 전북도민들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주신 데에 지면을 빌려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도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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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7 18:14

[타향에서] 경청(傾聽)으로 모두가 평안한 한가위를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리서치는 추석을 앞두고 국민들의 행동과 생각을 매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2024년 8월 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9%는 추석에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난다. 추석의 의미를 묻자 50%가 ‘가족·친지와의 화합’을 꼽아 1위를 차지했고, 36%는 ‘휴식과 재충전’을 선택하여 2위에 올랐다. 추석은 여전히 일가와 친척이 모여 공동체의 온기를 느끼면서, 살아갈 힘을 또 다시 얻는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해 보니, 추석을 가족과 정을 나누는 명절로 여기는 ‘가족 중심 전통주의자’가 23%, 가족은 물론 지인과의 관계를 다지는 ‘인간관계 중시자’는 13%를 차지했다. 합이 36%이다. 그리고, 휴식과 재충전에 무게를 두는 ‘휴식 추구자’는 32%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그런데, 명절을 경제적·정신적 부담으로 느끼는 ‘명절 부담자’도 16%에 이르렀다. 5천1백만 인구의 16%면 816만명이다. 적지 않은 사람이다. 정신적 부담에 명절 대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흔히 명절을 ‘민심의 변곡점’이라 말한다. 가족 친지가 모이면 정치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갈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정치보다는 생활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즐기려 한다. 정치나 정치인에 대한 대화는 으레 얼굴을 붉히거나 감정의 골이 패이기 십상이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는 가족의 안부와 일상사를 나누며 서로의 정(情)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그렇지만, 애정을 앞세운 말이 부지불식 간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나의 생각과 마음에 갇혀 마주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는 일방적 대화는 부담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경청(傾聽)’이다. 경청은 귀뿐만 아니라 몸까지 기울여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경청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개시개비(皆是皆非)’의 정신이 필요하다. ‘개시(皆是)’는 모두가 옳다는 의미이다. 자신보다 이야기 상대에 방점이 있다. 누구의 어떤 이야기에도 진실이 있음을 믿고 존중한다는 자세이다. 장님 한 사람이 코끼리를 만진 후의 표현은 기둥, 벽, 동아줄, 부채 등으로 불완전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코끼리 형상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이치와 맞닿아 있다. 이와 달리 ‘개비(皆非)’는 모두가 그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상대보다는 나에 대해 저어하는 마음이다. 나의 생각과 주장에 잘못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향해 나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과학적 절차를 거쳐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생각을 확인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도 늘 오차를 전제하듯, 제한되고 제한된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라는 경고이다. 개시와 개비 두 마음이 함께할 때 비로소 귀와 몸이 온전히 상대방을 향할 수 있다. 경청은 소극적으로 듣는 행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중과 자신에 대한 겸허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소통 행위이다. 그러기에 경청은 가족과 이웃, 더 넓게는 사회의 화합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다. 다가오는 추석, 가족과 친지의 목소리에 귀와 몸을 기울이면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 안에 담긴 진실을 발견하고자 노력해 보자. 나의 욕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잠시 유보해 보자. 그러면 함께하는 가족과 친지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내가 평안해짐으로써 모두가 풍성한 한가위가 될 수 있으리라.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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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7 18:13

