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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몰리션'과 마음에 쓴 가면 벗기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열풍이 거세다. 늘 보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 대중의 취향은 무엇을 향하는가. 나의 시선은 주로 가면(假面)에 머물렀다. 의미를 알고 싶었다.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게임의 공정한 진행과 비밀 유지를 위해 썼다.라고 말한다. 지옥에서는 가면 쓴 사람들을 VIP라 칭한다. 우리가 아는 가면은 두 종류가 있다. 보이는 가면과 보이지 않는 가면. 다시 말해 얼굴에 쓰는 가면과 마음에 쓰는 가면. <데몰리션>이란 영화가 있다. 마음에 쓰는 가면 벗는 과정을 조명하는 영화다. Demolition은 파괴, 해체라는 뜻이다. 가면(假面. Persona)은 집단이 개인에게 준 역할, 의무, 약속 그 밖의 여러 행동양식을 뜻한다. 내가 나로서 있는 게 아니라 남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를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벗어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데이비스란 젊은이가 있다. 장인 회사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하는 촉망 받는 사람이다.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장례식 다음 날 정상 출근한다. 장인과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서 생뚱맞은 말로 분위기를 망치는가 하면 장모가 차려주는 밥을 맛있다.라고 말한다. 아내가 절명하던 날 병원에서 초콜릿을 사려다 자판기 고장으로 25센트를 날린 것에 분노한다. 자판기 회사에 장문의 항의 편지를 쓴다. 내용은 항의 반, 신변잡기 반이다. 왜 이럴까 이 사람. 영화의 설명은 이렇다. 친밀한 사람 하나 없이 감정을 억압하며 살았고, 내면의 충동에 따라 매사를 결정했다. 핸드폰 음성사서함을 비우지 않아 아내가 메시지를 남길 수 없는 상태였고, 집 냉장고는 고장 난 채 방치되었다. 회의 시간에 란 곡이 슬프냐고 물어 주변을 뜨악하게 만들고, 무엇인가에 과몰입하여 눈앞 대상도 인식하지 못한다. 05:30에 일어나 운동하고 기차로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범 샐러리맨인데? 마치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 같다.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무덤덤하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원숭이들이 털 손질〔Grooming〕하는 영상을 보며 싫다고 독백하다가, 결혼 초기에 장인에게 구박받던 기억을 끌어낸다. 원숭이 취급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이리라.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친구 중 가장 빨리 달리고 싶었던 심정을 밝히며 군중 속을 배회한다. 치유 과정은 은유로 표현한다. 〔〕안은 주관적 해석임을 양해 바란다. 고장 난 냉장고와 컴퓨터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해체한다〔비정상〕. 회사 화장실 고장 난 문을 분해하고〔감정 배설〕, 처갓집 전등을 해체〔장인과의 관계〕한다. 길을 가다가 철거하는 집을 보자 돈을 내고 부순다〔타인과의 불편한 관계〕. 급기야 사방이 유리로 된 자기 집을 사정없이 파괴한다〔꽉 막혔던 가정생활〕. 세상에, 자기 내면에 갇힌 사람. 돌파를 이렇게 형상화했다. 무엇인가를 고치고 싶으면 모든 것을 뜯어내야 해. 장인이 그렇게 말한 적 있다. 데이비스를 공감해 주는 사람은 자판기 회사 직원 카렌과 그녀의 아들이다. 항의 편지에 응답하며 인연을 맺었다. 아내가 잠든 곳에 다녀오다가 운전석 밑에 떨어진 메모지를 발견한다. 아내가 쓴 것이다. 바쁜 척 그만하고 나 좀 고쳐줘요.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장인과도 화해한다. 드라마 속 얼굴에 쓴 가면이 궁금하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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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9 16:43

공공체육시설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고창군 파크골프장 난립 막아야

최인규 고창군의회 의장 정부주도의 산업화 정책 속에 도시는 과밀화 되고, 농촌은 인구절벽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지방인구감소가 시작된 지 오래다. 감소하다 못해 이제는 소멸위기 지역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글프게도 내 고장 고창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고, 들판에는 어르신들만이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빠듯한 우리 재정을 민생경제 회복, 농촌경제 활성화에 주력해야할 때인 것이다. 그간 필자는, 각 읍면 균형발전을 위한 필수 시설은 기존처럼 14개 읍면에 두 돼, 그 외 부수적인 시설 등은 고창군을 동서남북부권과 중심권,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정활동 기간 동안 변함없이 주장해왔다. 그간 무분별하고 산발적으로 추진해왔던 사업 간 연계와 과감한 통합을 통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창군에는 각 읍면별로 체육관이 하나씩 들어서 있다. 그러나, 상당한 예산을 들여 유지하고 있는 각 체육관의 연평균 이용일수는 1년 365일 중 40일도 채 되지 않는다. 면 단위의 불 꺼진 체육관을 볼 때마다, 20여 년 전 본인이 제안했던 대로 서너 개의 인접 면을 하나로 묶어, 하나씩만 체육관을 지었다면 지금과 같은 예산낭비는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원거리 이동이 자유로운 요즘 체육관이 굳이 집 가까이 위치할 필요는 없으므로. 다른 공공체육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요즘, 노인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파크골프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많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확고하다. 체육관 건립 사례를 교훈삼아, 민원에 이끌려 각 읍면에 하나씩 파크골프장을 짓는 일이 없도록 파크골프장만큼은 권역별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공음면 파크골프장 건립에 대해 고창군의회에서 재논의 하고자 했던 이유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고창군의 인구연령성별 등이 전체적으로 고려된 중장기적 종합개발계획을 세워 꼭 필요한 곳에 체육시설을 건립함으로써 예산 낭비를 막고자 함이었다. 각자의 지역이 자기만의 개성과 경쟁력을 지니고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고창도 이에 발맞춰 변화해 나가야 한다. 권역별 사업추진을 통해 절감된 예산을 지역특화사업 육성에 투자한다면 고창군은 소멸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아도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권역별 시설물을 기꺼이 나눠 쓰는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최인규 고창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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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9 16:43

