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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완산을 재선거

평소 드라마에 관심이 없더라도 얼마 전 끝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시청률 22%를 돌파한 이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따라가며 펼쳐지는 시대극인데 실화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을 떠올리거나 삼성, 현대, 기아, 신세계 백화점 등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직관적으로 삼성이나 현대를 떠올리는 건 바로 데자뷔(dejavu)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인데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젠가, 어디에선가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종의 기시감(旣視感)이다. 선거만큼 데자뷔가 잦은 것도 없는데 전주완산을 재선거(4월5일)가 다가오면서 왠지 어디서 경험한 듯한 느낌을 갖는 이들도 많다. 바로 2016년 치러진 제20대 총선 때 전주완산을인데 결과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4만982표(37.53%)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4만871표(37.43%), 국민의당 장세환 2만4943표(22.84%), 무소속 성치두 2390표(2.18%)를 누르고 당선됐다. 치열한 3강 구도가 아니었으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묘하게 민주당 공천이 없는 이번에도 유력 후보간 3파전을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국민의힘 김경민, 진보당 강성희 , 무소속 김광종 후보는 물론, 민생당 이관승, 박종덕 후보 등도 출마 채비 중인데 지역정가에서는 국민의힘 정운천, 무소속 김호서∙ 임정엽 후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3파전 필패론을 의식해서인지 임정엽, 김호서 후보는 최근 두어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핵심인 단일화 문제는 추후에 논의하고 일단 각자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선거 막바지에 가서 3강 구도가 될 경우엔 무소속 단일화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정운천 의원의 결단 여부다. 그의 출마는 기정 사실화하고 있으나 의원직을 사퇴해야만 나설 수 있기에 막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완산을 재선거에는 또 하나의 데자뷔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당 차원에서 무소속이나 타 정당 후보를 돕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진 것이다. 괜히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처신을 할 경우 당직자나 광역, 기초의원은 훗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또한 불과 10여년 전 전주에서 데자뷔가 있었다. 지방의원이라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심정에서 2009년 재보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정동영(덕진)과 신건(완산갑) 후보를 도왔던 지역정치인들이 훗날 어떻게 됐는지는 지역정가에서 너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형재, 이덕춘으로 대표되는 유력 후보군들이 불출마한 가운데 이들의 속내도 매우 궁금하다. 친민주계 후보의 당락이 내년 총선 때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에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04 12:00

늦깎이 ‘문청’과 신춘문예

새해 벽두, 전국 일간지 신춘문예가 신인 작가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랜 고투 끝에 찾아오는 기다림의 관문을 뚫고 세상에 나온 신인 작가들의 결실. 서로 견주어 비로소 독자들과 만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빛난다. 새해 첫날 아침, 작가지망생들에게는 여전히 ‘신춘문예’ 당선작을 만나는 일이 가장 설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작가가 되는 길은 다양하지만 한 시대, 가장 권위 있는 등단의 관문은 일간지가 공모하는 ‘신춘문예’였다. 신춘문예의 시작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1925년 연말, 문학작품을 공모한다고 알렸다. 이 새로운 공모제도에 ‘문청(문학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물론이다. 제1회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내놓은 신인은 시인 김창술과 아동문학가 윤석중이었다. 반갑게도 계급시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창술(1906~1953)은 전주와 인연이 깊다.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 보통학교를 수학한 후 포목점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1924년 조선일보에 <여명의 설움> <허무> 등을 발표하면서 이미 활동을 시작한 터였지만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생기자 다시 응모해 시 <봄>으로 당선했다. 신춘문예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1928년에는 조선일보가 신춘문예를 시작하고 뒤를 이어 더 많은 일간지가 참여하면서 1930년대 이후 신춘문예는 가장 중요한 문학 등용문이 되었다. 덕분에 수많은 문학지망생들이 겨루는 과정을 뚫고 작가가 된 ‘신춘문예 출신’ 신인들은 더 높은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35년을 맞았다. 더 일찍 시작했지만 60년대 중단되었던 것을 부활한 1988년을 시작으로 잡은 연수다. 올해 당선자들의 소감을 보니 겹겹이 쌓인 습작과정의 고된 분투가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당선자가 있다. 시 <활어>로 당선의 기쁨을 안은 황사라 씨다. 그는 올해 예순 살 주부다. 어려운 시기에 시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자신의 시를 ‘삶과 다를 바 없는 글’이라고 표현했다. 바닷가의 삶에서 읽어 낸 활력과 긍정의 힘을 담아낸 그의 시를 심사위원들은 ‘시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다’고 평했다. ‘그 어떤 섬광 같은 새로움’이 아쉽지만 ‘그가 펼치는 정서에 신뢰를 갖게 하는 노련함’을 주목했다는 평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20~30대 ‘문청’들이 주도하는 신춘문예 당선자 행렬에서 늦깎이 신인들은 더 빛나 보인다. 그들의 결실이 창작의 열정으로 문학의 숲에서 서성이고 있는 더 많은 늦깎이 ‘문청’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1.03 18:05

