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6:36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전주BRT,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일수 있을까

전주시는 BRT(간선급행버스 Bus Rapid Transit)를 추진하고 있다.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기린대로 BRT를 위해 실시설계 국비도 일부 확보했다. 운영측면에서 전주BRT는 초기단계 중앙버스차로제이다. 도로중앙에 버스만을 위한 차선 2개와 정류장이 설치됨으로 승객은 버스이용을 위해 횡단보도를 통해 도로를 건너야 한다. 서울, 제주가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은 지하철과 상호보완하는 BRT, 세종은 주변 도시와 연결 BRT를 국외는 몇백만명 대규모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고 인구 60여만명대 전주가 계획중이다. 대량의 승객이 출발지와 목적지가 분명한 연결노선에서 효과가 크다. 전주BRT는 기본계획이 완료되었다. 교통사업은 일반적으로 기본계획, 실시설계, 사업시행으로 진행된다. 과거 실시설계까지 진행후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다. 아까운 예산낭비인데 이유는 사업만을 중요시하여 타당성을 진단하는 기본계획단계에서 충분한 조사와 검증, 시민과의 공감대 등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한 까닭이다. 여기서 수요나 사업효과를 부풀리기도 해 사업시행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BRT는 도심교통체계에 큰 변화를 주어 시민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양한 관련 당사자의 여론수렴이 필수이다. 도로 차선 2-3개를 버스에게 내주어야 하고 축소된 도로 및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택시, 보행자, 승용차, 기타 교통수단에게는 큰 불편이다. 또한, 연결된 주변 도로에까지 교통문제를 확대시킨다. 분명치 않은 BRT 편리함과 축소된 도로의 불편함으로 시민들이 승용차를 버리고 시내버스로 옮겨 갈거라는 개념적 기대감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추월차선이 없는 BRT, 신호체계변경, 도로중앙 정류장접근을 위한 고령자 및 교통약자 보행안전문제, 경기장 개발 및 전북대 정문과 경기장사거리, 하가지구 개발과 가련광장교차로, 금암광장, 병무청오거리 등의 교차로 운영상의 문제, 좌회전 유턴 금지, 좌회전차선 축소문제, 기린대로 폭원 협소에 따른 1개 차선 운영지점 교통처리 등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지난번 전주시는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노선개편을 하였다. 특이점은 과거에는 활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자료와 방법들을 동원하여 시민의 주거지와 직장 위치를 최대한 파악하고 연결하는 노선개편을 하였다. 지금까지 노선개편 중 가장 합리적인 개편이었다. 간선노선인 2000번대 노선이 신설되었다. 마을버스 도입과 완주군 지간선제 실시 등 버스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현재 이용률이 높아졌는지는 부정적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시내버스 이용률을 인위적으로 높이는데 있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현상은 단지 전주뿐만 아니라 전국의 도시에서 이용률은 떨어지거나 정체상태이다. 기후변화 대응차원에서 탄소감축을 위해 개인 승용차에서 시내버스로의 전환이 필요했으나 단계를 뛰어넘어 수소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량으로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주BRT가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시민에게 불편만 주는 애물단지로 남을 수 있다. 현재가 아닌 미래의 BRT 역할, 고령화 등 인구변화 등을 반영한 시민공론화, 전주의 도시구조적 측면에서 과연 적합한 시설인지 등에 대해 실시설계 시작전에 전반적인 대중교통정책과 함께 검증했으면 한다. 만약 BRT 도입목적인 시내버스 이용률 상승이 어렵다면 전주 대중교통은 무상교통 등 복지차원의 정책으로 새로운 방향설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장태연 전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10 18:17

저금리, 유동성 시대를 넘어 다시 근로소득이 기초가 되는 사회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십수 년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긴 저금리 시대였고, 여기에 더하여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함에 따라 넘치게 된 시중 유동성은 금융시장의 활황과 자산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과 주식 평가액 덕분에 어떤 이들에게는 지난 몇 년간이야말로 돈을 가장 쉽게 벌 수 있는 시기였다. 비대면 산업과 배달업 역시 팬데믹의 특수를 누린 대표적인 업계였다. 그러나 팬데믹 때문에 줄어든 수요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고 저금리 융자로 힘겹게 버틴 요식업, 숙박업, 여행업계를 생각해보면, 전례 없이 넘쳐나는 유동성의 시대는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가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의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난 뒤 자연히 코로나 이전 시절로 돌아가게 되리라 꿈꾼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3년이란 세월은 전혀 짧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사회·문화 시스템에 재빨리 적응해버린 탓에 코로나 이전의 세월은 돌이킬 수 없는, 그저 흘러가 버린 과거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새롭게 맞이한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우리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자산가치의 하락, 금융시장의 침체, 수출 부진 등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제적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 경제적 위기를 한두 번 겪은 것은 아니다. IT 버블, IMF 구제 금융,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의문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보란 듯이 회의론을 불식시키면서 지속 성장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이 지금에도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시행하였던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도 치솟는 물가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제는 반대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불어나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해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그야말로 2023년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 진입한 상황이다. 저금리,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노동력과 시간을 투입하여 벌어들이는 근로소득보다 사업소득, 특히 부동산이나 주식 대박을 통한 자산소득의 증식을 꿈꾸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주식으로 10억 벌고 퇴사”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접한 많은 직장인이 이를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식으로 5년 이상 투자한 사람 중 90% 이상이 돈을 잃었다는 통계 결과가 보여주듯, 금융시장과 부동산 동반 침체가 벌어지는 지금은 자산소득의 증식을 바라는 많은 이들에게 가혹한 시련의 시기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모든 소득원이 인정되어야 하지만, 고용이 지속되는 한 근로소득의 안정성이 사업소득이나 자산소득보다 훨씬 높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업소득과 자산소득으로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회는 없다. 따라서 사회 구조상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자가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방식이 존중받고, 또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지속 가능한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살리는 분위기, “10억 벌고 퇴사”보다는 부지런히 일해서 자산을 축적하는 미담이 더 회자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10 18:17

