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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과 도서관

전주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색 있고 재미있는 도서관들을 마주할 수 있다. 학산숲속시집 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연화정도서관 등 기존의 도서관과는 다른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과 함께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여러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결과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또한 전주에서는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전주도서관여행 등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어 언젠가부터 전주는 책의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미술관은 어떠한가. 책과 미술 작품은 대중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영역 중 하나일 만큼 문화생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분야이다. 그리고 미술관과 도서관은 공공에게 문화의 기회를 공적으로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사립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보았을 때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여 문화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색 있는 다양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만큼 미술관 입장에서도 운영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는 서학동 예술마을이 있다. 1980~1990년대 옛 골목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공방들이 많이 모여 있다. 서학동사진미술관, 구석집, 적요쉼쉬다, 서학아트스페이스 등 여러 전시 공간들이 있고 작가들도 자신의 작업실과 공방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에 오면 한옥마을은 누구나 다 찾고 있지만 서학동 예술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전주시에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도서관과 함께 미술관을 운영하는 등 미술관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서학동 예술마을에 위치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는 담쟁이갤러리라는 전시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술 작품 감상의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면 풍부한 문화의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미술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소규모 미술관에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도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 등 규모가 큰 미술관만이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의 작은 미술관이 때로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전시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음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지속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미술관 입장에서도 지원을 받게 된다면 좀 더 책임감을 느끼며 품격있는 전시를 마련하고자 고심할 것이다. 셋째,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시 커뮤니티센터에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면 한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미술 작품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술과 문화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가 도서관에 심혈을 기울여 책의 도시가 된 것처럼 미술관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된다면 더 생기있고 품위 있는 멋진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성장이 더디고 인구도 줄어 경제적으로 위축된 작은 도시이지만 정서적으로 예술적으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도시, 전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0.01 16:06

“제발 엄벌해 주세요”⋯ ‘모범시민’의 나라를 위해

#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렇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화는 처음이다. 올 추석 가장 뜨거웠던 한국영화 ‘베테랑2’ 얘기다. 영화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악인을 직접 응징하는 ‘사적제재(私的制裁)’ 실행자와 동조자를 최종 빌런으로 설정하고, 뻔한 ‘정의구현’으로 끝을 맺는다. 10여년 전 강렬한 기억을 남긴 미국 영화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이 떠오른다. 불합리한 사법시스템에 분노한 남자의 치밀한 복수극을 담은 액션 스릴러다. 주인공은 범죄자를 무자비하게 처단하고, 연루된 판사와 검사‧변호사를 조롱하면서 사법체계의 결함과 모순을 꼬집는다.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극으로 치닫던 영화는 예상치 못한 불편한 결말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절차적 정의’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반면 ‘베테랑2’는 결말이 명료하다. 얼핏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해놓은 답에 ‘진지한 고민’이 없다. 그래서 불편했다. # “딸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수 있습니다. 부디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세요.” 고가 외제차 운전자의 159km 음주‧과속 사고로 열아홉 살 딸을 떠나보낸 유족들이 지난 8월 말 전주지법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울음을 쏟아냈다. 사고 직후 가해자는 법망의 빈틈을 노렸다.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사용했고, 검찰은 범죄자의 음주 수치를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최저치로 낮춰야 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노련한 범죄자들이 악용하고 있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심지어 신혼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는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물론 일면만 들춰내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다수 선량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렇다. 정말 온갖 사정을 다 챙겨주며 선처와 감형을 아끼지 않는다. 사형제도도 사실상 폐지했다. 관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법부의 판단이 끝나도, 행정부가 남발해온 면죄부, 사면·복권 제도가 남아있다. 속이 터진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억울한 피해자들이 자신을 해한 범죄자의 출소 후 보복을 두려워하며 발을 뻗지 못한다.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나 일찍 출소한 흉악범·성폭행범들로 인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범죄자 인권보호에 부족함이 없는 나라다. 상식 밖의 판결을 받아들고 가슴을 치며 세상을 원망하는 피해자, 유족들이 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사적제재(私的制裁)’를 소재로 한 TV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져 나오더니, 정의구현을 표방하며 이를 현실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튜버들이 늘어 논란이 됐다. 사법기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다. ‘사법 불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잔뜩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공권력과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사적제재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당화하거나 영웅시할 일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대중이 이런 불법행위에 열광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범죄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처벌 수위가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져 있다. 국민의 울분이 터져나와도 응답은 없다. 우리 국민 모두는 너무 쉽게 사회로 돌아온 범죄자들의 누범으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선 대법원 양형기준부터 국민 법감정에 맞춰 대폭 손질해야 한다.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그 뒤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이 피울음을 삼키는 모습을 보며 이 땅을 떠나고 싶은 모범시민이 더 늘어나기 전에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10.01 13:45

