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2:56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딱따구리] 뉴질랜드 바람길 따라 부안의 미래를 보다

뉴질랜드 북섬 와이카토, 래글란 인근 구릉지대에서 바람이 쉼 없이 불어왔다. 28기의 풍차 날개가 회전하며 초원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테 우쿠 풍력발전단지는 연간 6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 숫자로만 보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달랐다. 거대한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와 바람을 타고 흐르는 전기의 숨결이 느껴진다. 뉴질랜드는 이미 전력의 8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수력, 지열, 풍력, 태양광이 만들어내는 이 ‘녹색 전력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국가 전략이다. 2035년 100% 재생에너지 목표는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달성 가능한 현실처럼 느껴졌다. 한국의 부안군은 지금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서해의 바람을 활용한 3GW 해상풍력단지, RE100 전용 국가산업단지 추진. 권익현 부안군수는 이를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닌, 지역경제 구조를 바꾸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주민 1만6000명이 참여한 산업용지 전환 서명부는 그 열망을 보여준다. 뉴질랜드 사례에서 배울 점은 분명하다. 단순히 풍력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주민 참여형 수익공유까지 결합해야 한다. 바람은 누구에게나 부는 것 같지만, 이를 전력으로 바꾸고, 지역과 공유하는 전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테 우쿠 풍차의 굉음, 타우포 지열지대의 김이 나는 증기, 서울 정부청사에서 총리에게 전달된 서명부까지. 멀리 떨어진 풍경과 장면이지만, 모두 같은 메시지를 말한다. ‘청정에너지로 미래를 만들겠다’는 결심 말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이 국가를 바꾸고, 지역을 바꾸고, 사람들을 움직인다. 부안이 그 바람을 제대로 탈 수 있을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 오피니언
  • 홍경선
  • 2025.09.11 14:32

[사설] 군산중심지 12년째 침수, 종합대책 시급

2025년 올 여름은 유난히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빈발하였다. 지난 9월 7일 군산에 시간당 152mm의 200년 빈도의 기록적 폭우가 내리며 전북권 전역에 침수 통제와 산사태 주의가 발령되었다. 특히, 군산시 나운동 구)보건소 사거리와 신풍·송풍동 일대가 해마다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해 근본적인 침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지역 침수는 2013년 ‘8·13 수해’ 이후 폭우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데 고지대인 백토고개와 구)보건소 일대에서 급격히 흘러드는 빗물과 각종 쓰레기가 하수구를 막아 배수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빈발하며,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군산시는 2013년 ‘8·13 수해’ 이후 수십억 원을 들여 우수저류시설과 배수 펌프장, 압송관로 설치 등 대책을 마련해 왔다. 그런데 이번 집중호우는 시설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는 강우로 배수 효과가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었다. 즉, 시설은 정상 작동했지만, 처리용량을 초과한 폭우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이 저지대에 위치해 단편적인 시설 보강으로는 반복되는 침수를 막기 어려워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기록적 폭우가 향후 더 많아질 것이란 기상청의 장기 예상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배수 및 대응 용량 확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하수도 기본계획의 강우 빈도 기준부터 재검토하고,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배수 체계 점검과 처리용량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피해복구 지원금에 대한 피해 주민들의 불만도 해결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 7월 군산의 시간당 최고 132mm의 강수량에 따른 해당 지역 상당수 침수상가는 수천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지원금은 300만~500만 원 수준에 그쳐 누적되는 피해와 지원금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제도 강화, 긴급 금융지원, 상권 회생 같은 체감할 수 있는 지원과 침수 예방을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결국 전북도와 군산시는 상습 침수 공간의 구조개선, 배수 용량확대, 피해 보상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지역 정치권과 함께 중앙정부와 협의해 국비, 지방비를 포함한 근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10 18:46

[사설] 인재양성 장학숙 관장에 ‘전과 5범’이라니

‘미래를 이끌어갈 전북인재 양성’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장학숙 관장에 전과 5범의 지역 정치인이 임명됐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적절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인사검증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의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관련 법규상 결격 사유가 없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당사자의 전과 기록이 모두 10여년 전 일이어서 법률상 공무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30년 넘게 도민의 관심과 성원을 받아온 인재양성 기관이라는 점에서 더 철저한 인사검증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인사권자가 특정인을 지명해놓고, 그에 맞춘 형식적 절차를 진행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일 전북특별자치도 서울장학숙 관장으로 임명된 한희경 전 전북도의원은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공직선거법 위반 등 총 5건의 전과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여성국장,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2017년 말 민주당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6개월간 전북도의원 생활을 했다.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전북도의 도비 투자, 그리고 도민과 지역 연고 기업인의 성금 기탁으로 설립된 전북특별자치도 서울장학숙은 지난 1992년 개관 이후 33년째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전북지역 학생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장학숙은 수차례에 걸친 시설 증설로 정원을 늘렸는데도 해마다 치열한 입사 경쟁이 벌어질 만큼 도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장학숙은 전북의 인재를 키워내자는 도민의 열망과 희망이 담긴 기관이다. 전북의 미래를 밝힐 인재양성의 요람이 되어야 한다. 장학숙 운영을 총괄하는 관장은 당연히 도덕성과 전문성, 그리고 확고한 교육철학을 갖춰 도민의 신망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전북의 미래와 관련되는 일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금이라도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5번의 전과가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우리 학생들을 맡기느냐’는 지역사회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논란의 당사자도 도민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해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10 18:45