전북 동부 철산지였다

흔히 무쇠를 가진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력의 원천은 철(鐵)이다. 고고학에서도 제철유적을 최고의 생산유적으로 꼽는다. 예전에 철을 생산하던 제철유적은 오늘날 포항제철과 그 의미가 같다. 한반도에서 700여 개소의 제철유적이 학계에 보고됐는데, 전북 동부에 300여 개소의 제철유적이 모여 있다. 인간의 지혜와 자연의 철광석이 하나로 응축된 제철유적은 전북 문화유산의 백미이다. 어떠한 제철유적도 원료인 철광석과 연료인 숯, 첨단기술 등 세 가지의 핵심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전북 동부는 핵심조건들을 모두 다 갖춘 대규모 철산지였다. 전 세계적으로 철산지는 대부분 나라의 중심이자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전북 동부는 철광석의 매장량이 무궁무진하다. 백두대간과 금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을 따라 철분의 함유량이 월등히 높은 흑운모 편마암이 폭 넓게 산재해 있다. 2015년 철광석에서 뿜어낸 검붉은 녹물이 고고학자와 첫 인연을 맺어 주었다. 지금도 제철유적의 긴 잠을 깨우는 지표조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확신한다. 어디서나 철산개발에서 핵심요소는 첨단기술이다. 용광로의 내부 온도를 1500° 이상 올려야 철광석이 녹는데, 그 과정이 첨단기술이다. 그런데 용광로를 만들려면 좋은 흙이 있어야 하는데, 산죽은 대체로 양질의 흙에서 자생한다. 전북 동부는 천혜의 산죽 군락지로 산죽이 있다는 것은 그 부근에 제철유적이 존재한다는 행운의 시그널이다. 전북은 경기도, 충청도보다 철기문화의 시작이 훨씬 앞선다. 전북혁신도시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고고학 자료로 검증됐다. 전북의 철기문화가 육로가 아닌 바닷길로 전북에 전래됐음을 말해준다. 중국 제나라 전횡의 망명 또는 고조선 마지막 왕 준왕의 남래와 무관하지 않다. 새만금은 철기문화가 만경강유역으로 전래되는데 통로이자 마중물이었다. 기원전 3세기 경 전북혁신도시 등 만경강유역을 최첨단과학단지로 일군 선진세력이 한 세기 뒤 철광석을 찾아 전북 동부로 대거 이동한다. 지리산 달궁계곡 마한 왕의 달궁 터와 장수군 천천면 남양리 지배자 무덤에 잠든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초기철기시대부터 후백제까지 천년 동안 철산개발로 전북 동부를 고대문화의 용광로로 만들었다. 전북 동부에 기반은 둔 마한세력이 가야문화를 받아들여 가야 소국으로까지 발전했다. 봉화왕국 전북가야가 문헌 속 기문가야와 반파가야로 비정됐는데, 매번 두 나라는 한 묶음으로 등장한다. 기문가야가 동북아를 아우르는 최고급 위세품을 거의 다 모았고, 반파가야 고총에서는 단야구와 말발굽이 나와 당시 철산개발을 유물로 실증해 주었다. 기원전 1500년 전 튀르키예 히타이트에서 철기문화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히타이트에서 전북 동부까지 이어진 철기문화의 전파 경로가 전북의 아이언 로드이다. 전북 철기문화를 다룬 문헌이나 이야기가 거의 없어서 고고학자들이 고단한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이제 막 전북 동부 제철유적의 역사성을 검증하기 위한 발굴조사도 시작됐다. 인류의 역사 발전에 공헌도가 가장 큰 것이 철이다. 전북 동부는 엄밀히 표현하면 철이다. 전북에서 꽃피운 마한의 요람도 익산 백제도 전북가야 봉화도 통일신라 남원경도 후백제 전주 천도도 전북 동부 제철유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전북 철기문화의 탁월성을 홍보할 전북철박물관의 건립과 아이언 로드 복원도 모색됐으면 한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10 18:16

국립수중고고학센터 건립, 차질 없어야

군산에 국립수중고고학교육훈련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해상교통의 요충지였던 군산 앞바다에서 엄청난 유물이 발굴되고 있지만 이를 보관·전시할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센터가 건립되면 군산 앞바다 인근에서 발굴된 유물을 처리해 보관·전시하고 수중문화재와 관련된 전문인력도 양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군산 앞바다에서 인양된 수중문화재를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까지 옮길 필요 없이 발굴 현장과 가장 가까운 군산에서 보존처리해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산 김제 부안 등 새만금과 고창일대 앞바다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와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바닷길 허브였다. 부안 변산반도 수성당 아래 죽막동 해양제사유적이 그것을 증명한다. 특히 군산 앞바다는 고려시대 중기 부안과 강진에서 생산된 최고품 고려청자를 실은 배들이 해안선을 따라 개경이나 중국 등으로 올라가는 해상루트였다. 고려 인종 때인 1123년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은 이를 생생히 전하고 있다. 당시 고려 조정은 서해안의 3개 항구에서 외국사절과 손님을 접견했다. 이 중 첫 번째 항구가 지금의 선유도인 군산도항이다. 하지만 이들 서해안 해상루트는 해안선이 복잡하고 물살이 거세 자칫 난파당해 침몰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군산 앞바다 4개 유적에서 인양된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유물 1만6178점이 그러하다. 이들 유물은 비응도, 십이동파도, 야미도, 고군산군도 등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이를 보존처리할 시설이 없어 목포로 옮겨 보관·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중문화재는 육상문화재와 달리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형태 변형을 방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북도와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군산 비응도에 국립수중고고학교육훈련센터를 짓기로 했다. 2024∼2028년 총 1111억 원을 투입해 건립하며 수중문화재 조사·연구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훈련장, 보존센터, 전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타 통과 여부다. 전북도와 문화재청은 빠르면 5월 중 기획재정부에 예타 대상사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재부는 센터 건립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지역공약인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전북도와 문화재청은 철저한 준비로 건립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10 18:16

