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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없는 밤목마을

삽화 = 정윤성 기자 전기와 수도가 없는 도내 산간 오지마을의 이름이 다시 불려나왔다. 지난달 금남정맥 성봉 자락 해발 700m 부근의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밤목마을에 의용소방대원들이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설치해준 미담이 전해지면서다. 밤목마을에는 1980년대 초까지 7가구가 살았지만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불편한 삶에 주민들이 떠나면서 지금은 4가구 6명만 남았다. 어느 마을 주민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큰 불을 낼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만경강 최상류에 위치한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운문골도 수도와 전기가 없는 마을이다. 밤목마을과 운문골에는 소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지원됐지만 겨우 전등 몇 개를 켤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샤워를 못하는 것은 물론 밤에 화장실 가는 것도 참는다는 주민들의 웃지 못할 사연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전기와 수도가 없는 밤목마을과 운문골이 언제까지 마을로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출향민들은 자신의 고향이 어릴 적 추억 속의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10년 전 서울에서 인터뷰한 성공한 전북 출신 인사 대부분은 전북의 강점을 청정지역으로 꼽고, 지나친 개발보다는 보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낙후돼 보이지만 미래에는 자연환경을 잘 보전한 지역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자치단체장들은 기업유치와 지역개발에 힘을 쏟았지만 출향민들은 오래도록 변함없는 고향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성공한 출향민들의 기대처럼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으로 꼽힌다. 바다가 땅으로 바뀐 새만금이 새로운 미래 도시로의 변화를 준비해가고 있고, 전주 군산 익산에 과거에 없던 새로운 도심이 형성된 것을 빼면 전북에는 크게 놀랄 만한 변화가 없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공장도 전북에는 거의 없다. 청정 전북은 유지됐지만 고향을 떠나는 젊은층의 발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학업과 직장을 찾아 출향민들이 고향을 떠났던 그 길을 젊은층들이 다시 따라가고 있다. 젊은층들이 떠나고 있는 전북의 시군은 소멸위험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11개 시군이 30년 안에 없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상황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적고 교육, 복지, 문화, 여가, 쇼핑 등 생활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고향 전북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는 젊은층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고, 살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고향을 떠날 이유가 없다. 소멸위험에 처한 지역의 위기극복 해법은 이미 나와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더 젊고 역동적인 전북 정치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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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1.06.14 16:40

새롭게 시행된 위험물 운반자제도를 아십니까?

정창우 한국소방안전원 전북지부장 현대사회는 위험물(인화성 또는 발화성을 가지는 물품)을 이용한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위험물의 이송수단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특히 위험물 운반차량 사고의 경우에는 화재폭발 등으로 이어지기 쉬워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17년 11월 2일 발생한 경남 창원터미널 인근 화물차 화재사고로 10명의 사상자(사망 3명부상 7명)가 발생했고, 차량 10대가 소실됐다. 이 사고는 방청유 등 7.5톤을 적재한 화물차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화재가 발생했는데, 일부 용기가 반대 차선으로 낙하되어 마주오던 차량에도 화재가 났다. 이처럼 위험물에 의한 사고로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2021년 6월 10일부터 위험물운반자 제도가 시행됐다. 위험물운반자 제도는 위험물을 지정수량(위험물의 종류별로 위험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량) 이상으로 운반하는 차량에 대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관리자로 하여금 위험물 운반기준을 준수하게 하고, 사고 발생 시 초동 대응을 적극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의의를 둔다. 위험물운반자의 준수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험물운반자가 지정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차량에 적재하여 운반하는 경우에는 위험물의 안전운반을 위해 항시 위급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안전운행을 하여야 하며,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규정하는 위험물 운반기준을 준수하여 운행을 해야 한다. 위험물 운반기준의 예를 들면, 위험물의 성상(성질과 상태)에 따라 해당 위험물을 담고 있는 운반용기의 재질과 외장용기의 종류가 달라질 수가 있다. 이러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위험물용기가 부식되어 위험물이 밖으로 새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가 있다. 또한, 위험물 운반 시에 위험물 운반용기가 전락, 낙하 또는 파손되지 않도록 결박장치 및 고정장치, 차량구조물 등을 이용하여 견고하게 고정시켜야 한다, 둘째, 위험물운반자의 자격확인이다. 위험물을 운반하는 경우, 소방공무원 또는 경찰공무원이 위험물의 운반자격을 확인하기 위하여 주행 중의 위험물 운반차량을 정차시켜 당해 차량의 운전자에게 위험물의 운반에 관한 국가기술자격증 또는 교육수료증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으며, 불가피하게 신원확인이 필요한 경우, 소방공무원 또는 경찰공무원의 조치에 따라야 한다. 그 밖에 위험물운반차량에 소화기 비치, 위험물 운반 도중 사고발생 시 비상대응 등이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험물운반자는 사고에 대비하여 위험물의 운반기준을 준수하는 등 전반적인 안전관리를 총괄하고 화재예방은 물론, 화재 발생 시 재산 및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기술자격증(위험물기능사, 위험물산업기사, 위험물기능장)을 소지하거나, 한국소방안전원에서 실시하는 위험물운반자 강습교육을 수료해야 위험물운송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한국소방안전원 전북지부에서는 5월 28일부터 위험물운반자 자격취득을 위한 강습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소방안전원 전북지부장 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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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3 19:07

