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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매화

햐아, 숨이 막혔다. 춘분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구례화엄사 각황전 옆 수백년 늙은 홍매가 몸을 풀었다. 너무 붉어 검은빛마저 감도는 흑매(黑梅)’. 붉고 깜찍한 홑꽃들이 검은 줄기에 ‘꽃등불’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었다. 발갛게 우꾼우꾼 달아오른 숯불. 마치 두루미가 외발로 서 있는 듯, 허리를 살짝 비틀고 무심하게 먼 하늘을 돌아보고 있었다. 꽃마다 앙증맞은 다섯 장의 선홍 꽃잎. 영락없이 뿌루퉁하게 입을 내민 철부지 막내딸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홍매의 ‘검은빛’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헤덤볐다. 순천선암사 늙은 매화들도 우르르 꽃을 토해냈다. 사람들은 육백 살이 넘는 무우전 담장곁 홍매와 원통전 뒤편의 백매(이상 천연기념물 제488호) 주위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뒤틀린 가지에 부르트고 거무튀튀한 껍질. 나비처럼 매달린 분홍 홑꽃. 녹갈색 꽃받침에다 모시적삼 같은 하얀 꽃잎. 벌들이 잉잉대며 정신없이 꽃 속에 코를 박고 있었다. 매화방창! 선암사는 조선매화의 전시장이었다. 무려 20여 그루의 토종매화(100~300년)가 꽃터널 꽃대궐을 이뤘다. 온종일 매화 향기에 취해 선암사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 매화는 역시 고묵은 토종매화가 으뜸이다. 떼로 핀 매화는 ‘양계장 닭’ 같다. 섬진강변 농원매화는 대부분 매실을 따기 위해 ‘대량 양식’하는 일본개량종이다. 꽃이 덕지덕지 달린다. ‘매화’라기보다는 ‘매실나무’다. 아무래도 고고한 맛이 덜하다. 향기도 위쪽으로 붕 뜨는 감이 있다. 후욱! 약간 지분 냄새가 나는 듯도 하다. 우르르 피었다가, 우르르 진다. 수명도 짧다. 조선매화는 뿌리가 만수산 드렁칡처럼 서로 얽혀야 좋다. 둥치는 껍질이 트고 구불구불 틀어져야 한다. 나무껍질은 검고 푸른 이끼가 수염처럼 늘어져 있어야 제맛이다. 늘어진 이끼는 바람이 살랑거리면 마치 푸른 실이 너울거리는 것 같다. 조선매화는 꽃이 작고 얇지만 야무지다. 열매가 부실하지만 오래 산다. 꽃이 띄엄띄엄 듬성드뭇하다. 향이 은은하고 오래간다. 저녁밥 짓는 냄새처럼 가만바람에도 낮게 깔려 스며든다. 알근한 암향(暗香)이다. 만고풍상 검버섯 마른명태 같은 몸에서 어느 날 안간힘을 다해 한 점, 두 점 꽃을 밀어 올린다. 깊은 산속에 저만치 홀로 핀 늙고 수척한 조선매화 한 그루. 선암사 ‘뒤깐(해우소)’은 늙은 매화에 둘러싸인 ‘고매 측간(古梅 厠間)이다. 홍매 두 그루와 백매 세 그루가 해우소 앞뒤로 가부좌를 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매화향이 그득하여 구린내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조선 땅에서 제일 오래되고, 가장 멋들어진 우물마루의 선암사 뒷간. 누구든 들어서기만 하면 그깟 변비쯤이야 제풀에 스르르 괄약근 빗장이 풀어져 버린다.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을까. 문득 전주 경기전 사고(史庫) 앞뜰의 늙은 청매를 떠올린다. 좋이 백 살은 됐을까? 가지가 땅위 2미터쯤에서 누워 퍼진 와룡매(수양매·垂楊梅)라 더 애틋하다. 3겹 꽃잎이 맑고 투명하다. 푸른 빛마저 감돈다. 전주 사람들처럼 누가 알아주건 말건 혼자 벙글고 홀로 진다. 언젠가 달빛 슴베든 봄밤에 다가가, 이리저리 톺아보고 또 톺아봤던 일이 생각난다. 왜 그때 울컥했을까? 코끝에 걸리던 청아한 향기가 새록새록 생생하다. 요즘 서울 창덕궁 매화들이 우우우 한창이다. 하마 경기전청매는 지금쯤 이울었으리라. 타향살이 핑계로 못 본 지 오래됐다. 내년 봄엔 때맞춰 볼 수 있을까? 이렇게 또 봄날은 간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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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9 17:50

