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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뜨기 하던 소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어렸을 때 시골 누이들은 실뜨기 놀이를 즐겨 했다. 실이나 노끈의 양쪽 끝을 연결한 실테를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번갈아가면서 손가락으로 걸어 떠서 여러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이 놀이는 심심함을 잊기에 좋았다. 누가 실뜨기 놀이를 고안해냈는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이들은 그 즐거움에 빠져 보냈다. 간혹 어른들의 꾸지람도 없지 않았지만 누이들은 한나절을 찐 고구마를 먹고 까르륵거리며 실뜨기 놀이에 열중했다. 실뜨기 놀이는 나바호족, 에스키모, 오스트레일리아나 뉴기니 원주민이 만든 놀이 중 하나라고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인류학 교수인 A.C. 해던(1855~1940)은 뉴기니 섬이나 보르네오 섬 등지에서 줄을 갖고 갖가지 동물모양을 만드는 놀이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의 딸 캐슬린 해던 리시베스(1888~1961)도 이 인류학적 놀이를 연구하면서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을 만난다. 원주민들과 말은 달라도 서로 같은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을 때 흥분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놀이는 동아시아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해 필리핀, 보르네오 등지에도 성행했다. 실뜨기 놀이는 유럽에도 전해졌지만 문명국가에서는 그 맥이 이어지지 못한 채 끊겼다. 1960년대 한국 농민들은 가난으로 허덕였다. 어른들이 오늘의 버거운 삶과 암담한 내일에 진절머리를 칠 때도 누이들은 실뜨기 놀이를 즐겼다. 어느 사이에 동백이나 모란보다 더 화사한 누이들이 제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의 형과 삼촌들이 '청룡부대'나 '백호부대'에 뽑혀 베트남에 파병되고, 누이들은 구로공단에서 가발이나 인형을 만들거나 '금성사 라디오'나 '대한전선 텔레비전' 부품 조립 라인에서 일했다. 구로공단과 달동네가 있던 시절, 우리는 채변 봉투를 갖고 등교하고, 교실에서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웠다.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나훈아의 '고향역', 남진의 '님과 함께' 같은 대중가요가 대유행을 했다. 공단 쪽방에 살던 누이들은 낮엔 '산업 역군'으로 일하고, 밤엔 산업체 부설 고등학교를 다녔다. 산업화 시대와 계엄과 위수령의 시대를 지나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어느덧 구로공단이 디지털 산업단지로 바뀌고, 나라 살림 규모는 예전과 견줘 몇 백배나 더 커졌다.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 체제로 들어서며 생산 강제와 성과 강제에 포박된 채로 각자는 고립 속에서 자기 생산에 몰두한다. 재벌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전통시장은 거대 쇼핑몰로 탈바꿈하며,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계층 간 소득불균형의 골은 깊어졌다. 가난은 고착되고, 현실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공장형 양계장에서 닭들이 24시간 알을 낳는 동안 젊은이들은 계층 간 이동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에 절망하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친다. 돌이켜보면 누이들과 실뜨기를 하던 시절은 좋은 시절이었다. 그 한가롭고 즐거웠던 시절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공장에서 가발이나 만들던 누이들은 이젠 할머니가 되었다. 시골에는 실뜨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없다. 그저 빈집을 지키며 허공을 향해 짖는 개와 경로당을 찾는 노인 몇몇만 남았을 뿐이다.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그치고, 마을 공동체가 소멸하는 동안 삶의 질은 얼마나 더 높아졌고,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해졌을까? 누이들이 그 특유의 화사함과 명랑함을 잊은 채 노동 현장에서 '여공'으로 산 세월은 '유효한 역사'일 텐데, 우리는 그 '유효한 역사'를 기억에서 밀어내느라 분주하다. 그 망각은 더 높은 윤리 지표 위에 삶을 세우는 일의 태만에서 나타나는 삶의 실패이자 유죄의 증거일 테다. 우리가 놀이 능력을 잃고, 삶의 방향성도 잃은 채 갈팡질팡 하며 나아가는 사이 실뜨기 하던 소녀들은 다 사라졌다. 그 소녀들 중 하나라도 어렵게 생계를 잇다가 고독사를 맞는다면, 이 불행의 책임은 마땅히 우리의 몫이라야 한다. /장석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12 14:18

고유가 시대, ‘가짜 석유’ 유통 뿌리 뽑아라

고유가 시대, 불법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석유제품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새로운 식별제를 도입하고 가짜석유 신고포상금 제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강화했지만 가짜석유 불법거래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피해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폭등할 때마다 가짜석유를 만들어 불법 유통하거나 양을 속여 판매하는 양심불량 업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 최근에도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가짜 경유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한 뒤 계량기를 조작해 정량을 속여 판 업자들이 속속 단속망에 걸려들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불안정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가짜석유 유통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진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국석유관리원과 협력해 주유소 합동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불법 석유제품 유통을 뿌리 뽑아야 한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가짜석유는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자동차 고장의 원인이 돼 운전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법규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가짜석유를 판매하거나 정량을 속여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한 업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면 불법 석유제품 유통 근절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반복되는 경고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유소의 불법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품질부적합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도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관계기관의 협력을 통한 신속한 고발 조치와 법규위반 정보 공개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판매업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 가짜석유 유통 근절 캠페인과 품질인증 주유소 확대 등의 대책도 적극 시행해야 할 것이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불법 석유제품까지 판을 쳐 소비자들이 이중고를 겪는 악순환을 이제는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힘겹게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서민들이 불법 석유제품으로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 당국의 철저한 대책과 강도 높은 점검·단속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2 11:55

