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7:1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잼버리 파행, 지방 겁박하는 여당⋯‘견강부회’ 멈춰라

끝났다. 시작하자마자 가슴 졸이며 남은 날짜를 세어야 했다. 파행으로 얼룩진 ‘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2일 마무리됐다. 한여름밤의 악몽이었다. 망신살이 뻗쳤다. 국민 몫이 된 부끄러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끝났지만 끝맺지 못했다. 이제 기한 없는 책임규명의 시간이다. 여야 정치권의 ‘네 탓 공방’이 격화되면서 새만금사업이 통째로 소환되고 있다. 새만금이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1991년 대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 때도, 2010년 33.9km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준공했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여권에서는 작정하고 지방정부 책임을 부각하고 있다. 전북이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잼버리 팔아 지역예산 챙긴 대국민 사기극’ 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이때다 싶었는지 온라인에서는 지역비하‧혐오 발언이 쏟아진다. 견강부회(牽強附會)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에 나서면서 SOC 등 새만금 내부 개발에 기폭제로 삼겠다는 의도와 기대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만금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봤다면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국책사업인데도 예산 지원이 항상 쥐꼬리였다. 착공 30년이 넘었는데도 현장은 거친 모래바람뿐이다. 일정 부분 사업에 탄력을 받았겠지만 잼버리를 핑계로 고속도로와 내부 간선도로, 국제공항, 신항만 등 새만금 SOC 사업에 천문학적 예산이 부당하게 투입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들 SOC 사업은 잼버리와 관계 없이 정부가 확정한 새만금종합개발계획(MP)에 따라 진행된 것이다. 여당이 전북도에서 잼버리를 이유로 건설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의 경우 30여년 전부터 추진된 ‘새만금~포항 동서횡단 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대구~포항 등 일부 구간은 이미 개통했고, 새만금~완주 구간(새만금~전주 고속도로)은 오랜 절차를 거쳐 2018년 5월 착공했다. 이후 전북도가 정부에 조기 개통을 요청했다.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만큼 잼버리 이전에 새만금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분기점까지의 구간만이라도 조금 앞당겨 개통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자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거듭 약속했지만 ‘립서비스’에 그쳤다. 조기 개통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없고 뺨만 맞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7일 “새만금 잼버리가 전북 발전의 촉진제가 될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새만금사업은 늘 이런 식이었다.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는 금세 등을 돌린다. 불과 10여일 만에 180도로 얼굴을 바꾼 여당의 태도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수도권공화국의 위정자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국가균형발전, 지방시대를 외치던 그들이 ‘중앙정부를 비난한다면 지방자치의 미래는 없다’면서 지방정부를 겁박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항상 빈손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 기조를 버리지 못한 탓이다. 단언컨대 이런 식이면 이번 정부에서도 균형발전은 없다.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놓고 정쟁이 치열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원인을 밝혀 책임을 따지고, 상응하는 조치도 내려야 한다. 당연히 전북도에서도 잘못한 부분은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든 총체적 부실‧파행이 어찌 한 두 곳만의 책임일까. 책임회피 의도가 엿보이는 권력집단의 견강부회식 주장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서는 안 된다.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8.15 15:19

기로에 선 김관진 장군

김관진 장군은 부친의 고향이 전북 임실이고 자신은 1949년 음력 8월 남원 운봉에서 태어났다고 나에게 언급했다. 그는 전주 북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고등학교를 마친 뒤 육군사관학교 28기로 졸업했다. 군대 장교 사회에는 ‘미국파’와 ‘독사파’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장군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데 김 장군은 독일 육사에 유학해 ‘독사파’로 불린다. 우리 국군은 한·미 군사동맹의 영향으로 대부분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데 김 장군은 독일에서 유학해 비교적 자율과 민주성이 우월하다는 유럽풍 장군으로 기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우리 전북 출신 군인으로서 이만큼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요직을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는 훌륭한 장군으로 남아주기를 기도하는 심정이다. 김관진 장군은 김대중 정부에서 육군 소장으로 진급과 동시에 전주에 주둔했던 35사단장을 지냈고 육군 중장으로 진급해 2군단장으로 지휘관 생활을 거쳤으며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육군 대장으로 진급해 수도권 전체를 관할하는 3군사령관을 거쳐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을 역임한 찬란한 군 이력의 소유자다. 나는 3군사령관 시절 김 장군과 상당한 대화를 공유하며 행복한 시절을 가졌다. 고향이 같고 중·고교 생활 간접적 인연과 내가 국회 국방위원을 오래 하고 국방위원장까지 역임해 상호 영향이 된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인연이 닿으면 인간은 상대에게 간절한 바람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법인가 보다! 전쟁을 승리로 수행하기 위한 군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정치 중립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국군의 역사에는 크게 두 차례의 군사 반란이 있었고 모두가 육사 출신 장군들에 의해 자행됐다. 국민이 국군을 믿어야 어떠한 전쟁에도 승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아직도 우리군의 지난 역사를 기억하며 국군을 무서워하는 게 사실이다. 김관진 장군의 오늘날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우리 국군을 반드시 정치로부터 중립에 존재하도록 지켜야 한다. 평생을 군에서 살아온 김 장군 인생의 훌륭한 명예를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김 장군이 겪었던 고난에 대하여는 그 진실 상당 부분을 김 장군 스스로 외에는 잘 모른다. 국정농단 박근혜 정권 시절의 기무사를 앞세운 계엄문건 작성 사건은 조현천 사령관이 5년이나 미국에 도피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었던 김관진 장군에게 화살이 튀는 사건이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려는 일부 군 세력의 부정 댓글 사건도 역사에 넘기는 신앙적 인내로 밝은 인생의 미래를 설계했으면 좋겠다. 최근 열린 국방혁신위원회의에서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대단히 공포스럽고 의미 해석이 복잡하다. “장병들의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대목이다. 도대체 어떠한 역사관이 잘못 됐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의 역사관은 어떠한 것이며 모든 국민이 그러한 역사관을 따르지 않으면 검찰의 손을 빌려 처벌을 하겠다는 뜻인지 몹시 의아스럽다. 김관진 장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관이 발동되어 군의 동원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국가와 영원한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군은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자세를 견지해야 성공하는 군인의 인생이 될 것이다. 김관진 장군은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며 현 정부 육사 출신의 최고 선배이다. 지난 날 군의 정치 개입으로 실추된 군의 명예를 되찾고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굳건히 세우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가는 훌륭한 전라북도 출신 김관진 육군 대장으로 청사에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장영달 우석대학교 명예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13 17:22

