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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출근하는 워킹맘

저출산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혼부부의 출생을 유도하기 위하여 아파트를 쉽게 구입하게 해준다든가, 출생하면 얼마의 금원을 지급한다든가, 등등의 당근책을 내놓을 때마다 참 좋은 세상이다 하면서도 가슴이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출산이라는 것은 위대한 인간 창조이며 어떤 논리로도 범접할 수 없는 천상천하의 홍익인간 정신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아빠나 엄마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제2세가 그 가정에 태어났다는 것이고, '하부지' '하무니' 소리를 듣는 가정은 손자나 손녀가 그 집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커가는 모습들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든든한 힘이 솟아나는데, 저출산의 영향인지 근자에는 '하부지' '하무니' 소리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나라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는 현실이다. 1970∼80년대 대한민국 출산정책은 어떠했는가? 세상에나, 예비군들이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 일주일을 빼주었고, 시골 면사무소 가족관계 담당 여성공무원은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낯 부끄럽게 콘돔을 한 뭉치씩 돌리면서 출산 억제 정책이 지상명령처럼 방방곡곡에서 메아리쳤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필수불가결한 판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하였다는 것이, 국가정책의 우월성 작용이 아닌가 싶다. 최근 국가 정책이 아닌 일부 기업에서 만 8세 이하 아이를 키울 때 4년간 재택근무를 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초등 6학년생 이하일 경우 부모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기업은 출산휴가 후에도 별도 신청 없이 육아휴직을 하게 하여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부담을 덜게 하고 자연스럽게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제도와 정책은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특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공직자들의 안정된 업무 지향과 복지 차원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모 일간신문이 아침밥 차려주고 거실로 출근하게 한다는 기업을 소개한바 있다. 이 얼마나 감동받을 저출산의 치료제이며 가슴에 와 닿는 제도인가. 자연에 순응하게 하고 인간 창조에 스스로 동참하게 하는 발상은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뼛속 깊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부득이 손녀와 한 가정에서 함께 살고 있다. 지금 세대는 먹고 쓰고 그리고 충분한 여유의 생활자금이 있는 사람 외에는 부부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부부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최우선 과제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손녀가 나를 향해 '하부지'하고 달려올 때는 꿈인지 생인지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고단한 하루의 일과를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진종일 시달려 터덕거린 발걸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때, 몸을 부리며 달려온 손녀의 조막손을 꼬옥 잡고 생명의 존귀함과 기쁨의 눈물을 흘려 보시라. /이형구 전북지방법무사회장(시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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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4 18:01

민주당 독주 언제 깨질까

다른 지역은 지금부터 본격선거전에 들어가는데 전북은 파장분위기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어 본선거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유권자들 스스로가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해서 후보를 선택하기 보다는 당 보고 찍기 때문에 본선거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생겼을까. 지난 1988년 DJ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전북은 묻지도 따져보지도 않고 그를 일방적으로 지지했다. 각종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가 대세를 이루면서 여야경쟁의 정치는 오간데 없고 민주당 일당독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면서 인재등용과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차별이 심해졌다고 인식하면서 예전보다 더 민주당 색채가 강해졌다. 특히 지난해 잼버리대회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몰아 씌운 후 국가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더 집권여당에 반발이 커졌다. 이같은 정치적 요인 때문에 그 누구 할 것 없이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워졌다. 그간 국힘 정운천 재선 비례대표의원이 전방위로 뛰어서 전라북도특자도를 출범시키는 등 나름대로 지역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불과 10일 선거운동해서 전주완산을 1차경선때 53%를 얻어 민주당 공천장을 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나타나면서 표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인가점도 받지 않고 1차경선 때 당원과 시민들로부터 과반 득표를 올린 사실이 현재의 지지성향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 후보의 고향이 고창이고 전주고 출신으로 잠깐 부장검사 때 전주지검에서 근무한 적은 있지만 지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그를 반 윤석열 정권의 선두에 서서 검사독재와 싸운 것을 높이 평가, 민주당 인재로 영입하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급작스럽게 부각해 인지도가 직상승했다. 또 검사직에서 해임되면서 동정여론이 생겨 전주을 선거구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순식간에 전파,경선승리를 가져왔던 것. 중앙일보가 지난 11∼12일 한국갤럽을 통해 전주을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힘 정운천 22% 민주 이성윤 47% 진보 강성희 12%로 나왔다. (조사방법 : 무선전화면접조사 100%, 그밖의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현역 2명이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정동영 이춘석 전의원을 포함 현역6명이 모두 친명으로 개딸들의 지지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가세해 더 지지세가 견고해졌다.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현재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약하다는 이유로 전체를 판갈이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결국은 2명 물갈이로 그쳤다. 그 이유는 권리당원 50%를 포함시키는 경선에서 현직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직들은 유급당원이 누구인지를 다 알고 도전자는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오히려 경선탈락이 이상할 정도다. 모든 유권자가 전북발전을 염원하지만 민주당 한쪽날개로 날아가야할 기형적인 정치현상이 또 만들어 지게 되었다. 여야가 경쟁하는 정치가 언제나 만들어질지 걱정스럽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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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3.24 18:01

