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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풍수학을 정립한 최창조 선생님

지난달 31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수학자 최창조(1950~2024)는 한 줌의 재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74세. 평소 지론대로 화장하고 소박한 묘역에 안장되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1984년 대학 지도교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연은 40년 동안 끈끈하게 지속되었다. 그해 <한국의 풍수 사상> 출간은 한국 풍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전통 지리 사상인 풍수가 학문 반열에 오르고 한국 풍수 1세대를 알리는 저서였다. <한국의 풍수 사상>에서 명당 개념은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자연에 적덕한 사람들의 영원한 거소(居所), 이것이 풍수적 이상의 땅, 길지’라고 언급하였다. 그해 완주지역 연화도수, 장군대좌, 노서하전 등 소위 형국론 답사는 풍수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이후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에서는 수많은 지역 답사 자료를 사진과 곁들여 풍수를 이해하는 대중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서울대 교수직을 내던지고 1990년대 이후 강단이 아닌 현장에서 풍수학의 성과로 기념비적인 <한국의 풍수지리>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땅의 눈물, 땅의 희망> <북한 유적 문화 답사기> <한국의 자생 1, 2> 등이 출간된다. 한국식 풍수를 ‘자생풍수’라 정의하고 명당 개념도 새롭게 정의한다. 자생풍수는 ‘치유의 지리학’이자 ‘인간의 지리학’이라 정의한다. 강단에 머물렀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한반도 구석구석에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할 풍수의 핵심이다. 현재도 ‘자생풍수’는 풍수학의 정립을 넘어서 한국식 풍수를 설명하는 중요개념으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도시 풍수> <최창조의 새로운 풍수 이론> 등에 이르러서는 풍수의 파격이 등장한다. 좋은 땅이란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한다. 도시에서도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하다.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단정한다. 자생풍수의 개념 정립은 <사람의 지리학>에서 정리가 된다. 주관성(마음이 중요하다), 비보성(고침의 지리학), 정치성(새로운 세상, 개벽 지향), 현재성(지금, 이곳에서 적응하라), 불명성(비논리의 논리, 논리 뛰어넘기), 편의성(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라), 개연성(그럴듯하게 보인다), 적응성(모든 삶의 분야와 연결된다), 자애성(내가 중심이다), 상보성(인간도 주인이고, 자연도 주인이다) 등이 그것이다. <한국 풍수 인물사>(2013)에서 선생의 명당 개념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사람을 평온하게 감싸 줄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 그리고 마지막 저서 <한국 자생풍수의 기원, 도선>(2016)에서 풍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풍수 공부의 최종 목적은 도선의 자생풍수를 더듬는 것입니다. 따라서 1978년 대한지리학회와 서울대 지리학과 논문집에서 발표한 논문 이래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이 책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생풍수를 이루려는 풍수학의 40여 년 여정은 2024년에 마무리되었다. 자생풍수를 내세우듯 선생의 품성은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한국 풍수 대가는 한 줌의 재로 그토록 사랑했던 부모님 근처에서 묻혔다. 바로 그곳이 명당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풍수학의 정립은 이제 한국 풍수 2세대의 몫이 되었다. 이제 풍수는 생태환경 등 미래 학문으로 지평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3 16:35

빠른 선거구 획정과 공정 경선 보장하라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공천 신청자 820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5- 8일 지역구 공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을 비교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와 면접을 토대로 공천자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현역평가 하위 20% 대상자를 개별통보했다. 민주당 공천 기준에 따르면 하위 10~20%는 경선 득표수의 20%, 하위 10%는 경선 득표수의 30%가 감산된다. 득표수 30% 감산은 경선 승리가 거의 불가능해 사실상 컷오프되는 셈이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도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다음 주인 19일부터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된다. 한편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이 모인 개혁신당은 제3지대 빅텐트를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비례위성 정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15일 가칭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3개 정당 및 시민사회에 ‘범야권 선거연합’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구 후보 단일화 원칙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전북지역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구가 아직 획정되지 않아 후보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와 김제·부안 선거구가 인구 하한선인 13만6600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 두 선거구를 조정하려면 인근지역까지 손대야 한다. 이를 빌미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0개 선거구를 9개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른 지역과의 인구 형평성이나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로, 이를 최대한 빨리 획정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전북의 텃밭정당인 민주당의 경선이 과연 공정하게 진행되느냐 여부다. 현재의 심사기준인 정체성과 기여도, 의정활동능력, 도덕성, 여론조사, 면접 등은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개연성이 없지 않아서다. 그 중 가장 비중이 큰 여론조사는 선거자금과 조직에 좌우돼 민심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 유령당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하루빨리 선거구가 획정되고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지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3 15:40

전북 난임센터 건립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전국 각 지역 난임센터 건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키로 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청신호가 되고있다. 전북대병원을 비롯한 도내 거점 대학병원에 난임센터가 만들어질 경우 빅5등 서울소재 대형병원을 찾기 어려운 지역민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최근 난임시술 의료기관 전문가,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 보건복지부 정책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2025년까지 난임센터 전국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키로 했다. 난임부부가 겪는 신체적·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사실 지역의 소멸은 곧 인구감소에서 기인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초혼 연령이 높아져 가임 능력이 떨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이에 따라 근종과 자궁내막증 등 생식학적 문제들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기에 중앙정부 차원의 불임수술 특화 대학 병원 지정이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제 난임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복지부가 지방 국립대병원 역량을 서울 ‘상위 5대 병원’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지역 필수의료 중추를 담당하고 지역 환자가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적절한 판단이다.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추진하는가에 달려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전국 각 지역 난임센터 건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얼마전 전북대병원 채희숙 교수(산부인과)는 자궁내막종과 같은 난소 낭종을 제거한 후 출혈 부위를 로봇 복강경을 통한 미세봉합술로 지혈하는 방식을 도입해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 가임기 여성 난소 낭종 수술 방식은 개복이나 복강경, 로봇 복강경을 통해 낭종을 정상 난소 조직으로부터 벗겨내는 방식을 활용해 왔는데 낭종을 제거한 뒤 출혈 부위를 지혈하는 방식에 따라 수술 후 정상 난소조직 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지만 난임부부를 위한 정책은 다양하면서도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전북난임센터를 개소하는가에 달려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3 13:46