[오목대] F1그랑프리와 군산의 추억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스포츠인 F1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1 현역 수퍼스타 루이스 해밀턴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F1 더 무비’를 통해 경주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눈이 트였기 때문이다. 노장 브래드 피트가 신인과 팀을 이뤄 F1 우승을 쟁취하는 감동 서사인 이 작품은 지난 6월 개봉해 현재 한국에서만 동원 관객 500만명에 육박했다. 올해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F1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포뮬러 자동차 경주 대회다. 하계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로 꼽힐만큼 유명세와 권위를 자랑하는데 전북과는 매우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여 년전 군산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려다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고, 그 와중에 굴지의 기업이었던 세풍이 없어지고, 당시 유종근 지사와 김길준 군산시장의 정치 역정에도 매우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인기나 대회 규모에 비해 한국에서는 F1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전남 영암에서 F1 그랑프리 대회가 열렸으나, 기반 부족으로 실패했다. 특이한 것은 인천시가 최근 F1 그랑프리 대회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이의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때마침 내달 12일 서울 도심에서 초고속 자동차 경주 ‘F1’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F1을 도심에서 시연하는 이벤트 ‘F1 쇼런(Show run)’은 메르세데스 레이싱팀이 초청돼 굉음의 질주를 선보일 계획이다. 인천시가 F1 그랑프리를 유치하려는 것은 잘만하면 경제 효과가 수조 원에 달할만큼 대박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군산시의 F1그랑프리 자동차 경주장 건설은 ㈜세풍월드가 준농림지역인 염전부지를 활용해 자동차 경주장과 골프장, 요트장 등을 건설하려던 것으로 지난 98년 7월 이 회사가 워크아웃 되면서 전면 중단됐다. 시간이 지난뒤 이 부지는 경매 절차를 밟아 211억 원에 광주에 본사를 둔 금광기업과 전북환경영농법인에 낙찰됐다. 앞서 세풍건설은 폐 염전 167만평을 용도변경해 자동차 경주대회를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전북의 F1 그랑프리는 시작됐다. 당시 공시지가가 1만원 수준이던 폐 염전 부지는 준공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10만원으로 올라가는데 결국 167만평 중 10만평을 기부체납하되 대회 개최를 조건으로 용도변경을 해줬다. 이후 세풍건설은 용도변경된 부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997억원을 대출받았는데, 결국 공사는 시작도 하지 못해 군산시는 용도를 본 상태로 돌렸다. 담보가치가 없어지자 은행은 세풍에 압력을 가했고, 결국 당시 유종근 지사는 유탄을 맞으면서 5년형을 선고 받았다. 지역발전에 대한 광풍이 몰아치던 시절 F1 그랑프리가 장미빛 청사진에 그치지 않고 만일 성공리에 실현됐더라면 오늘날 전북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9.10 18:45

[의정단상] 농생명수도 전북!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최근 놀랄 노자, 놀랄 일이 벌어졌지요. 전북에 농촌진흥청이 이전해 있는데, 푸드테크소재과 같은 일부 부서를 수원으로 다시 옮기려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북도민의 반발과 정치권의 노력으로 무산됐지만…2014년 수원에서 전북으로 온 농진청을 10년 만에 수원으로 재이전하려던 계획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전북에 농진청이 잘못 이전해 온 것일까요? 전북이 식품·바이오 산업 중심의 ‘농생명수도’가 맞을까요? 전북이 농생명수도인지 먼저 알아볼까요? 우선 전북에 농생명 관련 공공기관이 몇 개나 될까요? 자그마치 23개가 있습니다. 제가 확인한 내용을 도민께 보고드리고, 이들 기관이 전북에 있어야 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농진청은 이미 말씀드렸고, 전북에는 △국립농업과학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능성바이오소재연구센터 △전북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농축산용미생물산업육성센터 같은 농생명‧바이오 분야의 기관들이 있습니다. 또 종자연구를 담당하는 △국립식량과학원 △종자산업진흥센터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있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전북지원) △한국식품연구원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베리&바이오식품연구소 같은 기관들이 국가식품클러스터의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국립축산과학원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동물용의약품효능안전성평가센터 △전북대학교·원광대학교 인수공동감염병연구소 같은 전문기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구·교육기관으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한국농수산대학 등이 농생명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전북은 농생명산업 수도로서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러면, 왜 전북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재이전하려고 할까요? 사실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전북 이전이 추진되었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본사는 결국 경남으로 이전했습니다(2011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분소를 설치하려던 시도가 있었고(2023년), 한국농수산대학이 영남캠퍼스를 만들어 본교 기능을 나누려고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2019년). 이러한 계획은 혁신도시 취지에 역행하고, 국가균형발전과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되었습니다. 전북엔 “있는 것도 못 지킨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도민들께서 막았습니다만, 이제부턴 이들 기관이 전북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우선, 이미 자리 잡은 기관부터 조직과 인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공공기관들이 재이전을 시도할 수 없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겠습니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전북 이전을 더 과감히 추진해야 합니다. 농협중앙회는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전북에 있어야 더 빛날 수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전북 이전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꼭 필요한 선택입니다. 수도권 집중을 막고 전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균형발전은 국가생존 전략”입니다. 이전한 공공기관이 전북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농협중앙회 등 알짜 공공기관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전북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도민이 행복한 전북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10 18:45