춤꾼 최선 선생의 무대

그가 무대에 섰다. 짙은 무대화장을 하고 멋진 초립을 쓴 남자 춤꾼. 눈빛은 빛났으나 살짝 들어 올린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올해 여든아홉 살, 최선 선생이다. 지난달 전주한옥마을의 전주대사습청에서 열린 전주시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발표 무대에 선생이 섰다. 허리를 다쳐 짧게 무대에 섰던 지난해와 달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호남살풀이 동초수건춤을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한 선생의 춤은 감동적이었다. 그의 춤사위는 이제 절정에 이르러서도 격정적이거나 동적이지 않다. 몸에 스며들어 그 자체로 춤이 된 몸짓 손짓 발짓이 마음 가는 대로 이어질 뿐이다. 객석에선 누군가가 ‘서 있기만 해도 춤’이라며 무대와 객석을 압도하는 그의 몸짓에 환호했다. 선생은 1935년생이다. 그의 어머니는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던 그를 최승희의 제자였던 김미화 무용연구소에 데려갔다. 여덟 살 무렵이었다. 그러나 스승은 6.25가 발발하자 전주를 떠났다. 배울 곳이 없어지자 전주국악원에서 우리 춤을 가르치던 기생을 찾아가 수건춤, 산조춤 법고춤, 승무를 배웠다. 남자가 춤을 춘다고 손가락질했던 시절이었지만 춤을 자신의 길로 삼았다. 어느 사이 춤꾼 최선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다시 정인방 선생을 스승으로 모셔 학춤 무당춤 등 정통 춤사위를 물려받았다. 그 뒤 선생은 지역에서 이어져 온 춤의 뿌리를 찾는 일에 매달렸다. 오늘에 이어진 <호남살풀이춤>이 그 결실이다. 살풀이장단에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실어내는 호남살풀이춤은 맺고 풀고 어르는 묘미와 고도의 절제미, 섬세한 발 디딤이 조화를 이룬다. 선생은 이 춤을 바탕으로 전라도 지역 권번과 기방에서 동기(어린 기녀)나 초립동(초립을 쓴 어린 남자)이 추었던 수건춤을 다시 정리한 <동초수건춤>을 내놓았다. 동초수건춤은 장구와 징, 구음으로 이루어진 장단에 맞춰 손에 작은 부채나 하얀 손수건을 들고 춤을 춘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사위가 섬세하고 고운 이 춤은 지난 1996년 도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가장 튼실하게(?)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춤이기도 하다. 딸 지원씨가 뒤를 잇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춤을 더 널리 알리려는 선생의 열정으로 대중들과 만나는 기회를 넓혀온 결과다. 선생은 어느 무대건 자신이 서는 무대에 심혈을 쏟는다. 해마다 열리는 이 합동무대에도 예외는 없다. 꼼꼼한 리허설로 오히려 스텝들을 긴장시키고, 사전에 무대 점검을 위해 공연장을 찾는 이도 선생이 유일하다. 문득 90세에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춤꾼이 또 있었든가 궁금해진다. 선생이 한평생 지켜온 치열함이 그 힘 일터다. 들여다보니 ‘무대에 대한 예의’가 거기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0.01 13:45

파산직전 지방의료원 방치할 일 아니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이 빈사 상태를 넘어 파산직전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의사 부족은 물론, 재정난의 누적으로 인해 일부 진료과를 폐쇄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올들어 의료공백이 장기화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의료 소외지역의 마지막 파수꾼인 공공의료를 활성화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을)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20~2023년 지방의료원별 회계 결산자료 등에 따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들의 누적 진료비 적자는 무려 2조 969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북 군산의료원은 이 기간중 860억 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으며, 남원의료원은 650억 원의 누적 적자로 신음하고 있다. 2023년 군산의료원은 약 200억 원의 적자가 났으며, 남원의료원 170억 원, 진안의료원 35억 원의 적자가 났다. 결국 지방의료원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 군산의료원의 부채액은 약 172억 원에 달하고 있고, 남원의료원은 약 379억 원, 진안의료원은 약 16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속에서 나름의 활약을 했던 지방의료원은 결국 빚에 허덕이는 형국이다. 단순히 코로나19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을 살리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지방의료원의 운영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이용이 감소했는데 이후에도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국 지방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2019년 80.5%에서 지난해 6월에는 46.4%로 떨어졌다. 환자 감소는 경영 악화로 이어져 지방의료원 35곳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총 3156억 원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인구 감소와 지방의료원의 경쟁력 부족은 이용률 저하를 부채질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북지역 한 지방의료원 원장은 “과거엔 내과, 외고, 소아과, 산부인과를 주요 4과라고 했는데 옛말이 된지 오래”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결국 지방의료원이 민간 병의원이 못하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과감하게 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시급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30 14:58

기회발전특구 기업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기회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지방에 기회발전특구를 조성하고,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규제 특례를 제공해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정책이다. 기회발전특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능동적인 참여와 함께 기존보다 훨씬 파격적인 조세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물론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적지 않은 세수 감소를 초래하는 일이다. 하지만 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다. 세수 감소를 각오하고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기회발전특구를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특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과 광주·전남·제주 등 비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지방특화형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을 공동 건의했다. 기회발전특구내 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액의 한도를 없애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만 적용하던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기회발전특구에 창업하거나 수도권과밀억제권역내 기업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전체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이다. 상속 문제를 안고 있는 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혜택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3월 중견기업 116곳을 대상으로 ‘지방투자 의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1.2%가 ‘정부가 지방 투자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확대하면 지방 투자를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전주와 익산·정읍·김제 등 4곳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돼 있다. 현재 특구 내 기업들은 법인세와 취득세 등의 세제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만으로는 우수 중견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비수도권 지자체장들이 정부에 ‘과감한’ 세제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인 기회발전특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세제지원이 필수다. 우선 ‘가업상속공제제도’부터 개선해 특구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29 17:46