중고거래의 경제학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요즘 A 과장은 중고거래 재미에 푹 빠져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제법 다양한 물건을 거래한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중고거래 시장이 큰 폭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국내 중고시장의 거래규모가 2008년 4조 원에서 2019년 20조 원으로 약 다섯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였다. 특히 모바일 앱을 통한 거래가 크게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4명 가운데 1명이 중고거래 앱을 사용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중고거래 확대 배경으로는 우선 MZ세대의 대두를 꼽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소비에 있어서도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실용적 소비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제대로 기능한다면 중고 제품이라도 개의치 않고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MZ세대를 중고거래 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 리서치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응답자의 약 83%가 최근 1년간 중고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정보통신기술 수준이 높아진 점도 최근 중고거래 시장의 급격한 확대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최근 기술발전 등으로 모바일 앱을 이용한 중고거래의 편의성이 개선되고 거래비용은 낮아졌다. 사고 팔 수 있는 중고물품만 있다면 누구나 가까운 거래자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앱 안에 내장된 거래자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여 믿을만한 거래 상대방을 선택하여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고거래 확대는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어 가치 있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적인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특히 디지털 거래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효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값비싼 제품을 중고시장을 통해 공유하면서 낮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을 얻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1년 소비 관련 주요 키워드로 N차 신상이라는 용어를 제시한 바 있다. 여러 차례 손바뀜(N차)이 일어난 제품이라도 제대로 기능한다면 나에게는 신상품과 같다는 의미이다. 중고거래가 우리 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 후생에 주는 영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통계인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통계인데, 중고물품은 그 해 신규로 생산된 재화가 아니어서 그 거래가 GDP 측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 활동을 어떻게 적절히 경제 통계에 반영할 것인지는 통계 편제 기관의 오랜 고민이기도 하다. 최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중고시장 확대가 다양한 소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그러한 혜택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보화 능력이 삶의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모바일 접근성이 낮은 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지역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 이러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노인분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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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9 16:43

새만금30년 뿌리 제대로 알자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역사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하여 왜곡됨이 없어야 한다. 2021년 11월28일은 오늘의 새만금사업『새만금간척종합개발』기공식을 한 날이다. 한반도에 새 역사를 쓰는 새만금사업은 30년을 맞이했지만 과연 최초에 누구의 제안과 사업시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과연 옳은가하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 이를 밝혀 주려하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새만금 뿌리』라는 책자에서 1986년 1월 서해안 간척사업 장기개발사업 수립, 1986년 3월-12월 새만금지구 계획구상 및 답사실시, 1987년 10월17일 새만금지구 타당성 조사내용 대통령 보고 등으로 되어있으며 결국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91년 11월 28일 역사적인 기공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작고),농림부장관과 정부 관련인사, 전북에서는 최용복 도지사, 김철규 전북도 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자리로 천지개벽을 이루는 현장이었다. 필자는 전북일보 기자 재직당시인 1978년 우리나라 언론기관에서는 최초로 국토확장과 식량안보라는 차원에서 전북의서해안에 대단위 간척사업을 하자는 정책기사를 쓴 본인이다. 처음에는 편집국동료들로 하여금 황당무계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고군산군도 야미도 섬이 고향으로 금강과 만경강사이의 옥구 앞(비행장) 바다가 간조인 썰물에는 광활한 모래바탕이 보이거나 수로조차 수심이 낮아 어선(풍선)도 다닐 수 없는 일을 보아왔다. 이러한 일을 필자로서는 이 넓은 모래바탕을 육지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 새겨져있어 기사를 쓰게 된 것이다. 대단위간척사업 기사에 관심을 가져온 황인성 도지사는 1985년 농림장관으로 발탁되어 감에 따라 정부차원의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다양한 계획 수립 등 진행을 하지만 추진이 제대로 안되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따라서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으로 떠올라 있어도 진척이 없음에 대해 부안 이희천 국회의원(작고)과 김원기 국회의원(정읍.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이 협의 끝에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작고)과 민주당 김대중 총재(15대 대통령 작고)와의 영수회담 일정이 나옴에 따라 당 차원에서 새만금사업에 대해 담판을 내기로 입장정리를 했다. 김 총재는 영수회담에서 새만금사업 시행확답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노 대통령은 1991년 2월6일 전북을 찾아 관계 장관에게 새만금사업을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사업시행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필자는 전북일보 현직에 있을 당시 농어촌공사 사장으로부터 경계해역 현지답사요청을 받고 두 번이나 답사를 했다. 그것이 오늘의 비응도에서 야미, 신시, 가력도, 부안 대항리까지 34.9km 제방이다. 또한 추진과정에서 전북도 새만금담당관실에 황점동 담당관과 함께 연안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필자는 1990년 12월 전북의 미래에 대한 대 토론회에서 새만금에는 국제공항, 국제항, 최첨단 과학단지, 고군산을 중심한 국제 벨트형 관광단지조성 등 4대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새만금사업 이전에 옥구 앞 바다 등에 간척사업을 하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오늘의 새만금사업시행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으나 시발점에 대한 새만금사업은 최초의 전북일보 기사 작성자인 김철규와 황인성 도지사, 김원기, 이희천 국회의원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기원의 역사는 사실이 생명력을 갖는다.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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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존재감 높이는 길

