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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다이어트

한 달 전 카카오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트위터에서 본 500여 개의 하트를 받은 트윗의 내용은 “기왕이면 평일 회사에 있을 때 불나지”라는 뉘앙스로 쓰인 글이었다. 나도 평일이 되면 일자리에 나가는 직장인이라 하트로 슬쩍 공감을 실었다. 내용은 근무 시간에 카카오톡이 중단되면 업무도 마비가 된다는 뜻으로 생활 전반에 디지털이 많이 관여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일상에 결제 연락, 예약 등 디지털이 깊게 관여하고 있었고 카카오 중단 사태는 많은 사람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때 나는 우리가 디지털에 과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종일 컴퓨터 앞에 눈을 두고 어딜 가든 손에 핸드폰을 쥐고 다니다 보니 집에 있어도 오는 연락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집에 있어도 밖에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핸드폰과 컴퓨터를 안 만지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손에 놓은 지 5분 만에 핸드폰을 찾았다. 다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핸드폰만 있으면 모든 것이 쉬웠다. 이미 맛본 편리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자율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면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방법을 찾기 위해 애플리케이션도 깔아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제일 무식하고도 돈이 많이 드는 해결법을 택해야 했다. ‘핸드폰 감옥’ 편리하지만 복잡한 디지털과는 정반대의 조치였다. 핸드폰 감옥이 무엇이냐면 감옥이라 칭하는 상자 안에 핸드폰을 넣고 시간을 지정하면 지정 시간이 다소요 될 때까지 상자가 열리지 않아 핸드폰을 하고 싶어도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는 단순한 조치였다. 그래서 핸드폰 몸통만 멀리 두고 계속 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것보단 상자에 넣어버리면 갈등의 여지 없이 핸드폰을 할 수 없다. 그렇게 이주를 보내니 어느 순간 핸드폰이 감옥에 들어가는 일은 일과가 되었고 그 시간 동안 다른 활동으로 시간을 채웠다. 디지털을 대체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은 꽤 만족스러웠다. 책도 읽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효율적이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 늘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핸드폰을 감옥에 보내기가 쉽지 않았기에 시간을 높게 잡았다. 그래서 자기 직전에야 핸드폰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핸드폰이 필요 할 때 쓸 수 없어 곤란한 일도 많았다. 언제 한번은 새벽에 책을 읽다 속이 허해져 간식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타이머를 보니 감옥이 열리려면 두 시간이 지나야 했다. 당시엔 핸드폰 없이 야심한 밤에 혼자 편의점을 다녀오기가 나로서는 쉽지 않았기에 사람 일은 혹시 모른다는 마음으로 핸드폰 감옥을 통째로 들고 편의점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냥 깨부술까 하는 마음도 수백 번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핸드폰을 감옥에 가두기가 쉬워졌다. 어느 날은 핸드폰이 직접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 날도 있었다. 매일 핸드폰을 감옥에 가두다 보니 적절하게 시간도 설정할 수 있게 되었고 할 일이 없으면 당연하게 핸드폰을 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때울 방법을 자연스레 찾게 되었다. 온전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되찾은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디지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디지털이 만연한 시대다.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누군가는 휴식이라 할 수 있지만 자기 직전까지 타인과 교류한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휴식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 주말내내 집에 있어도 쉬어도 쉬는 거 같지 않다면 디지털 다이어트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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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0 13:56

세상 바꾸는 스포츠, 전북 바꾸는 아태마스터스대회

“스포츠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Sports has the power to change the world)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남긴 말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스포츠는 전 세계의 공통 언어로 공정하고 통일된 규칙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힘이 있다. 스포츠는 평화와 연대, 상호 존중의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세상을 바꾸어 간다. 전세계 생활체육인의 축제인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즈대회’(Asia- Pacific Masters Games 2023 Jeonbuk Korea)가 2023년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전라북도 14개 시·군 일원에서 열린다. 은퇴선수와 아마추어 체육동호인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전 세계인 모두가 경기성적에 상관없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 ‘하나된 스포츠! 즐거운 어울림!’이란 슬로건으로, 자발적인 스포츠 활동을 통해 경쟁보다는 인생의 가치와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참된 화합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아태마스터스대회를 전라북도가 한 단계 발전하는 성장의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먼저, 아태마스터즈대회를 ‘지역경제활성화’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 대회는 도내 14개 시군의 주요 경기장과 대학의 기존 체육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신규시설 투자가 없는 경제적인 대회로, 1만 명의 선수단과 함께 입국하는 대회 관계자, 동반인의 전북 방문으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전라북도는 국내 최초 생활체육 국제대회 개최 지역이라는 경험으로 ‘월드마스터즈대회’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다음으로, ‘전북 브랜드의 세계화’를 추진한다. 이번 대회는 전라북도가 품고 있는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 최장 방조제인 새만금과 각종 축제, 문화행사 등을 연계한 체험 관광을 통해 전라북도의 맛과 멋, 우수한 문화유산을 전 세계인에게 알려 전라북도 브랜드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생활체육 활성화로 도민 건강증진에 기여 할 것이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지역의 체육시설 확보 및 활용 증대로 도민 삶의 질 향상과 대한민국 생활체육 대표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생활체육 활동에 1달러를 지출하면 3.43달러의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유네스코의 통계가 있다. 생활체육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2023년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현재, 전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최고의 대회임이 틀림없다. 스포츠가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가 지구촌의 화합과 공동번영의 희망을 전파하는 대회가 되는 동시에, 전라북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마중물이 되는 대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유철 전북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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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0 13:54