역사교육과 보훈에 앞장서는 전북으로 거듭나자

지난 7월 30일 오후 완주군 독립운동기념관에는 전북의 여러 독립유공·보훈·호국 단체들 및 지역주민들의 대표들이 모였다. 지난 6월 국가보훈부 출범을 계기로, 전북내 애국애족의 영웅들을 더욱 기리고 보훈과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기념관을 기반으로, 민족운동가 기념관과 보훈교육관을 추가로 건립하자는 뜻이 모아진 자리였다. 완주군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가 장병구 선생의 아들인 장항규씨가 아버님의 독립운동 활동을 기리기 위해 사재를 털어 시작한 기념관이었다. 현재 3500 평 규모의 부지에 4개 동의 한옥 건물과 위령탑들이 건립되었다. 그 후 완주군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들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확장되며 거듭나고 있다. 전북 내에서는 독립운동·한국전· 베트남전의 호국과 애국 활동을 종합적으로 추모하고 교육하는 성지로서 역할하고 있다. 필자가 초대된 것은 우연하고도 각별한 인연의 작용 같다. 2020년 우리 국민 모두는 일제 독립운동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 국내 봉환을 열렬히 환영했다. 2017년 카자흐스탄에 대사로 부임한 직후부터, 유해 봉환 사업을 기획하고, 약 1년 반에 걸쳐 카자흐 정부와 고려인들을 상대로 한 협상을 완료했었다. 협상은 여러 요인에 의해 어려웠으나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9년 초, 유해를 모시고 비행기 탈 날만을 세고 있었다. 그러나, 아뿔싸! 모셔오기 합의된 시기 한 달 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정작 모셔 오는 작업은 후임이 맡게 되었고, 1년 후 오게 되었다. 아쉬움이 컸다. 공직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 후 공직에서 은퇴했고, 지난해 말 현재의 직장을 얻어 고향 전북으로 돌아왔다. 인연이란 묘한 건가. 홍범도 장군과의 인연이 다시 전북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모임의 출발은 바로 홍장군의 위업을 전북 차원에서 알리자는 얘기가 실마리가 되었다. 온 민족의 영웅을 기리는데 어찌 장소의 한정에 구애될까 보냐? 민족의 위인과 영웅의 추모와 교육은 우리 산천 어디서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또 마땅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뜻이 모아지는 과정에서 범위가 확대되어갔다. 조선시대 민족운동가, 동학혁명 유공자, 다른 여러 일제 독립운동가들을 포함한,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공헌과 기여가 크신 분들도 함께 기리는 기념관과 교육관을 건립하자는 쪽으로 뜻이 모아지고있다. 그만큼 우리 전북내 보훈· 호국의 힘과 기반이 큰 것이다. 보훈이 제대로 된 나라여야 선진국이다. 미국, 영국 등이 예이다. 생존과 먹고살기에 바쁜 처지에서는 선열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챙겨드리고 싶어도 못 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자 G-7의 반영에 오른 나라로 대접받고 있다. 이렇게 높아진 국가 위상에 상응하여, 국가보훈부가 승격, 출범한 것은 참으로 의미가 크다. 전북도민들은 과거의 정체를 털고 미래 도약을 위해, 각 방면에서 바람직한 사업들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 남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던 수동성을 떨쳐가고 있다. 보훈·호국의 분야야말로 그런 분야 중 하나다. 더구나, 전북은 그 면에서 찬연히 빛나는 역사를 자랑한다. 나라와 민족이 위태로울 때, 전북인 모두가 분연히 일어섰던 전통이 있다. 보훈과 호국 정신을 기리고 교육하는 일에 있어, 우리 전북이 지방 차원에서 앞장서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도내 뜻있는 단체와 인사들의 많은 동참을 바란다. /김대식 전북국제협력진흥원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13 17:22

폭우에 태풍까지, 농가 피해 복구 총력 지원을

엎친데 덮쳤다. 지난달 극한호우로 인한 수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휩쓸고 갔다. 이번 태풍으로 전북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과수농가의 낙과와 농경지 침수 등 농가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거듭된 자연재해로 타격을 입은 농민들이 농사에 의욕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가뭄과 폭우·태풍 등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치는 일이 더 빈번해지면 농촌에 남아있는 농민을 찾아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난달 전례없는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심각한 물난리를 겪었다. 전북에서는 농경지 침수로 인한 농가의 피해가 컸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달 19일 전국 13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전북에서는 익산시와 김제시 죽산면이 포함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자체는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액의 일부를 국비로 추가 지원받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전북지역의 막대한 피해 상황을 감안하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이 극히 한정적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당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피해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추가 선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여태껏 추가 지정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태풍 피해까지 발생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연재해로 한해 농사를 망치는 일이 더 빈번해지고 있는 농촌의 안타까운 현실을 정부가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쌀값 폭락과 기후변화·고령화 등으로 농업·농촌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식량안보와도 직결된 우리 농업의 위기 극복과 농업 경쟁력 향상은 농도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숙제다. 폭우에 이은 태풍으로 농민들의 삶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지원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농민들은 버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국가가 적극적인 피해복구 지원에 나서 거듭되는 자연재해로 휘청이는 농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관련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인력과 장비·재원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피해복구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8.13 17:22