삽화 = 정윤성 기자 그간 각종 선거를 할 때마다 이성적 판단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아 투표해왔다. 대선은 말할 것 없고 지방선거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서면서 여야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교언영색의 공약들을 마구 쏟아 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 공약이 많다. 이번 대선은 참으로 묘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졌다. 여의도 정치를 해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 여야유력후보로 뽑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당내 경선을 거쳐 확정되었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와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권자가 3.5%밖에 안된 전북은 그나마 여야 후보들의 관심권 밖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집토끼라고 여겨서인지 아직껏 이재명 후보가 언제 매타버스를 타고 온다는 일정이 없다. 지난 주말 이 후보가 4박 5일 동안 광주 전남 곳곳을 누비며 읍소전략을 편 걸 바라다보는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쓸쓸하고 공허해 보였다. 선거전략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까 전북 방문이 밀린 것 아니겠느냐며 시간이 오면 올 것 아니겠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전북이 호남이란 카테고리에 묶여 있지만 전북민심은 광주 전남과 다르게 움직인다. 민주당 경선 때 이재명을 1등으로 뽑아준 것만도 봐도 그렇다. 전북 사람들은 광주 전남 사람들에 비해 성격이 유순하다. 충청도 사람들과 흡사한 편이다. 자기 속내를 감춰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뚜렷하지 않아 대세에 곧장 휩쓸린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비판적인 견해를 갖는 게 부족하다. 여론주도층 가운데 목에 방울 달 사람도 드물다. 이런 성향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하나의 현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자기 주관없이 분위기에 휘갈린다. 그간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을 보면 전북도민들의 성징이 잘 녹아 있다. 혁신적인 똑똑한 대표가 거의 없었다. 임기나 적당히 채우면서 입신양명을 노린 사람이 많았다. 인적네트워크가 약하고 전문성이 결여돼 우물 안 방안퉁수 같았다. 왜 이렇게 뒷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표 한답시고 나분댔는지 알만하다. 표 찍어준 유권자의 잘못이 많다. 대표를 보면 주민들의 민도를 알 수 있다. 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허리를 굽히며 표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선거 때만 잠깐 굽신거릴뿐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고개가 뻣뻣해진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면 선거를 잘해야 한다. 연고주의 선거를 하면 주인인 유권자가 노예가 될 수 있다. 대선 주자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이 정책과 공약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전체유권자의 3.5%인 전북이 대선판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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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1.11.28 16:38

차별을 낳는 차별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세상에는 달이 두 개가 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 살고 있고, 1Q84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다. 이 환상의 세계에서는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무엇이든 휙휙 바뀌어버리는 사회의 흐름을 느끼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달이 두 개인 세계로 흘러들어왔나 싶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닌 것처럼 낯설기만 하고, 평범한 학생인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하는 사회가 그렇다. 남자와 여자가 편을 갈라서 싸우고, 서로 다른 인종이 대립하는 등 총과 칼이 없을 뿐이지 이 사회가 온통 소리 없는 전쟁통 속인 것 같다. 특히 내게 가장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다. pc는 꽤 오래 전부터 범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치, 문화, 예술 등 pc의 손길이 뻗지 않은 곳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최근 pc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 디즈니를 꼽을 수 있겠다. pc의 열풍으로 할리우드가 각종 주연에 흑인을 캐스팅하고 있다는 것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고, 다양한 인종이 스크린에 모습을 비추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디즈니 pc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디즈니의 실사 영화 주연 캐스팅에 대한 문제다. 영화 알라딘의 흥행으로 본격적으로 실사 영화에 뛰어든 디즈니는 백설공주, 인어공주, 피터팬 등 자신들의 수많은 만화를 실사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만화들의 주연 캐스팅을 발표했는데, 백설공주 역에 배우 레이첼 지글러, 인어공주 역에 배우 할리 베일리, 팅커벨 역에 배우 야라 샤히디가 캐스팅됐다. 원작을 보면 알겠지만 상술한 만화 속 인물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배우들을 살펴보면 흑인라틴계 배우로 원작과 다르다. 디즈니의 이런 결정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디즈니가 인종 다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회 인식 개선에 힘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pc적 요소로 인해 원작을 파괴하고 나아가 훼손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디즈니의 행보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이러한 지나친 원작 파괴 캐스팅은 역 화이트워싱, 즉 블랙워싱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기득권층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야 할 동화를 통해 pc를 강요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차별을 지양하자는 pc가 되려 역차별을 낳고 있다. pc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성,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은 지구 공동체 시대를 아우르는 중요 과제다. 그러나 작금의 pc는 지나친 강요와 주입으로 인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또한 얼마 전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여자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 아닌 경찰의 본분을 저버린 한 명의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다. 이처럼 pc에 눈이 멀어 사회적 혼란을 낳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pc는 목적일 뿐 수단이 아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무고하게 피를 흘린다면 우리는 그 사회를 정녕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모두가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던 사회는 바투 다가올 것이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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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새 아침을 여는 시] 시비(詩碑)가 시비(是非)가 되자

김해강 시비가 파헤쳐져 산골로 던져졌다 28년 동안 덕진공원에서 살았던 시비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 정수리에서 태양을 섬기던 삼족오는 쇠망치를 맞고 사라진지 오래고 깊게 새겨진 「금강의 달」도 어둠이 되었다 금간 시비는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운구에 실려 곡비도 없이 낯선 길을 갔다 기림을 받던 시인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던가 역사의 입을 벌려 무엇을 듣는가 저만치 상투 틀고 감발한 동학장군이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너무도 많이 불러 남의 이름이 된 내 이름이 누구인가 부르고 있다 --------------------------------------------- △시비 때문에 시비가 붙고 말았다.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졌던 시비 옆에 어느 날인가는 단죄비도 세워졌다. 시비 곁을 일부러 에돌아서 지나다니는 동안 속담에 업어다 난장 맞힌다는 말이 딱 덜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해강 시인의 시비는 시빗거리 없는 산골 마을에서 소쩍새 울음소리에 삭아갈 것이다. 힘없는,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은 언제든 시비조로 조롱받을 일에 쌔고 쌔게 휘말릴 것이다. 거친 역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후배들을 보는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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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보행로 통행 불편 최소화와 안전 우선해야