용평마을 할머니들의 그림

2019년 봄, 화제를 모았던 그림책이 있다. 작은 도시 할머니 스무명의 그림일기를 모은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이 그림책은 그해 다양한 매체의 관심을 모으며 ‘순천의 글쓰고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을 세상에 알렸다. ‘여든 앞에 글과 그림을 배운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일기’는 먹고 살기 바빠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과 그림을 배워 엮어낸 눈물과 감동의 인생 일기’였다. 가난 때문에,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글을 배워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었다. 함께 배운 그림 그리기 실력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놀라웠다. 그림을 지도한 작가 김중석은 감동을 주는 할머니들의 그림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내친김에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할머니들의 첫 전시회를 열었다. 그림일기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도 출간됐다. 이후 할머니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져 전국 책방에서 전시회가 이어지고 미국에서도 초청을 받아 전시회를 열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할머니들의 새로운 활동이 전해진 것은 지난 10월. 할머니들의 글과 그림이 부산의 중학교에서 순회 전시된다는 소식이 반갑다. 김제에서도 눈길을 모으는 할머니들의 전시회가 있다. 죽산면 소재지의 ‘마을 오픈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라>다. 전시실을 지키는 사람이 따로 없는 낡은 공간.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 손자수 솜씨가 담긴 기획상품이 놓인 전시실은 낯설지 않고 정겹다. 전시회 주인공은 광활면 용평마을에 사는 평균 나이 85세의 여섯 명 할머니. 전시는 할머니들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의 결실이다. 할머니들의 그림그리기를 이끌며(?) 동행해온 것은 김제에 둥지를 튼 예비사회적기업 <이랑고랑>이다. 조각을 전공한 대표 황유진과 동료 정소라 전은진.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2020년, 용평마을 할머니들과 만났다. 코로나의 위기로 사회적 소통이 통제된 상황에서 가뜩이나 더 외로워진 할머니들과 슬기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그림그리기를 지도하고 그들의 귀한 인생을 배운 지 3년. 선 하나 긋기도 어려워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스스로 그림의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담아낸다. 아름다운 도전으로 얻어낸 힘이다. 낡고 작은 전시실 안, 할머니들의 그림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고단한 시간을 건너온 할머니들의 인생이 보이는 그림이 주는 울림이 크고 깊은 덕분이다.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주는 이 귀한 선물을 많은 사람이 만났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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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8:08

<금요수필> 금계국의 파노라마

요즘 산하(山河)는 금계국의 잔치다. 산에도 들에도 고속도로변에도 전국 어느 곳엘 가도 금계국의 화려함을 쉽게 볼 수 있다. 설한(雪寒)에 정(情)을 품은 매화가 지나가면서 벚꽃이 산천을 뒤덮더니 행여 덤벼들 꽃들에 앞서 금계국은 5월의 녹음과 연인 삼아 노랗게 하얗게 파노라마의 진수를 보인다. 금계국은 식용이 가능한 국화과에 속하며 크기는 30~60cm 정도다. 개체에 따라서는 90cm까지도 자란다. ‘금계국(金鷄菊)’이라는 이름은 꽃이 황금색 계란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꽃은 화사한 노란색이며, 잎은 길쭉한 편이나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흔히 '들국화'라고 부른다. 금계국꽃은 신록이 우거진 초여름에 노랗고 하얀 향연의 연출은 마치 자연을 대변하는 5월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나는 요즘 바깥에 나가 금계국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어쩐지 잃어버린 연인을 마주하는 느낌마저 든다. 옆을 멀리하고 떠나버린 얄미운 정의 흔적을 보는 마음은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 자칫 우울할 까 봐 내심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내 고향 새만금의 섬 야미도 고향 죽마고우요 뜻을 함께해온 오직 하나였던 진정한 친구 고 김정웅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내 마음을 찌빽거리는 금계국의 정확한 이름을 잘 몰라 확인하기 위해 국어사전을 떠들어 보기도 했다. 근년에 접어들면서 군산 월명공원 설립산의 남쪽엔 금계국이 활짝 피어 붐비는 인파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런가 하면 군데군데 노랗고 하얀색의 꽃' 하면 금계국이라고 할 만큼 인기 절정이다. 보고 또 보고 싶은 금계국꽃이다. 또한 금계국 꽃에 대해 노란 꽃잎 속에 짙은 밤색 무늬의 꽃이 들어있어 화사한 치장이라 하여 기생초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화사함을 지닌 꽃이라는 데서 더욱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술렁대게 한다. 마음에 새겨둔 연인을 보는 마음이라면 어떠할까? 금강물 따라 서해바다로 가면서 정만 뿌릴라나 상념을 스친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가 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전국의 산하는 물론, 시골길 가로에도 모습을 드러낼 만큼 널리 퍼져있어 국민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공헌(?)을 하는 새로운 각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 모처럼 만에 승용차편으로 친구와 함께 남해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남해와 서해안의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심지어 마을 길을 다니면서 금계국 꽃이 자태를 보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정한 도로의 친구로만 여겨졌다. 나만의 감정인지는 몰라도 금년 들어 처음 느껴보는 마음으로 마치 다정한 친구 하나가 생겨난 마음 같아 더욱 금계국에 대한 친밀감이 돋았다. 그러나 일행들도 대체적으로 다감한 느낌들을 주며 "언젠가는 우리나라 꽃이 되겠다"고 까지 한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금계국은 1년에 한 번씩 보게 될 친구가 될 것 같다. 시각의 아름다움은 마음의 아름다움이니까. 금계국 피우기 위해 쉬지 않고 걸어도 짧은 가을, 바람의 날개를 달고 노란 향주머니 열기에 바빠 하루해 짧다지만 스산한 가슴으로 지고(至高)의 푸름 아래 홀로 삶이 힘들까 봐 마지막 들꽃 되어 찬 바람 불기 전 가을의 노랑향기 온몸으로 담아내는 금계국(金鷄菊)의 하루가 예스럽기만하다. 김철규 수필가는 전북일보 편집부국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전북도의회 의장과 군산신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전북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인연 외 10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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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7:13

