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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와 혼노지...전북의 선택은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을 노다지라고 하는데, 물건이나 이익이 많이 나오는 곳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다지’의 어원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금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금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영어 ‘노타치(no touch)’가 노다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 어원에 불과하며 이보다는 ‘광맥, 암석이나 지층, 석탄층 따위가 땅거죽에 드러난 부분’을 가리키는 ‘노두(露頭)’와 한자 ‘地’의 결합인 ‘노두지(露頭地)’ 즉 ‘노두(露頭)가 있는 땅’에서 온 말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요즘 때아닌 노다지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 '대왕고래'가 과연 노다지냐 아니냐가 뜨거운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에너지자원(석유·가스)이 묻혀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야당은 국면전환용 이라며 ‘천공의 그림자’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빈약하고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사람 말을 들으면 이것 같고, 저사람 말을 들으면 저것처럼 보이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비단 국정만 그런게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한 지역 사회도 한편에서 제시되는 장밋빛 비전은 그야말로 노다지 처럼 보인다. 하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사실 전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이 10년, 20년, 길게는 반세기 넘게 계속돼왔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골디온의 매듭을 풀려는 인내가 아니다. 단칼로 매듭을 끊어내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결정의 지체다. 참모진의 숱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일거에 바꿔놨다. 찬반양론이 팽팽할때 지도자는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고뇌에 찬 결단을 통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어려울때 손빼는 것은 책임회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새만금공항이나 새만금사업이 더뎠던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기는 했으나 찬반양론을 거듭하며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흐느적거린 지역사회에도 그 책임의 절반은 있었다고 봐야한다. 부안 방폐장 문제나 KTX 신설역 위치 등 민감한 사안이 있을때마다 지역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했는데, 그게 훗날 약이 아닌 독이 되지 않았던가. 요즘 지역 현안이 거창한 것 같아도 크게 보면 사실 별게 없다. 완주전주통합 문제나 새만금특별시 정도인데 그것도 전국적인 상황에서는 얘깃거리도 못되고 지역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교육과 복지의 확충을 통한 살기좋은 고장 만들기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아주 유명한 일본 속담이 있다. 전국시대 통일의 초석을 놓은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이 혼노지(本能寺)라는 절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인해 발생한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점을 너무 적확하게 보여준다. 집안이든, 기업이든, 나라든 일거에 무너지는 것은 외부에서 몰아치는 폭풍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의 붕괴'가 결정적이다. 전북은 과연 노다지를 캘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혼노지의 변을 겪을 것인가. 지금은 장고할 때가 아닌 착점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6.11 15:21

전북자치도 금고 이율 철저한 관리를

전북특별자치도 금고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매번 되풀이되는 지적인데 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이 오랫동안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도금고를 관행적인 관리에 맡겨둬선 안되고 단 한푼이라도 수입을 늘려 결과적으로 도민들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금고는 일반회계 분야를 운영하는 제1금고는 농협은행, 특별회계와 기금 등을 맡아 운영하는 제2금고는 전북은행으로 돼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04년 말부터 1금고를 무려 20년 넘게 맡아오고 있다. 일단 금고 약정기간은 2025년까지다. 도금고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입·세출금의 출납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회 발전의 동반자로서의 역할도 음으로 양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지난 10일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정수 의원(익산)은 “도금고 약정시에 정기예금 금리 상향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규정을 검토해달라고 강력 촉구했다. 도금고 역할을 하는 은행은 지역사회에서 막중한 역할과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도민과 함께 동행할 수 있는 금고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꼼꼼하게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김성수 도의원(고창군)도 지난달 열린 409회 임시회 5분자유발언에서 금고문제에 대한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제2금고인 전북은행이 특별한 광고나 예금수취를 위한 사업비용 없이 1금고보다 두배이상 많은 평균잔액 활용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1금고인 농협의 지난해 평균잔액은 3,624억원이며, 2금고인 전북은행의 평균잔액은 8,033억원에 이르고 있다며 보다 치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질타했다. 조례개정 등을 통해 차후 금고선정시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협력, 공헌, 지역민에 대한 상생 정책 및 이자율 등을 감안하라면서 2금고의 협력사업비를 대폭 높이든지 아니면 과도하게 쏠려있는 2금고의 자금을 일부 1금고로 넘겨주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고를 맡고있는 농협은행이나 전북은행 입장에서는 금고 수주전에서 경쟁이 격화돼 크게 남는것도 없으면서 동네북처럼 비판만 받는 상황이 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민의 혈세를 조금이라도 더 절약한다는 차원에서 가장 이득이 되는 금고관리에 나서야만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6.11 13:41

전북을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키우자

바이오 관련 기업이 줄줄이 전북에 둥지를 틀고 있다. 10일에는 첨단 의료기기 제조기업 오에스와이메드, 라파라드와 줄기세포를 활용한 의약품 제조업체 메디노 등 3개 사가 전북특자도와 21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넥스트앤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전북을 찾았다. 지금 투자협약을 맺는 기업들은 전북특자도가 잔뜩 기대하고 있는 정부의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과는 무관하지만 전북이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북을 비롯한 8개도 11개 지역은 정부가 지난 2월 신청을 받아 6월 중 발표 예정인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 의약품과 오가노이드(인공 장기) 2개 분야 지정을 앞두고 있으며 전북은 오가노이드 분야에 신청했다. 여기에는 경기 고양, 수원, 성남, 충북 오송과 함께 전북 전주+익산+정읍 등 5곳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북은 지난달 말 충북과 전략적 맞손을 잡고 공동대응 중이다. 충북은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 6대 보건의료 국책기관과 국가생명과학단지가 위치한 청주 오송을 중심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등 제품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서 제품화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그린바이오 기반이 탄탄하고 바이오 소재 DB와 비임상 분야 연구기관, 상급병원 2개소가 있어 뛰어난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 두 지자체의 이런 강점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반드시 특화단지에 지정되었으면 한다. 전북은 바이오의 원재료인 천연물·해조류 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농업생명기술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린 농촌진흥청과 산하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그린바이오를 비롯해 바이오 헬스, 오가노인드 등 바이오 관련 산업을 집적화해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키웠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도 바이오 특화단지의 지정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16조는 '특화단지 지정 시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전북이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되고 바이오 앵커기업들이 모여들어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6.11 12:20