새만금 잼버리사태, 전북 단합의 기회로 삼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2일 막을 내렸다. 대회 중반에 폭염과 태풍 ‘카눈’ 등으로 대원들이 모두 조기철수하는 바람에 대회 개최지인 전북으로서는 아쉬움이 많다.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면 전북과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을텐데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번 대회는 세계 158개국에서 4만3000여 명의 청소년이 모여 야영을 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고 우정을 쌓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파행을 빚어 세계 청소년들에게 크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번 대회는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장소 선정에서부터 준비 부족, 미숙한 진행, 사실상 부재상태의 컨트롤 타워, 중앙과 지방의 역할 혼선, 방만한 운영과 예산 집행 등 지적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실상 총체적 부실이었다. 여기에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연일 폭염에 시달려야 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까지 가세했다. 이러한 실패에 대해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중앙언론까지 나서 전북과 새만금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소리가 난무한다. 국민의힘은 “지방자치의 미래가 없다”며 겁박을 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잼버리 한탕으로 예산 2조원을 따낸 전북도”라며 얼토당토 않은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행사가 끝난 만큼 평가와 감사 등이 뒤따라야 한다. 잘못한 것은 엄정하게 책임 소재를 가리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필요하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당연히 전북 관계자들도 포함된다. 그래야 이번처럼 세계적으로 망신살이 뻗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모든 책임을 힘이 약한 지방정부에 씌우는 일이다. 중앙정부의 책임을 덮기 위해 지방을 희생양 삼아서는 안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여당은 연일 전북을 때리는데, 불과 한 달 전에 김기현 대표가 전북을 찾아 구애한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전북도와 부안군, 그리고 도민들 또한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잘못한 부분은 분명히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일로 위축되고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단합해야 한다.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전북의 미래가 열린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8.13 17:21

진안, 산림치유 경쟁력을 높이려면

힐링과 치유. TV프로그램이나 거리의 간판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힐링과 치유는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디어에서는 시청자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일상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이 일상에서 힐링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힐링이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치유의 사전적 의미는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이다. 요즘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치유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캠핑의 열풍과 더불어 물이나 불을 바라보며 잡념을 잊는 ‘물멍’, ‘불멍’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 한강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는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것이 규칙이다. 15분마다 참가자들의 심박수를 확인해 90분 동안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를 기록한 사람이 우승하는 이 대회는 그 흔한 우승 상품도 없지만 벌써 올해로 6회째 열릴 정도로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3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대회를 즐겼다. 한시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애써 시간을 내고 시선을 돌려 ‘멍 때리기’를 하는 문화를 만들게 됐다. 반면 물을 활용한 독일의 ‘크나이프 치유법’은 음식섭취부터 몸의 움직임과 같은 작은 부분들을 자신이 ‘적극적으로’ 결정하여 자아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치유방식이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경험하며 내면을 단단히 하는 것이다. 현재 진안은 산림을 응용한 ‘진안형 크나이프 치유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유행과 성공사례를 참고하여 진안은 시간‧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진안은 용담호와 계곡, 캠핑장뿐 아니라 휴양림도 잘 갖춰져 있어 ‘물멍’, ‘불멍’에 더해 ‘숲멍’도 할 수 있다. 숲속에 다양한 콘셉트를 결합하여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작지만 나만을 위한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 입구에서 방문객에게 커피 원두와 수동 그라인더를 빌려주는 대신 휴대폰을 맡아놓기, 야생화 모종을 제공하여 숲속 정해진 공간에 심기 등의 소소한 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진안은 면적의 75%가 임야로 산림자원이 풍부하다. 구봉산, 운장산, 천반산부터 운장산휴양림, 데미샘휴양림, 치유숲, 편백숲까지 자연과 시설이 두루 갖춰져있다. 최근에는 국립지덕권산림치유원을 유치했고 부귀에 군립자연휴양림도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지덕권 친환경 산림고원 조성사업은 ‘치유1번지’를 목표로 하는 진안군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진안고원은 호남의 지붕이라고 하지만, 해발고도 700m에 이르는 강원도의 고원지대에 가려져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해발고도가 약 750m에 이르는 백운면 지덕권 친환경 산림고원 사업지에 약용 식물단지가 조성되면 호남지역에서도 고랭지 약초를 특화 품목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호남과 영남, 호서 주민들은 멀리 강원도까지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특별한 치유‧생태 체험을 할 수 있으니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도 부합한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진안군은 ‘치유’를 대응 방법으로 찾았다. 풍부한 산림과 이를 활용할 시설들은 진안이 치유도시로 변모할 조건이 충분함을 보여준다. 이제 진안이 할 일은 산림자원과 연계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전춘성 진안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13 17:21

전북도를 속죄양(?)

제25회 세계잼버리대회가 폭염 대비가 소홀했던 탓으로 온열환자가 집단 발생해 미국과 영국이 대회 초반에 철수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정치권의 책임 공방으로 번져 역대 최대 규모라는 자랑과는 달리 국제적 망신을 샀다. 꿈을 펼치라는 주제를 내건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올림픽,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답게 국가적 역량을 과시, 2030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려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159개 국가에서 피부색 문화 생활 종교 언어가 다른 4만5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12일간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사전 준비가 철저했어야 옳았다. 박근혜 정권 때 유치전에 나서 문재인 윤석열 정권에 이르기까지 3개 정권이 관여한 이번 대회가 폭염 폭우 보건 위생 안전 등 대회 준비가 미흡해 불명예스럽게 끝난 건 국가적 망신이었다. 세계 13위라는 경제대국의 민낯을 세계인들한테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 해서 국가적 자존심이 훼손되었다. 풀 한 포기 제대로 나지 않았던 간척지에 집중폭우에 대비한 배수시설이나 에어돔 설치를 통한 폭염 대비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전체 대원들이 한꺼번에 이용할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난리통이었다. 여기에 몸을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크게 부족해 불만이 컸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이 대회에 딱 들어맞았다. 원래 여가부장관과 민주당 출신 김윤덕 의원이 2인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안부장관 문체부장관 한국보이스카웃연맹 총재 등 5인으로 조직위가 확대 개편되었다. 조직위 사무총장을 여가부 출신이 맡아서 실무를 진두진휘했다. 문제는 부처 존폐 위기에 몰린 여가부장관이 처음부터 예산집행에 대한 모든 승인권을 쥐고 사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해 개최지인 전북도 김관영 지사가 집행위원장을 맡았지만 의사결정구조상 비껴 나 있어 제대로 업무수행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대회실패를 새만금 탓으로 돌리는 국힘 지도부의 지적은 논리 비약으로 어불성설이라는 것. 전북도가 잼버리를 핑계삼아 새만금 국가예산 확보하는데만 (잿밥) 정신이 팔렸다고 말한 것은 괘변으로 도민들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특히 대회를 망친 것은 5인 공동조직위인데도 마치 전북도가 사전준비를 제대로 안해서 망쳤다고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저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5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대표가 전주에 왔을 때 전주시민이 등 돌렸고 자당 후보가 심지어 김건희를 비판한 안해욱 후보보다 뒤쳐진 5등으로 8%를 획득,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얻은 14.4%에 미치지 못해 그런 나쁜 감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닌가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이태원 참사 때도 정치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은 현 정권이 잼버리 실패 책임을 엉뚱하게 전북도를 속죄양으로 삼아 책임지우려는 것은 잘못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기회로 김관영 지사를 흠집내려는 것은 도민들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8.13 17:21