[기고] 그린 뉴딜, 인공지능 G3 진입 과제

한국은 올해도 사상 초유의 열사병과 폭우 피해가 컸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남극 빙하가 연간 1.1㎞씩 줄면 해수면이 1m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빙하 감소는 중력 이상에 지구판 뒤틀림을 몰고 오고 혹한 혹서 폭우 폭풍 대지진 등 재앙을 초래한다. 물과 식량부족으로 하루 아사자가 1만 9700명, 4초에 한명씩 사망하고 있다. 또 870만 종의 생물 중 15분마다 1종씩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발표(2025.4.13.)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는 709만 4447명으로 인류 초유의 대재앙으로 기록되었다. 자연 파괴로 동물들 먹이활동이 인간 생활에 파고들면서 미생물에 인간이 오염된 결과다. 세계 165개국이 교토의정서(1997년)와 탄소제로(2050년)를 선언했고,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올해 7월23일 오염에 미대응하면 손해배상하는 법적 의무를 발표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1992 브라질)은 탄소배출권(ETS)을 주식 채권과 같이 거래를 제도화했다. 그린피스는 기온 2℃ 상승을 막기 위하여 2005년 기준 탄소 배출량의 55%를 절감 하는 운동을 벌였고, 애플 팀쿡은 2030까지 탄소발자국 제로화를 선언했다. 구글·메타·MS 등도 앞장서 2050 탄소 제로화를 수년 앞당길 계획이다. 온난화, 탄소제로 조치는 계속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난망이다. 공식 발표는 안됐지만 2024년 세계 탄소 배출량은 374억 톤으로 사상 최고치가 될 전망이며, 한국은 2024년에 약 6억톤, 세계 10위권으로 추계된다. ‘세일즈포스’ 최근 AI 보고서에 따르면 AI 연구 개발, R&D, 스타트업 등 한국의 AI생태계는 10점 만점에 1.8로 하위(미국 9.3)이다. AI 인프라, 일부 응용 기술, AI 준비 지수는 앞서 있어 AI를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지만 인재와 투자가 뒤져 2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향후 AI의 G3 강국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는 100조 원 투자 공약에 이어 초대 미래 AI 기획수석 및 과기부 장관 임명, AI 전문 산학연 컨소시엄 5개사 선발 및 GPU와 데이터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5개사는 2026년 말까지 중간평가를 거치게 되고 최종 2곳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K-AI, 한국적 최적화된 인공지능(파운데이션, 클라우드, 플레폼), 피치컬 AI를 창출해 내게 된다. 기술경쟁을 통해 생활에 유익한 솔루션 보급에 앞장 서 G3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전북과 경남에 피치컬 AI 실증단지를 지정하고 앞으로 많은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남은 기존 산업에 휴머노이드와 자율모빌리티 모델로 키울 것이라고 한다. 전북은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새 그림에 그린뉴딜을 넣어보자. IT 강국, IOT, 의료 바이오 등 성공한 사업을 우선 K-AI와 결합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SMR 확장, 화석연료 억제 등 생활분야에 피치컬 AI를 특화하는 등 개인 가정부터 RE100을 조기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세계가 놀란 쓰레기 종량제 정착 10년에 8조1,262억원의 수익을 올렸지 않은가. RE100 관련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아이템 군으로 그린뉴딜 K-AI를 꼽는다. 45억년 역사의 지구는 6번째 멸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이 원인이다. “자연은 스스로 자정하며 영구를 추구한다” 인간이 오염시킨 지구를 스스로 자정하는 진리를 ‘그린 뉴딜 K-AI’에서 찾자. 그리하여 지구를 회생시키고 그린 선진국으로 첫발을 내디뎌야 할 때다. 김일호 전북미래발전추진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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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7 18:13

[사설] 임금체불 근절하고 상습체벌자 엄벌하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체불임금이 늘고 있어 큰 일이다.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상습체벌 업체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자체와 금융당국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이 닥친 업체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 등 대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7월 기준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올들어 17만3000여 명의 노동자가 1조3421억원의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의 경우는 4995명에게 507억원을 체불했다. 노동자 1인당 평균 체불액은 1015만원에 이른다. 전북지역 체불액은 경남 755억원에 이어 9개 도지역 중 2번째로 많으며 1인당 체불액은 17개 시도 중 광주 1524억원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원인은 건설업과 제조업 등 경제력이 피폐한데다 불황까지 겹친데 따른 것이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했으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들 임금으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한다. 그런데 이를 떼어먹거나 체불한다면 노동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임금체불은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수고를 빼앗는 가장 큰 민생범죄다. 특히 체불 피해자들은 노인이나 여성, 청소년,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임금체불은 상습적인 경우가 많다. 임금체불 사건은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다. 사업주가 처벌을 받기 전에 밀린 임금을 빠르게 청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사업주가 밀린 임금을 모두 주지 않고 일부만 지급하면서 근로자에게 처벌 불원서를 써달라고 악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올해 1∼7월에 발생한 11만5471건의 임금체불 사건 중 노동자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해 반의사불벌로 종결된 사건이 4만7378건이다. 무려 41.0%에 달한다. 또 하청업체가 원청으로부터 인건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떼어먹는 중간착취도 상당수에 이른다.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해선 상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일시적으로 경영이 악화돼 임금체불을 하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금융부담 경감 같은 정책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빠르고 엄정한 체불 해결로 피해 노동자들이 편안한 추석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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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6 18:50