수사 단계에서 무죄 주장

의뢰인은 음주운전을 하다 지나가는 차량과 가볍게 부딪쳤다. 의뢰인은 사고 현장을 이탈했고, 지인을 불러 대신 운전한 것으로 경찰에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인은 스스로 운전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는데, 경찰은 차주인 의뢰인에게 지인이 운전한 것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의뢰인은 불안해하며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 수 있을지 물어왔다. 필자도 2000년 이후에야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핸드폰이 없고, CCTV가 없던 시절 어떻게 수사를 할 수 있었을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핸드폰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고, CCTV와 차량 블랙박스는 너무나 많은 곳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과 수사를 접해보지 않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사건의 중요성과 수사관 개인 의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만약 수사기관이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범죄자와 그 진실은 밝혀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간혹 경찰은 모르겠지, 생각하며 잘못이 없어요, 억울해요를 반복하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핸드폰과 CCTV만으로 억울한지 아닌지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결론이 뻔한 억울해요의 반복은 결과적으로 양형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 범행 부인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인정되어 구속 사유가 될 수 있다. 변호인으로서 무죄 주장은 유죄가 될 경우 양형과 수사단계의 구속을 염려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무죄 가능성은 무척 낮다고 설명한다. 무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가급적 무죄 주장을 하지 않는 것밖에 없다. 대부분 유명사례를 예로 든 위 사례의 결과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핸드폰과 CCTV로 당사자의 동선은 분 단위로 공개되었다. 워낙 유명 연예인이고, 돈이 많아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실제 구속이 될지 안될지 설왕설래했지만, 결국 구속되었다. 고의로 범죄를 저질렀고, 만약 그게 주요 사건이라면 대부분 잡힌다고 보면 된다. 만약 수사기관에 가야 한다면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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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50

농협법 제1조 의미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헌법을 시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목적규정을 두고 있다. 목적규정은 법률의 입법목적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요약한 문장으로 그 법률의 다른 조문을 해석할 때 지침이 되기 때문에 법률에서 가장 중요한 조문이다. 농협에도 농협법이 존재한다. 농협법 제1조도 헌법과 마찬가지로 목적규정을 두고 있다. 농협법 제1조는 ‘이 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농협법은 우리나라 농업인을 위해 농협이 존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농협은 우리나라 농업인의 지위 향상 및 삶의 질을 높이고자 1961년 8월 15일 탄생하여 올해 64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게 지난 6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농협법 제1조의 목적규정처럼 우리 농업인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함께 경제·사회·문화 다방면에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농협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은 녹녹치 않다. 그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농촌 소멸 위기 및 식품 사막 등이 가장 대두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출산률 저하 및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등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농업·농촌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식품 사막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식품 사막이란 식재료 등 식료품을 구하기 힘든 지역 또는 사회문제를 일컫는 말로 지난 2월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 행정리 3만 7563곳 가운데 식료품 소매점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 2만 769곳이라고 발표 되어 우리 농업·농촌의 문제점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23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5082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0.1% 늘어 통계청 조사 결과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 선 것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이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농업경영비는 전년 대비 6.6% 증가하였고 평균 부채 또한 4158만1000원으로 18.7% 증가하여 앞으로 경영비 절감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북농협은 농협법 제1조를 가슴에 새겨 도내 농업인이 더욱 존중받고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THE 칭찬받는 전북농협’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2024년을 시작하였다. 칭찬은 누구나 듣고 싶어 하지만 칭찬을 해주는 사람은 드문게 현실이다. 그래서 전북농협은 ‘THE MORE’-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게 역량과 노력을 집중하여 지원, ‘THE BEST’-농업인을 위한 모범적 사업 강화, ‘THE 전북’-대한민국 농업·농촌의 미래를 선도하는 전북 농업을 목표로 우리 도내 농업·농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농생명산업의 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중심에 우리 농업인이 함께 하고자 한다. 전북농협 7천여 임직원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고 농업·농촌의 희망을 더 해주는 감동의 울림으로 보답하고자 오늘도 한 걸음 더 내딛고자 한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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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50