빛바랜 혁신 공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 혁신 공천 개혁 공천을 표방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빛바랜 공천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전주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불거진 선거 브로커 파문은 결국 경찰 수사로 이어져 사법 당국에서 사실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됐다. 선거 브로커들이 휴대전화 착신지 전환 등을 통해 여론조사에 개입해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맘대로 조작할 수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금품과 인사권 거래 제안 등이 드러나 유권자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민주당 후보 자격심사 과정도 논란을 빚었다. 후보 지지율과 음주운전 폭력 전과 등 결격 사유에 대한 이중 잣대로 누구는 배제되고 누구는 통과하면서 이현령비현령 자격심사란 비난을 자초했다. 이러한 자의적 판단으로 인해 유력 인사 입김설, 계파 공천설 등 뒷말만 무성했다. 공천심사 과정에서도 확정 발표 후 뒤늦게 이의제기와 휴대전화 대리투표 의혹 등으로 재검증과 재경선이 이어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결국 자격심사와 공천 결과가 일부 번복되었고 이에 반발한 당사자들의 탈당 사태와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전북도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설 도지사와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비례대표 등 모두 263명의 후보자 공천 작업을 완료했다. 민주당은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대폭 물갈이를 통해 혁신 공천을 내세웠다. 여성과 청년 후보 비율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2~3% 포인트 정도 상향된 것도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엄정한 도덕성 잣대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후보 공천자 중 78명, 약 30%가 전과자로 드러났다. 전과의 경중에 따라 부적격 후보자를 걸러냈다지만 공천 후보자 10명 중 3명이 전과자란 사실은 간과할 수가 없다. 자치행정의 인허가 과정에 많은 이권이 따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는 항상 유혹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이권 개입이나 뇌물수수 등으로 사법처리된 전례가 수두룩하다. 따라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은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자 최소한의 자격 기준이다. 매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정당 공천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정당의 책임 정치 구현 차원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도입했지만 별 실익이 없다. 오히려 중앙 정치에 지방자치, 민생자치가 휘둘리고 줄 세우기, 줄서기가 성행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 후유증만 초래할 뿐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5.11 16:28

동학혁명 128주년 독립유공자 서훈 서둘라

제128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11일 정읍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렸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개원식이 함께 열려 각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총 324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황토현전적지 일대 30만여㎡에 조성된 기념공원에는 전시 및 추모시설 등이 마련돼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식과 기념공원은 전북 도민들과 정치권, 국내 역사문화 전문가 등이 오랜기간 합심 노력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정부는 1894년 동학농민군이 정읍 황토현에서 관군을 맞아 첫 승리를 거둔 전승일인 5월 11일을 지난 2019년 국가기념일로 정해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3694명과 유족 1만2613명이 참여자 유족으로 등록됐다. 올해 개원한 기념공원 중앙에는 전국 90개 지역에서 일어난 동학농민군을 상징하는 90개의 ‘울림의 기둥’이 세워졌다. 개원을 기념해 전국 34개 기념사업 단체들이 각 지역의 흙을 직접 가져와 한 곳에 모으는 ‘합토식’ 행사와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전국적 확산을 기리는 기념식수도 진행됐다. 기념공원이 애국정신을 함양하는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일 항쟁으로 그 정신은 3.1 독립운동으로 계승됐다. 그러나 일제의 침략에 저항해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은 아직도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전봉준·최시형 등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에 대한 독립운동 서훈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고 국정감사에서도 서훈 당위성이 지적됐지만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여·야 국회의원 60명은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독립유공자 서훈의 법적 근거를 담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새정부 출범 과정에서의 여야 갈등과 6.1 지방선거 정국이 맞물려 조속한 처리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 회복과 합당한 예우를 위해 정치권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1 15:33

간호법 제정, 더 늦춰선 안된다

5월 12일은 ‘제 51회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전 세계의 간호사는 ‘간호사,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라-글로벌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간호에 투자하라’라는 주제로 한목소리를 낸다. ICN은 올해 국제간호사의 날 주제를 정한 배경에 대해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으며,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근무 여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힘과 헌신으로 맞서왔다”면서 “간호사들은 대중들로부터 많은 인정과 찬사를 받고 있지만, 정부와 보건의료 시스템으로부터는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사들을 위한 좋은 업무환경을 만들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며“보건의료 모든 분야의 의사결정 과정에 간호사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이 지난 4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대한민국의 간호법 제정 지지를 선언하였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파멜라 회장은 치매 할머니를 위해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은 채 화투로 그림을 맞추며 대상자와 함께하는 사진에 대해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만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한 장면’이라며 간호사의 전문적이며 보편적인 역할의 중요성에 대하여 감동을 전하였다. 간호법 심의는 지난해 11월 24일 시작되어 각 직역의 의견 수렴과 4차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5월 9일 비로소 1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였다. 1인당 2~3개 만성질환의 수를 감당하는 복합만성질환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팬데믹·앤데믹의 주기적인 공중보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간호인력의 확보와 적정 배치, 지속 근무환경 조성을 위하여 간호법 제정은 필수적이다. 시민단체 조사에서 80% 이상이 간호법은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간호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단독으로 개원을 할 수 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든다”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간호법에는 의료기관 개설 관련 내용이 없다. 의료기관 개설 권한은 의료법에 있으며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호법 제정은 보건의료인력체계의 근간이 조성되므로 보다 더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 직종에 개별적 법률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 공통의 보편적 입법체계다. OECD 38개국 중 33개국에 간호법이 있고, 전 세계 90개가 넘는 국가에서 간호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대한의사협회 중심의 가짜뉴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할 것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적정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는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질 높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호법이 국민건강과 안전에 기여하는 초석이 된다는 말이다. 간호법은 전문적인 간호시스템을 만들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은 결국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의료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129개 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양질의 간호사가 확보돼야 한다고 한목소릴 내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앞으로의 과정에서도 국민 여러분께서 지금까지보다 더 응원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안옥희 전북간호사회 회장·우석대 간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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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1 14:31

나도 국가대표다!