지자체의 상생 협력, 전북이 살 길이다

최근 전북 지자체들의 활동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북도가 앞장서서 지자체 사이의 갈등과 분열, 반목을 뒤로하고 통 크게 단결하여 상생·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단체장들도 낙후 전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로 양보하며 함께 고통을 헤쳐 나가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과거에는 전혀 이러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사건건 자기 지역의 입장만을 강변하여 인접 지자체와 수시로 갈등하는 일이 빈번했고 ‘가깝고도 먼 이웃’처럼 경쟁하며 서로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다. 전북도와 전주시의 갈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민선시대 이후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속적으로 갈등이 증폭되어 계획된 사업이 성사되기는커녕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당연히 정부 예산 확보나 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미쳤다. 청주공항보다 앞서 1998년부터 추진된 김제공항은 토지 보상을 끝내고 삽을 뜨기 직전 연기되다가 없던 일이 되었다. 수백억이 투여된 김제공항 부지는 10년 넘게 방치되어 잡풀과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전면 백지화된 것이다. KTX 익산역사 문제도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신역사가 김제, 전주와 근접한 장소로 이전했다면 익산시의 새로운 신시가지로서 유통과 상업, 교통, 사람이 어우러지는 역세권으로 익산시의 확장, 발전을 선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행정과 일부 소지역주의는 결국 현재의 역사를 고수하여 역세권은 고사하고 익산 시민 이외의 이용객이 적어 과거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전국의 통합 추진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수십 년 동안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청주와 청원의 통합과 이후의 모습을 보면서 천불(?)이 난다. 소지역주의는 꼭 극복되어야 한다. 물론 통합이라는 양적 팽창에 치중하면 한 곳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소지역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필수적 요소이며 통합의 전제이다. 다시금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통합 추진은 철저히 완주군민의 입장에서 진행되고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두 지역이 온전히 하나 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조급하면 실패한다. 다시는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나서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확실하게 해결해나가며 추진되어야 한다. 정치논리에 의해 찬반이 갈리는 우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얼마 전 진안군민 대다수가 용담댐 물을 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기가 막혔다. 용담댐 건설로 진안군은 수개의 면이 수몰되어 현지인들이 정든 고향을 등졌다. 현재 진안군의 상당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묶여 많은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중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북도만이라도 대의에 입각하여 전북 전체를 위해 피해를 당하는 진안군민에 대한 지원 조례를 만들고 오직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용담댐이 있어 전북의 주요 도시가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임실군 옥정호 관련 사안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임실과 정읍의 소모적인 갈등은 무의미하다. 피해 지역 지자체와 주민이 보상과 배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를 근거로 조례도 만들고 일방의 피해와 희생이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제도화해야 한다. 지역 소멸의 위기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전북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며 충분한 토론과 소통, 양보와 합의를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통합과 관련하여 전북도. 전주시. 완주군의 만남이나 상관댐 관련 전주시. 진안군의 협력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십리 길도 첫걸음부터’라고 했다. 시작이 반이다. 전북도가 앞장서고 지역의 모든 지자체가 이해 충돌 사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길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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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4:08

군대 가면 가족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는데 면제받을 수 있나요

병역의무자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가족의 부양비, 재산액, 월 수입액이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모두 해당되면 병역을 감면해 주는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제도가 있습니다. 첫째, 부양비는 가족 중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초과하는 경우에 부양비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가 남자인 경우 1명당 피부양자 3명 이상, 여자인 경우는 1명당 피부양자 2명 이상일 때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을 초과하는 것으로 봅니다. 둘째, 재산액 기준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결정하는데 2022년 기준은 8,630만원 이하입니다. 셋째, 월수입액 기준은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급여 선정기준을 적용하여 결정하고, 병역의무자 가족 수에 따라 기준금액이 달라집니다. 2022년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48,432원 이하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병역의무를 하게 되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위의 세 가지 병역감면기준인 부양비, 재산액, 수입액이 모두 해당된다면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병무청홈페이지→병역이행안내→병역감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에 자가진단을 받고자 할 경우에는 ‘병무청홈페이지→병무민원→민원안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원(자가진단)’에서 가능합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과 관련하여 세부적인 기준과 신청 등에 대한 상담은 전북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 생계처리계(063-281-3233, 3186)로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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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4:05

일상의 붕괴

“한낮에 아이에게서 전화가 온거예요. 점심시간이길래, 뭘 놓고 갔나 했어요.” 우리는 함께 커피를 마시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에겐 이런 종류의 일화들이 아주 많았는데, 아무리 들어도 새로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 하더니 우는 거예요. 난 너무 놀랐어요. 왜? 왜? 무슨 일이야? 하고 물으면서, 혹시 피싱인가 하고 의심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어설픈 구석이 없는 거예요. 말투도 그렇고, 분명히 oo이 목소리였어요.” 결국 그것은 흔하다면 흔한 피싱 이야기였다. 그녀는 놀랐지만 끝까지 주의력을 잃지 않았고, 아이가 학교에 안전하게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좋은 마무리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이전과 다른 한가지 디테일이 더해져 우리를 좀 더 무섭게 했다. 듣는 이가 이미 피싱을 짐작하고 유심히 듣는데도 도무지 의심할 수 없이 똑같았던 ‘아이의 말투와 목소리’였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버전의 많은 ‘철렁한 보이스피싱 이야기’들을 들어왔지만, 듣는 사람이 너무 놀라서 지레 정신줄을 놓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이것이 사기임을 짐작 가능한 힌트들이 있었다. 협박하는 사람이 특정 지역의 말투를 쓰거나 주변 잡음이 몹시 심할 때가 많았고, 무엇보다도, 목소리가 숨길 수 없이 달랐다. 울거나 비명을 지르는 식으로 듣는 사람을 놀래켜서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숨기려 애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힌트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가 울음이 섞이기는 했어도 또박또박 말했고 그 목소리는 엄마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들어도 분명 내 아이의 목소리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전에 들었던 ‘목소리’에 관한 또다른 일화가 떠올랐다. “나 김정은한테서 축하 전화 받았어요. 들어보실래요?” 한 지인이 자랑스럽게 넘겨준 전화기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그의 유투브 채널 개업을 인민의 온마음을 다해 축하한다며 유투브 채널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하고 있었다. 의심할 길 없이 걸걸한 총비서의 목소리였다. 물론, 동해에 미사일이 오가는 판에 그가 한국 유투버에게 축하전화를 할 리 없다. AI의 작품이라고 했다. AI에게 특정인의 목소리를 오래 들려주면 그의 말투와 목소리를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례를 엮으면 피싱단은 이제 AI를 통한 음성 재현 기술을 범죄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 손안의 발칙한 물건은 내 개인적인 통화를 귀기울여 듣고, 녹음하고, 그 정보를 유출해 AI가 내 목소리와 말투를 똑같이 흉내낼 수 있도록 도왔다는 뜻이 아닌가? 우리는 피싱보다도 휴대폰에게 더욱 분노했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새어나가 범죄집단의 손에 들어간 것인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에는 얼만큼의 책임이 있을 것인가? 그것은 무능일까 악의일까? 공원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먹던 새 떼가 무리지어 인간을 공격하고, 아이를 돌보러 온 순한 얼굴의 보모가 내 가족을 살해하려 한다는 식의 뻔한 공포 서사에 우리가 질리지 않고 몸서리를 치는 이유는 평범한 외양을 가진 어떤 사악함이 우리의 일상에 집요하게 스며들어 마침내 균열을 내는 순간을 징그럽도록 치밀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는 소소한 일상의 배신, 일상의 붕괴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진정하고도 유일한 공포다. 불평 많은 배우자, 속없는 자식들, 직원복지가 형편없는 우리의 직장은 사실 우리가 가진 전부다. 그 보잘 것 없는 것들에 실금이라도 가는 순간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기둥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고, 그것이 손상된 이후 우리 인생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음을 절감한다. 소중한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이 다치고 생명을 잃은 그 사고 이후 마음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디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무언가 나은 방법들을 배우길 바랄 뿐이다. 피싱 전화 한통으로도 쉽사리 흔들리는 우리 연약한 일상의 안위를 생각할 때 희생자와 부상자, 유족과 가족들의 고통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온 마음을 다한 위로와 기도만을 드릴 수 있을 뿐이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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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3:23

