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5:5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농어촌·취약계층 보일러시설 전수조사하라

일가족 6명의 사상자를 낸 무주 가스 중독사고의 원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또 전북경찰청의 1·2차 합동감식 결과 보일러와 연통을 연결하는 접합부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그 틈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상자들은 무주군 무풍면 주택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연로한 모친(84)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이 사고로 딸과 사위 등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화장실로 기어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구조되었다. 생일 축하가 집단 참사로 변한 것이다. 모처럼 온 식구가 모인다고 좋아했다는 손자의 말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날씨가 점차 추워지고 있어 이러한 참사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괜찮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이 큰 불행을 불러 올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1970-80년대는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흔했다. 한 해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곤 했다. 그런데 주택이나 보일러 시설 등이 훨씬 개선된 오늘에도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직도 안전에 대한 사고방식이 연탄을 때던 시절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번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일산화탄소가 거실과 방쪽으로 스며들어 집안 전체가 가스 냄새로 심하게 진동했다"며 "산소마스크를 쓰고 집안에 들어갔다" 고 밝히고 있다. 가스나 화목,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에서는 일산화탄소 사고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찜질방이나 야영장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울 때도 마찬가지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의 기체로 중독되면 발작, 혼수, 마비 등을 일으킨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문제는 가스나 연탄보일러 등을 사용하는 농어촌이나 도시 취약계층의 경우다. 이번 무주의 경우처럼 농촌에서 홀로 생활하는 고령의 노인들은 스스로 가스 누출 여부를 점검하기가 어렵다. 또 도시의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비슷한 처지다. 이들은 대개 낡고 오래된 집에 살며 보일러 시설 역시 노후화된 경우가 많다. 어렵게 사는 사람일수록 불행도 쉽게 찾아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시민사회나 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전수조사를 벌였으면 한다. 가스누설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이를 설치 하는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2 15:00

왕궁축산단지 생태복원 프로젝트 ‘차근차근’

익산시가 왕궁축산단지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를 접목해 축산단지와 그 주변의 국유지 및 사유지 179만㎡에 식생을 복원하고 생태학습장과 자연놀이시설, 탐방로 등을 조성한다는 청사진이다. 지난 2010년 시작된 ‘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에 따라 추진된 현업축사 매입사업 완료 시점에 맞춰 생태축을 복원, 만경강과 새만금 일대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악취가 진동했던 새만금유역 최대의 수질 오염원을 생태계 복원의 명소로 바꾸는 이 거창한 프로젝트가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추진력이 요구된다. 우선 10년 넘게 진행된 현업축사 매입 사업부터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새만금 수질개선사업과 맞물려 오염원을 없애기 위해 추진된 왕궁축산단지 현업축사 매입사업이 시행 12년만인 올해 완료될 예정이지만 일부 축산농가가 끝내 응하지 않아 과제를 남겨놓았다. 워낙 오랫동안 대규모로 운영된 축산단지여서 오염된 토양과 인근 저수지 및 하천 수질을 정화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환경부가 준비중인 국토환경녹색복원사업 등 정부 공모에 적극 대응해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게 익산시가 밝힌 예산 확보 계획이다.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를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새만금 수질개선과 왕궁축산단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만큼 공모사업에 선정될 가능성은 높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앞서 전북도와 익산시가 새만금유역 수질개선과 악취문제 해결을 위해 역점 추진한 왕궁 축사 매입사업도 국비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10년을 넘겼다. 축사매입사업과 연계해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예산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새만금유역 최대 수질 오염원으로 꼽혀온 익산 왕궁축산단지가 혐오·기피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쾌적한 생태마을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선 전북도와 익산시, 그리고 지역 정치권이 함께 나서 국비 확보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2 12:58

'명예도민증' 엇갈린 시선

국민의힘 의원 19명에게 주기로 한 전북 명예도민증을 두고 민주당이 발끈했다. 지난달 30일 도의회가 의결해 명예 도민이 되는 전북동행 의원들은 그동안 지역발전에 힘써온 타시도 의원들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본래 취지에 어긋나고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태클을 걸었다. 특히 외교참사 논란으로 해임 의결된 박진 장관을 지목하며 부당함을 집중 부각시켰다. 더욱이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추진하고 도의원이 장악한 의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 명예도민증은 지난 1996년 시행된 뒤 지역 발전을 위해 앞장서 온 290명에게 전달해 왔다. 반면 정운천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전북동행 의원 제도는 국민의힘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지역 교두보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경상도 의원을 주축으로 타시도 지역구 의원에게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역설하며 전북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이번에 도민증을 받는 전북동행 의원은 시군 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넓힘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에도 지역현안 추진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며 동반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작년 국회 이종배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전북동행 예결위원들이 협력해 예산뿐만 아니라 시군 현안 해결에도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 왔다. 재작년 남원 금지면에 밀어닥친 역대 최고 물난리 때도 이 지역 동행 의원인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이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 위로와 함께 후속 조치에도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관심의 초점은 집권 여당으로 변신한 이들 전북동행 의원들의 향후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 전반 영향력을 미치는 요직에 다수가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 입장에서 이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주동행 추경호 의원이 국가 예산을 주무르는 기재부 장관으로, 순창동행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송언석 전주동행 의원도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아 국회 운영의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5선 중진 서병수 부안동행 의원과 대변인으로 주가를 올리는 양금희 익산동행 의원은 물론 전북 출신 비례대표 이종성 의원도 완주군에 배치돼 있다. 민선 8기 김관영 지사 취임 후 여야 협치는 무르익고 있다. 김 지사와 정운천 도당위원장이 소통을 강화하며 이를 통해 지역 발전 공감대를 이뤄낸 덕분이다. 김 지사 요청으로 국민의힘 출신 전북도 정책보좌관이 임명돼 활동함으로써 분위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 정치권의 동력 확보에 대한 당위성이 절실한 때도 있다. 그동안 전북동행 의원으로서 열정을 쏟아 부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명예 도민으로 위촉하려는 것도 같은 범주다. 오히려 지역 정서와 정당의 정체성 운운하며 발목을 잡으려는 그 자체가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11 18:13