파스텔 톤

녹음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 푸른 잔디밭 그늘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살며시 다가가 보니 꽃, 나무, 사물들을 제멋대로 그린 그림 위에 크레파스로 열심히 색칠을하고 있다. 문득 내 어릴 적 보았던 연하고 부드러운 색조가 떠올랐다. 따사로운 햇볕이 양지바른 마루에 한가득 내려앉아 있는 어느 아침나절, 아무런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는, 그 마루 끝에 걸터앉아 갓 깨어난 병아리들이 종종걸음으로 어미 닭을 따라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다 눈이 번쩍 뜨였다. 색깔이 보인 것이다. 노오란색을 처음 인식한 순간이었다. 그 신비로움에 놀라 어린 가슴을 콩닥 이던 내 의식 첫 색깔이다. 진한 원색이 아니었다, 5월과 어린아이, 노란 병아리로 연상되는‘파스텔톤’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겨울엔 서울의 아들 집에 며칠 머물다 온다. 손녀들과 공부방을 치우는데 쓰다만 학용품들이 한 방 가득 나왔다. 막내 손녀가 중학생이 되더니 초등학교 때 쓰던 물건은 모두 다 버린다 한다. 그날 밤, 밤새워가며 구별하여 연필은 곱게 깎아 한곳에 모아놓고, 형광펜들은 색깔별로 한 주먹씩 묶어 담았다. 크레파스는 색깔을 맞춰 케이스에 넣으니 열 케이스가 넘는다. 쓰다만 공책과 연필, 크레파스들을 미리 구해온 라면상자에 차근차근 담으니 두 상자가 넘는다. 쓸만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들지도 못 할 버거운 무게였지만 끙끙대며 집으로 끌고 내려왔다. 공책은 책상 옆에 쌓아놓으니 이면지부자가 된 것 같아 흐뭇했다. 형광펜은 성경책 갈피에 넣었다가 언더라인을 치는 용도로 순식간에 골라 나갔다. 크레파스 용처를 찾기로 했다. 유치원, 어린이집, 방과 후 교실 등, 모두 다 거절이다. 내가 아까워 남들도 그럴 줄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새것과 다름없는 이것들을 재활용하면 될 것 같은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처치 곤란한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일곱째 동생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 집은 최악이었다. 등교하려면 아침 일찍 새벽밥을 먹고 십 리를 걸어 시내버스를 타야만 했다. 동생들은 어쩌다 시내버스 막차를 놓치면 30리 길을 세 시간 이상 걸어서 왔다. 동생의 미술 시간에 유화물감을 준비해 오라 했다. 새벽밥 먹여 보내고 밤 마중 나서는 것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있지만, 농사만으로 생활하는 우리 형편에 학용품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생도 집안 형편을 알고 사 달라 조르지도 못하고 내 눈치만 보고 있다. 비싼 유화물감 사줄 돈이 없어 난감했다. 할 수 없이 오래전 내가 쓰던 색깔도 부족한 유화물감과 깡통 팔레트를 꺼내줬다. 그러나 투정하지 않고 가져가 그림을 그렸다. 다른 아이들은 새 물감으로 마음껏 칠했지만, 동생은 몇 년 동안 쓰지 않아 말라붙은 물감을 칠하니 제 색깔이 나올리 만무했다. 그런데 미술 선생님은 동생 그림을 칭찬하셨고 시내 중학생 사생대회에 학교대표로 선발되었다. 사생대회에서도 그 팔레트를 사용하여 그림을 완성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었는지 입상하여 상품까지 받아 왔었다. 함께 기뻐하면서도 미안하던 상처가 아물어진 딱지처럼 오래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크레파스에 애착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파스텔톤’은 어린이가 색감에 처음 눈을 뜨게 한 색깔이다. 새로움을 맛보게 한 희망과 성장의 밑바탕이 되어 성품까지도 닮아가게 하고 있다. 푸르른 봄과 어울리지 않게, 햇병아리와 새싹의 노오란 색깔은 어린아이와 더불어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파스텔톤’으로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고 있다. △정남숙 수필가는 대한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전북수필, 행촌수필, 은빛수필, 전북문협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전주국립박물관, 한옥마을 등에서 문화해설사로 자원봉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노을을 닮고 싶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등이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10 18:36

잼버리의 불편한 진실

잼버리 개막을 앞둔 지난 5월 새만금 현지에서 조직위 위원급 대상으로 실사가 있었다. 당시 폭우로 인해 야영지 침수 문제가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공동위원장 5명 중 장관 3명과 함께 대상자 상당수가 불참해 다소 맥빠진 분위기로 진행됐다. 뜨거운 감자였던 침수 대책은 조직위 측이 사전 준비한 코스를 둘러보며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하자 이를 취재하던 기자가 주변 깊게 패인 물웅덩이를 가리키며 거칠게 항의했다. 눈가림식 전시 행사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질타한 것이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앞두고 조직위 청사는 긴박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도 폭우와 폭염 대책에 대한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조직위는 만반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대회 관계자들은 말끝마다 158개국 4만3천여명의 역대 최다 참가 기록을 띄우면서 마치 성공 예감한 듯 자신만만했다. 나중에 잼버리 파행을 겪으며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화를 자초한 건 아닌지 곱씹어 봤다. 매머드 조직위 구성을 보면 ‘불안한 동거‘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2020년 발족할 때부터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중심 체제로 운영해온 건 사실이다. 뒤에 합류한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스카우트연맹 등도 주축을 이뤘다. 문제는 부서 폐지 논란에 휩싸인 여가부 존재감이 약해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부서가 해체 위기에 몰렸는데 그들에게 순도 100%의 열정을 기대하긴 무리다. 조직위 사무총장도 여가부 출신이다. 여기에 언론, 홍보를 담당하는 본부장은 행안부 출신이 꿰차고, 실무 준비는 스카우트연맹 전문가의 몫이었다. 이처럼 복잡한 인적 구조와 운영 체계는 결국 신속한 의사 결정의 걸림돌이 된 셈이다. 대회 직전까지 최대 골칫거리는 야영지 침수였다. 2-3차례 내린 호우로 침수 문제가 언론에서 연일 뭇매를 맞자 관계자들도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침수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는 사이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작 파행 사태를 부른 건 극한의 폭염이었다. 심술궂은 날씨 탓에 조직위의 허술한 운영 능력이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새만금 상황과 판박이인 8년 전 일본 잼버리의 학습 효과도 충분했다. 간척지 여건과 습도, 해충, 침수는 물론 온열 환자 속출도 비슷했다. 그러나 그들은 개막 2년 전 예비 대회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성공 개최를 이끌었다. 필자가 실사 현장에서 만나본 조직위 관계자들은 4만3천여명의 역대급 참가 기록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언론도 뒤질세라 이 참가 기록에 의미 부여하며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 정도 열기가 뜨거웠다면 조직위로선 자랑거리 보단 부담을 갖는 게 먼저다. 지구촌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관념이다. 폭염과 푹우가 예상되는 8월 초 나무 한 그루 없는 간척지 허허벌판에서 야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8.10 17:39