수능 끝난 수험생 진로·생활지도에 만전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7일 차분하게 치러졌다. 이날을 향해 밤잠도 줄이면서 쉼 없이 달려왔을 수험생들은 해방감과 함께 정서적 불안과 허탈감에 빠질 수 있다. 또 일시에 긴장이 풀리면서 해방감에 젖어 자칫 음주나 흡연·폭력 등 일탈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교육당국이 진로 및 생활지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다. 교육청과 경찰 등 관계 당국에서 물론 대책을 세웠겠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로 생각해 형식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들이 본분에서 벗어나 일탈행위에 휩쓸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지도하고 보살펴야 할 것이다. 학생 안전관리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각 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 우선 안전사고 예방대책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또 수험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학교 밖 상가 밀집지역에 대한 현장지도도 필요하다.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진학·진로 지도를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지자체의 역할도 필요하다.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 정부는 대학과 지자체가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하여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도록 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이끌 인재를 지방대학에서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청소년 진학지도에서부터 시작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의 청소년들이 지역에 있는 대학을 외면한다면 지방시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도 수능을 치렀다고 해서 고교 3년의 학창시절이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수능을 앞둔 16일 SNS를 통해 수험생들을 응원하면서 “수능은 인생의 결승선이 아니라 작은 전환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조언했다. 새겨들어야 한다. 시간을 아껴 인생의 진로를 차근차근 설계해야 할 소중한 시기다. 수험생들이 이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게 허비하지 말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각 가정과 교육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지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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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17 11:52

자동차융합기술원 20억원 세금낭비라니...

전북도 출연기관인 자동차융합기술원이 안이하고도 미숙한 업무처리로 무려 2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낭비해 실망감을 주고 있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새만금 주행시험장 조성공사를 하면서 골재 조달지역 변경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추가공사대금 16억원과 이자 4억4천만원, 그리고 소송비용 1억2천만원을 물어줬다. 이같은 사실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서난이 의원(전주)이 지적한 것으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건의 발단은 새만금 주행시험장 공사를 위한 골재조달지역이 당초 군산시 옥구읍 일대보다 더 먼 지역으로 변경되면서 비롯됐다. 공사업체가 요청한 설계변경과 관련해 기술원이 거리가 멀어진 것에 대한 비용 상승 부분은 확인했으나 흙 값에 대해서는 간과한 때문이다. 결국 공사업체는 지난 2018년 흙값을 포함한 운반비용 등 총 42억여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35억여원과 지연이자 5억6천여만원 지급 판결이 내려졌다. 항소심에서 1심보다는 감소한 16억여원과 지연이자 4억4천여만원을 지급토록 판결했으나 결국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만일 기술원 측이 처음부터 꼼꼼하게 설계변경 내용 등을 확인했더라면 불필요한 소송도 안 당하고 수억원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세금으로 지급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금까지 어떤 형태의 징계나 구상권 청구조차 없었다는 게 문제다. 전북자동차융합기술원 측은 “흙값은 대부분 반출해야 하는 공사장 등에서 별도의 비용 없이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설계변경 당시 검토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에서 패소해서 돈을 변상한 사례가 별로 없었는데 유일하게 서울시에 두 군데가 있었다”고 해명하느라 급급했다. 변상금과 변호사 비용 등 20여억원 외에도 예비비를 30억원으로 책정했다는 건 실제 소송 진행과정에서 패소해 예산을 집행해야 된다는 점을 감안했던 것으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가뜩이나 전북도 산하기관들의 부실하고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드러난 이번 자동차융합기술원 문제는 변상 조치 및 책임자 처벌 등 확실한 조치가 취해져야만 제2, 제3의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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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17 11:29

새만금 송배전 선로공사 빨리 추진하라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수상태양광, 풍력 등 총 3.0GW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이 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전력망 연계가 발전사업 준공 이전에 완공돼야 하는데 이게 안돼 세월만 잡아먹고 있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지 말고 소통을 통해 전력망 계통연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 일대 재생에너지사업은 SK E&S의 데이터센터 및 창업클러스터 구축 2조1000억원, 웨스턴리버 컨소시엄의 관광·테마마을 개발사업 1조원 등 수상태양광 발전소 건설비와 민간 투자를 합쳐 모두 6조7000억원의 사업 규모에 달한다. 이들 사업이 제때 추진되기 위해서는 345㎸ 변전소 신설과 15.3km 송전선로용 터널 건설 등 계통연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계기관들은 계통연계의 중요성을 발등의 불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정부부처와 맺은 ‘송·변전설비 선투입’ 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다 5번의 유찰 끝에 지난 6월 (주)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최종낙찰자를 선정했지만, ‘체결 조건 미충족’을 들어 본 계약조차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선(先)투자가 절실하다. 지난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서 군산 출신 신영대 의원의 질의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은 "송·변전설비 계통연계의 기본 조건이 인허가와 사업자 선정이었는데 한수원이 선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과 새만금개발청은 서로 '약속 미이행'과 '변명'이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볼썽 사나운 일이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관심도 절실하다. 윤 정부는 집권 이후 원전에 집중하는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는 비판적 입장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사업은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RE100 등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임기 내 새만금 개발 완료"를 강조해왔다. 그런 만큼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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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6 17:22