겨울철 얼음판 안전사고, 목숨까지 위협한다

올해 겨울 한파와 폭설이 계속되면서 얼음판 익수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호수나 저수지 등이 얼었는데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목숨까지 위협받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뿐만 아니라 도심 한 가운데 호수공원에서도 일어나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전주지역 최대의 주거단지인 덕진구 송천동 에코시티 내 세병호수에서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지난달 30일 한낮에 중학생 2명이 호수 빙판 위에서 놀다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사흘만인 2일 오전 1시 30분께 19세의 학생 등 3명이 또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물에 빠진 뒤 10분 만에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되었다. 이들은 저체온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겼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겨울철에 얼음이 깨져 일어난 사고는 최근 3년 동안 전국적으로 90건에 이른다. 겨울철에 한파가 계속되면 호수나 저수지에 얼음이 어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이곳에서 썰매를 타거나 얼음낚시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는 한번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호수의 가장자리나 물이 흐르는 강의 경우 얼음의 두께가 더 얇다. 또 얼어 있다 해도 호수나 강의 중심부로 갈수록 얼음이 얇아진다.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때 사람이 들어가면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얼음이 깨져 물에 빠졌을 경우 나오려고 하면 옆에 있는 얼음까지 연달아 깨져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설령 깨지지 않아도 미끄러워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따라서 안전요원이 없는 호수나 저수지, 강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손쉽게 넘어 갈 수 없는 난간이나 구명함과 안내표지판, 현수막 등 시설물을 설치했으면 한다. 이번 세병호 사건의 경우 뒤늦게 현수막을 설치했다. 또 큰 호수나 위험한 저수지 등에는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바꿔야 한다. 얼음 위를 한 번 걸어봐야겠다는 호기심이 목숨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 가야 한다면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장비를 구비한 후에 들어가야 한다. 생명은 누가 지켜 주는 게 아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03 18:00

지방해수청장 인사 이대로 좋은가

재임기간이 2년도 안된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해양수산부 내부 조직을 위한 인사인가, 항만 발전을 위한 인사인가. 최근 부임한지 1년도 되지 않은 군산해수청장이 타지역으로 발령이 나자 군산 항만인들사이에서 이같은 물음이 쇄도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항구도시인 군산시의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군산항의 항만 행정 수장인 군산해수청장의 재임기간이 그동안 2년이 채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이후 군산해수청장으로 부임한 자는 무려 22명에 달한다. 하지만 재임기간이 2년미만은 86.3%인 19명에 이른다. 재임기간이 2년을 넘는 자는 13.6%인 3명에 그쳤다. 1년이상 2년미만은 12명이다. 1년미만은 무려 31%인 7명이다. 군산해수청장의 평균 재임기간이 1. 2년에 불과했다. 또한 일부 해수청장의 재임기간은 각각 4. 5, 6, 7, 9, 11개월이었다. 이같이 짧은 재임기간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퇴직을 눈앞에 둔 공무원들을 군산지방청장으로 발령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시쳇말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서 밟는다' 는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들이 군산청장으로 부임하고 있다. 대부분은 재임기간중 무탈하길 기원하면서 항만 발전을 위한 시늉만 낸다. 그런 후 다른 곳으로 떠난다. 물론 마지막 열정의 불꽃을 피우는 공무원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이런 공무원은 일을 할 만하면 다른 곳으로 발령나기 일쑤로 소신을 펼쳐 보지도 못한다. 수십년동안 매번 새 해수청장이 부임할 때마다 군산 항만인들은 근본적인 준설 등 현안 해결을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해양수산부의 이런 인사발령은 군산뿐만 아니라 전북을 만만히 보면서 푸대접한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같은 지방청장의 인사 행태는 이제 개선돼야 한다.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아니라 서기관으로 새로 승진한 의욕적인 젊은 공무원들을 지방청장으로 발령, 부임하는 해당 지역에서 항만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장 행정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들에게 최소 2년의 재임 기간을 보장하면서 현장 행정의 문제점들을 피부에 닿게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런 후 이들을 해양수산부로 불러 각종 정책을 수립토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탁상 정책이 아닌 현실에 맞는 정책 입안으로 신뢰받는 행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새로 부임한 항만의 현안을 파악하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짧은 재임기간의 인사는 지양돼야 한다. 또한 별 일 없기만을 바라면서 세월만 보내기 쉬운 '말년 병장격' 인 퇴직을 코앞에 둔 공무원을 지방청장으로 발령내는 구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항만행정은 세무, 경찰, 검찰과 같은 규제 행정이 아닌 서비스 행정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나라가 발전한다. 그러듯이 군산항은 물론 전국 항만의 발전을 위해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지속해 온 지방청장의 고착화된 인사관행을 고쳐야 한다. "아니, 부임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군산해수청장이 발령났어? 해양수산부의 안중에 항만발전은 없는 것같아 " 라는 일선 항만인들의 비판이 귓전을 때린다. /안봉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3.01.03 14:24

