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3:39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전장의 김철수 대한적십자사회장

적십자의 역사는 곧 앙리 뒤낭과 함께한다. 매년 5월 8일은 적십자의 날인데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생일을 기념해 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적십자 표장’은 흰색 바탕의 붉은색 그리스식 십자로, 국제적십자 운동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조국 스위스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스위스 국기 문양의 색상을 반전한 것이다. 다만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교 국가들은 ‘적신월’을 사용하며, ‘적십자’와 ‘적신월’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적수정’을 사용할 수 있다.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건물은 전쟁 시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있으나 때로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분쟁지역에선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전설적인 영웅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도뷔시’가 오는 23일 개봉해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18세기 실존 인물인 도뷔시가 귀족의 폭정에 맞서 민중을 지키는 내용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주변국의 귀족, 군벌 세력의 억압에 대항하는 백성들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가 지금 처한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이 며칠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보건부 청사에서 긴급후송용 구급차 40대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신속하게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구급차 지원이다. 전달식에는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빅토르 랴쉬코(Viktor Liashko)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 막심 도첸코(Maksym Dotsenko) 우크라이나적십자사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역사도 상당히 오래됐다. 1899년 9월 19일 독립신문에는 홍십자 관련 최초의 논설이 게재됐고, 1903년 1월 8일에는 대한제국정부가 제네바 협약에 가입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오랜 역사에서 전북인으론 첫 수장에 오른 이가 바로 김철수 회장(김제)이다. 그는 이번에 만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방탄 차량을 타고 무려 13시간을 달려 키이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힘든 여정을 필자에게 전했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한국도 70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나라이기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구급차가 필요한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부산항에서 선적된 구급차 40대는 4월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으며, 폴타바, 도네츠크, 자포리자, 오데사, 하르키우, 헤르손, 체르니히우 등의 의료시설에 배치돼 구급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현금 70억원, 물품 258억원 등 총 328억원을 모금해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에 사용했다. 70여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이국땅에서 조금이나마 베푸는 것 같아 푸근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5.22 14:28

잇따른 사찰 화재, 예방·진화대책 강화해야

최근 전북지역 사찰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도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국가 명승 지정을 앞둔 천년고찰, 김제 망해사에서 불이 나 극락전이 전소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완주 구이면 용광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이 모두 불탔다.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사찰 화재는 각별한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지정문화재 중 불교 문화재가 35%를 차지하고, 국보와 보물 등 주요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 많아 이 곳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문화재 소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유서 깊은 전통사찰은 대부분 목조 건축물이어서 화재 위험성이 높다. 물론 소방당국에서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사찰 화재 예방대책을 수립해 추진한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서도 최근 도내 전통·일반사찰 140곳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했다. 마침 김제 망해사 화재 직후여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화재 안전조사는 전통사찰 위주로 진행돼 조사 대상에서조차 빠진 사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의 화재로 대웅전이 불탄 완주 용광사도 이번 안전조사 대상이 아니었고, 화재 당시 사찰 내 소화설비도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찰이 산속에 위치해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현장에 신속하게 진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작은 불씨나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지거나 대규모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우선 대형 화마로 번질 수 있는 사찰 화재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사찰의 초기 대응과 자체 진압도 예방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반 건축물 기준에 맞춰 구비된 소화시설 및 장비만으로는 목조 건축물인 사찰 화재를 제대로 진압할 수 없다는 점이 그간의 사례에서 입증됐다.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찰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해 모든 사찰에서 주기적인 방염 처리와 함께 화재 예방 및 초기 진압 시설·장비를 확충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안전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방당국과 지자체의 화재 안전점검도 한층 확대·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22 12:44

대구·경북 통합…남의 일이 아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하자 이철우 경북지사가 화답하면서다. 대구와 경북을 합쳐 인구 500만 명의 메가시티로 만들어 한반도 제2의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힘을 보탰다. 지도자들이 통 크게 결단하고 일을 추진하는 모습이 부럽다. 이에 비해 전북은 어떤가. 광역 통합은 커녕 30년 동안 기초 통합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기득권을 가진 지역정치인들이 소지역주의를 부추긴 결과다. 지역의 일을 지역민들이 주도하지 못하고 낙후타령만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 보았으면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교통이 불편하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전국이 반나절이면 오가고 SNS 등 통신수단도 발달했다. 인구가 급감하고 생활권도 같은데 굳이 행정구역이 다를 필요가 없다. 행정개편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대구·경북은 올해 내 시·도의회 의결, 내년 상반기 대구경북행정통합 법안 국회 통과, 2026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 선출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조만간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이상민 행안부장관, 대구시장, 경북지사가 만나 통합 지원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전국은 지금 행정통합이 봇물이다. 대구·경북은 물론 충청권 4대시도가 추진하는 ‘충청지방정부연합’,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초광역경제동맹과 부산·경남 행정통합, 광주·전남 행정통합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단위도 군위가 대구에 편입했고, 목포·신안이 순항 중이며 충남 금산군이 대전 편입에 적극적이다. 기장 모범사례는 10년 전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통합 청주시다. 청주시 발전은 옛 청원 지역인 오창과 오송을 중심으로 눈부시다. 통합에 실패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송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중심이 되었고 오창은 세계 최고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첨단전략 핵심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구도 증가했다. 10년이 지나면서 통합 시너지 효과가 뒷심을 내고 있다. 전북도 이제 남의 얘기만 할 때가 아니다.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권 통합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 남의 등만 보고 가다간 늘 꼴찌를 면치 못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22 12:37