50년 전 전국체전과 합숙풍경, 두 번째 이야기

큰톱으로 얼음을 거칠게 절단하여 새끼줄로 묶어 사들고 친구집에 가서 세수대야에 얼음을 넣고 물과 사카린과 미숫가루를 넣으면 최고의 음료수이며 보양식이며 생명수였다. 마시면서 참으로 행복했다. 또한 옛날 경기용품은 어땠는가? 레슬링 경기화는 구둣방에서 맞추어 신었다. 가죽 품질이 좋지 않아 뻣뻣하고 질이 날려면 3개월 정도는 신어줘야 한다. 새 신발이라고 신을라치면 스키 부츠를 신은 것처럼 발목에 깁스한 것처럼 유연성이라곤 전혀 없다. 요즘 선수들에게 그 신을 신겨보면 어떨까? 상상이 안간다. 애지중지하던 경기화도 잘 찢어지고 떨어져서 연습중에 발가락이 보이면 가는 곳이 있다. 만능 수선소이다. 전주 남부 배차장 (구)상업은행 앞) 신발 꿰메는 할아버지께 맡긴다. 그곳이 고사동 올림피아 운동구점이며 당시 유명한 곳이였다. 신발도 덧데어 꿰메서 너덜너덜한 경기화를 신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선수들의 훈련장비나 훈련용품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76년도 부산체육대회에서 평상시 64kg 나가는 친구가 있었다. 한계 체중이 52kg급이여서 12kg을 감량해야 했다. 사과한쪽으로 연명하며 거의 한달을 굶어가며 입술이 하얗고 창자가 꼬이고 뒤틀려서 런닝도 못하고 그 큰 고통을 감내하며 조절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체중이 많이 OVER돼서 1~2시간 내로 2.5kg을 빼지 못하면 경기를 치룰 수 가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뜨거운 물에 삶는 방법밖에 없다.(당시 운동 현장에서는 삶는다 라고 표현) 수동으로 물을 틀어서 일반인은 손도 담기 힘든 뜨거운 물에 거의 1시간 삶고 다시 사우나에 들여보냈다. 비틀거리며 내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선하다. 지도자도 뜨거우니까 돌아가며 사우나에 들어가 선수를 반강제로 가둬버린다. 코치도 뜨거워서 견디지 못해 문을 박차고 나가는데 선수는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손을 뻗었다 꽝 하고 사우나 문을 닫는 그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서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 손가락이 굽혀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통증도 감각도 없었다고 한다. 바닥에 기절 직전 널부러져 있는 친구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땀이 식으면 안되기에 뜨거운 물을 바가지로 퍼서 친구에게 계속 뿌려주니 그 친구 왈 너 내 인생 책임질 수 있냐?라고 묻는다. 죽음이 눈 앞에 보였다고 한다. 친구는 움직일 힘도 말할 힘도 없어 그만 좀 뿌리라고 말을 못했다 한다. 계체량 장소로 택시를 타고 가는데 담요를 덮어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체중을 달아보니 한계 체중보다 1kg이 더 빠져 3.5kg을 1~2시간 내에 뺏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계체 후 삼천원이 들어있던 바지가 없어져 아무 옷이나 입고 안광열회장께서 주신 오천원을 손에 쥐고 삼강사와 그리고 박카스 등 음료수를 먹고 몸 생각한다고 리어카에서 팔던 따뜻한 콩물을 마신 후 다 토하고 손에 쥐었던 몇천원의 돈 빠져 나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기절을 했단다. 그러면서 안광열회장님의“큰일났네 큰일났네”소리 이후 기억을 잃었다. 링거맞고 병원에서 배기열코치(전 예원대 교수)의 음성이 들려 깨어났으며, 주변에서 시합하지 마라 만류했으나 친구는 힘들게 체중을 뺏으니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출전을 했는데 이원영(전 경북체고 교장)선수에게 폴패를 당하고 말았다. 몸에 너무 힘이 없어 주저 앉아 일어나질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체중조절하는 아들의 모습을 부모님이 보셨다면 어땠을까? 그 친구가 바로 박진규다. 전주대에서 36년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이젠 인생 2모작을 준비하고 있는 그 발걸음에 무한 영광이 깃들기를 바란다. 옛날과 비교해 훈련장비나 시설이나 스포츠과학도 빛의 속도로 발전했는데 경기력은 왜 뒷걸음 쳐질까?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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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6 14:09

국학연구 통합 계획 기사를 읽고

서기 2022년 11월 9일자, 전북일보 1면 기사 “‘국학연구 통합추진’ 호남권 상생 초석“을 읽고, 가뭄에 단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는듯 무척 반가웠다. 이제 호남의 한국학(유학) 연구가 힘찬 고동을 울릴 모양이다. 필자는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연구단체의 명칭이다. 분립되었던 주체의 명칭을 하나로 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그것은 바른 명칭은 바로 연구 전체의 성격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호남의 한국학 연구의 명칭을 ‘한국학호남진흥원’이라고 내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애초 서기 2014년 3개 시⸱도가 정책협의회를 통해 추진한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명칭이 ‘한국학호남진흥원’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호남한국학진흥원’이어야 하는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 인식이 '달걀이 먼저냐' 아니면 ‘닭이 먼저이냐’ 식의 논란이 되겠지만, 문제는 구체적이고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호남권 한국학(유학)의 통합연구라 한다면 우리의 호남지방의 한국학에 대한 연구이니, 그 명칭도 호남지방을 앞세워 ‘호남한국학진흥원’으로 해야할 것 아닌가? 연구의 범위가 호남지방의 한국학이니 말이다. 둘째, 연구단체의 위치 문제이다. ’부안(扶安)‘을 그 예정지로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광주, 전남지역의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문헌을 맡긴 기탁자들이 자료반환을 요구하고, 기증 약속을 철회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연구기관의 위치를 둘러싸고 지역주의의 근성의 발로 현상이라 하겠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동 연구기관은 기탁자들의 기탁 문헌만을 연구하는 기관도 아니며 그 대상은 호남에 산재한 한국학에 관한 연구이다. 지역적인 연고를 따진다면 호남의 어느 지역이나 연구와는 관련있는 연고지이다. 또한 연구본부의 중심을 현재 연구자들의 중심으로 해서도 안된다. 그것은 현재 연구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는 계속적으로 대를 이어가며 연구되기 때문이다. 연구소 소재지로서 부안(扶安)이나 광주(光州)도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그 곳 보다 더 한국학과 깊은 연고성이 있는 곳을 택하면 어떨까? 우선 한국학(유학)의 시원(始原)과 관련해서 연구소의 위치를 정함이 어떨까? 그렇다면 한국유학의 시원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최치원(崔致遠)선생을 주벽으로 뫼시고 있는 무성서원(武城書院)이 있는 정읍시의 태인(泰仁) 지방은 어떨가? 그곳은 유교의 교화단체인 향약(鄕約)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직, 발전되어 호남의 삼대 명촌 중의 한 곳 아닌가? 아니면 호남 성리학(性理學)의 지평을 마련한 하서(河西)선생의 필암서원(筆巖書院)이 있는 장성(長城)은 어떤가? 이 두 곳은 다 같이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아닌가? 편협한 지역주의에 전통문화연구마저 사로 잡히지 말고 거시적, 심층적으로 사물을 보는 눈을 갖기를 바란다. 인공위성의 카메라를 통하여 부안과 광주를 보라. 양 지역이 얼마나 멀고,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금년까지 40여권의 졸저를 남기고 있는 이 노학자의 안목으로서는 호남학 연구기관의 통합의 움직임에 박수를 보내기는 하지만, 지금 말해온 명칭 문제와 그 위치 문제에 다달아서는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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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6 14:00