봄가뭄과 호남평야 통수식

희망의 계절에 근심이 커진다. 봄가뭄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영농기를 앞두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농심은 타들어간다. 기다리던 봄비가 내렸지만 완전한 해갈에는 한참이나 모자란다. 닫아두었던 물길을 열어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큰 행사가 매해 4월 호남평야에서 열린다. 호남평야의 젖줄 동진강 낙양취입수문에서 열리는 ‘백파 통수식’이다. 한 해 풍년농사와 안전영농을 기원하며 수문을 열어 농업용수를 흘려보내는 유서 깊은 행사다. 전국 곳곳에서 통수식이 열리지만, 대표 행사는 단연 한국농어촌공사 동진지사가 주관하는 호남평야 백파 통수식이다. 백파 통수식은 가뭄 극복을 위한 근대 농업용수 개발의 대역사(大役事)를 기리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한반도 도작(稻作)문화의 발상지인 곡창 호남평야에는 일찍부터 대규모 수리‧관개(灌漑) 시설이 조성됐다. 20세기 초에는 섬진강 상류에 운암제를 축조(1927년)하고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운암발전소‧칠보발전소를 통해 섬진강의 수자원을 동진강으로 끌어내 호남평야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그리고 1965년에는 운암제 하류 쪽에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을 축조해 물그릇을 키웠다. 호남평야의 대표적인 수리시설 중 하나가 정읍시 태인면 낙양리, 동진강 본류에서 김제용수간선과 정읍용수간선이 갈라지는 낙양취입수문이다. 1927년에 준공된 이 시설은 동진강 유역 농경지에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은 용수로에 물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농어촌공사가 정한 호남평야 관개기간은 4월 초부터 9월 말까지다. 이에 따라 해마다 4월에 통수식을 갖고 수문을 열어 180일간의 급수작전에 돌입한다. ‘백파제(百派祭)’라는 행사 명칭은 낙양취입수문 기념비에 새겨진 ‘일원종시백파(一源從是百派)’라는 문구에서 따왔다. 한줄기의 물이 백갈래로 퍼져 광활한 농경지를 고루 적셔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올해는 이 백파 통수식이 취소됐다.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호남평야에 물을 대는 섬진강댐의 저수율이 너무 낮아 차질이 생겼다. 결국 낙양취입수문 개방 시기를 5월로 늦췄고, 4월 영농의 시작을 알리는 통수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4월 초에 열리던 백파 통수식은 어느 순간 4월 20~25일로 늦춰졌고, 올해는 가뭄으로 수문 개방 시기를 더 늦추면서 통수식마저 취소한 것이다. 수리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한계가 있다. 농사는 결국 하늘을 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쌀값 폭락이 거듭되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풍년이 들어도 농민들은 웃을 수 없게 됐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농촌 공동체가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다. 농업‧농촌, 농민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메마른 농촌에 단비가 내리기는 할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4.10 16:06

새만금 국가산단 기업체 요람으로 키워라

한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새만금국가산업단지가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지로 부각되면서 이젠 전국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산업단지의 입주계약 현황을 보면 지난 2020년 7개사 25만㎡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9개사 40만㎡로 늘어난데 이어 2022년에는 21개사 79만㎡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새만금에 이차전지 관련 기업 투자가 잇따르면서 '새만금 이차전지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드로리튬과 ㈜어반리튬이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양극재 원소재인 리튬화합물(배터리 생산 핵심 소재) 공장 건립을 위한 입주계약을 체결했는데 하이드로리튬과 어반리튬은 각각 3255억원, 1737억 원을 투자해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양산공장을 올해 상반기 내에 착공하기로 하면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은 새만금의 우수한 보조금 지원정책과 세제 감면혜택, 물류 기반시설인 트라이포트(철도·공항·항만)가 속도감 있게 구축되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날로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제조용 원소재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투자유치 못지않게 새만금 국가산단의 조성이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농어촌공사 새만금 산업단지 사업단이 이러한 분위기를 살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의 조성에 속도를 붙이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최근 확정된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통합개발계획의 골자는 급증하는 기업체들의 분양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2단계로 산업단지의 조성을 완료하는 것이다. 이미 유치가 확정상태에 이른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산업 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핵심은 산단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1단계로 오는 2027년까지 기업유치 활성화를 위해 전체 9개 공구 중 1.2.3.5.6.7.8 공구 등 7개 공구의 조성을 완료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올해안으로 5.6공구를 준공하고 3.7.8공구는 27년까지 조성을 마무리하기로 하는 등 산업단지 전체 18.5㎢(560만평)의 76.2%의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있어선 안된다. 한발 더 나아가 추진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산업단지 입주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오는 2025년부터는 산업용지가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10 15:11

이변 일으킨 진보당 강성희 의원에 대한 기대

전주을 4·5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39.07%를 얻어 5명의 다른 후보를 제치고 당당히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신출내기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2014년 완주군의원으로 출마해 떨어진 게 유일한 정치경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불과 4개월 만에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강 의원은 이제 이름없는 정치인이 아닌 전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초심을 잃지 말고 전북발전을 견인하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강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검찰독재 윤석열 정권과 기득권 양당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면서 “서민과 사회적 약자, 중소상공인 보호 등 고통받는 자들의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공약으로 이자제한법 전면 개정, 부유세 신설, 국회의원 특권 폐지, 전주 수소차 특구도시 조성, 기후정의 전주특별시 조성 등을 제시했다. 우리는 강 의원의 국회 진출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무기력한 전북 정치권, 특히 텃밭정당인 민주당에 경종을 울리는 새로운 정치풍토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전북 정치 1번지인 전주을 지역주민들은 강 의원에게 두 가지를 바라면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다. 윤 정부는 그의 말대로 여야 정쟁에 골몰하면서 친일 색채와 서민보다는 친재벌, 부자감세, 복지후퇴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하나는 민생 챙기기다. 강 의원이 호응을 얻은 바 있는 난방비와 전기료 인하, 대출금리 인하,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 등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많은 도민들은 혹여 진보당이 전신인 통합진보당과 같이 너무 이념정치에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념보다는 이번 선거운동에서 보여줬듯 서민 속으로 파고드는 생활밀착형 정치를 했으면 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지난 1월부터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에서 보여줬든 봉사활동을 접어버린다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또한 전북의 현안인 새만금사업이나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공의대 설립 등에도 관심을 갖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비록 1년2개월의 짧은 임기지만 전북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년 총선에서 다시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09 17:03