정동영의 길

정동영. 우리 정치사에서 그만큼 부침이 심한 인물은 없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를 기록하면서 정계에 화려하게 진출한다. 천정배, 신기남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의 정풍 운동을 주도한다. 권노갑 의원 등 동교동계의 퇴진과 민주당의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일약 개혁의 기수가 된다. 2002년 대선 후 집권 여당으로 새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이 되어 17대 총선을 진두지휘하여 노인 폄하 발언 파동에도 원내 과반을 확보하는 승리를 이뤄낸다. 통일부 장관이던 2005년 6월 김정일 국무위원장을 만나 개성공단,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는 역할도 해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입문 11년 만에 이해찬, 손학규 등 거물들을 물리치고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최고 정점을 찍게 된다. 이때가 정동영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였다. 정동영에게 2007년 대선 후보 이력은 이후 정치 여정에 큰 굴레로 작용한다. 대선 참패의 책임을 오롯이 독박 쓴 채 말이다. 어쩌면 그때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 인생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정동영에게는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였으나 한나라당의 정몽준에게 패배한다. 이듬해에 뜻하지 않게 전주 덕진 김세웅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동영의 출마를 반대하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다. 결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 민주당에 복당한 정동영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 압력을 받아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였지만 낙선하고 만다. 2015년 서울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3등으로 낙선하는 치욕을 겪기도 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 병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여 그의 보좌관 출신인 민주당의 김성주 후보에게 989표 차이로 신승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생당 후보로 출마, 민주당 김성주 후보에게 5만여 표 차이로 패배. 와신상담 끝에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김성주 의원과의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5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파란만장,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정동영의 마음을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일모도원(日暮途遠)일 것이다. 날은 저무는 데 갈 길은 멀다. 한때 진보 정치권의 최정상, 호남 인맥의 대부, 전북의 자랑이던 정동영의 정치 근력이 이울어가고 있다. 이제 정동영은 스스로 호랑이처럼 바람을 일으키거나 용처럼 구름을 불러 모으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다. 여든 야든 누구도 민주당의 큰 어른인 정동영을 가벼이 여기진 못할 것이다.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인한 새만금 예산의 대폭 삭감, 지역 정치인들의 형편없는 대응력과 존재감을 지켜본 전북도민들이 정동영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워라. 무너진 도민들의 자존감과 무력감을 다시 세우라는 것이다. 덧붙여 후배 정치인들을 잘 이끌고, 도움을 주는 맏형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대체로 정치인의 뒤안길은 쓸쓸하다. 김종필은 말년에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하였다. TK의 영원한 킹메이커 허주(虛舟) 김윤환도 토사구팽당하고 빈 배로 세상을 떠났다. 도종환 시인은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하였다(라일락꽃). 세월이 가도 향기와 빛깔을 잃지 않는 정치인, 결코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은 정치인 정동영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1 18:08