파편사회 극복의 과제

며칠 전 미국의 시사 주간지 ‘U.S. 뉴스 & 월드 리포트’는 세계 85개국을 대상으로 ‘2022년 가장 강한 국가’ 점수와 순위를 발표했다. 이 지수는 지도자, 경제적 영향력, 정치적 영향력, 강력한 국제 동맹, 강력한 군사력, 수출 등 여섯 지표에서 점수를 매겨 총점을 계산하여 산출하는데, 한국은 2021년보다 2계단 오른 6위를 차지했다. 이 잡지는 한국을 ‘세계 최대 경제국 중 하나’로 평가했다. 한국은 정말로 살기 좋은 나라라 할 수 있을까? 경기 침체, 부동산 가격 폭등과 폭락, 지속되는 부정부패, 흔들리는 사회 안전 시스템 등에 실망한 한국인은 상당수가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즉, 한국은 경제·정치·군사적으로 부강한 나라이지만, 시민의 삶의 질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사회적 파편화’에 있다. 그것은 사회관계의 두 측면, 즉 사회체계와 대인관계에서 균열·단절·파괴가 일어나는 상태를 뜻한다. 첫째, 사회체계 차원으로, 한국사회는 유기적 연대를 가진 하나의 통일체로 묶이지 못하고, 소집단 또는 개인 수준으로 조각나 버리는 ‘사회의 원자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사회체계를 구성하는 하위부문 간 접면(接面) 또는 연결고리가 파괴됐고, 사회체계의 불균형이 심화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둘째, 대인관계 차원으로, 사회성 부족과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외로운 개인’이 증가하고 있고, 단절된 대인관계로 인해 ‘정체성 불안’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 또한 계층·인종·종족·성·이념·세대·지역·종교 등에 따라 ‘우리’와 ‘그들’로 가르고, 다른 생각, 이해관계 상충을 이유로 ‘우리’가 아닌 ‘그들’을 무조건 배척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회갈등’이 심화하였다. 이처럼 파편화된 사회에서는 소통·관용·공존·상생이 약화되고, 외로움·증오·공포·혐오가 강화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앞에서 이루어진 ‘폭식 시위’,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에서 행해진 ‘돼지고기 잔치’, 온라인에서 자행된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 등은, ‘우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이다. 중세 유럽에서 ‘전염병 확산의 주범’으로 몰려 처형되었던 마녀사냥의 희생자처럼, ‘사회에 위협을 가할 힘조차 없는 사람들’에 대해 혐오를 퍼부은 것이다. 파편사회에는 관용이 자리 잡을 틈새가 없다.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의심의 확증편향만 난무한다. 이처럼 갈기갈기 찢긴 사회에서는, 과거와 같은 동질성에 기초한 연대나 사회통합은 불가능하고, 시민의 행복지수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정치와 언론은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제도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것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여야 정치인은 상대방을 ‘공존’이 아니라 ‘적폐 청산’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 실현’은 기대난망이다. 언론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여, 사회적 파편화를 오히려 부추긴다. 정치와 언론은 사회를 분열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전락했다. 정치와 언론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그뿐 아니라, ‘사회체계 균형의 회복’ 또는 ‘사회적 연대의 회복’을 목표로, 파편사회 극복을 위한 대안적 제도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마지막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사회학회 회장 △설동훈 교수는 한국사회학회장·전라북도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조사연구학회장·한국이민학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03 14:22

지방소멸 위기 극복, ‘주민 이동권’보장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의 서울 지하철 시위가 연초부터 화두에 올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벌인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벌써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을 명시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지난 2005년 제정됐지만 아직도 교통약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제시간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단체가 이동권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단순히 이동의 편의성 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이동권이 제약되면 다른 기본권마저 침해받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통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없게 되면 교육을 받을 권리나 의료기관에서 제때 치료받을 권리, 그리고 투표권 등의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동권은 다른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이동권은 우리 헌법에 독립된 조항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국민에게 당연히 보장된 사회적 기본권이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 등 교통 관련 법률에서는 이동권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누구나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한정될까? 그렇지 않다. 장애인단체처럼 투쟁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인구절벽 시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 주민들도 부지불식간에 이동권을 빼앗기고 있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승객이 줄어든 판에 코로나19로 인해 주민의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지방 소도시 시외버스의 감축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졌다. 여기에 경영악화로 인해 아예 문을 닫는 시외버스터미널도 속출하고 있다. 승객이 줄어 경영난에 시달린 지방 운수업체가 속속 노선을 감축하고, 이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환경이 더 열악해지면서 주민이 대중교통을 외면하고, 이 같은 현상이 다시 버스 감축운행 및 노선 폐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등 지방 소도시 주민들의 이동권은 갈수록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내버스는 운행간격이 갈수록 길어져 이용이 어려워지고,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시외버스 노선도 이용자 감소를 이유로 속속 사라지고 있다. 농어촌의 대중교통은 이동의 수단일 뿐 아니라 의료와 교육, 노인복지 등 공공서비스 전달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회 인프라다. 지자체가 적자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버스업체에 주는 재정지원금도 한계가 있다. 일반 대중교통 사정이 이러하니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챙길 여유도 없다. 이에 비해 이중삼중으로 촘촘하게 구축된 수도권 광역교통망은 지방의 사람과 재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제는 지방도시의 대중교통 인프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물론 지방과 서울을 잇는 광역교통망도 중요하지만 지방도시의 인접 생활권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붕괴를 막는 일이 더 급하다. 국민의 이동권은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당연히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소멸위기 지역의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비수익 버스 노선 폐지 규정 완화, 공공형 교통수단 확대, 마을순환형 DRT 도입 등 맞춤형 교통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시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사는 곳의 차이가 기회와 생활의 격차로 이어지는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이다. 당연히 지방도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이동권 제약부터 풀어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1.03 13:26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반드시 해야한다.

계묘년 새해 벽두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신년인사회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 문제에 공감한 게 그 계기다. 대선의 여진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극단적인 배척과 뺄셈정치가 진행되고 있고 더 멀리는 1987 헌정체제가 지금까지 계속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호남에서 민주당, 영남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무조건 당선되는 구도를 고착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출직 공직자를 유권자가 뽑는 게 아니라 특정 정당의 실력자가 낙점하는 임명직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선량들은 자신을 뽑아준 시민들을 바라보지 않고 당 대표를 비롯한 보스를 섬기는 데 급급하고 주요 당직이나 장관 등을 노리고 굽신거리는 해바라기 정치를 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정치적 셈법이나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윤 대통령의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선거구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는 진단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면 사표를 최소화하고, 군소정당이나 신생 정당도 의석을 획득할 수 있기에 소수 목소리도 담아내게 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이를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선거구제 개편은 참으로 지난한 과제다. 한 여론조사 결과 전북·광주·전남의 응답자 중 68.5%가 '다른 새 인물로 바뀌는 것이 좋다'고 답한 것만 봐도 현역 의원들이 민심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차제에 정당 주변에서 기생하다가 뱃지를 달려는 정치지망생들만의 잔치가 아닌 내로라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국정 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각계 인재들이 폭넓게 국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만 대한민국의 앞날이 밝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03 11:07