[사설] 전북 축산악취 근본적인 개선 박차 가해야

전북특별자치도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26년도 축산악취개선사업' 공모에서 총 53억 원을 확보했다. 익산시를 비롯, 남원시, 완주군 등 3개 시군이 이번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축산악취개선사업은 가축분뇨를 적정 처리하고 악취를 줄이는 시설·장비를 지원해 축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 농가에 대해 축산악취 저감 시설·장비, 가축분뇨 처리시설 등을 지원하게 된다.특이한 것은 내년도 사업의 경우 대상 지역 및 농가별 지원 시설 등을 집중 패키지화함으로써 보다 실효적인 악취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에 익산, 완주, 남원 등 도내 3곳이 선정됐으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축산악취 제거는 지속적인 민원이다. 특히 그동안 익산, 김제, 남원 등지의 일부 축산악취 해소 문제는 뚜렷한 해법이 없고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축산악취는 지역주민과 축산인들간에 해묵은 갈등 요인이다. 축산인에게는 생계차원의 문제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근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중요 사안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좀 뜸한듯해도 전북혁신도시 안팎에서는 종종 축산악취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곤 했다. 특히 혁신도시 주민들은 말할것도 없고 국민연금공단이나 농촌진흥청 등 수도권에서 이전해 온 기관들의 불만 요인이 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적으로 51개 시군구가 신청한 결과 각종 심사를 통해 최종 20곳이 선정됐다. 3개 자치단체가 포함된 전북은 전국 총사업비(371억 원)의 14%를 차지했다. 시군별 지원 규모는 익산시 21억 원, 남원시 19억 원, 완주군 13억 원 등 53억원이다. 가축분뇨 처리시설 보강과 악취 저감 장비 도입 등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전남도의 경우 여수시와 순천시는 각각 29억원, 해남군은 23억원, 무안군은 20억원, 나주시는 16억원 등 총 5개 자치단체가 선정됐다. 이번 지원만으로 축산분뇨 처리와 악취 저감, 자원순환 촉진 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으나 지속가능한 축산환경 조성을 위해 근본적 해법찾기에 더 주력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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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16 18:49

[오목대] 도시의 힘이 된 건축물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알미르(Almere)는 암스테르담 동쪽에 있는 간척 도시다. 암스테르담과 주변 도시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립을 시작, 197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으니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당초 네덜란드 정부는 알미르를 25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계획했다. 세계 대부분 도시가 ‘인구 감소’ 위기에 처한 환경에서 인구 25만 명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알미르는 2005년, 목표 인구를 40만 명 규모로 다시 늘렸다. 암스테르담의 배후도시에 머물지 않고 자급자족 도시로 거듭나면서 인구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2006년 말, 인구 18만 명을 넘어선 알미르는 2023년 기준, 20만 7천 명으로 플레볼란트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가 됐다. 게다가 지속적인 개발과 경제적 성장으로 인구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간척 도시이면서도 대단위 녹지 공간으로 ‘숨 쉬는 창조도시’가 된 알미르는 이제 관광도시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개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서 수요에 따라 도시를 개발하는 독특한 방식이 주효했던 덕분이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또 있다. 관광객을 부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알미르에는 스터드 극장, 신공공도서관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축가들이 설계한 혁신적 건축물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더 있다. 집단으로 들어서 있는 이 건축물들은 디자인과 형식이 매우 독특하고 실험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80~90년대, 네덜란드 정부는 렐리스타트 등 간척으로 얻은 대규모 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있었다. 자연히 알미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건설이 본격화되자 이미 대단위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세계적 건축가 대신 ‘경험은 없지만, 의욕 있는’ 젊은 건축가들을 주목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세계 각국의 젊은 건축가들은 ‘보다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한 열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자신들의 실수에서 스스로 배우며 경험을 쌓았고, 장단점을 발견해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들이 남긴 알미르의 건축물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실수를 통해 얻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생 도시 알미르가 아니고도 아름답고 서사가 있는 건축물이 그 자체의 힘으로 도시를 성장시키는 선례는 얼마든지 많다. 우리 지역에도 크고 작은 새로운 건축물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도시를 알리고 성장시키는 건축물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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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9.16 18:49