아픈 역사 만인의총, 온 국민이 배우고 기억해야

「만인의총 역사 교과서 등재 촉구 결의안」이 지난 11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된 데 이어 오는 24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아픈 역사, 잊고 싶은 역사라는 이유로 홀대해 왔던 1만여 의사들의 숭고한 희생의 역사 ‘만인의총’이 국회 결의안을 통해 알려지고, 교과서 등재를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어 더없이 뜻깊다. 남원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으로서 아니 남원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늘 가슴 한편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던 한을 이제야 풀어낼 계기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만인의총은 임진왜란보다 잔혹했던 정유재란 당시 민·관·군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고 하나가 되어, 잔인무도한 왜적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 위대한 역사다. 이 가슴 아픈 역사가 일본은 물론 후손들에게 마저 ‘잊힌 역사’취급을 받으며 홀대당해 온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제사를 금지당했고, 일제에 의해 제단이 파괴되는 수모를 겪다가 광복 후 재건됐다. 이후 1964년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지만, 이를 국가 차원이 아니라 전라북도가 맡아 관리하다가 2016년 5월이 돼서야 문화재청으로 이관됐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1만 5천여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칠백의사를 모신 충남 ‘금산 칠백의총’과 크게 대비된다. 칠백의총은 1975년부터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사적이 되었고, 이미 1973년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에 등재돼 모든 국민이 관련 역사를 배우고, 알게 됐다. 칠백의총과 경쟁하듯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희생자가 14배 이상 많은 만인의총이 더이상 홀대당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이유로 만인의총 역사를 국민께 알리고 바로 세우는 것을 소명처럼 여겨 왔다. 2016년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던 해, 2017년도 만인의총 유적정비 기본계획 용역 예산 확보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총사업비 125억원에 달하는 만인의총 유적종합정비사업 예산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노후화된 기념관과 관리사무소 시설을 개선하고, 정문·담장·주차장 등 주요시설의 정비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올해 국민의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로 국정감사 현장 시찰 장소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는데, 기다렸다는 듯 남원 만인의총을 가장 먼저 추천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위원 12명, 문화재청장 등과 함께 만인의총을 참배했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이 대거 남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으니, 난생처음 만인의총을 접한다는 의원도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만인의총 역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고, 국회 차원의 관심과 교과서 등재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설득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체부 장관과 문화재청 청장에게 만인의총 교과서 등재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름으로 「만인의총 역사 교과서 등재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는 것을 주도했다. 그렇게 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만인 의사의 숭고한 희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어 꼭 하고 싶었던 의정활동 중 하나가 만인의총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만인의총이 교과서에 등재된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의정활동이 있을까 싶다. /이용호 국회의원(국민의힘·남원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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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6 13:56

선거의 계절

11월 17일, 오늘은 수능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치더라도 대략 12년간 저마다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바라는 것은 수험생보다도 부모나 가족들이 더 간절할지도 모른다. 시험이 끝나면 홀가분하게 쉴 거 같아도 사실은 그 이후 너무나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죽으면 경쟁이 끝날 것 같아도 아파트 분양을 받듯이 추모관도 위치 좋은 곳은 프리미엄이 붙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게 현실이다.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선거가 끝난 것 같아도 사실은 치열한 선거전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전주 완산구선관위에서 열린 예비후보자 설명회에는 10명 남짓한 후보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석, 내년 4월로 예정된 완산을 재선거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겉으론 무공천 기류가 강하게 풍기고 있으나 결론은 ‘민주당 공천’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오는 23일 국가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 총장 선거도 눈길을 끈다. 선두권으로 꼽혔던 이민호 교수가 낙마하면서 기존 선거 구도가 전혀 다른 기류로 흐르고 있는데 전∙현직 총장인 서거석 교육감, 이남호 전 총장, 김동원 현 총장의 의중을 눈여겨 보는 이들도 많다. 서 교육감은 중립을 표방하면서 한 발 빼는 모양새나 후보들은 이남호, 김동원 총장의 마음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잘 몰라도 도내 314명 변호사들의 대표인 전북변호사회장 선거 또한 총성 없는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홍요셉-김학수 변호사간 대결에서 박빙의 차이로 홍 변호사가 회장에 당선됐는데, 28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김학수-남준희 변호사가 출마해 피를 말리는 미세한 계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월 15일엔 전북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정강선 회장이 재선 가도에 나선 가운데 권순태 전 전북유도회장, 김동진 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 윤중조 전 전주시 부의장, 최형원 전 사무처장 등이 도전장을 던져 최종 결과에 체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2월 22일엔 도내 14개 시군체육회장 선거가 일제히 진행된다. 겉으로 보면 사소해 보여도 각 지역마다 매우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이합집산도 거듭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박종윤 현 체육회장에 맞서 박지원 변호사가 맞대결을 펼치는 등 의외로 큰 관심몰이를 하고 있다. 정말 핫한 경쟁은 내년 3월8일로 예정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다. 연임을 노리는 현직 조합장과 도전하는 이들의 경쟁 양상은 지방선거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공천장만 가지고 있으면 당선되는 게 전북의 상황이지만 조합장 선거의 경우 이유 없이 가는 표는 단 한 표도 없다고 한다.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이제 며칠 있으면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는 소설이다. 차츰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크고 작은 선거전이 불을 뿜으면서 춥기는커녕, 뜨거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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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2.11.16 13:35

