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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집중력 결핍에 백신 수급 차질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1969년, 군산 난민촌에 콜레라가 발생했다. 전염병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졌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방역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삼선개헌이 촉발한 정치적 혼란에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정쟁과 갈등. 그사이 바이러스는 1500명 이상을 공격했다. 그 중 25%가 사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국민건강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터다. 1963년 의료보험법을 제정했고, 전 국민가입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착된 한국 국민건강보험제도는 40년 후 오바마 대통령이 벤치마킹 할 정도였다. 제도가 좋으면 뭐하나,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니 기본방역도 실패했다. 바이러스 번식력은 우리 의사결정보다 늘 빠르다. 전염병이 돌고 있다면, 정부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1990년 이라크에 도착한 전염병도 혼란을 먹이삼아 중동 전역으로 퍼진 경우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정치적 판단미스로 패권국 미국과 대치했다. 궁지에 몰린 지도자가 허둥대니 급박히 집행돼야할 방역행정이 터덕거렸다. 마실 물을 정화하는 염소조차 제대로 수입하지 못했다. 장티푸스, 콜레라균으로 오염된 물을 국민들이 마셨다. 노인과 아이들부터 죽었다. 전쟁사망자와 별개다. 5년 만에 5세 어린이 32%가 만성 설사로 영양실조에 걸렸다. 1980년대 이라크는 중산층이 두터운 잘사는 나라였다. 병원, 보건소 등 의료 인프라도 중동 최고였다. 그러나 정치력에 문제가 생기니, 국민들이 죽어나갔다. 현재 한국은 어떤가. 코로나 19바이러스는 전례 없이 강력하다. 치료약을 구하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작용 적은 백신(화이자, 모더나)을 들여올 적기는 지난해 7월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국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다. 임대차3법 시행을 강행해 부동산 정책 논란이 커졌다. 검찰개혁 잡음도 컸다. 추미애 전 장관과 야당의원들은 늘 화가 나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대권론이 처음 등장했다. 청와대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정치권의 수군거림이 시작됐다. 백신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리긴 했다. 그러나 그마저 K방역 성공이라는 자화자찬과 백신자국화라는 낙관론에 묻혔다. 결국 OECD 37개국 중 한국이 꼴찌로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 백신 수급률은 아프리카 르완다 수준이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체계적인 감염진단 프로세스는 K방역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뜯어보면 이는 한국인의 집단주의 특성과 기존 인프라에 힘입은 게 크다. 일상적 보건행정과 비일상적 역병을 막는 일(防疫)은 차원이 다르다. 긴박한 상황에 부족한 치료약을 재빨리 들여오는 건 고도의 정치행위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 기민한 외교, 영리한 행정, 총체적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 정부에 남은 건 레임덕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할 정치권의 합종연횡 등 혼란밖에 없다. 전염병이 증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현대국가의 특징은 우리 몸에 대한 권한은 물론 의무도 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생체권력. 국민을 살아있게(faire vivre)하려고 적극 노력하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 두는(laisser mourir) 것과 마찬가지다. 철학자 미셸푸코의 말이다. 전례없는 전염병이 국민생명을 위협한다. 이보다 더 긴급한 일이 어디 있는가. 철학적 비유긴 하지만, 국민을 죽게 내버려두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 한국은, 전염병 극복이 아닌 어떤 일들에 마음을 쏟고 있는가.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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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0 17:49

상습 정체 겪는 전주북부권 교통대책 서둘러라

전주 에코시티 개발로 정주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주북부권 일대 교통체증이 심각함에 따라 차량소통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2016년부터 조성된 전주 에코시티는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1만8000여 가구에 정주 인구가 3만6000여 명에 달한다. 게다가 에코시티 개발로 인해 전주 송천동 일대 개발도 촉진되면서 전주북부권 거주 인구가 1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불과 6년 새 에코시티를 비롯해 송천동 등 전주북부권 인구가 폭증함에 따라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대에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에코시티 입주자들이 시내로 진입하는 유일한 도로인 전주 과학로에서 동부우회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선 최소 세 차례 이상 신호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동부우회도로 역시 밀려드는 차량들로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현재 송천역 일대 출퇴근길 시간당 교통량은 5300여 대이며 차량 정체수준은 가장 심각한 E~F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주북부권 교통소통 대책은 에코시티 개발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 도시팽창 여건에 따라 도로망도 함께 구축되어야 하지만 수십 년 전 개설된 도로를 그대로 이용하다 보니 상습 교통체증을 빚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에코시티 2단계 개발로 아파트 1700여 세대가 추가로 들어서게 되고 송천동 천마지구 개발로 3100여 세대, 에코시티 맞은편 옛 공동묘지 부지에 400세대 등 총 5200여 세대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다. 여기에 동부대로를 함께 이용하는 전주역세권에도 6600여 세대에 달하는 공동주택 개발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전주북부권 일대 유동 차량이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주시에서는 개발계획이 구체화되면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교통소통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에서 너무 느긋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현재도 출퇴근길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앞으로 상황을 봐서 교통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전주북부권뿐만 아니라 주말과 휴일마다 상습 체증을 겪는 전주 평화동과 효자동 등 외곽도로 교통대책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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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5.10 17:49