갑을(甲乙)관계와 갑질, 을질

중국 첫 통일 위업을 달성한 진나라 시황제를 도와 승상 자리에 올랐던 이사가 젊은 시절 말단관리를 할 때의 에피소드다. 어느 날 측간을 갔는데 관청 측간의 쥐는 허접하고 더러운 것을 먹다가도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오면 그때마다 무서워서 놀라 달아난 반면, 양곡 창고에서 사는 쥐는 제 맘껏 쌓인 곡식을 풍족히 먹으면서도 큰 집에 살아서 그런지 사람이나 개를 전혀 개의치 않고 먹더라는 것이다. 이것을 본 이사는 무릎을 탁 치면서 “사람이 어질다느니 못났다느니 하는 것은 결국 쥐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달렸구나”했다. 큰 도둑은 대우받는 반면 좀도둑은 늘 허겁지겁 뛰면서 이눈치 저눈치 보는 측간의 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만고풍상 끝에 승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말년은 불운했으나 어쨋든 이사의 일화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요즘 도의회나 시군의회가 해외연수를 간다고 해서 도하 언론에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훨씬 많은 혈세를 들여 외국에 가는 국회의원은 신문 동정란에 버젓이 실려 마치 큰일이나 한것처럼 대우받는 반면, 1년에 한번 해외에 나가는 지방의원은 측간의 쥐처럼 좁쌀 좀 먹으면서 눈치까지 봐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사회의 구조를 잘 들여다보면 양곡 창고의 쥐 보다도 측간의 쥐가 더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후 해외연수에 나가는 의원들의 행태는 실로 가관이었다. 대부분 외국 방문 경험이 전무했던 지방의원들은 밤새워 고스톱을 치는 것은 보통이었고 새벽 시간에 의회 직원을 불러 라면을 끓여오게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공개적인 면박을 주는 것은 예사였고, 자신의 짐을 직원에게 들게 하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대만큼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적어도 의원과 직원들 간 부당한 갑을 관계는 없는 듯하다. 지난번 전북도의회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의장과 사무처장이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는 일까지 있었고 심지어 도의원과 도교육청 과장이 언성을 높이며 다툰 사례도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완력으로 억누르려는 추태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요즘에도 지방의회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갑질 얘기가 들리곤 한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본인만 모를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굴다가 갑질로 찍혀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이젠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문제라고 한다. 자신의 약자 지위를 역이용해서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일을 안 하거나 못하면서 입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대체로 말이 많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자신이 큰 수난과 피해를 당한 것처럼 포장하는데 능숙하다.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척결돼야만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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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3.29 15:54

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 꼼꼼히 점검해야

전북교육청이 ‘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91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초·중·고교생 2500여명에게 혜택을 준다. 세계화 시대 학생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교육청이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건 전북교육청의 역점 사업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운영과정에서 세부 프로그램이 그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거나 체험일정이 관광지 방문 위주로 짜여질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연수기간이 비교적 길고 세부 내용도 현실적으로 짜여져 실질적 효과가 기대되는 연수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1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또래 학생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연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우리 학생들이 모처럼 해외에 나가 넓은 세상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안목을 넓히고 더 큰 꿈을 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반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해마다 시행하게 될 해외연수 사업이 단순히 학생들에게 해외여행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대상 학생별로 취지와 목적, 연수지역이 제각각이지만 결국은 모든 연수 프로그램이 ‘해외문화 탐방’으로 귀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게다가 이 사업은 지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교육복지 사업이 아닌 소수의 학생에게만 부여하는 선별적 혜택이다. 취지와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학생 선발과정에서도 공정성과 타당성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학생 선발과 업체 선정, 프로그램의 적정성, 사후 평가 및 학생관리 등에 엄격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 그동안 연수 목적과는 다르게 관광지 방문 등 외유성 일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해외연수가 이런 일로 구설수에 올라서는 안 된다. 세부 프로그램과 연수 지역 등이 당초 계획한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해서 챙겨야 할 일은 학생 안전 문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3.29 14:11

'더 글로리'의 권선징악과 진영 간 학폭 대응의 변화

최근 학교폭력 대응 방안으로 학폭 내용을 생기부에 기록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대학입시까지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와 대학 관계자들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학폭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는 2012년 도입되었다. 생기부에 기재하고 보존하는 최대 기간은 초·중학교의 경우 5년, 고등학교 10년이었다. 하지만 2013년 고등학교도 5년으로 단축되고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 있게 됐고 2014년에는 최대 보존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다. 당시 생활기록부에 학폭 내용을 기재하는 것에 가장 극렬히 반대했던 진영은 진보 교육감으로 알려진 인사들과 관련 교육단체였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시절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으로 인해 피해자는 정신과 병원 진료를 받았고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으며 상태가 심각해진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다. 반성은커녕 정 변호사는 아들의 대학입시를 위해서 소송을 이어 갔다. 피해자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가해자는 서울대에 진학해서 대학 생활을 누리는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가 세계적으로 흥행하게 되고, 정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과 맞물리면서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교육부의 대응 방안과 함께 이미 정시 전형에 학폭 이력을 반영하고 있는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 중앙대와 한양대 등 학폭 이력을 정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러한 발표가 이어지자 보수언론의 한편에서 형사 범죄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대입전형에 학폭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수년 전 진보, 보수언론과 관계자들의 부딪침이 정반대로 나타나거나 이전의 비판적 논쟁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학폭 가해 학생이 줄어 든다면 가해 사실을 생기부에 기록해야 한다. 대학입시 또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현 제도에서 정 변호사와 같이 권력을 가진 이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소송을 이어간다면 생기부에 기재가 되고 대학입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청소년들만 낙인찍는 도구로 사용되고(이들이 권력과 돈이 있고 서울대 갈 성적은 될까?), 오히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면 안 될 정도의 학폭 가해자들이 교묘히 법적 처벌을 피해 가는 일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다. 정책이 잘 보완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매번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만들어지는 제도의 허점에 진보, 보수로 나뉘는 정치권의 계산이 우리 사회의 불행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진영별 유불리에 따라서 주장하는 정책이 다른 자들의 논리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지은 자 죗값을 받게 하고, 죄에 대한 아픔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입시 문제로 인한 경쟁과 억압적 교육 환경을 타파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매번 정파적 이익에 따라서 복무하는 이들의 논리에 따라 청소년의 힘겨움만 커진다. 이들에 의해 구조적인 아픈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학생으로 통칭하는 청소년들이라는 말이다.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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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8 18:54