시끄러운 정치, 무책임한 언론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막말은 으레 단골 메뉴다. 고성과 삿대질, 호통과 으름장, 폭언과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정회는 기본, 파행이 다반사다. 올해는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뭣 하러 그런 짓 합니까”, “뻘짓거리 하다가 사고로 죽어도 공상이냐”, “개나 줘버려”, “너나 가만히 있으세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 여야가 뒤바뀐 탓일까. 서로를 벼르며 으르렁댄다. 창과 방패, 공격과 수비의 소재도 즐비하다.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와 비속어 논란,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휘발성이 큰 쟁점 현안들이 뒤얽혀 있다. 그야말로 여야 간 힘겨루기의 한판 장이 섰다. 정치인의 막말은 의도된 발언일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는 그럴 개연성이 높다. 보여주기식 다목적 포석이 그것이다. 첫째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갑’의 힘 과시용이다. 둘째는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의식한 내부 충성용이다. 셋째는 여론과 민심을 의식한 대(對)언론용이다. 의사진행 발언은 불쏘시개다.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의사진행 발언은 어느 순간 의사방해 발언으로 변하고 만다. 정책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다. 그런데 국감에 국정이 없는 꼴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정치판이 너무 시끄럽다. 정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말이 있다. 자신의 부고(訃告) 기사 빼고는 좋은 것이든 설사 나쁜 것이든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낫다고. 말은 정치의 처음이자 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의 99%는 말”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를 가리켜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이라 했다. 말의 힘이 곧 정치인 것이다. 품격과 인품의 ‘품(品)’ 자에는 입 ‘구(口)’가 세 개 있다. 언어와 인격의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시끄러운 말에 품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시끄러운 정치에는 언론도 한 몫을 거든다. 아니 한 몫을 뛰어넘는다.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언론이 정치인의 저질 언어를 무책임하게 퍼 나르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극적 막말을 무한 재생 반복한다. 시청률을 염두에 둔 선정적 행태다. 결국 욕설에 가까운 정치인의 폭언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진다. 건강한 사회는 그만큼 더 멀어진다. 정치에 대한 우리 언론의 취재 방식과 낡은 문법을 고쳐야 한다. 언론사 정치부에서만 잔뼈가 굵은 한 전직 기자 선배는 일갈했다. “정치부 기자가 구태 정치를 바꾼 적이 있느냐”고. 정치권의 말싸움과 정치인의 입만 바라보는 언론의 게으른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정치부 기자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기록해야 한다. 공적 사안에 대한 분석과 전망, 나아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에는 언론이 「오늘의 국감 스타」나 「국감을 빛낸 인물」을 선정했다. 자연스레 국회의원들끼리 선의의 경쟁이 이어졌다. 혹여 막말을 내뱉은 정치인은 여론의 비난 뭇매를 피해 가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정치인의 막말은 다분히 방송 카메라를 의식한 계산된 행위로 비칠 때가 많다. 이번 국감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면서 막말의 강도와 말싸움의 빈도가 상승 일색이다.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시끄러운 막말은 사라져야 한다. 이와 함께 정치인의 말만 쫓아다니는 언론의 취재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박종률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1 17:47

지역대학 교수의 일상, 새로운 돌파구는 어떻게?

대학 연구실에서 맞이하는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 갈수록 더 바쁘게 지내건만 눈에 보이는 결과는 나아지지 않는다. 지역대학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들려오나 걱정만 앞설 뿐이다. 교수 개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지역대학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다. 지역대학이 처한 현실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이다. 대학 건물은 전반적으로 아주 낙후돼 있다. 30-40년 이상 된 부실한 건물이 즐비해 비가 많이 오면 누수로 인해 양동이를 받쳐야 하는 슬픈 광경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일부 화장실은 누가 볼까 민망할 정도로 오래된 화변기 그대로이다. 대학 바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대다수 강의실은 3차도 아닌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 교수들의 강의 책임 시간은 매주 9시간으로 변함이 없다. 크게 늘어난 연구와 학생 지도 등의 부담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전임교원들은 강의 시간의 두 배 이상을 들여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오히려 애처롭다. 취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수들은 취업지도를 열심히 해도 지역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생각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교수들의 강의 및 학생지도 피로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연구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함에 따라 업적평가와 승진을 위해 매년 일정한 수 이상의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대학원생은 급격히 줄어들고 박사후 연구원은 구하려고 해도 오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고군분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변 교수들과의 자유로운 미팅과 토론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실제 실험 조사까지 모든 것에 매달려 보지만 낮은 생산성과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역과의 교류협력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이다. 지역대학의 중요한 사명은 지역발전과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대학과 지역의 협력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일일이 찾아나서야 한다. 힘겹게 지역과의 협력 추진에 성공하더라도 강의 시수와 연구논문 중심의 교수들의 업적 평가에는 그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교수들에게는 더 편하고 이득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교수 개인의 노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지역대학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대적인 재정 지원은 물론 현재 대학에서 강제되고 있는 강의 시수를 포함한 다양한 규제 철폐가 시급하다. 지역대학의 학생들에게는 학업 및 취업의 불리함과 불이익을 해소할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대학 스스로도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학생들의 성공을 이끌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교수들의 효율적인 연구 수행에 도움이 될 현대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대학이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교두보를 서둘러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노력이 합류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지역대학은 비로소 화려한 회생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민호(전북대학교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1 17:47