투기 의혹 지방의원도 전수조사해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가 지난 주 나오자 당이 이들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극약 처방을 썼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의뢰했다. 수사권도 없는 권익위가 의원들이 공개한 재산에 한해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까지만 조사해 이같은 무더기 투기 의혹을 밝혀내면서 국민들의 시선은 지방의 선출 공직자로 쏠리고 있다. 선출직 단체장을 비롯 지방의원들의 투기 가능성도 국회의원 못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지방의원은 지역개발에 관한 집행부와의 협의나 예산 심의 과정 등에서 어느 집단 보다 사전 정보 취득이 용이하다. 또 지방의원들은 지역 사정에 밝은데다가, 건설업등 지역내 기득권 세력과도 유착할 수 있는 여지도 넓다. 공직자나 공사 직원들 보다 이해관계로 얽힌 주변인들이 많다 보니 취득한 각종 개발정보를 이들에게 흘릴 개연성이 크다. 투기 유혹에 노출돼 있는 상태에서 주변인들 명의로 또는 본인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할 경우 투기 차단의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 민주당 중앙당의 소속의원 탈당 권유에 이어 도내서도 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장인 한병도의원이 지난 주 부동산 농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소속 지역구 도의원인 김기영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김의원은 새만금 인근 섬지역과 제주도 등지에 30여건의 부동산을 자신과 가족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의원은 도의원 당선 이전에 해당 토지를 구입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농지법 위반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김의원 이외에 현재 투기 의혹이 제기된 또 다른 도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지역구의 대처가 주목되고 있다. 공직사회 투기 근절을 위해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재산등록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례 등을 제정하고 정책을 주도하는 지방의원들이 사전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가담하는 것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선출직 단체장을 비롯 지방의원에 대한 투기 전수조사와 함께 수사권을 가진 수사본부가 나서 지인이나 차명을 아용한 투기 의혹까지 철저히 잡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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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13 18:57

지리산권 특별자치단체 설치 기대된다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이 엊그제 2040 지리산권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갖고 지리산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3개 도(전북, 전남, 경남)에 걸쳐 7개 기초지자체(남원시, 장수군, 곡성군, 구례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가 참여하는 특별지자체 설립 추진이 가시화 되는 모습이다. 특별지자체가 설립될 경우 지자체간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공동의 현안들을 풀어 가는데 힘을 결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리산권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지리산과 이웃한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지역간 공동발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간 여러 형태로 협력해왔다. 1998년 지리산권 자치단체장협의회가 꾸려졌고, 그 후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을 공동으로 설립해 10여년을 이어왔다. 그러나 협의회와 조합 형태만으로는 대형 공동 프로젝트 진행에 한계가 있어 법적 공동 기관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자체간 느슨한 협력 체계를 단단하게 묶어줄 법적 제도가 새로 도입된 특별지방자치단체다. 내년 시행 예정인 특별자치단체는 2개 지자체가 특정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에 설치 근거를 두고 있다. 기존 지자체를 유지하면서 별도의 법인 형태로 특별자치단체장과 특별의회를 둬 광역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특별지자체의 조직과 운영 등 세부적인 사항들은 규약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목적이 분명하더라도 지자체간 이해가 맞물려 있어 특별지자체 설치와 운영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리산권의 경우 3개 광역 지자체 이해도 얽혀 있어 특별지자체 출범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리산권 특별지자체가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간 양보와 협력, 상생의 미덕이 발휘될 때 가능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20여년의 협력을 통해 지자체간 신뢰를 다져왔다는 점이다. 여기에 특별지자체 설치에 대한 공감대도 확실히 다져놓았다. 지리산권 지자체들이 특별지자체 설립으로 지리산권 발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바란다. 광역 자치단체들도 대승적 견지에서 지리산권 특별지자체 설치를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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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13 18:57