전주시, 옛 기무부대터 흉물로 방치할텐가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소재 옛 기무부대터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흉물로 전락해 도시미관을 해치게 되자 인근 주민들이 이를 전주시가 매입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송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협의회, 에코시티발전협의회, 이 지역 시의원 등은 27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군기무사령부가 해체되면서 3만8000여㎡나 되는 부지가 6년째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채 방치되고 있다"며 "전주시가 이를 매입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다. 국군기무사령부는 2018년 9월 민간인 사찰로 비판을 받자 그해 10월 전주를 비롯해 전국 11개 시도 기무부대를 전격 해체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국방부는 기무부대 부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가 매각 또는 교환 방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후 전주 기무부대터는 잡초가 우거지고 감시초소가 그대로 방치된채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현재 이 지역은 잡종지로 에코시티 도심상권과 인접해 있어 전주시 북부권 개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장 급선무는 전주시가 소유권자인 국방부로부터 무상양여든, 매입이든 소유권을 확보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는 광주시가 2014년 10월 광주 기무부대를 무상양여 받은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당시 5·18 기념재단과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5·18 민주화 때 시민들을 투옥하고 고문했던 보안부대를 무상양여 받아 5·18 역사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주시도 국방부의 당초 약속대로 이 부지를 무상양여 받아야 마땅하다. 이곳은 당초 35사단 및 항공대대와 함께 있던 부지로 그동안 주민들이 소음 등을 참아가며 군 부대 유지에 협조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이곳은 도시확장과 에코시티 개발로 땅값이 상승했는데 이를 팔겠다는 것은 국방부가 개발로 인한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전주시는 이 땅을 무상양여 받거나 최소한 신도시 조성원가로 매입해 공원이나 복합문화공간,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에코시티는 3만2000명 이상이 거주하게 되면서 당초 구상했던 친환경 신도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옛 기무부대터를 친환경 공간으로 살리고 인근 백석저수지와 연계해 시민들이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명소로 개발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3.28 18:54

챗봇도 할 수 없는 투표 참여

휴대전화가 처음 출현했을 때, 사용하는 사람은 특별했다. 주머니에 배터리를 불룩하게 넣고 손은 큰 물건을 쥐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 괴상한 전화기는 보통 사람의 손으로 다 그려 쥐지 못할 정도로 크고 견고했다. 그런 휴대전화기가 날렵해지더니 지금은 손안에 쥐고 화면을 볼 수 있고,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복합적인 컴퓨터의 기능을 도맡아 하고 있다. 손안의 휴대전화는 못 하는 일이 없고, 이 세상의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이런 상황을 더 확신시켜주는 ‘챗봇’ 이야기도 있다. 새로운 인공지능 ‘챗봇’에 물으면 모든 것에 답을 가르쳐주고 있어 그야말로 만능 선생이 됐다는 이야기다. 챗봇이 일상화되는 세상이 되면 투표하는 일도 간단할 것이다. 후보자의 공약을 읽고 어떤 후보자를 선택할지를 결정하여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는 일을 집에서 휴대전화기로 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달콤한 생각을 깨게 하는 기사가 눈에 확 띈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놈 촘스키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챗 GPT라는 그릇된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혁명적인 발전은 우려와 낙관 모두의 원인”이라며 “머신 러닝(maschine learning)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언어와 지식의 개념을 우리의 기술에 통합함으로써 우리의 과학을 저하하고 윤리를 약화할 것”이라며 놀랍게도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추월하는 날은 아직 동도 트지 않았다”라고 일갈하고 있다. 인간의 뇌가 지닌 창조성, 정교성, 복잡성을 강조하면서 참과 거짓을 밝혀내는 비판적 사고의 영역에서 “챗 GPT는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먹어 치우면서도 가장 가능성 있는 대화적 반응에는 느릿느릿한 반응을 외삽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인간의 뇌는 언어를 습득하는 어린아이일지라도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빠르게 문법을 발전시킨다”라면서 “특히 ’진정한 지성은 도덕적 사고를 할 수 있음에 반하여 러닝 머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확률로 거래’하는 수준의 기계”임을 밝힌다. 천변만화하는 현실의 상황에 관한 결정에는 쳇 GPT가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4월 5일 실시하는 군산시의회의원재선거에서 의원을 선출하는 일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유권자들의 직접 참여 외에 다른 답이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우리가 재선거를 통해 시의원을 선출하는 일은 국민으로서의 소박한 권리 하나를 행사하는 의례적인 일이 아니라. 당대 최고 수준의 컴퓨터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의미를 지닌 일이다. 투표하는 일은 당대 최고의 컴퓨터 혁명의 산물이라는 챗봇조차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위대한 일이며, 유권자만이 투표 참여로 이룰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4월 5일,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인간이 챗봇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증명해 보자. 인간의 위용을 당당하게 보이는 일에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며 투표 참여로 기꺼이 선거에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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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8 17:42

'예술가 기본소득'

2011년 1월, 여성감독의 죽음이 전해졌다.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이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6년에는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촉망받던 여성 감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놀랍게도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생활고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던 그는 여러날 째 굶고 있었다. ‘쌀과 김치가 있으면 조금 더 얻을 수 있을까요.’ 이웃집에 붙였다는 이 쪽지 한 장. ‘아사(굶어 죽음)‘란 단어가 더해진 이유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졌다.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증진 시킨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른바 예술인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는 나아졌을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로는 예술 활동을 하지만 수입이 아예 없는 예술인이 43%나 된다. 코로나 시기를 고려한다 해도 열악한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예술인 복지정책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술인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1일 예술 활동 증명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심사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갖도록 제도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예술인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형식만 앞세우고 내용이 없다면 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일 뿐. 때마침 '’예술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는 아이랜드의 소식이 있다. 예술가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주 325유로(약 45만5천원)를 생활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실험에 지원서를 낸 예술인은 9천 명. 이 중 2천 명이 선정돼 지원을 받는단다. 공짜 돈을 준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지만, 아일랜드의 실험은 꽤 의미 있어 보인다. 알고 보니 ’예술가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여럿이다. 우리나라도 이 행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3.28 17:04