인구정책 전환, ‘바람의 인구’가 해법일까

민선 8기 각 지자체의 최대 화두는 역시 ‘인구 늘리기’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인구는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그동안 갖가지 묘안을 짜내면서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이제는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완화에 초점을 맞춘 기존 정책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인 만큼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정책의 방향을 기존 정주인구에서 ‘바람의 인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에서 주목받은 ‘바람의 인구’는 정주인구와 대비되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인구의 범위를 거주지 주민 외에 관광객과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출향인 등 해당 지역과 일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 넓힌 관계인구, 그리고 관광과 통근 및 통학·휴양·업무 등의 목적으로 특정지역에 체류하는 인구를 포함한 생활인구가 이에 속한다. 전북도는 최근 ‘함께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 인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에서도 생활인구의 개념을 정의해 놓았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전북도를 비롯해 전국 각 지자체들이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다. 주민등록인구 늘리기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을 지역 연고자 늘리기로 바꾼 것이다. 정주인구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관계인구가 늘어나면 지역 정주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기존 인구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인구 개념도 도입해볼 만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도 관계인구·생활인구 개념을 적절히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소멸 위기의 해법으로 기존 정주인구 개념을 애써 제쳐놓고 ‘바람의 인구’를 부각시켜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근거도 없이 부풀려질 게 뻔한 각 지역의 관계인구는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일 테고, 그 인구가 해당 지역의 정주인구로 유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각 지자체가 허상일 수도 있는 관계인구에 매달리면서 서글픈 구애정책에 몰두할까 염려된다.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지방은 수도권 주민의 여행이나 체험·여가활동 장소가 되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그들의 관심과 발길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소멸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한부 삶터’라는 점에 우리 사회가 동의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백약이 무효였다면 극약처방을 내려야 한다. 바람의 인구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곧 허물어지고, 폐허가 된 마을에는 관광객도 출향민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인구정책은 출산율 제고가 아닌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상생·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여 몸집을 불리고 있는 ‘수도권 1극 체제’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 심각한 인구 불균형 속에 지방이 텅 비어 가는데도 ‘수도권 신도시 건설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수도권공화국 정부가 죽어가는 지방도시에 관계인구·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이밀면서 지역 불균형 문제를 우회할까 우려된다. 잘 포장한 ‘바람의 인구’로 바람을 잡으면서 수도권 1극 체제 해소와 지방 살리기 정책을 제쳐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은 지방도시 바람의 인구 늘리기에 앞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균형발전 정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11 17:47

'왕의 궁원 프로젝트'에 앞서 왕궁 발굴부터

전주시가 후백제부터 조선왕조까지의 문화유산을 한데 묶어 미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왕의궁원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후백제의 왕도였고 조선왕조의 뿌리인 전주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서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뜻이어서 반갑다. 특히 단순 문화재 중심의 발굴·보호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관광 및 지역경제와 연계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사업 성격이 모호한데다 재개발사업, 케이블카 설치 등과 맞물려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첫째, '왕의 궁원'이라는 개념부터가 모호하다. 궁원(宮苑)은 '궁중의 정원'으로 왕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전주시에는 현재 왕궁이 없다. 견훤왕이 900-936년 세운 후백제의 왕궁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백제 왕궁은 그동안 동고산성설, 물왕멀설, 전라감영설 등이 제기되었고 최근에 인봉리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궁성 발굴부터 먼저 하고 궁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왕의 궁원 프로젝트는 후백제부터 조선왕조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당초 우범기 시장은 1조원대의 조선궁원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에 앞서 후백제 왕도복원 프로젝트로 1조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두개의 사업을 뭉뚱그려하겠다는 것인지,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 셋째, 현재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노송동 인봉리 일대는 후백제 왕궁터로 비정되는 곳으로 지표및 발굴조사가 시급하다. 이곳 14만8689㎡는 '기지촌 주택재개발 정비 철거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노후 주택이 많아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고 주민들의 재개발 욕구 또한 높다. 하지만 재개발에 앞서 주택조합이 지표조사를 신청하고 그 결과에 따르는 등 적법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유물 유적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전주시는 한옥마을에서 기린봉, 아중호수에 이르는 2.7km코스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연 케이블카가 역사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정체성에 맞는지, 전주의 상징인 307m의 기린봉과 군집하고 있는 한옥마을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게 맞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1 17:32

에너지 주권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다니...