[타향에서] 출간의 기쁨, 고향의 품에서 다짐으로

지난 8월, 필자의 책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 출간기념회를 가졌다. 오랜 고민 끝에 세상에 내놓은 첫 책이었기에 필자에게는 벅찬 날이었지만, 정작 가장 큰 감동은 책이 아니라 사람들의 존재에서 왔다. 고향 친구들, 고등학교 은사님들, 그리고 수많은 지인이 자리를 함께해 주었다. 수백 명이 모여 보내주신 응원은 책 출간이라는 개인적 사건을 넘어선 공동의 축제가 되었다. 사실 출간기념회는 필자에게는 처음 일이었다. 다행히 후배 여성 변호사들이 발 벗고 나서서 준비를 도와주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게 너무 많았다. "사람들이 과연 올까?" "준비가 미흡해서 실망하게 하는 건 아닐까?"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행사 당일, 철저한 준비를 위해 3시간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지인들이 한두 분씩 오시기 시작하더니, "사인 좀 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났다. 예상치 못하게 긴 줄이 형성되었고, 계획했던 마지막 준비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그날 행사장은 고향에서 열차를 타고 올라오신 고등학교 은사님들부터 고등학교 동창들, 고향 친구들과 선배님들까지 수백 명이 빼곡히 자리를 메워주셨다. 필자를 키워준 고향의 모든 분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서울에서 오랜 세월 변호사로 살아오며 고향을 자주 찾지 못했다. 마음속에 늘 미안함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자리에서 보여주신 따뜻한 마음은 필자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오랜만에 뵌 은사님의 눈빛은 학창 시절의 기억을 되살렸고, 친구들의 격려는 고향의 정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그날 필자는 자신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무엇으로 성장했는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필자가 13년간 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과 성찰의 산물이다. 2400여 명이 넘는 채무자들을 만나며, 빚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절망과 희망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실직과 병환, 사업 실패,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에게는 절망의 끝자락에서도 다시 서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가 있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파산=인생의 끝'이라는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 파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두 번째 기회'라는 제도의 참된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집필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과연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도 될까?" 수없이 망설이고 주저했다. 그런 필자에게 고향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은사님들의 따뜻한 가르침이 책을 출간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이번 출간기념회에서 고향의 은사님들과 친구들, 선배님들이 보여주신 환대와 격려는 이 책이 단순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회적 희망의 메시지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준비했던 첫 출간기념회가 이렇게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바쁜 중에도 시간내어 도와준 후배 여성 변호사들과 참석해 주신 고향의 모든 분들 덕분이었다. 특히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은사님들과 친구들, 선배님들의 정성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출간의 기쁨은 언젠가 옅어지겠지만, 그날 고향에서 받은 뜨거운 응원과 격려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이다. 필자는 다짐한다. 앞으로도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언제나 고향과 고향 분들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10 18:45

[기고] 완주·전주 통합이 필요한 이유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뜨겁다. 찬반 양론이 존재하지만, 전북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관점에서 통합에 대한 기대는 크다. 특히 기업인들은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주상공회의소가 두 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완주·전주 기업인은 통합에 80% 이상 찬성한다고 밝혔다. 거점 광역도시 구축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와 인구소멸 위기 해소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전북 중소기업계는 완주·전주 통합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지난 9월 2일 전북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주요 경제단체 23개와 함께 완주·전주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북 기업과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계도 통합에 긍정적이다. 전주시정연구원은 지방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서 거점도시 집중 투자와 인접도시 연계를 통해 도시를 효율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 거점도시 육성을 위해선 중앙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는 완주군민이 가진 통합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구체적인 통합 발전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완주·전주 상생발전방안 105개를 발표했다. 주요 산업 분야 지원사업은 △완주군 중소기업 전시관 건립 △봉동 지식산업센터 설립 △완주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조성 및 대기업 유치 △지역 청년 지역 기업 첫 취업 시 장려금 지급 등이다. 통합이 되면 완주·전주는 인구 73만 명, 면적 1027㎢의 대도시로 거듭난다. 통합은 전북이 추진 중인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긍정적이다. 또한 ‘완주· 전주 통합도시’는 ‘성장과 변화’를 상징한다. 통합 도시에 문화·교육 인프라 확충과 함께 합리적인 주거 공간이 형성되면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머물 이유가 생긴다. 재정 규모가 커지면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기업 지원이 강화된다. 전북 전략산업과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기존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북은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향토 중견기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받았지만, 완주·전주 유망기업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사례도 통합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전주와 비슷한 규모였던 청주는 청원과 통합을 통해 인구 85만, 지역내총생산 38조원 도시로 성장했다. SK 하이닉스를 비롯한 317개 기업과 41조원대 투자 유치로 거듭난 청주는 세계 1000대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국내 기초지자체 1위에 올랐다. 반면 전주는 365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격차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완주·전주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과제다. 생활·경제·문화권이 밀접한 완주·전주는 상호협력을 통해 발전했다. 완주에 제조, 물류, 첨단산업단지가 자리 잡은 이유도 전북권 중심도시인 전주가 소비, 문화, 정주도시로서 역할을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두 도시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통합을 반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더 이상 소모적인 찬반 공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북은 인구 감소, 지역소멸, 경제위기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통합은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이다. 전주·완주가 함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병진 전북중소기업단체협의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10 18:44