고정관념의 내면화

채병숙 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일상에서 만족과 기쁨 그리고 참자유를 느끼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긍정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에 의해서 형성되어 온 고정관념을 내면화 하여 자기부정을 키워간다면, 행복 대신 고통 속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정관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들이라고 한다. 고정관념은 외모나 인종 등은 물론, 성공과 실패, 우월감과 열등감,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옳고 그름, 그리고 풍요로움과 결핍 등 다양한 가치관에도 존재한다. 고정관념은 가정 환경, 사회문화, 교육, 관습, 종교, 매스컴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경험 등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또한 고정관념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측면으로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당연한 진리처럼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 대한 유연성 상실과 그에 따른 강직한 행동의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내면화가 일어나서 심리적, 정신적으로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게 된다.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가 자기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강화될 때 자기긍정성은 약화되고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힘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는 고정관념을 내면화 시킬 때 욕망과 고통이 유발되며, 선과 악에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와 관련된 고정관념의 내면화로 인하여 지나친 교만이나 죄의식에 빠질 수 있다. 화 또는 두려움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내면화 하면 결국 화병과 두려움에 의한 두려움의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를 내려놓고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 대하여 이해도를 높여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자연은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음과 양이 운영되나 우열을 논하지 않고 다만 그 본성에 충실할 뿐이다. 선과 악이 없고, 좋고 나쁨도 없으며, 결핍이나 한계 그리고 고통에 대한 어떠한 고정관념도 적용시키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모습과 색깔로 각자의 본연의 성질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존재 그 자체로 전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자연의 질서를 강조했던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하는 선악은 인성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인간에 의해서 표현된 선이 있기에 그 대상인 악이라고 했을 뿐 악은 선이 아닌 것이다 라고 해석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고통을 유발하는 좋고 나쁜 것에 대한 분별심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심리학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는 감정저항으로 인하여 부정적 감정에너지가 증폭되고 그로 인하여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억압하지 말고 표출되는 감정을 바라보며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또한 의학적으로는 병적인 감정 억제는 정신건강에 좋지 못하며 암과도 높은 상관성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고정관념이 전혀 진리에 부합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일지라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식과 신념이 되어버려서 과연 옳은가라고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양한 관점의 유연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로 인하여 나의 성장이 저해되고 자기긍정성이 약화되고 있지는 않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은 행복을 향한 커다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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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3 17:19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정은실 사회활동가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 / 나는 매 순간 변해왔다. TV프로그램 놀면뭐하니?의 유산슬을 시작으로 부캐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모습을 보며 70개가 넘는 이명(異名)을 사용했던 페르난두 페소아가 떠오른다. 그는 필명이 아닌 각각의 이명으로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가진 글과 시를 발표한 포르투갈의 시인이다. 다양한 일들을 고민하고 시도하며 여러 영역의 역할 맡고 있는 요즈음, 사람들 앞에 서서 나를 설명해야 할 때면 페소아의 시가 큰 위로가 된다. 작년 12월 끄트머리에 사회혁신센터의 계약기간을 마치고 직업이라고 할만한 무언가를 뚜렷하게 갖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설명하는 자리가 생기면 고민부터 앞섰다. 이 고민은 두 가지 관점에서 비롯했다. 첫째는 나의 주관보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픈 습성 덕분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깊은 관심과 이해를 위해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간단한 정보로 빠르게 나를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나 또한 상대방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답을 주고 싶었다. 어디서 시작된 강박인지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내가 지금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일들이 생계유지를 위한 또는 생계유지를 넘어서 제대로 된 수익을 만들기 위한 일이 아니었기에 직업을 염두하고 하는 질문에 직업 다운 답변이 아닌 거 같아서 위축되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그렇다. 요즘의 내가 하는 일들은 간단하고 명료하지 않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시작한 일도 아니었기에 답변으로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위축됐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축감은 밖으로부터 시작해 내 안까지 들어와 어느새 나를 갉아먹곤 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간단한 답변에 대부분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일이야?, 그래서 그게 뭔데? 이어서 나에게 허락되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충실하게 부연 설명을 하면 대부분은 신기하다, 대단하다 정도의 피상적인 피드백을 보낸다. 결국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역할로서 설명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준)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전주달팽이협동조합 이사장, 우깨컴퍼니 이사, 불모지장 기획자, 간람록 대표, 활동가 등이 있다. 이는 역할일 뿐 각각의 역할에 있어서 매번 새로운 관점과 시선으로 기획과 활동, 인연이 만들어져 새로운 세상을 구축해가고 있음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예를 들어 현재 살고 있는 전주달팽이집에서부터 시작한 전주달팽이협동조합은 함께 사는 집(사람들은 이를 쉐어하우스라고 부른다)을 통해서 청년들의 편안(편하고 걱정없이 좋음)하고 지속(어떤 상태가 오래 계속됨)적인 정주(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삶)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주거를 기반으로 한 청년활동그룹이다. 남은 역항을 다 나열하고 프로젝트까지 설명하면 글을 마치지 못한다.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각각의 일이 다 다른 방향과 형식을 갖고 있고, 함께 하는 사람들도 다 다르다면 페소아의 시 구절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낯설게 나는 읽어나간다/ 마치 페이지처럼, 나 자신을/ 다가올 것을 예상치 못하면서/ 지나가버린 건 잊어가면서/ 읽은 것을 귀퉁이에 적으면서/ 느꼈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읽어보고는 말한다/ 이게 나였어? 자기 자신의 수많은 페이지를 만들어가자. 사람들은 읽고 싶은 페이지를 펼쳐보면 될 일이다. /정은실 사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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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3 17:19

혁신의 젊은 아이콘

삽회 = 정윤성 기자 촛불집회로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켰던 2030세대들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 세상이 나아질 것으로 큰 기대를 걸었으나 그렇지 않게 돌아가자 지난 47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때 반기를 들었다. 반칙과 특권문화가 없어질 것으로 여겼지만 조국 전 장관처럼 내로남불 현상만 성행, 희망이 없는 나라로 규정하고 이 정권에 등 돌렸다. LH임직원들이 수도권에서 사전 개발정보를 입수해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집 마련의 꿈이 날아갔다며 공정 평등 정의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 분노를 터뜨렸다. MZ세대들은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구조가 아니라면서 청년실업 극복을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윤석열 현상이요 국민의 힘에서이준석 돌풍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지친 상당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등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면서 지지를 철회한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수도권에서 아파트 값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이준석 돌풍이 일어난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피로감과 기대치가 무너진 탓이 크다. 국민들이 젊은 리더십을 택한 것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이로만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젊어도 생각이 혁신적이질 않으면 나이 든 어른 보다 못하고 노인들도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 않고 개혁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젊은이 보다 나을 수 있다. 내년 3월 9일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6월 1일에는 전국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각 지역별로 자질 면에서 깜냥도 안된 정치인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출마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선출직에 나서는 것은 자유지만 그 사람의 인물 됨됨이가 중요하다. 포용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단체장이 되어야 할 때가 왔다. 더 중요한 게 혁신역량이다. 혁신은 시대정신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개 관료출신들은 관료주의가 몸에 밴 탓으로 혁신하고는 거리감이 있다. 자기가 배운 스타일대로 일을 추진하는 습성이 강하다. 전북은 전국에서 개인별 소득이 가장 낮고 고소 고발 무고사범이 제일 많다. 내년 지방선거는 전북을 확 바꿔 놓을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낙후되고 못사는 것은 단체장들이 무능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같은 혁신의 아이콘이 필요하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할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서로가 사적 이해관계에 얽매이다 보면 판단기준이 무뎌지고 흐려진다. 이렇게 되면 역량있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하기가 힘들다. 과거 전국 7대 도시안에 들었던 전주시가 10년 뒤걸음질 쳐 20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누굴 원망할 것도 없이 시민들이 각성해서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해야 한다. 밖에서 보면 전주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6.13 16:40

지도와 오페라 ‘나비부인’