국감 스타가 되어야

중국이 양자강 주변을 발전시켜 국가발전을 견인한 것처럼 전북은 새만금사업을 미래발전청사진으로 여겨왔다. 단군이래 최대 간척사업으로 불리웠던 이 사업이 30년이 지났어도 터덕거렸던 것은 착공 당시 여야가 정치적 흥정으로 추진한 탓이 컸다. 당초 농토를 확장하려고 추진했던 이 사업을 용도만 변경시켰지 정부 추진 의지가 거의 없어 지금도 개발경계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별로인데다가 인접 광주 전남 충남 정치권의 강한 태클로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애를 먹었다. 일부 도민들은 새만금사업 하나에 전북도가 매달리다가보니까 지역발전이 더디었다면서 지역별로 사업을 다각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바깥에서 어떻게 지역발전을 모색해 나가는지에 둔감할 정도로 전북은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까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이제라도 그 원인은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DJ 노무현 문재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가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그 때 국회의원들은 자신들만 입신양명하기에 바빴지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 사실 도민들도 억울한 일을 당할때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의기의 성냄을 과감하게 했어야 했지만 시늉내기식으로 그치고 제대로 하질 못한 것도 병폐로 지적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감투 쓰면서 잿밥에만 정신 팔렸지 전문성 부족으로 지역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일당독식구조를 이루고 있는 지방의회가 아직도 이권이나 인사개입에 나서는가 하면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주민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눈치만 살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똑똑하고 전문성 있는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데도 민주화때 감옥살이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다보니까 지역이 속빈강정이 되었다. 지금도 민주당 유급당원만 몽땅 모집해서 갖고 있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풍토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북발전은 요원하다. 국감철이 돌아왔다. 지난해 잼버리대회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몰아 씌워 급기야 국가예산 삭감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할 길은 전북 국회의원들이 매의눈으로 사납게 국감을 잘 해야 한다.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만 전북도가 더 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된다. 각 상임위에서 국정을 제대로 파헤치면 자연히 전북몫도 확보할 수 있다. 전북은 의원수가 10명으로 상임위에 중복 배정돼 전체 부처를 상대로 전북몫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다선 중진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긴축재정 상황하에서도 전북몫을 꼭 챙겨야 한다. 도민들이 민주당 후보들 한테 무한지지를 보내면서 10석 전석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전북몫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사법리스크로 자유롭지 못하지만 지난 총선 승리로 여의도대통령이 된 만큼 그 어느때보다도 전북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9.29 17:45

축제에도 ESG 경영을 도입하자!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는 제 28회 무주반딧불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각계의 후한 칭송을 받았다. 일회용품·바가지요금·안전사고 없는 3무축제에 ESG를 더한 결과였음이라 감히 자평해 본다. 축제를 준비하는 내내 축제에도 이제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가미한 책임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였다. 지난해 3無 축제(바가지요금, 1회용품, 안전사고 없는)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전국적인 이슈를 불러 모았던 무주반딧불축제가 올해는 또 축제에서는 처음으로 ESG 개념을 도입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색다른 축제 매뉴얼과 기준을 제시했다고도 자부해 본다. 방문객 수와 경제적 이익을 중요시하던 기존의 축제에 대한 이해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SG를 통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사회의 비전을 키우며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 속에 무주반딧불축제의 브랜드가치를 크게 상향시킴으로써 지역민들에게는 자긍심을, 방문객들에게는 무주반딧불축제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ESG는 금융권에서 처음 나온 개념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달성하기 위해 갖춰야 할 3가지 핵심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관리구조(Governance)의 이니셜로 표기된다. 쉽게 말해, ESG는 수익만을 평가하던 기존 평가의 기준을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ESG는 결국 친환경적인 경영과 사회적 책임경영, 그리고 관리구조의 개선과 투명경영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친환경적인 경영은 환경파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과 엮어 기후변화, 에너지 효율, 쓰레기 관리, 자원 소비, 탄소배출 저감 등과 같은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 책임경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 외에 사회 공헌과 사회적 영향 등 보다 넓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관리구조 개선은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여 비즈니스 리스크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자연을 알고 사회현상을 이해하며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무주반딧불축제 역시 지속 가능한 축제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소통의 축제다. 결국, 무주반딧불축제는 그 시작과 끝을 모두 자연과 함께, 사회와 함께,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공생 공존해야 성공한다는 교훈과 메시지를 준다. 주반딧불축제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축제들이 처한 상황에서의 분명한 기준과 가치관, 미래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의 매뉴얼을 뛰어넘는, 그래서 늘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가는 축제로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축록자불고토( )라는 말이 있다. 불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BC 179~122)이 편찬한 회남자(淮南子) 17권 설림훈(說林訓)에 나오는 말로 사슴을 쫒는 자는 토끼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무주반딧불축제는 대한민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세계 무대를 지향하는 축제이기에 이리저리 한눈 팔 시간이 없다. 오로지 저 높은 한 곳만을 목표로 무주군민 전체가 비지땀을 쏟아낼 각오가 서 있다. /황인홍 무주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29 17:45