전주을 선거의 선택 기준

전북의 총선 열기는 다소 맥 빠진 느낌이다. 민주당 초강세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사실상 경선 통과가 당선 보증수표로 굳어진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 전주을 선거구 만큼은 경선 못지않게 본선 대결에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현역 의원 2명이 버티는 3자 대진표가 일찌감치 예상되면서 일방적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성윤 민주당 후보가 뛰어들면서 국민의힘 정운천, 진보당 강성희 후보와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무엇보다 경선을 불과 10일 앞두고 출마 선언한 이 후보가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정치 신인이란 점이 본선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물론 경선 후폭풍이 예상된 지역에서 이 후보가 전국적 지명도를 앞세워 단시일내 혼란 상황을 수습함에 따라 일단 연착륙엔 성공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바닥 민심에 공들였다가 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 낙천자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그동안 전개된 경선 양상이 치열한 데다 여기에 뛰어든 후보 또한 후일 도모가 쉽지 않아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사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구가 지난 2020년 총선 후유증으로 계파색이 나뉘고 사고지구당으로 온갖 악순환에 시달려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총선 이전부터 본선 전망이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많아 결국은 이 후보를 끌어들인 배경이 됐다. 돌이켜 보면 정치권에서도 10개 선거구 중 이곳을 제외한 지역은 민주당 후보의 강세를 점쳐왔다. 중앙당 공관위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본선 인물 경쟁력이 승부의 관건이란 판단 아래 막바지 전략 경선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때 전략 지역구로 지정돼 전략 공천설이 무성했던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부정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불러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급선회했다. 처음엔 예비후보 등록도 안 된 이성윤, 김윤태 등 5인 경선을 발표했다가 뒤늦게 고종윤 후보를 대신 끼워 넣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검장 출신 이 후보에게 신인 가점 20%를 부여하자 “명백한 특혜” 라고 반발했지만, 지방 의원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그에게 과반 넘는 득표를 허용함으로써 논란은 가라앉았다.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넘어왔다. 그동안 뇌관으로 꼽힌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본선 무대가 열렸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과거 민주당 일색의 선거 판도와는 달리 정당이 다른 현역 의원 2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선택의 결과가 주목을 끈다. 뿌리 깊은 지역 정서에 얽매이지 않는 문자 그대로 여야 인물 대결이라 더욱 그렇다. 지난해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예산 투쟁을 통해 지켜본 국회의원 역할과 무게를 인지한 터라 표심 변화가 궁금해진다.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야당에 힘을 실어주느냐, 지역 발전의 실리 면에서 여당 일꾼을 뽑느냐도 초미 관심사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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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3.21 18:55

[금요수필]바다라는 우물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사 간 집 마당 가운데 오래된 우물이 정다웠다. 생기롭고 살가운 우물은 엄마의 치열한 삶과 내 소꿉 살림의 동반자였던 오돌토돌한 빨랫돌로 돌아갔다. 날마다 퍼내도 항상 차오른 우물은 하얀 냉이꽃과 고랑의 불미나리를 일으켜 세웠다. 메아리가 사는 두레우물은 얼마나 깊은지 속엣말을 털어놓아도 절대 새어 나가지 않았다. 우물물에 뛰어든 두레박이 고요를 흔드는가 싶더니 이내 기울어 컴컴한 침묵으로 동참했다. 한참 후 침묵을 깨고 올라온 샘물은 정신을 바짝 당기곤 했다. 우물에 비친 어릴 적 모습은 점차 어지럽던 꿈을 가지런히 헹궈 내던 시절만은 또렷하다. 별을 사랑한 청년도 우물을 가까이했다. 청년은 모자가 조금만 비틀어져도 반드시 고쳐 쓰고 길을 가는 시인이었다. 시인은 순수한 시절의 추억이 있는 외딴 우물을 자주 들여다봤다. 우물에 비친 모습 뒤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자연을 동경했다. 하지만 그림 같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현실에 그는 슬프고 불안하고 까마득했다. 시인 윤동주는 고달플 때마다 그리움이 바다처럼 깊어진 우물을 들여다봤다. 어린 날의 자신을 돌아보며 숨을 고르고 무구한 신념이 흐려질까 두려웠다. 시의 물줄기자 영혼을 비추는 우물 앞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를 냈다. 어수선한 세상에 쓸려가지 않으려 몹시 애썼다. 윤동주의 고향에서 가져온 우물물이 무지근하다. 절대 순수를 꿈꾸던 청년이 식민이라는 두꺼운 얼음장에 갇혔었으니 하늘을 우러르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인고의 시간이 두툼한 널빤지의 윤기를 빼앗고 쩍쩍 갈라 바짝바짝 타들어 갔을 그의 목마름이 간절하다. 국권을 강탈당한 윤동주의 한평생이 어둑한 우물에 흐른다. 타국 땅 구석진 곳에서 떨리는 몸 웅크리고 홀로 스러져 간 청년의 신음이 들리는 듯하다. 순수를 지향하던 청춘을 삼켜버린 어스레한 공간이 싸늘하다. 적막 속, 차가운 우물가에 앉아 참담했을 그의 생애를 더듬는다. 일생 주권을 가져 본 적 없는 그는 바다를 건넜다. 적국으로 가는 파도의 등줄기는 높았다. 시인의 순수한 영혼을 알고 있는 고향 집 우물도 울면서 바다로 따라나섰다. 고랑을 지나서 도랑에 들고 강에 흘러든 고향의 우물은 바다에 이르러 열린 우물이 되었다. 윤동주는 적국의 생활이 힘들면 잃어버린 고향 우물 대신 바다로 나가 하염없이 바라봤다. 바다는 아득한 어둠 속에서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로 푸른빛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런 위안도 잠깐, 그는 일본의 서늘한 감방에서 외로이 여위어 갔다. 얼음장 같은 마룻바닥에 누워서도 손으로 마루판의 물결 무늬를 쓸며 바다로 나아가는 꿈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바다는 멈추지 않고 철썩였다. 출판 비용이 없어 자기 작품을 일일이 필사한 청년의 시집, 원고지에 육필로 써 내려가며 겹겹이 그은 붉은 퇴고의 줄이 시인의 피눈물인 양 처절하다. 나라 잃은 지식인으로 사는 동안 시를 쓰지 않았다면 망국의 설움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시를 쓰던 시간만큼은 억센 손아귀에 시달리지 않고 스스로 숨 쉬는 유일한 순간이었으라. 봄은 또다시 오고 우물물은 새로이 차올라서 계속해 바다로 흐른다. 시인의 우물이 새순을 돋우어 숲을 키우고 마을을 풍요롭게 하더니 바다를 출렁이게 한다. '해처럼 밝은 아이'라 불리던 청년의 순수가 그리울 때, 내 어릴 적 우물이 생각날 때, 좋은 글이 쓰고 싶을 때, 나는 곧바로 바다로 간다. '시인의 우물물이 흘러든 바다는 절대로 마르지 않는다. 저 깊숙한 곳 어디서도 샘 솟으며 멈추지 않던 시인의 맑고 선한 꿈과 이상을 오래 기억한다. 바다라고 부르는 활짝 열린 우물에 별빛이 가득하다. △강지연 수필가는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사무차장, 행촌수필문학회사무국장 역임했으며 '바다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수필집 <딸은 엄마의 허리춤에서 자라나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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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1 17:10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_로컬에서 살아남기