남원 공공의전원 법안 처리 다시 힘 모아야

남원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사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15일과 16일로 예정됐던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 통과는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이 총력을 기울였던 연내 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전북지역 의원들이 민주당 단독 처리 강행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연내 처리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은 전북도와 지역정치권이 수도 없이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 온 전북의 현안이다. 남원에 위치한 서남대학교 폐교 직후인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의료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계획을 내놓았다. 관련 법률안 발의 계획도 덧붙였다. 이후 전북지역에서는 서남대가 폐교된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 새로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사회적 논란이 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사업 추진 동력을 잃고 말았다. 사업 추진을 위한 근거 법안은 국회 문턱에서 여태껏 긴잠을 자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 의료 공공성 확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의 셈법은 달랐다. 의사단체의 반발과 함께 자신의 지역구에 국립의대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우선 국회에서 관련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법안 상정이 다시 불발되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의사 부족·의료공백 방치 주범은 국회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면서 국회를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사회적 당위성은 충분하다. 남원에 있던 서남대학교가 폐교된지 벌써 만 5년이 다 되어간다. 더 이상 지연되면 당초의 정책 취지는 사라지고, 의료 인프라 유치를 위한 지역 간 다툼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복잡하게 얽혀 가고 있는 정치권의 상황이 쉽지는 않지만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법안 처리에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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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16 12:16

전주시·완주군 상생협약, 동반발전의 첫걸음

전주시와 완주군이 상생협력의 첫발을 뗐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가 14일 전북도청에서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 추진 협약'을 맺은 것이다. 행정통합을 위한 첫걸음이냐 여부를 떠나 동반발전을 향한 소통의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주 잘한 일이다. 이들 지자체는 이번 협약을 통해 수소경제중심도시 도약사업과 상관저수지 힐링공원 조성사업을 1차 상생협력사업으로 선정·추진키로 했다. 또 향후 경제와 교통, 문화, 복지, 교육 등 지역주민의 생활 편익을 높이고 지역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사업을 함께 발굴·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전주시와 완주군은 통합문제를 둘러싸고 진통이 컸다. 1997년부터 세 차례 걸쳐 통합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제 또다시 통합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그에 앞서 양 지역간 주민 편익 증진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실질적 협력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상생협력을 통해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점차 주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통합의 문도 열릴 것이다. 전주와 완주는 원래 한 몸이었다. 1300년 넘게 완산주 또는 전주라는 이름의 공동 운명체로 살아왔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전주읍이 전주부로 승격하면서 분리되었을 뿐이다. 갈수록 경제가 피폐해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전북으로서는 이들 두 지자체가 한 몸이 돼 전북 전체의 구심력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는 게 절박한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섣불리 통합을 추진하다 다시 실패하면 전북 발전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상생협약처럼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다. 두 지자체간 상생사업은 이번에 함께 추진키로 한 사업 이외에도 찾아보면 너무 많다. 가령 완주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를 비롯해 혁신도시 편익증진, 농수산물도매시장 신축 이전, 택시사업구역 통합, 학군조정 등이 그렇다. 이들 이외에도 전주시와 완주군이 힘을 합쳐 기업을 유치하되 땅이 부족한 전주시 대신 완주군으로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쪼록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이 상생협약의 정신을 살려 지역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으면 한다. 나아가 통합으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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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15 18:19

'스포츠 마케팅' 효과

지난주 제34회 전북 역전마라톤대회 주최측 일원으로 순창 출장을 갔다. 육상 연맹 군청 관계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스포츠 마케팅’ 이 화제에 올랐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할 정도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순창군의 경우 이와 관련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억 늘어난 16억으로 책정했고, 그 파급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올해 도 단위 포함 전국 대회 46개를 유치함으로써 114억이라는 경제 유발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마케팅의 이같은 성공 예감은 예산뿐 아니라 인프라 확충과 선수 육성, 서비스 개선 등으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지금 농촌 현실은 지역소멸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애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60대 젊은 이장이 주류를 이룬 지 오래다. 반면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도 더욱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치단체와 정부가 쏟아내는 지역소멸 극복 대책은 백약이 무효다. 빈집이 속출하고 폐교가 늘어나는 데다 기초적 생활 인프라마저 빈약한 여건에서 주민들 삶의 질은 갈수록 절망적이다. 피폐하고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미래까지 담보할 수 없는 암담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역소멸 위기감은 순창군도 비껴가지 못했다. 올해 신생아 61명이 태어나고 400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추세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잘 갖춰진 교통망은 오히려 관내 정주 인구를 줄이는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은 대회 유치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주중 3개 대회가 몰린 순창 읍내는 숙박난을 호소할 만큼 방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에 따른 풍선효과도 있기 마련이다.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의 민박 형태 숙소가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특히 유소년 대회에 참가한 초등생들은 여관이나 모텔보다는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동네에서 식사 해결도 가능하고, 학부모와 함께 주변 관광지 탐방은 물론 값싼 특산품 구매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순창군의 집념과 뚝심은 익히 알려져 있다. 코로나 기간 개인 종목 대회조차 다른 시군이 꺼리는 데 반해 순창은 러브콜을 보내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대회는 물론 국내 동남아 선수 전지 훈련까지 적극 유치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전북일보도 지난해 장소 섭외가 여의치 않아 테니스 대회가 무산될 뻔했는데 순창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도 스포츠 마케팅 덕분이다. 고객 맞춤 서비스를 통해 순창의 친절한 이미지도 심어주고, 수익도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다. 이런 점을 벤치마킹해 타 시군도 경쟁적으로 대회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가 대두된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미래 대안 중 하나가 스포츠 마케팅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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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11.15 18:16