전주·완주 통합, 전북소멸 위기를 생각하자

전북일보와 KBS 전주방송총국이 4·10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10개 선거구에 대한 후보자 적합도 조사와 함께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게 그것이다.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도민 70%가 통합에 찬성하고 19%가 반대했다. 연령별로는 10∼40대가 50∼70대이상 보다 찬성률이 높았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주의 경우 찬성 대 반대가 86% 대 11%인데 완주는 42% 대 55%였다. 이러한 결과는 2013년 통합 관련 당시의 찬성 44.65% 대 반대 55.34%와 유사하다. 이는 지난해 5월 전북일보가 창간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난다. 조사 결과는 찬성과 반대 비율이 각각 전주시 82.5% 대 13.7%, 완주군 46.1% 대 48.8%였다. 완주지역 주민들의 통합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다 8개월 사이에 6%가량 식은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올해 들어 전주시와 완주군 관계자들은 통합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가 나섰고 완주군의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완주군수와 완주군의회는 통합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총선 입지자까지 가세했다. 지금까지 물밑에 있던 반대세력의 결집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10일부터 민간단체인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와 완주역사복원추진위원회가 통합 주민투표 건의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전주·완주통합은 주민의 동의, 즉 완주지역 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완주지역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군수 등이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서명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또 서명운동은 선거 전 60일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므로 금지된다. 이 기간동안 통합에 대한 생각을 숙성시켰으면 한다. 전북은 지금 피폐한 경제력과 함께 급격한 인구감소로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13개 시군은 말할 것 없고 전주마저도 소멸 주의지역으로 분류된다. 통합을 통한 광역화와 집적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양 지역이 양보와 배려로 상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2 18:00

설 민심은 더 많은 헌신과 봉사였다

제22대 총선을 목전에 둔 이번 설 명절의 화두는 단연 “어느 정당이 과반수가 되고 누가 당선될 것인가”였다. 여소야대 정국속에서 어려움을 겪던 집권여당으로선 이번 총선의 승패가 곧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정권을 빼앗긴 야권으로선 만일 이번 총선마저 놓칠 경우 국정운영 과정에서 들러리 신세가 됨은 물론, 차기 대권조차 멀어질 수 있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이번 총선은 또한 차기 대권 후보인 한동훈-이재명의 운명을 가르게된다. 이러한 전국적인 큰 구도하에서 전북의 활로는 과연 무엇인가. 여야간 극한대결이 이어지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전북에서는 민주당의 독주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북일보와 KBS전주방송총국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2월 2일까지 도내 전역 10곳 선거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곧 다가올 총선 판도를 가늠케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도 눈길을 끄는 새로운 상품이 없다는 거다. 오래전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 현실 정치에서 퇴장당했던 소위 올드보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현실은 오늘날 전북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새롭게 도전하고 성취하고, 존재감을 보이라는게 전북도민들의 강렬한 요구인데 현역 의원들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결과 재선, 3선을 향해 나선 현역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경우가 많으나 이는 그간의 성과에 대한 높은 평가가 아니라 소위 대안부재론 때문 아닌가. 각설하고 이번 명절의 화두는 화려했던 전북을 부흥시키라는 거다. 여와 야가 있을 수 있고, 지역간 갈등과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으나 국정에 적극 참여하는 과정속에서 지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라는 거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인구감소, 기업유치, 교육과 의료문제를 비롯한 민생문제에 더 낮은 자세로, 더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거다. 배지를 달고 번듯하게 행세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나선 선량은 결국 자신의 복지와 안위를 위한 생계형 취업자에 불과하다. 남을 이끌자는 먼저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설 민심은 결국 사적인 부분을 모두 버리고 오직 공익을 위해 더 헌신하고 봉사하라는 지엄한 명령이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2 18:00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스토리

최근 총선을 앞두고 부지불식간에 회자되는 단어가 있다. “저 후보는 인생에 스토리가 있어”, “스토리텔링이 있어”.....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 없다는 것은 ‘특색이 없다’ 혹은 ‘밋밋하다’라고 치환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스토리텔링은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최초에 적용된 디지털미디어 뿐 아니라 문학, 예술, 영화, 교육, 게임, 광고, 축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장르로 외연이 확장돼 활용되고 있다. 근자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복잡하게 고도화된 이해관계와 주제를, 공감과 소통·인식공유를 근간으로 아우르는 상호작용과 가치창출의 도구로 활용된다. 기업과 경영, 마케팅 부분에서도 ‘스토리(story)’가 ‘무엇’이라는 내용을 나타낸다면 ‘텔링(telling)’은 ‘어떻게’라는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미국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신발 없이 다니는 어린이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탐스슈즈’(TOMS Shoes)를 창업했다.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는 제3세계 어린이에게 기부되는 컨셉으로 성공을 거둔 TOMS는 ‘착한소비’와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코스모폴리탄에게 스토리텔링한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세계적인 기업들도 브랜드 마케팅과 함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이야기가 명확하고 구체적일수록 더욱 효과적이고 이에 진실성과 진정성이 더해지면 신뢰도는 승수효과를 거두게 된다. 우리에게도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24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舊세계한상대회) 전북·전주 유치 성공이 그것이다. 컨벤션과 숙박시설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경제거점으로서 전북의 유구한 전통문화와 미래성장산업을 연계하여 우리만의 맛깔스러운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운영위원에게 감동을 주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기업전시회, 산업박람회, 비즈니스미팅, 각종 컨퍼런스 등 산적해 있는 모든 과업들도 전북이라는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에 스토리(story)를 입혀내어 우리만의 유니크한 텔링(telling)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비견할 수 있는 성공을 확신한다. 신년벽두 전남 화순의 백신(Vaccine)특구가 2030년까지 5,000명 고용, 100개 기업 총 매출 1조 달성 비전을 선포하였다. 독감백신 연구와 생산관련 국내 1위인 ‘GC녹십자’ 유치를 위해 독감백신 원료가 되는 유정란 수십만개를 연구소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AI인자 통제시스템을 관계 양계장에 설치하는 등 완벽한 스토리텔링으로 국내 유일 백신특구 지정을 받았던 성공 사례는 이차전지 특구 지정에 이어 현재 바이오 특구, 방위산업 특구, 미래 모빌리티 산업특구 지정을 위해 뛰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토리텔링은 정보전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좋은 스토리는 기억에 오랫동안 남게 되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관점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연결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윤여봉 전북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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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7:59