새만금 해상풍력에 이어 태양광 기업들도 중국계 기업들이 장악하는 등 국가기간산업이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는 기가 막힌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따라 철저한 조사와 후속대책이 당장 제시돼야 한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페이퍼컴퍼니의 문제점 등이 하나둘 드러나긴 했어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적나라한 실상이 밝혀지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막 시작된 지난 4일 새만금 해상풍력 발전사업 문제가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했다. 재생에너지 자립권이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갈 위기에 놓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벌써부터 한편에서는 바다의대장동, 복마전 등의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온갖 의혹이 커지면서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명백히 법률로 정해진 ‘외국계 자본의 재생에너지(전기판매) 참여비율’ 준수와 에너지 자원 및 혈세의 국외유출 차단을 위해 관련 기관이 진작 나섰어야 하는 게 상식이나 아직까지 문제점 파악을 위한 조치조차 미온적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든다.재생에너지 자립권이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갈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 방치 상태로 계속된다는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의 투자과정에서 사업자의 주주변경 및 주식 매각 절차 등은 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관계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핵심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의원이 제기한 “새만금 해상풍력 사업권이 중국계 자본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중국계 기업으로 연간 500억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유출될 것”이라는 게 단순한 기우냐, 아니면 현실이냐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새만금태양광 사업 10개 중 투자규모가 큰 1위와 4위 SPC가 중국계 기업의 영향력이 크거나 절대적이라는 거다. 어차피 국감에서도 이슈가 된 만큼 이번 기회에 새만금 해상풍력뿐 아니라 태양광기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특히 외국계 자본에 과실이 넘어갔거나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조사결과 불법행위 등이 드러날 경우 법대로 조치해야 하고 혹여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면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꼼꼼히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1 11:50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단순 음주운전인데, 구속되나요?

의뢰인은 군 단위 지역 거주자로,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는데,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의뢰인의 마지막 음주운전 적발은 약 10년 전으로 의뢰인은 4차례 모두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의뢰인은 요즘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혹시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는 것인지 물었다. 세월이 가며 법과 도덕, 문화가 변화하지만, 사람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지체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오래전엔 음주운전이 범죄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고, 얼마 전엔 범죄지만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교도소까지 감수해야 할 엄청나게 큰 범죄이다. 위 사례와 같은 의뢰인이 찾아온다면, 먼저 변화된 시대부터 설명해야 한다. 주위에서 큰일 날 수 있으니 변호사부터 찾아가라고 했기에 오셨을 테지만, 변호사 사무실에 이른 의뢰인의 마음은 ‘별일도 아닌데’와 불안, 불신으로 가득 찬 상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음주운전이 별일 아닌 거 안다며, 호감을 사고,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과 최근 음주운전으로 구속된 사례를 설명하며 경각심을 준다. 실제 음주운전 양형 사례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음주운전으로 구속 사례가 늘어나는 것 같다.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음주 수치, 운전 거리,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 부양가족 등 여러 정상 사유를 고려해 봐야겠지만, 보통 음주 1회는 벌금, 2회는 집행유예, 3회는 법정 구속이다. 의뢰인과 같이 10년 전 4회 범죄 이력은 모호한 부분이 있다. 몇 년 전 같으면 구속 가능성이 높진 않은 것 같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구속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당연히 음주운전은 사라져야 하며, 음주 운전자는 엄벌해야한다. 다만, 군 단위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고령의 면 단위 음주 운전자를 상담하다보면 음주운전도 시대지체 현상이란 생각이 든다. 삶의 많지 않은 취미와 낙이 음주인 분들도 있고, 대리운전도 택시도 마땅치 않은 곳이 있으며, 시골에서 음주운전은 대단한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에게 과연 엄벌만이 옳은 것인지 쉽지 않은 문제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0 17:36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

전라북도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9월 19일부터 10월 7일까지 민주주의, 인권, 생태, 평화, 문화 감수성을 위한 특별한 수업이 있었다. 전북 교육청과 전북의 아동문학가들 15명이 연계해 아동문학(동화와 동시)을 활용한 수업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수업 목적은 길어진 비대면에 의한 초등학생들의 갈등 해결을 아동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도내 66개 학급에 작가 1인씩 분담해서 찾아가는 수업 형태였다. 교과서 수록 작가, 교과 연계, 민주시민 감수성 주제 도서 작가가 우선 선정되었다. 학생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 시민의 가치를 내면화시켜 보자는 것인데 상당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해 마스크를 쓴 채 비대면으로 수업받은 것이 3학년이다. 친구들과 소통하고 웃고 떠드는 자유도 누려보지 못한 학년인지라 비대면의 고통과 상처가 제일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3학년을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 대상으로 삼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마스크를 쓴 채 작가를 반기는 아이들의 눈빛이 작년에 만났던 아이들의 눈빛보다 한층 밝아 보여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장기간 비대면 수업으로 문해력이 약해져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 봐 내심 염려하였다. 하지만 게임과 퀴즈 형식의 문학 활동 수업에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민주시민의 가치 실현을 위해 작가가 선택한 수업 주제는 갈등과 차별이었다. 동화집 『초코파이』에서 아이들 선호도가 높았던 동화 「짜장밥의 소원암호」를 통해서다. 짜장밥을 좋아해 장차 유명한 식당을 차리는 게 꿈인 민영이가 공부 잘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는 부분에서는 차별의 문제를 다루었다. 학교에 가지 않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세 개나 먹었는데도 배탈이 나지 않았던 민영이의 태도를 통해 갈등과 소통에 관해 이야기했다. 공부 잘하는 형이나 언니, 동생과 비교당한 이야기, 친구들이 너는 왜 키가 작냐? 얼굴이 못생겼다, 몸이 약하다 등 아이들은 갈등과 차별에 대한 경험을 마음껏 쏟아냈다.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의 효과이리라. 색종이에 자기만의 소원암호를 적고 변신해볼 대상을 적게 했더니 뜻밖에 “엄마와 아빠”가 많이 나왔다. 이유는 엄마 아빠에게도 똑같이 잔소리를 해주고 싶다는 거다. 아이들이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차 꿈이 뭐냐는 질문에는 영상 시대 아이들답게 크리에이터가 1위, 소방관, 웹툰 작가, 연예인, 게임머, 교사 순이었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까닭에 목소리가 작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친구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조금 산만하고 답답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안타까웠다. 민주 시민을 위한 감수성 수업이 끝나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아이들이 우르르 다가와 작가의 품에 안겼다. 그동안 관심과 사랑이 목말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시려왔다. 힘든 시기를 잘 견뎌준 우리 아이들! 앞으로도 아동문학 작품을 통해 위로받기를 희망한다. 마스크를 벗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 이야기를 정확히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 회장·아동문학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0 17:36