새만금 메가시티 자치시 건설해야

황금 땅도 잘못 운용하면 쓸모없는 돌밭이 되고 만다. 가치를 누릴 줄 알아야 하는 지혜로움이 절대적이다. 욕심과 이기는 고귀한 지혜를 통째로 망가뜨려 집어삼키는 결과일 뿐이다. 지금 새만금은 전북특별자치도 발전의 맹주 역할을 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각 지역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가장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기주의로 인한 지역 간의 갈등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의회와 주민 모두는 관할권분쟁에 극한적 투쟁을 벌여오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약간의 완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줄로 안다. 지금 새만금사업은 30년이 지나 제방이 완공돼 항만건설, 공항건설, 내부 십자로개통, 내부개발과 입주기업 등 새만금사업의 기초적 단계를 벗어나려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개발청은 온갖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인 새만금 운용을 하려면 3 시군의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앞장서서 전북특별자치도의 거대한 발전 축의 하나로 자리 잡을 새만금 자치시를 건설하는데 선두 적 역할을 해야 하리라고 본다. 우선 1단계로 새만금 지역 내의 자치시를 건설 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수정 보완하고 궁극적으로는 3 시군과 새만금 자치시를 통합, 새만금 특별자치시를 건설, 전북특별자치도의 서부지역에 대단위 시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 군산외항을 새만금 신항과 일원화시켜 군산 새만금 국제항만, 군산 새만금국제공항, 철도, 도로망 구축 등 대단위 메가시티 국제도시가 탄생한다. 이러한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서부지역에 커다란 발전의 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인구다. 새만금 특별자치시에 50만 인구는 기본이고 궁극적으로는 1백만명 수용의 도시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인력충원요인의 산업체 유치가 뒤따라주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새만금은 최소한 국제적 무대의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이기주의적인 단위지역이 아닌 최소한 메가시티의 관점에서 획기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지금까지는 지역을 본위로 해온 거 틀림없다. 그러나 AI시대를 맞고 있어도 우리에게는 앞으로 30년, 50년, 1백년을 내다보는 멀고 긴 역사 앞에 후세에 부끄러움이 없는 선각자적인 설계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새만금은 최소한 국제적 무대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 손색없는 메가시티개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지금 절대로 늦지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재 진행 중인 사업내용자체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로 작업을 하고 있어 곧 그림을 내놓을 것이다. 이에 수반하여 우선 김관영 지사는 1차적 문제인 새만금자치시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도정에 여념이 없겠지만 하급자에게 미룰 일이 아니라 김 지사 자신이 직접 챙기고 발로 뛰면서 그동안 쟁점이 돼온 3 시군의 관할권문제와 관련하여 전북발전의 축을 이루는 새만금시 건설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를 얻어내야 할 줄 안다. 사자성어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에 욕심을 부리면 큰 것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3 시군은 소의 보다는 대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리라는 것이다. 이제 작은 지역이 아닌 광야의 메가시티를 만들어 후손에 물려주자는 주장이다. 3 시군의 지도자들은 주민들과 난상토론을 거쳐서라도 어느 것이 우리 지역과 전북, 우리나라를 위한 일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새만금개발청은 모든 사업은 국가사업이지만 전북특별자치도와 직결되는 사업들인 만큼 전북자치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발전의 효율성을 찾아 아시아의 허브요, 세계무대를 향하는 새만금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만금은 세계무대의 요람'이다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1 18:08

진안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오랫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총 12권으로 완성된 국내 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는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와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라는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편까지 출간되었고 인기는 여전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고 유홍준 선생은 아주 막강한 문화 권력을 쥐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 되었다. 국민은 답사 지침서가 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우리나라 곳곳의 문화유산을 찾아 열광했다. 당시 답사 열풍은 가히 강력한 태풍급이었다. 그런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두 권째를 읽으면서 무척 속이 상했다. 정확하게는 자존심이 상했다. ‘옛길과 옛 마을에 서린 끝 모를 얘기들’ 편에 실린 글 때문이었다. 완주, 진안지역 사람들이 읽게 되면 누구라도 속이 상할 것이다. 유홍준 선생은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면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설명하여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완주, 진안지역을 지나면서는 유독 좋지 못한 기억만 되뇌고 무진장을 지나갔다. 유홍준 선생은 함양·산청을 답사하는 길에 완주군 소양면 화심을 지나면서 ‘가든’이 즐비하다면서 비웃었고, 무진장을 지나면서는 더욱 넋두리가 심해진다. 모래재는 사뭇 길이 험하다 하면서 사고가 잦다느니, 두 번의 답사 실패를 무진장에 눈이 많이 내린 데에서 그 연유를 찾고 있다. 다른 계절에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무진장’이란 말을 사용하기 위해 별일을 다 끌어들인다. 지금은 4차선 국도와 고속도로가 뚫려 전혀 다른 길로 진안을 오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경치가 좋은 모래재를 이용하면서 낭만과 추억에 잠기곤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내용 중 가장 압권인 부분은 아주 어두웠던 시절의 캄캄한 시골 동네 이야기라며, 1972년 11월 유신헌법 찬반투표에서 무진장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 주었다고 소개하는, 그 대목은 이렇다. “내가 잊지 못할 무진장의 또 다른 추억은 1972년 11월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 때 일이다.…… 무진장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 주었는데, 투표율은 자그마치 103%였다. 무진장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 캄캄했던 시절의 캄캄한 시골 동네 얘기가 이제는 캄캄한 옛이야기로 전설이 되어서 들려온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18쪽. ‘무진장’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위하여 순박하게 살아가는 무진장 사람을 조롱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수백만 독자가 이 대목을 읽었을 터인데, 그 독자들이 전북 무진장 지역을 어떻게 생각할까 끔찍하다. 캄캄했던 시절이라 하지만, 무진장 지역은 순진함을 넘어서 미개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회가 된다면 유홍준 선생과 출판사에 개정판을 낼 때 새롭게 기술할 것을 제안한다. 반드시 개정되기를 바란다.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으로 묶어진 선거구는 유신헌법 찬반 투표가 아닌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다. 그리고 진안군 최신 자료를 종합화한 <진안군 향토 문화 백과사전>에 의하면, 1972년 11월 21일 선거에서 진안군은 투표인 수 4만4306명, 투표수 4만 1408명 투표율 93.5%라 기록하고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 전라고 교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1 18:08