2025 멈춰버린 예술강사 지원사업, 이제 전북교육청이 나서야 할 때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먼저 생각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비빔밥 같은 음식일까?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일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에서 1위는 ‘K-POP’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방탄소년단(BTS)을 꼽았다. 문화예술의 힘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19년 동안 한국은 초·중·고등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며 공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의 인적·물적 기반을 꾸준히 쌓아온 것이다. 그사이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등 세계에서 주목받은 콘텐츠를 생산했다. 한류의 밑거름인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정부가 내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을 72%나 삭감한 것이다. 이기헌 국회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예술강사 사업 예산은 80억 8,700만원으로, 사업운영비와 처우 개선비가 각각 42억 500만 원과 38억 8,200만 원이다. 이 중 예술강사 인건비는 0원이다. 이 사업은 국고와 지방비, 지방교육재정으로 편성되는데, 전북은 지방비마저 책정되지 않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총 8개 분야로, 국악, 무용, 연극, 영화, 공예, 만화·애니메이션, 디자인, 사진이다. 전북은 778개 학교 중 599개 학교에 358명의 강사가 파견된다. 교육청마저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다면 전북 지역 학교의 약 77%가 이 사업을 못하는 것뿐 아니라, 358명의 예술강사도 일자리를 잃는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 훼손이다. 시 지역을 제외한 도내 지자체는 예술 관련 학원도 적고, 도시와 거리가 멀어 학교에서 직접 예술 강사를 섭외하기도 무척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과 교육 격차가 벌어지는데, 예술가들이 도서·산간 지역의 학생들을 직접 찾아갔던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을 멈추면 전북은 문화예술 소외지역이 아니라 ‘문화예술 폐쇄지역’이 된다. 초·중·고등학생에게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은 참여를 넘어 예술 행위와 예술작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 사업이 사라지면 학생들은 단순한 구경꾼으로 전락하며,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권을 박탈당한다. 방탄소년단 구성원 중 한 명이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으로 무용 수업을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고백은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이 학생들의 꿈과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말해준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진보와 보수 정권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최소한의 양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년에 지방교육재정이 책정되지 않는다면 전북특별자치도는 통째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가 된다. 현 정부는, 정권의 뒤바뀜에도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으로 유지됐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강사 사업 예산을 복원·증액해야 한다. 또한, 진영 논리와 여야 대치, 정치적 해석과 관계 없이 학생들이 온전히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도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영(문화예술교육가, 어린이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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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9 16:07

출판문화의 도시 전주

지난 7월 전주 남부시장에서 독립출판 도서 박람회인 ‘2024 전주책쾌’가 열려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제 막 시작된 행사임에도 이미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듯하다. 조선시대에 책을 유통했던 중개상인 ‘책쾌’를 독립출판 도서 박람회로 끌어와 연결한 것은 아주 탁월한 발상이라 생각된다. 사실 조선시대 전기에는 상업용 출판과 유통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의 중앙기관이나 지방의 관아를 중심으로 서책의 출판과 보급이 이루어졌다. 특히 전라감영은 경상감영과 함께 가장 많은 서책을 출판한 곳이기도 하다. 이후 조선 중기 이후 서책 출판의 주체가 확대되고 수요가 늘어나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판매를 위한 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서책을 만드는 데는 나무를 다듬어 목판을 만드는 일부터 판각, 인출 등 단계별로 전문기술자가 필요하고, 또한 적합한 종이도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또한 제작된 목판을 보관・관리하는 데도 비용이 수반된다. 일찍부터 전주에서 출판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질 좋은 종이가 생산되고 있었고, 지역의 생산력에 기반한 풍부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전기부터 전라감영과 전주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출판 기술에 조선 후기 경제력의 성장으로 수요층이 확대되고 상업의 발달이라는 변화가 더해지면서 상업용 출판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전주에서 출판된 책을 완판본이라고 한다. 출판 주체에 따라 전라감영이나 전주부에서 출판한 완영본(完營本)과 전주부본(全州府本), 사찰본(寺刹本), 사간본(私刊本) 그리고 민간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인쇄한 책인 방각본(坊刻本)을 아우르는 말인데, 좁게는 판매용 책인 완판방각본(完板坊刻本)을 이르기도 한다. 방각본은 서울을 중심으로 안성, 대구, 전주에서 주로 제작되었는데, 서울의 경판 다음으로 많은 종의 서적이 전주지역에서 간행된 완판이라고 하니 책의 인쇄・출판에서 전주가 가지는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전주지역에서 제작・유통된 완판방각본은 유학경전, 자녀교육용 도서, 가정 생활백과용 등의 비소설류와 한글고전소설류로 구분된다. 특히 한글고전소설류에는 영웅소설과 함께 지역에서 발달한 판소리 문화가 잘 녹아든 판소리계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완판본 판소리계 한글소설에서는 해서체로 쓰여진 점, 내용이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쓰여지고 제목에도 적용된 점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들이 확인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올해 하반기 특별전시로 <서울 구경 가자스라, 임을 따라 갈까부다-조선의 베스트셀러 한양가와 춘향전>(10.1.~’24.1.5.)을 개최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최한 한양의 풍경을 담은 한글 노래를 주제로 한 특별전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의 순회전시인데, 본래의 전시에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완판본 판소리계 한글소설인 춘향전을 더해 전주의 출판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 비친 수도 한양의 풍요로운 모습과 전주의 출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지역에서 많이 찾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전시를 둘러보고 완판본문화관, 전주천년한지관 등도 함께 찾아 체험도 하면서 지역에서 자랑할 수 있는 전주의 출판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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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9 16:07

2차 공공기관 이전 빨리하라

총선을 앞두고 자칫 지역간 갈등 격화를 우려해 미뤄둔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조속히 구체화 해야할 때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게 지체된 결정’이라는 말처럼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가뜩이나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을 더욱 침체로 몰아넣는 행위인 만큼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지난 총선때 전국적으로 공공기관 이전 공약이 난무하면서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이 곧 지역으로 이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에서 여야 합동 캠페인까지 벌이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펼쳐지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한껏 고조됐던것도 사실이다. 실례로 대전시의 경우 정부대전청사 유관기관과 과학기술·철도 등 지역 특화 기관 38개를 중심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시 관계자들은 해당 기관을 매월 3-4회 방문했다고 한다. 전북을 비롯, 전국 자치단체가 총출동하다시피한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전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각 자치단체가 얼마나 애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지 반년이 다돼가도록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의사당 세종 시대가 가시화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7일 세종 국회의사당 예정부지를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차원의 필수전략이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기위해 2005년 계획을 수립,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고, 현재 2차 이전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2차는 말의 성찬만 있을뿐 가시적인 조치가 없다. 혁신도시가 구도심의 인구와 상권을 흡수해 혁신도시와 원도심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만큼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원도심으로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현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현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날때까지 수수방관하면서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희망고문만 하고 있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역 주민들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당장 가시적인 조치를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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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7 11:35

가을의 단상-책이란 무엇인가?