​당신의 전세금은 안녕하신 가요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가 되고 주택 가격 인상이라는 피로감이 맞물려 전국적으로 수요는 위축이 되고 거래 절벽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철 홍성 같았던 강남이 무너지고 수도권을 돌아 우리 지역까지 남하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올해 초 매매, 전, 월세 매물이 9천 건을 밑돌던 건수가 현재 15,000건으로 매물이 쌓여가고 있고, 주택 가격 심리 지수는 지난해 8월 119.3까지 오르던 지수가 현재 26.1로 떨어지고 있다. 물건을 내놓아도 사줄 사람이 없어 폐닉상태에 빠져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던 갭투자(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입)는 사라지고 계약을 해놓고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계약금을 포기하는 경우도 우리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전주시 거래량 또한 2021년도 3월 1410건 2022년도 9월 172건, 갭 투자 역시 200건이 넘던 거래량이 고작 8건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절약만이 살아남는다는 각오로 아끼며 살아왔는데 요즈음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까 봐 근심 걱정에 밤 잠을 못 이루고 수면장애까지왔다는 서신동에 A 씨 좀 더 자세히 알아볼걸, 그러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때늦은 후회를 한다. 어디 이러한 사람들이 한, 둘이겠는가. 혼자만에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억울하지 않는가.기준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고통은 배가 되고 있다. 전주시가 조정 대상 지역으로 묶이면서 비 규제지역인 군산, 익산을 비롯한 전북지역도 풍선효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고 그동안 비교적 저평가된 공시가 1억 미만인 오래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법인, 외지인, 현지 투자자들이 무자본 내지는 소자본으로 갭투자를 하는 바람에 단기간에 가격이 폭등했다. 이때 집값은 급등하고 ​전세난등 각종규제에 이사할곳을 찾지못하고, 매매가에 전세 보증금이 70%를 넘지 않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실거래가를 넘기면서 사고 금액이 역대 최고치를기록하고 깡통전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깡통전세란 주택가치가 떨어지다 보면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집주인과, 세입자의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한 조직적, 지능적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통한 권리 분석, 임대인의세금 체납 관계는 물론이고 반드시 계약 전에 KB 시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건에 맞지 않으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보증금이 매매가를 상위할 때는 차익만큼 월세로 전환해서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에 하나다. ​예로부터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명맥을 이어오면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전세제도가 사 금융화 되어가고 있고 무분별한 대출은 주택 가격 인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지난 정부의 누를 범하지 않도록 주거 트렌드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하루라도 빨리 임대인, 임차인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선재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노동식 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0 17:36

반려동물 놀이터

반려동물 보유 인구 1500만 시대, 반려인 및 반려동물을 겨냥해 속속 생겨나는 각종 시설과 제품, 제도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아니, 놀라서는 안 된다. 행여 깜짝 놀란 모습으로 입을 쩍 벌렸다가는 ‘인식이 부족한 비반려인’으로 몰릴 수도 있다. 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하고 있다. 법률에 애완견 산책 의무를 규정해 놓은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려졌으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전주시에서도 지난 6월 말 팔복동에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같이 가개’를 조성했다. 당연히 반려인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곧바로 민원의 대상이 됐다. 이용자들은 편의시설 확충과 운영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야호아이놀이과’를 폐지했다. 민선 8기 시장이 바뀌면서 진즉 예견된 일이다. 민선 7기, 전주시가 아동의 놀 권리 회복을 목표로 역점 추진해 온 야호놀이터 조성사업은 힘을 잃을 게 뻔하다. 시는 지난 2019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놀이터 도시’를 기치로 내세워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놀이터 조성 및 놀이 지원사업을 역점 추진했다. 시청 앞 노송광장놀이터를 비롯해 테마놀이터, 숲놀이터, 예술놀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아동 놀이공간이 곳곳에 새로 생겼다. 놀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놀이 인식교육도 꾸준히 진행됐다. 놀이도 교육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성장기 아동은 놀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을 얻는다. 또 놀이는 사회성과 사고력,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는 바깥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방과 후 학원을 돌다 보면 진이 빠져 바깥놀이는 생각도 못한다. 방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놀이 수단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조차 교실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놀이터인 학교 운동장은 점점 좁아진다. 도심 주거 밀집지역 학교에서 운동장에 새 건물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도 별 쓸모가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로 체육활동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늘어나는 반려인에 비해 애견 문화시설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침 저녁으로 길가에 산책 나온 반려동물은 넘쳐나지만, 집 근처 공원에서 놀거나 길을 걷는 아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놀이를 단순한 시간낭비로 생각해 백안시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비교 자체가 우스꽝스럽지만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다.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는 반려인이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반려동물 놀이터가 필요하고, 기왕 조성한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마을 놀이터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10 17:27

