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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의 미래, 내부 분쟁·갈등 해소부터

새만금 내부 관할권을 놓고 불거진 인근 지자체 간의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방조제 관할권을 둘러싼 군산과 김제·부안 등 내부 지자체의 날 선 갈등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돼 막대한 행정력 낭비와 지역 갈등을 초래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면서 방조제 관할권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새로운 매립지를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개통한 새만금 동서도로의 행정구역 관할권을 놓고도 군산시와 김제시가 각각 행안부에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또다시 양보없는 다툼을 예고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새만금 신항만 건설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신항만의 행정구역을 놓고 또다시 군산시와 김제시가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전북도와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이 새만금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하고 ‘새만금권역행정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지자체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행정협의회에서 지자체 간 관할권 분쟁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각 지자체가 새만금 발전을 위한 협치를 강조하면서 속으로는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숱한 논란 속에 어느덧 착공 30년을 넘긴 새만금 개발사업은 이제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동서도로 등 인프라가 속속 구축되면서 내부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껏 그림만 그렸던 새만금의 미래 청사진을 이제 하나하나 실현해 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특히 오는 7월로 예정된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민간자본 투자 유치, 대규모 기업 유치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내부 관할권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성공적인 새만금 개발이 우선이다. 새만금 내부 개발이 진행될 때마다 매립지나 시설물을 놓고 지자체 간 분쟁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 같은 갈등과 내부 분쟁은 결국 새만금 개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새만금지역의 지자체들이 일찌감치 자기 몫 챙기기에 몰두해 내부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다. 우선 각 지자체가 갈등과 분쟁이 아닌 협치를 통해 새만금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2 13:00

기초학력 신장, 서 교육감 첫째 과제다

인성과 학력신장은 공교육의 동시 지향점 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바른 인성을 갖게하는것은 학교교육은 물론,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그런데 변화무쌍한 국제경쟁 시대에서는 탁월한 역량과 재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것 또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며, 가히 생존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낙후의 대명사 격이 돼버린 전북의 밝은 앞날은 얼마나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된 젊은이를 배출하는가 여부에 달려있다. 장기간 계속된 김승환 교육감 체제에서 전북교육은 침체에 침체를 거듭했다. 평가 요소에 따라, 또 보는 시각에 따라 상반된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큰 틀에서볼때 전북의 학력은 크게 뒤떨어졌고 특히 기초학력 저하현상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사교육과 비교해서 전북 사교육의 빈약함은 아예 비교대상조차 되지 않는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공교육 분야에서도 전북이 결코 수도권에 비해 앞선다고 말할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동안 전북교육계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자녀를 전북에 보냈는지, 아니면 수도권이나 유수의 외국학교에 보냈는지 살펴보면 전북 교육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 취임 반년을 조금 넘어선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2023년을 ‘기초학력 책임’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기초학력만큼은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서 교육감은 “초 2부터 고 1까지 신뢰도 있는 평가도구로 진단검사를 전면 실시해 기초학력 부진을 찾아내고 맞춤형 처방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초학력 협력교사 100명, 학습지원 튜터 300명을 투입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더 투입해서 초등학교 단계에서 기초학력을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거다.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표방한 서 교육감의 비전과 역량은 바야흐로 지금부터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에듀테크 기반 구축, 기초학력 신장, 수업 혁신 등 10대 핵심과제를 포함해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는 36개 과제를 제시했는데 그중에서도 교육공동체가 가장 주목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초학력 신장이다. 사실 기초학력 책임지도로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작은 시작일 뿐이다. 서거석 교육감은 앞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기초학력부터 높여야 한다. 향후 구체적인 수치와 결과로 교육가족들에게 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2 11:19

‘광한루원 가치 발견 및 문화상품화 전략’ 포럼에 대한 이견

지난 2022년 12월 16일 문화예술조합 섬진강 주최로 남원아트센터에서 열린 ‘광한루원 가치 발견 및 문화상품화 전략’ 포럼에서 ‘광한루원만의 한옥과 이야기 중심의 프로그램 개발과 관광자원으로서 육성’을 주장한 바 있다. 물론 광한루가 조선 초 황희 정승이 거처하던 정원의 누각이었다는 역사적 장소성과는 부합된 사실이다. 그러기에 광한루를 조선시대의 정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새로운 정원 조성작업을 보완하자는 의견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광한루를 ‘남원읍성의 관아 누각으로서의 본질적 가치회복의 필요성을 주장, ‘광한루원에 있는 춘향각’과 ‘월매집’ 그리고 ‘전통놀이 시설’을 이질적 요소라 규정하면서, 이들이 ‘광한루 본래의 역사적 가치를 상실시킨다’는 배재대 최종화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남원을 사랑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남원을 지켜온 이 고장 원로 문인과 학계, 예술인들로부터 많은 물의를 빚고 있다. 광한루가 황희 정승이 기거하던 정원의 누각이었지만 광한루는 숙종 때부터 『춘향전』의 배경지로서 ‘남원’하면 ‘춘향전’이고 ‘춘향전’하면 ‘광한루와 오작교’가 동시에 떠올릴 만큼 ‘광한루’와 ‘춘향전’은 이미 춘향골 남원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된지 오래다. 때문에 광한루 경내에 세워져 있는 ‘춘향각’과 ‘월매집’은 광한루의 ‘이질적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광한루의 역사성에 문화·예술성이 더해져 관광문화사업 확장에 시너지 효과를 더하고 있는 문화콘텐츠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춘향골 남원에 들러 춘향전에 등장하고 있는 광한루와 오작교, 춘향이가 탔던 그네 그리고 춘향의 초상화를 모셔놓은 춘향각과 월매집을 둘러보면서 소설 속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광한루는, 광한루라고 하는 황희 정승의 누각이라는 역사성 못지않게, 오랜 세월에 걸쳐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아로새겨진 열녀춘향과 한국 최고 고전소설의 배경지라고 하는 문화적 예술성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적인 관광지로서의 이중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미 오랜 세월에 걸처 광한루를 우리고장의 자랑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남원인들과, 춘향전을 떠올리며 광한루를 찾아오는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광한루에 들러 한국식 전통정원의 옛 정취와 누각의 아름다움 그리고 광한루 경내를 둘러보고, 이곳에서 이루어진 성춘향과 이도령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떠올리면서 부부의 정의와 사랑을 다시 새기는 광한루가 거듭나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남원은 가는 곳마다 선열들의 숨결이 현대와 어울려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유산이 산재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광한루가 아닌가! 그래서 남원을 떠올리자면 우선 광한루요, 그 광한루가 불멸의 고전소설 춘향전의 발상지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남원 토박이들의 긍지로, 100여 년의 세월을 헤아려 그 광한루를 중심으로 향토민속제 ‘춘향제’를 민족문화의 발판으로 이루어 왔던 것이다. 이 축제는 남원시민의 자부심 속에서 남원시민의 정신적인 향토애를 가꾸어 왔고, 화합과 타협의 지주가 되었던 것이다. 지난번 열린 「광한루원.....」 운운하는 포럼 발표의 주체처가 섬진강이다. 어떠한 성격의 조합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으나, 적어도 남원에 존재하는 남원의 문화와 예술에 근간을 두고 있는 조합이라면 구체적이고 폭이 넓어야 하지 않을까? 더욱 역사의 기록이 흔들리고 왜곡되면 그 잘못은 영원할 것이다. 이 고장의 향토성이나 토착민들의 정서를 거슬리는 주제발표로 남원의 지식인들이 무시당하는 개운찮은 뒷이야기가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윤영근 전 남원예총 지회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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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1 17:15