푸른 용의 해

올해는 60간지(干支) 중 41번째인 ‘갑진(甲辰)년’으로 푸른 용의 해다. 십간(十干)을 오색(五色)으로 설명하면 갑을은 푸른색, 병정은 붉은색, 무기는 노란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검정색(甲乙 靑, 丙丁 赤, 戊己 黃, 庚辛 白, 壬癸 黑)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색용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신비롭고 조화가 무쌍한 것으로 알려진 ‘청룡’이 유명한 반면 중국에서는 ‘황룡’이 유명하다. 그래서 궁궐 등 대궐에서는 밖과 내부 모두가 노란색으로 장식된 것은 물론 임금이 타고 다니는 가마도 완전한 노란색이다. 용은 거북, 기린, 봉황과 함께 네 가지 영수(靈獸)로 유명하다. 그중 용은 물을 관리한다 하여 기우제나 지우제 때면 꼭 용왕을 찾아 각별한 정성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용은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 문명의 발상지 어디에서나 상상되어 온 동물로서 신화나 전설의 중요한 존재로 등장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민간 신앙의 대상으로서도 큰 몫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초기부터 조선조 숙종(1714) 때까지 사이에 무려 29차례나 용의 출현에 관한 기록이 있는가 하면 서해 용왕이 고려왕 왕건의 할아버지 작제건(作帝建)에게 ‘그대의 자손들이 동방의 명왕이 되고 싶다면 세울건(建)자가 붙은 이름으로 3대를 거쳐야만 할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하며, 용이 물을 많이 주지 않을 경우 흉년이 든다고 믿고 있기에 용을 수신(水神)이라고도 한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민족에 따라 또는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나 기능이 조금씩 달리 파악되어 왔다. 이에 따라 그 조각이나 묘사 역시 차이를 보여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해온 용은 대개 중국인들이 상상하였던 용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문헌인 ‘광아익조’에 용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는데 용의 머리는 낙타와 같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했다. 이처럼 여러 동물의 장점을 갖고 있다 하여 영수로 꼽히고 있는 것이어서 성취와 수호의 동물로 치부되고 있다. 철학관에서 깊이 믿고 있는 삼재(三灾)가 있는데 갑진년에는 인, 신, 유,(寅,申,酉)년생은 행운이 충만한 해로, 노력하면 매사가 소원 성취하여 결혼․취업․승진 등의 영광이 있을 것이며, 반대로 자, 진, 신(子,辰,申)년생은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는 해로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삼재를 피해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신(申)년생과 같이 길, 흉이 겹치는 경우에는 극과 극이 혼재되어 아주 잘되는 경우와 잘못되는 수가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예로부터 과거시험 등 어려운 시험을 ‘등용문’이라 했다. 등용문은 중국의 황하에서 시작되어 산서성에 이르면 3단계 폭포를 경유하게 되는데 그곳을 용문이라 하며, 잉어가 그 용문을 올라가면 용이 된다고 하여 입신출세의 관문을 등용문(登龍門)이라 한다. 또 사람이 출세하면 ‘개천에서 용 났다’고도 한다. 아무튼 용자가 붙으면 좋은 표현이 따른 것을 보더라도 갑진년인 올해는 행운의 해가 틀림없을 것인즉, 국태민안(國泰民安)하기를 바란다. / 양복규 (동암법인 이사장, 명예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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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7:59

전북연극박물관을 세우자

연극박물관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에 800여 개가 넘는 국립·공립·사립·대학 박물관이 있지만, 연극박물관은 국어사전에만 있을 뿐 실체가 없다. 공연예술을 앞세운 곳도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하나다. 대표적인 예술 장르인 연극을 상징화한 박물관은 왜 없을까? 이유를 불문하고 소중한 예술 자산이 무참히 사라지기 전에 유·무형의 연극 유산을 수집·연구·보존하고, 전시실·자료실·체험실·수장고를 갖춘 공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어느 지역보다 연극의 역사가 깊고 탄탄한 전북특별자치도가 먼저 관심을 보인다면 이는 무척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1910년대 이후, 전북의 연극판은 꾸준히 역량을 쌓으며 큰 성과를 올렸다. 1921년 전국 최초의 군(郡) 단위 소인극(전문 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하는 연극) 운동이 고창에서 시작한 후 익산·김제·전주·군산·정읍·남원·진안·옥구·임실·무주 지역으로 확산하며 근대연극의 공고한 뿌리를 만들었다. 작품은 문맹 퇴치와 풍속개량뿐 아니라, 불합리한 시대를 깨닫게 하는 항일과 민족자존을 담기도 했다. 1921년 군산에서 창단한 동광단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극단으로, 평양·서울 공연에서 잇달아 흥행했다. 익산에서는 1926년 전북 최초로 연구극(硏究劇) 성격의 동인극단인 계명극단이 창단했다. 1932년에는 극단 연양사가 단원들의 역할을 연출·연기·무대·운영으로 나눠 전문극단의 출발을 알렸다. 이는 지역 연극계의 높은 자생력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전북의 연극은 1940·50년대 전주문화동우회와 전북극예술협회, 전문연극인과 순수예술, 이봉섭과 정구하, 학생극, 인형극 운동, 1960·70년대 박동화와 창작극회, 살롱극과 행동무대, 문치상과 비사벌극회, 대학극, 1980·90년대 황토의 부상과 창작극회의 부활, 소극장 연극, 관립극단(전주시립극단) 태동, 2000년대 전북연극제와 소극장연극제, 청소년연극제 등 촘촘하게 성과를 일구며 성장했고, 수준 높은 무대는 전국 규모 연극제에서 잇따른 수상으로 이어졌다. 척박한 환경에서 뚝심 있게 생명을 지켜온 전북 연극의 힘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창작 희곡 시대를 연 극작의 역사에서도 찾아진다. 전북과 연관된 국내 극작가의 숫자가 이를 증명하고, 작품의 우수성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연극의 갈래를 가면극, 인형극, 판소리, 창극, 신파극, 신극으로 크게 나눠도 전북 연극은 울울창창하다. 일인다역인 판소리의 발상지가 전북이며, 춤·음악·연극이 어우러진 농악의 신명과 멋이 살아 있는 곳이 전북이다. 판소리가 발전해 우리 고유의 음악극이 된 창극의 연희자들도 대개 전북 출신이며, 세계 유명 인형극축제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극단도 전북에 있다. 전북 연극이 한국 연극사의 굵직한 축으로 인정받는 것은 연극 정신의 맥을 이으며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침의 세월, 극단들의 탄생과 소멸이 악순환처럼 이어졌지만, 이것이 가져온 양적 질적 변화가 지금의 전북 연극을 있게 한 바탕인 것처럼 전북의 연극은 스스로 살아나고 다시 살아나며 억척스럽게 자신을 지켜왔다. 그 분명하고 무한한 생명력은 전북특별자치도가 한국연극박물관을 유치하려 할 때 경쟁력을 한껏 높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북 연극의 역사와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알려 도민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이는 ‘전북연극박물관’ 건립이 먼저다. /최기우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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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7:59