좋은 일자리 조건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오늘날 시민의 전형은 피고용인이다. 그들은 조직 내에서 일하고 조직에 생계자금을 의존하며 동시에 조직에 기회를 요구한다. 자기실현과 함께 사회에서의 위치와 역할까지도 조직에서 찾으려 한다. 현대사회는 이렇게 피고용인 사회다.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고 물었지만 오늘날에는 어떤 회사에서 일하십니까?" 라고 묻는다.」 이상의 내용은 어느 책의 프롤로그에서 발췌한 것이다. 실제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독립적으로 모든 일을 혼자 해결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1인 기업마저도 외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조직 간 교류의 협력을 받지 않고는 계속기업으로서 존재해 나갈 수 없다.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이 현상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조직은 사회의 기관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 다른 조직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한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일 일수록, 보유자원이 우월 할수록 그 조직의 생존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누구나 그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모두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 좋은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더구나 불가능한 일이다. 조직 내 협업이든, 조직간 협업이든 다양한 형태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특히 요즘의 제조업은 국가 간의 협업까지도 요구한다.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물건이 있다.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더욱 심화된 상호의존적 현상을 보인다.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핵심이다. 설계-생산-유통-서비스업으로 연결되면서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효과를 유발한다. 제조 기반이 앞선 국가가 세계를 제패하게 된다. 최근 G2 간 무역전쟁의 본질도 제조 기반을 지키기 위한 기 싸움이다. 지방소멸 론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이다. 시장에 맡겨두면 틀림없이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세를 불리고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싶은 욕망은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나 다를 게 없다. 국가차원 이든 지역차원이든 제조기업 투자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배경일 것이다. 우리지역 내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많은 기업이 설립되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런 자원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다. 짧은 시간동안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핵심 기업은 외부에서 유치하더라도 연관기업은 지역 내에서 육성하는 중장기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연관 자원능력을 축적할 기회를 만들어 내야한다. 거기에 더해 연관기업의 기술개발 노력 등 자원능력이 약탈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수평적 협업이 상시적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한다. 연관효과가 큰 산업일수록 수직적 계열화가 진행되고, 부품생산 기업은 결국에 종속화 되어 은밀하게 약탈적 피해를 입게 된다. 종속기업은 퇴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지속해야 하고 그에 비례해 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우리의 산업화 과정을 뒤돌아 볼 때 산업 곳곳을 지배해 온 이런 은밀한 현상은 어두운 과거 그림자로 그쳐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 종사자 임금의 60%대 수준이라고 한다. 그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왔다고 한다. 작은 기업이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는다면 그 격차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좋은 일자리는 임금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합당한 보상에서 시작된다.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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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0 17:49

국립대 총장의 허와 실

서거석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전 전북대 총장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대학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전국의 360개가 넘는 대학 중 국립대는 43개에 달한다. 그 국립대를 이끄는 최고 수장이 총장이다. 국립대 총장은 장관급이다. 민선으로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면서 국립대 총장의 위상이 격하되었지만, 여전히 정부 직제상으로는 도지사나 교육감이 차관급이니 전북에서는 전북대 총장의 지위가 제일 높은 셈이다. 국립대학교 총장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 구성원(교수, 교직원, 조교,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 후 교육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무원이다. 정치인인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 군수처럼 선거에 의해 당선되면 별도의 임용절차 없이 바로 취임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국립대 총장이 대통령의 임명을 받으려면 반드시 청와대의 철저한 인사(도덕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인사검증에는 위법 부당한 일은 물론,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 도덕성 문제와 학문적 성과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래서 총장선거에 당선되었지만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총장 발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그렇기에 혹독한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한 사람에 대해서는 도덕성 시비를 걸기 어렵다. 나는 처음 총장이 될 때,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이른바 386 보좌관들의 엄격한 도덕성 검증을 통과했다. 그리고 4년 후 재선 때, 다시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통과한 바 있다. 일반인들은 이처럼 지위가 높고, 까다로운 청와대 인사 검증까지 거친 만큼 국립대 총장의 권한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국립대 총장은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처럼 조직을 장악하고 통솔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권한인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국립대 행정직원의 경우, 5급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승진은 교육부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교수의 신규채용은 100% 각 학과에서 주관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립대 총장이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수단은 기본적으로 총장의 헌신과 희생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화합이다. 나는 취임 첫학기부터 임기 만료때까지 8년간 매년 두차례 14개 단과 대학을 순회하면서 교수들과 직접 대화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직원, 학생대표들과도 매년 두차례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대학 구성원과 정기적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은 당시로서는 대학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내외의 소통이 원활한 경우에는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조직이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총장 재임 기간동안 대학 구성원간의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을 토대로 대학을 변화와 혁신으로 이끈 결과, 전북대가 한국 대학혁신의 아이콘으로 전국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그에 따라 부산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학의 위상이 높아져 명문 국립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그 덕택에 나는 구성원으로부터 한 번도 어려운 총장에 연이어 두 번 선택 받았다. 실제로 전북대에서 직선으로 연임한 총장은 전무후무할 뿐만 아니라 전국 국립대에서도 매우 드문 예이다. 되돌아보면 국립대 총장은 희생하고 헌신하는 자리이지, 군림하며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총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을 만나면 솔직히 억울한 심정이다. 큰 조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권력이나 권한이 아닌 리더의 소통과 헌신을 기반으로 한 구성원들의 의지와 열정이기 때문이다. /서거석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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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9 17:50

포화된 혐오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의미 포화라는 말이 있다.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그 대상의 정의나 개념이 희박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일종의 미시감처럼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그 의미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각종 매체에서 혐오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다 보니 단어 자체가 너무나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내가 그 단어에 노출이 많이 되었으면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해졌고 그래서 나는 지난 한주 동안 혐오라는 단어가 들어간 인터넷 기사가 얼마나 되는지 검색 해보았다. 검색결과 약 3만 여개. 물론 중복되는 기사도 있고 객관적인 지표로서 활용 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지만 혐오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이 노출 되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수치였다. 혐오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우리 곁에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냈을까? 내 기억에 처음으로 혐오의 시대라는 표현을 인식한 것은 2016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우리 사회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분노할 수 있는 이슈가 있었고 또 그에 따른 진영 간 갈등 또한 최고조에 이르렀다. 자신이 속해있는 진영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끌어내리는 혐오의 양상은 당연하게 나타났으며 바로 이듬해 새롭게 선출된 미국의 대통령이 더 강한 미국을 외치며 주변국과 이민자에 대한 다소 강압적인 정책들을 꺼내 놓으며 혐오의 시대라는 표현을 매체를 통해 더 자주 접하게 되었다. 정치적인 이슈로 예를 들어 이야기 했지만, 나 또한 지난 몇 년간 여러 계층사이에서 존재하는 혐오를 목격 할 수 있었고 또 경험할 수 있었다. 과거 우리사회에서 혐오는 국가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재단되고 폐기되어야 할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수면 아래 있던 소수자인권들이 하나 둘씩 이슈가 되면서 성소수자 인권, 양성평등, 이민자들의 인권들이 논의가 되고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계층 간의 갈등은 혐오라는 감정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혐오라는 정서는 안타깝게도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장과 전염병과 같은 공통의 불안정성, 그리고 경제적인 양극화를 바탕으로 더 널리 퍼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성별, 장애, 정체성과 관련된 멸칭을 하나씩은 들으며 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삶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에서 바탕을 두고 있는 감정이지만 그로 말미암아 생기는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무신경한 폭력성을 어떤 식으로 마주해야 할까. 나는 개개인의 비극을 용기 있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층 간에 혐오에 따른 폭력은 언제나 우리주변에 산재하고 그것은 상투적인 보도의 형태로 가공되어 일종의 정보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정보로서 다가오는 타인의 비극에 둔감해 질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의 비극이 가지는 단독성을 마주하고 그들이 차별 받게 되는 이유가 온당한지 그들이 속해있는 공동체에서 개인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평범한 정보로 추락 할 수 있는 개인의 비극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명의 개인으로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혐오의 시대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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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9 17:50