다큐영화 '목소리들'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영화가 있다. 제주 4.3사건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아 만든 조성봉 감독의 <레드 헌트>다. 당시 여야 정당 총재 등 정치인들도 영화를 관람했지만,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수배를 당하거나 구속됐다. 제주 4.3은 1948년 4월부터 1954년 9월까지 7년 7개월 동안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이 공산 빨치산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주민 3만여 명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오랫동안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4.3사건이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학계와 사회단체가 나서면서 4.3은 비로소 우리 역사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9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이듬해 2000년에는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됐다.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03년. 그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를 찾아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공식적으로 국가가 인정한 역사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은 순조롭지 않았다. 비극의 역사 제주 4.3이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영화로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10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목소리들>(지혜원 감독)이다. 영화는 ‘제주 4.3 당시 희생된 수많은 여자와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남은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주 4.3은 한국 전쟁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낸 국가폭력 사건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만 명 희생자의 33%가 노약자와 여성이다. 1949년 5월, 민간인 수용소를 방문한 UN 위원단이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대략 3배나 많았고 팔에 안긴 아기들과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럼에도 여성 희생자는 오랫동안 4.3 관련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다. 4.3 특별법 또한 희생자를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후유장애가 남아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성폭력 등 여성들의 희생은 제외되어 있다. 돌아보면 전쟁의 역사에서 여성들이 기억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제주 4.3도 성폭력 등 고통과 치욕의 시간을 지나온 여성들의 희생을 오랫동안 암흑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여성을 통해 4.3을 조명하는 첫 번째 영화가 된 <목소리들>을 더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주 4.3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목소리들>은 이제 곧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5.21 17:04

전주 음식창의도시 메카로 우뚝 서기를

전주는 명실공히 맛과 멋의 본향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뒤쳐져 도시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말할 수 없이 떨어져있으나 계랑화 하기 어려운 맛과 멋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대중성있게 살려 관광자원화 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내 유일의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라는 점에서 전주를 한식 세계화를 이끌어갈 거점도시로 더 통크게 육성하는 것은 그래서 시급하면서도 매우 중요하다. 전주가 K-푸드의 중심 도시임을 널리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K-푸드의 가치와 다양성을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한편, 전통성에 기반한 과학기술을 접목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것도 벌써 12년이나 됐다. 전주시는 콜롬비아 포파얀(2005년), 중국 청두(2010년), 스웨덴 오스터순드(2010년)에 이어 2012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단순히 대한민국의 음식 수도에 그치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커다란 상징성을 갖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음식도시로 성장하고 있다고 동네에서 자랑만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양한 음식 장인, 유구한 음식문화와 음식 수도로서의 역사성을 제대로 살리는게 중요하다. 그런점에서 '음식관광 창조타운 조성사업' 은 단순히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갖는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식관광자원을 확충함으로써 잘만하면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미식도시로서 확고히 자리잡으려면 국제한식조리학교, 국제발효음식엑스포, 전주비빔밥축제 등 음식 산업·문화·관광이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 음식과 관련해 민간·공공 영역의 협력 체계 구축은 너무나 중요하다. 음식관광 창조타운은 전주시 경원동3가 일원 2829.8㎡ 면적의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약 337억7100만원을 들여 음식도서관, 전시판매장, 요리교실, 창업지원 체험공간, 음식 관련 유튜브 촬영공간 등 다양한 전시와 체험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조성된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답게 전주의 발전은 향후 세계적인 음식관광도시로 성장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전세계적인 맛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주시가 더 집중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21 15:23

전북현안, 소통 가능성 보여준 첫 원탁회의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가 20일 전주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렸다. 전북애향본부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김관영 지사와 서거석 교육감을 비롯한 시장 군수,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22대 총선 당선인, 그리고 각계 시민사회 대표 등 오피니언 리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전라북도라는 행정구역이 생겨난지 128년만에 처음 열린 원탁회의는 전북현안을 둘러싸고 소통과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갈수록 쪼그라들어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의 현실을 공유하고 한 마음으로 뭉쳐 돌파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앞으로 원탁회의를 발전시켜 전북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으는 자리로 활용했으면 한다. 이날 회의는 전북연구원 이남호 원장과 전북대 송기도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고 지정토론과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 원장은 ‘전북 재도역 현안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호남권 2대 도시로 도약 △새만금 국제 공항: 아시아의 항공물류 거점 공항 △완주·전주 광역경제권: 직·주·락·교(職住樂敎) 앵커도시 △첨단 상용모빌리티: 전북자치도 경제 엔진 △한국의 맛·멋·소리: K-Culture 창의수도 등 5개 과제를 설명했다. 나름대로 대안도 제시했다. 이어 송 교수는 ‘새로운 전북시대와 정치권의 역할’이라는 발제에서 전북정치권이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弗爲胡成)라고 강조했다. 이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에 대한 열띤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회의는 전북 현안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고 갈등 현안들에 대해 각자 입장만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돼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민주당 일색의 정치권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호소력 있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지원 문제와 K-푸드 활성화,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전주 미식수도 도약 등 건전한 제안도 도출됐다. 전북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밑바닥을 기는 경제력 등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청년들도 해마다 1만명 가량이 전북을 떠난다. 이대로 가다간 해체될 처지다. 이러한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도민 모두가 똘똘 뭉치고 그 맨 앞줄에 정치지도자가 서야 한다. 원탁회의가 이러한 의견을 모으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21 12:04