삽화 = 정윤성 기자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공식홈페이지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오해 될 수 있는 지도를 내걸었다.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이 지도를 들여다보면 시네마현 위쪽에 그 존재를 알리는 작은 점이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 독도다. 극단적 국수주의에 군국주의 체제가 견고한 일본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발휘한 셈이다. 뜻밖의 기회에 일본을 다시 알게 해준 사건(?)이 있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의 일이다. 에든버러 축제는 프랑스 아비뇽 축제와 함께 가장 이름 높은 공연예술 축제로 꼽힌다. 도시를 살려낸 유럽의 축제들이 대부분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중심의 축제인 것과는 달리 에든버러 축제는 클래식과 오페라에 무용의 영역을 더해 축제의 폭을 넓히고 발전시켰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크고 작은 공연예술작품 중에는 이곳 에든버러 축제를 통해 발굴된 무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축제의 위상이 높다는 증거인데, 특히 에든버러 축제를 알리는 개막 공연은 늘 화제가 되었다. 해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펼쳐내는 개막무대가 곧 이 축제의 성장을 알리는 역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에든버러 개막공연은 이례적인 무대였다. 그해 개막공연에 오른 작품은 <나비부인>. 공연단은 일본의 도쿄오페라단이었다. 전해 듣기로는 그해 축제의 가장 큰 스폰서는 일본(도쿄시)이었고, 도쿄오페라단이 개막 무대에 초청된 배경에는 이러한 힘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그 때문에 한편에서는 에든버러 축제의 정통성이 자본의 힘에 밀려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 것은 따로 있었다. <나비부인>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고 있던 강렬한 인상의 배경막이다. 무대 뒤 벽면 중심에 그려 넣은 붉고 큰 원. 무심히 감상했던 그 무대 배경이 일장기를 그대로 옮겨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하얀 벽면에 활활 타오르는 듯 한 그 붉은 원이 예술적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잘못된 지도는 아직 수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강력하게 시정 요구를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일본 정부는 수용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지도에 다케시마가 한국령으로 돼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반문하는 글을 올렸을까. 과거를 돌아보면 올림픽 정신까지도 훼손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일본의 행태는 특별히 놀라울 일도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무너지지 않는 일본 국수주의의 정체가 궁금해질 뿐.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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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06.10 19:29

완주군민이 앞장서지 않는 전주·완주 통합운동은 재고해야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완주전주 통합은 시기와 조건이 성숙되어야 하고 주체는 완주 군민이어야 한다. 최근 전주시의 일부 인사들이 완주전주 통합을 추진하자는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전북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지난 시기 몇 차례의 통합 움직임이 좌절되었고 특히, 2013년에는 주민투표까지 했지만 완주 군민에 의해 부결되었다. 통합 논의를 철저한 준비 없이 당위로만 진행해서는 지역 주민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고 결과에 따른 상처와 후과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새로운 통합 운동의 전제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다시는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 운동 추진에 앞서 2013년 통합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송하진 시장과 임정엽 군수의 주도 아래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여론 조사도 찬성이 높았고 완주지역의 주민 투표 결과를 낙관해서 통합이 거의 성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일 뿐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지지 기반을 상실할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세력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완주지역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은 드러내 놓고 앞장서서 반대운동을 조직하였다. 이는 충분히 예견되었다. 가장 큰 실수는 더 큰 배후 세력의 영향력과 활동을 간과한 것이다. 배후의 반대 세력에 의해 통합이 좌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력한 영향력과 조직력을 이용하여 반대운동을 배후 조종하고 이를 조직한 다양한 세력들이 있었다. 결국 이들의 물밑 움직임과 무차별적인 반대 조직은 완주 군민의 빈틈을 헤집고 부결이라는 통한의 결과로 나타났다. 통합 운동은 세밀한 분석과 대응 없이 덤빌 일이 아니라는 교훈을 뼈아프게 안겨주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장 강력한 배후세력은 김제 완주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최규성 의원과 김완주 지사, 민주당 도당이었다. 민주당 주요 기반인 전주와 완주의 단체장이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찬성 지지를 얻었던 뒷배(?)들에게 배신당하고 등에 칼을 맞은 꼴이었다. 뒷배들은 전북 도민의 숙원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정치적 영달만을 꾀했다. 이러한 뒷배들의 지지와 지원에 힘입어 완주를 정치기반으로 하는 세력들의 반대가 완강했으며 세금 폭탄을 비롯한 묻지마식 선동이 먹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보이지 않는 반대 세력이 더 있었다. 완주의 공무원들의 다수가 통합 이후의 불확실성으로 반대에 동참하였고 귀농과 귀촌, 농촌 교육 공동체를 꿈꿨던 세력들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반대하였다. 김승환 교육감 체제의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반대도 노골적으로 전개되었다. 전주와 완주 이외 지역의 송 시장과 임 군수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말로는 지역발전을 외치면서도 오직 자신의 정치적 영달과 기득권에 안주하려 유불리만 따지는 세력의 두꺼운 벽이 대의를 짓밟고 전북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완주의 분위기는 과거보다도 더욱 복잡한 형국이다. 선거구는 완주 진무장으로 되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현 군수는 통합은커녕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여 15만 자족 도시를 표방하며 홀로서기를 통한 입지 강화에 올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지역의 완주전주 통합 추진 움직임을 보며 내심 반가우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우려스럽기도 하다. 추진 인사들이 정치색과 조급성을 버리고 당위성만을 앞세우지 않으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난제들을 뚫고 완주 군민을 주체와 주인으로 세울 수 있는 슬기로운 운동으로 성숙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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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0 19:19