역사문화정비법 통과…후백제 왕도를 복원하자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후백제를 역사문화권에 포함시킨 이 법은 전북특별자치도법 제정에 가려 조명을 받지 못했으나 의미가 자못 크다. 특히 이 법은 학계와 시민단체가 앞장서고 정치권이 이에 호응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그동안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은 후백제학회와 후백제시민연대, 후백제선양회, 그리고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 김성주 의원 등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후백제는 견훤왕이 892년 무진주(광주)에서 일어나 900년 전주에 도읍을 정해 936년까지 존속했다. 존속기간이 짧았으나 혁신과 융합을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고구려 영토까지 회복하려 했던 만만치 않은 국가였다. 지금 후백제의 유적·유물은 전북뿐 아니라 전남 충북 충남 경북 등에 걸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왕도였던 전주가 있다. 이 법 통과를 계기로 전북도와 전주시, 정치권은 다음에 중점을 뒀으면 한다. 첫째, 전주시는 후백제 왕도복원 프로젝트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 고대국가는 왕궁과 왕릉, 왕찰이 있어야 성립한다. 따라서 후백제 왕궁 발굴이 시급하다. 왕궁 없는 복원은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전주시 노송동 인봉리 일대를 후백제 왕궁터로 비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14만8689㎡는 '기자촌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 대한 시굴 및 발굴조사를 하루빨리 실시해야 한다. 유물·유적은 한번 훼손되면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하다. 전주시는 전임 시장 때 매몰비용도 마련해 놓았다. 우범기 시장은 자칫 오판으로 역사에 죄를 짓지 말기 바란다. 둘째, 유물·유적에 대한 발굴과 보존, 활용에 힘써야 한다. 이번 남원 실상사 편운화상탑이 보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동고산성의 사적 지정, 아중리 무릉 발굴 등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전남이 400억원 규모의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것처럼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에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셋째, 후백제에 대한 인식개선과 홍보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국내외 학술대회 및 답사, 학술총서 발간, 제전위원회 발족, 지방정부협의회 활성화, 안내판 설치 등 할 일이 태산이다. 나아가 후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도 준비했으면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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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1.02 18:21

예산 낯내기

‘전북도 새해 국가예산 사상 첫 9조원 시대’, ‘○○시, 2023년 국가예산 역대 최고액 확보’.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치적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연시 바쁜 일정에도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여 언론 브리핑을 열고 애써 그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도 지역 정치권이 여야 협치를 통해 큰 결실을 거뒀다’는 자평도 예년과 비슷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꼭 있는 일이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국가예산 확보 성과를 아전인수식으로 부풀려 발표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난 연말 예산정국이 장기간 공전하면서 국회가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 기록을 세웠지만 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의 ‘예산 낯내기’는 조금도 지체되지 않고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각 지자체장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총력전을 펼친 게 사실이다. 국회 각 상임위의 예산심의가 본격화 될 시점에는 ‘상경투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지자체의 관심은 온통 국가예산에 쏠린다. 지역발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자 첫걸음은 역시 예산확보이기 때문이다. 거의 1년 내내 국가예산 확보에 열정을 쏟아냈으니 주민들에게 그 성과를 알리고 싶은 게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기왕이면 잘 포장해서 하나하나 의미를 부각시키고 싶을 게다. 하지만 지자체와 의원들의 발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민망한 표현이 적지 않다. 우선 전체 예산은 전년에 비해 절대 감소하는 일이 없으니 사상 최고액이라는 표현은 무색하다. 해마다 예산은 1원이라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년 사상 최고액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마치 현 단체장의 능력이 탁월하거나 전임 단체장과 비교할 수 없는 열정을 쏟은 덕에 전대미문의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해마다 그 성과를 홍보해댄다. 다음 해에도 또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국가예산은 천문학적 수치로 포장된 전체 규모가 아니라 그 항목과 실속을 살펴야 한다. 숫자로 표시되는 예산의 액수보다는 해당 국가예산 사업이 지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당장 지역발전을 위해 시급한 현안인데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물거품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업도 적지 않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가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사업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선출직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과제보다 치적 홍보가 우선이다. 앞으로는 국가예산이 연말연시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치적 홍보용으로 과대포장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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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1.02 17:41

아파트 내 불법 현수막 철거에 대하여

의뢰인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다. 아파트 내 분쟁 발생으로 일부 입주민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등 입주민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의뢰인은 해당 현수막은 규약상 아파트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인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관리실에서 철거가 가능한지 물어왔다. 현수막을 찢거나, 훼손하지 않은 채 철거하여 옮겨 보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손괴죄에 해당한다.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의문이 발생한다. 그 많은 도로 주변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도 불법일까? 만약 도롯가에 설치되어 있는 불법 현수막을 지나가던 내가 직접 철거하면 손괴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수막은 내가 철거하지 않고, 지자체 담당자가 돌아다니면서 불법 현수막을 철거한다. 지자체 담당자가 손괴죄에 자유로운 것은 법에 따른 철거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럼, 아파트 내에서는 관리사무소가 관리권한이 있으니까 철거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대부분 아파트는 관리규약에 따라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고 동의를 받아 현수막을 걸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임의로 게시한 불법 현수막은 관리사무소에서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판례는 요약하자면 관리사무소에는 ‘관리’ 권한 만이 있을 뿐 직접 ‘철거’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한다. 게시자에게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강제 집행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다만, 정당행위가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게시자에게 철거를 고지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충분히 관련 절차를 거쳤으며, 현수막에 게시된 내용의 명예훼손 정도가 심한 경우 등 관련 내용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여 아주 어렵게 인정되고 있다. 의뢰인은 불법 현수막에 대해 입주민 민원이 빗발친다고 하소연했지만, 철거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에 불법 현수막으로 신고를 하는 등 분쟁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봐야 할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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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2 14:11