통합의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다

요즘 완주-전주 통합 재추진으로 완주군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 필자는 2013년 완주-전주 통합 추진과정에서 생긴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필자는 2013년 완주-전주 통합 찬반투표 당시 완주군 선거관리위원으로 통합 추진 과정을 지켜 본바가 있다. 당시 완주 군민들은 찬성과 반대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고 비난하며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아직도 그 날이 앙금 남아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과 일부 인사들이 다시금 그때의 악몽을 되살리려 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주장의 핵심은 완주-전주를 하나로 묶어 소멸위기에 놓인 전북의 변혁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완주-전주가 통합이 된다 하더라도 소멸위기에 놓인 전북을 되살릴 수 있을까? 어차피 완주-전주가 통합이 된다하더라도 광역시가 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통합하겠다는 것은 완주를 전주에 흡수 통합하겠다는 논리밖에 달리 설명이 안 된다. 그나마 전주권에 있는 일부 단체는 통 큰 양보로 완주-전주 통합을 성사 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오히려 이 단체가 주장하는 것이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라. 상생 발전하고자 하는데 왜 통 큰 양보를 한단 말인가? 통합은 완주군민들의 희생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때문에 완주군민들을 어루만지기 위해 통 크게 양보하자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완주군민들을 생각해 주는 것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한 단체가 통합을 위해 20개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제안을 할까? 이 또한 완주군민들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보장을 받기 위해서 하는 말 아닌가? 완주군민을 위하는 마음은 감사하나 필자는 지켜지지 못할 약속으로 본다. 위 단체가 주장하는 20개 제안사업 중 하나이고, 완주군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 현재 완주군 상관 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설치문제가 그 것이다. 통합이 된다면 위와 같은 일은 더 쉬워질 것이다. 통합 전 원주군, 청원군, 가까운 익산군(함열읍)을 보라. 지금 그들은 통합 전의 상황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완주군은 전북특별자치도 내에 있는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시로 승격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22대 총선에서 완주군을 '완주시'로 승격시키겠다고 공약을 한바 있다. 완주는 전주보다 면적이 5배가 넓고, 수소특화국가산단을 비롯한 여러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자체적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법원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의료원, 양질의 학교를 유치하여 정주요건만 제대로 갖추어 진다면 전주시 다음가는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력해보자. 그런 다음에 그래도 필요하다면 완주-전주 통합을 진지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완주군민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이다. 지금도 완주군민들은 완주-전주통합문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 예전의 아픈 상처를 다시 들 추어내기 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좀 아물어 가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그러하기에 필자는 지나가는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듯이 완주-전주 통합이라는 돌을 함부로 던지지 않기를 바란다. 2013년 그때의 분열된 완주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그때의 악몽이 되 살아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정호 변호사(호산 공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완주군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0 15:36

오월에 청소년을 생각하다.

봄의 절정인 5월! 온천지가 초록 초록하다. 나는 이러한 자연이 숨 쉬는 모습을 보면 더 없이 행복하다. 날로 푸르러지는 산야와 대지를 보면서 파릇파릇 성장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을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님 은혜로 태어나 철없고 행복한 유년기를 거쳐 아동 청소년으로 성장해간다. 육신의 골격이 갖추어지면서 집 밖으로 나가 시민 사회 일원이 되어 간다.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이루며 사회성도 발달하고 다양한 사회적 기술도 발전해간다. 부모 스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 되며 ‘나는 누구인가?’ 의문을 던지면서 자아 정체감을 만들어가고 미래의 가치관을 정립 해간다. 필자는 30여년간 ‘익산법사랑 위원회’에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며 학교폭력, 도벽 등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을 관찰하며 얻은 경험은 그들이 사고의 늪에 빠지게 된 이유가 다양함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가정에서의 교육문제이고 둘은 성인의 지지 없이 또래친구들과 잘못된 만남이 만들어내는 호기심과 의기투합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성교육의 부족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자녀는 부모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이어받으며 자라고, 가정은 인성교육의 중요한 토대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날 가족이라는 집단 가치에 앞서 개인의 자기실현이라는 가치가 중요하고 부부가 조화롭게 자기실현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집집마다 자녀수 또한 적다보니 귀하게 허용적으로 또는 지나치게 통제적으로 훈육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학교에서 가정에서 투정과 불만을 제대로 바르게 털어놓지 못해서 비롯되는 문제도 많다.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바른 훈육 없이 청소년기에 도래하면 여전히 갈등 속에서 부모와 화합하지 못하거나 사회 적응에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역에서 부부자자손손( 夫婦子子孫孫)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체적으로 변화가 급변한시기에 정신적 사회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와의 건전한 상호작용과 자신의 미래 삶에 모델이 되어줄 건전한 성인을 만나는 것은 그들이 바르게 성장하는데 커다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각자의 위치를 바로 알고 토론하는 기회를 통해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최상의 인연복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동청소년이 바른 이정표를 찾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는가. 반성해볼 일이다. 가정에서 사회로 안심하고 나올 수 있도록 손 내밀어주고 있는가? 청소년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성장에 좋은 친구가 되고 훌륭한 정신적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는 여유와 자기성찰을 갖고 있는 어른인가? 부모의 품을 떠난 청소년의 인성교육은 이제 가족의 역할만은 아닌 것 같다. 필자는 30여년전 3만 여명의 자녀와 부모들이 함께하는 ‘솜리 어린이 민속잔치’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그 때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건전한 놀이마당이 지역 사회에 스며들었고 마음이 뿌듯하였다. 아동, 청소년들은 놀이마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노래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받고 즐거운 소풍처럼 부모와 함께 즐겼었다. 5월을 맞아 아동과 청소년을 생각하며 오른 동산에서 바라본 동네 풍경은 더더욱 푸르고 아름답다. /장하열 (철학박사, 산서도서관운영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0 15:10