[사설] 새만금신항 배후부지 민자개발은 불가능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이나 총리 등은 “새만금을 가시적으로 조속히 완성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들어서도 김민석 총리가 최근 새만금을 방문한 자리에서 역시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총리는 “새만금 공항과 신항만 등 주요 SOC를 계획대로 완공하고 각종 규제를 개선해 국민이 성과를 체감하는 새만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새만금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정치적 수사가 필요없다는 거다. 말로만 화려하게 포장하고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면 그것은 하나마나한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민간투자로 계획돼 있는 새만금항 배후부지 개발 방식이다. 국가 재정으로 전환해서 추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게 이뤄져야 주민들이 뭔가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것이지, 기존에 로드맵대로 추진중인 새만금 공항의 착공이나 각종 도로 등은 구태여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사실 새만금 신항만 배후부지 개발에 대해서만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추진토록 한 것은 명백한 형평성 시비를 낳고 있다. 당장 내년 준공을 앞둔 새만금 신항만은 배후부지 개발이 전무한 실정이다. 항만공사가 있는 곳은 항만공사에서 개발하지만 항만공사가 없는 곳은 정부가 재정 100%를 지원하는게 하나의 불문율이자 관행이었다. 그런데 유독 새만금 신항만 배후부지 개발만 민자로 하고 있다. 민간 투자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재정사업이 아닌 민자로 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손을 놓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새만금 신항만 배후부지 개발도 즉각 국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고 그동안 투자가 지연됐던 부분에 대한 선투자를 서둘러야 할 때라는 얘기다. 올 연말로 예정된 해양수산부의 ‘제3차 신항만 건설 기본계획 변경’에 재정전환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예산 확보는 불가능하고 결국 최소한 10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유휴 항만이 많아 새만금 신항만은 운영 결과와 수요가 확인된 뒤에야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당장 바꿔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배후부지 개발이 10년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귀기울일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9 19:05

[사설] 400억 지원에도 꿈쩍 않는 군산조선소

군산조선소가 재가동에 들어간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선박 블록만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전북자치도와 군산시가 4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했음에도 완전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세계적인 조선업 호황과 미국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에 힘입어 좀더 적극적인 태세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군산조선소의 완전 정상화는 전북자치도와 군산시 등이 꾸준히 요구해 온 가운데 이번에는 전북자치도의회가 나섰다. 8일 열린 전북도의회 제421회 임시회에서 군산출신 강태창 의원은 도정 질문을 통해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된 이후 5년 만인 2022년 10월 일부 재가동을 시작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군산조선소는 하청 블록 조립공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북자치도와 군산시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해 2022년부터 HD현대중공업에 지원한 예산은 고용지원과 인력양성을 비롯해 해상운송 물류비 등 5개 사업에 국비 43억원, 지방비 385억원 등 428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김관영 지사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까지 단순 작업인 컨네이너선 블록 위주로 생산했지만, 올해부터 고부가가치 LNG선의 블록과 LPG선 탱크 등으로 생산을 다변화 해나가고 있다"며 "전북도도 군산시, 현대중공업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현대중공업이 새로운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군산조선소는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현재 신조(Newbuilding)는 없이 울산조선소의 하청 형태인 블록조립 공장에 머물고 있다. 근무 인력도 당초 5000명이었으나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부가 역할만 제대로 하면 군산 조선업은 반드시 살아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마스가 프로젝트 일환으로 군산조선소가 경남 진해 케이조선, 부산의 HJ중공업과 함께 군용선박 유지와 보수, 운영(MRO) 기지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정부와 현대중공업 등을 설득해 군산조선소를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으면 한다. 더 이상 희망고문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9 19:05

[김종표의 모눈노트] ‘알아야 즐긴다’⋯ 문화의 시대, 문화예술 향유능력

# 미술관 강당에 속옷만 하나씩 걸친 유치원생들이 붓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흰색 대형 도화지가 빼곡하게 깔린 바닥은 아이들의 그림판이다. 윗옷은 모두 벗었으니 이 널찍한 그림 놀이터에서 거칠 게 없다. 그야말로 ‘붓 가는 대로’ 색을 칠하고, 손으로 문지르고 발로 밟기도 하면서 여기저기 색색의 추상화가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몸 이곳저곳에 잔뜩 묻은 물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색과 그림을 놀이로 즐기고 있었다. 10여년 전 필자가 해외 문화예술교육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일본 요코하마미술관의 ‘어린이 아틀리에’ 프로그램이다. 그림과 색채, 그리고 미술관과의 거리를 좁히자는 취지로 각 유치원의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고 했다. 단체로 미술관에 온 아이들은 마치 놀이처럼 그림을 즐긴다. 미술관에 온 만큼, 전시실 작품 관람도 이어진다. 그렇다고 예술 영재교육 차원의 프로그램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창의성과 예술작품 감상 능력을 길러주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놀면서 색채를 느끼고, 그림과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요코하마미술관은 단순한 작품관람 장소가 아니라 직접 그림을 그리고,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사회 문화예술 교육·체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힘이 지식과 정보 못지않게 중시되는 사회다. 문화적 소양과 감성을 갖추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의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없게 됐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개인 삶의 질과 연관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문화예술은 알아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학교 안팎의 우리 문화예술교육은 주로 소수의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한 엘리트 교육에 치우쳐 있었다. 그래서 음악·미술·연극 등 예술교과는 친숙하고 즐길 만한 것, 꼭 필요한 수업이라기보다 의례적 통과 과목으로 여겨졌다. 이런 까닭에 성인이 되어서도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현대미술 거장의 명작을 눈앞에서 보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또 아예 그런 기회마저 스스로 차단해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으니 삶의 질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생활수준과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문화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 교육은 전문 예술인을 길러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문화예술 향유능력을 기르기 위한 체험교육이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문화예술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10여년 전 전주시가 역점 추진했던 ‘전주시민 한 소리 하기’와 같은 참신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당시 전주시는 ‘판소리의 고장, 예향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판소리 한 대목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특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시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상당 기간 지속된 이 프로젝트는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국악원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 국악기를 마음껏 만지고 두드리면서 그 오묘한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고, 또 미술관에서 그림과 친숙해질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면 성장해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신청사를 개관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을 비롯해서 도립미술관, 그리고 전북문화관광재단·전주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예술 기관·단체의 시대적 역할을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9.09 19:04