전주시내 곳곳에서 보행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손상이 심하거나 미관을 해치는 보행로가 아님에도 보도 교체공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예산낭비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본보 취재 결과 전주종합경기장 사거리 부근 보행로는 포클레인과 콘크리트 더미로 가로막혀 있고, 보행로 옆 3차로는 중장비 이동 편의를 위해 라바콘(안전 고깔)으로 차단돼 보행자와 차량 운전자들이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인근 교보빌딩 사거리에서는 횡단보도 진입로가 깊이 파여 있어 보행자들이 도로를 건너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인후동 백제대로 보행로 공사 현장에서도 공사 장비와 폐기물들이 널브러져 통행을 방해하고 있단다. 도로 및 보도 공사를 하게 되면 통행에 불편을 줄 수밖에 없지만 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비판을 하는 것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곳 대부분이 가장 붐비는 출퇴근시간까지 하루 종일 공사를 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보도공사를 중지하고, 왕래가 많은 혼잡구간은 야간공사를 시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 차량출입시설이나 차량진입금지시설 등을 설치할 때 보행자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구조로 설치하고, 보행자 통로 확보와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게 기본일 텐데 이 또한 무시되는 상황이다. 오로지 공사만 빨리 끝내면 된다는 안이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보도 공사를 할 때는 미리 공사구간과 시행시기, 정비방법 등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해서 이해를 구해야 함에도 그런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현재 전주시내에서 진행되는 보행로 공사도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것 아닌지 의심을 하는 시민들이 많다. 연례행사처럼 연말이면 예산 몰아쓰기로 보는 것이다. 전주시는 도로에 나무를 심어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인데, 이 사업을 진행하려면 보행로 일부를 걷어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심 녹지공원화 사업인 바람 쐬는 길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행로까지 공사한다는 것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사업을 미리 홍보해서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통행 불편을 최소화 하려는 시민 중심 행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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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새만금사업 착공 30년, 다음 정부에선 결실을

전북도민의 오랜 숙원인 새만금개발사업이 28일 착공 3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3번은 변했을 오랜 세월, 새만금사업은 나열하기도 힘든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리고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돼 순항할 것 같았던 새만금국제공항이 건설 반대 주장에 발목을 잡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새만금사업은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으로 되풀이됐다. 역대 정부의 새만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말잔치로 끝났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새만금 공약은 전북도가 대선을 앞두고 발굴제시한 현안을 지역 민심 끌어안기에 나선 각 후보 진영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어서 사실상 정권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이 전북 공약으로 다시 새만금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만금사업은 지난 1987년 12월, 제13대 대선을 눈앞에 두고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전주 유세에서 선거용 카드로 꺼내들면서 수면위에 떠올랐고, 1991년 11월 28일 방조제 착공식과 함께 대역사에 돌입했다.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약속과는 달리 새만금사업은 항상 예산 문제로 발목을 잡혔다. 해마다 국가예산은 전북도의 요구보다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됐고 문턱이 닳게 매달려야 선심쓰듯 조금씩 늘려줘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장밋빛 청사진만 요란하게 발표됐을 뿐 방조제 완공 이후 제대로 된 결실은 찾기 어려웠다. 바다를 막아 드넓은 땅이 조성됐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잡초만 무성하게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새만금사업이 이렇듯 큰 성과 없이 이어지면서 내년 대선에서는 전북공약으로 새만금사업 대신 다른 대표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새만금은 그린에너지와 글로벌 신산업의 허브등으로 시대 조류에 맞춰 지향점을 조정하면서 여전히 전북도민에게 끝내지 못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내년 대선과 함께 들어설 새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과 의지를 보이느냐가 새만금사업의 방향과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부디 다음 정부에서는 사업을 제대로 마무리해 전북공약으로 새만금사업이 포함되는 것은 이번 대선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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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서서보다 서익, 뭔들 못하랴! 청년 IT 벤처밸리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서서보다 서익이다. 서울에서 서울 시내 이동하는 것보다 서울에서 익산에 오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KTX 타고 1시간 남짓이면 올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익산은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수도권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서울에서 출퇴근도 가능하다. 현재의 익산역은 호남선, 호남고속선, 전라선, 장항선의 4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의 허브이다. 장래 서해선이 완전히 개통되고 전주-김천선이 건설된다면 2030년 익산역 여객 수요는 현재의 3배인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익산에서 철도를 이용해서 오고 갈 수 없는 곳이 없게 될 것이다. 철도역에는 기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버스와 택시가 복합환승센터를 통해 쉽게 갈아 탈 수 있게 된다. 생뚱맞지만 이러한 복합환승 철도역에 항공이 더해지면 어떨까? 공항 하면 3㎞에 달하는 긴 활주로와 소음을 생각하게 된다. Urban Air Mobility, UAM이란 도심 항공 서비스는 이제는 긴 활주로가 필요 없다. 수직이착륙이고 전기나 수소엔진을 동력으로 해서 소음과 환경오염도 거의 없다. 건물로 된 터미널이면 족하다. UAM은 우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5년부터 상용화될 것이다. 머지않아 서울과 지역 간에, 지역과 지역 간 운항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간 운항을 담당하는 허브가 필요하다. UAM이 항공의 한 분야이니 당연히 공항과 공항만 운항하면 된다는 것은 난센스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수요가 있는 KTX 역 등 교통의 중심지가 최상의 입지이다. 익산역에 공항을 만들자.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 특히 일할 거리가 있다면 그리하면서도 전국 어디서나 편하게 빠르게 오고 갈 수 있다면 뭔들 못하랴. 담대한 프로젝트 1탄을 우리 모두 꿈꿔보자. 청년 IT 벤처 밸리를 익산역 앞에 만들어 보길 제안해 본다. 익산역 바로 앞에는 과거의 명성을 속으로 삼키고 있는 중앙동을 위시한 소위 구도심이 있다. 여기에 청년IT벤쳐벨리를 조성해보자. 1시간이면 오갈 수 있고, 도심 항공 서비스가 도입되면 30분이면 올 수 있다. IT벨리는 수도권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익산이 가진 지리적 강점과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인터넷, 게임 등 IT 관련 유망기업을 유치하고 창업이 활발해진다면 구도심을 다시 살리는 동시에 창업과 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 취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뭐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청년인구를 유입할 수 있고 지방소멸 시대의 극복 대안으로도 유용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혁신적인 육성전략과 제도적 지원, 중앙정부 차원의 응원이 보태져야 한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입지이다. 출퇴근 시간이 적게 걸려야 인재가 모여들 수 있다. 서서보다 서익이니 맞다. 두 번째로 판교의 성공비결은 공장용지를 강남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익산역 앞 구도심은 더욱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판교와 다른 것도 시도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한다. 스타트업 회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육성한다면 장래 제2의 삼성전자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지역 자체로도 대학 등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판교테크노밸리를 넘어 익산 청년 IT 밸리! 꿈을 꾸지 않으면 아예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꿈을 꾸면 뭣이라도 이룰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꿈을 꿀 때이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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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어머니의 구슬백