소상공인연합회 민원편지의 나비효과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나비의 날개짓 같은 작은 움직임 하나가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 어떠한 일이든 조그만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츠(Lorenz, E. N.)의 강연주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가?'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지난 1월 전북소상공인연합회의 전안균 전(前)회장은 시군(市郡)과 전북신보에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한통의 민원편지를 보내왔다. 14개 시군과 전북신보가 협약을 맺어 저금리로 지원하는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은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일부 시군에서 신용등급 1~10등급 중 상위 1~3등급인 경우에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신용이란 믿음의 척도이므로 신용등급이 높으면 우대해 주어야지 거꾸로 불이익을 주고 있으니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본 제안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전북신보는 곧바로 시군과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였다. 시군별 연합회장과 함께 시장·군수를 찾아다니며 신용등급 규제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하였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을 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상위 1~3등급에 대한 지원제외는 조례에 명시된 경우가 많아 의회와도 긴밀히 협의해야만 하였다. 시군과 은행이 출연(出捐)하고 전북신보가 승수효과(12.5배)를 발동하여 지원하는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은 기관마다 입장이 달랐다. 시군은 저신용자 지원을 위한 구휼적 제도로 활용하고 싶어 했고, 은행은 미래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달랐다. 누구든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열어주길 원했다. 이에 전북신보는 소상공인, 시군 및 의회, 교수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지역별 민관공학 협의체의 정책안건으로 「신용등급 규제 폐지」를 선정하여 논의토록 하였다. 그 결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급기야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이 저신용자는 물론 미래성장가능성이 큰 기업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보편적 제도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와같은 제도개선은 전북의 정책금융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금년 4월말 기준으로 신규보증 공급이 전년동기 대비 31.6%나 증가하였고, 보증공급 증가로 자금 순환이 원활해 짐에 따라 전북신보의 부실률도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 중 만년 꼴찌 수준이던 대위변제율(4.3%)이 세종(4.1%)에 이은 2위로 호전되었을 뿐만아니라 전국평균 대위변제율(5.7%)에 비해서 1.4%p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행정규제 폐지를 위한 한통의 편지. 소상공인연합회가 일으킨 날개짓 하나가 거대한 바람이 되어 전북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오히려 독(毒)이 되어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경우는 매우 많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시민의 불만은 뒤집으면 소중한 정책아이디어가 됨을 잊지 말자. 국민의 공복인 관(官)이나 공(公)이 먼저 어디 또 다른 날개짓은 없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살펴 보자.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0 15:09

산림청의 한지자원 연구를 촉구한다.