학령인구 급감…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북지역 내 초등학생 수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줄어드는 인구에 해마다 5600명의 초등학생이 감소한다니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지만 자치단체와 교육청, 도민들 모두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엄정한 과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3~2029년 초·중·고 학생 수 추계 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 초등학생 수는 2023년 8만6771명에서 2029년 5만3043명으로 3만3728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38.87%가 감소한다. 이는 경남, 울산, 서울에 이어 전국 4번째로 높다. 교원 수급 및 학교 존폐와 직결되는 초등학생 1학년 수의 감소도 마찬가지다. 2023년 1만2011명에서 2029년에 7669명으로 36%가 줄어든다 . 도내 422개 초등학교 가운데 올해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는 215개교로 절반이 넘고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도 4곳이나 된다. 이 같은 학생 수 감소는 지역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종국에는 지역소멸로 이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반등시키기 위한 대책이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저출산 고령화에 쏟아부은 돈만 220조에 이른다. 그러나 출생아 수는 계속 줄어들었다. 1970년 100만명이 넘던 출생아 수는 2022년 25만명대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 역시 4.53명에서 0.7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꼴찌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소멸은 물론 국가소멸도 걱정해야할 판이다. 지역 차원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그래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역외유출을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다. 학령인구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수도권 등으로 이사가지 않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좋은 교사나, 많은 재정 투입,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또 도시나 농어촌학교에 따라 '작은 학교 공동학군제',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의 통합, 모듈러 교실 설치 등 여러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제 학령아동 급감은 먼 장래의 일이거나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1 17:15

고창군 도시재생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선정을 축하하며

지난 2014년 일본 관료출신 정치인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는 “지금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지방은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내용의 마스다보고서를 발표하고 같은 해 <지방소멸론>이라는 책으로도 발간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큰 충격파를 던진 바 있다. 지방이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지방소멸'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경고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의 위기는 지방소멸이라는 용어가 대변해 주고 있는 것처럼 과장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및 경제지표를 비교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2022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 격차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전체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50.3%, 청년인구(20∼39세)의 55%, 전체 일자리수의 50.5%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 기준 1000대 기업의 86.9%가 수도권 집중돼 있으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도 수도권은 3,710만 원, 비수도권은 3,410만원으로 그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는 수십년간 제기되어 온 이슈로 이를 해결하기위한 국토균형발전정책도 여러 정권에 걸쳐 시행되어 왔다. 정부기관의 지방이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등과 같은 정책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가속화되는 지방의 침체를 다소간 완화시키고 지연시키는 효과는 없지 않았으나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방의 위기가 단순히 공공기관의 수도권 집중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구, 교육, 경제 등 총체적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총력대응이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정책을 활용한 지방정부의 자구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병행 추진돼야 하며, 각 정부부처의 정책수단을 면밀히 파악해 부처연계사업으로 동시추진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연말 고창군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혁신지구사업에 공모해 선정된 것은 중앙정부의 정책수단을 활용한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지방정부의 노력여하에 따라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업이다. 일례로 천안시는 그간 여러차례 도시재생사업에 공모해 다수 선정된 바 있으며, 특히 동남구청 도시재생사업은 국토교통부 지원하에 천안시, 한국토지주택공사, 현대건설 등 민관협력사업으로 추진돼 천안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안시는 동 사업의 성공을 계기로 천안역 도시재생 혁신지구 등 지역활성화를 위한 후속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고창군에서 도시재생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에 공모해 선정된 것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은 지역의 경제성장거점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원규모도 가장 크고 사업요건도 까다로워 그간 군(郡)단위에서는 공모신청한 사례도 없었다. 고창군에서는 새로 취임한 군수님을 비롯해 부군수님과 담당 공무원들이 수 개월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담당자들을 수시로 방문해 자문을 구하고 민간 협력파트너를 찾아내는 등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짧은 기간내에 내실있는 사업계획안이 만들어졌고 공모 평가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으며 선정됐다. 이러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쌓이다보면 지방의 소멸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고창군의 도시재생사업 혁신지구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활력 넘치는 고창군으로 거듭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상석 국토부 재생사업기획단장 △김상석 단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국토부 자동차관리관, 새만금개발청 개발사업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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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1 16:14