[새벽메아리] 결정 앞둔 신공항과 김민석 총리의 정치적 압박

9월 3일 전북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새만금개발청을 찾아 새만금 신공항 적기 착공을 강조했다. 주요 언론이 적극 보도했다. 전북지방환경청이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동의와 부동의를 결정하는 시점이고,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 신공항 취소 소송을 앞두고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은 전문가의 과학적 합리성은 무시되고 검증되지 않은 포플리즘적 성격의 개발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다.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정책이 수립되고 지식인은 포플리즘적 개발에 면죄부를 주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어도 새만금 위원회와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라면 정치 선동적 발언을 삼가야 했다. 오히려 기후 위기 시대에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과 각계각층의 합리적 조언을 청취해야 할 때이다. 202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에서 도시 전문가 108명에게 전국 550개 도시개발과 공공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악의 사업 1위가 새만금 잼버리 사업이었고 가덕도, 무안, 청주 등 지역 공항 사업이 합하면 압도적으로 1위였다. 이처럼 전문가들도 반대하고 적자가 뻔한 지역 공항 사업들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강행되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새만금 신공항은 정부의 공식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경제성이 미달했지만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어 추진되고 있다. 2019년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새만금 신공항의 경제성 편익 분석(B/C)은 0.479였다. 사업비 1,000억 원을 투입하면 돌아오는 편익은 479억 원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 갯벌은 군산공항 바로 옆에 있고 활주로가 두 개인 군산공항은 23년 27억 원, 24년 58억 원 적자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불 보듯 뻔한 활주로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과연 국가균형발전인가?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새만금 신공항은 무안 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650배 높다. 또한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 갯벌은 멸종위기 동식물이 64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도요새, 물떼새 이동 경로다. 새만금은 담수호 수질 관리도 실패해 영구적으로 담수호를 포기한 상황이어서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갯벌은 보존 가치뿐 아니라 새만금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 되었다. 새만금 신공항에 여러 가지 미사여구를 아무리 가져다 붙여도 사실 활주로 두 개짜리 군산공항 옆에 활주로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미군기지 바로 옆에 있으며 관제권이 미군에게 있어 미군기지 확장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있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면 그 주장은 더욱 설득력 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던 2001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이던 시절 새만금에 대해 "우리가 야당 때부터 공약으로 정했던 사업이고 나도 지지했던 사업이다. 지금에 와서 되돌리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밀고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 되돌려야 할 것이라면 되돌리는 것이 바로 용기다.”라고 말했다. 이후 전북지역 언론을 비롯한 정치권의 강력한 항의로 그 용기는 침묵과 동조로 바뀌었다.ㅇ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만금 신공항 추진을 위한 압력과 선동의 무모함이 아니라 되돌려야 한다면 되돌릴 수 있는 용기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09 19:04

[기고] 드론축구 종주도시 전주에서 하늘의 월드컵을 보여주자

2016년 전주시는 캠틱종합기술원과 함께 드론산업과 4차 산업혁명 기술융합산업으로 세계 최초 기존 스포츠와 드론을 접목한 새로운 콘텐츠로 드론축구를 기획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기술과 게임성을 결합한 ICT 융복합 산업모델로서 드론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며, 지금까지의 드론산업 흐름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제시한 창조적 도전이었다. 드론축구는 탄소복합소재 기반의 경량화 기술, 충돌 시 에너지 분산이 가능한 펜타가드 구조,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공 모양 프레임 설계 등 다층적인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이와 같은 기술 자산은 특허권과 상표권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전주시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종주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전주시는 드론축구의 보급 및 제도화와 국제진출 및 산업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17년 6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제1회 전주시장배 드론축구대회를 시작으로 청소년, 내국인,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각종 전국·국제대회와 시범경기, 드론체험 행사를 시작했으며, 2018년에는 국내조직인 ㈔대한드론축구협회 설립과 드론축구 상설경기장 조성, 2023년에는 국제조직인 ㈔국제드론축구연맹을 설립했다. 이와 같은 드론축구 저변확대를 통해 현재 ㈔대한드론축구협회에는 10개 지회, 85개 지부, 2770개 팀이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드론축구연맹에도 20개국이 가입해 2454개 팀이 신설되는 등 드론축구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론축구볼 국내 누적 판매는 약 141억 원, 해외수출은 36억 원에 이르며, 26개 이상의 관련 기업이 전국적으로 설립됐다. 연관 산업으로는 탄소섬유, AI제어, 센서장비 등의 기술이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전방산업으로는 경기장 개발, 심판시스템, 관람 솔루션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2024년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CES 2024(국제전자제품박람회/미국 라스베이거스)’ 참가를 통해 드론축구는 ‘K-드론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 본격 진출했다. 또한, 2023년과 2024년에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국토교통부와 함께 ‘대한민국 드론 박람회’를 개최해 드론 전시관, 글로벌 심포지엄, 투자유치 설명회 등을 통해 드론산업 발전을 모색하였다. 이와 함께 2025 전주드론축구월드컵 개최를 통해 드론축구의 세계화 및 브랜드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오는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주월드컵경기장 일원에서 그동안 쌓아 올린 드론축구의 위대함을 전세계에 월드컵 개최로 알린다. 드론축구월드컵은 32개국 2500명 선수단 정도의 규모로, Class40 일반부, Class20 유소년부 등 국가대표전, 클럽대항전을 비롯해 드론축구와 장애물 레이싱을 결합한 ‘크래싱대회’, 국가대표 선수 중 최고의 조종실력을 가진 선수를 선발하는 ‘슈퍼파일럿대회’, 드론산업 국제 심포지엄, 드론쇼, 문화예술공연, 드론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이뤄진다. 드론축구는 전주시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신개념 스포츠로, 이제 지역문화 콘텐츠를 벗어나 세계 스포츠 콘텐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여정에 우리 공무원들과 드론축구 관계자를 비롯한 전주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2025 전주드론축구월드컵’에 출전하는 세계 선수단에게 드론축구 종주도시 전주의 매력을 알려주자. /임숙희 전주시 경제산업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09 19:04