도심하천 전주천 유수량 늘리기

강은 생명이다. 큰 물길을 따라 어김없이 삶터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그 물길에 기대어 도시와 문명을 발달시켰다. 그래서 큰 도시의 중심엔 꼭 이름난 하천이 있다. 그런데 이 도시하천에 큰 숙제가 생겼다. 하천 유지용수를 확보하는 일이다. 20세기 도시팽창 과정을 거치면서 유수량(流水量)이 크게 줄어 건천화(乾川化)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도시의 불투수층 증가와 녹지면적 감소, 치수 위주의 하천정비, 기후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유량이 줄어든 도시하천은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았고, 친수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 전주 시가지를 관통하는 전주천과 삼천도 다르지 않았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주천은 물이 풍부해 시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고, 고기잡이와 물놀이,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길 곳곳에 토사가 수북이 쌓인 모습, 그리고 둔치의 무성한 수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상류에서는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에서만 흐르는 복류(伏流) 구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 유량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다. 다행히 이들 하천은 1990년대 말부터 추진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으로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천 유량 부족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남겨 놓은 것이다. 민선 8기 다시 하천에 주목한 전주시가 최근 ‘전주천·삼천 명품 하천 36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홍수 예방 및 시민안전 △시민 휴식·문화공간 조성 △하천 유지용수 확보 △하천 조도 개선 등 4대 추진전략도 제시했다. 특히 유량 늘리기 사업이 관심을 모은다. 전주천 상류 상관저수지 수문 설치와 전주천·삼천 합류지점인 금학보 취수 및 하수 처리수 재이용 등을 통해 건천화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만경강 지류 전주천‧삼천 유량 늘리기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과 연계해 하천 정비 프로젝트를 역점 추진하면서 전북도가 ‘옥정호~삼천 도수터널 설치’ 사업을 발굴해 정부에 건의했다.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에서 완주군 구이면 삼천 최상류까지 3km 구간에 도수터널을 설치하고, 초당 4톤의 물을 끌어내 삼천~전주천 하류~만경강~새만금 담수호로 이어지는 물길에 흘려 유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새만금 수질 개선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전북도가 별도 조직까지 꾸려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애초 막대한 사업비와 지역간 물분쟁 소지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적었다. 결국 탁상공론이었다. 도시하천을 시민 힐링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이 풍부해야 한다. 유량이 부족하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그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다. 전주시가 내놓은 ‘명품 하천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하천 정비와 휴식·문화공간 조성 사업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번엔 하천 유지용수 확보사업에 우선순위를 두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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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2.12 13:24

특별자치도의 순항 여부는 항만 활성화에 달려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항해를 시작했다. 특별자치도에는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되는 만큼 자치의 주역인 도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전북특별자치도가 발전하려면 자치의 주역인 도민들의 주인 의식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주인 의식 없는 무관심으로는 지역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북은 도내 유일의 항만인 군산항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다시피했다. 그저 항만에서 밥을 먹고 사는 항만인들에게만 관련된 일로 치부해 왔다. 지자체는 물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 정치권도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같은 무관심은 군산항을 넘어 새만금 신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산항의 경우 동북아의 물류 거점, 대중국 교역 관문 등 선거 때만 정치, 행정적 수사만 반짝했지 항만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수출입 활동의 99.7%가 바닷길로 이뤄지고 있지만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은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올해로 개항 125년을 맞고 있는 군산항의 경우 1990년 금강하구둑의 완공 이후 토사 매몰로 인한 수심 악화로 근본적인 준설이 현안이 된 지 오래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처참하다. 도내 수출 물동량의 80%, 수입 물동량의 40%를 외지 항만에서 취급하는등 소위 항만 물동량의 역외 유출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군산항은 지난해 전국 항만 물동량의 1.49% 처리, 전국 항만 입출항 선박 중 2% 점유의 초라한 성적을 보였다. 국내 국가관리무역항 14곳 중 12위이다. 그런데도 관내 정치권과 행정기관등은 이 현안 해결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포럼 개최와 포트 세일 등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를 벌이고 중앙 부처에 준설 예산 요구 건의만 하면 끝이다. 이의 관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만금 신항만의 상황도 좋지 않다. 신항만 건설촉진법에 따른 기본 계획에 의거, 항만 건설만 진행되고 있을 뿐 항만 운영을 위한 기본 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새만금 신항은 공식적인 항만 명칭도 없다. 항계도 확정되지 않았다. 무역항의 지정조차 돼 있지 않다. 정온 수역 확보마저 불안하다. 2030년까지 5만톤급 6개 선석의 건설 목표는 관련 예산과 추진 과정 등을 볼 때 이미 물 건너갔다. 이게 신항의 현주소다. 그런데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항 건설에 힘을 합해도 부족한 마당에 지자체간 관할권을 둘러싼 싸움만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4월 총선에 나갈 국회의원 예비 후보들의 출마변을 보면 항만에 대해 거의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군산항 3단계 항로 준설, 신항만의 차질없는 완공, 군산항 해상풍력 지원항만 조성 등 '뜬 구름잡는 공약'만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새만금 신항은 향후 중국은 물론 동북아 교역의 거점으로서 전북 경제를 견인할 중요한 물류 기반시설인데도 관심을 갖는 도내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은 물류 전쟁 시대다. 이 전쟁에서 지면 낙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순항 여부는 항만 활성화에 달려 있다. 항만에 관심을 갖는 주인 의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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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4.02.07 16:35