유대성(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싸드락 싸드락 하릴없이 나선 걸음이었다. 한옥마을에 모처럼 활기가 돋아 가게에서도 하루종일 손이 모자랐지만 한숨 돌리지 않고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가 손을 끌어준 것도 아니요, 오라 부른 것도 아니니 걸음이 내키는대로 휘적이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꽤 멀리 빙빙 돌 듯 발길을 이어갔다. 잠깐 고개를 돌려 한눈 팔 듯 걷다보니 눈 앞에 낯선 조형물이 우뚝 솟아있었다. 순간 낱낱의 기억들이 커다랗게 덩치를 키웠다. 어머니가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날은 무언가 특별한 날이었다. 한복을 입고 길을 나서는 어머니의 손에는 늘 구슬백이 들려있었다. 팥알 크기의 작은 단추 같은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 손가방은 한복 차림과 어딘지 이질적이면서도 무척 어울렸다. 마디가 불거진 어머니의 손도 구슬백을 들었을 때만큼은 곱디 고와 보였다. 잡는 모양대로 일그러지는 그 구슬백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도무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던 날이 있었다. 장롱을 열고 선반 안쪽 깊이 놓인 구슬백에 겨우 손이 닿았을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가. 가방 하나 손에 쥐었을 뿐인데 멋쟁이 구두까지 챙겨 신어야할 것 같아 방문으로 향하다가 멈칫했다. 어머니가 꽤나 아끼던 물건 같았으니 몰래 만지다 들키면 야단을 들을 터였다. 대신 언제라도 다시 제자리에 던져놓을 수 있도록 장롱 앞에 서서 슬그머니 입구를 열었다. 구슬 안쪽으로 손에 만져지는 무언가가 있는데 무엇일까. 안에 들어있던 것은 여러 개의 봉투였다. 봉투마다 지폐가 몇 장씩 들어있었는데 그제야 가끔씩 어머니가 누군가의 손에 봉투를 쥐어주던 것이 생각났다. 그 중엔 우리 담임선생님도 있었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올케 언니의 손에도 구슬백 안에서 나온 봉투가 쥐어졌다. 참 오랜만에 어머니의 구슬백이 나들이를 나왔다. 멀지도 않은 거리지만 어머니는 딸이 시집 간 전주로 좀처럼 걸음을 하지 않으셨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작은오빠를 불러 여기까지 오셨다. 머문 시간이 한나절이 되지 않으니 그야말로 딸내미 얼굴 보겠다고 오셨다는 말씀이 맞는 듯했다. 바리바리 챙겨오신 꾸러미를 받아들고는 드릴 게 없어, 얇은 봉투 하나를 챙겼다. 손을 내젓는 어머니의 구슬백을 얼른 당겼다. 느낌이 달랐다. 예전에 구슬 너머 느껴지던 봉투의 흔적이 없었다. 뒤돌아 얼른 봉투를 집어넣으며 가방 안을 슬쩍 보니, 참으로 가난하게도 사탕 몇 개가 전부였다. 어쩌면 어머니가 손에 들고 있는 저 손수건 정도나 여기서 나왔을 터였다. 기껏 빈 것이나 별 차이 없는 얇디 얇은 봉투 하나 넣어드린 게 오빠 차가 떠난 후에도 못내 마음에 남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디론가 사라진 구슬백이 한옥마을 그 거리에 있었다. 저 가방 안에 지금은 무엇이 있으려나. 문득 구슬백 들고 한복 치맛자락 날리며 걷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그리워졌다. /유대성(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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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5 17:19

정부 지역소멸 대책 시·군 대응 잘하라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부 대책이 본격화된다. 정부가 지난달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39%인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데 이어 특별법 제정과 재원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 89곳의 인구감소지역에 전북지역은 10개 시군이 포함됐다. 도내 14개 시군의 71.4%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정부 지원 방향에 부합하는 자치단체 차원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제4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지역소멸 선제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소멸위기지역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매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은 일률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인구감소지역이 주도적으로 수립한 투자계획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진다. 정부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2~3조 원 규모의 기존 국가보조사업도 인구감소지역에 가점을 부여하고 공모 기준을 완화해 우대 지원한다. 2개 이상 지자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특별지자체 설치도 유도한다. 자치단체 스스로의 노력과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구감소지역인 충북 괴산군이 최근 LH와 함께 시작한 미니 복합타운 조성사업은 눈길을 끈다. 2024년까지 괴산군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1816가구 3377명을 수용하는 주거단지를 만들고, 주거단지 옆에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군립도서관과 수영장헬스장 등을 갖춘 국민체육센터, 국공립 어린이집과 수변공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도시기능 집적화로 농촌지역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 대책이 지역소멸을 막는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정부도 인구감소지역 지자체가 스스로 인구감소 원인을 진단하고 지역 주도의 상향식 인구활력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특색에 맞는 획기적인 인구감소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다. 소멸위험 최다 지역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된 도내 시군과 전북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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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5 17:09