‘K-실감산수’ 공연산업 거점화 제안

장이머우 감독이 만든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는 중국식 실경산수(實景山水) 공연의 시작이었다. 산세 좋은 계림의 실경을 무대 삼아 예술인 수백 명이 공연하였다. 실경의 생생함과 대규모 예술단의 웅장함에 세계적인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인상시리즈’는 공연관광의 대명사가 되었다. 인상시리즈를 본 사람은 하나같이 한국에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지자체가 공연을 만들기도 하였다. 전북에서도 십수 년 전에 실경산수 상설공연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국식 공연이 상설로 진행되는 사례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연료가 높아 중국처럼 예술인 수백 명을 무대에 세울 수 없다. 한국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 비·태풍·눈, 혹서·혹한기를 빼면 공연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공연일이 적으면 관람료가 비싸지는데,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 <인상·유삼저>는 2004년에 약 6백억 원이 투자되었다. 중국식 공연이 관심을 끌던 때로부터 십수 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실감기술은 일취월장하였다. 예술인 수백 명의 웅장함을 대체할 정도가 되었고, 기술의 화려함도 풍성해졌다. 실감기술을 실경에 적용해 성공한 공연관광 사례도 나타났다. 풍남문과 전동성당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는 문화유산에 실감기술을 더한 새로운 볼거리였다. 미륵사지에서 열린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는 십수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 폭발이었다. 전동성당 내부 공연인 <2020 빛의 성당, 미제레레>는 유료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 사례들은 한국의 실감기술과 한국적 실경(자연·문화·복합유산)이 융합되면 중국식 공연 적용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실경의 생생함과 예술적 화려함이 더해진 공연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른바 ‘K-실감산수(實感山水) 공연콘텐츠’가 그것이다. 인구전략에서 중요한 생활인구를 유치하려면 우선 지역에 한번은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업무나 관광으로 와서 경치도 구경하고 특산품도 사고, 동네가 마음에 들어 다시 방문해 며칠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거쳐 정주인구로 나아간다. 미륵사지 공연이 보여주듯, K-실감산수 공연은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다. 실경이 기반이어서 그 장소에 와야만 공연을 볼 수 있다. 생활인구로 가는 첫걸음, 그 지역에 방문하게 만드는데 이만한 전략이 없다. 자연경관, 문화유산하면 전북 아닌가. 공연예술 자원도 풍부하고, 전북 기업의 기술력도 뛰어나다. 성공한 사례도 있으니, 전북을 K-실감산수 공연산업 거점으로 만들어보자. 민선 8기 도정의 문화 비전인 K-문화산업거점의 실천전략이자 인구감소 대응전략으로 말이다. 공연 제작 방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 용역공모로 매년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공연의 성과가 이어지기 어렵다. 기술은 놀라운데 공연이 주는 감동은 크지 않다. 누구나 아는 흔한 이야기에 기술 중심으로 풀어내니 단순 볼거리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한마디로 스토리가 약하다. 용역방식의 한계일 수 있다. 도와 시군, 민간기업과 출연기관, 기술자와 예술인, 작가와 연출자 등이 참여하는 ‘K-실감산수공연추진단’이 필요하다. 시군별 대표 문화유산이나 명소를 대상으로, 예를 들어 고군산군도 전체를 K-실감산수 콘텐츠 무대로 삼는 <실감 아일랜드, 仙遊> 같은 프로젝트를 발굴하자. 지방소멸 관련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책사업으로도 타당성이 충분하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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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49

상설공연이 제맛이야

부산, 강릉, 안동, 목포 그리고 전주. 서울로 집중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분산을 위해 문체부가 엄선한 관광거점도시이며, 세계적 수준의 관광도시를 목표로 국가가 지원하고 있는 다섯 도시 중 한 곳이 전주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풍경과 맛깔난 밥상, 푸짐한 저녁 술상까지 전주는 매력 있는 관광지임은 분명한데, 여기에 더불어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저녁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 상설공연이다. 여러 지자체와 공연단체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상설공연을 추진하였는데, 전주도 나름의 감성을 바탕으로 수년째 상설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상설공연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상적 상설공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태양의 서커스’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된 서커스인데, 1987년 라스베이거스 미라지 리조트 그룹의 회장 스티브 윈은 LA에서의 공연 관람 후, 이 새로운 방식의 서커스가 성공할 것을 확신 자신의 호텔에 ‘미스테르’라는 작품을 상설공연 상품으로 유치하게 된다. 예상대로 관객의 호응이 이어지고, ‘오쇼’, ‘카쇼’ 등 새로운 후속 작품이 등장하면서 태양의 서커스는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공연의 메카로 바꿔놓는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태양의 서커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공연장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을 위한 혁신적 무대장치가 갖추어진 라스베이거스의 전용 공연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 뮤지컬과는 달리 판권 판매가 불가하기에 태양의 서커스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상설공연이다. 매일 저녁 오리지널 공연의 특성에 맞게 설계된 라스베이거스의 전용 공연장에서 6개의 대형 작품이 올려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은 잊을 수 없는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태양의 서커스를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순회공연인데, 해외 순회팀의 경우 배우와 스태프, 세트 구성까지 본국에서 이동해 임시 마을을 짓고 공연을 해야만 하기에, 현실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태양의 서커스를 보기 위해서는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찾아야만 한다. 우리가 손쉽게 선택하는 중국 여행상품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상설공연이다. 북경의 ‘금면왕조’나 상해 패키지의 ‘송성가무쇼’는 물론 장예모 감독이 중국의 명산과 호수 등을 배경으로 만드는 ‘인상시리즈’ 또한 상설공연이다. 중국의 역사가 담긴 작품을 전 세계의 관광객이 매일 저녁 즐기고 있으며, 중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반면 상설로 공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수적이며 지속적 관객 동원도 쉽지 않다. 지역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찾기 힘든 이유이다. 다만 전주를 찾은 외지인이 전통적인 한옥 마당에서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국악 콘텐츠를 직접 관람한다는 것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독창적인 경험일 수 있다. 전주가 갖고 있는 문화자산을 발굴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전주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며, 전주만의 상설공연을 통해 가족단위 관광객이 흥겹게 관람하고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면, 전주는 더욱 빛나는 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이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남았듯이, 전라도의 질펀한 향기가 묻어나는 전주만의 새로운 브랜드 작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홍현종 (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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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49

공포의 전학생⋯학교의 ‘폭탄 돌리기’