인생의 태풍을 만났을 때

기억해 보면 어느 한해도 태풍 없이 지나간 여름은 없었다. 한해 평균 3개 정도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하니, 태풍은 반드시 만나고 겪어내야 할 한반도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인생에도 피할 수 없는 태풍이 있다. <맹자>는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태풍의 이름을 ‘우환(憂患)’이라고 하였다. 나를 힘들게 하고 어렵게 만드는 근심(憂)과 고통(患)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태풍이라는 것이다. 하늘이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할 때 옵션으로 넣어 준 것이 우환이다. 부귀한 자는 부귀한 자로서의 우환을 만나야 하며, 빈천한 자는 빈천한 자로서의 우환을 겪어야 한다. 맹자는 인생에서 만나는 우환의 태풍은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고풍(苦風)이다. 마음(心)과 뜻(志)을 고통스럽게(苦) 하는 정신적인 우환이다. 고풍의 우환은 돈과 지위를 모두 가진 사람도 피해갈 수 없는 우환이다. 고풍의 발생원인은 다양하다. 바라던 기대와 다른 결과에 실망하여 올 수도 있고, 관계의 파탄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어느 날 허무함과 고독감을 느끼면서 발생하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다가오기도 한다. 두 번째는 노풍(勞風)이다. 근육(筋)과 뼈(骨)를 수고롭게(勞) 하는 육체적 우환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만나는 우환이다. 그토록 원하던 목표를 이루고 성공하였지만 노풍을 만나 한 순간 무너지기도 한다. 평소에 건강관리에 소홀하여 오기도 하고, 육체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고 방치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과도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고도 하니, 육체적 우환의 발생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 번째는 아풍(餓風)이다. 몸(體)과 피부(膚)를 굶주리게(餓) 하는 재정적 우환이다. 인생에 가장 자주 만나는 견뎌내기 힘든 우환이다. 사람을 잘못 만나 가진 돈을 모두 날리기도 하고, 잘못된 투자로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만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일반 사람이 아풍을 만나면 자유를 잃고 속박당하기도 한다. 맹자는 인생에서 만나는 우환의 태풍을 정신(mentality), 육체(health), 재정(finance) 세 가지로 정리하면서 반전의 한마디를 던진다. 어쩌면 인생에서 만나는 태풍 덕분에 더욱 생명력을 얻을 수 있고, 더 높은 단계의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환 없이 사는 인생이 반드시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논리다. ‘네가 만나는 근심과 고통이 너를 살릴 것이오(生於憂患, 생어우환), 네가 만나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너를 죽일 것이다(死於安樂, 사어안락).’ 그렇다 태풍은 인생에 틈을 만들고, 공기를 불어넣어 더욱 큰 생명 에너지 만들어낸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더욱 단단해진다. 폭풍이 몰고 온 바람은 대기를 순환시키고, 폭우가 내린 곳은 대지를 더욱 굳게 만든다. 태풍을 대비하고 겪어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성숙하고, 성찰하게 된다. 인생의 태풍은 하늘이 인간을 더욱 크게 만들고자 하는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이 맹자의 인생 태풍 이론이다. 사마천은 궁형(宮刑)이라는 예상치 못한 태풍을 만나 <사기(史記)>를 완성하였고, 베토벤은 귀가 안 들리는 태풍을 만나 악성(樂聖)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전쟁과 몇 번의 재정 위기를 견뎌내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태풍은 당장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지만, 견뎌만 낸다면 축복이 되고 전설이 된다. 오늘 대한민국은 각종 태풍들을 만나고 있다. 길거리 흉기 난동, 세계대회의 부실한 준비와 처리, 학부형들의 교권침해에 따른 교사들의 아픔 같은 사회적 태풍에서부터, 강대국들의 무역전쟁에 따른 여파, 북한의 군사적 긴장, 불확실한 세계경제 같은 대외적 태풍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태풍도 형성, 발달, 극성, 소멸이라는 주기가 있다는 것이다. 작게는 5일, 길어야 10일이면 결국 태풍은 소멸된다. 인생에서 만나는 태풍도 역시 수명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지나간다. 문제는 태풍을 통해 더욱 강해지느냐, 아니면 태풍의 눈에 빠져 태풍과 함께 사라지느냐이다. 태풍 카눈이 몰고 온 빗물이 눈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올여름에도 태풍을 기꺼이 만난다. / 박재희(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10 17:39