서울은 기회의 도시라고 말한다. 서울은 사람도 많고 인프라도 다양하다. 공모 지원 사업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인구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래서인지 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서울로 떠난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너무나 사랑하는 전주에 남았다.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불안했지만, 지역에도 문화예술 재단이 있고 공공기관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2021년 전북에서 예술인으로 남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처음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온라인으로 알아봤던 것 같다. 아르떼, 아르코, 재단, 지자체 등 매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였다. 하지만 아무런 경력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은 없었다. 정말 답답한 했다. 그리고 지역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찾아가 그들은 어떤 마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검색창에 ‘전북, 지역 커뮤니티, 전북 청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둥근숲’이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이 공간에선 다양한 주제로 커뮤니티 파티 및 행사를 만들었고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지역에선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이때 만나게 된 인연들과 함께 팀이 되어 사업을 해보기도 했다. 서로의 작업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를 나누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며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서로를 찾기도 했다. 이때 내가 느낀 것은 "로컬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이 모여야한다”였다. 이 즈음에 전북청년허브센터 공지사항에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 공모를 보게되었다. 이 사업을 보자마자 나를 위한 사업이고, 신이 나에게 주신 기회라 생각했다. 나는 바로 세무서를 찾아가 비영리 단체 ‘세이모비오’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전북에서 활동하는 청년 신진 작가의 첫 시작을 도와주는 단체이다. 지역에서 첫 시작을 하는 청년 예술인들이 방황하지 않고 잘 닦인 길로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립하였다. 우리 단체에 들어올 청년 작가들을 찾기 위해 나와 팀원들은 전북특별자치도에 위치한 예대가 있는 모든 대학에 방문하여 작가 모집 공고 포스터를 붙이고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스무 명의 작가들과 함께하게 되었고, 이들과 정기 커뮤니티를 가졌다. 또한 로컬 예술 기업인과 선배 예술인들의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님들과 힘을 합쳐 구도심 웨딩의 거리 ‘박다옥 빌딩’에서 다 함께 아트페어를 한 달간 진행하였다. 이때 출품 작품이 대략 300점 정도 되었는데, 출품 작품의 80%가 판매되었다. 이 기쁨이 전북 청년 시각예술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36년 전통의 전북 문화 예술 전문지 <문화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성과를 보고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참여 작가의 개인전과 단체전, 시민대상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단체가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예술인인 내가 로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이 모였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진실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보길 바란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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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1 16:22