예비군 병역처분변경원

예비군에 편성된 사람 중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의료기관에서 최근 3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진단서를 첨부해 신청서를 관할 지방병무청에 방문 또는 인터넷으로 접수하시면 됩니다. ※ 인터넷접수 :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병무민원-병역판정검사-병역판정검사민원신청-병역처분변경원(질병사유 재신체검사)신청 병역판정검사 기간 중에는 당일 신체검사가 가능하나, 병역판정검사 종료 후에는 별도로 일정이 지정됩니다. 또한, 정확한 판정을 위하여 수술기록지 사본이나 MRI 또는 CT 영상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하여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전공상 국가유공자로 상이등급이 1급 내지 7급으로 결정된 사람은 신청서를 제출하면, 지방병무청에서 신체검사 없이 유관기관에 관련서류 확인 및 조회하여 신체검사 없이 병역처분이 가능합니다. 다만, 일부 장애등록자 및 국가유공자로 상이 등급이 결정된 사람이라도 필요시 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또한 중증질환자 산정특례대상에 해당되는 질병 중 거동이 어려운 예비군은진단서를 첨부해 신청서(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포함)를 제출하면 지방병무청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중증질환자 등록 기록을 조회하고 의료기관(진단서 발행 병원 등)에 진료 및 치료관련기록 조회한 후 담당자가 현장 확인 후 관련서류를 병역판정검사장에게 송부해 신체등급을 판정하게 됩니다.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 - 병역이행안내-예비군편성/병력동원-예비군 편성-질병,심신장애 예비군 복무면제를 찾아보시면 상세한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병역처분 결과가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된 사람은 민방위대로 편성되고, 병역면제가 된 사람은 민방위대에서 제외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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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0 19:19

호국과 민주화 정신이 숭고한‘남원’

최경식 자치분권위원회 자치혁신전문위원회 위원 6월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코로나 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던 순국선열에 감사하는 마음이 살아있는 것이다. 남원은 역사적 시련이 많은 고장이었다. 특히 정유재란에 남원성은 전략적 요충지로서 남원성이 무너지면 호남, 나아가서는 조선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이라 왜군의 공격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방어선이었다. 하지만 명나라 장수 양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성이 함락되고 마는데, 이때 만 명이 넘는 백성들이 목숨을 잃고, 현재 만인의 총에 잠들어 있다. 남원성 전투의 경우 왜군이 승리했지만, 정유재란 전체로 본다면 일본은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300여 년 동안 그 사실을 망각한 사이 일본은 철저히 남원성에 대한 보복을 계획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남원성 북문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남원역을 만들었다. 이것은 남원성 전투에서 희생된 애국지사들이 묻혀 있는 만인의 총 본 무덤과 남원역사 자리를 완벽하게 갈라놓으려는 계획이었다. 남원역 자리는 남원성 전투 당시 마지막 항전 자리였고, 성민 대다수가 순국한 현장인데, 그곳을 역사로 만들어 후손들이 짓밟고 다니게 한 것이다. 남원인들은 백성들의 차별에도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계급사회를 타파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최대 농민운동이자 민주화 운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동학농민운동의 근거지가 바로 남원 교룡산성이다.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는 교룡산 은적암에서 완성된 동경대전을 교전으로 삼아 동학의 꽃을 피웠다. 동학농민운동은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독립운동으로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이후 3.1 만세운동에서도 남원인의 저항정신은 빛을 발했다. 남원시 덕과면 이석기 면장이 주동이 되어 광한루까지 수천 명이 만세 시위를 펼쳐 전북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전국 유일한 순수 지방 농민봉기였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남원의 민주정신은 현대사까지도 이어진다. 4.19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故김주열 열사의 고향이 바로 남원이다. 남원에서는 민주화의 초석이 된 그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자 열사의 추모 제향을 1998년 이후 매년 열고 있다. 남원이 명실상부 현대 민주화의 성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가 만난 윤영근 작가의 남원항일운동사에는 남원 애국지사 380명의 기록이 자세히 담겨 남원인의 자긍심이 그대로 녹아있다. 나라를 위한 희생이 비단 남원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고향 사람으로서 남원시민 모두가 같은 마음인 듯하다. 역사는 미래세대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남원은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일제와 강력하게 맞서 싸웠으며 현대 민주화 정신의 뿌리가 깃든 전국 유일무이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현 세대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남원의 정신을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최경식 자치분권위원회 자치혁신전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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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0 19:16

전주 에코시티 과밀 학급 조속히 해결하라

전주 에코시티 내에 있는 초등학교 2곳에서 어린 학생들이 과밀 학급 문제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교육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다.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되면 학생 수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인데도 수요 예측과 대처 방안 등이 허술한 교육 행정으로 인해 학생과 교사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거리두기 등 방역이 최우선시되는 상황에서 과밀 학급은 초등학생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만큼 조속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주 에코시티에 지난 2018년 개교한 전주 화정초등학교는 현재 66학급에 1577명이 재학 중이고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3.9명에 이른다. 지난해 개교한 전주 자연초등학교도 50학급에 1353명이 재학 중이어서 학급당 평균 인원 수는 27.1명에 달한다. 이는 전북지역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 20.16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이 어린 학생들을 지도 교육하는데 애로가 많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적정한 거리 두기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들 화정초와 자연초등학교는 애초 완성학급 수가 각각 42학급, 50학급으로 개교했다. 하지만 현재는 설립 당시보다 각각 24학급과 8학급이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학급당 학생 수는 도내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처럼 에코시티가 과밀 학급을 형성하게 된 것은 애당초 수요예측이 잘못된 데다 인접 초등학교와의 통학 구역 조정 누락 때문이다. 또한 과밀 학급 형성이 예견되면 사전에 전주시와 충분한 학교 용지 확보방안을 조율해서 마련했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한 측면도 있다. 결국 전주 에코시티 과밀 학급 문제는 허술한 교육 행정이 초래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교육 행정당국의 입장에선 나름대로 이유와 고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에 과밀 학급으로 인해 학생과 교사들이 겪는 불편과 어려움을 고려하면 조속히 해결에 나서야 한다. 김승환 교육감이 전북도의회에서 밝힌 것처럼 교육지원청은 인접 초등학교와의 통학 구역 조정을 통해서 과밀 학급을 우선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교실 증축이나 학교 신설 등 항구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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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10 19:13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재건축 서둘러라