지방의원 갑질 횡포 방지대책 마련해야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방의원의 구태는 여전하다. 주민이 직접 뽑은 선출직이라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아직도 공무원들에게 고압적이고 군림하려는 듯한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이라 해서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몇몇 비뚤어진 의원 때문에 지방의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최근 갑질 논란이 불거진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의 행태도 현재의 지방의원 인식 수준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갑질 피해 당사자인 의회사무처 고위관계자와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대목이 있지만 정황상 막말과 폭언이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갑질 진정 건이 국가인권위원회로 회부됨에 따라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진위를 알 수 있겠지만 전북도민의 대의기관 수장이 갑질 논란에 휩싸인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은 데다 도의회 위상마저 스스로 실추시킨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의회 부활 이후 지방의원들의 갑질 횡포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엔 익산시의회 조규대 의원이 공동 주택 지원사업 선정 결과에 대한 불만을 품고 관련 공무원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욕설을 마구 해댔다. 역시 익산시의회 조남석 의원도 지난 5월 행정사무 감사에서 국회의원은 개라고 욕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시민의 대표니까라고 지역구 위원장의 갑질 행태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공직사회의 큰 반발을 자초했다. 하지만 익산시의회는 지난 24일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막말 갑질 횡포를 부린 조규대조남석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을 본인들의 공개 사과로 결정했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다. 선출직인 지방의원들이 공무원에게는 상전이자 갑이라는 인식이 먼저 개선되지 않는 한 막말 갑질 폭언사례는 사라지기 어렵다. 주민을 대표해서 심의 의결 감사권 등을 부여한 의회 권한을 자신의 지위로 착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행태다. 따라서 지방의원 스스로 지역민의 일꾼으로서, 공공의 봉사자로서 본본을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더 강력한 갑질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분을 망각한 행태에 대해선 의원직 제명 등 엄중한 징계 조처를 하고 주민소환제 도입 요건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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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1.25 17:09

전두환 회고록과 타서전

삽화 = 정윤성 기자 그의 회고록이 나온 것은 2017년 4월이다.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뇌물죄등 12개 항목의 혐의로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치적 사면으로 다시 법정 자격을 찾은 사람의 자서전. 회고록을 펴낸 출판사 대표는 그의 아들이었다.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며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등의 수사적 표현을 앞세운 <전두환 회고록>. 그러나 이 책은 1권부터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518 광주민주화운동)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저자의 기억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이 책으로 명예를 훼손당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그냥 둘리 없었다.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에 대한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두환 회고록>이 왜곡된 서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동안 그와 관련된 또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역사학자들과 출판기획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전두환 타서전>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고 통탄한 기획자들은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낸다고 했다. <타서전>은 <회고록>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타서전은 제 맘대로 회고해 제 입맛에 맞게 서술한 회고록과는 전혀 달랐다. <타서전>은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하는 <기사 본말체>의 형식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동양권에서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체재 중 하나인 <기사 본말체>는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 평가받는 형식이다. 타서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알렸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은 타서전은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을 충실하게 살린 책이었다. 타서전의 주인공이 사망했다. 그의 나이 90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총격에 맞아 스러져갔다. 그들 대부분은 꽃다운 청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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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11.25 16:46

5·18 학살 주범 전두환의 죽음을 보며 5·18과 민주주의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엊그제 518 민주항쟁의 학살 주범 전두환이 세상을 등졌다. 전두환은 죽어가면서도 학살 수괴로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518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일부 군부세력이 민주주의를 외친 무고한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것에 저항한 시민민주항쟁이다. 벌써 4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518은 진행형이다. 학살 주범 처단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최초의 발포 명령자. 헬기 기총 사격 지휘자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1212 사태와 517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 세력은 518을 피로써 진압하고 집권하며 현대사를 왜곡과 질곡의 늪으로 빠뜨렸다. 87년 6월 시민대항쟁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와 체육관 선거는 끝장냈지만 직선제 개헌과 더불어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른 학살 주범의 한 명으로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인 노태우를 당선시켰다. 야권의 분열, 특히 양김의 분열이 노태우의 당선을 가능하게 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지만 518은 적의 침략에 맞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대가 거꾸로 자국 시민을 학살한 초유의 사건이다. 한국사회는 이후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지난한 투쟁의 길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애국 인사들이 유명을 달리하며 산화했다. 전두환 집권 7년 동안 518학살 주범 처단과 진상규명, 민주주의를 외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영어의 몸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향한 전진은 518 정신을 자양분으로 해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은 518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보다 518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와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듯 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518 광주 기념식에 참가하고 망월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마치 518 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포장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518은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열사와 투사들, 지금도 음지에서 헌신하고 있는 모든 시민 공동의 자산이다. 518은 79년 1212 사태와 80년 517 군사쿠데타에 이르는 시기에 전국적으로 진행된 항쟁과 517 이후 시민들에 대한 피의 진압 과정과 투쟁, 518 진상규명과 학살자 처단, 군사독재의 퇴진을 위해 노력했던 양심적인 이들의 전국적인 투쟁을 포괄한다. 광주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518 정신의 계승과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518의 주역들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 팬더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모 아니면 도의 싸움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소통, 대화와 타협, 자율과 책임. 다수결의 원리와 함께 소수의견의 존중 등 공존의 개념이다.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인 고질병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역이 공존하기 위해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 양원제도 한 방법이다. 부의 양극화, 부와 권력과 명예의 독점도 극복해야 한다. 권력 독점의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의 개정을 통해 권력분담의 내각제와 다당제를 고민해야 한다. 87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데에 일조했지만 시대 변화와 시민 의식의 성숙,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 등을 담지 못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 사회권과 노동권. 환경권을 보장해야 하고 특히 인간의 존엄과 개인권 등을 보장해야 진정으로 민주주의가 진전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대선과 지방 선거를 앞둔 현재의 시점에서 학살자 전두환의 죽음을 보며 518 민주시민항쟁의 계승의 길과 민주주의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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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5 16:46