평균실종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장 김난도 교수는 매년 10가지 키워드를 선정해 대한민국의 미래 흐름을 진단해왔다. 2023년, 김교수가 꼽은 코리아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는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이다. 우리는 지금 평범한 삶, 보통의 의견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으며,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에서 양극화와 단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균형발전이나, 노사화합,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과 구호들이 실종되고 극단적인 주장들이 미디어와 SNS를 통해 전파되는 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이같은 진단은 타당하게 보인다. 양극화 현상으로 2023년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로 대변되는 경제적 양극화를 우선 꼽을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807만 1000원으로 하위 20%의 처분가능 소득 90만2000원에 약 9배에 달했다.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여야 간의 정치적 양극화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정치적 이념 격차는 매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른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자신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보면서 싫어하고 혐오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는 이 밖에도 성별간, 세대간, 노동시장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단극화는 절대 우위를 가진 한 곳으로 세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단극화의 폐해는 수도권 일극체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국가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 청년 인구의 55.0%, 일자리의 50.5%, 1000대 기업의 86.9%가 집중되어 있다. 또한 수도권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3710만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원 많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있는 수도권은 인구과밀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약 65%의 자치단체가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 양극화를 넘어 이제는 국가의 단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와 단극화 현상은 결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현상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끊임없이 균형과 중용을 위한 목소리를 내면서 통합과 화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난도 교수가 “사람들의 취향이 너무 달라져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전향성이 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2023년의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말했던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더는 통상적인 평균의 기준이 무의미해졌다.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한 전략을 구사해야 우리 경제와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평균실종의 시대’ 양극화와 단극화의 끝점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특별하고 대체 불가능한 미래 전략을 마련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차별성과 새로운 개념의 다양성을 갖춘 풍요로운 사회로 나가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다. 물론 시민에게 통합과 화합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성실하게 고민하고, 실천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전주시갑 국회의원∙제25회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공동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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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1 16:13

새만금 테슬라와 실패박물관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을 모르는 이는 없으나 그보다 더 천재로 평가됐던 니콜라 테슬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역사는 항상 1위와 승자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19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원래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였다. 그런데 테슬라는 수상을 거부했다. 소위 ‘전류전쟁(Current War)’에서 교류(交流)를 고안한 테슬라 입장에서는 직류(直流)를 고안한 에디슨과의 공동수상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해 물리학상은 제3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미국 주간지 ‘라이프 매거진’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의 한 사람으로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를 꼽았다. 크로아티아는 테슬라 탄생 150주년을 맞아 2006년을 ‘니콜라 테슬라의 해’로 정했고, 세르비아는 2006년 3월 베오그라드 국제공항 이름을 ‘테슬라공항’으로 바꿨다. 테슬라를 두고 미국,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서로 자기 나라의 발명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1856년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테슬라가 세르비아인이었고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간 이력 때문이다. 테슬라의 이론에 근거한 발명품을 보면 전자현미경, 수력발전소, 형광등, 라디오, 무선조종보트, 자동차 속도계, 레이더 등 셀 수 없으나 라이벌이었던 에디슨 때문에 많이 가려졌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갔던 테슬라를 역사는 잊지 않았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테슬라의 이름을 딴 T(Tesla)를 쓰는 게 대표적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2003년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회사인 테슬라가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에 의해 설립됐다. 회사명 테슬라는 물리학자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의 이름에서 따왔음은 물론이다. 테슬라가 최근 한국을 아시아 제2 공장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고려중인 가운데 전국적으로 34개 도시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일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국내에서 새만금만큼 토지 이용이 자유롭고 부지 조성시 민원이 없는 곳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미시간주 앤하버에 가면 ‘실패 박물관’이라고 하는 특이한 박물관이 있다. 처음에는 의미 없는 제품만 모인 실패작이 되나 싶었지만, 7만점 이상의 물건이 모이자 사람들은 실패 스토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업 경영인들이 따로 예약을 해서 찾아올 만큼 명소인데 실패가 결국은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백열전구 하나를 발명하는 데 10년 동안 2천 번 넘게 실패했던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단지 2천 단계를 거쳐 발명했을 뿐이죠” 테슬라의 새만금 유치는 사실 실낱처럼 희박하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집념만 있으면 꼭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그게 실패 박물관이 던지는 메시지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11 14:32

새만금 대규모 투자유치 전환점 되길

새만금개발청이 오는 7월 새만금을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전북의 현안인 새만금사업 활성화를 위해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약속했고, 이후 국정과제에 반영하면서 추진 의지도 보여줬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새만금을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하고 기업에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감면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은 확실시 된다.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적용 범위가 기존 새만금국가산단을 넘어 새만금 전역으로 확대돼 기업유치와 민간투자 유치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투자진흥지구는 지방 대도시와 중소 거점도시에 기업과 청년이 모이는 메가시티와 강소도시를 육성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런 만큼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계기로 새만금은 초광역권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해내야 한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지금까지는 투자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는 기업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간이 됐다”며 “새해에는 대규모 기업 유치를 통해 새만금이 기업으로 붐비는 모습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초 김 청장이 의욕적으로 밝힌 새만금의 청사진이 올해는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란다. 새만금개발사업은 무엇보다 국내외 민간자본 투자 활성화 여부가 사업 성패의 관건으로 꼽혀왔다. 국제공항과 항만·도로 등 새만금 SOC 확충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결국 투자유치 전략과 맞물린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그동안 국내외 투자유치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물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대에 크게 못미친 게 사실이다. 새만금사업의 최대 과제는 여전히 국내외 민간투자 활성화다. 새만금 개발 방향에 맞는 에너지와 관광·농생명·생태 등의 분야에 초점을 맞춘 투자유치 전략도 요구된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민간자본 투자 유치, 대규모 기업유치에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1 11:51