힙합댄스의 비트에 맞추어 춤을 추는 브레이킹은 올림픽 정식 종목의 명칭이다. 브레이킹은 올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에서 개최하는 하계올림픽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선수촌엔 브레이킹이라는 다소 생소한 종목이 온몸이 부서저라 한팔로 몸을 지탱하며 돌고 또 돌고 바닥을 구르고 또 구르면서 굵디굵은 땀방울을 흩뿌리면서 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에 대비 하고 브레이킹 종목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프론티어로서 당당하게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나도 국가대표다” 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맹훈련 중이다. 얼마전 브레이킹 선수들의 입촌 훈련 여부를 두고 국가대표 선수로서 입촌이 맞다라는 의견과 시키면 안된다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찬성 의견은 국가대표니까 입촌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과 반대의견은 첫째. 선수들이 자유분방해서 특수 통제 상황인 국가대표 선수촌의 훈련 매뉴얼 대로 따라올 수 있을까였다. 또한 바닥을 청소하듯 끌고 다니는 헐렁한 복장에 특유의 이상한(?) 모자에 염색 머리에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생각과 외형부터 달라서 이질감 때문에 반대 의견도 있었다. 둘째. 운동 할 수 있는 연습장이 선수촌엔 없었다. 사방으로 대형거울이 있어야 되고 질 좋은 음향시설과 지도자와 선수 휴식 공간과 큰 동작으로 움직여야 하니 공간 확보가 필요했고 남녀 탈의실 등등 연습장을 새로 지어야 하기에 부정의견이 있었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신속하고 과감하게(?) 입촌훈련으로 결정했다. 입촌 훈련을 망설이게 했던 종목이 주위에 또 하나 있었다. 골프 국가대표를 입촌시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선수촌엔 골프 연습장이 없다. 지난 겨울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연습장도 없고 공간도 없고 오직 체력 훈련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망설였지만 입촌을 승인했다. 결과는 대 만족이다. 골프 선수들이 그 추운 새벽에 운동장에 나와 뛰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고마웠다. 그런데 어느 선수는 태어나서 처음 뛰는 것처럼 뛰는 폼이 너무도 엉성하다. 훈련 3~4일 지나니 근육이 올라와 절룩거리며 뛰는 선수도 나온다 그러나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연습장이 없어 양궁(컴파운드) 연습장을 빌려서 훈련하며, 감독 왈 그 넓은 연습장에 볼을 치고 친볼 하나하나 선수가 직접 흩어진 볼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볼 하나에 정성을 들여서 한곳으로 쳐야하니까 집중력과 혼이 들어간 연습이 돼서 훈련 효과가 크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입촌 훈련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브레이킹 선수의 입촌 훈련을 신속하게 결정하게 됐다. 필자가 특별히 마음이 가는 부분이 브레이킹 조성국감독과 전지예선수가 전북 출신 선수인 것이다. 편애하면 안되지만 그러나 마음이 간다. 또한 골프에도 안해천선수가 전북 출신 선수인것이다. 안해천선수는 중학생으로 (당시) 골프에 적합한 몸을 갖고 있어 깜짝 놀랐다. 브레이킹 조성국감독, 전지예선수, 골프 안해천선수는 소중한 우리 본도의 자랑이다 . 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이 선수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우리 국민과 전북도민 여러분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드렸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날이 기대된다. 전북체육 파이팅! 대한민국 체육 화이팅!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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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1 13:41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북 발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늘 그렇듯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크다. 여·야가 아무리 치열한 경쟁을 치렀더라도,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더라도 이제는 새 정부가 더 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국민이 같을 것이다. 그리고 전북 역시 그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에서 얻은 14.42%의 득표율은 역대 보수정당 후보 최고치이며,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전북도민들의 기대와 염원이 담겨있다. 대통령 취임 전 50일간의 인수위 활동 기간은 과거 인수위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에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지방소멸 시대에 대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공정, 자율, 희망의 지방시대’라는 슬로건으로 역대 인수위 내에 최초로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이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여실히 증명됐다. 지역균형발전 특위가 담당하고 있던 국정과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부분에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선정한다’고 되어 있다. 시간에 쫓겨 그동안 해왔던 정책에 대한 우려먹기식 정책 재탕이 아닌 충분한 숙의를 거쳐 새로운 지방시대에 맞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정과제로 선정한다는 의미다. 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기간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전북 발전을 위한 지역공약이 임기 내에 최대한 빠르게 이행될 수 있도록 부처와 협의하며 준비를 마쳤다.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은 7대 공약 26개 실천과제였으나, 당선인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하고,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필자가 전북 현안에 대해 더욱 꼼꼼하게 챙긴 결과 7대 공약 46개의 실천과제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기존 공약에서 세부적으로 조정·분리하고 특히 20개 세부과제를 더 추가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새만금 관련 세부과제에는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 구축(9,046억원),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국가시범도시 지정(8,000억원), 서해안 데이터센터 집적지 조성(10,000억원), 새만금 농생명용지 개발 촉진(1,120억원) 등을 추가 과제로 선정했다. 이 외에도 신산업과 관련해 첨단해양장비산업육성(3,000억원), 천연물 특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17,324억원) 등을 담았고, 동부권 관광벨트 구축 공약에서는 새만금 국가정원 조성(4,500억원), 한국정원산업 클러스터 조성(1,200억원) 등 전북 발전을 위한 현안들을 더 챙기게 됐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실천과제들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야가 경쟁하며 협치하는 쌍발통 정치가 됐을 때 속도감 있게 대응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북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아직도 암울하다. 이제 여당이 된 국민의힘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고,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그리고 기초의원까지 한명도 없는 고립된 섬이다. 이렇게 선출직 261명 중 1명도 없는 가운데 실천과제를 결과로 만들어 내는데 버거움을 느낀다. 이제는 전북도민들께서 현명한 판단으로 지혜롭게 선택해야 전북 발전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일당 독주의 고립된 섬 전북에서 벗어나 충청과 같이 여·야가 경쟁하며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정치 환경을 기대해 본다.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전북도당위원장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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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1 13:40