대통령 후보감 안보이는 전북의 미래

며칠 전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자 세계의 이목이 백악관으로 쏠렸다. 집권 민주당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도 석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조 바이든(80세)이 이끄는 민주당은 하원을 내줬지만, 상원에서는 결국 과반을 확보하면서 그는 2024년 재선에 도전할 기세다. 반면, 낙승을 기대했으나 사실상 패배한 공화당 트럼프(76세)는 선거 패자로 지목돼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도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슨 꿀단지가 있기에 대통령을 한 번씩 지낸 이들이 또다시 하려는 것일까.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대통령. 이 자리에 앉았던 이들 중 제 명대로 살거나 평탄한 노후를 보낸 이는 없었다. 전북에서도 광복 이후 수많은 이들이 대권을 꿈꾸곤 했으나 아직 어느 누구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민당의 오너 격인 인촌 김성수의 경우 부통령까지 지냈지만 대권은 언감생심이었고, 이후 소석 이철승이 40대 기수론에 편승하면서 노크해 봤으나 야당인 신민당 후보가 되는 것부터 실패하면서 이후 대권의 꿈을 완전히 접고 중도통합론이나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다 퇴장됐다. 많은 시간이 흘러 집권여당의 후보로 정동영이 출마했으나 승패와는 무관한 도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정세균이 집권여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선에 나섰으나 지지율 열세로 중도에 포기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운운한다. 여와 야의 극한 대결도 결국 내후년 총선과 차기 대권을 향한 샅바 싸움이다. 지난 대선에선 여야 공히 국회의원 한 번 해보지 않은 이들이 최종 후보가 됐으나, 유력 후보군은 어쨋든 여의도 정가에서 금배지 관록을 쌓은 선량 출신이 대세였다. 한치 앞을 알 수 없기에 지금 차기 주자를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현재로선 대권 반열에 가까이 가 있는 전북출신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한두번 더 하거나 장관, 총리한다고 해서 확 부각될 것 같은 인물도 없다. 과거에는 막연하게나마 대선 후보군으로 꼽을 만한 이들이라도 있었으나 이젠 벤치에 앉아있을망정 빅리그에 진출한 전북출신은 아예 없다는 얘기다. 비관적인 이들은 “향후 10∼20년간 전북출신 대권후보는 아예 없는 게 아니냐”며 “아예 정치에 신경을 꺼버려야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카리스마와 능력, 덕성을 갖춘 인사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에 탄생한다. 최근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에서 여실히 증명됐듯 전혀 생각지 않았던 선수가 9회말 대형 스타로 부각되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은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여와 야의 젊은 피 중에서도 스타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일국의 지도자를 뽑는데 있어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가의 지도자는 도민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전북출신 스타 정치인의 부재는 날로 추락하는 전북의 도세와 무너진 자긍심에 더욱 생채기를 내는것 같다. 하여, 이미 퇴장한 이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전북출신 새 인물군들이 보다 큰 도전과 성취를 통해 화려한 명성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비단 정계에서뿐 아니라 전북출신 인사들이 각계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대리만족이라도 좀 느껴보고 싶은 게 수많은 도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대형스타는 평범한 길을 걸어서는 결코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뭔가 좀 화끈한 변화와 혁신,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지도자를 갈구해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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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2.11.15 15:17

군산항 상시준설요구 아우성 들리지 않는가

토사 매몰로 도내 유일의 항만인 군산항의 신음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특성상 군산항은 쌓여가는 토사로 원활한 항만기능유지에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통증이 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준설은 정부의 의무지만 미미한 준설예산으로는 준설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현상이 반복된 데 따른 것이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2차례 항로준설 사업을 통해 2000여억원이 투자됐다. 또한 매년 100∼200억원의 유지준설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군산항의 수심은 개선되지 않았다. 매년 준설치 못한 토사는 항만내 쌓여갔다. 그 결과 군산항은 현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계획 수심을 만족하는 부두가 없다. 선박 밑바닥이 해저에 닿는 바텀타치(bottom touch)와 접안 선박이 미끌어지는 슬라이딩(sliding)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자동차 선사는 선박의 안전을 이유로 군산항 기항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선박은 다른 항만에서 일부 물동량을 하역한 후 수심에 맞게 흘수를 조정해 군산항에 입항한다. 군산항의 물동량이 다른 항만으로 이탈되고 있다. 국제여객부두와 컨테이너부두는 선박의 운항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의 확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해도(海圖)상 표기된 항내 수심의 대외 공신력은 의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도내 업체들은 항만 수출물동량의 80%와 수입물동량의 40%를 광양항 등 국내 타 항만에서 처리하고 있다. 특히 군산의 항만 수출 물동량조차 35%만 군산항에서 소화될 뿐이다. 전국에서 부산, 인천, 목포에 이어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의 경쟁력은 12위로 갈수록 떨어졌다. 1979년 1부두 완공이후 군산항은 오늘날 31개 선석을 갖춰 외견상 중견 항만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전국 물동량의 1.36%를 처리하고 입출항 선박도 전국의 2.2%에 불과한 초라한 항만으로 전락했다.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쌓이는 토사로 하상이 높아지고 수심은 계속 낮아짐으로써 항만기능을 상실하지 않을 까 우려된다. 낮은 수심에 따른 항만인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준설 요청이 항만 전반에 걸쳐 빗발친다. 하지만 군산 해수청은 준설예산이 부족, 쏟아지는 준설 요청을 감당치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 군산항의 준설을 정부에 의존치 않고 전북도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에는 31개의 무역항이 있다. 무역항을 가진 전국 각 자치단체는 항만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혈안이 돼 있다. 준설 수요에 즉각 대처하는 상시 준설체제의 구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이를 구축해야 새만금 신항이 개항됐을 때 비로소 도내에 2개 항만을 갖는 효과를 거양, 지역경제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전북도가 주도적으로 (가칭) 전북준설공사 설립 등 상시 준설 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해양수산부와 즉각 협의에 나서야 한다. 쇠락하는 군산항의 준설을 '국가사무'라며 방관만 해선 안된다. 전북도는 군산항의 상시 준설을 요구하는 도내 기업인과 항만인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안봉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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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2.11.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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