전북도-대학 손잡고 지역혁신체계 성공시켜야

정부가 대학 지원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기로 하면서 전북이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시범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교육부가 전북도에 시범사업을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김관영 지사가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으로, 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정책을 건의해 받아들여진 바 있다. 새 정부 들어 교육부는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재정적 권한을 모두 지자체에 이양·위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지역 맞춤형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히 넘기고, 현지 산업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당정은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과 지역이 파트너십을 통해 선순환 발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자체 주도의 '지역혁신중심대학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고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학 지원 관련 권한의 지방 이양·위임을 올해 5개 시도에서 시범 추진하고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분야 규제 혁신과 부실대학 구조개혁도 강력 추진키로 했다. '지방대육성법'을 개정해 학과 신설, 정원 조정 등 규제를 없애고 부실 위험이 높거나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퇴로도 마련키로 했다. 이러한 정책은 지방대학이 처한 위기가 지방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북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방대학이 2023년 수시 및 정시모집에서 미달사태가 속출한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지방대학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 닫는 대학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전북은 김 지사 당선 이후 대학 및 전북교육청과 연계해 협력체계를 구축해 왔다. 문제는 이 정책이 지역도 살리고 대학도 살릴 수 있느냐 여부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대학생들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여기에 기업도 힘을 보탰으면 한다. 맞춤형 교육 혁신을 통해 젊은 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지역발전을 이끄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을 철저히 준비해 모범적인 해법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0 17:55

그들은 왜 방통위 공무원과 언론학자들을 수사할까

새해 벽두부터 칼바람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이다. 얼핏 보면 원칙도 철학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기준이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나를 불편하게 만들면’이다. 그리고 거기엔 ‘법과 원칙’이라는 규범적 언어들이 동원되고, 법기술 관료들이 주도하는 권력기관이 앞장선다. 한편으로는 보수여당과 보수언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자를 맞춘다. 권력 감시를 본연의 책무로 하는 언론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언론은 국익과 헌법수호라는 걸맞지 않는 명분까지 앞세워 철저히 ‘왕따’ 시켰다(MBC).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프로그램(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된다고 지역공영방송(TBS)의 생존 근거를 박탈했다. 그러면서 불편했던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MBC 기자의 도발(?)에 대한 재발 방지를 명분삼아 슬그머니 폐지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신년사로 대체하는 한편, 특정 보수일간지를 통해 단독 인터뷰를 내놓았다. 언론탄압, 비상식적 언론대응, 편협한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사로 다져진 맷집일까. 그들만의 원칙 앞에서 쇠귀에 경 읽기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흔들기도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방통위원장의 퇴진을 종용했으나 물러나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나서서 개인적 치부를 드러내고자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감사원이 나섰고, 방통위는 집중 감사의 대상이 됐다. 2022년 6월부터 통상 감사를 벗어난 고강도 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는 2020년 3월에 실시한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을 문제삼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수정한 것을 빌미 삼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은 심사과정을 진행한 방통위 직원과 심사에 참여한 민간인 전문가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심사에 참여하면서 점수를 수정한 언론학자들 역시 수사의 대상이 됐다. 압수수색, 통화기록 및 이메일 조회, 출국금지 조치, 검찰 출두 조사를 받았다. 언론 학계는 범학회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위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무리한 수사와 언론학자 탄압을 규탄했다. 306명의 언론학자들이 서명한 의견서를 감사원과 검찰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무조정실의 방통위 감찰 역시 같은 과정이다.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이사 추천과 선임은 방통위가 주도한다. 이에 전 정권 시절 진행된 이사 선임과 임명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감사원 조사, 검찰 수사에 이어 방통위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카드이다. 조그마한 흠이라도 발견된다면 가차 없는 그들만의 법과 원칙 규범이 적용될 것이다. 지난 7일 검찰은 마침내 방통위 간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심사 결과는 지켜 볼 일이다. 방통위 공무원 노조는 이어지는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국무조정실 감찰과 관련 “현정권은 방통위를 방송장악을 위한 도구로 변질시켜 정권수호의 앞잡이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나도 종편재승인 심사에 참여했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온 동료 학자의 말이 귀를 울린다. “학자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다. 화가 나서 살 수가 없다”. 나찌 정권 하에서 고초를 겪었던 ‘마르틴 니묄러’의 ‘처음 그들이 왔을 때’라는 시도 귀에 맴돈다. 내 삶에 묻은 티끌을, 언제 어느 때 법과 원칙의 규범으로 불러낼지 불안하다. 그래서 새해이건만 덕담을 나누기가 힘겹다.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김은규 교수는 현재 한국언론정보학회 학회장이며 전주공동체라디오 대표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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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0 17:55