어느 날 담임 선생님과 함께 쭈뼛쭈뼛 들어온 전학생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스스럼없이 다가가 금세 친해지곤 했다. 아이들이 느꼈을 이별과 만남의 어색한 감정을 풀어낸 이야기, 전학을 소재로 한 창작동화가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전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감당 못할 전학생’이 늘고 있어서다. 물론 가족의 이사로 학교를 옮겨온 평범한 전학생도 있지만, 큰 문제를 일으켜 강제전학을 당한 이른바 ‘문제 학생’, ‘위기 학생’이 늘어난다. 이제 교실에 낯선 전학생이 들어오면 날카로운 경계의 시선부터 보내야 할 판이다. 이른바 ‘문제 학생’에게 내려지는 교육기관의 징계 중 사실상 가장 수위가 높은 처분은 전학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제17조)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단계별로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법률은 ‘퇴학 처분은 의무교육 과정(초·중학교)에 있는 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로 인해 매우 심각한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에 연루된 학생에게는 해당 법률 조항 8호에 규정된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진다. 학교의 ‘폭탄 돌리기’다. 물론 학생을 폭탄에 빗대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지만 금방 터질것 같은 ‘위기학생’의 폭주가 교육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입에 담기 조차 민망할 정도다. 최근에도 전주 모 초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해당 학생은 결국 학교를 무단 이탈했고, 이후 학교에 온 학생의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번 일로 교원단체에서는 다시 교권보호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교권침해 논란 이전에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속출했다고 하니, 같은 반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정서적 학대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런 위기 학생은 다른 학생과 교사들에게 기피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고 수위의 징계인 강제전학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당장 눈앞의 불 끄기에 급급한 미봉책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학생도 이미 비슷한 문제로 수차례 학교를 옮겨 다니다가 지난달 이 학교에 전학 왔다고 한다. 다시 일탈행동을 할 게 뻔한 위기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분리·치유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해 현재 취하고 있는 궁극의 조치는 피해자와 격리해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학생의 전학을 받아야 하는 학교에서는 이후 똑같은 문제로 피해가 발생해도 괜찮다는 것일까? 그때 가서 또 전학을 보내면 되는 것일까? 세심한 진단을 통해 해당 학생을 일정 기간 분리, 치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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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6.10 14:10

의협 총파업…환자를 버리겠다는 건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부터 집단휴업(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개업의들로 구성된 의협의 파업은 동네 의원의 문을 닫겠다는 뜻이어서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정했다. 100일을 넘긴 의료사태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환자는 물론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스런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협은 총파업 예고를 거두고 진료현장을 지켜야 한다.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의사 직분을 이용해 환자들의 생명을 버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대다수 국민을 이기겠다는 것이 아닌가. 정부 역시 열린 리더십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번 의료사태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비롯돼 전공의 사퇴, 의대생 휴학, 의대 교수 휴진 등으로 점차 확산돼 개업의 총파업까지 예고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났고 이미 입시요강이 확정된 상태다. 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게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의협 등은 행정절치 자체를 전면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무리한 요구다. 더구나 의협 회원뿐 아니라 의대생과 학부모까지 참가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편가르기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의사들의 총파업은 2000년, 2014년, 2020년에 이어 4번째다. 지금까지는 불패의 신화를 썼으나 이번에 국민들의 호응은 무척 차갑다. 2000년 당시 의사단체는 의약분업을 받아들이는 대신 의대 정원 10% 감축을 요구했다. 그래서 2006년부터 의대정원 449명을 줄여 3058명을 뽑았다. 이후 19년 동안 동결돼 오늘날 의료 파행을 자초한 점이 없지 않다. 또 의사단체는 전공의협의회, 의대교수 비대위, 의협 등으로 나뉘어 정부와 협상창구를 단일화 하지 못하면서 파업만은 같이하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서울대병원장, 서울대교수회가 자제를 호소하고 환자단체가 정부에 사법조치를 요구하겠는가. 정부는 개원의에 대해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 명령, 의협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집단행동은 국민의 마음을 더 멀게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총파업을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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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10 13:16

태권도원 활성화는 유네스코 등재 첫걸음

태권도의 국가무형유산 지정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런데 우선 무주 태권도원 활성화를 위해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더 뛰어야 한다. 세계적 스포츠인 태권도를 단순히 우리만의 테두리가 아닌 교육·문화·스포츠를 아우르는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한류문화의 원조격인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외국에서도 공감하는 여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우선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야 한다. 전세계 213개국 1억 5천만명 이상이 수련하는 세계적인 무예이자 스포츠가 아직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조차 지정돼 있지 않다는게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쨋든 이를위한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일단 국가무형유산 지정이 돼야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이야기 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그보다 더 선행돼야 할게 있다. 바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무주 태권도원 활성화다. 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그동안 굵직한 지원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여러차례 피력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무주 태권도원은 국제 규격 경기장은 물론 교육과 수련, 연구 시설이 갖춰진 그야말로 태권도만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지난 2014년 무주에 문을 연 뒤로 국내와 전세계에서 무려 250만 여명의 태권도인들이 방문하는 등 점차 역할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여건 등으로 인해 활성화를 향한 장정은 멀기만 하다. 세계연맹 이전이나 국기원 이전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태권도 성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관련 기관 집적화는 물론, 태권도사관학교 설립 등이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하지만 차일피일 10년 세월이 흘렀다. 며칠전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에서 무주 출신 윤정훈 도의원이 태권도원 활성화와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지금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2012년 ‘태권도 민자유치 마스터플랜’이 수립된 이후 지금까지 투자 유치가 전무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선 ‘국제태권도사관학교 기본설계 용역’에 대한 국비가 내년에는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뛰어야 한다. 올해 말까지 2000여 명의 베트남 관광객들이 태권도원을 찾는 등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부각되는 마당에 지금처럼 무주 태권도원을 그저그런 상태로 놔두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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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10 12:01