짧은 칼럼 한 편 쓴다고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훗날, 어디엔가 자그마한 양심의 불씨로 살아있을 거라는 한 가닥 기대로 이 글을 세상에 남겨 진실의 종자로 삼고자 한다. 한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다. 한국 문화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 중 한지가 바탕이 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탕인 한지를 제지하는 기술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등재된 일본과 중국의 종이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지에 대한 기초 연구는 부끄러울 정도로 일천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원료가 되는 닥나무에 대한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 산림과학원은 닥나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현실에서 한지자원 연구보다 제지기술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전통종이의 가치 조명과 활용을 위한 국제심포지엄’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지 않은 기관에 대해 더 이상 기대도 원망도 하지 않는다. 다만 연구자로서 주무부서의 무능과 시대의 한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닥나무 연구에서 제일로 중요한 것은 종자 연구이다. 우선 닥나무의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닥나무에 대해 김무열 교수가 1992년과 2009년에 제출한 “한국산 닥나무는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교잡종”이라는 연구 성과에 대해 산림청은 학문적으로 답해야 한다. 또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닥나무가 형태학적 특징에 따라 교잡종으로 추정되더라도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혼생으로 탄생한 자연 잡종인지 인위적인 교잡종으로 한반도에 유입된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다음 닥나무 육종을 위해 닥나무 씨앗을 발아시켜 다양한 유전자를 통한 품종 개량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고려와 조선 시대에 전국 각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는 특산 닥나무 종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를 근거로 특산닥나무들의 섬유의 특징과 실제 종이로 생산되었을 때 어떤 물리화학 특징을 갖는지 실질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닥나무는 수종에 따라 껍질에서 얻어지는 섬유의 양과 성분이 다르다. 지금은 대부분 백닥을 구입하여 종이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닥나무가 얼마가 섞여 있는지 알지 못한다. 꾸지나무와 애기닥나무 그리고 닥나무 등을 대상으로 기준을 특정하여 각 나무별 섬유의 특징과 구성비를 조사 연구해야 한다. 현재처럼 원료의 장단점이 세분화되어 전문적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면 조선시대와 같은 우량 종이를 만들지 못한다. 그 다음 닥나무는 잔가지가 적고 눈의 양이 적은 종자를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가지와 눈이 많은 상태의 백닥은 품질저하는 물론 티와 조롱 등 이물질 제거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닥의 종자가 좋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어서 최적의 닥나무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율이 좋은 닥나무는 거름을 많이 주고 재배하여 빠르게 통으로 성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무의 성장 속도는 닥 껍질의 두께와 섬유의 구성 비율 그리고 균일한 색상을 유지하는 등 우수한 종이 생산과 관계가 있다. 끝으로 닥나무는 성장 연도와 길이에 따른 하, 중, 상부에 따라 완성된 종이의 질이 다르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종이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는 필수다. 이상의 것은 닥나무 연구의 기초에 해당한다. 기초연구도 없이 한지가 세계최고의 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닥나무 씨앗 한 톨 심지 않으면서 우수한 종자를 개량할 수 있다고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는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펙트는 녹슬거나 시들지 않는다. /김호석 수묵화가·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0 15:09

R&D 예타 폐지 계기로 전북현안 가속화를

국가 주요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인구와 경제규모가 큰 지역은 기존사업은 물론, 신규 시책을 발굴해서 예산에 반영하기가 매우 쉬운 반면, 정작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역동성을 살려야 할 비수도권은 고비고비마다 걸려 낙후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금은 총사업비가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인 재정사업을 진행하려면 수개월에 걸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거쳐야 하는데 비수도권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해 이 관문을 통과하는게 쉽지 않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전북특별자치도인데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주파가 가능한 이른바 미래형 총알 열차로 불리는 ‘새만금 하이퍼튜브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전북자치도가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관건인 정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동력이 뚝 떨어졌다. 예타 탈락 사유는 사안이 시급하지 않다는 거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푸드테크를 비롯해 스마트팜, 농기계 분야에 있어 디지털 전환 등 R&D 관련 사업들을 계획중인데 예타 통과 여부가 결정적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국가경제는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있어 핵심 과제는 선도형 연구개발(R&D)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확충하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정부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부문 예타를 전면 폐지할 경우 전북의 주요 R&D 사업 추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R&D 부문 예타 전면 폐지가 이뤄지려면 국가재정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기에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정부가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모든 예산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 만큼 전북자치도 차원의 준비와 대응도 꼼꼼해야 한다. 정부가 2024∼2028년 중기재정운용 계획과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과 관련, "중기 계획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이젠 단순히 떼를 써선 안되고 충분한 논리개발도 필요하다. SOC 사업은 예타를 통과할 경우 완공까지 보통 10년 가량 소요된다. 예타 면제가 되더라도 전북현안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예타 면제는 종점이 아닌 하나의 시발점일 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20 13:14

정치권 짝사랑의 계절

짝사랑은 서글프다. 화답 없는 구애, 일방적 사랑은 대부분 허망한 결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5월, 정치권은 다시 짝사랑의 계절이다. 4월 총선 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주체와 대상이 바뀌었다. 선거 과정에서는 후보들의 민심 구애 경쟁이 치열했고, 이 중 당선인 한 명을 제외한 다수의 낙선자는 유권자를 향한 짝사랑의 허무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애초부터 콘크리트 벽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두드리다 철옹성을 새삼 확인하고 절망한 안타까운 짝사랑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당선인들을 향한 지자체와 유권자들의 구애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전북처럼 지역구 의원 수가 적은 곳에서는 지자체가 나서 지역 출신 등 연고자 찾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당선인은 물론 배우자의 연고지까지 따진다. 지역 현안 관련 법안 처리와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기댈 곳, 비빌 언덕이 필요해서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릴 기세다. 큰 꿈을 가진 정치인들은 이 같은 이해관계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최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경합을 벌인 우원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도 전북과 연고가 있다. 당선인들을 상대로 득표전에 나선 두 사람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 찾아와 전북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전북 발전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던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은 ‘대구의 딸, 호남(전북)의 며느리’임을 강조해 왔고, 우원식 의원은 명예 전북도민이다. 우 의원은 지난 2021년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스스로 명예 전북도민임을 내세운 차기 입법부 수장에게 거는 지역사회의 기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손을 내민 곳이 어디 전북뿐이겠는가. 전북특별자치도는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해마다 정기적으로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협조를 요청해 왔다. 지역구 의원뿐 아니라 전북과 연고가 있는 의원들도 따로 초청해 도움을 구했다. 선거철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인의 구애는 그 결과를 곧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선거 후 중앙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의 절박한 구애는 그 성과나 인과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산적한 현안을 풀어야 하는 지자체의 눈길이 올해도 일찌감치 중앙부처와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벌써부터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돌며 발품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은 다시 여의도로 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지자체의 구애는 아픈 추억조차 남지 않는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알면서도 20대 청춘처럼 그만둘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5.20 13:01