‘푸드테크 산업’ 글로벌 경쟁력 높여야

전북도가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나섰다. 전북도와 한국식품연구원은 지난 6일 ‘푸드테크 산업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푸드테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전북도와 한국식품연구원은 푸드테크 산업 플랫폼 구축을 위해 협업구조를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푸드테크(Foodtech)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 관련 산업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바이오기술(BT) 등 첨단기술을 적용하여 식품의 생산 및 가공 과정 등을 관리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와 비대면 소비 트렌드, 식품안전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푸드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푸트테크 산업의 글로벌 시장규모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우리 정부도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잠재력이 크고 시장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푸드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분야로 꼽힌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농생명‧농식품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는 전북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호남평야를 안고 있는 전북은 고대부터 한반도 농경‧음식문화의 중심이었다. 이 같은 역사‧문화적 자산을 토대로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 식품산업을 선도해야 한다. 정부의 푸드테크 산업 육성 정책에 농식품 분야에 특화된 지역의 탄탄한 인프라를 접목해 국내 관련 산업을 선도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 식품산업 혁신성장의 메카인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 업종을 식품 관련 시설·장비 산업까지 확대해 푸드테크 기업 집적화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농식품 관련 인프라가 집적된 전북에서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국내 푸드테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09 17:02

"일상에서 찾는 시민 행복"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개최된 꽃빛드리축제가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되었다. 축제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시민체육공원을 찾아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미소 지으며 걷던 엄마, 아빠의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다. 행사 기간 내내 축제장을 돌며 그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웃음 짓던 모습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시민들께 얼마나 큰 위로와 기쁨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일상에 지친 시민들을 찾아 일일이 위로를 드릴 순 없었지만 마음만은 늘 시민을 위로하고 함께하고 싶었던 나에게 봄을 맞아 만개한 벚꽃 속에서 사랑하는 시민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축제를 개최하게 된 건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었다. 축제 기간 중 가장 감동이었던 것은 시민들의 축제에 대한 많은 관심과 참여였는데 지역축제의 성패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좌우하며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주민주도로 진행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축제는 기획과 준비단계부터 외주업체(대행사)를 제외하고 지역의 젊은 청년들을 주축으로 축제의 구성을 고민했고 청년농업인, 청년조직, 소상공인, 지역문화예술인 등의 참여를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과 지역사회단체의 자원봉사 참여에 이르기까지 축제의 시작과 끝을 모두 순수한 지역자원을 활용해 오로지 시민들의 힘으로 개최해내며 내실과 성과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민선 8기를 맞아 시장직을 수행하며 항상 고민해오던 시민의 행복과 시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이번 축제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정 수의 인구와 경제적 자립, 쾌적한 정주 여건은 물론 문화, 예술, 환경, 교육, 치안, 복지 등 어느 한 분야도 소홀함 없이 정성을 다해야 하지만 그 안에서 시민의 행복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행정은 지역의 발전을 위한 모든 일에 총력을 다하되 시민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며 업무역량을 키우고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을 펼치되 반드시 시민과 소통하며 시민의 욕구와 필요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모든 과정에서 행정은 시민의 적극적인 응원자로 함께 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상의 작은 변화가 시민의 삶과 지역에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들이 모여 지역에 더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역의 변화는 행정조직이나 전문가들의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함께할 때 목적에 도달할 수 있기에 시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지역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주민주도형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 시장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사람이고, 그 행복을 지키는 사람이며, 시민의 행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오늘도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시민께 행복한 삶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되 시민의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정성주 김제시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9 17:01

현상유지? ‘우리’와 ‘나라’ 택한 전주시민

이번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당선은 전주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 그것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여당인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의 불출마에 따라 초기 ‘윤석열 심판’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던 임정엽 후보는 ‘민생’으로 캠페인의 방향을 바꿨다. 반면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일관되게 ‘윤석열 심판’과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안해욱 후보의 10% 득표율 또한 ‘윤석열 심판’을 말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민주당 없는 선거에서 진보당이 이긴 것이 이번 선거의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 정치가 국회와 유권자들을 대립정치로만 몰아가며 대의과정을 왜곡시키고, 제대로 된 정치는 실종됐다는 것을 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일명 ‘조직’은 어떤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 당력을 총집중했다. 매일 수많은 당원들이 골목을 누볐다. 대부분이 투표권이 없는 타 지역 당원들이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걸었던 당원들의 진심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색깔론’ 또한 소용이 없었다. ‘색깔론’은 투표 포기를 마음 먹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낸, 역효과를 낳았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전통적 조직선거는 유권자의 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관계는 관계고 투표는 투표였다. 선거란 무엇인가. 유권자들에게 선거는 개인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능감을 위한 제도이다. 자기를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표심을 보내고, 이것이 의석으로 전환돼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하는 권리행사다. 이번 선거에서 전주시민은 현 정부 심판을 주장한 정치인을 선택했다. 물론 지역발전 공약과 비전이 필요조건이지만, 지금 정치다운 정치가 더 시급함을 표심으로 보여줬다. 지금 최고의 민생은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시민들이 말하고 있다. 현상유지와 골목정치를 멈추고, 현 시대의 과제를 도전적이고 전투적으로 해결하는 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존재감 없는 전북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의 이번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 그 뿌리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독하게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적인 정치논리가 아닌 정치의 임무를 회복하길 원한다. 정치개혁 등 마땅히 앞장서야 할 시대적 과업에서 누가 봐도 진정성 있게 앞장서지 못하는 모습을 이미 들켜버렸다. 중앙정치를 통해 기후위기, 저출산 노령화, 지역균형발전, 경제양극화 등 시대적 의제에 대처하는 전북정치, 정치인의 역량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윤석열 심판’이라는 당선자의 일관된 캠페인이 먹힌 이유다. 유권자는 다음 총선에서도 의석을 지키기 위한 정치가 아닌 ‘우리’와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할 사람, 당당한 전북을 만드는 든든한 정치에 표를 던질 것이다. 시대적 과제를 감당하려는 정치적 기획,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을 통한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전주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정치의 변화에 전북, 전주가 앞장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민심은 변했다. 남은 것은 정치다. /황현선 청와대 전 선임행정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9 17:01

그립다 '정직한 캐럴 빵집'