새 정부 광역교통망 공약, 호·영남 동서축부터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광역교통망 확충을 강조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와 충청권 광역철도,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강원권 광역교통망 연결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전북지역에서는 지역의 현안인 동서교통망 구축을 약속했다.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와 전주~대구 고속도로 건설 등을 통해 동서 화합과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구축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으로 그 파급 효과도 커서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전국 각 자치단체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국 곳곳에 그려놓은 광역교통망 공약이 공수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이행 의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한 새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균형발전 철학과 실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당연히 이중 삼중의 거미줄 노선을 덧대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보다 교통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이동권에 제약을 받고 있는 지역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이다. 동서교통망 확충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전북 공약은 문재인정부에서 못다 이룬 미완의 과제와 지역 정·관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해묵은 숙원사업이 대부분이다. 우선 국내 광역교통망이 수도권 중심의 남북축에 집중되면서 관심에서 밀려난 호·영남 연결 동서교통망 확충에 국가예산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전주~대구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급하다. 현재 전주~대구 고속도로는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과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는 반영됐지만 전주~무주 구간(42km)이 반영되지 않아 과제를 남겼다. 전주시에서 시작해 진안·무주군을 거쳐 경북 김천시까지 연결되는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는 그간 전북도 및 경북도를 비롯해 철도 통과노선 지자체장의 공동건의문 제출 등 우여곡절 끝에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국토교통부가 올해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새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호남과 영남을 연결하는 동서교통망 확충 사업을 역점 추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1 11:42

선거 프레임

누구나 진보와 보수 성향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단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개인 신념에 따라 강온 성향을 달리할 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에선 이런 심리를 교묘히 활용해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데 공을 들여왔다. 당원 가입이나 지지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마치 자신들의 지지 세력인양 선동하고 홍보하기 일쑤다. 선거 구도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일종의 프레임 싸움이다. 이는 후보자 역량이나 화려한 경력보다도 선거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때가 많다. 흔히 선거 초반 승기를 잡느냐 못 잡느냐 여부는 프레임 대결에서 판가름 난다고 할 정도다. 지난 3월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선전을 했음에도 초반 프레임 대결에서 승기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유권자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정권 교체’ 여론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얼마 전 민주당 도지사·전주시장 공천에서도 ‘경제 해결사’ 이미지를 프레임으로 내건 김관영 우범기 후보가 이겼다. '고시 동기 중 차관급만 17명 있다’ ‘전주의 로또, 예산 폭탄’ 의 메시지가 시사하듯 그들 경력 중 중앙부처 행정경험과 인맥이 크게 어필한 건 사실이다. 중앙에서 누가 예산을 가져올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허울 좋은 구호 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유권자의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교육감 선거는 최근 사회단체 지지 선언이 잇따르면서 세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 김승환 교육감의 3선 불출마에 따라 親김승환 대 反김승환 구도가 예상됐다. 물론 기본 구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가끔 불거지는 ‘진보 원조논쟁’ 을 둘러싼 신경전이 볼 만하다. 교육감 후보 TV토론에서도 이와 관련 자칭 진보진영 후보라는 천호성 후보에게 김윤태 후보가 타이틀 사용에 대한 적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아동정책위원을 지낸 서거석 후보도 해묵은 진영 논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논쟁 자체가 유리한 선거 국면을 포석에 둔 후보들의 샅바 싸움으로 해석된다. 이 상황에서 어제 천호성·황호진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프레임 변화가 점쳐지기도 한다. 여론조사 선두 서거석 후보와 맞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물밑 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가 반환점을 돌며 유권자 표심잡기 경쟁도 본격화됐다. 아울러 후보들의 승리 방정식을 위한 프레임 대결도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 보다는 유세 구호에만 그치는 프레임이야말로 유권자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후보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과대 포장한 측면이 적지 않아 이를 면밀히 따져 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런 선거공학적 세몰이 보다는 후보 개인의 잠재력과 도덕성 그리고 정치 철학을 공유하면서 미래를 선택하는 유권자 주도의 선거 문화가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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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05.10 18:17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북 현안 해결 기대 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북 현안 해결에 대한 도민의 기대가 크다. 역대 보수정당 대통령 후보와 달리 대선 기간 전북을 다섯 차례나 찾으면서 임기 내 새만금 개발 마무리와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 전북 발전에 핵심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등 진정성을 엿보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는 별도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북과 관련, 7대 공약과 1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6대 국정 목표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방에서 희망이 싹트는 대한민국을 실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지방 소멸 위기를 맞아 윤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정 철학과 국정 목표가 반드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수도권 편중현상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지방이 윤석열 정부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되찾고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방시대가 열리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이룩하려면 소멸 위기 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전라북도는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를 제외한 13곳이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됐다. 전주도 지난해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쇠퇴하는 전북이 다시 일어서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도민과 약속한 7대 공약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임기 내 새만금 개발 마무리와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및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실천해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국내외 대기업들이 바글바글 몰려드는 새만금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라북도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름뿐만이 아닌 명실상부한 금융중심지가 되려면 한국투자공사와 한국벤처투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자금력을 가진 앵커기관의 집적화가 시급하다. 여기에 항상 변방으로 치부되는 전북이 소외와 차별을 딛고 주도적인 발전 전략을 세워가려면 독자적 광역경제권 설정이 요구된다. 전남·광주에 끼워 넣지 말고 강원·제주권과 같이 새만금·전북 특별경제권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철학과 실천 의지에 전북도민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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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0 16:29