벚꽃 필 때 죽음을 생각하라

통영은 3월 중순에 벚꽃이 피고, 날마다 조금씩 북상한다. 열흘쯤 뒤엔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일대에서 벚꽃은 팝콘처럼 만개한다. 나는 벚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다가 탄식한다. 어쩌자고, 하얀 벚꽃은 벚나무 검은 가지 속 어디에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만개하는가! 봄비가 지나가며 꽃잎을 떨구면 봄은 파장이다. 꽃 진 벚나무 가지에는 연초록의 잎들이 돋아난다. 제국이 멸망하듯이 벚꽃은 무너지는데, 하얀 벚꽃 시체가 낭자하게 흩어진 길을 걷노라면 가슴은 슬픔으로 벅차오른다. 젊은 시절, 연락이 끊긴 후배가 머리를 삭발하고 잿빛 승복을 입고 나타나 놀란 적이 있다. 스님으로 변신한 후배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말을 잃었다. 그는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다는 것을 끌어안고 번민했노라고 말한다. 인생의 알 수 없음, 그 수수께끼를 품고 출가를 감행한 후배는 곧 수행을 하러 미얀마로 떠난다고 한다. 후배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을 떠올렸다. 살아 있는 동안 멈추지 말고 죽음을 생각하라!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비행해 이 별에 도착하는 데는 약 2만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보이저 2호의 속도는 총알보다 10배 더 빠르게 날아간다. 지구 행성에서는 날마다 몇 만명이 태어나고, 먼저 이 별에 왔던 몇 만명이 생로병사를 겪으며 죽는다. 2만번의 봄이 왔다가 가는 동안 전쟁 고아들은 굶주리며 거리를 헤매고, 유기묘 수 만 마리가 먹이를 찾아 사방을 돌아다닐 것이다. 우리가 살아서 사랑을 하고 가족을 꾸리는데, 나는 당신을 연모하고, 당신은 내 이마를 차가운 손으로 짚을 것이다. 우리는 길흉화복을 겪으며 평생을 살 테고, 그 동안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오고, 폭풍과 뇌우는 우리 어린 자식들을 무서움으로 떨게 할 테다. 우리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해마다 어김없이 봄이 돌아오고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에 모란과 작약이 핀다는 것이다. 당신이 봄날의 백일몽에 잠겨 있는 동안 내 후배는 미얀마의 오지를 걸으며 탁발 수행에 정진할 테고, 보이저 2호는 무서운 속도로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갈 테다. 아이들이 청년으로 자라고 어머니들은 늙어 허리가 굽고 백발로 변한다. 세상엔 얼음 위에 엎드려 잠든 사람도 있고, 파업을 위해 나선 노동자도 있고,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사랑하는 연인들도 있을 테다. 내게는 괴로운 밤들도 두어 번은 지나갈 테고, 누군가는 제 잇속을 챙기려고 친구를 배신하고 누군가는 불시에 찾아든 질병으로 비탄에 빠질 것이며, 벚나무들은 봄마다 벚꽃을 피우느라 바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게 무시로 변하며 순환할 테지만 피었던 것은 지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법칙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테다. 우리는 대지가 죽음을 어떻게 양육하는지를 지켜보았다. 분명한 사실은 지구에서 동식물들은 죽음을 주기 삼아 순환한다는 점이다. 어느 날 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득 내 죽음을 자각한다. 무심히 버스 창밖의 간판들을 스쳐지나가던 그 선험의 찰나, 나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막다른 골목에 갇힌 채 오도가도 못 하는 느낌이었다. 만물을 이루는 원자는 죽은 상태로 존재한다. 별, 우주 먼지, 암흑물질, 바닷가 모래, 바위 들은 다 무생명이다.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다.”(감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죽음으로 충만한 이 삭막한 우주에서 우리가 살아서 존재한다는 게 기적이 아니라면 그 무엇이 기적일 수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죽음에는 출구도 빠져나갈 샛길도 없다. 죽음이 지구 생물의 역사에서 상수이자 보편의 진리라는 점은 단 한 점의 의혹도 없는 진실이다. 당신과 나는 어쩌다가 봄마다 모란과 작약이 꽃피는 걸 보는가? 어쩌다가 저토록 아름다운 벚꽃이 덧없이 지는 걸 봐야 하는가? 벚꽃 필 때 당신의 죽음을 생각하라! 죽음이여, 나를 만나려거든 부디 벚꽃 핀 봄날에 찾아오라! 나는 활짝 웃으며 너를 맞으마! /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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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1 16:22

산업기능요원의 전직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은 병역지정업체가 폐업되는 등 부득이하게 해당분야에 복무할 수 없게 되거나 한 업체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 본인의 원에 의해 관할 지방병무청장의 승인을 받고 다른 업체로 옮겨 복무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편입 당시 해당 분야와 동일한 분야로 옮겨야 합니다. 반드시 다른 회사로 옮겨 복무해야 하는 당연전직 사유로는 병역지정업체가 폐업하거나 선정이 취소된 경우, 6개월 이상 휴업하거나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경우가 해당됩니다. 당연전직의 경우 전직사유 발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다른 병역지정업체에 옮겨 복무해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로 전직 대기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3개월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병역지정업체 변경을 위한 대기기간은 최초 3개월의 경우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되나, 추가로 연장된 3개월의 경우 산입되지 않습니다. 승인전직은 본인이 원하여 다른 회사를 옮기는 것으로 산업기능요원 편입 후 6개월이 경과한 경우 관할 지방병무청장의 승인을 얻어 다른 병역지정업체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승인절차는 복무 중인 병역지정업체의 장에게 전직승인신청서 및 전직할 병역지정업체 장의 채용동의서를 제출하면,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전직에 대한 의견을 기재하여 14일 이내에 관할 지방병무청으로 승인신청하면 됩니다.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전직 승인 이후 퇴직처리 해야 하며 새로 옮겨 갈 병역지정업체에 복무기록표, 개인별복무상황부 등 관련 서류를 송부해야 합니다. 아울러, 현역인 산업기능요원이 다른 병역지정업체로 전직할 경우에는 편입 당시의 기술자격으로 복무할 수 있는 병역지정업체이어야 하나, 관할 지방병무청장의 승인이 있으면 편입 당시 기술자격 이외 다른 기술자격으로 복무가 가능합니다. 전직승인 신청 시 복무분야 변경/겸직 신청서와 새로운 분야 기술자격증 사본을 제출하여 주시면 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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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1 16:21

‘시민의 발’ 전주 시내버스 멈춰서는 안 된다

시민의 발인 전주 시내버스가 또 멈춰섰다. 전주지역 시내버스 업체 5곳 가운데 2곳의 노동자들이 운행횟수를 줄이는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나머지 3개 업체도 임금협상을 진행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파업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전주에서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한 버스 파업은 전혀 생소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됐다. 그렇게 2019년에는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10년째 버스 파업이 벌어진 도시’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예고된 부분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극적으로 접점을 찾으면서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이후 전주시와 시의회, 5개 운수회사 대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주 시내버스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사·정 공동협력’을 결의했다. 노·사·정이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대중교통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었다. 전주시가 최근 수년간 역점 추진해온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지·간선제 확대, 마을버스 도입 등 대중교통 환경개선 사업도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전주 시내버스 누적 이용객은 약 5089만 명으로, 2022년 4839만 명보다 5.1%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해 노·사·정이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한 소통과 협력을 결의하면서 시민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그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또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전주시의 노력과 성과도 모두 의미를 잃게 됐다. 거의 매년 되풀이된 일이지만 올해는 시기마저 좋지 않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공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발마저 묶이게 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해마다 수백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주시의 조정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전주시와 시내버스 노사는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지난해 떠들썩하게 결의했던 노·사·정 공동협력 약속을 되새겨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상을 돌려줘야 한다. 더불어 전주시는 수년 전부터 검토해온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등 버스 파업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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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21 13:41