방안퉁수 전북의원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415 총선 결과를 놓고 염려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맞아 들어간다. 초재선들로 구성된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타 지역에 비해 너무 약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8명의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명도 52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안 했다. 서울 경기에 이어 전북의 권리당원이 25만여명으로 전국 3위를 기록, 1인 2표를 행사한 이번 선거에서 웬만하면 당선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모두가 포기했다. 그 복잡한 속내를 알 길이 없지만, 무슨 이유로 출마를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답답해 보인다. 국회의원은 중앙정치무대에서 큰 정치를 해야 비로소 존재감이 생긴다. 정치력은 그냥 길러지는 게 아니다. 거대 행정부의 비리를 밝히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절차탁마해야 길러지는 법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금 같은 단순한 정치구도하에서는 온실 속의 화초나 다를바 없어 정치력이 생기지 않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마해서 당선되어야 금배지의 값어치가 제대로 나온다. 연고 없이 허허벌판 같은 곳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다퉈서 승리해야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가 된다. 도내는 운동권 출신이 6명이나 되지만 성징이 비교적 유순해 정치적 컬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쉽게 금배지를 단 사람들이라서 전문성과 인적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배지를 달지 않아서인지 당내 입지도 좁다. 결국 상임위에 속한 부처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 말발이 서지 않아 전북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안된다. 최근 국가중장기계획에 전북현안이 제대로 반영 안돼 도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만봐도 얼마나 전북 국회의원들이 무능한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은 통상 선수(選數)를 존중해가며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초선도 정치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행정부를 상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4차국가철도망건설사업에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 정도는 경제성이 충분하므로 얼마든지 반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문파인 초선인 김용민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17.73%를 획득해 1등으로 당선됐다. 다행히 고창 출신인 재선의 강병원 의원이 17.28%로 2위를 기록해 그나마 전북의 자존심을 세웠다. 문제는 수도권 출신의원들이 최고위원을 싹쓸이 한 반면 호남 출신 서삼석 의원과 황명선 논산시장이 6. 7위로 탈락해 허탈감을 갖게 했다. 계파주의로 당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전북 출신의원들의 정치력이 약해 도민들이 바라는 만큼 전북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당선될 때만 해도 지역발전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릴 것 같이 다짐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는 유구무언으로 일관, 도민들만 좌절감에 빠져 있다. 전북의원들은 존재감이 약하다보니까 자신의 입지강화를 위해 시도의원 등 지방의원들만 줄 세우는데 골몰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중앙언론에 한 줄도 제대로 안 나는 전북의원들의 방안퉁수 역할이 언제나 끝날까.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5.09 17:50

전북도 재난지원금, 지역경제 활력소 되길

전북도가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 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송하진 지사는 지난 주 기자회견을 갖고 1812억원이 소요되는 긴급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추경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난자원금은 전액 도비로 편성됐다. 광역 지자체가 모든 주민에게 재난자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올해 초 경기도 시행에 이어 전국에서 전북이 두 번째 사례다. 전북도는 5월 도의회 임시회(13 24일)에서 통과되면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해 6월 하순부터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선별적 지원을 강조해 온 전북도가 이번에는 보편적 지원으로 지급 방식을 바꾼 것은 이례적이다. 보편적 지원의 경우 복지 사각지대가 없고, 일정기간 내에 지급 금액을 모두 써야 하는 소멸성 이기에 지급된 뒤 바로 쓰여지면서 시장에 활력이 올 수 있게 기능한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실제 지난 해 5월 전 국민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도내 카드 매출액이 18% 가량 상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도가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지원액의 약 1.8배인 3263억원 대에 달하는 생산 유발효과를 기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북도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에 소요되는 예산을 전년도 순세계 잉여금 800억원과 지역개발기금 1000억원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일부의 지적에 현재 전북의 경우 외부 채무가 없고, 내부 차입 또한 행안부가 정한 주의기준(12% 이상) 보다 낮은 수준(5%)으로 관리하는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지역경제와 전북도의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계를 결코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취지대로 지역경기 활성화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집행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재난지원금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지역경제의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도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5.09 17:50