전주을 선거 이후 복당논쟁 재현되나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들이 나온 사람을 좀 고급스럽게 상춘객(賞春客)이라고 한다. 상춘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정극인과 정읍 태인을 첫손에 꼽는다고 하는데, 며칠 전 전북 정읍시 향토문화유산인 ‘불우헌 정극인의 묘’가 전라북도기념물(제160호)로 지정, 승격됐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불우헌 정극인 묘는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은석마을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는 1630년 무성서원에 배향됐다. 정극인(1401~1481)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의 저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향약인 ‘태인 고현동 향약’의 창시자다. 봄맞이 상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절기로는 분명 봄이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다. 1980년 서울의 봄이 한창 무르익던 때의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소위 3김이 금방 대권을 움켜쥐는 것으로 착각할 때다. 김영삼(YS) 신민당 총재는 자신이 YH 사건에 이은 10·26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며 한발 앞서갔고, 가택연금에서 막 풀려난 김대중(DJ) 역시 재야를 기반으로 세를 키워나가면서 그 유명한 정읍동학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종필(JP)민주공화당 총재는 정권연장을 도모하던때 장외에서는 12·12 쿠데타로 군권을 장악한 전두환 중심 신군부가 준동을 시작했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던 1980년 2월 25일. 서울 계동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 추도 행사에는 3김(金)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장에 있던 글라이스틴 당시 주미대사는 3김을 ‘스리 라이언(three lions)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김영삼, 김대중 등 소위 양 김씨가 봄을 이야기할 때 JP가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지금 봄이 왔다고들 하는데 생각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란 예감이 듭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적중한다는 것을 훗날 역사는 증명한다. 이날 만찬 중 JP는 붓으로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고 썼다. 법가의 대가인 한비자가 무려 2200년 전에 설파했던 말이다. 도리가 아닌 것은 이치를 당하지 못하고, 이치는 법을 당하지 못하고, 법은 권세를 당하지 못하고, 권세는 하늘(=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떤 권력도 도도히 흐르는 저변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은 권력자의 착각이자, 오만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JP가 썼던 비리법권천을 비웃는듯 하다. 여당은 권력이 모든 걸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거리낌 없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도와 상식의 길을 걷는다면 얼마든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텐데 야당도 비리법권천 이란 한비자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길을 가고 있다. 비단 중앙 정치권 뿐이랴. 식목일이자 청명인 4월 5일 치러지는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게 의표를 찌른다. 출마선언까지 했던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전국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편안한 길을 택했고, 박지원 전 원장은 중앙당의 무공천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가 출마하는가 하면 범민주계의 이합집산 속에 이념색이 강한 진보당 후보가 깜짝 선전을 하는 이변도 일고있다. 한병도, 안호영 의원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복당불가를 천명하고 있으나, 지난 2009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정동영, 신건 의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당당하게 복당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요즘 전주을 선거를 지켜보면서 정말 속앓이 하는 이들은 최형재, 이덕춘, 이정헌 등 내년 총선 후보군과 차기 전주시장이나 지방의원 후보군인지도 모른다. 민주당계 후보 당선땐 복당 논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데 세상사, 특히 정당에서는 정도를 걷는게 손해인 경우가 너무나 잦으니 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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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3.28 16:26

전북 시군, 미세먼지 조례 제정 시급하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던 때 미세먼지는 별 거 아닌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고 종국엔 생명을 파괴하는 무서운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경각심을 갖게 됐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북 일선 시군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가장 긴요한 미세먼지 관련 조례조차 없는 곳이 절반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10㎛(1㎛=1,000분의 1㎜) 이하의 아주 작은 오염물질을 말한다. 대기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자 주민들의 건강 역시 위협받고 있는데, 단적인 예가 호흡기 질환 환자의 급증추세다. 중앙정부에서는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기초자치단체까지 조례를 제정하는 등 범사회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일찍이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지난 2018년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뒤이어 광역자치단체들 뿐만 아니라 각 기초자치단체들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조례를 통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예방해야 하는 책무를 지자체장에게 부여하고, 각 지역 특성에 따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 정책을 발굴 및 시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로 원용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전북의 상황을 보면 도내 14개 시·군 중 절반은 관련 조례를 아예 제정조차 하지 않았다. 상위 법령이 있는데 구태여 조례 하나 만드는것 가지고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성급하지만 구체적이면서도 세부적인 조례 하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시군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반증이다.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조례제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북 14개 시·군 중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7개(전주시, 군산시, 익산시, 김제시, 정읍시, 완주군, 부안군)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비율이다. 지역별 기초자치단체의 미세먼지 관련 조례 제정 비율을 보면 서울 25개 중 23개(92%), 광주, 대전, 울산 5개 중 5개(100%), 강원도 18개 중 14개(77%), 전남 22개 중 17개(77%) 등이다. 꼴찌할게 따로있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제정할 수 있는 조례를 시군의회에서 이처럼 등한시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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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8 15:06