심야에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가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변잡담으로 왁자지껄하던 차안이 일시 조용해졌는데 운전 중이던 캐럴이 정적을 깨며 뒷좌석의 내게 묻는다. “형(미국에서의 필자의 애칭), 여친 있니?”, ”없어.“, ”아니, 너 같은 미남을 한국여자들이 왜 가만둘까?“. 듣고 나니 화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어릴 적부터 지독한 외모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퉁명스럽게 ”캐럴 너 그렇게 남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면 안 돼!“ 너무 진지한 내 대꾸에 당황한 캐럴이 동승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이크, 에릭, 어떻게 생각해?“ 둘은 이구동성으로 ”캐럴 말이 맞아!“. 이상은 대학원 실험실 동료들과 함께 학회 가던 길에 벌어진 일이다. 미모의 랩짱(실험실 고참)인 캐럴은 이따금 쿠키를 구워와 우리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곤 했는데, 계속 얻어먹고 싶은 얄팍한 소망에 우리실험실을 ‘정직한 캐럴 빵집’(필자의 시집 제목이기도 함)이라 이름하고 출입문 위에 크게 써붙였다. 이 해프닝으로 필자는 외모 컴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하게 된다. 퇴계 이황 선생은 제자들에게 늘 예인조복(譽人造福, 칭찬으로 복을 짓는다는 뜻)을 강조하셨다. ‘복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함으로써 만들어진다.’는 말씀이다. 이 가르침이 잘 구현된 것은 시공을 뛰어넘어 약 330년 후 취리히에서다. 1895년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연방공대(ETHZ)의 입시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이 합격기준을 미달하여 낙방했다. 당시 학장이던 헬츠 교수는 이 낙오자를 불러 “수학성적이 놀랍도록 빼어나네. 부디 재도전해서 그 실력을 빛내주시게.”라고 격려했다. 이 말에 힘입어 재수 끝에 학문의 길에 들어선 그는 결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되어 인류에게 홍복을 주었다. 필자는 최근 재직 중인 연구원 노조로부터 두 번째의 ‘원장경영평가’를 받았다. 취임 1년 후이던 ‘20년 평가에서 평균 57%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25개의 평가항목 중 두 부문에서 ‘보통’, 나머지는 모조리 미흡에 가까웠다. 만일 헬츠 학장처럼 덕담을 덧붙이며 낫게 평가받은 항목만 일러줬더라면 더 행복한 기억으로 연구원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젊은 날 필자는 동료들보다 우월하다는 자만심을 충족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단점을 캐는 데 골몰했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으면 그들을 본받아 덩달아 발전하게 되고 행복감도 더 커진다는 걸 알게 된 후, 이제는 오히려 그들의 장점을 찾으려 애쓰는 필자를 발견하며 스스로 대견스러워 한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다보면 학문의 특성상 사고방식 자체가 편협해지고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동업자들에게 업계선배로서 귀띔해주고 싶은 게 있다. 세상의 하많은 사람 중 지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우주의 배려로 만난 인연’들임을 깨닫고 업무를 수행할 때 귀한 서로의 의견을 청해듣고 상부상조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 그 우려를 극복하고 성과도 극대화하는 비결임을! 비교대상이 있고 당락이 결정되는 상대평가의 경우에는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평가해야겠지만, 여타 평가에서는 좋은 점만 칭찬하는 것이 본인이 속한 조직과 사회를 건강하고 살맛나게 만드는 첩경임을 터득하길 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9 17:01

전북의 정치적 딜레마

민주당은 전북을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여기고 잡은 물고기 마냥 먹이를 주지 않고 국민의 힘은 각종 선거 때마다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철저하게 외면한다. 도민들은 DJ때 정권교체가 이뤄져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큰 기대를 걸었으나 별반 나아진 게 없었다. 한풀이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죽어라고 표를 찍어줬지만 그 때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대로인 채 임기를 마쳤다. MB가 정동영 한테 5백만표 이상으로 압승을 거둔 바람에 전북 출신들은 중앙관가에서부터 씨가 말랐다. 후보와 동향 이라는 이유로 패배자의 설움을 철저하게 맞봤다. 전북 한테는 문재인 정권 때도 기회였지만 모든 게 립서비스로 끝났다. 정권 초에는 전북을 방문해서 친구로 여긴 듯 싶었지만 쪽수가 적고 계속해서 전북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 보다는 생색내기에 급급했다. 전북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줄곧 민주당의 텃밭이 되어왔다. 30년 가까이 민주당 일변도로 가다 보니까 반대편인 국민의힘은 들어설 땅이 없었다. 전북에서 국힘 후보로 각종 선거에 나서 승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었다. 대선 때도 한자릿수를 넘기느냐가 관건일 정도였다. 이때문에 국힘쪽은 선거 때마다 선거를 포기, 후보를 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정치인은 선거 때 자신이 얻은 표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전북에서 표가 나오지 않자 아예 전북을 방문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국가예산을 배분하거나 인재등용도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같은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전북은 도세가 강원·충북 보다도 뒤로 밀렸다. 지난 대선 때 20% 득표를 기대했던 국힘의 윤석열 대통령이 14.4% 밖에 얻지 못하자 그게 전북을 대하는 바로미터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 전북은 30년 이상 믿고 따랐던 민주당이 전북을 위해 해준 게 별로였고 국힘은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푸대접을 가해 결국 오늘 같은 낙후가 만들어졌다. 정치적으로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지 못한 게 전북낙후를 가져왔다.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이를 타개할 움직임마저 보이지 않아 답답할 지경이다. 민주당 후보로 뽑힌 21대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역량이 크게 부족해 제 앞에 놓인 감도 못 먹을 정도다.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49명의 정원을 갖고 만들기로 했던 공공의대설립 문제는 두고 두고 비난 받아야 맞다. 문재인 정권 때 남원 출신인 권덕철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고 해당 상임위 간사가 김성주 의원이었다. 4·5 재선거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지만 혼자서 전북의 단선적인 정치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민주당이 전북을 집토끼로만 여길 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국힘은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아 전북의 미래가 암울하다. 전북이 정치적으로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충청이나 강원도처럼 갈아 엎을 때는 사정없이 판을 갈아 엎어야 해결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4.09 17:00