제3대 전북특별자치도콘텐츠융합진흥원장에게 바란다

얼마 전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청문과정에서 우려와 기대를 섞어 의견을 전하긴 했지만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먼저 진흥원이 지나온 궤적을 복기해 봤으면 한다. 지금까지 진흥원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 내부 갈등이 심했고 한동안 퇴사가 이어지면서 퇴직자 양산기관이라는 오명을 얻기까지 했다. 정직원들의 퇴사가 빈번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관운영의 부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지금은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내부갈등과 비효율적 조직 운영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두 번째는 고도의 청렴의식이다. 진흥원의 정책파트너는 일차적으로 콘텐츠 기업으로서 콘텐츠기업을 상대로 과제공모와 계약체결, 각종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진흥원에는 입주기업이 상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언제든 결탁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불가근불가원’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진흥원은 주는 쪽이고 콘텐츠기업은 받는 쪽이라는 시각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갑을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콘텐츠기업 지원은 진흥원의 당연한 책무다. 역으로 콘텐츠기업은 지원받을 마땅한 자격이 있다. 콘텐츠기업 육성과 지원이 법과 조례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을 일방적인 시혜와 수혜의 관계로 오해하게 되면 결탁에 더해 갑질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주도면밀한 사업추진이다. 철두철미한 사업 설계와 관리는 당연한 기관운영 원칙이지만 진흥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외였다. 최근에는 소송전만 해도 두 건이나 있었다. 그중 한 건은 군산시가 원고였고 다른 한 건은 진흥원이 원고였다.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반환 소송이 제기되고 다른 한 건은 진흥원의 사업관리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서 업체를 고발하게 된 사건이었다. 소송 결과를 떠나서 공공기관이 사업관리 부실로 인해 두 번이나 법적 다툼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실패를 거울 삼아서 어떻게 하면 제한된 조직 역량으로 사업관리의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인지가 신임 원장의 몫으로 남게 됐다. 끝으로, 진흥원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진흥원은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관이다. 민간 시장에서 플레이어로 뛰는 콘텐츠기업이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판로를 개척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진흥원의 미션이다. 하지만 진흥원이 기본 사명에 충실해서 마땅한 성과를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도 각종 데이터를 검토했지만 여전히 도내 콘텐츠산업은 영세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콘텐츠의 다양한 하위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도 않다. 바꾸어 말하면 콘텐츠 기업 경쟁력은 여전히 낮고 지역 콘텐츠산업의 생태계 조성도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진흥원은 2년 후면 출범 10주년을 맞게 된다. 별 탈이 없다면 신임 원장께서는 10주년 행사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나온 10년을 되짚어 보고 다가올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는 자리를 갖게 될 텐데, 그때까지 진흥원이 존재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콘텐츠진흥 거점기관이라는 타이틀은 허명(虛名)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건투를 빈다. /윤영숙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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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7 15:18

고향사랑 버스에 타자

고향이 장수라고 하면 어디쯤에 있냐고 되묻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라북도에는 무주 진안 장수군이 있는데 합쳐서 무진장이라고 하고요, 무진장 눈도 많이 와서 토끼하고 발 맞추면서 누에와 돼지도 기르고, 담배농사 지으면서 살아왔던 두메산골입니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3개나 연결되고 사과와 한우, 오미자의 빨강색, 즉 3Red로 유명해 졌습니다.“ 그러면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늘 가고싶고 그리운 내고향 장수읍에는 약 20여개의 크고 작은 동네들이 있다. 우리 베이비부머세대들은 학생이 점점 늘어나서 초등학교 4곳에서 공부했다. 누나와 형이 동창이면 동생들도 모두 친구이고, 부모님들도 형제자매나 다름없이 서로 돕고 위로하면서 살아왔다. 요즘은 인구가 계속 줄어서 전국 226개 지자체중에서 223위로 지역소멸 위기에 있다. 엄청난 산악고원지대로서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학생들도 도시로 떠나가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충주시의 깊은산속옹달샘(명상치유센터)이나 인제군의 기적의 도서관과 같은 성공사례를 볼 때, 77%가 산으로 둘러쌓인 내고향 장수는 산과 숲, 강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에 장안산과 팔공산이 있고 전북과 충남의 젖줄인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 섬진강의 최상류인 덕산용소와 수분리, 빼어난 절경과 깊은 숲이 있는 방화ㆍ와룡 자연휴양림, 의암 주논개열사의 생가와 유적, 승마학교와 동가야 유적지만 연결해도 '장수만세 으뜸관광지'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있다. 동선도 길지 않고 기존 도로와 국유산림을 잘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순환버스노선과 산악궤도 열차로 연결할 수 있다. 기존의 리조트와 호텔을 잘 활용해서 잘 놀고 잘 먹고 푹 쉬었다 가는 힐링명소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장수군에서 선도적으로 성사시킨 다음에 진안 마이산과 탑사, 무주 덕유산과 구천동으로으로 확산시키면 '무진장 즐거운 최고의 힐링허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결국 남는 것은 마음 닦는 일과 나누면서 복 짓는 일"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세대들은 고향발전을 위해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시대적 소명이다. 일제강점기와 육이오전쟁을 겪으시면서 가장 극한의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우리를 올 곧게 키워주신 우리의 부모님들은 영웅이시다. 지금도 고향하늘위에서 우리들을 지켜주고 계신다. 다 하지 못 한 효도를 고향사랑으로 보답해 나가면 된다. 성공한 고향기업가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행해야 한다. 이제는 고향발전을 위해서 모두가 힘을 모을 때가 되었다. 타지에 사는 고향사람들로부터 애향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읍면사무소에서는 동문회를 통하여 고향소식도 전하고, 고향발전을 위한 지원협력을 요청해 나갔으면 한다. 군청에서 동문들의 뜻을 모아 '논개고향사랑재단'을 설립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고향발전 사업계획도 수립하고, 군의회에 제안하고, 기금도 조성해 가면서 고향사람들이 고향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애향심이 곧 효도이고 애국심이다. 고향살리기에 서로서로 힘을 모으고 보태자. 고향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고향사랑 버스에 함께 타서 고향사랑 길을 힘차게 달려 보자. /류영하 전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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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7 15:18