더위가 물러나고 가을이 온다! 천고마비(天高馬肥)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요, 천고인독(天高人讀)으로 사람에겐 독서의 계절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길 속에 들어있다는 책이건만, 독서인구가 줄어서 아예 책이 소멸할 거라는 전망이 팽배한 현실에서 되묻지 않울 수 없다. 도대체 책이란 무엇인가? 앙드레 지드가 말한 대로, ‘책이란 거울과 같은 것’ 불립문자인 책 거울로는 미진한 점이 없지 않지만, 책이란 추우면 한기를 막아주고, 더우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외로울 땐 가장 가까이서 서권기(書卷氣)로 나를 감싸주어서 오롯한 시간을 그와 함께 펼쳐 보내길 그 얼마였던가. 무한 허공이 있듯이 무한 생각의 책도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나는 감히 책이란 인간에겐 의식주요, 그중에서도 나 자신이 입고 사는 옷이라서 동고동락했느니, 신간 서적을 펼치는 순간마다 저자의 도서관 하나가 문을 열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선물인가. 헌책이나마 그래도 옷이요 밥풀이 되어주었기로, 연애편지를 뒤져서 최상의 고백서를 일생이 모자라도록 쓰고 읽고, 쓰고 읽고, 평생을 희망의 옷깃으로 허기를 때우면서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느니...부자가 부럽지 않고,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건, ‘책 옷’의 훈 짐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ㄱ자도 몰라보는 노치원 어른도 폐품으로 나온 서적 뭉치를 보면 반색을 하고, 단번에 리어카에 싣고 고물상으로 달린다. 도서관은 옷으로 넘쳐서 입하 사절이라니, 거세게 달려드는 밀물 공황장애랄까. 허풍산이 발병 난 몸뚱이, 불안한 뇌파만 살아서 울부짖는 뭉크의 ‘절규’ 같은 그림이 없어지지 않듯이 글자도 없어지지 않는다. 왜? 옷이니까. 입어야 사는 생명체니까. 그림 한 점이 많게는 수백억도 넘게 호가하는 현실에서 문자 한자의 예술성이 그림에 못지않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와 ‘어’는 절묘한 예술의 경지를 잘 보여주는 명화 중의 명화다. 보라, 어머니의 어는 이에 점을 안에다 찍었다. 아버지는 이에 점을 밖에다가 찍었다. 얼마나 안팎으로 절묘한 세상 원리를 나타낸 예술 글자인가. 나무 목자 목(木)은 사람이 십자가를 보듬고 섰다. 승천하는 기상이 목(木)소리까지 살랑살랑 사랑을 풀어내는 현상이 얼마나 절묘, 신통 방통인가?!. • 점 하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너’이고 ‘나’다. 님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남’에서 점 하나를 지워버리면, 그렇게도 기리는 ‘님’이거늘... 극과 극, 두 획 사람 人, 서로가 부족한 2/1이니, 의지 가지 청홍으로 만난 단짝이요. 음양 좌우 두 손, 요철凹凸의 길, 배와 배를 맞추는 통통선 기울지 않는 수평으로 출렁인다. 서로에게 원수가 아니라, 진실로 형평의 안정과 균형을 이루는 구원의 신이다. 이름하여, 청홍의 옷을 입고 하나로 휘돌아 나아가는 천생연분, 태극의 길이다. 옷을 입어야 사는 목숨, 책이 부자라야 우리 몸뚱이도 부유한 삶을 누릴지니, 책이 곧 우리들의 의식주요, 그중에서도 글자와 글자가 몸을 데워 주는 생기의 원천인 옷이라는 걸 망각하지 말지니. 오늘에 나 자신에게 외쳐 댄다. 화성 너머 은하를 넘어 ‘미래의 거울’, 출렁이는 파도 ‘책 옷’을 입고 찰랑찰랑 가잔 구나. 생명의 열망을 읽고 쓰고 읽고 쓰고, 건너야 하는 고해의 바다 무쏘의 뿔처럼 찔러대는 파도가 바다를 철썩철썩, 책을 채워, 나를 채워 가잔 구나. 책을 읽는 것보다도 TV 같은 비디오에 접하면 접할수록 인지능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지적했듯이, 책을 읽고 자연과 더불어 교감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책을 존중하는 사회로의 열린 교육! 바로 지금이, 대자연 ‘책’이라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는, 일상의 독서 생활화를 제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막장의 시점이다. 대자연 만유를 읽어야 할 책!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 허공까지도 읽어야 할 공책 한 권!. 한 손엔 괭이를 들고, 또 한 손엔 드론의 책, 극과 극 청홍을 휘몰아 가는 상생(相生)의 길, 그게 곧 태극의 길 ‘책’이다. 드론을 채워 가는 이 가을의 단상, 온고지신(溫故知新) ‘책’을 삭여 먹으면, 밝아오는 생명의 정곡 진수를 털어내는 적멸일시 분명하다. 보라! 저 흩날리는 낙엽이랑 풀벌레 소리 이슬이 빛나는 책갈피마다, 열망의 끝에 불타는 ‘낙엽귀근’이자, 이 ‘가을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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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6 17:56