너무 잦은 기관장 교체 지역발전에 역행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에 의한 관리와 변화, 혁신이지만 현실에서는 사람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기업이나 각종 산하단체장, 또는 출연기관장 등을 선발하는데 있어 매우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수년 동안 진행돼 온 전북 주요 기관장 재임기간을 보면 너무 잦은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시정이 요구된다. 전북의 주요 기관장들이 재임기간이 1년도 되지 않아 교체되거나 수개월 동안 공석이 발생하는 등 난맥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을 무시한 지극히 기관 편의주의적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의 입장에서 볼 때 수개월 만에 기관장이 바뀌든 말든, 장기간 공석이 있든 말든 중앙 중심의 인사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관의 업무 차질은 물론, 지역과의 유대도 등한시되는 주요 원인이 됨은 물론이다. 굳이 실례를 몇개 들어보자.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신임 전북지방우정청장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을 임명했는데 전임자인 전 전북청장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북청장 자리는 두 달 넘게 공석이었다. 전북지방환경청장은 환경부 감사담당관이 승진하면서 부임했는데 전임자인 전 청장은 3개월 만에 교체되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인사다. 전북지방조달청, 금융감독원 전북지원, 한국가스안전공사 전북본부,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 등 지역 내 주요 기관장들도 재임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국립무형유산원장도 6개월 만에 바뀌는 등 지역 문화예술계와의 공감대 형성은 요원하다. 이는 몇몇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자행되는 중앙 중심의 인사 관행은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조직 전체의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유독 전북의 기관장들만 쉽게 바꿔버리고, 오랫동안 공석으로 놔두는 관행은 차제에 확 바꿔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전북의원들은 이런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해서 재발되지 않도록 즉각 나서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0 14:06

완주군-우석대, 지역 상생의 모범 보여주길

완주군이 우석대와 손잡고 상생협력에 나섰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 대학과의 상생협력사업으로 우석대 개방을 협의하고 있다"며 "우석대 본관 20∼23층을 문화, 예술, 관광, 컨벤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망대 구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력사업은 자치단체와 대학이 서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 소멸과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환영할 일이다. 유 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만경강기적 프로젝트를 첫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천혜의 자원인 만경강을 중심으로 완주군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연친화적인 문화관광단지로 조성해 미래발전의 핵심 토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만경강 생태보전사업과 친수공간 주민이용, 명품 자전거도로,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한 친환경 관광상품 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 중 우석대 활용방안은 높이 88m에 달하는 본관 23층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완주와 전주, 익산 등에 이르는 탁 트인 전망은 매우 빼어나 찬탄을 자아낸다. 완주군 측은 이 사업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지역대학과 상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정부 공모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침 우석대도 충북 진천캠퍼스로 부분 이전하면서 공간이 생겨 생산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 2020년부터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사업)을 추진해 왔다. 전북에서도 지난 3월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지역 대학총장 등이 모여 RIS사업 유치를 위해 머리를 맞댄 바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11개 시도가 선정되었으나 전북은 안타깝게 탈락했다. 이들 지역 105개 대학이 정부로 부터 국비 지원을 받았으나 전북만 소외된 것이다. 이들 사업과 별개로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도내 대학들은 교육협력추진단을 만들어 전북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한 완주군에서 발원해 새만금으로 들어가는 만경강은 시급한 현안인 완주와 전주 통합을 위해서도 시군이 협력해 상생사업을 발굴해야 할 참이다. 완주군과 우석대는 이번 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0 14:05

<금요수필>시간은 지우개

벼가 치자 빛으로 물들어 간다. 들녘의 메밀꽃은 하얗게 솜사탕을 풀어내고 소슬한 바람이 차창 가로 스친다. 긴 세월 얽매인 직장의 매듭이 풀리자마자 남편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그 말에 “이왕이면 홀로 계신 시이모님 두 분도 같이 모시고 가요.” 하는 내 말에 그 사람은 “어머니가 더 좋아하겠네.” 하며 소년처럼 들떠서 완도 여행길에 올랐다. 나이 들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어머니는 이모들과 전화만 할 뿐 만나지 못해 답답하다고 넌지시 푸념을 했다. 폐를 갉아먹는 병마에 지쳐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가랑잎 같은 시어머니. 잠시나마 파리한 그 얼굴에 웃음 띠게 할 수 있다면 맘의 부담쯤이야…. 앞에 앉은 세 여인은 소풍이라도 나온 듯 끝없이 말 꾸러미를 풀어낸다. 시간이 세 자매의 고운 모습은 가져갔으나 기억 속에선 지나간 일을 그림처럼 그려낸다. 어린 시절 친정집 옛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비 내리는 날 익산 미륵사지 근처 저수지에 가면, 물고기들이 새 물 내를 맡고 상류인 도내 골 냇가로 거슬러 온단다. 몰려오는 고기들을 대나무로 엮은 용수를 물속에 넣고 건져 올리면 바가지로 퍼 담을 정도로 많이 잡혔다. 보리새우, 쏘가리, 붕어 등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고 그네들은 신바람이 나서 집으로 갔다. 어느 보름날 밤에는 친구들과 귀신 잡기 놀이를 하다가 동네 어귀 느티나무 아래 당집 근처에 갔는데, 하얀 수염에 흰옷을 입은 장대처럼 큰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호들갑스러운 여자애들은 귀신이 정말 나타났다고 혼비백산하여 친구 집으로 몰려가는 소동을 벌였다. 아마도 당집 무속인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를 떠올리면 그네들은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단다. 세 자매는 번갈아 가며 세월의 그물에서 추억을 건져 올렸다. 완도 수목원에 도착하여 호숫가를 걸었다. 큰이모는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고 작은이모는 관절염으로 오리걸음으로 쩔뚝이며 다녔다. 시어머니는 제일 허약하지만 그나마 걸음은 비틀거리지 않았다. 기우뚱한 그들의 뒤에 걸린 그림자도 시름에 겨운 생의 무게인 듯 절룩이며 따라갔다. 육신은 서걱거려도 마음만은 소녀라 얼굴에 동심이 흘렀다. 해 질 녘에 전망대에 오르니 다도해가 한 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수려했다. 서산 너머로 해가 숨어들고 있다. 세 자매의 백발 위로 노을이 내려앉아 붉게 물들어 간다. 남남으로 만나 시어머니와 인연을 맺은 지 어언 삼십여 년. 색색의 사연이 층층으로 쌓여 무지개가 뜨기도 하고 먹구름이 몰려올 때도 있었다. 이제 세월의 더께만큼 마음자리도 헐렁해져 야위어 가는 어머니를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시어머니와 완도에 오는 길에 이모님도 겸사 모시고 왔는데……. 머지않아 누구나 기우뚱거리며 걸어가야 할 그 길 위에서 손잡아 줄 사람 있다면 외로움에 휘청거리지 않으련만. 해수탕의 열기로 얼굴에 복사꽃을 피운 세 여인과 땅끝 마을을 찾았다. 땅끝 표지석 앞에서 그녀들은 사진을 찍었다. 흰머리 날리며 배시시 천진하게 웃는 세 자매. 언제 다시 손잡고 여행할까. 그네들의 얼굴에 서글픈 빛이 언 듯 스쳐 간다. 흘러가는 세월은 그네들의 젊음을 데리고 갔다.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라는 지우개는 우리의 기억을 지워가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네들에게 특별한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카이로스*가 되어 문득문득 생각날 것이다. 웃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이번 여행이 우울할 때, 세 자매에게 한 모금 청량제가 되었으면. 박일천은 수필 전문지 ‘에세이스트’로 등단하여 <토지문학 수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협 회원, 샘문학회장으로 활동했으며 수필집 <바다에 물든 태양> , <달궁에 빠지다> 가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06 17:12