유권자의 선거 혁명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요즘 정치권의 화두다. 한 선거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2-5명까지 뽑자는 것이다. 선거구 문제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정치를 바꿔보려는 속셈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진영 논리에 따른 극단적 패권 정치가 정치 혐오증을 불러오고 이에 편승한 호영남 지역주의도 여전하다. 협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정파 이익을 내세워 국민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런 적폐들이 기득권 강화와 밀접하게 연관됨에 따라 세대교체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우리 정치인들은 서로 잘하려고 경쟁하기 보단 상대방을 공격하고 악마화시켜 그에 따른 반사 이익만 노린다” 는 어느 교수의 일침이 의미심장하다. 전북의 경우 그간 선거 때면 ‘공천이 곧 당선’ 이라는 케케묵은 지역 정서가 민주당의 일당 독식을 고착화시켰다. 20년 이상 정치권을 쥐락펴락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퇴행적 지역주의는 새판짜기를 열망하는 유권자에게 절망감만 안겨 주고 있다. 새해 벽두 윤석열 대통령이 꺼내 든 중대선거구제는 정치 개혁의 신호탄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면 선순환의 정치력 복원이 어렵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이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 문제와 관련해 여야 협상을 주문하며 시한을 3월 말로 못 박았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을 감안하면 1년 전에 개정해야 한다는 법 규정 때문에 협상을 독려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여야 정치적 셈법이 달라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핵심 관계자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국회 특위는 이번 주 가동되면서 논의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총선 득표율을 중대선거구제로 가상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가 보도돼 주목된다. 당초 예상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여야 비슷한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호영남도 마찬가지로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은 대체로 적중했지만 호남 지역만 여전히 민주당 독점으로 나타났다. 2위 득표율이 1위와 압도적 표차가 드문 수도권과 영남은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득표율 차이가 워낙 큰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2위에서도 밀려난 점이 흥미롭다. 기득권에 젖어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인에게 외부 충격이 필요한 시점에 선거구제 개편이 불거진 것이다. 이런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더 큰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다. 아무리 절박한 법안이라도 본인의 생사여탈권은 물론 기득권 침해 소지가 있으면 꽁무니를 빼는 게 국회의원의 본능이다. 사리사욕을 앞세워 정치 개혁을 외면하면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심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거의 이런 순기능이 호영남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선거 자체가 무색하다. 이 때문에 입지자들은 정당 공천에만 혈안이 된 채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도 또 뽑아주고 따돌림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묻지마 투표를 한 결과다. 중대선거구제 개편도 결국 기득권 타파의 일환이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정치인과 함께 유권자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 것이다. 기득권 보호 장치가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정치 구조에서 신인들이 벽을 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권리당원 경선이라는 족쇄까지 채워 사실상 이들의 진입을 차단한 셈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일삼는 정치 세력에게 새삼 공정과 정의를 일깨워줘야 한다. 설령 정치 개혁이 국회에서 실패한다 해도 투표를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유권자 스스로가 선거를 통해 이런 명백한 진리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10 17:54

전북에도 ‘동포(고려인)마을’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전라북도는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유형1(우수인재)에서 좋은 성과를 보일 전망이다. 필자가 지난해 10월 27일 국회에서 가진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 개최 이후,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의 진행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전라북도와 함께 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경상북도의 경우 배정된 100명 중 50명을 선발해 법무부에 제출한 상태다. 전라북도는 사업 선정이 나오기도 전에 김관영 지사의 주도로 ‘외국인 우수인재 지역유입 및 정착을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산학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김제시에서 취업박람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일단 법무부에는 요건을 갖춘 41명만 선발해 제출했지만 내년에 추가로 우수 인재들이 선발될 예정이다. 전북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 모두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관심이 적다. 동포가족은 인원 제한이 없는데도. 그러나 유형2(동포가족) 사업도 당장에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시기를 겪으면서 전북과 전남의 기초지자체에서 광주고려인마을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고려인동포 인력을 요청했다. 충남 당진시 합덕읍 신리 신촌초등학교는 전체 29명 중에 고려인 학생 11명이 들어와 폐교 위기를 넘겼고 학교가 활기를 찾았다. 대한민국으로 ‘귀환 중’인 고려인동포와 중국동포는 가족을 동반하고 있어 우리에게 특별하다. 1860년대 중반 이래 한인들이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만주로 떠난 이유가 초기에는 살길을 찾아서였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는 국권 회복과 독립운동에 투신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1932년 만주국의 성립 이후 일제는 삼남 지방민들을 만주로 집단 이주시켰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안도(安圖)현 전북촌, 정읍촌, 무주촌은 1930년대 후반 강제로 이주당했던 전라북도 사람이 거주했던 곳이다. 필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 폴리타젤 고려인 콜호즈에서 아버지의 고향이 전주(全州)라는 고려인동포를 만나기도 했다.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를 만났다.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중국동포는 일자리·자녀교육을 이유로 지방 이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국어를 상실한 고려인동포는 내용조차 알지 못했는데,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 이후 달라졌다. 경주고려인마을의 몇몇 고려인동포 가족이 인구감소지역인 영천시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하는 동포는 2년간 거주하면, 기간 제한 없이 체류할 수 있는 재외동포(F-4) 비자를 먼저 받고 3D 업종에서도 일할 수 있다. 또 타민족 출신 배우자도 특례 비자를 받을 수 있다. 10개월째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민으로 우크라이나 고려인동포 1400명 이상이 한국에 들어왔다. 현재 전국에는 22개의 고려인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가까운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은 전국의 모범 고려인마을로 국내외 연구자의 발길이 잦다. 지역경제도 살아났다. 그런데 전북에는 2021년 4월에 <전라북도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까지 제정되었는데 왜 고려인마을이 없을까? 전북에 고려인마을을 만든다면 새만금의 배후도시 김제가 최적이다. 과거 김제는 한국전쟁 시기 황해도 피난민의 정착을 도왔다. 용지면이다. 고려인마을은 지평선산업단지가 조성된 백산면인데 우크라이나 피난 고려인동포는 최근까지 농사를 짓다가 온 분들이다. 공장과 농촌 어느 곳이든 법적 신분과 일자리·자녀교육·의료혜택이 보장된다면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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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1.10 17:52