교육감 러닝메이트

교육감 선거제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도지사를 뽑는 지방선거와 함께 같은 날 투표를 하지만 정치인 선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져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기 일쑤다. 정당 공천도 없고 기호도 없이 치르다 보니 유권자 관심을 끌지 못해 그동안 ‘깜깜이 선거’라고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현재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와 함께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를 묶어 선거를 치르자는 법률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다시 말해, 시도지사 출마자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고 당선되면 그를 임명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학 관계의 교육감 선거가 정치권 논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바뀔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래 정치적 중립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됐지만, 그 취지와는 다르게 진흙탕 선거판으로 변질됐다. 상대 후보 비방전과 흑색선전은 정치인 선거를 뺨친다. 심지어 진영 간 편가르기를 뛰어넘어 교육 현장이 이념 논쟁에 휩싸이는 등 부작용이 심해 직선제 개편의 단초가 된 셈이다. 당적이 없는 출마자들이 정당의 보조금 지원을 못 받자 선거자금을 둘러싼 불법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교육감 후보자의 교육경력 자격 기준을 기존 3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상향하고, 전과기록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전문가로서의 자질 논란이 예상되는 사람의 출마를 미리 막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교육감의 러닝메이트는 선거 부정이 터질 때마다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단적인 예로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수사의뢰가 되거나, 선관위 경고를 받은 건수가 전국 140건에 달한다. 동시에 치러진 시도지사 선거 94건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선거 과정에서의 심각한 불법적 행위로 인해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만 높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북의 선거 흑역사를 살펴봐도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8년 뇌물수수 혐의로 8년 도피생활을 한 최규호 전 교육감이 구속된 바 있다. 김승환 전 교육감도 10년 넘는 임기 동안 끊임없이 검경의 수사 칼날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마찬가지로 서거석 교육감도 취임 이후 2년 넘게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 왔다. 더욱 안타까운 건 네거티브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정작 후보의 교육철학과 공약 점검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특히 진영 논리에 따른 지지층 결집에만 혈안이 돼 선거가 백년대계를 논의하는 장으로 승화되지 못했다. 최근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곽노현 출마 논란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직선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확산됐다. 이처럼 직선제 의미가 실종되면서 불가피하게 선거제 개편을 통해서라도 본래 취지를 살리려는 대안 제시가 고무적이다. 어찌됐든 공론화 과정에 오른 만큼 문제 해결 노력에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9.26 17:56

수해 복구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현실화해야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로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주택과 농작물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재난을 당한 주민들의 피해복구와 일상회복을 돕기 위한 재난지원금이 현실과 동떨어져 수재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던 익산지역 농가 상당수는 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는데도 불구하고, 피해 정도가 정부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액의 위로금을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에 따라 올여름 심각한 침수피해를 당한 익산지역 농가에서는 재난지원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절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더라도 실제 지원 규모는 주민들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아 피해 주민들에게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 지역을 찾은 여야 정치인들이 현장을 둘러보며 재난지원금을 큰 폭으로 올려 현실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또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느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에 선정되면 해당 지자체와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 마치 큰 전공을 올린 것처럼 홍보해댄다. 정부가 국비를 책정해 피해 주민들에게 복구비 지원과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만큼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농업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일반재난지역과 차이가 없고 보험료 감면 등 간접 지원만 일부 늘어날 뿐이어서 재해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의 일상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일부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피해를 입은 수재민에게는 도배 ‧장판 교체비용 정도만 보전해 주고 있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상기후 시대, 가뭄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게 뻔하다. 주민들이 당한 피해 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과 규모를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한다. 가뜩이나 기후위기로 영농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민들이 자연재해로 무너지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복구비 지원을 통해 빠른 일상 회복을 도와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26 16:27

추석의 추억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버스터미널, 기차역, 도로 위에는 들뜬 얼굴로 고향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려진다. 필자도 명절이 되면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느라 급하게 이동하는 귀경객 중 하나였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고 다섯 식구가 한차를 타고 재미있는 가족여행쯤으로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대여섯 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고향에 도착할 때가 되면 모두가 지쳐서 아무말도 못하는 상태가 되곤 했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고 부모님 댁에 도착하면 몸은 파김치가 된 듯 피곤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을 뵈면 다시 기운을 얻었다. 매년 아들 가족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던 부모님, 특히 어머니께서는 항상 ‘바쁘고 힘든데 왜 고생하며 올라왔느냐’고 걱정스러운 말만 반복하셨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다리던 아들 내외와 손주를 만나게 되어 기쁜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난을 오신 부모님께 명절은 가족 전체가 모이는 특별한 날이였다. 아들 가족이 오기 전 어머니께서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신 녹두전, 큼지막한 만두 등이 차려진 푸짐한 밥상이 매년 추석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하신 요리를 게눈감추듯 짧은 시간에 먹고 일어설 때면 어린 시절 철없는 아들로 돌아간 듯했다. 고생하는 어머니와 아내를 생각해 설거지라도 도우려고 고무장갑을 끼면 아들을 밀어내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아들 손에 물이 묻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가 엿보였다.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문을 나서는 우리를 배웅하면서 당신의 시야에서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드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주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겠다.’라고 매번 결심하지만 실천으로 옮겨지진 못했다.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뵌 것은 해외 출장을 떠나기 전, 병원에 입원중이시던 어머니의 얼굴을 뵙고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드렸을 때였다. 어머니께서 큰 소리로 ‘거럼, 잘 다녀오게.’라고 황해도 사투리로 대답해 주실 때의 표정에서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표정이 느껴졌다. 병원에서의 만남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일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고,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어머니의 소천 소식을 듣고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고사성어처럼 시간은 절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매년 명절마다 부모님을 뵈러 올라가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면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것이 송구하다.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오시면서 겪으셨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외울 지경이 되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들어드리지 못한 것,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드리지 못한 것 등 잘해드린 기억보다 못해 드린 기억들만 생각나면서 내 마음에선 ‘어머니 죄송합니다. 감사해요, 어머니’라고 뒤늦게나마 마음속으로 되뇌이곤 한다. 이제는 내가 그 시절의 어머니 나이가 되어서 추석을 맞아 집에 방문하는 자녀와 손주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내가 준비한 추석 밥상을 맞으며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서 떠들며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귀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전에 어머니에게 드리지 못했던 감사의 말을 자녀들에게라도 해야겠다.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잘 살아주니 고맙구나’ 하는 진심 어린 말을 지금, 바로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기에 추석 명절이 지난 지금이라도 휴대폰을 꺼내어 전화를 한 번 더 걸어 ‘고맙다’ 또는 ‘사랑한다’라는 표현을 해보자. 지금의 전화 한 통이 먼 훗날 뼈아픈 후회가 되지 않을 테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가족들을 떠올린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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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6 14:53