장수에 보물이 있다

전북에서 가장 작은 자치단체인 장수군. 이곳은 흔히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으로 불리는 두메산골(奧地) 중 하나다. 4월말 기준 인구 2만1624명으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경북 울릉군과 영양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작은 곳이다. 당연히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곳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1500년 동안 숨겨져 있던 보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해 12월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장인 곽장근 교수의 안내로 이곳 일대를 방문했다. 올해 4월에는 중앙대 송화섭·박경하 교수, 건국대 김기덕 교수 등이 동행했다. 이들과 함께 장수 천천면 삼고리 고분군에서 시작해 장수읍 동촌리 고분군(국가사적 552호), 장계면 난평마을 마을숲과 알봉이라 불리는 고분, 계남면 침령산성(전북도 기념물 141호), 장계면 삼봉리 고분군(전북도 기념물 128호), 반파국 왕궁터로 비정되는 탑동마을 등을 둘러봤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이들 지역과 더불어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국가사적 542호)도 가봤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 역사에 500여 년간 존재했던 가야국 중 일부로, 편의상 전북가야(장수가야와 운봉가야)로 불리는 곳이다. 영역은 금산과 완주, 무진장, 남원, 임실 등 300여리에 걸쳐 있다. 종전까지 가야는 영남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곽 교수의 땀 흘린 노고 덕분에 백두대간 서쪽인 전북동부에 존재했던 독자세력이 밝혀진 것이다. 논란이 없지 않으나 반파국(장수)과 기문국(남원)이 그것이다. 2010년대 이후 발굴된 유물과 유적, 문헌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 중 반파국은 장수지역을 중심으로 서기 300년대 후반에서 500년대 초반까지 150년 동안 존속했던 가야 소국이다. 반파국은 당시 반도체라 할 수 있는 철을 바탕으로 운봉가야를 흡수하고 섬진강 하구 다사진(하동)까지 진출했다. 한때 백제와 왜(倭)의 군대를 격파하고 신라의 촌락을 습격해 초토화시키기도 했다(이도학 교수). 그러다 521년 백제에 복속되면서 사라졌다. 또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은 영남지역 고분과 함께 다음 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장수가야의 의미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거대한 고분군과 제철유적, 봉화망 등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남겼다는 점이다. 특히 제철유적과 봉화는 독보적이다. 둘째, 백제와 가야, 신라의 물고 물리는 각축장이었다는 점이다. 침령산성과 합미산성에 그 자취가 남아 있고 후백제가 리모델링해 활용했다. 셋째, 우리나라 고대의 철(iron road)과 도자기(china road) 전파의 루트를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제철기술과 도자기술을 가진 일단의 주민들이 새만금을 거쳐 전북혁신도시에 정착한 후 철광석 등이 있는 장수와 남원으로 이주해 꽃을 피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동고산성을 발굴했던 전영래 교수는 일찍이 이러한 반파국을 수수께끼의 나라라고 했다. 어쨌든 장수가야는 보물단지인 셈이다. 이 같은 가야유적이 발굴되면서 장수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사과, 한우와 함께 가야유적이 새로운 역사관광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지방선가가 코앞이다. 도지사 후보 등은 대기업 유치를 외치고 있다. 물론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찾아보면 도내 곳곳에는 보물이 산재해 있다. 이를 찾아내 어떻게 꿰는가가 관건이다. 눈 밝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뽑아야 하는 이유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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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0 14:13

우리 땅, 전라도 천년의 풍상(風霜)을 생각한다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은 우리 민족 천년의 역사를 상징하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구한 세월 속에 조선시대 전주는 평양, 한양과 당당하게 어깨를 견주었던 3대 도시였다.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물산이 풍부하고, 멋과 맛과 소리가 어우러진 풍류와 예향의 고장이었다. 동북아 국제교류의 중심지로 중국과 일본을 뛰어넘어 동남아시아를 주름잡기도 했다. 호남평야의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전라도는 우리 근대역사의 주인공으로서 그 위상을 떨쳤다. 전라(全羅)란 말은 온(全)고을에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는 산자수려한 산세와 황금벌판의 자연환경을 비유한 것이다. 풍요롭고 훈훈한 인정과 우아한 예(禮)와 학(學)의 고장에서 찬란한 백제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후백제의 왕도로 재기를 꿈꾸며 조선 5백 년의 왕조를 탄생시킨 발상지로서 한국사의 주맥을 이루면서 찬란한 민족문화의 향취를 발산시켜 왔다. 백제문화의 기상은 익산 왕궁의 웅대한 미륵사지와 도작문화의 시원인 김제 벌의 벽골제에서 조상들의 슬기를 찾고 자긍심을 느껴왔다. 전라도는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오래 사용하는 명칭이다. 1018년 고려 현종 때 전국을 5개 도로 나누면서 강남도와 해양도를 합쳐 전라도를 탄생시켰다. 역사적으로 전주는 백제시대(555년) 때는 완산주라고 했고, 신라 경덕왕(757년) 때 완(完)을 의역하여 전주로 고쳤다. 태종(1403년) 때는 전주부로 개칭하여 조선시대 동안 유지되었다. 1935년 전주면이 전주부로 승격되어 독립하였고 나머지 지역은 완주군으로 개칭되었다. 전(全)은 온전할 전이고, 완(完)도 완전할 완, 온전할 온으로 지명도 같은 의미다. 일찍이 선조들이 아름다운 풍정을 노래한 전주 10경과 완산승경 32경은 오늘날 전주와 완주를 대표하는 자연경관이다. 이토록 유구한 역사만큼 굴곡이 심했던 전라도는 현대사에서는 수도권 집중화와 영남권의 공업화 등에 휘둘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라감영에 전라감사를 두고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관할했던 전북은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라도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났다. 3백 만을 바라보던 전북의 인구는 180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150만의 광역시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광주에 견주어 보면, 전라도의 시원(始元)이었던 전주와 나주는 초라하다. 다행히 2020년 10월, 전라도 정도 천년에 발맞추어 전라감영이 웅장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전라도를 관할하였던 전라감영과 전주부성을 수호했던 풍남문을 바라볼 때마다 자긍심이 용솟음친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치솟은 건물에 걸린 ‘호남제일성’과 ‘풍남문’이라는 현판에서 선조들의 얼이 흠뻑 묻어난다. 예부터 풍남문 종각에서 파루를 쳐서 전주부성 안에 아침과 저녁을 알렸던 종소리는 서울 보신각 종처럼 제야에 종소리를 울려 전라도에 새해 새 희망을 안겨주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게 한다. 이제 전북인들은 전라감영 복원에 안주하지 말고 후백제를 창업한 견훤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백제인의 영혼을 되살리는 후백제 왕궁 복원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후백제 왕궁 복원이야말로 전라도 역사적 위상 정립과 전북인의 자긍심을 살리는 일이다. 전북이 미래의 천년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조들의 질곡 같은 삶이 녹아있는 전라도 천년의 풍상(風霜)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중물로 여겨야 한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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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0 14:12