시외버스를 타고 전주에 온 외지인들은 낡은 시외버스터미널 건물을 보면서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 하다고 말한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비유까지 한다. 전주에 첫 발을 디딘 외지인들에게 40년전 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73년 문을 연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은 열악한 승하차 시설과 대기장소 및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도내 34개 시외버스터미널 가운데 장수공용터미널(1971년)과 군산대야공용터미널(1972년) 다음으로 오래됐다. 터미널의 규모도 2632㎡로 군산(7923㎡)과 익산(6527㎡)에 비해 매우 협소하다. 지난 9일 열린 전북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는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시급히 재건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주의 관문인 시외버스터미널 재정비 필요성은 한 두 번 제기돼 온 것이 아니다. 터미널 운영사와 상가 건물주, 전주시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수 년째 답보 상태다. 지난 2014년 인근 고속버스터미널과 부지를 통합해 고속시외버스 복합터미널로 신축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사인 전북고속 측의 상가 매입비용 등 사업비 확보 어려움으로 2016년 고속터미널 단독으로 터미널 신축이 추진됐다. 전북고속은 이후 영화관과 서점 등 복합문화시설을 갖춘 시외버스터미널 신축을 추진했지만 역시 상가 건물주들과 합의가 안돼 무산된 뒤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전주는 지난해 정부가 선정한 국내 관광거점도시에 포함됐다. 관광거점도시의 관문이자 도내 14개 시군 주민이 오고가는 대중교통의 거점을 방치해선 안된다. 두세훈 도의원(완주2)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활용해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재건축하고 시외고속버스 복합형터미널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고, 송하진 도지사는 타 시도의 지원사례 등을 검토하고 국비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재건축은 전주시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전북도가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현대화사업에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힌 만큼 전주시는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노후된 시외버스터미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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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10 19:12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장석주 시인 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1897)란 그림을 좋아한다. 화면 오른쪽 상단 푸르스름한 밤의 창공에 하얀 달이 떠 있다. 지평선 아래 갈색의 대지에는 집시가 악기를 옆에 둔 채로 곤하게 잠들어 있다. 잠든 집시에게 숫사자가 다가온다. 이 기이한 환각 같은 집시의 꿈을 묘사한 단순한 구도의 그림에 내 무의식은 자극을 받는다. 비가 개인 날,/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녹음이 종이가 되어/금붕어가 시를 쓴다.(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이 맑고 깨끗한 여름 아침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꿈이 아닐까? 꽃 피고 새 울며, 못 속에 금붕어가 노니는 이 평화로운 아침에 맞는 오늘이 우리가 꾸는 긴 꿈 중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빠진다. 우리가 자는 동안 최소한 다섯 번 이상의 꿈을 꾼다고 한다. 기억하는 꿈은 극히 작은 일부다. 깨어나기 직전에 꾼 꿈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수면 중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하나인 꿈은 그림의 연쇄로 이루어진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꿈은 뇌라는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다.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비이성이 지배하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꿈은 논리나 맥락이 없는 이야기로 무의식에 웅크려 있던 격정과 본능적 욕망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꿈의 재료는 낮 동안 활동할 때 겪은 경험들, 일화 기억들(episodic memory)이다. 때때로 영혼에 숨은 무의식적 힘들이 생생한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잠 들지만 뇌는 잠들지 않는다. 우리가 잠에 빠진 동안 뇌는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간다. 수면은 기억 중추 영역인 해마에 기억을 응고시켜 고착시키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걸 기억 굳힘이라고 한다. 꿈은 수면 중 감각기관에서 온 각종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리학자들에 따르면, 해마는 낮에 수용한 정보를 선별하여 신피질에 있는 장기 저장소로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꿈이란 현상이 파생한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꿈이 장자 제물편에 나온다. 호접지몽으로 널리 알려진 이 꿈에 따르면, 장주(莊周)는 낮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장주가 범나비로 변해 꽃 위를 날아다니는 꿈이다. 나비가 되어 꽃향기에 취한 장주는 즐겁고 행복했다. 장주는 불현 듯 꿈에서 깨어난다. 장주는 한동안 자신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혹은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는 꿈의 순간과 생시의 경계가 희미한 몽롱함 속에 머물렀다. 장주와 나비는 엄연히 다른데, 장주는 이 제의적 꿈을 통해 자아와 외물은 본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쓴다. 꿈의 태반은 개꿈이다. 하지만 특별한 꿈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꾸는 꿈이 태몽이다. 많은 이들이 태몽을 예지몽으로 받아들인다. 과연 꿈에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 있을까? 조선 선비 정철(1536~1593)은 대동야승에 꿈의 예지력에 관한 신통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인생에서 꿈과 현실이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신묘년의 꿈에 강계부사가 되더니 곧 강계로 귀양살이를 갔다. 위리안치 중에 아들이 장원 급제하는 꿈을 꾸었더니 얼마 안 되어 문과인 용방(龍榜)의 선발에 뽑혔다. 이렇듯 꿈과 현실이 부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요즘 어린 시절 옛집과 돌아가신지 오래인 어머니가 등장하는 꿈을 자주 꾼다. 좋은 꿈도, 나쁜 꿈도 아니다. 아침에 허망하기 짝이 없는 그 요령부득의 꿈을 곱씹어본다. 왜 나이가 들면서 더 자주 꿈을 꾸는 것일까? 숙면 주기가 짧아진 탓에 더 많은 꿈을 기억하는 탓이다. 살기가 팍팍하고 괴로운 순간 이게 꿈이었으면 할 때도 있다. 그 반대로 달콤한 꿈을 꾸는 동안은 이게 생시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다 보면 꿈이 생시 같고, 생시가 꿈같은 찰나를 겪는다. 이상의 말대로,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인 게 인생이다. 우리는 꿈으로 또 다른 생을 얻는다. 꿈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이면의 삶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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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0 18:14