[오목대] 시진핑과 푸틴의 꿈 '생명 연장'

550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통일한 이는 진시황제(秦始皇帝)다.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며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된 그는 강력한 통일국가를 만들기 위해 봉건제를 폐지하고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으며, 문자와 화폐를 통일해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고 도로망을 건설해 경제적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일 정책 등 개혁적 이면에 자신의 통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동원했던 가혹한 통치와 강제 노동 등 인권 탄압이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로서의 비판을 받는 정책은 여럿이다. 특히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실용서를 제외한 각종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 수백 명을 생매장한 <분서갱유> 사건은 학문 발전을 200년이나 후퇴시킨 ‘가장 큰 죄악’으로 기록되어 있다. 역사가 기억하는 부정적 행적은 또 있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던 그는 황제가 된 이후에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권력을 잡고는 불로장생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통치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는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온갖 노력을 다 쏟았다. 연금술사들에게는 불로약을 만들게 하고, 신하들을 한반도와 일본까지 보내 ‘불로초’ 찾게 했다. 그러나 진시황제는 결국 ‘장생’하지 못하고 49세에 죽음을 맞았다. 후대의 역사가나 의학자들은 그가 수은이 들어 있는 ‘불로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면서 생명을 단축했다고 추정하고 있으니 그의 집착이 가져온 결말이 아이러니하다. 불로장생을 위해 노력했던 역사적 인물은 적지 않다. 그리스를 정복하고 인도까지 진출하며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으려 했던 알렉산더 대왕, 신선의 섬을 찾기 위해 함대까지 보냈다는 한나라 황제 한무제, 연금술사들에게 불로장생약을 만들게 했다는 네로 황제, 태아나 어린아이의 피까지 마셨다는 청나라 말기의 서태후 등 영생을 갈망했던 권력자들은 뒤를 잇는다. 호르몬 치료, 방사능 요법, 인공 장기 등 의학적 실험에 앞장섰던 아돌프 히틀러도 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생명 연장’을 주제로 나눈 비공식 대화가 공개돼 화제다. ‘장기 이식으로 불멸이 가능해진다’는 푸틴 대통령의 말에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는 시진핑 주석의 답은 대화의 절정이다. 장기 집권 중인 두 정상의 ‘영생에 대한 꿈’에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지 않을 리 없다. 결코 함께 가지 않는, 갈 수도 없는 권력과 영생의 관계가 더 새삼스러워진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9.09 17:41

[사설] 일상화 한 기후위기...일단 수해복구 총력을

한쪽에서는 물이 없어 죽을맛이고, 또다른 쪽에선 물폭탄에 시름하고 있다. 대한민국 강릉과 군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후위기가 평범한 일상이 된 지금, 중요한 것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상시 예보, 감시 시스템이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봐야한다. 한여름 물난리때나 겪을 법한 일이 발생한 지금, 고통받고 있는 도민들을 위해 우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야할 때다. 폭우가 쏟아진 군산시 등 전북 서해안 지역의 수해 복구를 위해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서 뛰어야 할 때다. 군산 지역엔 지난 6일 밤부터 시간당 150㎜를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도시 전역이 물에 잠겼다. 전북도나 일선 시군에서는 응급구호세트와 임시 거주시설을 마련하는 등 피해 집계와 복구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앞서 전북 서남부 지역에는 6일 밤부터 7일까지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이 침수되고 폭우와 낙뢰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지난 7일 전라선 '익산-전주' 구간의 열차 운행이 3시간 4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단지 폭우로 인해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이젠 일상화 한 셈이다. 특히 산사태 위험 지역 주민 100여명이 대피하는가 하면 주택이나 상가, 도로 등 침수 피해 신고도 150건 넘게 접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산림청은 호우로 인해 산사태 등 산림재난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익산, 완주에 산사태 경보를, 전주·군산·김제·정읍·부안·진안·임실·무주 등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전주시 송천동 진기들 권역 주민 37명이 인근 대피소로 긴급 대피한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큰 비는 그쳤으나 전북지역 9개 시·군에서 농경지 4176.6㏊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시설채소 등의 경우 한번 물에 잠기면 배수가 되더라도 농산물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농가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다행히 이번 폭우때 전북에서는 발빠른 대처로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유무형의 재산 피해는 의외로 클 수밖에 없다. 일단 주민들이 일상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하는 한편, 농산어촌이나 도시서민들의 재산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8 18:29