전주천·삼천 ‘도심 힐링명소’ 로 거듭나길

전주시가 6일 ‘전주천·삼천 명품 하천 36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도심하천인 전주천과 삼천을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수변 힐링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수 예방 및 시민안전 최우선(치수), 시민 휴식·문화 향유 공간 조성(친수), 하천 유지용수 확보(이수), 하천 조도 개선(편의증진) 등 4대 추진전략도 제시했다. 이는 우범기 시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전주시가 이날 재차 밝힌 명품 하천 프로젝트 중 하천 치수 사업과 유지용수 확보 방안이 눈길을 끈다. 기후위기 시대, 시민안전을 위한 치수사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하천 유지용수를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주천은 수량이 풍부해 시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고, 고기잡이와 물놀이를 즐기던 곳이었다. 또 겨울철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던 생활과 휴식, 그리고 놀이 공간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 도시팽창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도시하천들처럼 하천 유수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이로 인해 전주천과 삼천은 생태환경이 악화되면서 시민 친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후 1990년대 말부터 추진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으로 이들 하천은 그나마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천 유수량 부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그런데 이번에 전주시가 그 해법을 제시했다. 전주천 상류 상관저수지 수문 설치와 전주천·삼천 합류지점인 금학보 취수 및 하천 처리수 재이용 등을 통해 도시하천의 건천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민선 8기 전주시가 잇따라 내놓은 다른 대형 프로젝트처럼 역시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전주시는 도심하천 치수 안전성 강화와 유지용수 확보, 수변 인프라 조성 등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국비 4421억원과 지방비 2664억원 등 총 708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천과 삼천을 명품 하천, 시민 힐링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단지 청사진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국비 등 예산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도심 생태하천 살리기의 성공모델로 전국적 주목을 받은 전주천과 삼천이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심 힐링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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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07 14:49

늘어나는 의대 정원, 지역에 남도록 해야

정부가 2025년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씩 늘리기로 했다. 의료계 반발로 1년 넘게 끌어오다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은 정책이 아닐까 한다. 보건복지부는 늘어나는 2000명 정원을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 배정하고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의 경우 의대 정원이 전북대 142명, 원광대 93명 등 235명이므로 최소 100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의대 정원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가 주장한 의대 정원 10% 감축안을 받아들여 3507명이던 의대 정원을 2006년부터 3058명으로 줄였다. 2017년에는 서남대 의대가 폐교되면서 의대 정원 적정선 논란이 일었다. 2020년에도 의대 정원을 늘리려 했으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총파업하면서 코로나19 종료 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19년 동안 정원이 동결되었으며 이제 2025년부터 5058명을 뽑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의료현장은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지역의료 또한 황폐화되었다.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에 크게 못미친다. 문제는 증원되는 의사 인력이 지방과 필수의료분야에 남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 물론 의사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지역에 남는 의사 수도 많아지겠지만 좀더 디테일한 장치가 필요하다. 가령 현재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40%에서 60%로 높이기로 했지만 이를 좀더 높였으면 한다. 또 지금까지 고교를 해당지역에서 나온 학생에게 자격을 주었으나 이를 중고교까지로 강화했으면 한다. 나아가 일본과 같이 입학 때부타 지역근무를 원하는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필수의료인력도 지역별 전문과목 쿼터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으나 자제했으면 한다. 이번 발표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거스르지 않길 바란다. 의대 정원 확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07 13:12