새만금 국제공항 표적감사, 해도 너무 한다

감사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과정이 부실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 지난 2019년 새만금 국제공항(당시 면제 사업비 7534억 원)의 예타 면제 과정에서 기재부가 주무부처로 부터 면제 요구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의결되는 등 사업 계획의 구체적인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예타 면제에 비판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으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고육책이었고 새만금 국제공항 역시 적법 절차에 따라 예타가 면제되었기 때문에 새삼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감사원의 아번 발표는 지난해 8월 새만금 세계잼버리 사태에 대한 ‘표적 감사’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29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3개 사업에 총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7개 시·도로부터 32개, 68조7000억원의 사업을 신청받아 해당 지자체로부터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TF의 검토 등을 거쳐 23개 사업을 선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으로 옷을 갈아 입은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검토를 통해 예타를 면제한 것은 사실상 법령상 요건은 갖춰진 것"이라면서 "감사원 내부 감사규칙에 국가의 정책설정 자체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감사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사업 진행단계에서 사업의 목적에 맞는 예산 배정이나 집행이 적정한지, 사업목적에 따른 성과를 내는지는 사후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SOC 사업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문제 삼는 것은 감사원 스스로의 자가당착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불과 열흘 전 건설공사 입찰이 실시돼 적격자가 선정된 사업이다. 진행되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 운영실태를 감사하고 부실하다고 지적한 것은 괜한 트집에 불과하다. 오히려 잼버리를 빌미 삼아 사업을 1년 늦춘 것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맞는 일이 아닌가.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2035년 개항 예정이던 가덕도 신공항을 실패한 엑스포 유치를 앞세워 6년이나 앞당긴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감사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감사원은 이제 막 공사입찰이 끝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의 발목을 잡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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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9 16:46

교육 현장 ‘문제학생’ 분리·치유, 세부 대책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주에서 또다시 경악할 만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전주시 모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해당 학생은 결국 학교를 무단 이탈했고, 이후 학교에 온 학생의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 현장에서 너무나 어이없는 일을 당한 교감과 동료 교사들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자괴감도 클 것이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가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국회에서도 이른바 ‘교권회복 5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상담과 지도·훈계가 통하지 않는 이른바 ‘문제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분리·치유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학생도 오래전부터 교실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혀 분리조치가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속출했다고 한다. 교권침해에 앞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심각했던 셈이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학부모에게 ‘가정지도’를 요청하는 데 그쳤고, 이마저도 번번이 거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 해당 학생은 전북지역 다른 학교에서 이미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켜 인천지역 학교로 강제 전학을 갔다가 지난달 이 학교로 전학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문제행동을 할 게 뻔한 아동에 대한 근본적인 분리·치유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폭탄 돌리기’식의 강제 전학 조치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당장 눈앞의 불을 끄는데 급급해 이 같은 일이 터진 것이다. 이번 일로 학교 측은 해당 학생에게 10일간의 출석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렇다면 열흘 후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다시 강제 전학이라는 미봉책으로 마무리 지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나서 문제 학생을 진단하고, 해당 학생이 분리와 치유 등 적합한 조치를 받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시급하게 분리할 필요성이 있는 문제학생을 분리할 때 어디에 머물게 할 것인지, 누가 관리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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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9 16:45

지선때 눈여겨 봐야 할 조국혁신당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라는 구호가 널리 회자되었다. 그 결과 전북에서 20년만에 민주당이 지역구 10석 전석을 싹쓸이했고 조국혁신당은 남원이 고향인 강경숙 원광대 교수가 비례대표 11번으로 당선됐다. 이같은 결과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도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같은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지역구 당선은 따 논 당상이나 다름없어 완전히 파란색으로 도배질했다. 국힘에서 전주을에 정운천 후보를 공천했지만 강한 지역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하면서 전북특자도를 만드는 등 지역발전에 공로가 많아 기대를 갖게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서 전북 발전을 위해 정 후보 한 명이라도 당선시켜줘야 하는 동정 여론도 있었지만 무위로 끝났다. 이번 총선을 통해 2년 후 지방선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사·교육감·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도 큰 변화 없이 도긴개긴으로 끝날 전망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 12명이 있는 조국혁신당이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번 총선 때 약속한 것처럼 신속하게 국민의 가려움을 긁어주면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면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도민들은 타는 목마름에 지쳐 있다. 그간 총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줬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곧장 드러내지 못해 전북 몫을 찾아오지 못했다고 불만이 높다. 이런 식상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까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를 1순위로 지지, 득표율 45.53%를 기록했던 것. 상당수 도민들은 이재명이 이끄는 민주당에 식상함을 느껴 조국혁신당이 강력하게 치고 나서면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실정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민주당 지지율도 정체돼 있어 경제난에 지쳐 있는 서민들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민주당 안방인 전북에서 똘똘한 인물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조국혁신당 후보로 대거 출마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간 오래동안 민주당에 안주하다 보니까 타성에 젖어갈수록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사실 전북에서 경쟁 없이 민주당 일당독주 체제가 지속되다 보니까 유권자들이 식상함을 느낀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검사독재를 조기에 종식시키겠다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자 상당수 도민들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을 1등으로 만들었다. 지금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드는 데만 전념, 민생 처리에 소홀하다는 여론과 이재명 사법 리스크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조국혁신당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해 국민들한테 신뢰를 얻으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조국혁신당 때문에 모처럼 만에 전북에서 경쟁의 정치가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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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6.09 16:45

정읍 쌍화차 그리고 지황의 힘!