출입국·이민관리청 반드시 전북 유치를

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정책을 추진중인 가운데 전국적으로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경험을 살려 이민청 유치를 추진중이며, 부산시, 충청북도 역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총선 정국속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야 할 전북도는 이를 손놓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나서야 한다. 전북의 경우 법무부가 도입한 지역특화형 비자(F-2-R) 시범사업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400명)을 배정받았고, 특히 이민정책의 테스트베드로 선정되면서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선착의 효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없는 명분도 만들어서 해야할 상황에 뭐라도 하나 해야할 전북특자도가 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공기관을 하나라도 더 유치해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해야할 전북이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물론 이민청 신설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등을 개정하는 등 절차가 남아있기에 아직 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철저히 준비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임박해서 허둥지둥 대처하는 것은 전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유학생이나 글로벌 인재 유치, 불가피한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현 정부는 이민을 국가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누차 피력한 바 있다. 그 핵심은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가 이민정책의 체계적인 추진과 통일된 이민정책 설계를 위해 이민청 신설을 포함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세운 것은 매우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이 전북을 방문해 전북도와 외국인 이민정책 테스트베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외국인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체계를 구축한 첫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현 정부의 기조가 이민청 신설을 강력 추진하는 것과 궤를 같이해 김관영 도지사 역시 “우리나라도 이민청을 설립하고 과감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이민정책에 대처해야 한다”고 도정기조를 줄곧 밝힌 바 있다.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유치할 경우 국내외 도시 인지도 향상, 글로벌 기업투자 활성화 등 그 효과는 구태여 나열할 필요도 없다. 타 시도의 경우 이미 시민단체까지 나서면서 의견을 모아가는게 보이지도 않는가. 늦었지만 전북자치도는 지금이라도 당장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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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21 12:09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광역화를

최근 전북특별자치도는 해마다 8000여명의 청년(20~39세)이 전북을 떠난다는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이 같은 청년층 이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지역소멸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외친 중앙정부가 지방대 육성과 청년인구의 지역 정착 유도 차원에서 역점 추진한 정책이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다. 이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에 위치한 대학의 졸업자를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의무채용 비율은 2018년 18%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30%까지 상향됐다. 그런데 특별법은 ‘공공기관 이전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해당 지역의 채용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특정 대학 쏠림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전북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다른 지역에서 대학교를 다닌 사람은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수도권에서 초·중·고교를 나와 지방의 공공기관 이전 지역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역차별 소지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별로 채용인원에 편차가 많다는 것이다. 호남권의 경우 2022년 기준 전북 84명, 광주·전남 228명으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 같은 문제점은 전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도 간에 협의하는 경우 상대 지역의 인재도 채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전북은 지역인재 채용 광역화를 이뤄내지 못해서다. 실제 지난 2021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광역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울산·경남을 비롯해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충북이 지역인재 채용을 광역화했다. 이처럼 지역인재의 공간적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높다. 전북에서도 인근 광주·전남권과 합쳐 호남권으로 광역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지만 아직껏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도시법과 그 시행령을 개정해 지역인재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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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20 16:58

로컬 시대 지역 전략, 지역의 문화가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시립대학교 정석 교수가 지난해 여러 지역에서 보낸 한 달살이 경험을 얘기로 쓴 <로컬@행복>을 출간한 바 있다. 책은 ‘지역에서 더 행복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기록한 여행기’라며 ‘오늘날 대한민국 수도권에서 살아가며 진정으로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아파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뼈아픈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여기저기서 지방소멸이 얘기되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부상하는 것은 지역이다. 내가 아는 서진영 작가도 <로컬씨, 어디에 사세요>를 출간해 주목을 받은 바 있고, <골목길 자본론>의 모종린 교수도 지역 브랜딩에 성공한 지역을 살피는 <로컬 브랜드 리뷰>를 2022년부터 발간해 오고 있다.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중기청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문체부는 ‘로컬 100’이란 이름으로 지역의 명소, 명인,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편에서 보면 지역소멸에 대한 대응이라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지역에 대한 새로운 희망,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로컬이 부상한데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문화의 변화가 있다. 급속한 고령화는 더 이상 거대 도시에서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이야 패기로 맞섰지만 이젠 아니다. 이미 많은 베이비 부머는 지역으로 떠났다. 행복을 중시한 세계관 또한 지역으로 발길을 이끈다. 우리보다 일찍 지역소멸을 마주했던 일본은 청년 이주를 통해 지역소멸을 해결하고자 했는데 이를 관찰한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 말한다.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한 이유는 대도시에서 느낀 고립감과 획일화된 노동, 기회의 불평등 등 전반적 불신 때문인데 유사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민낯을 경험한 청년들이 지역으로 ‘망명’한 만큼, 새로운 형태의 노동과 기회를 제공해야만 ‘로컬로의 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대도시의 삶에 지쳐 많은 사람이 지역을 찾는다.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도 있고, 한 달살이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지역을 경험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지난해 춘천과 제주에서 한 달살이를 하며 새로운 삶을 경험했고, 지금도 그 지역과 관계하며 살아간다. 관계인구라고 하나?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김난도 교수가 말한 것처럼 앞으로 지역은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 유동하는 도시)이 될지 모른다. 로컬의 시대를 살려면 지역은 도시와는 다른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도시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경쟁이다. 생존을 두고 경쟁하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도시의 문화다. 지역의 문화는 이와 달라야 한다. 경쟁이 아닌, 서로 챙겨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누리며, 누구나 들어와 생활할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 혁신가가 들어와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지지하고 안아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는 일종의 환경과 같은 것이다. 정체감이자 분위기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결정한다. 우리 지역이 다양한 사람과 이벤트로 유동할지는 문화가 결정한다. 우리 지역이 과연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 다가올 ‘로컬의 시대’를 살아가며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문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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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0 15:09