새만금 잼버리 정치권의 네탓 공방 중단해야

파행을 겪은 새만금 잼버리가 여야 주도권 경쟁의 빌미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대회 기간에도 여야는 볼썽사납게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며 상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급기야 국정조사와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하며 무차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 정부가 주도한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그 책임을 전북도에 떠넘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북애향본부는 호소문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를 정쟁에 악용하지 말라” 며 깊은 우려와 함께 정치권 자제를 요구해 주목된다. 잼버리 첫날부터 폭염 온열환자들이 속출한 가운데 곰팡이 달걀, 불결한 화장실 문제 등이 잇따라 터지자 정치권은 이때다 싶어 전북도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포털 정보목록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여야 의원들이 잼버리 관련 80여 건의 자료를 주문했다. 예산과 해외 출장 자료가 대부분이다. 이번 파행 사태와 관련 대통령실도 간접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주무 부처 여가부에 대한 대대적 감찰과 장관 문책 등 엄중한 조치를 시사했다. 특히 공동위원장으로 잼버리 기간에도 무책임한 자세와 말 실수로 논란을 일으킨 김현숙 장관에 대해선 여여 모두 단단히 벼르고 있다. 문제는 전북도에 파행 사태 책임을 전가하는 중앙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있다. 대회 초반 여론이 시끄럽자 공동위원장인 이상민 행자부 장관은 “지금까지 지방 정부 주도로 운영됐던 잼버리를 중앙 정부가 책임지고 운영하겠다” 며 화살을 전북도에 돌렸다. 일부 언론도 이를 부추겨 눈총을 받고 있다. 조직위 체계를 보면 공동위원장 5인을 중심으로 사무총장, 본부장과 함께 스카우트 연맹이 실무를 진행했다. 그런데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북도 책임을 일방적으로 강변하는 건 지탄받아 마땅하다. 태풍 ‘카눈’ 북상에 따라 8개 시도에서 운영되는 잼버리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양새다. 전북에서도 10개국 5000여 명이 14개 시군 19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무책임한 네탓 공방에만 올인하는 정치권 우려와 달리 대원들은 국민의 뜨거운 환대 속에 초반 힘겨운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국격이 추락하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정당 이득에만 몰두하는 정치권 모습에서 미래가 암담해진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8.10 17:39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고 싶다면..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일반적인 증여가 높은 세금 때문에 부담스럽다면 부담부증여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부담부증여라는 용어는 증여에 대하여 고민 하였다면 들어보셨을텐데, 주택에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서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할 때 부채 부분을 뺀 금액으로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자녀가 부담해야하는 증여부분이 줄어들어 절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절세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부담부증여를 고민할 때 주의해야할 점 몇 가지를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부모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1세대 1주택 비과세요건을 충족한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2년 이내 단기보유하거나 취득시 조정지역에 다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중과세율이 적용이 되어 고액의 양도세를 내야하므로 순수증여보다 더 큰 세금을 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자녀가 부담해야할 향후 세금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자녀에게 증여시 취득세가 자녀의 명의로 고지가 되기 때문에 취득세에 대한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자녀가 투자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하게 된다면 증여받은 주택으로 인해서 양도시 비과세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자녀가 부모의 피부양자 자격으로 건강보험료가 산정되있을 경우, 부담부증여로 인해 보험료의 부과 기준이 변경 될 수가 있습니다. 네 번째, 자녀의 채무상환 능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자녀는 본인이 떠안게된 채무를 자력으로 갚아야 합니다. 국세청에서는 국세행정시스템(NTIS)를 통해 부담부증여로 신고시 부채내역과 채무 만기일등을 체크하고 있어 사후 관리하고 있습니다. 만기일에 부모가 자녀대신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 증여세로 부과 될 수가 있습니다. 부담부증여는 양도세, 증여세, 취득세가 유기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합니다. 또한 자녀에게 승계되는 채무까지 주의 깊게 고려해서 판단해야합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10 17:38

돈 벌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네! 그럼 만들어 볼까?

“이직하고 싶어” 또는 “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타지로 가기는 싫다”라거나, “전북에 있고 싶은데, 전북에서 취업하기엔 원하는 직무나 기업이 없어요” 등의 얘기들은 현재 94년생인 나에게 빈번하게 들려오는 말이다. 특히 전라북도에서 나고 자라거나 대학교를 다닌 지인들의 입에서 많이 듣는다. 이 말 뜻은 이곳에서의 삶이 현재, 나아가서는 미래에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집값을 제외하고는 이미 상당히 만족하며 살고 있다. 물론 이제 내 또래라고 해봐야 사회 초년생이다. 때문에 지방에서의 삶을 살다가 세계 7대 도시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문화를 겪어보면 새롭고 짜릿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적으로는 지방에서는 할 수 없거나 기회가 적은 직무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내 집 마련에 대한 걱정을 제외하고는 당장은 만족하는 이들이 많다. 만족과 불만족의 차이가 변화의 유무를 고민하게 만든다. 언급한 내용들은 관점에 따라 다른 생각을 도출할 수 있다. 나는 이곳 전라북도에서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나도 흔히 말하는 MZ 세대이고, 오늘날의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과 동일한 시대에 같은 것을 보고 듣고 겪고 자랐는데 말이다. 이유는 관점의 차이다. 서울∙수도권에 있는 것들을 전북으로 옮길 수 없거나 옮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가려고 한다. 지하철, 뮤지컬 및 연극 등의 문화생활, 놀이동산 등 인구의 차이로 인해 지방에 존재하더라도 규모, 빈도의 차이가 극명하다. 또한 원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회사, 연봉이 높은 기업들은 결국 서울∙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 오지 않으니 본인들이 가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관점은 ‘옮길 수 없으면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였다. 허무맹랑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업을 시작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라는 얘기로 들리는가? 상가를 임대하고, 음식이나 물품 등을 만들거나 구매 후 재판매하여 이윤을 얻어내라는 뻔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생각한 돌파구는 ‘온라인’이다. 돌파구라고 칭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는 수요의 차이를 불러온다. 하지만 온라인은 대한민국 거의 모든 국민, 나아가서는 해외에 있는 외국인들의 수요에 맞는 공급이 가능하다. 둘째,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에 누구라도 시도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애초에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중간한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셋째, 위에 언급한 낮은 진입장벽에 관계가 깊은 부분이다. 바로 무자본 또는 저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군가에겐 친근하고 쉬울 것이고 반대로 건들기도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어렵다는 생각과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면 굳이 시도할 필요는 없다.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자유다. 누군가에겐 까마득하게 어린 필자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라고.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급할 필요 없다. 나와 여러분이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4번이나 남았다. /박지석 온라인 창업전문 하보HaBo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10 17:38