“이제 정읍 쌍화차 아니면 못 마시겠어요.” 많은 이들이 어디에서도 정읍 쌍화차처럼 담백하면서도 깊고 진한 맛을 찾을 수 없다 한다. 국회 출입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은 여의도에서 쌍화차를 즐겨 마셨는데 정읍 쌍화차를 접한 후로 발길이 가지 않는단다. 또 귀한 이를 위한 선물도 정읍 쌍화차만을 고집한단다. 전주 지인은 “으스스할 때면 정읍으로 가 쌍화차를 마신다”며 다양한 주전부리도 먹을 수 있어 기운 차리기 좋단다. 정읍 쌍화차는 특별하다. 전국적으로 명성도 높다. 모두 44개 쌍화차 집이 있는데, 특히 옛 경찰서에서 세무서 간 450여 m에 18개소가 있다. 전국 유일의 쌍화차 거리다. 1980년대에 전통찻집 한 곳이 유명해지면서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현재가 됐다. 입소문이 났고, 특히 가을과 겨울이면 일대가 북적였다. 최근에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유명해지고 면역력 강화 등이 알려지면서 사계절 내내 전국에서 많은 이가 찾고 있는데, 특히 젊은 층도 부쩍 늘고 있다. 방문객 60% 이상이 외지인이다. 쌍화차가 거기서 거기지 호들갑스러운 자랑이냐고 하겠지만 정읍 쌍화차에는 확실히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우선, 쌍화차가 담긴 묵직한 곱돌. 보온성이 뛰어나 차를 마실 때까지 온기를 유지해준다. 구운 가래떡과 조청, 누룽지 등 이런저런 주전부리도 나오니 마시고,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원료는 숙지황과 당귀, 작약 등 20 여가지 한약재를 달인 물이다. 여기에 밤과 대추, 밤, 호박씨, 은행 등의 견과류를 얹어 내놓는다. 이중 정읍 쌍화차 맛의 핵심이 바로 숙지황. 지황의 뿌리를 쪄서 말린 한약재다. 정읍 쌍화차는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구증구포) 숙지황을 쓴다. 지황 주산지가 정읍 옹동면 일대다. 정읍 지황은 조직이 단단하고 저장력과 약의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꼽힌다. 조선시대에는 임금 진상품으로, 현재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2015년) 등록 등으로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황의 생육 적정 온도는 16∼30도로, 생육기간인 5∼8월의 정읍 기온 17.8∼25.9도와 매우 비슷하다. 정읍이 지황 생산의 최적지이자 품질이 뛰어난 이유다. 한때 제주도에 “귤 한 나무만 있으면 자식 대학 보낼 걱정은 없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읍에서는 “손바닥만 한 지황밭만 있으면 자식 대학 걱정은 없다”라고 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전국 대비 70%가량을 차지했으나 중국산 수입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약 20% 정도다. 양은 줄었으나 그 품질은 여전해서 전국 한의원이나 약재상에서는 정읍 지황을 최고로 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점을 들어 2022년 정읍을 ‘지황 농촌 융복합 산업지구 조성사업’대상지로 선정했다. 2025년까지 4년간 3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생산과 가공, 유통, 체험 등이 융복합된 산업화 촉진과 함께 지역경제 다각화와 고도화를 위한 지황 특화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것. 정읍에서도 전문인력 양성, 상품개발, 쌍화차 거리 활성화 등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재배면적도 50㏊(2022년, 90 농가)에서 80㏊(2030년)로 늘리려 한다. 여러 노력이 빛을 내는 2030년 예상되는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100억 원대. (숙)지황을 정읍의 경쟁력 있는 지역자원으로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이학수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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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9 16:45

무주군청 ’쓰리 딸랑이‘ 들어봤나요?

‘쓰리 딸랑이’. 요즘 무주군청 직원 사이에 웅성거리는 말이다. 군청 조직에서 시작된 이 말은 이제는 주민들 사이에까지 파고 들었다. 무릇 ‘딸랑이’라 함은 아부성 강한 자를 비꼬듯 표현하는 단어. 다시 말해 군청 내에 세 명의 아부쟁이가 있다고 꼬집고 있다. 알아보니 일부 5급 사무관들의 평소 행태가 도화선이었다. 행정복지국장 자리가 다음 달 공석이 되는데 그 자리에 오르고픈 사무관들의 행태가 얼마나 눈꼴사나웠으면 조직 내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정도가 지나쳐 선을 넘었다는 것일테다. 이를 꼬집는 조직과 지역사회의 ‘따끔한 회초리’임을 당사자들부터 알아채야 한다. 군청 수뇌부는 군민들의 이런 평가에 바짝 긴장해야 한다. 더욱이 그 발원지가 군청 내 하부조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부 떨어 승진하려는 자는 배제하고 국장 자리는 능력과 인성, 리더십 등을 검증받아 가야한다. 온갖 공치사는 제 몫으로 돌리고, 불량 민원인이나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부하직원 등 뒤로 숨어버리는 비겁자는 국장이 아니라 팀장의 자격도 없다. 역량이 모자란 자는 스스로 손사래를 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2018년 조직 개편을 통해 만들어진 두 국장 체제는 당시 ‘무주군 실정에 무슨 국장?’, ‘옥상옥’을 들먹이며 결재 라인 하나만 더 는다는 ‘국장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이 시스템을 이제 와서 들춰내긴 싫지만 이전에 무주군에서 5급 사무관이라면 ‘오를만큼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조직의 정점이었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승진욕을 탓할 수는 없지만 5급도 과분한 자는 스스로 자기 그릇 크기를 양심적으로 판단했으면 한다. 밑에서 올려보는 눈초리가 더 매서운 법이기 때문이다. 산이 높다고 명산이 아니고,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승진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직생활의 ‘아름다운 마침표’가 어딘지 숙고해 주기 바라면서 단체장의 혜안도 기대해본다.