청년도 떠나고, 청년정책도 뒷걸음치는 전북

청년들의 탈(脫)전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이들의 탈출러시를 멈추게 할 청년정책도 뒷걸음치고 있다. 청년관련 사업과 예산이 줄어든 것이 그 예다. 과연 청년들이 등지는 전북에 희망이 있는가. 청년들이 떠나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에는 노인들만 남게된다. 지역은 활력을 잃고 결국 지방소멸을 앞당기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정부는 지역청년들의 수도권 행을 멈출 수 있는 실질적인 지역균형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북도 등 지자체도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구체적인 정책을 실천했으면 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도내 청년(20~39세) 인구는 2019년 41만1844명에서 지난달 35만8864명으로 5만2980명이나 감소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40만476명, 2021년 38만8760명, 2022년 37만4789명, 2023년 36만3812명으로 청년 인구 감소세가 뚜렷하다. 해마다 약 1만명의 청년들이 전북을 떠난 셈이다. 원인은 학업과 일자리 때문이다. 10대와 20대는 좀더 나은 대학을 찾아, 20대와 30대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행을 택한 것이다. 전북에는 가고 싶은 대학도, 양질의 일자리도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일자리가 핵심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전국의 청년들이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단독으로는 힘이 부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 정부는 말로만 지역균형을 떠벌일 게 아니라 갈수록 견고해지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무너뜨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발등에 떨어진 내 지역의 현안이므로 지자체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런데 전북의 경우 청년정책이 뒷걸음치고 있다. 2017년 ‘전북청년 기본조례’를 제정했으나 유명무실하다. 또 지난 3월 기준 전북도의 올해 청년 신규 사업은 인구청년지원연구센터 설치와 청년농업인 특화작목 성공모델 육성 등 2개에 그쳤다. 청년 정책 사업은 전년도와 비교해 93개에서 85개로 줄었다. 전체 예산 역시 3120억 원에서 2740억 원으로 12% 감소했다. 청년들을 붙잡을 아이디어도, 사업도, 예산도 미흡하다. 지자체가 앞장서고 대학과 기업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20 11:46

태조 이성계 브랜드 마케팅 적극 나서라

전북도가 지역에 산재한 태조 이성계의 역사문화유적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역내 유적지를 시·군 문화관광 축제와 연계하고 태조 이성계의 역사문화 자산과 관련해 다양한 국책사업을 발굴 추진한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잘한 일이다. 전북은 조선왕조의 관향(貫鄕)으로서 이성계와 관련된 역사유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존돼 있는 곳이다. 이러한 역사유적을 문화콘텐츠산업으로 키워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품고 있다. 고대 마한에서 근세 동학농민혁명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인 역사문화의 보고다. 마한의 경우 만경강을 중심으로 초기 철기시대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되고 있고 고구려 유민들은 익산에 보덕국을 세웠다. 최근에는 장수와 운봉 등 동부 산간지역에서 1500년 전 가야의 고분과 산성, 봉화, 제철유적이 속살을 드러내 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900년 전주에 도읍했던 후백제는 ‘역사문화권 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올해 중 450억원 규모의 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이 가시화될 예정이다. 여기에 전주가 고도(古都)로 지정되면 파급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와 관련된 유적지가 전국적으로 67곳이 있는데 이중 76%인 51곳이 전북에 소재하고 있다. 전주가 경기전 등 30개소로 가장 많고 남원이 황산대첩비 등 8개소, 그밖에 완주 위봉산성, 임실 상이암, 진안 마이산, 순창 만일사 등이다. 설화도 전국 110건 중 26%인 28건이 도내에 산재한다. 하지만 전북은 이같은 역사문화자원을 브랜드 마케팅하는데 소홀했다. 조선왕조 500년의 수도였던 서울은 말할 것 없고 충남 계룡시는 태조 100리길, 충북 충주시는 수안보 온천을 왕의 온천으로 스토리텔링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는 이성계가 애정을 쏟은 회암사지를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했다. 반면 전북도는 2020년부터 5년째 이성계 유적지 역사탐방을 운영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태조 이성계의 문화 중심이 전북임을 알리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제 행정뿐 아니라 학계와 관심있는 시민들이 나섰으면 한다. 좀더 공세적인 자세로 브랜드화에 성공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19 18:01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