충청권은 더 이상 용담댐에 빨대 꽂지 말라

충청권 4개 자치단체(충남충북대전세종)가 공동으로 최근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금강물관리위원회에 진안군 용담댐 물 공급량을 늘려달라며 재조정 논의를 요구한 모양이다. 전북은 해마다 인구가 줄어 물 사용량이 줄어드는 반면 충청권은 인구가 증가해 물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전북에서 향후 용담댐 물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충청권 요구를 일축하고 있으나 충청권과 힘겨루기로 치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청권의 용담댐 물 공급량 확대 요구는 전북의 희생으로 조성된 수자원을 그저 쉽게 이용하겠다는 이기적 발상이다. 용담댐은 진안군 6개 읍면 70개 마을 8.22㎢ 부지가 물에 잠겼고, 당시 진안군민의 40%에 이르는 2864세대 1만2616명이 집과 농경지를 물에 묻고 고향을 떠났다. 1990년대 초 용담댐 조성 당시 대청호로 흐르는 물길이 막혔다는 이유로 충청권에 1일 43만톤의 물 배분이 이뤄졌다. 용담댐 완공 후 충청권의 재분배 요구로 2002년 32만톤 용수공급이 추가돼 현재 75만톤이 공급되고 있다. 이후에도 충청권은 기회만 되면 용담댐에 눈독을 들였다. 충남 청양의 지천댐 건설계획이 무산된 후 2015년에도 용담댐 물 공급 확대를 요구해 전북과 갈등을 빚었다. 충청권은 2002년도 고시가 올해까지로 한시적인 만큼 현재의 물 수요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며 다시 용담댐 카드를 꺼냈다. 전북의 미래 인구가 과다 추계되면서 기존 고시량 135만톤도 다 쓰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수자원이 풍부하고 미래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충청권 요구를 무작정 묵살한다면 지역 이기주의다. 그러나 댐 건설지역인 진안에서조차 현재 절반 가까운 주민이 용담댐 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개발, 완주 테크노밸리, 전주 탄소 산업단지 조성 등 대규모 산단 개발에 따른 전북지역 미래 물 수요를 감안할 때 전북에 배분된 135만톤 물이 결코 넉넉하지 않다는 게 전북도의 판단이다. 장기적으로도 물은 중요한 자원이다. 생태계 보전 등의 차원에서도 과거와 같이 대규모 댐을 만들기 어렵다. 전북의 희생과 땀으로 조성된 용담댐 물은 곧 전북 미래의 젖줄이다. 충청권이 용담댐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도록 확실한 방어 논리를 세워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5.09 17:50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김재호 선임기자 살인, 강도, 성범죄, 절도, 폭력은 5대 강력 범죄다. 그러나 5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 이상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끼치는 잔인한 범죄가 있다. 바로 사기와 횡령이다. 멀쩡한 사람의 눈에서 피눈물을 빼내는 사기횡령범은 간악하고, 악질적이다. 벼룩의 간을 내 먹는 사회악이다. 근래 경찰의 최일선 조직인 파출소 근무 경찰관들은 금융기관, 농촌 마을 등을 돌아다니며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 및 협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선 파출소 근무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됐다. 기자가 근무하는 완주지역 경찰서 산하 파출소 경찰관들도 관내 농협 등 금융기관을 방문하는 등 방법으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협력, 홍보 활동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노인 등 금융기관을 방문한 고객이 고액의 현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등 범죄 피해가 의심되는 경우 112나 파출소로 신속하게 신고해 달라고 협조를 당부한다. 이런 경찰의 활동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얼마나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니, 참 씁쓸한 일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2020년 보이스피싱 현황 분석 자료를 보자. 2020년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2353억 원이었고, 피해건수는 2만5859건이었다. 2019년보다 각각 65%, 64.3% 감소한 규모였다. 또,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 중 1141억 원(전체 피해액의 48.5%)은 피해자에게 돌려졌다. 환급률이 2019년 28.5%에 비해 무려 20%p 상승, 금융기관과 경찰 등 관계당국의 범죄 피해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신속해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영향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교묘하게 벌이는 메신저형 사기 범죄가 증가세인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유형별로 봤을 때 대출빙자형 피해금액은 1566억원(67%), 사칭형 피해액은 787억원이었다. 대출빙자형에 비해 사칭형 피해가 절반 정도 적지만,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들을 사칭한 메신저피싱 피해액의 경우 전년대비 9.1% 증가한 373억 원에 달했다. 사칭형은 50~60대 여성이 주요 피해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랑스러운 가족 사이에 생길 수밖에 없는 부주의, 순간의 방심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지난 4월 말, 50대 여성 A씨는 남모르는 전화 문자를 받았는데, 문자 내용을 보니 사랑하는 딸내미였다. 딸아이는 자기 스마트폰을 잃어버려서 친구 폰으로 엄마한테 문자를 보낸다고 했다. 그리고 딸은 급하게 상품권 결제를 해야한다며, 엄마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로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후 A씨는 해당 앱에 접속한 딸이 불러주는 대로 하였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도 알려줬다. 그러던 중, 집 유선전화 벨이 울렸다. 딸내미와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화를 받을까 말까 했지만, A씨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경찰이었다.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가 들어왔으니, 당장 멈추라는 것이었다. A씨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A씨 통장에서는 수십만 원이 상품권 대금으로 출금됐다. 나중에 A씨 집을 방문, 조사를 벌인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사기가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다. 수십만 원만 빠져나갔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사랑스러운 딸이 어버이날 선물을 주려고 상품권을 사는가 보다 했다는 A씨, 너무 자연스러운 접근에 보이스피싱 범죄를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한다. 개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시키는 보이스피싱은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이다. 그러나 근절은 안되고, 주의와 예방이 최선이 됐다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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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21.05.09 17:50

[노인환의 세상만사] 화성에서 온 화니씨, 금성에서 온 주니쉬

전통적으로 부부는 공동체라는 의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는 부부사이의 자산변동에 대해서는 세금과는 무관하다고 흔히들 착각하는데,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고 부동산등기에 관해 공신력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법을 근거로 세법 역시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법률혼관계에 있는 부부의 자산변동거래에 대해서는 증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관련증빙 등에 의해 입증된 금전소비대차계약이나 매매 등의 실질거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부부의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금에 대한 경우의 수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문제, 사망에 따른 상속, 그리고 자산변동거래에 대한 증여의제 등입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자산변동거래는 원칙적으로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가 됩니다. 통상적으로 자산가액 전체를 과세대상으로 보는 증여세가 양도차익만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양도소득세보다 세부담이 많으나 부부에 대해서는 10년간 6억원이라는 증여재산공제가 인정되고 명의신탁도 허용되고 있으므로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많은 절세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 부부의 세계에서 증여 후 5년 이내에 재차 양도가 이루어진다면 자칫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주의를 하셔야만 합니다. 이혼이라는 상황에서 부딪치게 되는 잔여재산은 재산분할 또는 위자료지급이라는 절차를 거쳐 각자의 몫이 정해지게 됩니다. 민법은 이혼 시의 잔여재산에 대해 누구의 명의이든지 부부가 혼인기간 중에 공동의 기여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며, 세법 또한 민법의 취지에 맞게 이혼 시의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각자의 몫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아 과세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위자료 역시 책임 있는 어느 일방이 지급하는 손해배상 성격의 금전이므로 과세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부동산으로 지급하는 경우 금전을 대신하여 지급하는 채무변제이므로 부동산이 유상으로 이전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양도소득세가 과세됩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이혼을 하게 되어 부동산이 어느 일방으로 이전되는 경우 등기원인이 재산분할이면 과세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등기원인이 위자료지급이나 채무변제 등이 된다면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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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17:47