  • 오피니언
  • 김효종
  • 2024.06.09 16:44

지역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이미 상가 78곳이 문을 닫고, 원룸 42곳도 사실상 폐업했다. 원룸 공실률은 8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택시와 버스업계도 직격탄을 맞았고, 도심권 상가도 그 여파를 감수하고 있다. 800여명에 이르던 학생은 온데간데없고, 300여명의 교직원도 직장을 잃었다. 지역에서는 서남대 폐교로 1,000명이 넘는 공장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시스 2018년 3월 23일자- 서남대 폐교 당시 한 언론이 남원지역 경제가 얼마나 피폐해지고 있는지 보도한 내용의 일부다. 대학가 주변은 물론 시내의 음식점까지 타격을 받았다. 당시 서남대는 지역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대학 덕분에 젊은 층과 외지인이 모여들었고, 이들이 쓰는 돈은 지역경제를 돌게 했다. 이처럼 대학은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지역경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북대와 남원시가 폐교된 서남대를 ‘전북대 글로컬캠퍼스’로 되살리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취업 기회를 창출하는 등 지역 노동시장을 활성화한다.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지역 기업과 산업에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혁신을 도모한다. 또한 대학은 구성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킨다. 대학병원도 의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그렇다면 대학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취업을 통한 노동시장 활성화나 연구와 기술 개발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경제적 효과를 제외하고, 고용과 소비창출 효과로 한정하여 전북대 사례를 보자. 전북대는 대학병원 포함 교수, 직원, 조교 등 약 8000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직원 5500명과 전주시 직원 2300명을 합친 것보다 많다. 여기에다 전북대는 2만1000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청년인구의 타 지역 유출을 막고 있는 셈이다. 전북대 구성원들의 연간 소비창출 효과를 분석해보면 대학병원 포함 교직원은 3196억 원, 재학생은 1574억 원 등 연간 총 4770억 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의 연간 소비창출 효과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각각 3883억 원, 2046억 원 정도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전북대의 소비창출 효과가 지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지역대학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의 진앙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다. 1970년대 초반 100만 명을 넘던 출생아수는 지난해 23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인원은 50만 명에 이른다. 반면에 N수생을 포함한 대학입학 가능인원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지역대학들의 몰락을 막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인재육성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0여년 후 지방대학의 60%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북지역의 경우엔 20개 대학 중 30%인 6개 대학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대학의 위기가 단순히 대학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것은 이미 서남대 사례에서 증명됐다. 지역대학이 혁신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등 지역 혁신주체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지역대학이 생존의 몸부림치고 있는 지금 아니면 때는 늦는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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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9 15:14

대안교육이 희망이다

‘아이들과 한나절 들판과 야산을 누비면서 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지식과 태도가 대견하게 성장하였음을 알게 된다.’(최재천, 2022) 아이들은 소리 없이 꽃처럼 피어나고 곡식처럼 익어간다. 학교는 마음껏 꿈을 꾸고 친구와 속 깊은 우정을 쌓아가는 배움터이다. 삶의 행복을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이다. 선생님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둘도 없는 친구요, 담쟁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전문가이다. 우리 학교에도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가 있지만 이는 아이들끼리 혹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 희망은 모순된 교육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한국교육은 미래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앨빈 토플러, 2001) 이미 작고한 석학의 오래된 진단이지만 여전히 뼈아픈 지적이다. 국가 존망이 걸린 재앙적인 초저출산의 배경에도 교육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대안교육은 부조리한 교육 모순을 인식하고 끊임없는 배움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대안교육은 부적응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도 아니고 대체재도 아니다. 대안교육은 공교육 혁신을 선도하며 미래교육을 만들어간다. 대안교육은 삶을 배워가는 학생들과 함께 각자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간다. 제각기 다른 아이들의 삶이 모두 교육이고, 모든 생활 현장이 학교가 된다. ‘대안’은 오래된 미래의 새 꿈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없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잡아가면서 자기가 꿈꾸는 삶을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교육이다. 정해진 틀을 벗어난 현장체험, 독서, 토론 등을 통해 자발성과 상상력을 훈련하게 된다. 이들이 새로운 사회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미래교육, 4차산업혁명 등을 얘기하면 우리는 두렵기까지 하다. 지식의 융∙복합, 에듀테크 등에 적응하는 것도 걱정이고, 여기에 메타버스까지 등장한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과 물리적 실재가 실감기술을 통해 융합된 세계로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간이다. 메타버스에서 배움의 장소와 내용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대안교육의 접근방식을 메타버스에 접목하면 우리가 세계 교육을 선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깨어 있는 교사와 학생들은 메타버스에서 기성 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없던 교육을 꿈꾸고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디지털 금식을 하면서 독서와 자기성찰을 통해 전체 맥락에서 판단하는 능력과 용기를 키워야 한다. 공립 대안학교가 다수 만들어져야 한다. 교사의 헌신과 희생에 의존하여 소수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인가대안학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안학교가 아이들의 맑은 눈처럼 빛나는 ‘대안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환경과 자원을 충분히 갖춘 공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교육화된 대안학교가 우리 교육의 주류가 되어야 한다. 일반학교에 대안교실을 운영할 수도 있다. 대안학교는 수많은 프로젝트로 구성되는 모자이크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오늘 행복한 아이들에게 불안한 미래는 희망이 된다. 아이들은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처럼 오늘을 즐겁고 아름답게 살 천부의 인권을 가진다. 학교에서 지금 이 시간이 기쁨 넘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대안교육에서 스스로 사랑이 되어 아름다운 봄길을 걸어갈 것이다. /황호진 전북대학교 특임교수∙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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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9 15:14