직업계고등학교 학생 취업률 증가와 지역 유출 방지 정책 제안

우리나라의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은 기술과 실무 위주의 교육을 통해 미래의 전문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취업률을 높이고, 지역사회 내에서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적인 과제다. 직업계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다. 직업계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고치거나 실제로 일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운다. 하지만,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또한, 많은 청년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큰 도시로 떠나면서, 작은 도시나 시골 지역이 점점 사람을 잃고 있다. 이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률을 향상시키고, 지역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지역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다. 직업계고등학교와 지역 기업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북 도내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학교 교육 과정과 연계한 인턴십, 수습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학생들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업무처리 방식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전북 도내에 입주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도내 기업이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을 채용하면 세제 혜택·재정 지원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이는 기업의 학생 채용 의지를 높이고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맞춤형 취업 지원 서비스의 강화다. 학생들의 다양한 취업 목표와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커리어 컨설팅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는 전문 컨설턴트와 선배 멘토들이 학생들의 커리어 계획 수립,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등을 지원해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온라인 취업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과 지역 기업을 연결하는 온라인 취업 플랫폼을 개발해 실시간 채용 정보 제공, 온라인 면접 기능 등을 통해 효율적인 취업 활동을 지원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북 지역사회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사회 서비스 프로젝트를 실시해 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고, 학생들의 사회적 책임감을 키움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문화 및 역사 교육을 빼놓으면 안 된다. 전북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한다면, 이는 지역 유출 방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정책 제안들은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률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내에서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 지자체, 학교,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이러한 정책들을 실현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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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0 15:09

의료개혁, 열악한 지역의료에 응답하라

의료파업 사태가 끝 모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확대를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교수들도 사의를 표하면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대란이 펼쳐지는데도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했을 때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내심 기대한 바가 있었다. 열악한 지역의료 현실에 변화와 희망의 빛을 품었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의 공백을 메우고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2,000명이라는 수치와 의료파업 논란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대결만 드러나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금 가장 필요한 논의는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무주군을 비롯해 많은 농산어촌 지역주민이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에는 공중보건의 수급 문제마저도 어려워져 일부 공중보건의가 두세 곳 면을 순회 진료하며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다. 병상이 있어도 의사와 시설이 부족해 입원환자를 받지 못하는 보건의료원은 2차 병원의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는 이런 지자체들의 고민이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의료파업의 해결책으로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를 대형병원으로 파견하면서 무주군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를 2명이나 차출했다. 이런 결정은 공중보건의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 의료 현실에 치명적이다. 국가 의료개혁의 한 축은 분명 지역의료 해결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료 해결에는 공공의료 체계 구축의 방안이 나와야 한다. 지역의료를 살리는 단기방안은 ‘병역법’과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으로 세밀한 공중보건의 수급계획을 수립하며 의무복무기간 단축도 추진하는 일이다. 의사들이 수련의가 되기 전 공중보건의로 지역에서 복무하는 일은 농산어촌의 의료현실을 경험하고 해결하기 위해 두 번 없을 기회다. 의사의 다양한 경험은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한 현실적·전문적 대책을 구상할 때에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공중보건의 기피 현상은 국가적 손해이므로 정부가 의료역량 축적을 개인의 선택으로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인 지원유도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공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재 양성과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전북에서는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를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하자는 움직임이 꾸준히 있었다. 사관학교나 군 법무관 제도처럼 공공의대에서 양성된 의사들이 지역 의료계에서 일정기간 일하며 지역의료의 질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공공의대에서 배출한 지역의사가 지방의료의 첨병이 되어 농산어촌 의료 발전에 공헌하는 체계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이러한 국가의료계획 실현을 위해 자연스럽게 도출된 방안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수치로 주목받아서는 안 된다. 의대 증원 논란을 계기로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무너지는 지역의료를 살릴 마지막 기회다. 사회를 움직이고 발전시키는 동력은 반목과 냉소가 아니라 인정과 토론을 통해 도출한 사회적 합의이다. 그렇기에 정부와 전문가, 정치권이 두루 참여하는 활발한 의료 논의가 지금 절실하다. 지역의료 살리기 정책으로 탄생한 우리 동네 주치의에게 내 몸을 마음 편히 의탁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이해양 무주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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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0 15:09