함께 자라나기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계절이 왔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으니 이제 다시 마당으로 나갈 시간이다.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 큰아이는 자연스럽게 캠핑을 하자고 이야기한다. 미리 예약해 두지 않아서 어쩌지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마당에 텐트를 치고 놀이 테이블을 옮겨 놓으면 그것으로 캠핑 준비는 끝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루 온종일 마당에서 볕을 쬐고 바람을 느끼며 아침, 점심, 저녁을 보낸다. 부엌에서 요리한 음식도 바깥에 차려 먹으면 레스토랑의 야외석처럼 느껴진다. 보드게임도 텐트 안에서 하면 더욱 재미있다. 여유가 있다면 이틀, 삼일 정도 텐트 생활을 한다. 집에서 하는 캠핑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과 밖의 온도와 감도는 엄연히 다르다. 아이들은 바깥에서 더욱 쑥쑥 자란다. 우리집 아이들에게 바깥 생활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봄‧가을에는 마당 캠핑을 하고 여름에는 옥상에서 수영을, 겨울에는 마을의 경사진 길에서 봅슬레이같은 눈썰매를 탄다. 덕분에 팬데믹으로 집에서만 생활해야 했던 때에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층간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고, 소리 지르며 놀 수 있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가장 큰 장점은 땅과 식물, 벌레들의 존재이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느낄 땐 마당으로 나왔다. 시골의 마당에는 계절마다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아이들과 재미나게 잡초뽑기 대회도 하고 물주기 시합도 하다 보면 두어시간 지나는 동안 함께 마당 정리를 마치게 되기도 한다. 책 속의 식물들과 곤충들의 진짜 모습이 내 옆에 있는 놀라움은 덤이다. 처음에 흙을 만지기 싫어 했던 첫째는 ‘흙 묻으면 털지 뭐’ 하고, 벌레를 무서워했던 둘째는 ‘저거는 뭐야?’ 한다.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여기서 같이 자라고 있다. 나와 남편이 귀향 계획을 친구들에게 알렸을 때, 아이들 학교는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나와 남편의 대답은 ‘그건 그때 가서 봐야지.’ 였다. 어디에 살든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무엇을 잘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우리가 서울에 산다고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더 잘 키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기도 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무엇을 원하게 될지 모르겠고, 나와 남편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격변하는 시대에 ‘라떼는 말이야’ 하고 어줍짢은 코치를 하려 했다간 오히려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해서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지금의 환경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까지 왔다. 우리가 자랄 때는 맹목적으로 달려나가느라 지나치고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찾아와 발견한 일이 결코 의미 없는 회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다른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훗날 좌절이나 실패가 다가와도 다시 잘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 인간의 문제는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여기서 우리와 함께 자라며 무엇이 되었든 자기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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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6 14:52

10년전에 증여받은 자금 신고 안해도 될까?

증여받았는데 증여세 신고를 안 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국세청에 안 걸리고 15년이 지나야 세금추징을 면할 수가 있습니다.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기간을 제척기간이라고 하는데 증여세와 상속세의 경우 15년입니다. 10년전에 부모님으로부터 전세자금으로 1억원을 받았다면 과연 세무서에서 이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만약 알았다면 과세예고통지가 진작에 날라왔을텐데 말입니다. 부동산과 같이 등기,등록이 되는 재산을 증여받으면 국세청에 통보가 되기 때문에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이 아닌 현금을 은행 계좌롤 통해 받은 경우 세무서는 증여 사실 여부를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2014년도에 고액 전세 세입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었었는데 그 때 대상이 된 사람들의 전세자금 규모는 10억원 이상이어서 소액의 전세자금에 대해서 세무조사실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전세자금으로 새로운 주택의 구입자금으로 사용한다면 증여세를 추징당할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후 30일 이내 자금 출처를 기재한 자금조달계획서를 시∙군∙구청에 제출해야하고 검토 진행 중 문제가 발생시 국세청에 통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오랜 기간동안 세금 추징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지내야하며 15년이 지나야 추징을 면할 수 있으니 너무 힘든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신고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신고기한이 지난 경우 기한후 신고를 통하여 증여세 신고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신고를 불성실하게 한 대가로 신고불성실 가산세와 납부를 늦게 한 대가로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본세와 함께 납부해야만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증여를 받고도 세금신고를 안하고 아무 문제가 안생겼다 하더라도 이를 과신해서도 안되고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증여세를 과세할수 있는기간은 15년이나 되고 앞으로 15년간 국세행정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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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6 14:52