사회적경제가 답이다

2023년이 귀엽고 맑은 눈을 가진 토끼해로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정말 캄캄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시작된 어려움은 각계각층에서 예외없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특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었고,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국정전반을 책임지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래서 기존의 중앙정부의 정책기조와는 다른 행보로 여러 가지 활동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수장이 된 단체장들의 행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고,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절규가 여기저기 나오지만 이에 대한 규명은 언제나 되려는지 답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마음이다. 이후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현실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이런저런 문제들의 끝이 보이리라 희망을 품어본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소멸과 과소화되고 있는 마을, 고령화의 현실을 극복해 내야 한다. 산업단지를 조성해서 기업을 끌어들여 지방세를 높여 지방재정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등 많은 해결책을 내놓고 준비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다른 광역단체보다도 그 문제에 대한 염려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14개 시군이 동시다발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에 더욱 심각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내놓는 정책들이 기업유치, 산단조성,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다양한 재정적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방분권 기조와 지방소멸의 위기에 이런 정책들은 의미가 많다. 다만 우리만 추구하지 않고 전국의 대다수 지자체들이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차별적인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교를 다닐 때 ‘의자뺏기’라는 게임을 한 기억이 있다. 즐겁게 웃으면서 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옆의 친구를 이겨야 하는 경쟁의식을 키우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사회구조에 내몰리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은 기업주를 배를 불리게 하면서 지방정부의 세수를 늘리는 측면도 있지만, 안정적인 직장으로 가지기보다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시스템에 몸을 맡기는 꼴이다. 기업주는 고용한 사람의 경제생활에 대한 배려보다는 이익을 위해서 서슴없이 구조조정을 하거나 폐업을 단행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산업단지만 해도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조성을 하지만 기업을 유치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고충을 안고 있다. 지금의 경제구조에서 우리는 안정적이고 큰 재정 수입이 풍족하지는 않겠지만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것이 협동조합이고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들고 여기에 행정이 인프라를 제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나라들로 선진지 견학을 가고 그곳의 시스템과 경제활동의 모습을 보고 오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자립경제를 구축하고 이것을 도입해서 지방분권을 추구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적절하고 절실하다고 본다. 지역민들의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내다보고 경제논리를 펼쳤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기업의 논리로 채용하는 일자리의 수보다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사회적경제 시스템이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이웃과 함께, 사회적 약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경제활동,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조직 등을 육성 지원하는 것이 우리 지역을 살맛나게 만들 것이다. /이근석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이근석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고산향교육공동체 공동대표을 맡고 있으며, 완주소셜굿즈 센터장․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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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2 14:07

국민행복지수와 고독사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용어로 그 해를 평가하기도 하고 또 뒤돌아보는 반성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는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그리고 이태원사고, 화물연대 파업, 축구월드컵 16강 진출 등 말 그대로 다른 해에 비해 더 다사다난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이 때쯤이면, 우리는 연탄나눔 봉사활동이나 불우이웃돕기 행사 등으로 사각지대 이웃의 안위를 살피기도 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릴레이도 조용히 기대하며 지켜보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만이 우리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동전의 양면같이 그 반대의 그늘진 사회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22 세계 행복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행복지수가 146개국 중 59위라고 발표했다. 국민행복지수는 평등하고 지속적인 사회경제 발전과 전통가치의 보존 및 발전 그리고 자연환경의 보존, 올바른 통치 구조를 4대 축으로 하고 9개 영역(심리적 안정, 건강, 시간 사용, 행정체계, 문화 다양성, 교육, 공동체 활력, 환경, 생활수준) 33개 지표를 통해 측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위인 핀란드, 16위인 미국, 26위인 대만 54위인 일본보다 행복도가 낮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는 GDP나 기대수명 항목에서는 수치가 높았지만 삶의 질과 만족도 항목에서는 노후 걱정과 노인 빈곤 문제로 인해 60대 이후 세대가 가장 낮은 수치가 나왔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혼자 살다 쓸쓸히 세상을 떠난 고독사 사망자 수가 3,3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우리들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고독사 증가원인을 극심한 노인 빈곤율,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노인 부양인구 감소, 사회단절, 취업난, 우울증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성별로는 남성 사망자가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남성 고독사 사망자(2817명)가 여성(529명)의 5.3배였다. 연평균 고독사 증가율도 남성(10.0%)이 여성(5.6%)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중엔 80대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고독사 사망자 중엔 50∼60대 중장년층이 매년 50∼60%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50대 남성(26.6%)과 60대 남성(25.5%)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그동안 고독사 대응책은 노인을 중심으로 마련돼 있었으나 최근 들어 20~30대 1인가구 세대가 부쩍 늘어나고 취업 문제를 비롯해서 주거환경의 빈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단절 등으로 청년 고독사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 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1인 가구의 증가와 우울증 환자의 증가는 자살자와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인이나 청년 그리고 전 국민대상으로 국가는 물론 지자체가 전수조사를 통한 정서적 지원과 전담구호센터 설치 등 고독사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회 안전망 확충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나경균 국민의힘 김제부안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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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2 14:00

‘전북민국’으로 가자!