건강검진처럼 내 주변도 정기적 점검이 필요하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매년 치르는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내 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은 없는지 예방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국가 통계를 살펴보면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2021년 기준 5900건이 넘는다. 건강한 삶을 위해 검진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통계는 어떤가. 사고·중독으로 인한 의료기관 방문자 연 300만 명, 손상으로 입원하는 환자 연 100만 명.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제12차 국가손상종합통계」 첫 페이지의 내용이다.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추락 2663명, 익사 520명, 화상 264명, 중독 242명의 손상 사망이 발생했다. 실로 놀랄만한 숫자다. 내 몸 안의 위험 요소는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예방하는데 내 몸 밖, 즉 우리 주변에 위험 요소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럼 지방정부는 어떠한 정책을 펼쳐야 할까. 전라북도는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주변의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발견, 해소하기 위한 건강검진 같은 정기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우리 도는 주변의 위험 요소에 대해 촘촘하게 진단하는 ‘집중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점검으로 주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시설들을 살피고 안전 위험 요소를 사전에 해소하는 정책이다. 지난해 전라북도는 1500여 개소가 넘는 시설을 점검·예방하며 정부로부터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기 건강검진처럼 올해도 4월부터 2개월간 집중적으로 점검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시기·계절·이슈별 점검’이다. 도민의 이동과 활동량 증가는 안전사고 위험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봄·가을 행락철과 여름 휴가철, 명절 등 시기와 계절 특성에 맞춰 대중교통시설과 주요관광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터미널과 출렁다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도내 전통시장 점검 등 이슈별 점검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교량, 터널, 공동주택, 상·하수도 등 시설물 3774개소에 대해 점검 주기에 따라 안전 점검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군 공공시설 182개소에 대한 안전 점검을 위해 10억여 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관리자문단이 정밀안전점검이 필요한 시설 30개소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스스로 자가 검진하듯 내 주변의 위험 요소에 대해 신고하는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생활 속 위험 요소를 신고하고 개선 사항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신문고’ 앱 운영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신고하면, 원스톱으로 접수하고 처리하는 정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18만 1314건을 접수 받아 17만 7281을 해결해 97.8%라는 높은 처리율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이면 국제·생명·경제를 비전으로 한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안전에 대한 강조, 과할 정도의 대비·예방으로 생명을 중시하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뒷받침할 것이다. 정책은 도민과 소통하고 함께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 도민들께 내 몸의 건강검진처럼 내 주변을 둘러봐 달라고 당부드린다. 내 주변을 둘러보고 안전 위험 요소를 신고하면 전라북도가 ‘안전주치의’가 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허전 전라북도 도민안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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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7 17:53

후백제 위상 찾는 작업,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북일보와 후백제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후백제학술 대토론회’가 27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4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빼곡히 참여해 1100년 전 잃어버린 후백제사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말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후백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후백제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전북도민들의 자긍심을 찾자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후백제는 앞으로 왕궁 복원과 유물·유적 발굴, 보존과 활용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이날 토론회는 크게 두 가지가 논의되었다. 첫째는 후백제사에 대한 재조명이다. 기조강연에 나선 송화섭 후백제학회장은 “후백제 연구는 그동안 전적으로 삼국사기를 원전 사료로 활용해 연구하고 국사교과서를 기술했다”면서 “하지만 삼국사기 편찬을 주도한 김부식은 사관(史官)이기보다 고려의 신하로서 편협한 역사기술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후백제를 세운 견훤왕은 삼한(三韓)정통론을 바탕으로 삼한통합을 꿈꾸었으며 후백제는 자랑스런 중세국가를 지향했다고 재평가했다. 한국전통문화대 이도학 명예교수 역시 “흔히 쓰이는 견훤왕은 진훤왕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후백제의 건국은 지역주의를 뛰어 넘고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해 새 시대를 연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앞으로 과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후백제의 왕도인 전주 도성의 복원과 왕궁, 왕릉, 사찰을 찾아 복원하는 일이다. 우선 후백제 왕궁터로 비정되는 전주시 중노송동 인봉리 일대는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시급히 시(발)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복원 등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내 흩어져 있는 유물·유적을 찾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발굴, 보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1조150억원이 투입된 신라왕경복원사업을 벤치마킹하면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후백제 제전, 후백제 문화재단 설립 등을 차분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서둘러야 할 것은 전주를 ‘고도(古都)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시키는 일이다. 현재 고도는 경주 부여 공주 익산 등 4개 도시만 들어가 있으며 전주를 이에 포함시켜야 국가 중심의 보존육성이 이뤄질 수 있다. 후백제 복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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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7 17:52