이 일순간에도 시간은 있다

장석주 시인 현실은 변화를 겪으며 요동친다. 이 변화는 감각적이고, 수량적이며, 실체적이다. 하루만 자고 일어나도 예전 세계는 사라지고, 새로운 변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농경 중심의 전통사회가 사라지고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거쳐 탈산업사회로 들어선 지도 오래다. 그 사이 농업 인구는 소멸하거나 소수화되고, 디지털 뇌를 장착한 새로운 문명인이 몰려왔다. 인류가 한 번도 겪지 못한 후기 탈산업사회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문명인들은 자기 착취를 일삼고 피로라는 만성적 질병에 찌들어간다. 이 변화를 긴 시간 단위로 조망하면, 도로는 넓어지고, 건물은 높아졌다. 살림 규모는 커졌고, 명목상 가계 수입은 늘었다. 해외여행이 늘고, 집값은 다락같이 올랐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음식점이나 음식 맛은 짜거나 달게 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현실 변화의 품목이다. 짜고 단맛에 대한 선호가 일반화된 탓이라고 추측하지만 음식 맛이 왜 이토록 달고 짜게 되었는지 그 균일화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딱히 알 수가 없다. 과거와 견줘서 책을 읽는 독자나 신문 구독자가 준 대신 스마트 폰, 태블릿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영화는 색감이 화려하고, 촬영기법은 세련되었으며, 내용은 더 잔혹해졌다. 잔혹 범죄가 늘어난 현실을 머금은 탓일 테다. 하지만 피가 튀기는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고문받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경험이다. 어느 사회에나 청년들은 사회의 최전선에서 오늘의 변화를 가장 먼저 맞고 실감한다. 이들이 사회 변화의 촉매이자 발화점이 된 예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한국의 419혁명 세대, 일본 전공투 세대, 프랑스 68혁명 세대, 반문화반전운동을 이끈 미국 히피 세대의 중심은 청년들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 청년세대는 취업절벽이나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진 곤경 속에서 스펙 경쟁을 하느라 제 존재 역량을 다 쏟는다. 이들은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기회의 불공정에 분노로 들끓지만 불안과 강박을 안고 생존 게임에 속수무책으로 내몰릴 뿐이다. 올해도 수능이 끝나고 50만명이 넘는 청년이 현실의 최전선으로 몰려나오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루저라고 불리는 소득 하위집단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할 것이다. 이들을 하나의 이데올로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뭉뚱그릴 수는 없다. 청년세대는 다른 취향과 감성, 시대정신, 마음가짐을 가진 개별자의 집단이다. 그럼에도 청년을 한 묶음으로 호명하는 움직임은 늘 있어온 일이다. 라이프스타일의 특이점을 끄집어내 청년세대에게 다른 이름을 붙이는 미디어의 작명술은 감탄할 만하다. 그 작명술에 따르면 88만원 세대가 몰려왔다 빠져나가더니, 90년대생이 오고, 지금은 MZ세대가 몰려온다. MZ세대가 물러난 자리를 또 새로운 청년세대가 채울 것이다. 과연 부쩍 척박해진 노동시장에서 구직 활동을 펼치는 오늘의 청년은 누구인가? 당신이 오늘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만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 건설노동이나 배달노동을 하는 이 청년은 누구인가? 만일 당신이 기성세대라면 그들은 당신의 딸과 아들이고, 혹은 동생이거나 조카일 것이다. 서바이벌이 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한국의 청년세대에게 현실은 지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근 TV에서 서바이벌 포맷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도 살아남음이라는 막다른 길에 내몰린 청년세대의 암담한 현실을 반영한다. 지옥에서의 살아남음은 더 이상 가망 없을까? 우리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나는 청년세대에게 가느다란 희망이 될 T.S 엘리엇의 황무지의 한 구절을 들려주고자 한다. 시인은 백번이나 망설이고,/백번이나 몽상하고 백번이나 수정할 시간은 있으리라고 노래한다. 우리 앞에 무슨 시간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수정과 결단의 시간이다.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수만 있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현실을 혁신하려는 실존적 각성과 함께 행동에 나설 동기만 있다면 이 일순간에도 시간은 있다! 언제나 가장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결단을 내리기엔 가장 빠른 시간이다. 청년 세대여, 포기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붙잡으라. 지금은 감히 한번 해볼까? 천지를 뒤흔들어볼까?라고 스스로의 결단을 촉구할 순간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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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5 16:46

[병역이행 궁금하면 물어봐] 병력동원 소집 통지서 모바일 교부

병무청에서는 병력동원소집통지서와 훈련통지서를 예비군들에게 매년 교부하고 있으나, 일부 예비군들이 둘의 차이점에 대하여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2020년과 2021년에 병력동원훈련을 실시하지 못함에 따라, 예비군들이 유사시 병력동원소집 행동요령과 평시 훈련 입영 절차를 다시 한 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병력동원소집이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 편성이나 군 작전 수요를 위하여, 사전에 병력동원소집 지정된 예비군을 동원하는 제도로 동원규모에 따라 총동원과 부분동원으로 구분됩니다. 통지서를 사전에 교부받은 예비군들은 신문방송 등을 통해 동원령이 선포되면 병력동원소집통지서(분홍색) 또는 부분동원소집통지서(흰색)에 기재된 장소와 시간에 맞추어 입영해야 합니다. 병력동원훈련소집은 병력동원소집 지정된 예비군의 유사시 임무수행능력 배양과 동원절차 숙달을 위하여 소집부대장 책임 하에 실시하는 편제 훈련입니다. 병력동원훈련통지서(파란색)를 교부받은 예비군(병:1~4년차, 간부:1~6년차)은 통지서에 기재된 장소 및 시간에 맞춰 입영하여야 하며, 2박3일 동안 소집부대 주둔지 또는 군단사단 동원 표준훈련장에서 실제 훈련을 실시합니다. 병무청에서는 병력동원소집통지서와 훈련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있으나, 모바일로 통지서를 신청하면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신청은 병무청 누리집에 접속하여「병무민원동원/예비군-모바일앱, Email 병력동원(훈련)소집통지서 수령신청」에서 할 수 있으며, 본인의 휴대폰번호, 이메일 주소가 변경되었다면 「병무민원-나만의 누리집-로그인-정보수정」에서 수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비군 복무사항에 대하여 궁금하신 경우 「병무청누리집-병무청소개-사이버홍보관-홍보영상-예비군 복무는 이렇게 합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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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5 16:46