전북형 행복지표 개발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한국인의 행복점수가 또 떨어졌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2021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149개 국가 중 62위다. 2019년 54위에서 2020년에 61위로 7계단 하락했다가 올해 또 다시 한 계단 떨어졌다. 핀란드가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 19위, 일본 40위, 중국 52위이다. 2021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점에 불과하다. 행복지수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같은 기준치를 가지고서 정기적으로 측정한 조사의 추이변화가 중요하다 하겠다. <세계행복보고서>는 1인당 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에서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미래 불안감 등 7개 요인을 기준으로 행복점수를 매긴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인데 개인의 행복도와 삶의 질은 매우 낮다는 점이 한국 행복지수의 특징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에 의하면 OECD국가로 한정해 볼 때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서면 한 국가의 경제력 수준이 개인의 행복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대신에 관용, 부정부패 인식, 삶의 선택에서의 자유정도 등이 행복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은 경제성장율, 무역수지, 공장 건설, SOC확장 등 오직 경제와 물질성장 정책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결과로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은 꾸준히 추락하였다. 경제성장이 결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서 행복성장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에 맞추어 국내 지자체들도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행복지표들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전, 강원, 충남, 충북, 제주 등의 지자체에서 자기 지역에 맞는 행복지표들을 이미 개발하였다. 전라북도 역시 2017년에 행복지표를 개발한 데 이어, 2020년에 <전북형 행복지표>를 수정 개발하였다. 전북연구원의 김동영, 최윤규, 송용호 연구진이 개발한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전라북도 도민들의 행복점수를 높여주는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10대 분야 83개 세부지표로 구성되었다(전북연구원 홈페이지 <연구보고서>에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있어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10대 분야(경제, 가족, 건강, 사회적 관계, 문화여가, 복지, 안전, 주거, 환경, 정서) 83개 세부지표들을 연도별, 시도별로 비교하고 있다. 아울러 700명의 도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관적 지표들의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전북연구원은 정기적으로 도민들의 행복점수가 어느 정도이고 각 계층별로 어떻게, 왜 차이가 나는지, 행복점수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나아가 행복지표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들을 정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마련하고자 한다. 경제성장에서 뒤처진 우리 전북이 도민 행복에서는 타 시도를 얼마든지 앞지를 수 있다.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의 정책들이 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사람 중심의 행복 전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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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17:47

의자 이야기

삽화=권휘원 화백 그 의자들을 만난 것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개관 1주년 기념 전시회에서였다. 전시회 이름은 함께 36.5 디자인. 공존(共存)과 공생(共生), 공진(共進)을 주제로 내세웠던 그 전시는 우리의 일상에서 호흡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새롭게 깨우쳐주는 다양한 영역의 메시지(?)로 관객들을 맞았다. 기획자는 그 다양한 풍경을 달라서 아름답고 함께 해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화이부동의 장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전시장 한편에 낡고 오래된 의자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자들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 쓸모를 다한 것 같은 볼품없는 의자들은 오래된 것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서로 다른 모양새로 관심을 끌었다. 부동산 중개인, 철도원, 대장장이, 수제화 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주인들이 각자의 쓰임에 맞게 만들어 사용했던 의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을 끄는 의자가 있었다. 다리가 따로 없는 육면체의 뭉툭한 나무 의자였는데 그 모양새가 워낙 독특했다. 한쪽 면은 뚫려 있고 위에는 두툼한 천을 나무 바닥과 한 몸처럼 잇대어 놓은 의자의 주인은 오랫동안 남대문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부부였다. 이들의 가게는 주로 바깥에서 손님을 맞고 보내야 하는 물건을 팔았다. 서로 하는 역할이 따로 없었으나 안팎을 드나들며 물건을 파는 일은 아내가 주로 나섰다. 남편은 추운 겨울, 아내가 잠시 안에 들어와 앉아 있는 시간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쓰임새에 맞는 나무를 직접 구해 아내가 앉기 편한 맞춤 의자를 만들고 그 안에 난로를 넣을 수 있도록 한쪽 면을 뚫었다. 매끈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으나 남편의 정성을 품은 이 의자를 아내는 수십 년 동안 벗으로 삼았다. 기획자가 들려준 뒷이야기가 있다. 전시를 위해 의자를 기꺼이 내어준 주인들의 한결같았던 당부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다버려도 좋을 만큼 낡은 의자일 수 있지만 내게는 어떤 좋은 의자도 대신 할 수 없는 귀한 것이니 전시가 끝나면 꼭 다시 가져와야해요. 며칠 전, 젊은 소목장의 전시회에서 또 다른 의자이야기를 만났다. 전통 방식으로부터 쓰임새와 모양새를 넓게 열어가는 소목장의 정신이 담긴 의자들이다.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에 전통 기법을 숨어 품은 의자들은 아름다웠다. 어느 것 하나도 같지 않은 다름이 각자의 모양새를 돋보였다. 소목장은 이들을 편안함과 불편함을 서로 다른 가치로 안고 있는 의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의자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돌아보니 다름을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대상은 우리 일상에서도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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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05.06 17:47