전주, 맛의 고장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서서히 코로나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일상 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도 주말이면 부쩍 많은 관광객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거닐고 있다. 하지만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한옥의 아름답고 정겨운 분위기에 취하고 맛의 고장으로서의 전주의 음식들로 배를 채우며 추억을 가슴에 담고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최근에 자주 듣는 이야기는 “전주의 음식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라고 한다. 품격이 예전만 못하고 음식점마다의 ‘독특함과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관광지 주변 음식점들은 두 번 찾기에 민망한 곳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높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대량 생산과 소비 등의 이유도 있지만 고유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변화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오자 한탕주의와 과한 욕심이 제철 음식을 기본으로 하는 전주의 맛을 버리고 배달 음식 수준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아직도 묵묵히 전통을 고수하며 특유의 맛을 간직하고 음식을 그때그때 준비하는 가게들이 있지만 소수이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배달음식으로 채워진다. 막걸리 동네의 대형 가게들이 특히 심하다. 전주 시민 대부분은 한옥 마을과 관광객이 붐비는 곳의 음식점을 찾지 않은지 오래이다. 까다로운 입맛으로 유명한 현지인들은 ‘전주 맛’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 맛집으로 눈을 돌렸다.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는 맛집은 전주 구석구석에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는 관광객들은 이미 현지인이 떠난 관광지 주변의 가게들이 전주의 대표 음식점이고 맛집으로 알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이 실망감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이다. 볼거리도 부족하고 먹을거리의 명성도 예전과 같지 않은 전주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방치한다면 수백 년을 이어온 ‘맛의 고장’의 수식어와 명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미 ‘남도 음식이 최고’라는 관광객들의 후기가 넘쳐 나고 있다. 광주. 해남. 목포 여수 등 광주·전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맛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봐도 관광지 주변 전주의 대표적 맛집과 가게를 추천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서민이면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었던 한 상 가득 맛갈스러운 음식들로 채워진 ‘전주의 백반’ 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어 찾기 힘들다.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제철의 다양한 나물과 재료를 즉석에서 버무리거나 요리하여 어머니 손맛의 따끈따끈한 신선한 음식이 그때그때 맛깔스럽게 제공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잘 나가는 막걸리 타운의 안주는 대부분 배달 음식으로 도배되고 있다. 전주의 막걸리는 제철의 다양한 나물과 재료를 즉석에서 요리하여 가게마다 자신들만의 음식 비법으로 맛자랑을 하고 있어 선택하며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누구나 단골집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맛의 다양함도 없어졌고 신선도는 알 수 없고 즉석에서 조리하여 주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비빔밥도 마찬가지이다. 가족회관. 고궁. 한일관 등 대표적인 명소들이 있지만 과거처럼 한 상차림이 서민 음식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콩나물국밥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대표적 맛집으로 프랜차이즈로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현대옥과 삼백집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근처의 콩나물국밥 가게들을 찾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전주시가 앞장서서 맛의 고장으로서의 전주의 고유한 맛을 간직하여 현지인과 관광객이 동시에 애용하는 비빔밥. 백반. 콩나물국밥 집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이미 늦다. 맛집의 대가들과 전주의 맛을 사랑하는 시민, 관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06 16:43

모루의 '세차작전'