야외활동 중 ‘골절사고’ 대처와 안전수칙

장수소방서 김장수 서장 산과 들 곳곳이 붉게 물들며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덧 겨울 문턱에 들어서 버렸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콕생활을 하며 답답하고 우울해하던 사람들은 위드 코로나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되자 야외에서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모처럼의 자유가 소중하고 반가우면서도 감염 재확산이 우려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증가하며 야외에서 자전거나 킥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들뜬 마음으로 긴장을 풀고 즐기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에 넘어져 다치거나 부딪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항상 도사리고 있어 항상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활동 시 혹여 사고로 골절이 발생한 경우 병원 또는 응급실까지 신속하게 이동하기가 어렵다. 이에 골절사고가 발생하면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올바른 응급처치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부상의 원인과 부위를 확인하고 손상 부위를 안정되게 고정한다. 골절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린 상태에서 주변에 단단한 나무판자, 종이상자, 부목이 될 만한 물체를 이용하여 움직이지 못하도록 위 관절과 아래관절을 모두 고정하여 통증을 경감시키고 추가 손상을 막는다. 둘째 골절 부위를 억지로 맞추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골절사고가 발생했을 때 골절 부위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고 무리한 시도는 골절이 발생한 주변의 근육, 인대, 혈관, 신경 등을 더 손상될 수 있으므로 손상 부위의 형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고정한 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셋째 골절 부위에 출혈이 있으면 지혈해야 한다. 골절 부위에 피부가 찢겨 피가 나는 경우 외부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깨끗한 수건, 거즈, 천을 이용하여 지혈하는 것이 좋다. 넷째 냉찜질을 해준다. 냉찜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부러진 뼈에서 발생하는 출혈을 감소시키고 통증을 덜 느끼게 해주는 진통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때 얼음을 골절 부위에 직접적으로 갖다 대는 것보다는 얼음을 비닐봉지 안에 넣고 밀봉 후 찜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의하면 한 번의 주된 중대 사고가 있기까지는 29회의 경미한 재해 및 작은 사고들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300여 회의 사고 징후들이 있었다고 한다. 즉 소소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게 되면 나중에 경상중상을 입는 큰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위험 순간을 모면했다 할지라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원인을 생각하고 되돌아보아야 한다. 안전 습관을 형성하여 모두가 즐거운 야외활동을 하였으면 한다. 야외활동 시작 전 충분히 스트레칭, 헬멧과 무릎 보호대 등 보호 장구 착용 등 소소한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장수소방서 김장수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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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4 17:01

전북의 위기 그리고 결단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전라북도를 떠나는 인구가 늘고 있다. 2019년 181만8000여명이던 전북의 인구가 지난 3월말에는 180만명 선이 붕괴됐다. 심지어 10월말에는 179만명 선도 붕괴된 178만977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전북은 인구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전북의 인구감소율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높아 인구위기지역이 됐다고 분석됐다. 연구원은 저출산과 청년인구유출을 전북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연간 출생아의 경우 2018년 1만1명이었으나 2019년 8971명을 기록한 후 연간 출생아는 1만명 이하로 내려앉았다. 청년인구유출도 심각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전북지역에서는 연평균 9만2천명씩의 청년층(15~29세)이 유출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전북연구원은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청년일자리부족, 문화여가시설의 부족, 정주여건개선에 대한 문제점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과 대학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도와 각 시군이 지역일자리 준비 및 교육지원, 공공기관 종사자를 위한 지역연계활동 등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야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실제로 전북의 청년 고용률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이것이 전북이 위기인 가장 큰 이유다. 호남지방통계청 전주사무소의 전북지역 사업체 및 고용 현황 분석결과를 보면 2020년 전국 17개 시도별 청년 고용률은 평균 42.2%대로써 인천 46.8%, 서울 46.6%, 대전 44.7%, 충청 43.4% 순이었으나 전북은 31.5%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사실 전북의 인구정책 예산은 연간 1조원 넘게 투입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북 인구정책 예산은 2019년 1조1489억원, 2020년 1조943억원 그리고 2021년 1조239억원으로 매년 1조원가량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년들이 떠난 지방은 노인만 남아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인구절벽이 현실화하면서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전북의 10개 시군 등 전국의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처음 지정했다. 2년 가까이 코로나19 재난이 지속되면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늘고 지방소멸위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대안을 제기해왔다.우선 지역 스스로가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분권형 광역행정체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전북의 경우 충청, 강원과 묶는 이른바 신수도권 전략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방소멸위기대응위원회 또는 지역발전통합청과 같은 기구를 신설해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다양한 개별법과 제도가 혼재되어 있어 지역 맞춤형 지원 및 전략 방안이 나오기 어렵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균형발전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큰 틀의 중장기적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균형발전의 확고한 근거를 헌법에 둠으로써 국가적인 과제로서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북의 생존을 위한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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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4 17:01

사회복지시설 운영체계 개선 시급하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둘러싼 잡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긴 하지만 보조금 부정수급과 시설 생활인 인권침해, 복지시설 기관장의 직장내 갑질 등 각종 비리와 일탈행위가 전국 곳곳에서 끊임없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에서는 올해 연초부터 진안과 김제장수완주 등에서 사회복지시설 기관장의 갑질 논란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불거진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를 계기로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도내 사회복지법인 120곳에 대한 지도점검을 벌여 재무회계와 재정이사회 운영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이처럼 사회복지 현장에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방자치단체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재단의 구시대적 관행, 시설장 임명 구조, 시설 관리감독 및 책임 소재, 종사자 처우 등이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하지만 아직도 눈에 띄는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선진 복지사회 구현의 한 축이 되어야 할 사회복지 현장이 고질적인 병폐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지난 7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 대상 선정방식 개선과 시설 인력 채용 과정의 공정성 확보 방안 등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약 90%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각종 특혜와 운영상의 불공정 사례가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굳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적과 권고가 아니더라도 사회복지시설 운영 체계 개선은 선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다. 게다가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상은 사회복지 서비스 실현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사회복지 서비스 방식은 이제 기관에서 가정이나 지역사회로, 오프라인에서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찾아가는 복지서비스가 활성화되고,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서비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응하는 사회복지시설의 기능 유지 및 서비스 방식 전환도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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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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