전주농협 부동산 매입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전주농협의 과다한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조합원과 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전주농협 조합원과 노조원들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부동산 및 고정자산 취득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근 전주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전주 송천동 이마트 입점 건물 매입 계획에 대해서도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전주농협은 임인규 현 조합장 취임 이래 약 430억원대의 토지·건물 등 고정자산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비용 부풀리기 의혹이 일었다. 전주농협의 부동산 매입 과정을 들여다보면, 노조의 지적처럼 분양이 되지 않거나 영업이 안 돼 공실이 많은 건물을 무리하게 매입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게다가 매입 가격이 주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높았고, 건물 매입 후 리모델링 비용 부풀리기 의혹도 나왔다. 지역농협의 주먹구구식 부동산 매입은 결국 조합원인 농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조합 임원들의 방만경영, 부실경영이 계속되면 조합원들은 고된 농사로 한푼 두푼 어렵게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실제 전주농협이 현 조합장 취임 이후 점포 확장 등을 명목으로 사들인 건물 상당수가 수년간 매우 높은 공실률을 보여 경영난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경영으로 농민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상식을 넘어선 전주농협의 부동산 매입 행위가 과연 정상적인 절차였는지, 아니면 세간의 의혹대로 비정상적인 뒷거래가 있었던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이 민주적·자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직으로, 농촌과 농민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부동산 재테크로 개발이익을 노리는 조직이 아니다. 당연히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경제사업에 주력해야 한다. 오죽하면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났겠는가. 노조와 조합원들이 농협중앙회 차원의 감사와 더불어 사법기관의 수사를 강력 촉구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고 비리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사법기관은 전주농협의 과다한 부동산 매입 과정을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8.10 12:16

전북에 남은 잼버리대원, 좋은 추억을 주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8개 시·도로 분산 배치되었다. 정부는 당초 수도권으로 참가자를 비상 대피시키려 했으나 수도권 숙박난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156개국 3만7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전국 128개 숙로로 별 혼란없이 이동했다. 퍽 다행이다. 전국으로 흩어져 잼버리 정신인 우정과 연대에는 상처가 났으나 각 지자체별 프로그램에 따라 유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이들은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를 공식적으로 마치게 된다. 이번 분산 배치된 8개 시도는 서울과 경기, 인천, 전북, 충남, 충북, 대전, 세종 등이다. 인원별로는 경기가 가장 많은 1만8000여 명, 충남 6000여 명, 서울 3000여 명 등을 수용했다. 이들 중 전북에는 10개국 5720명이 남았다. 수용 장소는 전북대·원광대·전주대·우석대·호원대·한국농수산대 기숙사와 무주 반딧불청소년수련원, 임실 청소년수련원, 남원 일성콘도, 진안공고 등이다. 우리는 전북에 남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각종 문화체험과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파행으로 인해 아쉬웠던 마음을 달랬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숙박과 교통편, 의사소통 등에 불편함이 없도록 자상하게 배려해야 할 것이다. 안전은 물론 여름철 식중독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들은 새만금 현장에서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지쳐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식사와 건강 이상 등 의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정부 비상대책반장을 맡고 있는 한덕수 총리는 “태풍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새만금 영지 활동은 종료됐지만 잼버리는 주말까지 계속된다”며 “K-컬처로 일컫는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는 태풍 상황 등을 수시로 점검하고 이들에게 위험요인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그래서 초반에 혼선을 빚었지만 마무리를 잘해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보줬으면 한다. 또한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전북과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8.09 18:08

종신보험 가입시 유의 당부

지난 해 기준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에서 처리한 금융민원을 분석한 결과 생명보험 모집 관련 민원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신보험 모집과 관련한 민원이 많았는데 ‘저축인 줄 알고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종신보험이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단기납(보험료 납입기간 10년이하) 종신보험의 판매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종신보험 관련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종신보험은 본인이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대표적인 보장성보험이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은 목돈마련, 노후대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저축성보험과 비교하여 보다 많은 위험보험료(사망보험금 지급 재원) 및 사업비(보험설계사 수수료 등)이 납입 보험료에서 공제되므로 생전에 중도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해지환급금)이 납입한 보험료 보다 적어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저축목적에는 적합하지 않다. 민원으로 자주 접수되는 종신보험 불완전판매의 주요 유형을 살펴보면, 보험설계사는 직장 내 법정의무교육을 빙자한 이른바 ‘브리핑영업’을 통해 보험회사로부터 승인 받지 않은 자료를 이용해 ‘저축’, ‘확정금리’, ‘목돈마련’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가입자를 현혹한다. ‘브리핑영업’이란 직장 내 법정의무교육, 세미나 시간 등을 이용하여 단체를 대상으로 상품을 안내, 가입을 권유하는 영업방식인데, 주로 교육 종료 후 또는 쉬는 시간 등 비교적 단시간 내에 상품설명이 이루어지므로 가입자가 상품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여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보험가입시에는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상품설명서와 약관 등을 통해 종신보험 또는 저축성보험인지 여부, 보장내용 등을 꼼꼼히 확인 및 이해한 후 가입을 결정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보험료 납입유예, 중도인출 기능 등이 있는 유니버셜종신보험과 관련한 민원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통상 보험설계사는 해당 상품이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다며 저축상품과 유사한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으나, 동 상품 역시 종신보험으로 은행의 예․적금과는 다른 상품이다. 보험료 납입이 부담스러운 경우 보험료 납입유예가 가능하나이 경우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추후 보험을 해지할 경우 내가 돌려 받을 해지환급금으로 매월 보험료를 대체 납입하는 것으로, 해지환급금에서 보험료를 더 이상 대체할 수 없게 되면 보험계약이 해지(실효) 될 수 있고 해당 계약을 부활하고자 할 경우에도 그동안 미납한 보험료 및 이자까지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종신보험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은 대부분 내가 죽어야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인 줄 알았다면 절대로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종신보험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저축상품으로 오인하도록 설명한 보험설계사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상품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자필서명 한 가입자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전에는 내가 이 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가입하려는 상품이 그 목적에 맞는 상품인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상품설명서 등을 통해 해당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에 가입할 것을 당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09 18:07