[새벽메아리] 당신의 말버릇, 그 안에 숨은 것

사람은 말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 우리가 하루에 쏟아내는 수많은 단어들은 그냥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성격을 담고 있다. 유독 자주 쓰는 단어나 표현, 혹은 어감이 있다면, 그 무의식적인 패턴 속에는 어떤 것이 숨어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늘 비워두는 말을 한다. 문장 끝을 “~인 것 같아요”로 표현하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뭔가 또렷한 주관은 없어 보이지만 내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다. 상대방의 말에 연신 “그쵸”하며 맞장구쳐주는 것은 단순한 동의를 넘어 ‘우리 같은 편이죠?’ 하고 유대감을 확인하는 신호이며, “좀~”이라는 부사는 딱딱한 명령이나 요구를 완곡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말 중에 “가령”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많진 않은데 추상과 구체를 연결시키는 것에 능하고,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새로운 세계를 열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쓴다. 이런 무의식적 언어패턴을 쓰는 사람에게 대화란 정답을 제시하는 경쟁이 아니라,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된다. 반면, 어떤 사람은 말을 통해 질서를 세우고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 그의 세계에서 애매한 것은 참을 수 없고 명확한 결론이 중요하다. 자칫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규범화되어 타자의 생각을 자기식대로 판단하는 폭력성이 비어져 나오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간결하고 직선적인 명령형이나 평서형의 어미를 좋아한다. “원래” 혹은 “원칙은”이란 단어는 기존 규칙이나 관습을 따르는 보수적인 태도 같지만 실제 대화 속에서는 나의 주장은 절대 거스를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무조건”, “반드시” “당연히” 라는 부사는 단정적이고 확신에 차있어 명쾌해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내가 제일 불편해하는 경우는 이런 자기 확신을 넘어 타인을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인데 “내 경험상”을 입버릇처럼 하거나 “그게 뭔고 하면~” 하는 식으로 부탁하지도 않은 설명을 늘어놓는 자들이다. 이런 말투는 상황통제 욕구가 높고 타인의 방식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자기중심적인 경향의 사람들에게서 자주 보여진다. 혹시 당신도 습관처럼 누군가의 말을 끊고 “아니”로 시작하거나 “사실은”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하고 대화를 자기 쪽으로 끌고 가려는 무의식의 발로 일 수 있으며 “완전”, “진짜”, “대박”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감정이 풍부해 보이지만, 때로는 모든 일을 조금씩 부풀려 말하는 습관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사소한 말투나 자주 쓰는 단어들은 나도 모르게 나의 성향과 무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말도 있다. 막연한 칭찬이 아니라 상대가 애쓴 과정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말. “왜 그랬어?”라고 다그치기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 궁금하네”라고 의도를 먼저 물어주는 존중의 말. 그리고 실패했을 때 함께 해결해보자고 다독이는 지지의 말. 이런 말들은 ‘나는 당신을 믿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그 믿음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말들은 각자의 세계가 충돌하고, 스며들고, 서로를 휘어 감는 과정의 기록이다. 사람들의 말버릇 속에는 의식하지 못한 각자의 삶과 세계가 숨어있다. 그리고 내가 오늘 뱉은 말 한마디는,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거울인 것이다.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16 18:49

[백성일의 정론직언]김관영이냐 안호영이냐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에서 82.65% 라는 절대적 지지를 받아 전북은 민주당 일당독식구조가 더 견고해졌다. 이미 8월말로 민주당은 유급당원 모집을 끝냈지만 각 입지자들은 이탈표 방지에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지난 총선 때 지민비조현상이 불어 조국혁신당이 일약 12석을 확보하면서 원내 제3정당으로 진입, 선거결과가 찻잔속의 미풍으로 끝날지 광풍을 불러올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김관영 지사가 재선에 나서겠다고 출마선언했고 이에 뒤질세라 지난 경선에서 패배한 3선의 안호영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어 재대결이 흥미롭다. 일각에서 재선의 이원택의원 출마설이 나돌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접었다는 이야기고 정헌율 익산시장이 3연임한 관계로 졸업하기 때문에 이춘석의원 지역구나 지사 선거전에 나설지를 저울질 하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 지사 공천은 중앙당에서 키를 쥐고 있어 누가 더 정치력을 발휘해서 이재명 대통령의 명심을 얻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당 대표선거 때 정청래의원을 밀지 않고 둘다 박찬대의원을 밀었지만 정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은 강성지지층의 입김이 워낙 세 누가 더 팬덤정치에 가까히 가 있느냐도 중요하다. 사실 지난 경선 때 송하진 지사가 컷오프되면서 김관영 후보가 이재명 대표의 인재영입케이스로 입문하면서 다크호스로 부각,공천권을 꿰차면서 저변을 넓혀 와 이번 경선때는 현직 잇점이 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성남팀이나 경기팀 등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실세그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힘이 실려 있다는 것. 하지만 정청래 대표가 당원주권을 강조하자 지금도 굴러온 돌이 밝힌 돌을 빼낸 격이라는 말들이 은연중 당원들 사이에 나돌아 김 지사를 힘들게 한다. 또 재임중 뚜렷한 업적이 없고 윤석열 전 정권 때부터 국가예산 확보를 못해 전북발전이 터덕거린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이 패소해 갈길이 힘들어졌고 그의 공약인 완주 전주 통합이 무산될 경우에는 정치적 타격이 우려된다. 지금 찬성측은 행안부가 찬반투표를 부쳐줄 것을 요청하는 대신 반대측은 여론조사를 먼저 실시해서 반대가 많이 나오면 투표하지 말 것을 요구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여서 행자부도 어떤 결론을 내려도 한쪽으로부터 비난 받을 소지가 다분해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대통령이 전북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면 이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제기될 수 있어 전북도는 내심 기대한다. 통합문제에 반대해온 안호영의원 한테도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안의원이 찬성측인 전주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경선에서 불리할 것이란 여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익산시까지 통합하자는 안에 익산시의회가 반대해 그의 논리가 궁색해졌다. 내년 지방선거는 전북정치의 맹주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입김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가 과방위에 있으면서 최근 피지컬 AI관련예산과 1조원에 달하는 예타를 면제 받아 현정권에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 대표도 5선인 그의 정치력을 존중, 그가 공천 과정에서 막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지사가 최근 도정현안을 놓고 정 장관과 자주 협의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지사경선을 놓고 김지사와 안의원이 일합을 겨루기 때문에 그 승패에 따른 파장은 클 것이다. 결론은 도민들의 여론향방이다. 이재명 정부들어 발전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1200억의 새만금신공항관련예산 등 내년도 국가예산이 제대로 반영 안되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통과구역마다 환경파괴를 이유로 반대하는 것도 변수다. 정부가 법원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패소에 따라 세워진 공항관련예산을 지켜내지 못하면 선거판은 회오리 칠 것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9.16 18:48