[금요수필]낙타풀의 교훈

중국 신강성 사막지대에 자생하는 낙타풀은 가시가 많은 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낙타들만 먹을 수 있는 풀이지만 낙타들도 함부로 먹지 않는다. 그만큼 가시가 억세 낙타가 이 풀을 먹으면 입안이 온통 가시에 찔려 피로 붉게 물든다. 그런데 낙타등은 그럴 줄 뻔히 알면서도 이 풀을 먹는 것은 갈증으로 아사 직전에 이르렀을 때 자신이 흘린 피로써 갈증을 풀어 조금이라도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서다. 낙타들 중에는 자신이 죽을 줄도 모르고 최후 순간까지 그 가시 풀을 먹는다고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만 뜯어먹고 중간에 멈추면 생명은 건질 텐데, 그러지 못한 낙타가 많다. 물론 곁에서 사람이 부리는 낙타는 그런 절박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길을 떠나기 전 카라반은 낙타에게 충분한 물을 먹일 것이며, 도중의 오아시스에서 갈증을 해소시킬 것을 잘 알고 그 길로 끌고 간다. 낙타들이 낙타풀을 뜯는 것은 카라반이 유고되었거나 길을 잃을 때의 선택이다. 낙타들이 죽음이나 파멸을 선택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경우다. 따라서 낙타풀도 길 잃은 낙타에게 '이제 나를 그만 뜯고 네 갈 길을 가라'고 날카로운 가시를 세워 입안을 찌르며 경고를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경우는 어떤가? 도박이나 마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법의 심판을 받거나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도박과 마약들은 인간에게 낙타풀이다. 따라서 그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투쟁이 요구된다. 또 술은 어떤가?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낙타풀 보다 더 지독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낙타풀은 과연 무엇일까? 인생 황혼기에야 '과욕'이라는 답을 얻었다. 이제야 그 욕망을 내려놓고 모처럼 평안을 누린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더 어진가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 자장이 더 낫다는 말입니까?” 이 말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공자의 대답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로, 지나친 욕심은 모자란 것과 같으므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중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공자께서는 “올바른 도가 행하여지지 않고 있음을 내가 안다. 지혜로운 자는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한다. 올바른 도가 밝혀지지 않고 있음을 내가 안다. 현명한 자는 지나치고 못난 자는 미치지 못한다. 사람 중에 마시고 먹지 않는 이는 없으나, 맛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고 말씀하셨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용은 곧 덕(德)의 실천이며 덕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중용을 선택하고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을 쾌락과 만족을 누리는 삶, 자유를 누리며 책임지는 시민의 삶, 연구하는 철학자의 삶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이 모두를 모자람 없이 채울 때 인간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행복을 위해서는 인간 만이 가지고 있는 덕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지나침이나 부족함은 도덕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보아 경계를 해야 한다. △김현준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소설 등단작가이며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은빛수필문학회 회원으로 대한작가상, 행촌수필문학상, 은빛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수필집 <아내와 아들의 틈바구니에서> 외 6권을 출간했다. 육경근 기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6 17:31

김 지사의 실용 인사

취임 10개월을 맞는 김관영 지사의 실용주의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갓 출범했을 때만 해도 그의 파격적 인사 스타일이 여론 뭇매를 맞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선거 전리품인 양 캠프 출신과 측근 관료가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한 관행에 익숙한 탓일까. 당시 인사 뚜껑이 열리자 ‘타시도 출신’ 대거 발탁이라는 초유의 일이 본능적 거부감을 유발했다. 언론도 뒤질세라 능력은 제껴둔 채 지역 출신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켜 공격했다. 이 와중에도 김 지사는 검증된 인사를 고집하며 나중에 성과를 통해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초기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후속 산하기관장 검증 평가에서 대체로 전문성과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은 건 김 지사의 뚝심이 빚은 결과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도청의 정무라인과 산하기관장 인사 논란이 거셌다. 물론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인사 대상자들의 기본 인식이 빈약하고 발언 태도가 기름을 부은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어제 인사청문을 통과한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을 비롯해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과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 이항구 자동차기술원장, 조준필 군산의료원장은 그 분야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한쪽에선 이들 경력과 전문 능력을 감안해 보면 ‘하향 지원’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김관영호 산하기관장과 정무라인 인사의 특징은 중앙 무대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발탁했다는 점이 과거와 크게 다르다. 여야 협치를 위해 국민의힘 인사를 도청 3급 협력관에 임명한 것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도청 5급 팀장에게 타시도 정책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발전 아이디어를 공모해 우수 사례를 정책에 반영하고 담당자를 특진시켜 역동적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도 고무적이다. 민선 자치 출범부터 도청 핵심 보직은 선거 캠프 출신과 측근 관료들이 독점한 게 사실이다. 이들 전면 배치는 일종의 ‘양날의 검’ 이다. 하지만 조직을 장악하는 데는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필요한 반면 공무원의 위계 질서가 무너지는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산하기관장과 정무 홍보라인은 도정을 떠받치는 핵심 조직이기에 측근이나 행정관료 중 에이스를 주로 앉혔다. 특히 2인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엔 최측근 복심을 앞세워 무게 중심을 잡아 갔다. 공보관 자리는 기자 출신이 전매특허인 양 발탁돼 도정의 리스크 관리를 뒷받침해 왔다. 도지사가 추구하는 도정 철학에 따라 인사 스타일은 다르기 마련이다. 선거 공신과 측근 관료를 우대한 역대 지사와 달리 김 지사 용인술은 철저하게 성과를 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 인사 기조에 따라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를 선호할 뿐 출생 지역은 크게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행정 수장의 도지사라 할지라도 그는 분명 정치인이다. 차기 선거에서 이겨야만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숙명을 안고 있다. 유권자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그런 맥락이다. 126년 만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그 위상에 걸맞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인사는 만사이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4.06 17:15