전북혁신도시와 새만금수변도시

전직 대통령, 특히 바로 직전의 대통령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매우 휘발성이 강한 의제를 화두로 던졌다. “선거를 위한 당리당략이 지방을 죽이고 국가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 서울 메가시티 정책은 가뜩이나 비대한 서울을 더 비대하게 만들어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몰상식한 정책이다. 지방을 고사시키고 서울의 과밀 고통을 더 키우는 대단히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노무현재단이 개최한 ‘국가균형발전 20주년 행사’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몰상식한’ ‘대단히 어리석고 위험한’ 같은 자극적 단어를 썼다.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서울이 아닌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면 익히 짐작하고도 남았으리라. 야당인 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지금 긁어부스럼을 내지 않기위해 정부여당의 서울 메가시티가 ‘몰상식한 정책’임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다. 자칫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초경합지에서 의석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이 문제를 꺼내들고 있다.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했고, “구리의 서울 편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수도권 승부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럼 전북을 비롯한 지방은 과연 서자인가.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교육, 의료, 문화적 혜택이 다르지 않게해야 하는 제1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지 않은가. 정부 여당이 비수도권 지역 발전 약속을 뒤집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현 정부 대선 공약인 ‘500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지난해 상반기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22년 전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제시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천도(遷都)로 몰아붙였다.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 전체적으로 득이냐, 실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보면 매우 획기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다. 미국, 브라질, 호주, 독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여러나라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으나 기존 수도의 경제적 기능이 몰락한 경우는 단 하나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초대형 광역경제권은 3천만명, 5천만명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메가시티 추진이 꼭 잘못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도권 메가시티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이나 지역 메가시티 추진을 게을리 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전북의 발전 방향과 관련, 전주권을 중심으로 한 광역화의 시도와 더불어 새만금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의 확대는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전북혁신도시는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문제는 혁신도시 시즌2를 가속화해야 하고 특히 새만금 첫 복합도시인 수변도시를 얼마나 알차고 빠르게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전북의 주도세력인 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 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집권여당 또한 가난한 동생의 곳간을 털어 잘사는 형에게 골프채를 사주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민족대명절 설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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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2.07 11:03

열 네 살 징용자, 아버지의 기록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은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두툼한 종이(?)를 발견했다. 검은 철끈으로 묶여 있는 색바랜 원고 뭉치였다. 붉은 칸이 쳐진 200자 원고지를 빼곡히 채운 글씨. 열네 살에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던 아버지의 육필 수기였다. 수십 년이 흘러 아들은 칠순을 훌쩍 넘었고, 90세까지도 손가락 하나로 자판을 두드리며 교회 연대사를 집필하셨던 아버지는 올해 96세,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지내신다. 일제 강점기에는 어린 나이에 징용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해야 했고, 해방되어 고국에 돌아왔지만 5년 만에 터진 한국전쟁 때는 참전용사가 되어 분단국가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낸 굴곡진 삶. 그 자신 노년을 맞은 아들은 아버지의 삶을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지성호 씨의 소설 <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가 출간된 배경이다. 아버지(지재관)가 남긴 육필 수기와 방대한 분량의 기록이 바탕이니 형식은 소설이지만 실화다. 그는 지난해, 아버지의 강제징용 길을 따라 일본의 강제노동 현장을 답사했다.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로, 도쿄와 요코하마를 거쳐 아오모리에서 쓰가루 해협을 건너 홋카이도 산루광산까지. 답사 여정을 마치며 그는 ‘역사 안에 사는 삶과 역사 밖에 사는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저자는 전주에 살면서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음악이론과 작곡을 가르쳤고, 수 편의 음악극과 창작오페라 곡을 발표한 작곡가다. 오직 한길만 걸어온 그는 왜 굳이(?) 소설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을까. 사실 그의 글은 징용으로 끌려가 가족과 헤어져 강제노동의 고된 삶을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시간이 살아 숨 쉬는데도 여전히 강제징용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과 그런 상황을 안일하게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바탕이다. 최근에도 지난 2004년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일본 시민단체가 설치한 군마현의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추도비가 강제 철거됐다. 추도 모임 중 ‘강제 연행’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 철거 이유다. 비슷한 시기, 경남 거제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거제시가 불허했다. 극우단체들의 민원과 이의제기 때문이란다. 묘하게 닮아 있는 상황을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도 없다. 그래서인가. 저자의 물음이 더 또렷해진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로 새긴 고통 앞에서, 그 수난사가 시간 속에서 상투화되어 박제화된다면, 그리하여 징용자들의 고통과 죽음과 그 인생이 역사의 지층에 화석처럼 묻혀 버리고 만다면, 무엇보다 그 기억조차 불편하다고 한다면, 치욕스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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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위리안치된 새만금, 조기 방면하라

죄인을 귀양 보내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두는 형벌이 위리안치(圍籬安置)다.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둘러쳤다. 예산을 세워 주고도 움쭉달쭉 못하게 집행 보류의 형벌을 내린 새만금사업이 꼭 위리안치된 꼴이다. 지난해 8월 세계잼버리대회 부실운영 이후 무더기 삭감(삭감비율 78%)된 새만금 예산은 500만 전북인의 저항과 정치권의 노력 끝에 기사회생했다. 3017억원이 복원된 새만금 SOC예산은 총 4513억원이다. 당초 부처 예산(6626억원) 대비 68% 비율이다. 생니를 빼놓고 틀니로 갈아 끼운 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이 일부 조정된 예산마저도 집행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새만금사업의 ‘적정성 및 기본계획 재검토’라는 형벌 때문이다. 관련 용역이 마무리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다. 예산은 복원했으되 형벌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위리안치된 새만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8월29일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공항 항만 철도 등 기존에 계획된 SOC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은 무더기로 칼질 당한 새만금 예산이 발표된 날이다. 전북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을 용이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쥐어 박고 달래는 격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는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이다. 새만금 SOC는 정부가 틀을 짰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 절차를 밟아 추진된 사업들이다. 그런데도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상반기 수석비서관회의 때 새만금 기업투자가 정부 출범 이후 6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이 자료는 한덕수 총리가 전달해 윤 대통령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새만금 기업투자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을 용이하게 할려면 SOC를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거꾸로 SOC투자를 멈추게 하고 있으니 자기모순이 아니고 뭔가. 잼버리 부실운영과 새만금을 연결 짓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미 세워놓은 예산을 수시배정이라는 형벌을 씌워 집행 보류하고 있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 SOC 투자를 멈추게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속도를 내야 한다. 새만금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한 것도 윤 대통령이다. 정부는 또 새로운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새만금산단 입주기업 및 민간투자 유치에 필요한 사업 만큼은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위리안치된 새만금 예산은 방면(放免)해야 맞다. 적정성 및 기본계획 재검토는 진행하되 여야합의로 복원된 예산은 집행하는 게 순리다. 이 예산은 계약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3월까지는‘풀어줘야’올해 안에 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만금 계획이 변경되는 건 치명적 걸림돌이다. 정쟁화되고 상처투성이인 새만금은 신뢰회복과 경쟁력 확보가 과제다. 정부의 투자계획은 글로벌 기업들도 지켜보고 있다. 신뢰는 기업투자의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10조원 투자협약 역시 정부의 신뢰가 담보될 때 가능하다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새만금이 국가사업이라는 사실이다. 전북자치도의 사업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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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돌봄사회위원회' 구성으로 돌봄 기반을 조성을 확대하자!