‘불통’ 교육감이 아닌 ‘소통’ 교육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자녀가 유·초·중·고에 재학 중일 때는 교육행정에 관심을 두지만, 이후에는 무관심해진다. 그 무관심에 교육감 선거도 포함이 된다. 교육감은 선출직 중 유일하게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자주성 보장을 명시한 헌법 제31조 4항에 따라 국가 권력을 비롯한 특정 세력에 영향받지 않고 본연의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정당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이 교육감 선거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도 사실이어서 상당수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에서 누가 교육감 후보로 나섰는지를 알지 못한다. 심지어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뽑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도 적지 않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 ‘묻지 마 선거‘라 불리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오로지 제도적 문제나 유권자의 탓인 걸까? 분명 그렇지 않다. 흔히 교육을 국가의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현세대의 책무이기에 눈앞의 이익이 아닌, 백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감은 바로 국가백년지대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므로 교육감 후보의 자질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과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다면, 이는 선거의 격을 떨어뜨림은 물론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일으키게 된다. 자신의 장점이나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상대의 부정적 요소와 의혹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선거는 공격하는 측과 공격당하는 측을 떠나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심한 피로감과 실망감을 안기기 때문이다.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 또한 당연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상대를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후보보다 자신의 비전과 정책, 소신을 이야기하는 후보를 만나고 싶다. 유권자 앞에 자신의 전문성을 입증할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떳떳이 겨루는 후보를 보고 싶다. 그러니 상대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의혹과 비방을 일삼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 학생을 위해,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할지 논의하길 바란다. 얼마 전 전교조 전북지부는 “김승환 교육감의 12년 임기는 혁신학교, 작은 학교 살리기 등 긍정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불통’이라는 별명이 상징하듯 소통 측면에서 부족함을 보였다”며 현재의 교육감과 그 관료 체제에서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당선될 새 교육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소통’이어야 한다.”라면서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 하는 ‘분기별 지부장-교육감 간담회’, ‘교육감과 조합원과의 대화’를 전북에서도 시행하도록 교육감 후보들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감은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사람이다. 불통은 좋은 환경과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교육에 몸담은 교육자들과 그의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과 소통하고, 새로 거듭날 각오로 절차탁마하여 전라북도 교육을 앞선 교육으로 이끌 수 있는 교육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같은 선출직이라도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에게는 한층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교육감을 선택하는 선거 역시 더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지기를 바란다. 비전과 정책은 보이지 않고 흑색선전과 낯 뜨거운 인신공격이 난무한다면 자라나는 세대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더욱이 이번 선거는 만 18세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첫 지방선거이다. 모쪼록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학생들 앞에, 유권자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거를 치러 주기를 당부한다.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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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0 13:50

공사현장 안전불감증 방치 더 이상 안돼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도내 산업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 전북에서는 올들어 이미 2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 현장의 안전 의식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특히 산재 사망사고가 잦은 건설 현장은 더욱 각별한 안전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전국환경감시단협회가 점검한 도내 건설 현장의 미흡한 안전대책은 안전불감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실제로 익산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은 굴착기가 분주히 작업하고 철골 구조물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사로에 설치된 철골 구조물을 안전장치 없이 오르거나 굴착기 버킷에 근로자가 타고 올라가 작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크레인 작업 반경 내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있는가 하면 크레인과 굴착기, 레미콘 차량들이 오가는 작업 현장에 안전을 챙길 신호수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건설기계 주변에서는 신호수가 있을 경우에만 작업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안전대책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설 현장이 이곳 뿐일리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총 사망자 828명 중 건설업종의 사망자가 417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올 1분기 건설사고 사망자가 55명에 이를 정도로 건설 현장의 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도내에서도 지난 3월 8일 김제 새만금 수변도시 준설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굴착기 기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건설 현장의 안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사업주와 근로자 등의 안전의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처벌 항목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 철저한 안전대책과 의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산재를 줄일 수 없다. 전북은 노동자 1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제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산업재해 취약지로 꼽힌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사업주와 근로자의 의식 전환과 함께 지자체의 보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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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0 11:18

불공정 공천이 해당행위

6.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불공정 공천을 주장하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 공천심사,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던 후보들의 컷오프, 부실한 공천심사 주장과 단체장 후보 재경선 결정 등 과거보다 퇴보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다수의 무소속 출마는 예견됐던 일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곳 검증과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시작부터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고무줄 잣대의 공천 기준과 지역위원장의 자기사람 챙기기 공천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기초단체장 후보에 적용한 경선룰과 광역·기초의원 후보에 적용한 경선룰이 오락가락해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들여다보면 혁신 공천은 처음부터 공염불 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예외없는’이란 수식어까지 붙인 부적격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았다. 검찰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는 단체장은 컷오프됐지만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광역의원은 공천 심사를 통과했다. 불법 수의계약 논란을 빚은 기초의원 후보 2명은 컷오프와 심사 통과로 운명이 엇갈렸고,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당에서 경고 처분을 받은 기초의원은 공천 심사를 통과했다. 과거 전과를 이유로 컷오프된 전주시장 후보와 달리 김제시장 후보는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완주군수 후보는 도박 논란으로 공천이 번복되면서 부실 검증 비판과 함께 재경선이 진행되고,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된 장수군수 경선도 재경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똑같은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된 임실군수와 순창군수 경선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경선후보 압축 및 단수 공천 등을 놓고 지역위원회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면서 2년 뒤 총선에 대비한 국회의원들의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졌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혁신 공천, 시스템 공천이란 말이 후보는 물론 유권자들에게 먹힐지 의문이다. 원칙과 기준이 무시된 공천 과정에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공천 과정에서 유력 주자들이 다수 탈락하면서 전주·익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군 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다 컷오프된 정읍·남원시장, 완주·장수·순창군수 선거 등은 민주당 후보와의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중앙당은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와 지지자들의 해당행위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달 21일 전국 시·도당에 내려보냈다. 기득권 타파, 반성, 쇄신, 혁신을 외치면서도 4년 마다 되풀이되는 불공정 공천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은 해당행위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규정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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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5.09 16:50