우리의 미래, ‘생존 최우선’의 신인류

현생 인류의 윤택한 삶은 과거 고통에서 이어진 부조리한 현실 극복 의지, 개선 노력의 결과이다. 힘든 노동을 대체하기 위한 지능, 굶주림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의지, 인간됨의 잣대에 맞지 않는 야만과 폭력으로부터의 저항까지. 결국 인류는 ‘우리 삶은 (과거보다, 지금보다) 더 나아야 한다’의 집단 의지로 지금에 와 있는 것이다. 진보와 발전에 대한 믿음, 편하고자 하는 순수 욕망이 지금의 인류를, 문명을 만들었다. ‘더 나은 삶’이 희망이고 인간의 존재 이유(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 분야의 대표 국가이자 증명 사례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쟁에서 가장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눈부신 발전’에 도달한 국가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와 비슷한 국가에 비해 ‘새로 태어나는 사람’은 가장 적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가장 많다. 대한민국은 전 인류에게 ‘눈부신 발전’에만 몰두하면, ‘행복’이라는 가치가 사라지고, 결국 인구 소멸로 멸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과학기술과 문명이 진보를 가져온다는 믿음으로 달려온 인류는 21세기의 시작부터 바이러스 펜데믹과 전쟁, 기후위기, 극도의 빈부격차로 신음하고 있다. 성장을 위해 인류가 잔인하게 파헤쳤던 지구는 인간에게 더는 내주지 않고 인간이라는 종을 멸종시켜버리겠다고 맘먹은 듯하다. 과학기술이 이 문제 역시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인류의 미래는 매우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인류는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자원 고갈,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갈등 등의 다양한 문제를...(중략)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술의 발전과 혁신, 지속가능한 발전, 국제적인 협력과 평화 등을......” 영화 <그녀(2013)>와 <칠드런 오브 맨(2006)>은 인류의 미래를 동전의 양면처럼 비춰준다. 전자는 기계와의 사랑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매력 없는지를, 그럼에도 우리 미래는 꽤 괜찮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후자는 멸망이 예정된-바이러스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인류가 태어나지 않는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통제 권력과 저항 세력 사이에서 기적처럼 태어난 최후의 인류를 보호하려는 아찔한 줄타기가 이어진다. 영화는 자연스레 각자도생에 빠진 젊은 세대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부의 축적만이 유일 목표인 기득권이 투쟁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겹쳐지고, 영화 <다음 소희(2022)> 속 현실로 연결된다. 기득권은 젊은 세대들을 상대로 온갖 사기를 치면서, 노력과 성실의 가치를 모른다며 무기력과 좌절감의 가스등 켜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생명을 빼앗는다. 전주에 사는, 계약직 콜 센터 수습직 고등학생 소희와 그 다음 차례가 될 또 다른 소희의 죽음은 이래서야 다가올 인류 미래 따위는 좋을 리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발전이나 진보’가 아닌 ‘생존 최우선’의 인류가 반격을 시작한다. 먹고, 자고, 입는 모든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 잉여와 착취를 통한 이윤창출이나 가성비 우선이 아니라 지구에게 온전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먼저 따지는 인류. 자본과 시장을 믿은 결과가 인류 전체 재산의 절반 이상이 1%의 소수 개인의 몫이 된 상황에 저항하는 인류. 기득권의 탐욕과 권력욕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인류. 인류 역사의 진보와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몸소 감내해야 하기에, 그래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도해야만 하는 인류. 진보보다 생존이 우선인 인류. 바로 이들이 우리의 미래이자 현재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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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7 17:30

전북은 지금, 변화를 향한 도전과 희망 속에 비상을 시작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크레디트 스위스의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2023년의 대한민국의 경제는 구조조정 및 고용감소, 무역적자 및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경제침체로 지역경제에 더 많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렇게 힘이 빠지는 상황들이 전북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의 차별화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이다. 민선 8기에 접어든 지 벌써 1년여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출범으로 지방자치권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받게 되었다. 이 시점에 정부, 도의회,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참여로 지방시대의 비전과 추진방향 및 전략을 통한 전라북도 특별자치도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에 전북이 가장 필요로 하는 미래 성장산업도 육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각 분야의 민간협의체와 상생협력을 통하여 동반성장해야 할 길을 모색하고, 특별자치도의 자치분권 제도화를 위한 공동대응도 필요하다. 어려운 경제 속에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최근 들어 전북에 대기업 유치를 위한 행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 국가사업인 9000억원의 새만금 하이퍼튜브 시험센터(새만금 농생명용지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는 초고속 이동 수단) 유치를 계기로 ㈜두산 기업의 약 700억 원의 투자유치, 삼성전자의 대·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이차전지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한·중 1조2000억원의 외자유치 등 어려운 전북경제에 켜진 파란 신호등불이 반갑기만 하다. 전국적으로 인구 소멸에 따른 인구유입문제, 지방인력 양성문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등 많은 현안 속에 해결해야 할 바탕들이 부족한 상태였지만, 계속 이어지는 대기업 유치와 투자유치에 따른 인구 유입과 일자리에 대한 기반 구축을 마련했다는 점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계기들로 지역의 서비스 기반산업인 관광산업의 연계 활성화도 도모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관광산업의 메카로 조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대규모 행사인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대회, 세계잼버리대회, 국제종자박람회, 세계발효식품엑스포, 국제신재생박람회, 세계금융컨퍼런스 등 글로벌 마이스와 연계한 국제행사가 다수 개최되고, 특히 올해 한·중·일 장관회의,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 등이 다체롭게 펼쳐질 것이다. 미래의 땅인 새만금은 동북아 중심의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규모 복합리조트사업과 해변도시, 국제공항 등을 만들어가야 하고, 전주는 공설운동장에 컨벤션센터 건립이 추진되어 글로벌 마이스 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즉, 서비스 융복합 거버넌스로 인하여 어려운 경제지표에 있는 전북의 소상공인들에게 위기의 극복과 기회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는 앉아서 기다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민·관·산·학이 함께 연대하여 뛰고 또 뛰어서 변화를 향한 도전과 희망 속에 우리의 비상을 시작해야 한다. 참 살기 좋은 전라북도를 위하여. /장영훈 전북마이스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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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7 17:29

계륵이 된 버스터미널

도시의 관문인 버스터미널이 ‘계륵(鷄肋)’이 됐다. 놓을 수 없는데 들고 있기는 버겁다. 인구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19로 주민의 이동 반경마저 좁아졌다. 승객이 크게 줄면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버스 감축 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경영 악화로 인해 문을 닫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속출하고 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민간 운영사의 결정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남원고속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앞서 남원 반선터미널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2021년에는 김제 원평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이 영업을 종료했다. 또 지리산의 관문인 인월터미널도 올 초 남원시에 폐업을 통보해 지자체에 숙제를 안겼다. 이렇게 민간업체가 포기한 버스터미널은 시외‧고속 통합터미널로 운영되거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인구절벽 시대,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버스터미널 폐쇄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역사회 파국을 막는 일은 결국 지자체의 몫이 됐다. 폐업한 터미널을 매입해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정읍 신태인버스터미널과 임실 오수버스터미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터미널을 공영화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도시 여객운송업의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터미널 직영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출구 없는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창군이 “민간사업자가 폐업 의사를 전해온 고창터미널을 인수해 직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모사업’에 선정된 고창군이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터미널을 주상복합 건물로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버스터미널 신축 예산은 국가 공모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향후 직영체제에서 부담해야 할 운영비는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버스터미널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다.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단체처럼 지방 중소도시 주민들도 이동권 보장을 촉구해야 할 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버스와 여객터미널이 핵심 대중교통수단 및 사회기반시설로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계‧지자체와 긴밀히 소통해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권은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당연히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버스터미널마저 없는 도시는 ‘살기 좋은’이 아닌 ‘살 수 없는’ 지역이 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몰린 전국 각 지자체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대안이 버스터미널 직영이다. 버스터미널 유지‧운영에 국비를 지원해 달라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3.27 17:02