MZ는 피로하다

정부가 발표한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도 해당 정책은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이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대한 내용 등 긍정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으나 주요 골자인 최대 주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확대하겠다는 연장근로유연화에 대한 부분은 무척 염려스럽다. 단순히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면된다는 논리는 근로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인 것이다.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발표가 난 직후 필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당장에 작년에 사용하지 못했던 연차가 며칠이나 있었는지 헤아려보았다. 대부분 절반을 다 쓰지 못하고 해를 넘겼더랬다. 일이란 몰아서 끝낸다고 남는 시간만큼의 여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내가 쉬는 만큼 내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대체해주어야 한다. 더군다나 단순 업무가 아닌 이상 남이 하던 일을 대신 맡아 공백 없이 처리한다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결국은 가벼운 마음으로 내 권리니까 쉬고 오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69시간 근무제는 ‘연장근로’ 시간을 유연화 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40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다.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8시간씩 근무를 하고도 최대 29시간을 더 ‘초과근무’ 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말을 포함한 7일을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에는 최대 80.5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돈도 더 벌고 좋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소모되어야 하는 걸까? 아침 9시에 출근하여 8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면 저녁 6시가 된다. 저녁 6시가 지나서야 비로소 근로자가 아니라 ‘나’로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이유도 ‘나’로서 지내는 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함이다. 근로시간이 길어지고 격무에 시달릴수록 ‘나’는 지워지고, 일과 회사가 자리를 채운다. 그 이후 주어지는 휴식은 어떨까? 피로에 파묻혀 여행이나 취미는 남의 이야기가 되기 쉽다. 기본적인 건강을 챙기기에도 빠듯하다. 각종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개선되지 않고 근로시간만 확대하려는 현재의 상황은 내가, 우리가 단순히 어떤 조직의 소모품으로 쓰이고 용도를 다하면 그대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게 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MZ세대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연장근로시간유연화 제도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할 고용노동부장관은 MZ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며 제도의 불합리성을 MZ세대의 당돌함으로 무마하려 했다. MZ세대인 필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근로자는 MZ세대만 있는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생계와 직결된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일이 갖는 무게는 같다. 모두에게 공평해야할 정부의 정책이 왜 특정 세대만을 언급하는 걸까? 다른 세대에게 불합리한 제도가 MZ세대에게 만큼은 통용될 수 있다는 걸까? MZ세대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말한 ‘권리의식’이 내포한 의미를 생각해보며 씁쓸함을 느낀다. 동시에 근로현장과 괴리가 있는 제도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세대가 사용됨에 깊은 피로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정중히 여쭙고 싶다. 대통령님과 장관님은 주당 몇 시간을 일하고 계시는지.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6 16:08

병력동원훈련소집

Q. 병력동원훈련소집(동원훈련) 대상 및 훈련기간과 동원훈련 연기처리 절차 및 기준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병력동원훈련소집'은 동원지정자에 대하여 평시에 동원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부대 및 기능별 임무수행 능력을 배양시키고, 동원소집입영 절차 등 전시 임무를 숙지시켜 동원령 선포 시 신속 정확한 병력동원소집을 위해 소집부대별로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원훈련 대상'은 긴급단계․지속4단계 증·창설부대 동원지정자 중에서 장교·준사관·부사관은 예비군 전역 1~6년차 이내, 병(일반하사 포함)은 예비군 전역 1~4년차 이내자에 대하여 2박3일간 실시하며, 그 해에 전역한 사람은 훈련소집을 실시하지 않습니다. 각 부대의 훈련은 대대급 단위로 실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통제 능력(훈련장 수용 여건, 훈련물자, 지원능력 등)을 고려하여 부대 실정에 따라 통합 또는 분할하여 실시할 수 있습니다. 계획훈련은 매년 3월부터 11월 사이에 소집부대별 일정계획에 의하여 실시하며, 불시훈련은 사전예고 없이 연습동원령을 발령하여 실시합니다. '동원훈련 연기'는 부득이한 사유로 지정된 일시와 장소에 입영할 수 없을 때에는 입영일자 5일전(전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까지 해당 지방병무청에 병력동원훈련 소집일자연기원을 제출하여야 하며, 다만, 불시동원 또는 천재지변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연기원서를 제출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전화로 우선 구두신고후 3일 이내에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연기원은 인터넷, 팩스, 우편, 방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접수된 민원은 별도 구비서류 없이 신청화면 입력사항의 사실여부를 검토하여 처리하되 질병, 천재지변, 시험응시, 주요업무 및 생계곤란, 농어업종사, 자영업자 사유 등에 대하여는 구비서류를 별도 제출받아 처리합니다. 접수된 훈련소집일자 연기원서는 지방병무청 담당 부서에서 심사하여 처리결과를 2일 이내에 문자메시지 등으로 통보합니다. 참고로, '병무청누리집 → 병역이행안내 → 예비군편성․병력동원 → 병력동원훈련소집 → 동원훈련연기'를 참조하면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6 16:07