2021년 연구년을 맞아 지역살이를 이어왔다. 로컬에서 더 행복하게 일하며 사는 사람들을 찾아가 만났고, 그네들 삶과 이야기를 담은 100여개 영상을 유튜브 채널 <도시의 정석>에 올렸다. 하동, 목포, 전주, 강릉에서는 한달살이를 했다. 대한민국의 로컬을 다시 발견했던 선물 같은 1년이었다. 환갑을 맞는 2022년 새해를 앞두고 여생에 꼭 이루고 싶은 두 개의 꿈을 가슴에 품었다. 첫 번째 꿈은 ‘일백탈수, 일 년에 백만 명씩 탈수도권’ 하는 인구 대이동이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1970년대에는 국민의 3분의 1이 살았는데, 2019년을 기점으로 과반을 넘었다. 수도권 인구는 점점 늘어 온갖 문제가 심화되고,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를 빼앗겨 지방소멸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답은 하나,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인구이동 뿐이다. 수도권을 떠나는 인구이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특히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지역이주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베이비부머들의 탈수도권에도 기대를 건다. 평생 열심히 일하느라 고생했던 중장년들이 앞으로 남은 30여년을 로컬에서 더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강추’한다. 자녀들을 로컬에서 더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된다면 학부모와 자녀들의 탈수도권도 늘 것이다. 꼭 이루고 싶은 두 번째 꿈은 <지역민국>이다. 수도권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지 말고,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지역민이 주인인 나라 ‘지역민국’을 세우는 것이다. 2023년 새해를 맞으며 ‘전북민국’의 꿈을 꾼다. 이 꿈을 180만 전북도민들과 함께 꾸고 함께 이루고 싶다. 2021년 고향 전주에서 한달살이를 하면서 전북의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했다. 전주에서 군산, 익산까지 편리하게 연결해주는 대중교통이 없어 매우 불편했다. 인근 도시를 연결해주는 대중교통이 없는 이유를 물으니 인구를 뺏길까봐 연결을 원치 않는다고 들었다. 힘이 부치는 전북이 하나로 뭉쳐도 버거울 텐데 서로 인구 뺏기 경쟁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전북민국’을 만들자. 전라북도 14개 시군이 하나로 합체하여 서로의 장점을 나누며 상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짜자. 약체인 소도시들끼리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멈추고, 협력과 연대로 상생하는 하나의 전북을 엮자. 나는 ‘전주시민’, 당신은 ‘장수군민’, 이런 생각 던져버리고 우리는 다 같은 ‘전북시민’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부르자. 전북민국의 시작은 ‘전북 BRT’일 것이다. 14개 시군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도로 위에 버스전용차로를 긋고 새벽부터 자정까지 촘촘한 배차간격으로 주요지점에만 정차하는 간선급행버스(BRT)를 운행한다면 전북은 하나의 생활권이 되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진안 청년이 하루 일을 마치고 부안 친구를 찾아가 저녁식사에 술도 한잔한 뒤 대중교통으로 집에 올 수 있게 된다면 참 좋지 않겠는가? 수도권을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오고 싶고 살고 싶은 전북을 만들자. 남녘 유일의 고원과 지평선을 보유하고 시군마다 매력이 넘치는 전북은 대한민국의 축소판 아닌가? 탈수도권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초대하자. “전북으로 오세요. 전북 어디를 선택하든 나머지 열세 곳을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새해다. 새로운 꿈을 꾸자. 때마침 전북특별자치도법도 통과되었다. ‘전북민국’으로 가자!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연구원 동북아도시연구센터장·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유튜브 <도시의 정석>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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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2 13:52

전주, 완주 주민편익 위한 협력 확대를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쉬운 일부터 꾸준하게 하다 보면 그게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상대에게도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더불어 살기 좋은 상생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고 했는데 참으로 금과옥조 같은 문구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시대이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행의 시대라는 점이다. 전주와 완주가 뭔가 협치를 해보려고 하면 통합이나 선거구 조정 등 정치적 해석을 먼저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어떤 상생협력에 의해 전주시민이나 완주군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즉 민초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주판알을 튕기지 말고 곧바로 진행해야 한다.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이 상생협약을 맺은 지 한 달 만에 다시 만나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을 추가 추진키로 해 눈길을 끌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는 지난달 30일 전북도청에서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 2차 협약식'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전주시와 완주군은 전주‧완주 경계 공덕세천 정비사업, 공공급식분야 농산물 상호공급 확대사업 등 2개 사업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미 한 달 전 도와 양 시·군은 주민 생활 편익 향상과 두 지역간 동반성장을 위해 상생협력사업을 발굴·추진하기로 협약한 바 있기에 작은 것이지만 뭔가 하나씩 쌓아가려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공공급식분야 농산물 상호공급 확대 사업을 예로 들면, 학교급식 등 두 시·군의 공공급식분야에서 부족한 품목과 물량이 발생했을 경우 상대 시·군의 먹거리를 우선적으로 교차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현재 전주의 경우 공공급식에 필요한 먹거리 중 64% 정도(연 61억 원 상당)를 타 시·군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향후 완주 농산물을 우선 공급함으로써 완주는 농가의 판로 확대, 전주는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기대된다. 전주시와 완주군이 하나씩 상생협력을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동반성장할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적극 손을 맞잡고 주민들의 복지향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면 된다. 아직은 작은 돌 한 두 개를 쌓은 것에 불과하지만 어느 분야가 됐든 주민들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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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1.02 11:11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운 동화책이다