매일 매일 새롭게 사는 방법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내일 강원도 정선으로 스무 번째 오토바이 여행을 떠난다. 천명을 저절로 알게 된다는 오십이 되자 신체적으로 여기저기 조금씩 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이 그날이 그날인 채로 지내고 있었다. 쉰일곱이라는 나이에 훅 들이닥친 갱년기는 시도 때도 없이 몸 온도를 높였다. 대중교통수단으로는 나의 열증을 식혀줄 수가 없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걷거나 자전거라도 타야 했다. 고심 끝에 작은 오토바이를 타기로 했다. 그러나 작은 오토바이는 강한 바람에는 휘청이는 등 불안한 면이 있으니 좀 더 큰 오토바이에 도전하기로 했다. 첫 번째 관문은 2종 소형면허취득이다. 8월의 뙤약볕에서 열 시간 동안 가다 서는 연습을 반복했다. 일보일배하는 심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면허증을 거머쥐었다. 세계 챔피언이라도 딴 그것처럼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그리곤 바로 오토바이 대리점에 가서 내 몸무게보다 네 배나 더 큰 오토바이를 덜컥 계약해버리고 말았다. 오토바이 대리점에서는 내가 오토바이를 사들인 최고령 여성 고객이었으므로 조심해서 타셔요!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오토바이를 2,000km쯤 타고 간신히 혼자서 좌로가고 우로갈 수 있게 되었을 즈음 한 방송국으로부터 국내 여행과 음식을 주제로 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해줄 것을 제안해왔다.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이 워낙 많다 보니 타 방송국의 유사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열세 지역을 달려보았고 올봄 일곱 곳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 아닌가? 수도 없이 의심하였는데 무무한 도전은 어느새 무모한 자신감을 키워내고 있었다. 부르릉 하고 시동을 거는 순간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여행자, 탐험가가 뇌리를 시쳤다. 당나라 사람으로서 서역에 다녀와 대당서역기를 작성한 현장, 이탈리아 상인의 아들로서 중국에 다녀와 동방견문록을 남긴 마르코폴로, 신라 시대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인도까지 여행하고 돌아온 현장법사, 조선 시대 실학자로 당시의 대제국이었던 청나라를 방문하여 그 모습을 고스란히 적어낸 열하일기의 박지원, 27년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3개국을 유람했던 이븐바투타까지 그들의 가슴도 이렇게 두근거렸을까? 인생도 여행도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거라면 내 한번 당겨보리라 마음먹고 시동을 걸었다. 부응하는 시동 소리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려 보았다. 오십이라 안 될 줄 알았던 것들이 오십이어서 더 진하게 다가왔다. 제주 바다 저 아랫녘에서 왔을 봄은 오자마자 벚꽃을 피워냈다. 봄이 왔다고 소식을 전해오더니 금세 색이 짙어진 개나리와 진달래가 나를 반긴다. 코끝에 진하게 머무는 향은 라일락이었다가 아카시아였다가 인동초로 넘어간다. 바다는 파도를 만들어 뭍으로 바다 향을 나르고 또 나른다. 종일 쉼이 없다. 바닷물을 뚫고 올라오는 일출은 그 자체가 강한 에너지로 무엇이든 소망하면 다 이룰 것 같다. 일몰은 일몰대로 하루 열심히 산 사람들을 위로한다. 나무는 한 그루였다가 두 그루였다가 작은 산을 만들고 거대한 산맥을 만들어 돌고 도는 길을 만들어낸다. 항아리 모양으로 둘러싸인 숲에서 하루 밤을 지내려니 동이트기도 전에 시작된 새들의 노랫소리는 차라리 교향악에 가까웠다.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연한 나뭇잎은 빛을 받아 차라리 눈이 부셨다. 계곡을 휘돌아 흐르는 물소리도 창공의 새소리와 더불어 돌림노래를 하는 듯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내 달리다 푸른 하늘이 보이면 내려서 하늘 한번 보고 달리다 정겨운 풍경이 보이면 잠시 쉬어 심호흡도 해본다. 달리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내안의 묵은 찌꺼기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이렇게 순수했을까. 컴퓨의 reset를 누르면 화면이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나의 하루도 매일 매일이 새롭다.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1.05.06 17:47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 협력 제2도약 계기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사가 중대형 상용차 판매난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지난 4일 건설 부문과 화물운송 부문 노동조합 간부들을 대거 초청해 노사가 함께 특별간담회를 가졌다. 전주공장의 노사 대표는 물론 연구개발 및 생산판매서비스 부문 책임자들과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전북건설기계지부장, 화물연대 전북본부장과 충남본부장 등 양대 노조 핵심 간부들이 참석했다.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위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마주 앉았던 모습과 달리 노사가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판매부진과 반도체 부족 사태 등으로 생산과 판매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중국 공장의 핵심부품 공급 차질로 국내 전 공장이 일시 휴업했었고, 전주공장은 올해 1월 재고 누적으로 일주일간 트럭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국내 승용차 시장이 수입차들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상용차도 수입산 트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현대차 전주공장은 지난해 가동률이 40% 아래로 추락하는 등 1995년 공장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아시아중동남미 국가들이 지난 2015년부터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서 수출량이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내수마저 침체된 가운데 정부가 전세버스 업계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차령을 한시적으로 연장해 주기로 해 버스 판매 확대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어려움은 근로자들의 고용위기는 물론 지역경제와 지방재정에도 큰 타격을 준다.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4300여 명의 전주공장 근로자와 협력사들의 고용 유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현대차 전주공장이 내는 지방세가 완주군 전체 지방세 수입의 2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방세수 확보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는 판매난 극복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은 것을 계기로 정상 가동과 제2의 도약에 매진해야 한다. 전주공장은 수소전기버스 등 4개 차종의 양산에 들어가는 등 미래 전략 차종 생산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전북도와 완주군, 정치권도 현대차 전주공장의 위기 극복과 제2의 도약에 함께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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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5.06 17:47

심각한 농촌 인력난, 실질적 지원책 세워야

본격 영농철을 맞았지만 농촌지역에 일손 구하기가 힘든 데다 인건비마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외국인 인력 수급이 막히고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적기 영농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농촌은 봄 영농철이 시작되면서 각종 밭작물 파종과 모내기 준비, 양파 마늘 등 지난해 파종작물의 수확을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분주한 농사철을 맞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일손 품귀로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더욱이 인력 수급이 막히면서 지난해 5~6만 원에 불과했던 인건비가 최근 10만 원을 넘어서면서 배 가까이 급등했다. 전라북도에선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90일까지 근무하는 C-4 비자가 아닌 최장 150일까지 일할 수 있는 계절근로 비자를 도입하고 6개 시군에 464명을 배정했다. 또한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 운영을 위해 지원예산으로 23억 원을 책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렇지만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 등으로 법무부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송출국 정부의 보증을 요구하는 등 철저한 검증을 진행함에 따라 일선 시군에 외국인 근로자를 제대로 배치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를 구해도 거주할 주거시설 문제로 인력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로 사용해오던 샌드위치 패널이나 컨테이너 하우스는 더는 숙소로 제공할 수 없다. 정부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에 농가에선 이웃들이 살던 농촌 빈집을 임대하거나 사들여 리모델링 등을 통해 외국인 숙소로 사용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다. 오래된 농촌 빈집의 경우 대부분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기에 불법 건축물로 분류돼 주거시설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도시지역의 원룸을 임대해서 외국인 숙소로 사용하기에는 임대료 부담이 크고 통근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선 이러한 농촌 현실을 감안해서 농촌 인력 수급을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제도적 대책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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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17:47