촉촉했던 산들의 기억

내가 태어나 성장한 마을은 인왕산 아래 옥인동 47번지다. 결혼 이후 옥인동을 떠나 10여년간 살다가 2008년 연어처럼 회귀에 성공했고 그 뒤로 계속 경복궁 서쪽 마을에 살고 있다. 2010년 인왕산 계곡 자락에 얹힌 옥인아파트를 철거하고 수성동계곡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물소리가 울린다는 뜻을 가진 그 계곡의 이름에 의구심을 가졌다.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이라면 내가 살던 그 언덕이 아닌가? 옥인아파트 쪽이라면 위치가 다른데? 가까운 곳이지만 내가 태어나 자란 마을은 인왕산의 동남쪽 사면이었고 수성동계곡은 정남향 사면이라서 줄기가 좀 달랐다. 그런 작은 차이에도 예민해지는게 내 마음이었다. 우리 동네의 이름을 남에게 빼앗긴 것처럼 억울했지만 겸제 정선 선생님이 장동팔경첩에서 그 계곡의 모습을 아름다운 필치로 남기고 그 이름을 ‘수성동(水聲洞)’이라고 정확하게 기록해놓으셨으니 따질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내 마음 속의 수성동은 우리 동네였다. 우리 마을은 정말이지 사철 물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환각이나 환청이 아닌게, 정말로 인왕산 계곡 위에 한겹 얇은 시멘트를 덮고 게딱지만한 작은 집들을 세운 구조였다. 어릴 때 살았던 우리 집 화장실은 그 아슬아슬한 주거 형태의 가장 좋은 예가 되어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반듯하게 하얀 도자기로 된 신식 변기가 달려 있었지만 오로지 그 말단 부분만 문명의 흉내를 냈을 뿐 그 아래로는 거침없는 인왕산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힘차게 치솟은 바위와 천둥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 위에 살포시 변기를 얹은 천연 수세식 화장실이었다. 친구들과 친척들은 우리 집에 놀러오면 무서워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다. 우리 가족들은 아무런 감흥 없이 힘차게 흐르는 계곡물을 보며 날마다 용변을 해결했다. 세월이 흐르며 물소리가 점점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렁차게 힘차던 콸콸 소리가 졸졸 소리로 줄어들어 있었다. 수성동계곡 쪽도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겸재 정선 선생의 그림 속 아름다운 바위들은 여전한데 그 아래 흐르던 물길은 명맥을 유지하기 위태로울만큼 줄어들었다. 느낌의 변덕이 아닌 것이, 예전에 옥인아파트가 있을 때 그 맨 꼭대기에는 계곡물을 받은 수영장이 있었다. 여름에도 뼈가 시린 그 물 속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았다. 이제는 아이들도 물도 없어, 그곳에 수영장이 있었다는걸 믿을 수 없다. 여름 장마철이 되어도 수영장을 만들만한 계곡물을 모으기는 터무니없다. 수성동계곡에서 시작된 물길의 흔적을 따라 걸으면 청계천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인왕산에서 발원한 그 물길이 청계천으로 이어지고 답십리로 흘러 한강으로 가는 거였다. 이제 인왕산에서 오는 물은 터무니없이 수량이 적기 때문에 청계천의 물은 모두 인공급수에 의존한다. 그 많던 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기상청의 통계자료를 참조하면, 1970년대에서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강수량은 큰 변화가 없다. 서울 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대한민국에 한정해볼 때 하늘은 인간들에게 늘 비슷한 양의 물을 공급했다. 차이는 사용량에 있었다. 인구가 늘었고, 1인당 물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어릴 때 나는 주 1회 대중목욕탕에 갔지만 지금은 따뜻한 우리집 욕실에서 매일이다시피 씻는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어마어마하게 지하수를 퍼낸 토지는 말라서 파삭해졌다. 기후 변화라 하니 하늘을 원망해야 할 것 같지만 실은 사람이 문제다. 벚꽃이 한창이던 주말, 갑자기 인왕산 산불 소식이 전해졌다. 바삭하도록 오래도록 가물었던 산자락은 거침없이 타들어갔다. 마을 친구들은 메신저로 화재 이곳저곳의 장면들을 전해주었는데, 그 중에는 놀랍도록 정밀하게 화재 하한선에 소화액을 뿌리는 소방 헬기의 진화 장면도 있었다. 전국에서 산불과 싸우신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반년 넘게 이어진 남녘의 가뭄에 다같이 근심하는 봄이었다. 전국에서 꼬리를 물던 산불 소식을 잠재우는 고운 봄비를 반갑게 맞이하며, 목마른 산들이 다시 촉촉해질 그날을 기다려본다. /심윤경 소설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6 16:07

항구에 묶인 전기버스, 예산확보 서둘러라

전북지역 버스업체에서 구매한 중국산 전기버스 20대가 평택항에 4개월째 묶여 있다.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버스 구매 지원사업을 추진했고, 이 업체에서도 지난해 초 전주시의 공문에 따라 구매를 신청했다. 이후 국비와 도비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중국산 전기버스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체 보조금의 35%를 차지하는 시비 보조금 예산이 지난해 9월 전주시의회 예결위 추경안 심사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수입한 전기버스 20대는 평택항에 발이 묶인 채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면서 하루 약 90만원에 달하는 차량 보관료까지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의회는 중국산 버스를 도입한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아닌 국산 전기버스로 지원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친환경 수소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있는 만큼 수소버스를 구입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도 들었다. 하지만 국내 업체에서는 시외버스용 전기차량을 생산하지 않아 중국산으로 결정했다는 게 업체의 항변이다. 애초 지자체가 국산 전기버스에만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었다면 아예 처음부터 이를 명시했어야 했다. 게다가 전기버스를 도입하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산을 택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운송업체들이 직수입하는 등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또 국·도비가 이미 교부된 이 사업은 전기버스 보급으로 용도가 정해져 수소버스 구매로 변경하기도 어렵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성능과 안전성 문제까지 들어가며 전기버스 구매 지원사업을 중단시킨 전주시의회의 명분이 약하다. 정부의 정책과 지자체의 행정을 믿고 전기버스 구매사업을 추진한 지역업체의 안타까운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인구절벽시대, 코로나19에 따른 승객감소에 고유가까지 겹친 악조건 속에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맘먹고 추진한 사업이다. 급기야 노조까지 나서 조속한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지역업체의 억울한 피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정부 정책과 행정의 신뢰성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지난해 확보된 국·도비 지원금은 명시이월됐다. 시비를 확보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주시의회는 올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반드시 관련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06 13:21

중증응급의료센터와 공공의대 확충을

당정이 중증응급의료센터를 기존 40개에서 60개로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전북에서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이 센터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도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결국 소중한 생명을 잃거나 골든타임을 놓쳐 반신불수가 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타당한 해법이다. 당정이 지난 5일 회의를 갖고 전국 어디서나 1시간 내에 접근 가능하도록 중증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수술과 입원 등 최종 기능이 가능하게 재편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명실공히 선진국을 지향하는 마당에 후진국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것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중증 응급분야, 건강보험 수가 인상, 야간 휴일 당직비 지원, 적정 근로시간 보장 등 근무여건도 대폭 개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선을 넘나드는 환자는 어느 누구나 가까운 중증응급의료센터를 찾으면 수술, 입원 등 최종 치료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편해야 한다. 그동안 논란만 거듭해온 의사 수를 대폭 확대하는 문제도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특정 직역에서 아무리 거센 저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다면 통치권 차원에서 접근해서 정면돌파 해야한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개업의는 돈이 넘쳐나고 봉직의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적은 월급만을 받는 현실은 반드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차제에 그동안 전북 최대 현안의 하나였던 남원공공의대 문제도 정략적 판단에서 벗어나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서남대 폐교로 인해 발생한 전북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지역간 의대 정원 추가 문제는 전혀 별개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물론 각 자치단체들이 남원공공의대 문제를 계기로 경쟁적으로 자기지역에도 국립공공대학 설립을 요구하고 있기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남원공공의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의사 수는 충분하고 공공의대가 들어설 경우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의사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사협회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가야 할 길을 가지 않는 것은 정부나 국회의 직무유기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06 11:29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