오홍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22년 3월 9일. 서울대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한사람이 별세했다. 개인에게는 삶을 마감하는 순간이었으나 어느 누구도 고인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의 묘비에는 “한으로,불꽃으로 살았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으레 그렇듯 그의 존재는 서서히 잊혀져갔다. 한세대는 가고 또 한세대는 오는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세상과 하직한지 약 2년 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김제 출신 언론인 오홍근을 다시 불러냈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오찬 도중 "MBC는 잘 들어"라면서 정보사 테러사건을 언급했다. 1988년 8월 어느날 아침,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었던 오홍근 기자가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당한 일을 말한다. 회칼을 사용한 공격에 오 기자는 허벅지가 깊이 4㎝, 길이 30㎝ 이상 찢길 정도로 크게 다쳤다. 괴한들은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로, 군을 비판하는 오 기자의 칼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준동이었다. 황 수석의 발언이 보도되자 여론이 들끓었고, 집권여당내에서도 초대형 총선 악재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봉합했다. 오홍근씨는 1942년 김제시에서 태어나 전주고, 고려대를 졸업했다. 1968년 T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했으나 1980년 언론통폐합때 TBC가 강제 통폐합되자 중앙일보로 이적해 사회부장, 부국장, 판매본부장 등을 거쳤다.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조동중'으로 불리던 상황에서 지금처럼 '조중동'으로 정착된 것이 오홍근의 중앙일보 판매 담당자 시절 업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1999년 5월 국민의 정부 초대 국정홍보처장으로 임명되며 공직에 입문한 그는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 겸 대변인,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지냈다. 필자가 오홍근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무렵이었다. 직선적이면서도 솔직담백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회식자리 등에서 자신의 언론인 시절 에피소드 등을 자주 언급하곤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전주 출마를 준비했으나, 우여곡절끝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김제시·완주군 지역구에 출마했다. 정치운이 없었는지 생각지도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터졌고, 그는 열린우리당 최규성, 무소속 이건식 후보에 밀려 3위로 낙선했다. 절치부심하다 2009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이무영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된 전주시 완산구 갑에 무소속 출마했으나, 막판에 역시 무소속으로 나온 신건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다. 묘하게도 필화사건을 겪었던 오홍근을 소환한 황상무는 설화사건으로 낙마했다. 중국 오대십국 시대 후당에서 재상을 지낸 풍도는 처세술을 묻자 설시(舌詩)에서 이렇게 답했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해 있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 정말 어려운 게 바로 설(舌)인 모양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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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3.20 13:32

발목 잡힌 전북 현안, 총선 공약으로 풀어야

중요한 전북 현안들이 줄줄이 발목이 잡혀 있다. 대광법과 새만금 등 전북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대규모 사업들이 정부 관련부처 처리 지연과 예산 미반영, 중앙부처 간 이견 등으로 제동이 걸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도내 정치권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들 사업에 대한 숨통을 트는데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현재 발목이 잡혀 있는 과제들은 해묵은 것이 대부분이다. 흔히 대광법이라 불리는 광역교통망 구축사업은 전북에 대도시권이 없어 광역교통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대광권 구축 명목으로 배정된 127조원의 정부 예산 가운데 유일하게 전북만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또 새만금 신항 1-1 단계 배후부지 조성사업은 신항만 완성과 함께 서둘러야 할 현안이다. 새만금에 입주한 이차전지 기업들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원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 등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민간투자로 되어 있어 이를 최대한 빨리 정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옛 김제공항 부지를 활용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국유재산 관리전환을 둘러싸고 중앙부처 끼리 대립하고 있다. 농림식품부는 공공용이기 때문에 이를 무상으로 받으려 하는 반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은 유상 관리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또 군산항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및 중량물 부두조성사업은 정부의 항만기본계획 반영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와 함께 전주-김천간 횡단철도의 예타면제, 폐교된 서남대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대 설립, 국민연금 연기금 등을 이용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도 오랜 현안이지만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러한 현안들은 전북특별자치도의 힘만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도내 정치권이 대통령실과 중앙부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움직여야 그나마 희망이 보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을 활용했으면 한다. 여야 중앙당의 공약으로 채택토록 하고 총선 후 이를 계기로 중앙부처를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 사업들은 장기간 표류하다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전북은 지금 사면초가다. 짝사랑했던 민주당은 호남정당 탈피를 위해 전북을 외면하고 국민의힘은 전북을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 총선을 기회로 삼아 전북의 활로를 찾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20 11:38

갈 길 먼 '배리어프리'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을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쯤이다. 서울의 디자인플라자가 개관 1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 <함께 36.5 디자인>이라 이름 붙인 전시에서였다. ‘공존’과 ‘공생’, ‘공진’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달라서 아름답고, 함께 해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화이부동의 장’이라 내세운 취지를 다양한 기획으로 살려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전시는 국립서울맹아학교 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이었다. 앨범은 졸업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이었다. 3D 프린터는 2D 프린터가 활자나 그림을 인쇄하듯이 입력한 도면을 3차원의 입체물로 만들어내는 기계다. 기획자들은 3D 프린터로 맹아학교 졸업생들의 사진을 입체물로 만들어 전시했다. 아이들은 처음 만져보는 친구들의 얼굴을 신기해하며 ‘내 친구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놀라고 즐거워했단다.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을 향한 특별한 졸업앨범이 관객들에게 전한 감동과 깨우침은 컸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앤다는 뜻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베리어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무장애 공연과 전시가 그 결실이다. 지난해에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도 배리어프리 행렬에 참여했다. 전주영화제는 수상작 세 편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해 주목을 끌었고, 소리축제는 <오셀로와 이아고>로 배리어프리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무장애 무용극, 무경계 락페스티벌, 손과 귀로 감상하는 미술관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무대도 넓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지난 2003년에 시작해 올해로 22회를 맞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위기에 처했다. 영화제를 지원해왔던 서울시가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면서 영화제 개최가 어려워진 탓이다. 장애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4년 전부터 서울시의 예산을 받아 영화제 상영작 전체를 배리어프리로 제작해 상영해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예산지원이 끊기면서 올해 영화제는 배리어프리 제작을 비롯해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영화제를 유지할 계획이라지만 영화제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장애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고서도 자치단체의 외면으로 위기에 처한 장애인인권영화제의 현실. 배리어프리가 확산되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준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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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3.19 19:32