새만금 협약, 실제 투자로 개발 기폭제돼야

정부가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심지어 개발 예정지 주변 아파트 거래 가격이 1억 원 넘게 오르는가 하면 토지 거래량도 평소의 4~6배로 급증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첨단 반도체 공장과 가까운 입지를 뜻하는 ‘반세권’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부럽기 짝이 없지만 오래 전 새만금에도 삼성그룹의 투자 약속이 발표되면서 끝내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 못한 채 신기루로 마감됐다. 한편에선 사기극이란 말도 나돌았고, 또 한편에선 투자 무산의 배경을 둘러싼 각종 억측도 난무했다. 투자협약은 그래서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마침내 개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돼야만 의미가 있다. 며칠 전 이차전지 글로벌 일류기업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주)(이하 지이엠코리아)가 전북 새만금에 1조원대 대규모 투자하기로 전북도, 새만금개발청, 군산시와 함께 협약을 체결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지이엠코리아는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전구체 기업인 GEM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SK온과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신규 외투법인인데, 우량 기업 간 합작을 기반으로 해 커다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외 일류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신규 설립한 기업이 1조원대를 투자해 새만금에 이차전지 소재 전구체 생산기업을 짓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새만금이 이차전지 전략거점을 확보했음을 의미하는 신호탄이다. 지이엠코리아는 오는 2026년까지 군산 새만금산단 6공구(33만㎡)에 1조 21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고, 1124명을 신규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에선 '메이드인 코리아' 마크를 달아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하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으나 어쨋든 이번 투자 협약은 그동안 새만금개발에 목말라 왔던 도민들에겐 청량제같은 희소식이다. 오는 6월 착공해 2025년 1공장, 2027년 2공장을 완공하는 게 목표인 만큼 당초 로드맵대로 잘 추진될 수 있게끔 전북도, 새만금개발청 할 것 없이 협치를 통해 매끄러운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한다. 이번 투자가 전북 전략산업 핵심인 2차 전지 특화단지 가치사슬 체계를 완성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되기를 거듭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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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3.27 14:54

장수군 ‘스마트팜’, 미래 농업 이끈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수년 전 국내 초청 강연에서 농업이 진정한 미래 산업이며, 앞으로 농산물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농부의 값어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예측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며 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고, 이러한 변화에 맞춰 최근 농촌에서는 ‘스마트팜’이 4차 산업혁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장수군은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을 민선 8기 주요 역점 사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9월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사업’ 기본계획을 승인하고, 10월에는 농어촌공사 무진장지사와 협약을 맺으며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수군은 2022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36.8%를 넘어서며,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인구 감소 등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농촌 붕괴 직전에 와닿아 있다. 농촌 붕괴를 막고 농업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팜’은 꼭 필요하다. ‘장수군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은 단순히 기술을 결합한 농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창의적 디지털 지식을 갖춘 청년농 육성 집중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수군은 초보 농업인들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지역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을 통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농업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다.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땅을 초보 농업인들에게 임대로 제공하고, 멘토링, 현장 중심 실습 등을 통해 작물 재배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초보 농업인들이 장수군 지역 특색을 빠르게 파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장수군은 663억 여 원을 투입해 8㏊ 규모의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있다. 1단계로 2024년까지 두산리 일원에 4㏊ 규모의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2단계로는 올해 4㏊ 규모의 사업부지를 선정한 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무엇보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청년 임대아파트 100호 공급에도 집중하는 등 청년들이 농촌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의 주 5일제 실현이다. 농업에 드는 많은 시간과 노동강도로 인해 청년들이 농업을 기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마트팜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노동시간 절약과 노동력을 절감해 주5일제 실현과 워라벨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률은 0.78명으로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지도 오래다. 우리 농업에 젊은 활력이 생기지 않는다면 농촌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도전적인 농업’, ‘창의적인 농업’을 통해 우리 지역으로 청년들을 유입시키고 우리 지역에서 꿈과 재능을 활발히 펼치며 행복한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장수군이 농업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최훈식 장수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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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6 17:31

국힘, ‘대광법 개정안 통과 지원’ 약속 지켜라

국민의힘이 전북의 현안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광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하는 전북이 독자권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광역교통망 확충이 시급하다. 그간 전북은 중앙정부의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현행 대광법은 대도시권을 ‘특별시·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없는 전북권역은 정부의 광역도로망과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서 번번이 누락됐다. 이에 따라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대광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총력을 쏟고 있다. 김윤덕 의원과 정운천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대도시권의 범위에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청 소재지인 도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을 추가한 게 골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난 21일 해당 법안에 대한 심사가 있었고, 28일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법안이 28일 국회 첫 문턱을 통과하더라도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그리고 본회의 심의가 줄줄이 남아있다. 현행법을 적용받는 대도시의 반발과 함께 지역 간 형평성 등을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안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대광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힘을 싣겠다고 밝혀 지역사회의 기대가 커졌다. 지난 23일 전주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대식 최고위원은 “대도시권에 대한 획일적인 구분으로 전북도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전북특별자치도가 독자권역으로 광역경제권을 갖출 수 있도록 광역교통망 구성을 뒷받침하는 법안 통과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광역교통망 구축사업 지원대상인 대도시권의 범위를 재설정해 전주권을 포함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지도부 출범 후 개최한 첫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전북과의 동행을 강조했다. 우선 대광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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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3.26 17:31