귀농한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칠순을 맞은 남편의 생일상으로 마을회관에서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식사 대접했다는 이야기다. 오십 가구 남짓한 농촌 마을에 마치 동화책에 나온 잔칫날처럼 도시 고급음식점에서 주문한 뷔페 음식이 마련되고 이장님의 회관 방송을 듣고 마을회관에 오신 동네 어르신들은 모두 흡족한 표정들이셨다는 전갈이다. 몸이 불편하여 참석하지 못한 남편들에게 가져다줄 음식을 챙겨 가지고 가시는 어른들도 계시고 한의사인 둘째 아들이 선물로 준비한 쌍화탕과 십전대보탕을 안고 가셨다는 모습을 그려보니 전해 듣는 내 마음도 흐뭇하고 콧등이 시큰하였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야기로만 듣는 작은 감동에도 울컥해지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이처럼 좋은 소식을 듣는 날이면 마치 봄볕이 다시 온 듯 마음이 훈훈해지고 눈을 감고 있으면 꽃이라도 피어날 듯 행복이 다가오는 듯하다. 소식을 전한 선배는 생활이 어려운 후배들을 소리 없이 도와주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분이셨기에 더 귀감이 되었다. 사랑의 표현이 서투르고 세련되지 못했더라도 마음을 향한 진실함은 언제나 통하는 게 아닐까. 어디 이뿐이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중국에서 사랑 찾아 한국에 시집온 여배우 탕웨이가 축하공연으로 초대 가수가 ‘안개’를 부르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그녀의 따뜻한 심성이 돋보이는 배우였음이리라.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감성은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짧은 눈물 짓는 모습이 한층 더 돋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본 많은 시청자와 참석한 사람들은 정감 어린 모습에 공감을 함께 나누었으리라. 내 눈에도 눈물이 고여졌는데 그녀의 눈물 속에는 얼마나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래전 상영된 영화 ‘화장’도 이상 문학상에 빛나는 김훈 원작의 영화이다. 감추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승화시키는 영화라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슴 한곳에 기억되어 있다. 비록 영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인연이라는 옷깃 속에서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으면 앓기도 하며 마음도 다치곤 한다. 그런 상황에 최소한 예의마저 놓쳐버리거나 무시해 버리면 상처가 되고 덧이 된다는 걸 가해자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후회하게 된다. 세상 속에는 피해자는 분명 있는데 어이없게도 가해자는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좋은 인연과 낮은 인연은, 나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일이다. 벌써 12월 중반이다. 마지막 달력이 흔들거린다. 이래저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모습들이 행여 겨울을 춥게 만들지 않을지 불안하기도 하다. 요즘 세상살이도 펼쳐보면 웃을 이야기들이 많지 않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정치는 서로에게 잘못을 넘기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우울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짊어지고 해결하여야 할 숙제로 쌓여있지만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작은 것을 얻기 위해서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은 갖지 않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아주 작은 이익을 위해 미래의 큰일을 잊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느껴보았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도 이런 의미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산뜻한 지혜를 주는 책들을 두 권이나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행복이란 작은 마음이 모여진 옹달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산문집과 동화책인데 시인이 많은 세상은 미움이 없는 세상이라 여겨져 많은 시인이 탄생되었으면 하는 기도로 책장을 넘겼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았다는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겨울 속으로 점점 깊어가는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본다. /이종순 교육학박사·아이가크는숲 예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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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1 17:04

상생과 도전으로 전북 성공시대를 열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새해가 밝았다. 힘차게 떠오르는 밝은 해를 바라보며 상서로운 기운이 온 누리에 넘쳐나길 기원한다. 특히 올 한 해는 전북이 상생과 도전을 통해 낙후된 지역이 아닌 성공하는 지역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희망이 넘치는 복된 땅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해에는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긍정적이고 상생하는 자세로, 끊임없이 시도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십이 바뀌었다 지난해는 국가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던 선거의 해였다. 3월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며 정권이 교체되었다.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의 충격 속에 부동산이 폭락을 거듭하며 민생이 더 어려워진 한 해였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반면 서울 이태원에서 158명의 꽃 같은 젊은이들이 압사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사회가 여전히 불안사회임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지난해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져 지역의 지도자가 대폭 바뀌었다. 새로 바뀐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은 경제와 성장을 중시하는 발전론자들이다. 그동안 정체된 지역경제를 어떤 패러다임으로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6개월 동안 워밍업을 했으니, 올해는 본격적으로 실력을 입증해야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 또한 12년 동안 전북교육을 이끌던 김승환 교육감이 물러나고 서거석 교육감이 뒤를 이었다. 불통의 이미지를 거둬내고 전북교육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했으면 한다. 이들 지도자들은 지역의 일꾼으로서 열과 성을 다해 지역 대전환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다. △갈등 벗고 상생해야 전북은 지금 인구가 크게 줄고 경제력 또한 피폐한 상태다. 개발연대에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발전전략 탓에 도세가 크게 기울었다. 여기에 지역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도 한 몫 거들었다. 한때 252만 명에 이르던 전북인구는 지난해 말 177만 명으로 주저앉았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을 나타내는 2021년 GRDP 또한 3091만원으로 전국 4012만원의 77%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전북은 각종 갈등으로 낙후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문제가 대표적이다. 1997년 처음 통합을 시도했던 전주 완주 통합작업은 26년 동안 세 차례나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방선거가 다시 치러지는 오는 2026년 통합시 출범을 위해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 정치계가 앞장섰으면 한다. 또한 새만금지역과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로 하는 새만금 메가시티도 아직은 요원하다. 새만금권행정협의회를 구성했으나 땅따먹기 소송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1999년부터 임실군과 정읍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 갈등 역시 쉽게 종식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대했던 전주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고 남원 공공의전원 설립도 제자리 걸음이다. △도전을 통해 성공으로 그러나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전북특별자치도법은 전북이 독자권역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항상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역에 묶여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이제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재정특례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또 지난해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 중단 5년3개월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20여 년 동안 공을 들여온 탄소산업이나 완주와 새만금지역의 수소산업, 새만금 하이퍼튜브사업 등도 올해는 새로운 먹거리로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전북에서 대규모 국제행사도 열린다. 5월에 열리는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와 8월에 열리는 제25회 세계 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그것이다. 차질 없이 진행돼 전북의 능력을 세계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금 전북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상당수 교체되었고 전북특별자치도의 탄생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반면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역량은 무기력하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다닌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의 퇴행적 부정적 사고를 떨치고 진취적 도전정신으로 기회를 잡아보자. 그리하여 모든 분야에서 전북의 성공시대를 열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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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1.01 17:04