산다는 것은

김덕남 수필가 새해 인사로 덕담을 건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의 봄이 깊어간다. 나이 들어가는 탓일까. 요즘 더 세월이 빠르게 달아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허리 협착증으로 고생하던 동갑내기가 견디다 못해 몇 해 전 허리 시술을 했는데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또 어깨 수술을 받았다며 아홉수 넘기기가 그리도 힘들고 무섭더냐. 한다. 그 동네를 떠나 온 지 벌써 여러 해. 남편의 건강 변화와 코로나 괴질로 여유롭지 못한 마음에 나는 그녀의 근황은 아예 염두에 두지도 못했다. 관상동맥 스텐트를 꽂은 남편의 친구가 작년 가을 산행 중에 넘어져 응급실을 다녀온 뒤 내내 마음을 졸여오더니, 새해를 맞아 팔순이 되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하더라고 했다. 인생 고난이 어느 시기를 고려하며, 생명의 끝이 어느 나이를 예외로 하던가. 아홉수 이야기는 우리네 민속적 금기일 뿐, 아홉이란 숫자는 완전하고 가득 찬 수로, 십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새로운 변화에 앞서 조심을 이르는 선조들의 지혜의 가르침이다. 모두가 짧은 인생길의 허무와 죽음의 두려움에서 나약해진 노년의 심정들이었다. 코로나로 집합 금지와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요즘, 매달 만나던 동기들도 못 본 지 오래인데 취미활동마저 중단하고 나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별한 나들이 없는 내 일상은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 화장하는 일과 멀어지고 매무새도 허술해져 활력 없는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다. 나다닐 때는 잊고 지내던 내 몸의 작은 통증들까지도 무기력한 나를 얕보며 여기저기서 때로 아우성친다. 백신의 불안은 여전하여 올해도 마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하니. 내 생의 아까운 시간이 또 얼마간 그렇게 위축되고 답답하게 흘러갈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게다가 요즘 유난히 멀쩡하던 지인들의 황망한 타계 소식들은 나를 더욱 허탈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또 가까운 후배의 갑작스러운 비보를 들었다. 그녀의 죽음에 왜? 왜? 도무지 믿기지 않는 나는 몇 번을 되묻기만 했다. 코로나로 모든 활동을 접고 은둔하는 시간을 보낼 때도 그녀는 취미활동을 이어가며 헬스장으로 거침없고 씩씩한 행보를 했다. 그런 그녀의 생전 모습들이 자꾸 떠올라 나는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 다재다능하고 많은 사람과도 잘 어울리며 늘 당당하던 그녀는 정년퇴임 후, 물 만난 고기처럼 세계 곳곳을 누비며 넘치는 에너지로 삶을 즐겨 나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한라산 등반, 차마 고도 여행을 다녀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동안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었던 그녀였다. 친구가 봄기운을 이기지 못했는지, 볕이 너무 좋아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다며 점심이나 하잔다. 칠십 문턱도 오르지 못하고 삶을 끝낸 그 후배가 한 줌의 재로 되는 시각, 나는 반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에 정성껏 분을 바르고 모처럼 입술연지도 발랐다. 높이 올려 둔 구두도 꺼내 신고 스카프로 한껏 멋을 냈다. 이제 그녀의 활발했던 몸짓과 유쾌한 웃음소리는 이 천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흐드러진 봄꽃 아래로 또각거리는 내 구두 소리에 애써 우울했던 마음을 날려버린다. 나는 잠시 후면 친구의 반가운 얼굴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것이다. 봄볕이 내 안으로 더 깊숙이 안긴다. △김덕남 수필가는 초등 교장으로 정년하고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향촌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수필집 <아직은 참 좋을 때> <추억의 사립문>이 있으며 삽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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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17:47

새만금 사통팔달의 마지막 관문, 전북 하늘길 서둘러야

정운천 국회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 새만금 전도사. 20대 국회 등원 후 얻은 별명이다. 당시 김도읍 예결위 간사가 회의 중 새만금 청장님께서는 정운천 위원께 상당히 감사 인사를 많이 드려야 될 겁니다. 모든 회의, 각종 자리에 새만금에 대해서 관심을 놓지를 않아요. 새만금 전도사십니다라고 발언하면서 공식적인 별명이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예결위원을 하면서 국무총리와 각 유관부처 장관들을 한명 한명 직접 호명하며 새만금개발 관련 질의를 빼놓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변화가 있었고 2019년 새만금 관련 예산이 사상 최초로 1조원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이러한 국가예산의 지원 속에 과거와 달리 새만금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새만금 물류와 교통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땅길인 동서도로가 개통됐고, 남북도로는 2023 세계 잼버리 개최 이전 개통을 목표로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새만금신항을 통해 들어온 화물을 배후 산업단지에 공급하고 전국적인 물류여객 수송망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새만금항 인입철도 역시 조기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닷길인 신항만 공사는 기존 2~3만톤급이던 부두시설 규모를 5만톤급으로 확대하고 1단계 부두 2선석을 국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년 전 정부는 새만금 신항의 재정 전환과 크루즈부두 도입에 미온적이었지만 끊임없이 해수부를 설득해 초대형 크루즈선(20만톤급)까지 접안이 가능한 부두로 제2차 신항만건설 기본계획에 담을 수 있었다. 국제 관광 시장에서 크루즈산업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고, 세계물류의 대부분은 항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땅길과 바닷길이 계획대로 진행되며 이제 마지막 관문인 하늘길만 남았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늦어도 2024년 착공해 2028년 개항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늦다. 항만과 도로 철도망이 구축되는 시점에 하늘길도 열려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국제공항 오지라는 서러움을 이겨내고 전북인의 자존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업 시기를 당기는 일에 전북이 사활을 걸어야 한다. 올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 돌입하고 건설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key) 방식 등으로 공사기간 단축도 병행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2월 새만금위원회에서 확정된 새만금 기본계획(변경)에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건설을 반영하였고, 필자가 공식적으로 국토부에 요구한 질의에도 턴키 방식을 포함해 공사기간을 단출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추진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것을 통해 국제공항의 기반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비행학교와 항공정비 MRO, 우주선까지 발사할 수 있는 종합항공 우주산업으로 만들어야 제대로 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이제 새만금의 하늘길을 열기 위해 도민들의 염원을 담아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작년 예결위 당시 새만금 국제공항과 관련해 검토의견에 따른 예산삭감 위기가 있었지만, 동료의원들을 설득해 지켜낼 수 있었다. 5년 연속 예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만금 예산과 관련해 수없이 있었던 일이다. 그렇게 얻은 새만금 전도사라는 별명인 만큼 사통팔달의 마지막 관문인 하늘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땅길과 바닷길, 하늘길까지 열려 새만금이 동북아의 중심,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비상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정운천 국회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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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5 17:40