[사설] 장애인 의무고용, 징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북지역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앞장 서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데 힘을 쏟는 한편 장애인연계고용제도 활용 등에도 눈길을 돌렸으면 한다. 또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고용부담금을 쌓아만 놓을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교육활성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해 국가나 민간기업 등에 의무고용 비율을 정하고 미달 시 고용부담금(벌금)을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의무 고용률은 3.8%, 민간부문은 3.1%였다. 내년부터는 이 비율이 4%대로 상승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교육청, 전북도 등 지자체, 농촌진흥청 등 공공기관 대부분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정한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못해 부담금을 납부했다. 도내 18개 공공기관 중 고용률을 지킨 곳은 전주시, 익산시, 임실군 그리고 새만금개발청 등 총 4곳 뿐이다. 나머지 14개 기관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가장 많이 부담금을 낸 곳은 전북교육청이다. 전북교육청은 전체 직원 1만8892명 중 718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고용인원이 376명(1.99%)에 불과해 45억 6100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했다.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소중한 세금이 고용부담금으로 빠져 나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연계고용제도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연계고용제도는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인 기업이 장애인표준사업장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서울시교육청이나 우리은행 등은 쌀, 복사용지, 커피원두, 쇼핑백 등을 장애인 기업에서 납품받아 부담금 감면효과를 보고 있다. 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해까지 8953억원의 고용부담금을 쌓아 놓고 있다. 이는 9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반면 현장 관계자들은 장애인 채용공고를 내도 기준을 통과하는 인력이 없어 채용하고 싶어도 채용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공단은 징벌적 대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장애인들의 고용환경을 바꾸고 AI 등 각종 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역량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인식 전환을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8 18:29

[오목대] 독서의 계절, 종이책의 귀환

그래도 계절은 바뀐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9월 초까지 이어진 극한 폭염 속에 집중호우가 더해지면서 여름 탈출이 쉽지 않다. 기다리던 가을 소식은 ‘책 축제’가 전했다. 독서의 계절, 축제의 계절을 알리는 책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도서관이 기획한 ‘세계 최대 독서 릴레이(Largest Reading Relay)’ 기네스북 도전이 관심을 모은다. 행사는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전문을 시민들이 한 문장씩 이어 낭독하는 방식이다. 기네스북 도전 목표 인원은 3180명이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서 릴레이 세계 기록은 인도에서 ‘간디 자서전’을 낭독한 3071명이다. 올 전북지역 책 축제는 군산에서 신호탄을 올렸다. 군산시가 지난달 30·31일, 군산회관에서 개최한 ‘군산 북페어(BOOK FAIR) 2025’다. 지난해 첫 행사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은 군산 북페어에는 1만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을의 길목에서 작가와 독자, 책과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는 책과 함께하는 특별한 문화축제로, 책의 도시 군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군산의 책 열기는 곧바로 전주로 이어졌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전주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에서 ‘제8회 전주 독서대전’이 열렸다. 9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올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 책방지기’ 자격으로 책의 도시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또 이번 독서대전은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지역의 대표 축제들이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전주페스타 2025’의 문을 여는 첫 잔치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시대, 일찌감치 종말을 예고했던 종이책이 ‘텍스트 힙(Text Hip)’ 열풍을 타고 다시 MZ세대의 손에 들리고 있다. 텍스트 힙은 ‘책의 본문’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다, 개성 있다’는 뜻의 힙(Hip)이 결합된 신조어로 독서 활동이 개인의 개성과 멋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루하고 따분하게 인식됐던 독서가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젊은층에게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책의 도시를 선언한 전주와 군산이 MZ세대의 감성 여행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 한 감성 여행 트렌드는 세대를 초월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시 독서의 계절이다. 책의 도시 시민으로서 소통과 공감을 중시하는 새로운 독서 문화, ‘텍스트 힙 열풍’을 외면할 수는 없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손때 묻은 종이책 한 권씩 들고 아이들과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면 어떨까. 디지털 매체에 더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이번 주말 종이책을 읽고 원고지에 손글씨로 독후감을 써보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9.08 18:29