돌봄은 전 생애에 걸쳐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며, 돌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늑대에게 길러지면서 늑대화 되어 버린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환경 속에 길들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늑대 인간화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오는가에 따라서 각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돌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창원과 표창원 사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왔는가? 우리는 우리의 돌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고, 여전히 우리의 돌봄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더 나은 돌봄 체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돌봄 문제 자체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좋은 돌봄 기반 중심의 돌봄 철학을 정립하여 함께 사는 돌봄 체계를 확대 재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적 책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상황과 미래의 삶에 부합한 철학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좋은 돌봄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논의의 틀-돌봄사회위원회(가칭)-이 만들어지길 제안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을 국가, 국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돌봄 문화의 토대를 형성하기 위한 출발이고, 돌봄을 모두의 문제로 전환하여 돌봄 중심 사회의 과정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 부처의 돌봄 정책은 부서별로 흩어져 있어서 통합적인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의 돌봄 정책과 특별한 영역의 돌봄 정책은 매우 미비하다. 이에, 돌봄 정책의 종합적 발전 방향을 마련할 수 있는 '돌봄사회위원회'를 국가와 지방 모두에 시급히 설치하고,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제한적으로 논의 되는 돌봄 문제에 대해서 체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교육과 돌봄실천 활동, 지역별 돌봄 특화 정책 마련으로 좋은 돌봄 정책 마련을 잘 준비해 나가는 기반을 제공해야 하며, 돌봄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중심 기구로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돌봄 문제, 지역별 돌봄 문제의 특성을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지역별 과제를 발굴하면서 오래된 과거를 잘 계승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지속 가능한 틀로 역할 해야 한다. 더불어, 좋은 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좋은 돌봄 철학을 잘 정립해야 하기 위한 토대 또한 다져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돌봄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흩어져 있고, 돌봄 정책도 부처 간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이에, 흩어져 있는 돌봄 사업을 잘 정비하고,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국가 차원의 담론과 지역 차원의 담론, 지역사회 담론, 개인적인 실천 담론으로 정리해서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먼저 다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좋은 돌봄을 위한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돌봄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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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나누는 만큼 더해지는 행복, 헌혈

“옛날 어떤 사람이 한 달 뒤에 베풀 잔치를 위해 소젖을 모으기로 했다. 그런데 소젖을 한 달 동안 보관하는 일이 어려워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낸 그는 한 달 동안 소젖을 짜지 않기로 했다. 그뿐 아니라 소에게서 새끼를 떼어내 젖을 먹지 못하게 했다. 소젖을 짜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잔치 당일에 한꺼번에 짤 생각을 했다. 이윽고 잔치 당일이 되어 동네 사람들이 집으로 모여들었을 때 그는 소를 끌고 와 즉석에서 젖을 짜 사람들에게 따끈한 젖을 주려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소에게서는 단 한 방울의 젖도 나오지 않았다. 날마다 젖을 짜지 않고 새끼에게 먹이지 않아 완전히 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앞의 이야기는 불교의 비유 경전인 <백유경>에 나오는 일화이다. 소 주인은 한꺼번에 자신의 소유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나누지 못한 채 소젖을 말라붙게 했다. 소젖을 마르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날마다 소젖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새끼 소에게도 나눠줬다면 매일 따뜻한 젖을 모두가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재산을 많이 모은 후에 세상에 나눠주겠다는 생각은 욕심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을 나누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눌 수 있을 때는 가진 것이 풍족하고 넉넉할 때가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때이다. 큰 나눔을 하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작은 나눔은 작은 마음이면 충분하다. 나눔의 근본은 물질이 아니고 마음이기 때문이다. 헌혈이 그렇다. “시간이 없어서요”, “아, 피곤한데…, 다음에 하지요” 시간이 없고 피곤해서가 아니다.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나 아니어도 많이 하는데 굳이 나까지?’ 하며 내가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채혈 현장에서 상담하다 보면 간혹 헌혈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헌혈이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헌혈, 말이 쉽지 실제로 찔리는 바늘도 무섭고 또 헌혈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데 왜 계속 피가 부족하냐고 묻는다.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특히 장기간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적정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실제 헌혈을 꾸준히 하는 분들도 많다. 우연한 기회에 생애 첫 헌혈을 하고 헌혈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한다. 처음이라 긴장되고 주사바늘도 무섭고 아플까봐 망설였는데 막상 헌혈을 해보니 전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남을 도왔다는 뿌듯함이 좋았다고 했다. 게다가 건강한 신체에서 남아도는 혈액을 나누니 꾸준한 헌혈을 위해 건강관리에 더 힘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하다 보니 어느덧 헌혈 마니아가 되신 분들이다. 헌혈 나눔은 사랑 공식과는 다르다. 나에게서 내 것을 덜어내는데도 오히려 행복이 더해진다. 단순한 사칙연산으로 설명할 수 없고 사랑 공식처럼 상처받지도 않는다. 나의 몸에서 빠져나간 피가 타인에게 전달돼 새로운 삶을 탄생시키는 헌혈의 마법은 작은 나눔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내 것을 덜어내더라도 아무것도 줄지 않는다.”라는 이 거짓말 같은 공식은 헌혈이 이제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핵심 가치이다. 동절기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겨울 한파와 방학 등으로 헌혈자가 감소하면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에서는 매일 5,116개 정도의 혈액이 사용되고 있다. 언제 당신도 혈액을 필요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불의의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헌혈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혈액을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는 우리 가족이 될 수도 혹은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이은정 전북특별자치도혈액원 간호팀 과장 (<헌혈, 사랑을 만나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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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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