긍정의 에너지

또 한해가 시작되었다. 신년하례회를 통해 모두가 거창한 다짐을 한다. 도민들은 그간 지역발전이 이뤄지지 않은 게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내탓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상당부분 내 탓도 있다는 것. 내탓공방을 떠나 전북은 지난 연말 특별자치도란 이름의 연말선물을 받았다. 1년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특별자치도란 이름으로 새 시대가 열린다. 그렇게 갈망했던 기회라서 도민들의 역량을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기에 어렵다고 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연초부터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북은 발전의 기회를 못 살리고 허송세월한 측면도 있었다. 지금은 정권교체와 여소야대로 우릴 도와줄 우군도 없지만 진보가 정권 잡았을 때가 사실상 기회였다. 젊은 김관영지사가 천리마처럼 동분서주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런 때일수록 자강의식을 갖고 도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김 지사가 중앙정치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장밋빛 무지개로만 떠 있는 게 아니다. 기존의 법체계와 상충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정비해야 한다. 법률전문가인 김관영지사가 즉각 용역작업에 나선 이유가 바로 상충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인사청문회 때 도의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올해는 의회의 협조를 얻어 함께 인구를 늘리면서 도세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지사경선 때 있었던 갈등을 말끔하게 치유해 협력의 동반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간 전북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후 호남권으로 묶여 알게 모르게 많은 피해를 봤다. 그러나 특별자치도가 만들어져 탈호남으로 전북 몫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전북 몫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발벗고 나설 때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광주 전남과는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면서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 선두에 나서야 한다. 22대 총선 때 지역발전에 성과를 내지 않은 현역을 도태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이 전주을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 22대 전북총선판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위기는 기회로 통한다. 전북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게 없다. 도민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긍정의 에너지를 발휘하면 옛 전라감영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다. 긍정의 에너지는 의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전북의 고질병이었던 진정 투서 무고등을 없애야 한다.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 돌아서면 뒤통수나 치는 나쁜 버릇을 고쳐 나가야 한다. 외지인 가운데는 전주나 전북사람들의 이중성을 경계하면서 전북사람들을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지적한 사람도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소신없이 부화뇌동 하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른이 생겨나면서 전북으로 사람과 돈이 모이게 된다. 긍정의 힘이 전북발전의 원동력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1.01 17:03

정치·경제·외교·안보의 한풍(韓風)이 흐르는 새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희망, 새로운 실천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경제위기, 국론 분열 위기, 남북관계 위기, 외교 주권 위기, 안보 주권 위기, 지방소멸 위기, 인구 위기 등 모든 분야가 혼돈의 수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나라 위기의 본질은 “나라줏대”(국가정체성)가 흔들리는 것이다. 나라줏대의 위기를 가져온 첫째 원인은 나라의 이념이 혼돈상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이념은 대체로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다. 헌법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하였다. 임시정부로부터의 법통은 자유민주주의의 질서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임시정부로부터의 법통에 대해 논란을 거듭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논쟁으로 혼란스럽다. 헌법전문에서 애매하게 읽히는 첫 문장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이 문장도 나라의 줏대를 흐리게 하는 부분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라는 두리뭉실한 표현이 아니라 “단군의 건국”부터라고 똑똑히 쓰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내세우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 이념의 실천 범주로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둘째 원인은 “역사 줏대”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단기 4356년이다. 우리나라 역사가 단군의 건국으로부터 오늘의 대한민국까지 달려오는 역사의 줄기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 식민 지배에 저항했던 투쟁이 대한민국 역사의 출발이 아니라 단군 조선에 기원을 둔 역사의 맥(脈)을 살려야 한다. 역사의 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념 대립을 표방한 정치 패거리 다툼으로 나라가 멍들고 있다. 셋째 원인은 우리 말의 줏대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말이 아니라 영어나 외래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공공연하게 된 현실이다. 사물의 이름을 자기 나라말로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의 줏대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화적 작업이다.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인 만큼 새로운 사물과 사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매일매일 수없이 나타난다. 이들을 외국인이 이름 붙인 것을 그대로 받아 쓰는 것은 지적인 식민상태가 되는 길이다. 상점뿐만 아니라 관공서 명칭과 간판도 영어로 된 것이 많다. 젊은 가수들의 대중가요 가사도 영어 반 우리말 반이다. 영어나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지 않고 베껴 쓰는 것은 문화종속이다. 이것은 줏대를 갖춘 사상적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한 마디로 사상과 역사와 언어의 위기다. 인문학 위기의 본질이 바로 이것이다. 사상과 역사와 언어를 통해서 자기를 성찰하는 태도가 인문학이다. 자기를 성찰하는 것은 ‘모든 것의 근본과 전체과정’을 알아내게 하는 일이다. ‘나’와 사회. 나라와 민족, 정치와 경제. 우주와 자연의 근본을 알아내려고 힘쓰면 새로운 사실, 새로운 방법과 길, 새로운 관계, 새로운 문제들을 찾아내게 된다. 여기에서 과학·기술도 발전하고, 정치·경제도 더 높은 단계로 뛰어오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나라줏대를 세우고 실현하는 일차적인 방법은 ‘민족’에 대해 거듭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족문제를 말하면 쇄국적인 국수주의자로 몰아붙이는 분위기도 문제다. 또 민족의식을 말하면 과거 지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 ‘민족중흥’이라는 이념을 정권 강화의 수단으로 이용하였던 상처 때문에 민족의 이념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를 말하기 때문에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줏대가 살아나는 뿌리가 민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계묘년 새해부터 단기 연호를 함께 쓰는 운동을 해 보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하여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에 맞는 것인가를 토론하는 절차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해 보자. 우리말 상호를 짓고 아름다운 한글 간판 달기 운동을 해 보자. 한글을 새긴 윗옷 입기 운동도 해 보자. 이 작은 민족운동이 정치·경제·외교·안보의 한풍(韓風)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김도종 전 원광대 총장 △원광대학교 제12대 김도종 총장은 인문학·인문정신문화진흥심의위원회 위원장, 대한철학회 회장,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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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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