[문화마주보기] 다시 용천에서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땡땡이치기를 ‘중간치기’라고 했다. 6학년인 노규와 나는 황방산 꼭대기에 있는 용천에서 중간치기를 하기로 작당했다. 이번 달 육성회비를 못 낸 것이 이유였다. 70명이 넘는 급우 앞에서 담임 선생님께 육성회비 언제 낼 거냐고 닦달당하는 건 정말 창피한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노규는 오늘 용천에 큰 굿이 들었다고 했다. 어른들 한패가 몰려올 것이라고도 했다. 용천은 신성한 곳이었다. 초가집보다 큰 바위들이 맞물려 얼기설기 지붕을 이었고 그 바위들 밑에 눈 시리게 맑은 샘물이 솟았다. 그래서 용천(涌泉)이었다. 사람들은 여기에 굿상을 차리고 소원을 빌었다. 굿판을 벌이면 앞뒤가 꽉 막힌 일들이 신통방통하게 잘 풀리는지 어쩌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다만 만성리에서 온 빼빼한 할매가 용천 위에 움막을 짓고 살았는데 점을 치고 굿도 한다는 것은 알았다. 굿상이 차려진 멍석 위에서 붉은 천과 푸른 천을 X자로 걸친 할매가 꽹과리 소리 장구 소리에 감겨 굿하던 모습이 어른거렸다. 흰옷 입은 아줌마들이 손을 비비며 치성드리던 모습, 떡과 지짐이들 사과며 식혜도 어른거렸다. 풍장 치는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산 밑자락에 붙은 산지당에서 용천으로 막 통하는 지름길은 꽤 가팔랐다. 좀 쉬었다 가자고 땀방울에 눈알이 쓰라렸다. 넓적 바위에 앉아서 눈길을 돌리니 색색의 꽃들이 진초록 위로 흐드러져 있었다. 황방산이 차려낸 초가을 정취를 맘껏 끌어당기며 풍장 치는 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다. 풍장 소리가 메아리로 저만큼 퍼지다가 되돌아오는 메아리들에 섞이는 통에 우리는 풍장 소리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 할매는 방울을 흔들며 주문을 외고 있을 터. 집채만 한 바위들 안쪽에 켜진 촛불이 구렁이 입바람에 너울거리고 있으리라. 용천의 신령한 기운을 북돋우듯 풍장 소리가 경쾌해질수록 치성드리는 어른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리라.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냐고, 누가 또 잡혀갔냐고 까투리가 푸드덕 날아오르고 흰 천을 이마에 동여맨 할매가 쌍칼을 창창 부딪히며 춤사위가 달아오를수록 여기저기서 목쉰 울음소리가 더 애통절통하게 터질 것이다. 그 정신없는 틈을 타고 떡이며 밤 대추가 감쪽같이 사라지리라. 그런 걸 훔쳐 먹어도 내 코 밑에 명주털이 거뭇해졌어도 노규네나 우리 집이나 살림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쯤 밭에서 거둔 애호박, 고구마순, 부추 등을 중앙시장 맨바닥에서 팔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나는 중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벌여놓은 채소들이 미처 팔리기 전에 순경들 발길질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호루라기를 불며 포악을 떨었다. “왜 이러냐, 사람이 먹는 것을 왜 걷어차냐, 니들은 흙 파먹고 사냐! 이 빌어먹을 놈들아!” 이리저리 나뒹구는 애호박을 들어 순경들 구둣발 앞에 박살 내며 다발로 묶어간 고구마순을 지근지근 밟으며 악쓰던 어머니. 순식간에 산발이 되어 멍하게 앉아 있던 어머니. 중앙시장에서 중간치기를 하던 아들 눈길이 당신께 쏠린 줄도 모르고 한 곳만 바라보던 내 어머니. 잡목 잡초가 꽉 쩔어버린 용천에 와서 오늘도 나는 듣는다. 수업 중에도 내 이름 부르러 오던 서무과 직원의 슬리퍼 끄는 소리를. 스피커에 대고 수업료 못 낸 내 이름을 부르던 교감 선생님의 목소리를. 그때 나는 외로웠던가. 세상이 아무리 나를 내치더라도 끝끝내 버틸 작정이었던가. 이병초 시인·전북작가회의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08 18:28

[경제칼럼] 청년 만원주택과 자존(自尊)

청년층 주거 사다리를 위해 ‘만원주택’이 등장했다. 만원은 저렴한 임대주택이라는 상징적 금액이다. 인구 감소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도 등장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아득한 일이고, 시골에서는 찾기가 어려우니 지자체가 직접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만원주택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지자체가 주도한다. 대상은 청년층과 신혼부부이다. 입주기간은조건 부합시 연장을 통한 장기거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파격적 시도에 비해 제한적 물량으로 그야말로 로또다. 그러나 만원주택으로 명칭은 같지만, 지자체별 추진 방식은 다르다. 첫 신호탄은 전남 화순이었다. 화순군에서는 2023년 48억원을 들여 관내 민간임대인 부영아파트 공실 200여 가구를 월 임대료 1만원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화순에서 반향은 전남도가 수용하여 ‘35년까지 임대주택 1,000가구를 시·군에 공급할 계획이고, 어린이집을 배정하여 입주자들의 보육수요에 대응한다. 동작구는 독특하다. 구에서 주택 소유주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입주자는 전세보증금의 5%만 부담한다. 입주자가 구청에 월 임대료를 납부하면, 차액을 다시 입주자 계좌로 환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구가 출자한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의 수익금 덕분이다. 회사는 관내 도시정비와 일자리창출 사업을 통해 수익을 확보했다. 특히 주택 임대인과 전세계약 및 보험가입 등을 통해 주거 안정성을 더했다. 인천은 임대료가 하루 천원이다. iH가 보유한 85㎡이하 매입임대주택 500가구로 모두 신축 다세대주택이다. 도시공사가 보유한 주택 물량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국토부 지원을 통해 확보했던 청년 매입임대주택 82호에 대해 시세 40% 수준 임대료를 1만원으로 줄였다. 임차인은 방 수에 따라 1~3만원 임대료를 부담한다. 민간임대주택 월평균 임대료 43만원, 약 2% 수준에 불과한 월 1만원 임대료가 산정되고, 보증금은 50만원 수준이다. 최근 사회적경제기업에 의해 신축되고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같은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약 210호를 계획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가적·지역별·세대별 인구 전쟁을 치루는 상황에서 지자체별 ‘만원주택’이라는 파격적 실험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인구소멸 지역이 아닌 곳에서 이 처방은 소수만 혜택을 받는 주거정책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만원주택 입주자와 입주하지 못한 사람은 어떤 차이에서 결정되었을까? 소위 ‘뽑기를 잘 한 사람들’은 그 차이만큼 비례해 혜택을 받는 것일까? 현행 지침을 따르면, 최장 10년 거주가 가능하고, 결혼과 출산시 또 10년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지자체는 지자체장이 바뀌고, 재정 여건이 달라지면 지속·번복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처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장기적 물량 확보에 뚜렷한 로드맵과 예산 조달, 공공과 민간의 조화로운 참여, 조세감면 확대, 건축기준 완화 등으로 유인한다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 따라서 만원주택 보다는 현재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급확대가 LH가 갖는 경직성 때문에 어렵더라면 지금처럼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국비를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면 된다. 그리고 초저가 임대료보다 청년들의 소득에 따라 임대료 차등을 두면 된다. 청년들도 ‘자존(自尊)’이 있다. 배현표 한국주거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08 18:28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