전주을 재선거, 공약과 범죄 꼼꼼히 살펴야

4·5 전주을 재선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인 데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21대 총선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게 됨에 따라 치러지게 되었다. 그런 만큼 후보들의 공약과 범죄 전력, 병역, 탈세, 탈당 여부 등을 꼼꼼하게 살펴 선택했으면 한다. 우선 6명 후보들의 공약부터 살펴보자.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전주를 디지털 플랫폼 경제 중심으로 육성하고 청년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금융허브도시 도약과 대출금리 인하를 내세웠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황방산 터널 개설과 삼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추진을, 김광종 후보는 전주를 독일 뮌헨과 같은 강성한 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또 안해욱 후보는 김건희의 실체를 밝히고 윤석열의 친일매국 정권 타도를, 김호서 후보는 전주를 제3금융도시 지정과 탄소·수소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1년 2개월의 짧은 임기 동안 지키기가 어렵고 살현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또 이미 전북도가 추진 중인 사항도 있다. 이어 범죄 전력을 보면 강성희 후보 5건, 임정엽·안해욱 후보 각 2건씩이다. 강성희 후보는 2005년부터 4차례에 걸쳐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등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을, 2015년에는 업무방해와 폭력행위법 위반(공동주거침임 및 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임정엽 후보는 1982년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2002년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안해욱 후보는 2005년과 2018년 각각 업무상횡령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병역은 김경민 김광종 안해욱 후보가 군 복무를 마친 반면 강성희 임정엽 김호서 후보는 군 복무를 마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재산 형성 과정이나 정당의 탈당 여부 등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재선거는 대개 투표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전국적인 관심 속에 치러지는 만큼 인물과 정책 등을 세심하게 비교해 선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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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3.26 17:22

농사, 종자 준비부터 꼼꼼히

풍요로운 삶을 인류가 영위하기 위해서는 넉넉한 식량이 필요하다.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다각적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한다. 특히 종자는 기본이 되며, 쉽게 준비도 할 수 있다. 요즘 이상기상으로 기상재해 발생이 종종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이앙시기, 이삭 출수기, 수확기 등을 달리하는 품종을 적절하게 심어서 기상재해를 분산시키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우량종자를 생산․보급하고자 원원종, 원종 순도유지와 생산된 보급종을 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서 농업인에게 공급해 안정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는 종자보급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생산자인 농업인의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정부정책 방향에 부합되는 품종별 원원종, 원종, 보급종 생산량을 결정하는 종사생산협의회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별 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종자는 재배하는 과정에서 타품종과 기계적 혼입이 되기도 하며, 꽃가루가 혼입하여 유전적으로 순도가 떨어지는 경우, 병해충으로 품종 고유의 성능 발휘가 되지 않는 경우로 인해서 순도가 높은 보급종으로 바꿔가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정책적으로 새로운 품종특성이 미래 지향적으로 시장의 수요 등을 예측하여 보급종 생산시스템에 도입하기도 하고, 기후변화대응에 강한 품종을 제안하여 안정적으로 국민먹거리 생산기반도 다지는 역할도 한다. 종자를 준비할 때는 우선적으로 농촌진흥기관에서 보급하는 순도 높은 보급종, 원종을 확보하고, 부족한 경우엔 지역에서 농사를 잘 짓는 선도농가의 포장에서 작년도 병해충 발생이 적은 포장에서 생산된 우량종자로 자율교환하여 확보하되, 육안으로 볼 때 종자 고유색이 선명하고 이물질 등의 혼입 등을 관찰하여 종자의 품위가 좋으며, 발아율 검사를 사전에 실시해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한 지역에서 한 품종만을 재배할 경우에 이상기상으로 인해 재해를 받을 경우 피해가 크며 때론 심각하여 수량감소가 많아서 소득이 줄어 드는 것을 경종적 방법으로 품종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특성에 따라서 모내기하는 시기도 다르게 해 기상재해를 줄이는 것이 풍요로운 농촌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보급종은 미소독 종자로 종자소독을 꼼꼼히 실시해 병해충을 초기에 방제해 모내기 한 후에 본포장에서 병해충 발생이 나오지 않도록 종자소독하는 온도를 잘 준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4대 채소로 많이 재배하고 있는 고추는 품종도 많고 용도별로 품종이 명확히 나누어져 있다. 풋고추용, 김장김치 고춧가루용, 조미용 등 품종별 풍미와 고춧가루 수율이 다르기에 판매처의 기호에 맞는 품종을 선택하거나, 목적에 따라서 고춧가루를 혼합해 활용하는 경우 비율에 따라서 품종별 모종량을 결정해야 한다. 요즘은 고추묘를 육묘장에서 길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대량으로 사용하는 농가는 사전에 품종을 선택해 육묘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적은량을 구입하는 경우는 기상재해, 역병, 탄저병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경영비를 절감하는 첫걸음이다. 또한, 육묘중에서 병해충 피해와 생리적 장해를 입지 않은 건전한 모종을 엄선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배기간중에 병해충방제 횟수증가와 결주에 따른 보식작업 등을 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고추 종묘대를 아끼려다가 경영비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즉 우량종자와 건전한 모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년도 풍년 농사를 짓는데 종자준비가 우선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종으로 판매가 수월하고 기상재해, 병해충에 강한 품종으로 경영비를 절감하고, 수확시기를 다르게 하여 노동력을 분산하는 방법으로 고품질 농산물을 최소비용으로 생산하길 기대한다. /권택 전북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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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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