세 장면

해마다 7월 열 엿새, 할아버지 생신날이면 시골집에 이름난 광대가 와서 소리판을 벌였다. 마당이 넓었고, 김매기도 끝나 이제 농한기였다. 소리판은 밤 여덟시 경,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300명 정도가 잔치집 마당에서 펼쳐졌다. 명창은 풍채가 좋았다. 키가 1미터 80이 넘는 명창이 마당에 서노라니, 윤기 나는 까만 갓과 한산 세모시 두루마기가 도드라졌다. 나는 어려서 그분의 소리를 들었는데, 그 분이 소리하는 세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첫 번째 장면 : 명창은 ‘범피중류’를 불렀다. 심청이 남경장사 선인배에 올라 인당수에 이르는 도저한 장면, ‘범피중류’를 그야말로 유장하게 소리했다. 고요한 바다를 한참 가다가, 배가 인당수에 이르자, 갑자기 고요한 바다가 심하게 요동친다. 심청은 도사공에게 도화동이 어디쯤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심청이 도화동을 향해 합장배례를 하며 말한다. ‘아버지 부디 편안하시오’라고 절을 한다. 큰 키의 명창이 갑자기 심청이처럼 작아졌다. 심청이 ‘아이고 아부지’라고 외치면서 바다로 떨어진다. 키 큰 광대가 부채를 딱 떨구더니 앞으로 꺼꾸러지며 물에 빠지는 형용을 했다. 관중들이 모두 ‘우~’ 탄식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마을의 처녀와 부인네들이 흐느꼈다. 어린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 울었다. 두 번째 장면 : 한식경이 지났다. 명창은 이번에는 <박타령>을 불렀다. 흥보는 첫 번째 박을 아내와 함께 톱질을 하면서 탄다. 한 많은 흥보씨 집에 경사가 생겨났다. 박통 속에서 쌀과 돈이 많이 나온다. 흥보가 돈과 쌀을 부어낼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깨를 들썩이면서 좋아했다. “돌아서다 돌아보면 쌀도 도로 하나 가득, 돌아섰다 돌아보면 돈도 도로 하나 가뜩”. 휘모리는 판소리 장단 가운데 가장 빠르고 숨 가쁘다. 큰 키에 세모시 두루마기를 입은 명창은 팔을 딱 걷어 올리더니, 흥보가 되질하는 모습을 형용하면서 노래불렀다. 영낙없이 궤 속에서 돈과 쌀을 되아 내는 형용이었다. 사실 이 노래는 지금은 이 대목을 2분 정도 불러, 돈과 쌀이 그득한 흥보집을 그려낸다. 그런데 명창은 이 대목을 20분 정도 불러서 돈과 쌀을 되아냈다. 자식은 많고 형님에게 쫓겨나서 그렇게 굶주렸던 흥부 내외가, 돈과 쌀을 만났으니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명창은 노래로 돈과 쌀을 부어냈다. 명창은 팔이 부러질 정도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도까지는 되아낸다는 그런 느낌으로 노래 불렀다. 휘모리로 돈과 쌀을 부어냈다. 명창이 쓴 갓은 뒤꼭지에 늘어붙어 있고, 속적삼 밖으로 두루마기까지 땀이 철떡철떡 젖어있고, 목이 탁 쉬어서 소리가 안나오고, 기진맥진할 정도까지 되어내다가 주저앉았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도 기진맥진할 지경이 되었지만, 눈앞에 쌀과 돈이 솟아올라 산을 이루는 장면에 흡족했다. 세 번째 장면 : 한식경이 지났다. 명창은 이번에는 ‘적벽강 불지르는데’를 불렀다. 적벽강에서는 주유와 조조 선단 사이에서의 격전이 막 시작되었다. 황개 선단은 북을 울리고 불화살을 쏘아대며 조조의 선단으로 진격했다. 마침 동남풍이 불어왔다. 조조 진영의 모든 배들이 연환계로 묶여서 화염이 충천했다. 명창은 빠른 속도로 불타오르는 적벽 장면을 그려냈다. 명창의 불타오르는 적벽을 따라, 좌중의 얼굴도 모두 지지 벌겋게 익어갔다. 강물은 불빛 천지로 변화했고, 글깨나 읽은 관객들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명창은 자신이 적벽강에 질러놓은 불길을 끌 생각도 않고, 좌중과 함께 술을 마셨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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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9 13:51