[데스크창] 상생에 앞서 군산항 활성화가 우선이다.

상생(相生)이란 여럿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윈-윈(win-win) 이다. 내년 새만금항 신항(이하 신항)의 개장을 앞둔 시점에서 군산항과의 관계 설정를 놓고 '상생' 이 자주 거론된다. 신항이 개장되더라도 군산항과 함께 윈윈하면서 항만이 운영돼 전북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산항의 처참한 상황이 지속되고 신항이 처해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과연 현 시점에서 2개 항만의 상생은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우선 군산항의 상황을 살펴보자. 심각한 토사매몰에 따른 낮은 수심으로 항만 곳곳에서 운영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1∼7부두까지 계획수심을 만족하는 곳이 없어 부두마다 준설요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등 난리 법석이다. 항로는 물론 선석 수심까지 낮아 선저가 바닥에 닿고 접안 선박이 미끌어지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매년 쌓인 토사로 하상은 높아져 대형 선박들의 기항 기피와 취소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입항 선박의 항만 업무를 대리하는 해운 대리점들은 선박의 안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등 불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제여객선은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을 잃어버리고 물때에 맞춰 운항해야 하는 웃픈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민자로 건설된 돌핀부두은 1년에 2번씩 준설해야 겨우 가동된다. 해당 기업들은 공연히 매년 수십억씩 준설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서 군산항은 전국 물동량의 1.4%만을 취급하고 있으며 입출항 선박수도 전국의 2%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준설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매년 토사매몰량의 1/3정도만 준설하고 있을 뿐이다. 상시준설체계구축이 현안으로 대두됐지만 해결에 나서는 정치인이나 행정기관이 없다. 해결 시늉만 있다. 그러는 사이 군산항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 폐항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신항은 어떠한가. 5만톤급 2개선석을 운영한다고 부두운영회사의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비웃음만 사고 있다. 준비도 제대로 안된 항만의 운영을 밀어붙이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많다. 관할 행정구역조차 결정돼 있지 않다. 내년 항만운영과 관련, 배정이 확정된 신규 공무원은 1명뿐이다. 항만 배후 부지는 언제 조성될 지 알 수조차 없다. 강한 남서풍의 대비책은 없다. 정온도 확보가 불안하다. 부두규모에 비해 야적장은 턱없이 비좁다.... 향후 부두건설 등이 민간 투자에 의존하도록 계획된 신항의 안정적인 항만운영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이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군산항이 망가지는 한편 신항의 원활한 항만운영 시기마저 불투명, 전북의 항만경제가 암흑기로 접어들지 않을 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군산항과 신항과의 상생을 거론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침몰하는 군산항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군산항이 죽어가는 마당에 '상생'과 '윈윈'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군산항이 활성화되고 신항의 운영도 원활해 질 때 비로소 2개 항만은 상생할 수 있다. 상시준설체계의 구축을 통해 쇠약해 진 군산항의 기력회복에 정치력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5.09.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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