로테르담항의 지혜와 선택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세계 최대 항구도시로 유럽의 해운산업을 주도하며 한 시대 세계 1위 물류항으로 이름을 알렸던 도시다. 지금은 싱가포르나 중국 상해 등 동북아시아 국가의 대규모 신항들의 추격에 선두자리를 물려주고 말았지만, 여전히 유럽 최대 항구도시로 물류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며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개발해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해온 덕분이다. 로테르담항의 가장 큰 힘은 지리적 여건이다. 북해에서 2시간이면 항만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여건은 그 중에서도 큰 장점이다. 로테르담항은 시내에서부터 북해에 접한 지역까지 40km가 넘는 고속도로가 뻗어 있다. 이 도로 서쪽 연안에는 부두와 물류단지 정유공장 석유화학 공장이 이어진다. 항만을 통해 들여온 석유는 이들 정유회사에서 곧바로 정제해 수출되는데, 광활한 배후 부지를 확보한 로테르담은 이 덕분에 석유 대량 수입항이자 세계 굴지의 석유정제업 1번지가 됐다. 그러나 역시 로테르담의 면면은 물류항으로 더 빛난다. 유럽의 물류는 라인강 어귀에 자리한 로테르담을 통해 세계로 나가는데 그 역할을 위해 조성된 인프라 또한 특별하다. 로테르담항과 유럽 허브공항인 스키폴 공항 중심까지 고속도로와 철도가 직접 연결된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러니 네덜란드 튤립이 농장에서 서울의 유명 호텔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이틀이면 족하다는 것은 괜한 과장이 아니다. 로테르담항에는 물류를 특화하고 고부가가치 품목을 경쟁력으로 키우기 위해 조성한 ‘전문항구 컬렉션’이 있다. 10여 년 전 로테르담 항구를 찾았을 때 관리자의 안내로 이곳에 있는 ‘과일 전용 항구’를 알게 됐다. 엄청난 크기의 자동온도조절 창고와 냉동창고를 갖춘 이 항구에는 전 세계에서 실려온 각종 과일이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분류되어 다시 세계 각국으로 실려 나간다. 그러나 유독 관심을 끌었던 것은 따로 있다. 과일 전용 항구에 있는 대규모 주스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는 항만에 도착한 과일을 가공해 바로 제품으로 생산한다. 신선한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들여다보면 로테르담항의 경쟁력은 부가가치를 키우는 힘에 있다. 그들의 지혜와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새만금을 ‘글로벌 농식품 허브’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식량비축시설과 새만금신항만 배후지에 식품 중계·가공무역 단지를 만들고 새만금 농식품 전용 특화단지와 연계해 생산·가공·물류거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프라 구축의 무거운 과제가 안겨 있지만 항만의 특화전략이 반갑다. 오랫동안 물류산업을 주도해 온 로테르담항도 특화전략이 주효했다는 사실, 우리에게 좋은 선례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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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1.10 17:18

무주 태권도성지화 완성도 높여라

무주가 태권도 성지로 우뚝 서는 데 있어 국제태권도사관학교는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사전 타당성 용역을 시작해 오는 2027년까지 무주군 설천면 태권도원 일대에 설립된다.국제태권도사관학교가 설립되면 무주가 명실공히 세계 태권도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중국의 우슈, 일본의 가라테 등의 거센 도전을 받아왔던 태권도는 올림픽 때마다 종목채택 여부로 가슴앓이를 해왔던 불편한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를 일컬어 무주군의 태권도 성지화 완성을 위한 필수사업이라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을 실현하려면 갈 길이 멀다. 국립대학원대학으로 설립되려면 예산 확보는 물론, 각종 법률이나 제도 등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태권도사관학교는 필요조건이자 하나의 관문일 뿐 무주 태권도 성지화를 향한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기원을 비롯한 각종 태권도 관련 기관, 단체가 모두 무주로 이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제적으로도 태권도하면 무주를 떠올리게 해야만 문화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은 제20대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설립을 위한 명분과 동력을 얻었다.국제태권도사관학교를 축으로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미다. 황인홍 무주군수를 비롯, 도내 정치권이 힘을 모은 결과 태권도사관학교 설립을 위한 사전타당성 용역비 3억원이 올 예산에 확보됐다. 앞으로 대한태권도협회를 비롯해 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등 3개 국내외 태권도 단체 및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치와 소통을 기반으로 당초에 구상한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전 세계에서 태권도인 300명을 선발해 교육시켜 이들 졸업생들에게 태권도 글로벌 지도자 및 스포츠 외교관 자격을 주게 된다. 대학원대학 개념의 태권도 전문 교육기관인 셈이다. 해외에서 280명, 국내에서 20명을 뽑을 계획인데 이들이 각국으로 돌아가 태권도를 보급하고, 새로운 수련자들이 사관생도가 돼 앞으로 무주를 찾게 되는 구조다. 무주태권도원엔 한해 평균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하지만 아직 배가 고프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를 빠르게 진척시키는 게 태권도 성지화 작업의 첩경임을 재삼 강조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0 11:06

김제공항 백지화…아픈 역사 교훈 삼아야

25년 만에 김제공항 건설사업이 공식적으로 백지화됐다. 부지소유주인 서울지방항공청이 김제공항 실시계획을 전면 폐지했기 때문이다. 전북으로서는 아픈 역사가 담긴 부지여서 감회가 남다르다. 이 부지는 종자생명산업 혁신클러스터로 조성될 계획이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북도, 김제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성공을 거두었으면 한다. 하지만 공항부지의 백지화는 지역의 지도자들이 국책사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제공항 건설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은 전주시 송천동 전주비행장이 1974년 군용공항으로 전용되면서 민간공항이 없는 오지가 되었다. 그러자 지역에서는 전북권 공항 요구가 빗발쳤고 당시 건설교통부가 김제공항 건설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1998년에는 공항개발 중장기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대에 길이 1800m, 너비 45m의 활주로 1개와 보잉 737급 여객기 3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계류장을 갖춘 공항을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전주시와 완주군, 익산시, 군산시, 정읍시, 김제시의 가운데 위치해 지리적으로 전북의 항공 중심지 역할을 하기에 최적지였다. 2005년까지 전체 사업비 1474억원 중 156㏊의 부지매입비 등 480억원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당시 지역구 최규성 국회의원이 벽성대학과 주민들을 부추겨 사업이 좌초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 의원은 전주 완주 통합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 군산시 LED사업 및 태양광사업과 관련해 뇌물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후 김제공항은 감사원 감사로 공사가 중단됐고 부지는 배추밭으로 사용되는 등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덕분에 전북권 공항은 20년 동안 표류했고 가까스로 미군공항인 군산공항을 확장해 새만금 국제공항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김제공항 백지화는 지역지도자의 사리사욕이 지역 낙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똑똑히 보여 줬다. 하지만 이제 공항부지가 종자산업 부지로 변신한 만큼 인근 민간 육종연구단지와 연계해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메카로 우뚝 섰으면 한다.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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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1.09 18:54