2014년 3월, 브라질 검찰이 브라질의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는 치밀하고 오랜 기간 진행되면서 브라질의 각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을 부패스캔들로 줄줄이 엮어 구속시켰다. 수사를 이끈 사람은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법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분노한 국민은 광장으로 나왔다. 부패 척결을 내세워 수사를 주도한 모루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반부패를 내건 수사의 여파는 컸다. 지우마 대통령은 끝내 탄핵당했고, 1년도 안 되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브라질의 영웅이었던 룰라는 구속됐다. 언론은 브라질을 뒤흔든 이 역대급 비자금 수사에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온라인 영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린 <세차작전>이다. 사실 모루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으나 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수사과정을 보면 척결의 타깃은 좌파의 대부 룰라였다. 그의 수사 방식은 집요하고 편파적이었으나 언론들은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권력 비리를 캐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로 룰라와 노동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를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아간 일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 그의 정치적 권리는 온전히 회복됐다. <세차작전>이 사법 쿠데타였음을 증명해준 셈이다. <세차작전>은 브라질의 우파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부패스캔들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으며 사회는 양극으로 분열되고 사회적 폭력은 악화됐다. 실직자는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코로나를 건너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모두 보우소나루 정책이 실패한 결과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화된 사법권력의 힘이 가져온 결과였다. <세차작전>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2019년에 방영한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다. 그 자신 민주화 운동가이자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운동가 부모를 둔 여성감독 페트라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국민영웅인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으로 희생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현장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직 정치적 셈법으로만 국가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영화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았기에 더욱 그렇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0.06 16:36

숙맥(菽麥)의 난(亂)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숙맥(菽麥)이라고 한다.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다.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확연히 다른 곡식인데,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분별하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쑥맥!’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숙맥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콩과 보리뿐이겠는가? 상식과 비정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과 평상어를 구별하지 못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해를 보고 달이라 하고, 달을 보고 해라고 하면, 낮과 밤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진시황제가 죽고 2세인 호해(胡亥)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의 곁에는 환관인 조고(趙高)가 있었다. 간신 조고는 진시황제의 가장 우둔한 아들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고 자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였다. 조고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조정 신하들의 마음을 시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신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사슴(鹿)을 호해에게 바치며 말(馬)이라고 하였다. 호해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자, 조고는 신하들에게 물어보자고 하였다. 신하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한 부류는 침묵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잘못 말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침묵을 선택한 부류였다. 또 한 부류는 ‘사슴파’였다. 분명 말이 아니었기에 목숨을 걸고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대답한 신하들이었다. 마지막 한 부류는 ‘숙맥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슴이라고 하는 순간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슴과 말도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이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숙맥들만 남고 모든 신하는 죽임을 당하였다. 바야흐로 숙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숙맥의 시대는 채 몇 년도 가지 못하였다. 더는 숙맥으로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봉기하여 결국 진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에 전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이성이 침묵하고, 거짓이 참이 되고, 변명이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숙맥의 시대라 하고, 이런 시대를 숙맥의 난(亂)이라고 정의한다. 숙맥의 난맥상은 그 어떤 혼란의 시대보다 폐해가 크다. 상식은 몰락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도술(道術)이 성행한다. 이런 도술을 부리며 세상 사람들을 홀리는 도사들이 숙맥의 시대에는 주류가 된다.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능력으로 인정된다. 숙맥교 교주들은 분별력을 잃은 숙맥들을 이끌고 허무맹랑(虛無孟浪)한 말로 사람들을 부추겨 그들의 잇속을 챙긴다. 이미 좀비가 된 숙맥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교주들의 구호에 맞춰 절규하고 거품을 물고 욕을 해댄다. 이념이 사람을 잡아먹고, 관념이 현실을 가린 숙맥의 난이 펼쳐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숙맥의 난(亂)으로 들끓었다. 서양에는 르네상스가 동양에는 성리학이 이성(理性)을 기치로 숙맥의 난을 평정하려 하였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진실은 호모사피엔스에게는 너무 과분한 이상이었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숙맥의 난에 절정에 이르고 있다. 숙(菽)과 맥(麥)을 분별해야 할 언론과 권력기관은 숙맥의 시대에 기름을 부으며 부추기고 있고, 각종 권력은 그 위에서 마음껏 난세를 즐기고 있다. 콩과 보리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의 세상을 침묵파로 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06 14:14

자연계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자연계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 자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자연계대학원 박사학위과정(석․박사학위 통합된 과정 포함)을 수료한 사람으로 의무복무기간을 35세까지 마칠 수 있는 사람과,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군전공의 수련기관에서 정하여진 과정을 마치고 자연계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한 사람으로 의무복무기간을 35세까지 마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참고로,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교육부에서 선발시험 합격자로 통보한 전문연구요원편입대상자에 한하며,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과학기술원을 제외입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는 선발전형 없이 편입가능하며, 교육부의 전문연구요원 편입대상자로 선발된 사람은 편입대기자로 관리되어 의무부과가 연기되며, 재병역판정검사도 제외됩니다. 과학기술원은 배정인원 범위에서 자체 선발합니다. 자연계 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원서 출원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문연구요원편입대상자는 자연계대학원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하는 날의 14일 전까지 전문연구요원 편입원서에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병역지정업체의 장에게 제출,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병역법 제35조의2에 따른 4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되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현역병 입영대상은 배정인원(보충역은 업체 필요인원) 범위내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병무청에 제출하면 됩니다. 병무청에서는 업체 및 편입신청자에 대한 편입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편입여부를 결정하여 업체의 장을 거쳐 편입신청자에게 그 결과를 통보합니다. 전문연구요원편입원서 제출 시 구비서류는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편입 등 신청서, 성실복무․약정근로조건 이행 서약서, 박사학위과정 수료증명서입니다. 참고로, 전문연구요원 의무복무기간은 3년으로 편입된 날로부터 기산하게 되며 군사교육소집기간은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06 14:13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