지방의회 30년의 단상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을 맞았다. 강산이 세 번 바뀔 정도로 연륜이 쌓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의의 소통 통로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장군수실 문턱이 낮아지고 지역민의 뜻이 행정에 적극 반영되는 등 권위적이었던 관선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권한과 힘의 주체가 관에서 민으로 넘어갔다. 특히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이 강화되고 지역 개발이나 예산 편성 등에도 주민 참여가 가능해졌다. 민생자치, 생활자치 시대를 연 것이다. 자치단체와 함께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지방의회는 주민 대표기관으로서 심의의결권과 조례제정권 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기능은 주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취지에서 부여된 권한이다. 지방의회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 등이 확보되고 지역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주민 대의기관이 아닌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라는 주민들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익산시의회의 한 시의원이 국회의원은 공공기관 직원에게 라고 욕을 해도 괜찮다는 취지의 망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증폭됐다. 발언 배경에는 선출직의 특권의식이 깔려있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을 감투나 완장을 찬 특권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원 배지만 달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대접받는 상석에 앉기를 원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집행부 공무원을 닦달하는 일부 몰지각한 행태가 드러나기도 한다. 지방의회 30년 동안 각종 이권 개입이나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된 도의원과 시군의원이 부지기수이고 음주운전이나 각종 법 위반, 부동산 투기행위 등 비위 사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동료의원간 불륜행위를 스스로 폭로하거나 동료 의원을 성추행 하는 등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도 드러나 지방의회의 위상에 먹칠하기도 했다. 물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 물을 흐리는 것처럼 지방의원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무소속으로 배지를 단 전주지역의 한 시의원은 늘 지역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크고 작은 민원을 해결하며 의정 단상에선 도지사와 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방의원 스스로 자신들의 행태를 뒤돌아보고 지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집행부로부터 인정받는 올바른 의회상을 정립해 나갔으면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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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1.06.09 17:46

지방체육회 안정적 재정운영 지혜 모아야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와 228개 시군구체육회의 법정 법인화와 운영비 지원 근거 등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 법률이 9일부터 시행됐다. 개정 법률 시행에 따라 민선체육회장 체제 2년차를 맞은 전북도체육회와 도내 14개 시군체육회도 이날부터 법정 법인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동안 임의단체로 운영돼온 도 및 시군체육회는 이제 특수법인의 지위와 권한을 갖고 지역체육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정치적 중립 논란이 제기돼 오긴 했지만 지방체육회는 그동안 지역 주민들의 건강 향상과 전문(엘리트) 선수 육성을 통한 국위 선양에 기여해 왔다. 전북에서도 복싱 김광선신준섭, 레슬링 유인탁, 탁구 양영자, 배드민턴 정소영, 핸드볼 임미경, 양궁 박소현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수 많은 선수들이 국민들과 애환을 함께 했다. 지방체육회가 생활체육 활성화로 주민들의 건강한 삶과 공동체 문화 형성에 기여해 온 역할도 크다. 법정 법인기관으로 새출발하는 지방체육회는 정치적 독립과 함께 지역체육 진흥 전담기관의 독자적 위상을 갖고 지방체육 발전에 전념할 수 있게 됐지만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재정적 자율성 확보다. 지방체육회의 자율적 재정 운영을 위해 자치단체의 운영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다른 보조금과의 형평성과 지방재정의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자치단체장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체육회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게 되더라도 재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자치단체와 지방체육회가 지역체육 진흥이라는 공동 목표 달성에 협력한다면 운영비 지원 의무화 여부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지방체육회의 운영 활성화를 위해 국민체육진흥기금의 합리적 배분과 공공체육시설 운영의 지방체육회 위탁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지방체육회의 법정 법인화가 지역 및 국가체육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자치단체, 지방체육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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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09 17:27

초등학교 보안체계 구멍, 경비원 배치 시급

전주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 교실과 교무실에서 교사의 지갑속 현금을 훔쳐 도주한 사건이 발생, 교사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안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구멍뚫린 경비시스템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이 사건의 용의자는 정문을 통해 학교에 들어가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점심시간에 교실과 교무실 등에서 범행을 한 뒤 지나가던 교사에 발각되자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이 들통날 때 까지 별다른 제지없이 교내를 돌아다닌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초등학교가 이처럼 허술하게 당한 데에는 교문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이 없는 것이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부인 출입을 통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인근 초등학교에는 경비원이 배치돼 교문에서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체크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위세가 여전해 학생들 감염을 막기 위한 학교내 방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외부인이 마음놓고 학교를 드니들 수 있게 방치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약한 경비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식한 학부모들이 여러 차례 학교측에 경비원의 고용을 건의했으나 그때 마다 학교측은 전북도교육청의 고용티오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다고 미룬 모양이다. 학교 안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때 마다 교육당국은 학교 안전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CCTV 설치도 그 방안의 하나이다. 하지만 CCTV 설치 후 화면 모니터링을 통해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하려면 감시 인력이 필요한 점에서 학교내 CCTV도 사고 예방효과 보다는 사고 후 수사에 도움을 주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이다. 전북도교육청은 모든 초등학교에 경비원이 배치될 수 있게 고용티오를 늘려야 한다. 경비원은 외부인 출입통제 뿐 아니라 등하교 안전지도 및 순찰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 등 학생을 보호하고 선도하는 일도 맡는다. 예산 핑계에 앞서 학생들 안전을 우선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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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9 16:53