집권여당 전북 현안에 진정성 보여라

김관영 지사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핵심 사업 예산 확보 및 현안 해결을 위해 집권여당이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 전라남도와 함께 예산정책협의회를 갖는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2025년도 국가예산 확보 및 지역 발전을 위한 주요 현안들을 논의했다. 해마다 이런 형식의 회의가 열리기는 하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조배숙 전북도당위원장, 구자근 예결위 간사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자리인만큼 향후 결과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핵심은 과연 집권여당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느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전북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도 했다. 새만금 10조2천여억원 투자유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수년전 전북의 모습과 비교하면 나름 의미가 있으나 타 시도의 성과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다른 지역은 날아가는데 전북은 뛰어가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새만금 내부 개발, 환경생태용지 조성 등 핵심 사업 등은 예산 부족으로 터덕거리고 있다. 기업들로 새만금이 바글바글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은 어디 갔는지 모른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 등도 마찬가지다. 지역발전은 결국 집권여당의 의지에 달려있다. 도민들은 집권여당의 지역균형발전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집권여당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그동안 전북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단순한 수사에 그쳤을뿐 구체적인 예산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입장에서는 지지도 하지 않는 지역에 구태여 공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정치공학적 판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도약은 지역이 고루 성장하고 발전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낙후지역에 대한 특단의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늘 예산이 부족해 지역 숙원, 신규사업 등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국회에서 성과를 내는 예산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힘에 호남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정책위 의장, 예결위 간사 등과 협력해 호남예산 확보를 위해 힘차게 뛰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집권여당 책임있는 인사의 말을 중천금으로 여기고 있다. 올 정기국회때 집권여당이 전북관련 현안 예산에 얼마나 성의를 갖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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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6 10:59

정읍사 노래 속 서울을 걷는다

해마다 봄·가을이면 귀한 손님이 오신다. 꿈과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오신다. 정읍 신태인고와 왕신여고 학생들이다. 7년 전 학생들과 함께 한양도성 성곽길을 걸었다. 첫 번째 책이 나올 무렵 만남이 이루어졌다. 우연한 기회였다. 출판기념회 제쳐두고 그들을 보러 갔다. 청년들과 함께 서울 속 정읍을 찾아 흥인지문에서 돈의문 터까지 순성하였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리’ 백악산 정상에 오르니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목이 마르고 지쳐갈 무렵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소리에 모두 웃는다. 학생들과 선생님도 백악산 정상 바위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경복궁과 목멱산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마치 정읍사 여인처럼 산 위에 올라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듯 한양도성 따라 걷는다. 천 년 동안 계속 불려진 노래가 정읍사다. 애달프지만 장단에 맞추어 박수로 호응한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도성 안 정읍의 흔적은 무엇일까? 낙타산 성벽에 井邑(정읍) 각자성석이 있다. 600여 년 전 한강 건너 한양도성을 만든 정읍 사람들 흔적이다. 그들도 정읍사 노래를 부르며 고향으로 돌아갈 그날을 기다렸으리라. 발길을 옮긴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 광장 이순신 상이 있는 곳이 황토현이었다. 그 옛날 청계천으로 물이 흘러가는 언덕배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순신 장군이 정읍 초대 현감이셨다. 정읍 성황산 기슭 충렬사에 기념비와 영정이 있다. 그곳은 일제강점기 신사 터다. 이제 충무공 이순신 상과 함께 정읍시청이 있는 충무공원이 되었다. 서울에는 충무로와 충무로역이 이순신 장군을 기억하는 거리다. 보신각 가는 길 종각역 5번 출구 앞 황금색 상이 웃는다. 녹두장군 전봉준 상이다. 매서운 눈빛, 꼿꼿한 허리, 불끈 쥔 주먹, 다리를 걸치며 누군가 응시하는 눈빛 그리고 오른손을 바닥에 받치고 앉아 기다린다. 종각이 있는 이곳은 전옥서 옛 감옥 터다. 회문산에서 이곳으로 압송되었다. 1895년 전옥서에서 속전속결 첫 재판을 받고, 종로 한복판에서 손화중·최경선·성두환·김덕명과 함께 교수형을 당했다. 127년 전 41세 나이로 별이 되었다. 이곳은 서울 속 전봉준 거리다. 아니 정읍의 거리다. 보신각 건너 탑골공원 지나 수운회관까지 동학의 길이자, 녹두장군을 기리는 기억의 공간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꽃에 앉지 마라’ 파랑새 노랫소리와 함께 학생들과 걷는다. 뜨거운 태양 속에 덥지만 길 위에서 묻고 답하며 길을 찾는다. 길 위에서 정읍을 생각하고, 정읍에서 찾아온 청년을 보며 함께 미래도 그린다. 그들이 힘이요, 청춘이 곧 미래다. 올해 효창원을 함께 걸었다. 도성 밖 추모 공간이다. 이른 아침 새들이 반기는 고요한 공간이다. 초록색으로 바뀌는 계절 발걸음도 가볍다. 효창원은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의 무덤이었다. 해방 후 목멱산과 한강이 보이는 독립운동가 묘역이 되었다.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묘가 나란히 있다. 백정기의사기념관과 동상은 정읍에, 백정기 의사 묘는 효창원에 있다. 의열사와 삼의사 묘가 있는 이곳은 역사의 숨결이자, 기록의 공간이다. 몸과 맘을 바친 독립운동가 정신을 되찾는 곳이다. 정이 메말라가는 요즘, 부부간 사랑과 남편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담긴 정읍사(井邑詞) 노래가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삭막한 서울에 정다운 정읍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심고 간다.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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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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