소통과 균형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어머니 손에 이끌려 동네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에는 환하게 불이 켜있고 추운 날씨에도 동네 어르신들은 벌써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웃 동네 분들도 곳곳에서 모이고 서로 간밤의 안부를 물으며 어머니와 차례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고 6시가 되자 학교 강당의 문이 열리고 투표가 시작되었다. 안내하는 분이나 감독관도 다 동네 분들이라 여기저기 서로 인사 나누고 난로 주전자에 있는 커피믹스 한잔 받아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 몇 시간만 지나고 가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투표할 수 있는데도 새벽부터 너무 분주했고 피곤했던 그리고 설레고 긴장되었던 내가 막 성인이 되었을 때 처음 투표하는 날의 기억이다. 선거철이 되면 대선이건 총선이건 항상 나오는 공약 중에 지역 균형 발전이 빠지지 않는다. 진보나 보수정당 모두 균형발전 정책을 오래도록 추진해왔는데, 갈수록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 특화산업 육성을 지향하고 있지만 지역의 혁신과는 연결이 부족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두루뭉술해진다. 지방정치는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며 또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으며 어떻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보편적인 의견을 추론해 봐야 한다. 그나마 중앙정부가 지역을 위해 추진해온 정책과 사업에는 현장성이 부족하다. 우리는 모두 현장에서 답을 찾고 현장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지 못하고 산업 중심, 중앙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에 익숙해 있다. 지역의 역량과 자산은 지역에 있는 산업체, 대학, 출연연구기관, 공공기관, 각종 단체, 지역의 인프라와 자원, 문화와 역사 이 모든 것의 총합이다. 균형발전 정책의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지방의 관련 주체인 지자체, 지역주민 등의 참여와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수도권 집중으로 이익을 축적해 온 기득권 세력이 쥐고 있는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지금까지 중앙의 간섭이나 신 중앙집권이 논의되는 것을 보면 완전한 지방자치의 실천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지만 법과 제도의 완전한 정비와 그 실천을 중앙정부에 꾸준히 요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단순한 일보다는 많은 사람의 지혜가 모일 때 제일 나은 선택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진다. 소통의 방향과 마음의 움직임을 생각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 리더의 정책은 구성원의 만족을 끌어낼 수 있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는 필수적인 요소이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각종 현안을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해결하고 따뜻하고 진솔한 지도력을 보여준다면 리더는 권력이 아닌 서로 존중해주는 대상이 될 것이다. 모든 정책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함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고향, 일자리, 학교, 아이들을 위해 쉼 없이 앞으로 나가야 한다.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는 아이들은 상대 친구와 무게를 맞추기 위해 앞뒤로 옮겨가며 앉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자기 가방이라도 올려서 균형을 잡는다. 호남의 절반인 우리 지역이 가진 자산을 기반으로 다시 한번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도민 모두가 스스로 우리 지역을 가꾸어 나가는 정성으로 서로 소통하며 조금은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이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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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9 13:49

지방선거에서 투표는 어떻게 할까?

2022년은 지난 3월에 치른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지방선거는 전국의 모든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기 때문에 전국+지방선거+동시선거=전국동시지방선거라 부른다. 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발전과 교육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다. 즉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고, 교육자치를 위해 교육감 선거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한다.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대표는 다음과 같다.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교육감을 선출한다. 따라서 전북 도내 모든 지역에서는 투표용지 7장을 받는다. 이렇듯 지방선거의 선출 대상이 여러 명이므로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데 이 경우 혼동될 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투표용지를 교부받는다. 먼저 1차로 투표용지 3장을 받아 투표하고 다시 2차로 4장의 투표용지를 받아서 투표한다. 즉 1차로 교육감, 시·도지사,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의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하고, 2차로 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자치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선거의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한다. 지방선거와 관련된 남은 주요 사무일정은 다음과 같다. 5월 10일부터 14일까지는 선거인명부를 작성한다. 선거인명부란 투표구별로 선거인의 범위를 확정해 투표할 권리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공적 장부이다. 이때 몸이 불편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없는 선거인 등을 위해 거소투표신고를 받고 거소투표신고인명부도 작성한다. 또한, 영내 또는 함정에 장기 기거하는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은 이 기간 중 관할 선관위에 선거공보 발송신청을 해 자신의 거주지에서 선거공보를 받아 볼 수 있다. 5월 12일과 13일(매일 오전6시~오후6시)은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5월 19일부터 선거기간이 개시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후보자의 선거벽보는 5월 19일에서 20일 사이 선거구 곳곳에 첩부한다. 5월 22일까지 투표소의 명칭과 소재지가 공고되며, 선거공보가 동봉된 투표안내문 또한 각 가정으로 발송된다. 이때 거소투표 신고자는 거소투표용지를 함께 받아 거주지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5월 27일, 28일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선거일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은 이 기간에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격리자는 28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일반유권자와 별도로 사전투표소 안에서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6월 1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 투표소별로 투표가 진행되고, 투표 종료 이후에는 개표가 실시된다. 선거일에도 코로나19 격리자는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 전국의 사전투표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투표소안내의 사전투표소에서 찾을 수 있고 본 투표일에는 내 투표소 찾기에서 본인의 투표소를 찾을 수 있다. 투표소로 가기 전 본인확인이 가능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을 지참하는 것도 잊지 말자. /이다희 고창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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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9 13:48

농어촌 소멸위기 극복, ‘출산환경 개선’부터

한 때 부유층의 외국 원정 출산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산모가 미국·캐나다 등 해외로 나가 출산하는 것으로, 일부 중산층까지 가세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농어촌지역 산모들의 원치 않는 타 지역 ‘원정 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농어촌지역의 출산 인프라 붕괴가 심각하다. 전북의 경우에도 전주와 익산·군산을 제외한 시·군지역에서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지역 임산부들은 다른 도시로 힘겹게 이동해서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 출산 전 진료와 분만에 많은 불편과 비용이 따르고, 응급분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어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에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이 같은 열악한 출산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청년층의 농어촌 이탈과 이에따른 지역소멸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시책으로 각 지자체가 앞다퉈 조례를 만들고, 출산장려금·출산지원금 늘리기 경쟁을 펼쳤지만 정작 무너지는 지역사회 출산 환경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이 줄어드는 게 시장논리이지만, 지역소멸과 직결되는 출산 문제를 수요 공급의 원리로만 따져서는 안 될 일이다. 학생수가 적다고 농어촌지역 학교를 모조리 폐교할 수 없는 것처럼 지역사회 생존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농어촌지역이 많은 전북은 지역소멸 위기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 출산환경을 개선하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 대응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지자체의 투자와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동안 각 지자체가 인구 늘리기 정책을 역점 추진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한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가 바로 농어촌 출산환경 개선사업이다. 보건복지부가 공모사업으로 추진해온 ‘분만 취약지 산부인과 지원사업’부터 변경해서 선별 지원 방식이 아닌 일괄 지원사업으로 대폭 확대 시행해야 한다. 출산 이후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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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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