12년 수학공부, 헛수고는 이제 그만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까지 수학 공부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 12년간 학생 한 명이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은 약 15,000 시간이다. 이는 교육 선진국 대비 약 2배인데, OECD 회원국 15세 학생 대상의 수학 능력 평가 결과는 의외다. 우리에 비해 절반의 시간을 공부하는 핀란드나 스웨덴과 점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3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5년 4.6%에서 2020년 13.4%로 3배 증가했고, 수학 사교육비는 2019년에 역대 최고치인 6.3조 원을 기록한 이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학부모들은 많은 돈을 수학 공부에 투자하는 대한민국. 그럼에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 한 명 배출하지 못하고, 컴퓨팅 사고력 기반의 문제 해결력을 가진 IT 엔지니어가 부족해 업계 불만이 늘어나는 우리의 수학 교육.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학부모님 대부분이 수학 공부를 연산과 사고력으로 양분한다. 저학년은 사고력 수학으로 개념을 잡고 고학년은 연산을 시켜야 한다지만, 문제는 이 연산이 기계적 연산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용 연산 문제의 풀이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드러난다. 출제 의도를 알 수 있거나 왜?라는 질문의 여지없이 공식과 요령만 쓰여 있을 뿐이다. 당연히 이를 외우지 않고는 틀리거나 수학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결국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생각, 과정이 어찌 됐든 답만 맞히면 수학 잘 한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을 맞힌 아이에게 풀이 과정과 그것을 생각하게 된 이유, 그리고 문제에 포함된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대부분 공식대로 풀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되묻거나 아는 내용을 설명하던 중에 얼버무릴 것이다. 수차례 강조했지만, 설명하지 못하면 아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수능 문제마저도 수학, 컴퓨터, 물리, 자연과학 등 관련 분야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는 문제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공식과 요령으로 잘 푸는 것을 수학 공부의 전부로 아는 것. 관련 산업과 학문은 고사하고 실생활에서도 써먹지 못하도록 수학을 배운다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시한 채 단절된 수학 개념과 원리를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교과 과정. 그리고 (기계적)연산, 사고력 수학 등 겉으론 그럴싸하지만 내용은 교과 과정에 편승해 아이들을 기계보다 못한 계산기로 전락시키는 수학 교육. 이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내가 10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효율적으로 정복하는 <깨봉수학>을 개발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자 유튜브 채널까지 직접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입만을 목표로 기계적 연산 문제로 가능한 수능을 위해 12년간 15,000시간씩 공식과 요령을 죽어라 외우는 우리 아이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혁명 시대는 과거와 달리 문제 정의, 핵심 파악, 해법 찾기, 그리고 해석까지 매우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람만이 가져야 할 능력들 중 1%도 안 되는 기계적 연산에 이토록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 이제 헛수고는 그만하자! 절반 이하의 시간과 노력 만으로도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충분한 수학 실력과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수학으로, 우리 아이들을 진정한 미래 인재로 길러 내고 대한민국을 인공지능과 IT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으로 만들자!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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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9 16:27

소방공무원 안전과 복지 위한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병도 국회의원 지난 5월 화재 현장에 출동하던 소방관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소방관은 물탱크 차량에 탑승해 현장 출동 중이었는데, 비포장 농로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차량이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참변을 당했다. 33세에 불과한 젊은 소방관의 죽음이라 그 안타까움을 더했다. 소방공무원의 희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방청과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22명의 소방관이 직무 수행 중 목숨을 잃었다. 전북에서는 2018년 5월 주취자 이송 중 폭행과 폭언을 당한 소방대원이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직무 중 다치는 소방공무원은 더 많다. 최근 5년간 3813건의 공상이 인정됐는데, 2016년 511명에서 2017명 657명, 2018년 823명, 2019년 818명, 2020년 1004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전북 또한 같은 기간 195건의 공상 판정이 있었고, 작년에는 무려 55명의 공상 인원이 발생했다.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국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지는 국가공무원이다. 화재와 재난현장뿐만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와 구조구급현장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곳이면 어디든 출동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수많은 소방공무원이 불철주야 힘을 보태고 있다. 그만큼 소방공무원의 업무 범위는 넓고, 업무 강도는 높다. 육체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도 크다. 소방공무원의 건강과 복지를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는 지난 2012년 소방공무원의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복지증진을 위하여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법률에 따른 정책 수립과 시행의 첫 단계인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정책심의위원회 구성부터 제도적 한계가 있는 현실이다. 현재 심의위원회 위원은 10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민간위원의 참여는 3명에 불과하다. 보건, 안전, 복지 세 분야의 정책을 세부적으로 심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각 분야의 분과위원회 설치 근거도 없어 분야별 정책 심의 과정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에 필자는 지난 3월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10명에 불과하던 심의위원회 위원을 15명으로 확대하여 민간위원의 참여를 늘리고, 각 분야의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심의위원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체계적인 정책 수립 및 시행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안전한 직무 수행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제도의 보완과 더불어 실질적인 소방공무원 안전 및 복지 정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소방공무원의 건강 관리를 강화하며, 맞춤형 복지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바탕으로 소방공무원들이 본연의 직무 수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소방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 안전과 생활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영웅들이다. 그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국민의 안전도 보장된다. 하루빨리 제도적, 정책적 보완을 통해 소방공무원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근무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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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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