푸른 눈의 이방인 전주공연

경남 남해에 가면 독일인마을이 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잘 묘사됐듯이 1960년대와 70년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광부와 간호사 등으로 파견돼 집안을 일으키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독일 거주 교포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2001년에 조성된 곳이다. 남해에 독일인마을이 있다면, 강화에는 스페인마을이 있다. 이곳 역시 스페인의 체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과거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스페인은 애국가를 작곡했던 안익태가 살던 곳 정도로 여겨질만큼 심리적으로 먼 곳이었다. 바르셀로나올림픽때 몬주익 언덕을 누빈 황영조와 이후 축구 스타들의 활약으로 인해 지금은 매우 친숙한 나라가 됐다. 더욱이 최근들어 스페인 여행 붐이 일면서 워낙 가까운 곳이 됐다. 그런데 지난 2021년 스페인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아리랑'이 실렸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가 어릴때 '에델바이스'나 '오 솔레미오'를 배웠듯 우리 노래를 스페인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게 된 것이다. 스페인 교과서에 한국 노래가 실리게 되면서 가장 주목받은 이가 있으니 바로 임재식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 단장이다. 한인 지휘자이자 성악가인 임재식 씨는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중 1980년대, 세계 3대 테너 중 두 명이 스페인 출신인 걸 확인하고 무작정 스페인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지금이야 K팝 인기로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는 한류는 커녕 스페인에서 한국이란 나라 자체도 잘 모를 정도였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한국 노래를 스페인에서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그는 어느날 무릎을 탁 쳤다. “아하, 현지인 목소리로 우리 노래를 부르게 하면 되겠구나” 풍찬노숙끝에 그는 스페인 국영방송 합창단 종신 단원이자 테너 파트장으로 확실히 입지를 굳혔다. 마침내 1999년엔 꿈에도 그리던 한국 민요와 가곡을 부르는 '밀레니엄 합창단'을 창단했다. 이후 밀레니엄 합창단은 해마다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 노래를 알렸다고 한다. K팝 열풍이 전 세계에 불기 전인 1999년부터 이미 유럽 사회에 한국 음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것이다.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민요와 가곡을 부르는 프로 성악가들로 구성됐다. 60년의 역사를 가진 스페인 국영방송사 RTVE 합창단원들이다. 임재식 지휘자를 제외하곤 모두가 푸른눈의 이방인들로 구성된 밀레니엄합창단이 때마침 8월에 국내 11곳에서 내한공연을 펼친다. 전북의 경우 전북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고 전북교육청, 주한스페인대사관 등이 후원한 가운데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 전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전주 공연에서는 특히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새야새야 파랑새야, 섬집아이, 하숙생 등 한국인의 정서를 외국인의 선율로 담아내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국내 가곡의 세계화를 향한 작은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래저래 푸른눈의 이방인들이 펼칠 전주 공연에 이목이 쏠린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8.09 18:07

서울에서 만난 전북 -한양도성

코흘리개를 겨우 면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시절의 일입니다. 제가 다녔던 남원중학교는 시내에서 꽤 떨어진 야트막한 산밑에 자리잡고 있었지요. 입학식을 마치고 보니 학교 옆으로 뭔가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만인의총(萬人義塚)’이라는 시설을 만드는 공사였습니다. 1만명의 의로운 사람들의 무덤이라는 뜻이지요. 정유재란 당시 왜군과 싸우다 돌아가신 조명연합군과 백성들의 무덤을 이장해 그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시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 자주 있었던 것처럼 저희도 그 공사에 투입되었습니다. 흙을 나르고 돌을 고르고 잡초를 뽑는 일이었지요. 남원성 전투 당시 왜군의 지휘관 중에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도 있었습니다. 왜군의 선봉장으로 부산포에 처음 상륙했던 인물이지요. 그는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와 경쟁 끝에 흥인지문(동대문)을 통해 한양도성에 처음 입성하기도 했습니다. 무능한 왕 선조는 이미 한양을 버리고 몽진을 떠난 후였지요. 태조는 조선을 건국한 후 천도를 계획하면서 한양도성을 쌓았습니다. 길이만 해도 약 18.627Km에 이릅니다. 백악산(북악산)을 주산으로 낙산 ~ 목멱산(남산) ~ 인왕산까지 내사산(內四山)을 잇는 매우 긴 성이지요. 한양도성은 백악산을 기점으로 97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팔도의 백성들을 동원해 만들었습니다. 당시 동원된 인부 약 12만명 중 18,255명이 전라도 출신이었지요. 전라도 백성들은 천자문 59번째 글자인 이(李)부터 74번째 글자인 용(龍)까지의 구간을 담당했습니다. 목멱산 서쪽에서 시작해 백범광장과 숭례문(남대문)을 거쳐 이화여고 부근까지의 구간입니다. 농한기를 이용해 상경한 그들은 아침 저녁으로 고향을 향해 절을 하면서 마음으로 가족들의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변변한 기계와 기구가 없던 시절, 맨손으로 성을 쌓다 보니 많은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태조 대에 신축되고 세종, 숙종, 순조 대에 개축된 한양도성은 이후 일제에 의해 많은 부분이 헐렸습니다. 그로 인해 전라도 백성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구간은 현재 목멱산 서쪽부터 숭례문에 이르는 구간만 남아 있습니다. 전라도 백성들의 노고는 세종 때 개축되면서 그 흔적을 뚜렷하게 남겼습니다. 흥인지문에서 낙산에 이르는 구간인데요. 그곳 성벽에는 지금도 井邑(정읍), 金堤(김제), 沃溝(옥구), 咸悅(함열)과 같은 지역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성벽이 무너지면 그곳을 담당한 지역 백성들에게 보수를 시키기 위해 일종의 공사실명제를 실시한 까닭이지요. 남원 출신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최철호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내사산 중 낙산이 125m로 제일 낮다 보니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성곽을 견고하게 쌓아본 경험이 있는 전라도 백성들이 낙산구간에 동원된 것으로 추측한다.” 한양도성은 일제가 조선을 침탈한 후 도시를 새로 정비한다는 미명 아래 헐릴 운명에 처합니다. 전차길을 낸다는 명목하에 결국 서대문, 혜화문 등이 헐리게 되지요. 그런데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살아남았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가또와 고니시가 두 문을 통해 한양으로 입성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한양도성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역사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라고. 남원성을 파괴했던 고니시로 인해 흥인지문이 살아남았으니까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3.08.09 16:1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