장수가야와 반파가야

중국, 일본 문헌에 반파가 모두 등장한다. 일본 문헌에는 기문, 대사를 지키기 위해 백제와 3년 전쟁을 강행했고, 신라 변방에 참혹한 피해를 준 가야계 소국으로 나온다. 반파가 백제와 3년 전쟁을 치를 때 봉후(화)를 운영하여, 가야 봉화는 반파의 아이콘이자 정체성이다. 솔직히 가야 봉화가 발견되어야 반파 논의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봉화산이 가장 많은 곳이 전북 동부이다. 1990년대부터 군산대학교 고고학팀이 봉화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북 동부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 봉화는 120여 개소에 달한다. 전북가야는 전북 동부 가야 봉화망에 근거를 두고 만든 신조어이다. 봉화가 국가의 존재와 국가의 영역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가야 봉화는 횃불로 변방의 정보를 중앙에 알리던 통신유적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 등장하는 아몬딘 봉화의 신호 방식과 흡사하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신호를 주고받던 조선 봉수의 신호체계와 다르다. 최근 전북 동부 봉화망의 역사성이 상당부분 검증됐고, 이를 근거로 봉화의 구조와 봉화로도 거의 복원됐다. 가야 봉화대의 구조가 파악됐다. 일단 산봉우리 정상부를 평탄하게 다듬고 길이 8m 내외의 봉화대를 만들었다. 봉화대는 깬돌을 이용하여 허튼층 쌓기로 쌓은 석축형으로 토축형, 암반형도 일부 확인된다. 봉화대 정상부에는 불을 피우던 한 개소의 봉화시설만 두어 다섯 개소를 둔 조선시대 봉수와 확연히 다르다. 가야 봉화의 핵심 내용은 최종 종착지이다. 모두 여덟 갈래로 복원된 가야 봉화로의 최종 종착지는 장수군 장계분지이다. 장수 봉화산 등 8개소의 봉화가 장계분지를 감시한다. 가야 봉화로가 실어온 모든 정보는 장수 삼봉리 산성에서 하나로 취합됐고, 그 내용은 산성 북쪽에 위치한 추정 왕궁 터에 보고됐던 것 같다. 가야 정치체의 존재가 고고학 자료로 입증됐다. 장수군 일원에는 봉분의 직경이 20m 내외되는 240여 기의 가야 중대형 고총이 밀집 분포되어 있다. 가야 고총은 봉분이 서로 붙은 연접분으로 장수가야의 독자성이 확인됐고, 목관에 사용된 꺽쇠도 나왔다. 지난해 장계분지 진산 성주산 동남쪽에서 추정 왕궁 터도 찾았다. 유물은 유적의 연대를 결정하는 열쇠이다. 임실 봉화산 등 10여 개소의 봉화에서 삼국시대 토기편만 나왔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출토되지 않았다. 더욱이 장수가야에서 직접 만든 가야토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수 삼봉리 산성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도 6세기 전후로 문헌 및 고고학 자료와 일치한다. 전북 동부 가야 봉화망의 연대가 첨단과학으로 검증됐다. 전북 동부 봉화의 역사성이 고증되기 이전까지는 장수가야라는 임시 용어로 불렸다. 2020년 전북 동부에서 축적된 고고학 자료를 문헌에 접목시켜 장수가야를 반파가야로 비정했다. 지금도 가야 봉화의 역사성을 더 고증하기 위한 발굴조사와 제철유적을 찾는 지표조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전국에 봉화망을 구축하려면 국력이 실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일본열도를 포함하여 전북 동부 이외의 지역에서는 가야 봉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역사고고학은 문헌, 금석문을 고고학 자료에 접목시켜 역사시대를 연구한다. 문헌의 내용이 유적과 유물로 증명되면 학계의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근거로 결론이 도출되는데, 그게 바로 반파가야이다. 단언컨대 반파가야는 문헌의 내용을 고고학 자료로 대부분 충족시켰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 △곽장근 교수는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장·전라북도 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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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9 18:53

인구 걱정

인구절벽 시대, 새해에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인구다. 행정안전부는 새해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방의 인구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농어촌의 비중이 높은 전북은 걱정이 더 크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북의 주민등록 인구는 176만9607명이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전북 인구 180만명선이 지난 2021년 3월 무너진 지 만 2년도 되기 전에 177만명선까지 붕괴된 것이다. 전북도와 각 시·군 단체장들이 그동안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인구 늘리기에 몰두했다. 실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자체장에 취임하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300만 전북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치였다. 결국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사람도 돈도 모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하강곡선이 이어지면서 거창하게 밝혔던 슬로건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이후 어떤 지자체장도 지역의 장래 인구 목표를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사실상 인구 지키기도 버거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북 인구는 지난 1966년 252만3000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하고 지원책을 내놓기 전부터 전북지역 지자체의 역점 과제는 인구 늘리기였다. 공무원과 지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소 이전을 적극 권장했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축하금 지원액을 늘리고, 귀농·귀촌 정책에도 열을 올렸다. 더불어 교육문제로 인한 인구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자체가 공립학원을 세워 운영하고, 세금으로 수도권 학원 강사를 초청해서 지역의 우수 중·고교생들을 모아 입시교육을 시키는 비상식적인 사업까지 앞다퉈 시행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도,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시책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오히려 전북 인구가 오는 2050년에는 15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통계청의 ‘시·도별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전북 인구는 2030년 169만명, 2040년 160만명에 이어 2050년에는 149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수도권의 강력한 자기장에 그대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고, 출산장려금만으로는 전국적인 저출산 기조를 바꿀 수 없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과 저출산 기조를 바꾸지 못해 지방이 브레이크도 없이 소멸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균형발전 정책도 허망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눈앞에 닥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은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역 간 인구격차를 풀어내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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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1.09 17:17

탄소산업은 전북의 100년 먹거리인가?