환경오염 우려되는 만경강 둔치 골프장

전주시가 만경강 둔치에 추가 조성하려는 파크 나비 골프장을 놓고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주시는 시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북녹색연합은 하천 생태계 파괴를 들어 계획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파크 나비골프는 특수 제작한 공과 클럽으로 비거리를 줄여 넓지 않은 장소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미니 골프다. 전주시는 2019년부터 해당부지에 9홀 규모 파크 골프장(2만1245㎡)을 조성 운영하고 있다. 시는 올해 13억원을 들여 인근에 파크 골프장(2만㎡)과 나비골프장(1만7000㎡) 추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전북의 젖줄인 만경강의 수질은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정부를 비롯 유역 도내 지자체들이 지속적으로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 하천 환경정비 사업을 비롯 오염원 제거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골프장 부지는 멸종위기 1급 조류인 황새를 비롯 많은 철새가 도래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해당 부지는 당초 지역 농민들이 오랫동안 농사를 짓던 땅이었으나 새만금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하천 정비사업이 실시된 곳이다. 농사를 금지시킨 부지에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는 정책의 연속성과 정당성 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전주시는 1만㎡ 이상의 사업을 하천부지에서 실시할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지 소유기관인 익산국토관리청의 점용허가만 받아 골프장을 조성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시는 해당 골프장의 환경오염이나 훼손은 없다는 반응이다. 잔디관리를 위한 농약살포나 형태 변경이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농약살포나 형태 변경만이 오염이고 훼손인가. 많은 인파가 찾게 되면서 차도 몰리고, 쓰레기 발생 등 주변 오염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다. 또 사람이 몰리는데 철새가 찾아올 일도 없다. 이같은 논란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대해 시 당국은 고민을 해보기 바란다. 꼭 만경강 둔치에 미니 골프장을 설치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환경오염 우려가 없는 대체부지를 물색하는 것이 만경강을 살리고, 시민단체와의 상생도 도모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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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5 17:40

장수가야가 반파국인 이유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실학의 비조인 성호 이익(李瀷)은 최초로 가야의 범위를 전북 동부까지 확장했다. 전북가야의 탄생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역사서『일본서기』와 중국 양(梁)의「양직공도」, 이 2곳에서만 등장하는 반파국(伴跛國)이 주목된다. 전자에서는 513년~515년까지 3년간, 521년인 후자에서는 반파(叛波)로 적혀 있다. 6세기 초에 돌연히 등장한 반파국은 521년경 백제 곁의 소국으로 전락한 후 곧 사라졌다. 그렇다고 반파국은 6세기 초에 생겨나지는 않았다. 지금의 섬진강 하구 하동항을 가리키는 다사진에 대한 지배권 문제와 더불어, 반파국이 기문국을 병합한 데 따른 이해 충돌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반파국은 쳐들어 온 백제와 왜(倭)의 군대를 처참하게 격파했고, 신라의 촌락을 습격해 초토화시켰다. 반파국은 1 : 3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면 백제와 왜 그리고 신라가 반파국과 충돌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3년을 끌 정도로 힘겨운 승부였다. 물론 반파국이 이들 삼국의 이익을 침해했기에 삼국간섭이 발생한 것은 자명하다. 반파국의 영향력과 소재를 가늠할 수 있는 요체는 섬진강 하구 다사진이었다. 섬진강 물길은 수송로 역할을 했다. 이 무렵 반파국은 봉화망을 운용했다. 통신 수단인 봉화는 경보 체계의 작동을 뜻한다. 그리고 봉화대는 일정한 영역을 전제로 한 단일한 정치체에서 구축 가능한 시설이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110여 곳 봉화망의 종착지는 정치적 중심지인 동시에 봉화를 운영하는 주체였다. 이처럼 광대한 봉화망은 『일본서기』는 물론이고『신찬성씨록』에 적힌 3기문의 영역 300리와 부합한다. 섬진강 하구는 반파국이 남해로 나가는 수송 관문이었다. 이와 연계된 운봉고원과 장계분지에서는 막대한 제철 유적이 확인되었다. 왜까지도 비상하게 신경을 쏟은 전략 물자가 철(鐵)이었다. 당시 반파국은 운봉고원의 기문국을 병합할 정도로 기세를 올렸다. 그러한 반파국의 소재지로는 고총고분과 제철산지가 밀집한데다 봉화망의 종점인 장수를 지목하는 게 자연스럽다. 지금까지는 반파국을 경상북도 성주나 고령으로 지목했었다. 이 설은 숱한 문제점을 지녔지만 몇 가지만 적시한다. 첫째, 『삼국지』 동이전의 변진 반로국(半路國)이 반파국의 간오(刊誤)라면, 단 한 건의 이본(異本)도 없이 모두 반로국이라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둘째, 479년에 가라(加羅=대가야)는 남제(南齊)의 책봉국이었기에 백제 곁의 소국인 반파국과는 관련 지을 수 없다. 셋째, 반파국은 임나국의 별종(別種)(『釋日本紀』)이었기에 본종(本種)인 대가야와는 무관하다. 넷째,『일본서기』에서 가라의 훈독은 가라カラ이지만, 반파는 하헤ハヘ였다. 양자는 서로 다른 별개의 국가였다. 다섯째, 장수군 일원의 백제 때 행정지명인 백해(伯海)의 『전운옥편』음인 파해는, 반파 음가인 하헤와 연결되고, 하헤에 탁음을 붙이면 파헤バヘ가 된다. 따라서 반파국은 장수군 장계면의 백제 때 행정지명 백해와 닿는다. 문헌과 물증을 통해 장수가야는 가야의 빅(Big)4인 반파국으로 밝혀졌다. 반파국이 백제와 경쟁하면서 왜에 보낸 진물(珍物)은 경제력과 독자 교역망 구축을 헤아리게 한다. 천 오백년간이나 묻혀졌던 제3의 가야, 반파국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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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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