회귀와 선거부정

최근 ‘회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재벌집 막내아들’ 등이다. 그 주인공들은 억울한 죽음 후 과거로 ‘회귀’한다. 이후 자신만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악당에게 복수하거나 큰돈을 번다. 회귀를 원하는 주인공과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비슷한 점이 있다. 억울한 죽음 혹은 받아들이기 싫은 선거 결과를 되돌리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먼저 선거 부정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제21대 국선에서 낙선한 **선거구 후보자 A는 선거 부정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 후 소송비용을 A에게 부담시켰다. 다음으로 제18대 대선에서 낙선한 후보자를 지지했던 언론인 B는 2017년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영화를 발표했으나, 내용은 모두 오류로 밝혀졌고, 이어진 선관위 합동 공개검증 제안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제16대 대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C 정당은 2003년 1월 개표결과에 대한 재검표를 요구했고, 선관위는 이를 받아들여 재검표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당락의 변화는 없었고, 수억 원의 재검표비용은 C정당이 부담했다. 참고로 지난 제21대 국선 관련 선거소송 126건 모두 기각 등의 결과로 종결됐다. 대법원까지 간 소송도 다수 있었음을 고려하면 수백명의 판사가 선거부정이 없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문민정부 이후 제기된 다른 선거소송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의 선거부정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전투표함이 바뀐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로 투표함이 이송될 때 정당의 참관인들이 함께한다. 이후 사전투표함은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보관되며, 해당 CCTV는 실시간 공개된다. 사전투표함의 개표소 이송 또한 각 정당 참관인, 선관위 위원이 참관한다. 모든 과정이 참관인, 위원 감독 하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전투표함은 바뀔 수 없다. 둘째. 개표소 사용 투표지분류기를 해킹·조작한다는 주장이다. 투표지분류기에는 유무선통신랜 카드가 없어 원격 해킹은 불가능하다. 또한 투표지분류기를 거친 후보자별 투표지는 심사집계부와 위원 검열 등 육안 확인을 거쳐 공표된다. 분류기 도입 후 투표지분류기가 구분한 후보자별 투표지가 바뀐 적은 없으며, 만에 하나 바뀌더라도 추가 확인 과정이 있어 정정된다. 따라서 투표지분류기를 해킹·조작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개표결과를 조작한다는 주장이다. 개표시 정당의 개표참관인은 모든 개표과정을 참관한다. 참관인은 개표 전 과정을 촬영할 수 있고, 실제 투표지 수량·내역을 각 정당에 보고한다. 개표결과가 조작되어 실제와 다르다면 각 정당은 고발 등 즉각적인 조치를 할 것이다. 또한 수백명의 개표사무원도 개표결과 조작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표결과는 조작할 수 없다. 앞에서 본 것처럼 선거부정은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선거부정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회귀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당선인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자. 올바른 절차에 따라 실시된 선거 결과를 기꺼이 인정하는 것 또한 성숙한 민주시민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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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7:47

‘오마카세’ 열풍과 ‘빈자의 식탁’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마카세’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이 그날의 재료를 보고 적절한 요리를 알아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값비싼 코스 요리로 알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인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메뉴도 한식과 중식까지 다양해지고, 1인 30만원의 코스도 예약이 꽉 찰 만큼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반편, 한쪽에서는 ‘빈자의 식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 한 신문사에서 2021년 연재했던 ‘빈자의 식탁 : ’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는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매일 라면만 올라오거나, 일주일 중 사흘을 소면에 설탕만 뿌린 ‘설탕 국수’를 먹은 사람도 있었다. 이 기획에서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줄었지만, 경제적인 양극화 심화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포럼의 발표에 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4%는 먹고 싶어도 경제력 등 여러 이유로 해당 식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3 FAO 한국협회에서 배포한 세계식량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건강한 식단 비용 추정치는 구매력 평가(PPP) 환율 기준 하루에 1인당 3.66 달러로 2020년 대비 4.3% 상승했다. 2020~2021년에 북미·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건강한 식단 비용이 5%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식량 인플레이션이 심화에 따른 것이다. 2021년 전 세계 인구의 42% 인 3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력으로 인한 식품 구매력 감소는 영양섭취 부족으로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하는 한국의 인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70세 이상 노인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이 19.9%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9년 18.9% 보다 1% 증가했으며, 2015년 10.2%에 비하면 무려 17.5에 비하면 9.7%나 증가한 것이다.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소득수준 ‘하’의 영양섭취부족자 비율은 18.9% 이다. 이는 지난해와 돌일하나 5년 전인 2015년 14.7%에 비하면 4.2% 증가한 수치 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취약 계층의 먹거리 질과 영양상태는 더 나빠진 것이다. 우리는 취약 계층의 건강 및 인권 증진을 위해 ‘먹거리 돌봄’에 주목해야 한다. 먹거리 돌봄은 시혜·자선적 차원의 선별적 식품 제공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 차원의 먹거리 보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농업과 지역 사회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 단위로 먹거리 돌봄 시스템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 관점에서 먹거리를 바라보고, 지역과 농업 그리고 사람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범적으로 추진했던 대학생 1천원의 아침밥 사업, 농식품 바우처 사업,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 등이 그 맥락에서 지속되고 확대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안정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지역, 전북특별자치도를 꿈꾼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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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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