코레일유통 지역상생 고민도 함께 해주길

요즘 성심당 대전역점의 임대료 문제가 정치권까지 나서는 등 전국적인 화제로 등장했다. 임대료가 1년 새 4배 가까이 오르면서 대전의 대표적 빵집인 성심당이 퇴출 위기에 직면한게 도화선이 됐다. 성심당이 5년 동안 지급한 월세가 1억 원 가량으로 1년 새 무려 4배나 뛰었다고 한다. 코레일유통이 1년 사이 월 임대료를 4배 높인 이유는 임차인인 성심당의 매출액이 월평균 25억9800만원으로 산출되는 등 영업이 잘된게 결정적 이유다. 비단 성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도시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기차역 내 상가의 높은 임대수수료에 대한 논란은 전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전과 부산, 전주까지 기차역 내 상가에 입점했던 지역업체들이 높은 임대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폐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관광객 편의와 지역소멸 우려 등을 감안해 공기업이 임대료 부과정책을 보다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는 거다. 코레일은 지난 2019년 기차역 내부 입주업체에 대한 사업주체를 코레일유통으로 일원화했는데 기차역 내 상가 임대수수료 정책은 보증금 10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과 월 매출의 최소 17%~최대 49.98%이다. 업체의 입점은 공개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매출에 비례한 임대수수료 산정 방식으로 인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하나둘 퇴출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전주역에 입점해 있던 PNB풍년제과가 지난 2019년 역 인근 상가로 옮겼다. 당시 코레일유통 측에서 요구한 수수료는 월 매출의 30% 수준이었는데 PNB풍년제과측은 임대료가 너무 높아 입찰을 포기했다고 한다. 부산의 대표 음식인 삼진어묵도 코레일유통이 요구하는 월 3억 원 상당의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부산역 인근 매장으로 이전했다. 수수료율이 너무 높아 수익을 못내는 업체들은 입점을 엄두도 못내는 형국이고, 매출이 잘돼 이익이 많으면 덩달아서 임대료 폭탄을 맞는 구조다. 결국 그 부담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양상이다. 못버티면 퇴출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까닭에 코레일유통측에 무조건 임대료를 내리라고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자칫 지역의 대표적인 상품이나 업체들이 하나둘 퇴출되면서 가뜩이나 고사위기에 처한 지역소멸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레일유통은 당연히 영업적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하겠으나 한편으론 지역상생 이라고 하는 비경제적 측면의 고민도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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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6 17:01

농업위기 대응, ‘농특산물 판로 확대’ 전략을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식량주권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반도의 곡창 전북은 예로부터 다양한 농·수·축산물의 생산·가공·유통기지로서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수도’를 비전으로 내걸고, 농생명·식품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 폭락과 기후변화·고령화 등으로 우리 농업·농촌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농도(農道) 전북’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농산물 판매수입 등 순수 농업소득이 감소하면서 농업인구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 이대로라면 지역소멸의 비극은 농어촌에서부터 시작될 게 분명하다.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전북의 비전인 농생명·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기반산업인 농·수·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민소득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특산물 판로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 각 지자체와 농협 등 관련 기관·단체가 전담조직까지 구성해 지역 농특산물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자체가 적극 나서 안정적인 판로를 찾고, 수출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지 오래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통합마케팅을 통해 지역 농특산물 판로 확대에 노력해 왔다. ‘농산물 통합마케팅’이란 시·군 지역농협 등 유통조직들이 농산물을 개별적으로 출하하던 것을 한 조직이 통합해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012년 전국 최초로 ‘농산물 통합마케팅 전문조직 육성 및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산지 유통조직의 전문화·규모화를 추진해 큰 성과를 거뒀다. 지자체와 농협 조직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해 지역 농특산물의 유통구조를 선진화했다는 평가다. 전북이 ‘대한민국 농생명 산업의 수도’로 확고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농협 등 관련기관이 함께 나서 지역의 근간 산업인 농업 경쟁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선 각 지자체와 농협이 농업·농촌의 위기, 그리고 농산물 유통환경 다변화에 대응해 지역 우수 농특산물 판로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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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6 17:01

[금요수필] 마음의 풍경

어제부터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풀과 나무들은 가뭄의 단비를 만났으니 마냥 반가울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등산을 하니, 시원한 공기가 가슴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멀리보이는 모악산 능선에는 안개구름이 자욱이 펼쳐져 있었다. 먼 산의 안개 속에서 고향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싱그러운 계절을 맞이하니 새삼 사색에 잠기게 된다. 산에 올라오니 산새의 푸르른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건넛집 나무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있었다. 그 새들의 소리가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한동안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며 뒤안길을 돌아본다. 마음 한곳에는 항상 응어리로 남아있었던 것들이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그것들을 담아서 덜어내고픈 마음이 답답함으로 앞선다.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시간들 속에서 헤메이는 것이, 그저 한줌의 의미 없는 것에 대한욕심인 것을, 부질없는 세상살이를 부여잡고 허비하는 시간들, 이모두가 아쉬움으로 스쳐 지나간다.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고 싶다. 그 시간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들이 저 깊은 곳에서 울려 펴지며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나에게 전율처럼 들려온다. 사람들은 때로는 외로워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때론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무의미한 관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슬픈 만남일 것이다. 사적인 만남마저도 이익만을 추구하며 사람을 만나는걸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서로가 관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관계를 맺는다면, 이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아름다운 만남이 아니겠는가. 사람 때문에 아파하지 마라. 모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 마음을 도려낼 것도 애쓸 필요도 없다. 몇 사람은 흘려보내고 또 몇 사람은 담으며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라며 ‘김 재선’ 시인님은 마음을 달래주었다. 인생길에 곳곳에 숨어있는 인간관계들, 살포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그 사랑 돌려주며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인생이고, 결국에는 모두 지나간다. 어떤 기쁨은 내 생각보다 빨리 떠나고 어떤 슬픔은 더 오래 머물지만... 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모두 지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지혜로운 삶을 배우게 되는 시간에 감사한다. 인간을 품어주던 자연도 때로는 조용히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정신없이 마구 달려가다 주위를 둘러보면 허망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고, 그 무엇보다도 삶의 여정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다. 지금 살고 있는 여기. 그날이 그날 같은 보잘것없는 일상이지만 곁에 있는 이들과 눈 맞추고 보듬어주고 마음껏 품어주는 지금 현재의 만남들이 축복인 것이다. 저 멀리에서 풍경소리가 내 귀가에 잔잔하게 들려온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유월 첫날, 시작된 햇살이 내 마음을 향해 정원에 핀 수국꽃들이 설레임으로 다가와 바람 과 함께 사라진다. 긴 하루가 지나고 서쪽하늘로 붉은 노을빛이 물들다. 바다도 덩달아 일렁인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 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 걸스카우트 연맹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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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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