100년 전 상상 속 사회상은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 덕에 오늘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위대한 과학적 진보 혹은 발명이 있었고, 우리는 그 결과 널리 쓰이게 된 소재를 역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돌이었고, 청동과 철, 그리고 플라스틱이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발전을 갈구하는 인류는 여전히 차세대 소재를 찾고 있는데, 그중 탄소가 대표적인 신산업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기반 재료는 자전거, 골프채 등 각종 스포츠, 레저 장비들로부터 자동차, 드론, 항공기 동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고,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점증하는 탄소소재 개발 요구에 발맞춰 2020년 국회에서는 탄소소재법 개정안을 통과하였고, 그해 7월 전라북도는 탄소 융복합 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다. 또한, 11월에 전북은 우리나라의 탄소 산업 관련 기업지원, 연구 전담 관리, 진흥전략 및 중장기 발전전략을 총괄하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전주에 유치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21년 탄소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된 전북은 탄소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탄소산업의 정책적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도민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는 탄소소재의 제조로부터 관련 응용 제품 생산에 이르는 연결고리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탄소소재는 매우 가볍고, 화학물질에 부식이 되지 않으며, 고온에서 잘 견딜 수 있다. 실제로 실리콘이 포함된 반도체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도가니는 모두 탄소소재인 인조흑연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미세한 탄소 분말, 이른바 그을음인 카본블랙은 고무공업, 착색제, 전자부품의 전도성 소재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소재 시장은 앞에서 언급한 인조흑연과 카본블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탄소산업은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한 탄소복합소재 관련 기술 개발과 기업지원을 주요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다. 즉, 당장 시판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보다는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에 중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인조흑연 시장 대비 8배 작으나 미래 잠재성은 크기에 전북은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게 되었으며, 2022년 10월에는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T1000급의 고강도 탄소섬유 제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쾌거가 탄소 기반 부품 및 장치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야만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탄소경제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섬유가 고강도 복합소재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이지만 완제품으로서 단독 활용되는 예는 실생활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산 탄소섬유를 항공기 동체와 같은 실제 제품의 국내 생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탄소섬유에 수지와 첨가물을 함침시킨 중간재의 제조 및 복합재 성형 기술을 확보한 미래지향적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탄소소재 개발 이후 부품과 제품을 양산하는 단계까지 확보해야만 비로소 도내 탄소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탄소산업 관계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관련 부처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완성될 탄소산업의 탄탄한 밸류체인이 도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책임짐으로써 전북의 100년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리라 굳게 믿는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김진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북분원장은 전자재료연구센터장·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 사업단장을 지냈으며, (재)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 이사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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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9 14:06

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 건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당대 지식을 집대성한 인류문명의 보고였던 이곳은 현대 지식의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나라 역사 속 대표적인 도서관은 왕실도서관이자 학술·정책을 연구하고, 다양한 서적을 편찬했던 조선의 규장각이다. 이시기에는 왕권 강화를 위해 사대부에게 필요한 책을 대량 보급했는데, 이러한 조선 출판문화를 이끈 3대 책판 중 하나가 전주 완판본이다. 특히, 전주는 품질과 수량 면에서 가장 우수한 한지를 생산, 서적을 만들고 보존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었기에 예부터 책의 도시, 기록의 도시로 일컬어져왔다. 이러한 역사성을 간직한 도시 전주의 도서관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최초 도서관은 전북 도립도서관(124석)으로 1949년 경원동에 첫 문을 열었다. 이곳은 1963년 시립도서관으로 개칭 후 1977년 현 KT전주지사 자리로 확장(800석)이전했다. 이후 1980년 전주시립중앙도서관(현 금암도서관)으로 새단장했으며(금암도서관은 당시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이 전주시 문화발전을 위해 기증) 1989년 완산 시립도서관 신축을 시작으로, 인후, 삼천, 송천, 서신, 평화, 아중, 쪽구름, 건지, 효자, 꽃심에 이르기까지 12개 공공도서관이 건립되어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깊이 읽는 문화는 삶의 지혜뿐 아니라 소통,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일찌감치 책과 도서관의 잠재력을 확신한 전주시는 도서관을 끝없이 진화시키고 있다. 12~16세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공간 우주로를 자랑하는 꽃심부터, 12개 공공도서관은 건강(삼천), 영화(인후), 장애인(평화), 취업(금암), 다문화(쪽구름) 등 각각 특화주제에 맞는 전문성까지 갖춰가고 있다. 또한 첫마중길·웨리단길·한옥마을에는 여행자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동문헌책도서관, 연화정도서관, 서학예술마을도서관 등 특색있는 도서관이 조성되어 있다. 전주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화를 지향한다. 공공도서관은 물론 동네 작은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는 일상이 되었다. 매년 도서관에서 개최하는 전주 독서대전과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은 사서들이 교육계, 언론계, 동네서점, 작가, 출판사와 함께 직접 기획·운영하며, 공연, 강연, 체험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전국 유일 도서관여행은 매번 조기 마감될 정도 큰 인기를 누려 전주 대표 문화관광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Welcome home!” 시카고도서관 층마다 적힌 이 문구는 이 공간이 표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어떤 말도 이보다 아늑하고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시카고도서관은 진로, 결혼, 퇴직 등 시민들의 생애주기와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표는 모든 연령대 시민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고민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심지어 노숙자를 위한 공간이나 방과후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시간도 있다 하니 모든 시민들의 ‘집’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는 전주 도서관이 보내는 메시지도 같다. 전주 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모두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책은 단지 시작일 뿐, 도서관도 그렇다. 그곳에서 꺼내고 펼치는 이야기는 모두의, 각자의 몫이다. 2023년에는 어떻게 변할까?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본다. /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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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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