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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만금 꽃봉오리 틔우기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새만금에서 바라 본 바람길이 새해를 힘차게 가른다. 30년 새만금 개발의 기다림에도 새로운 빛이 찾아왔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잠시 멈춰선 전무후무한 상황을 겪으면서 많은 새로움을 마주해야 했다. 자유롭게 다닐 수도, 만날 수도 없는 긴 방역생활은 얻음보다 잃음에 대해서, 또한 다변화된 환경과 경제, 사회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위기를 체감하게 됐다. 문제를 온전히 만났을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듯이 완전히 새로운 작동 시스템을 고민해야 하는 역사적 과정에 놓이게 된 것이다. 새만금 개발이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새해의 화두가 된 것은 그만큼 미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해졌고, 이 중차대한 시기에 새만금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멈춤의 세상에서 새만금 개발은 역동적으로 변화했다. 동서도로 개통으로 크게 향상된 새만금의 접근성은 탄소중립의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에 힘을 실었다. RE100산단 선포와 태양광 착공으로 본격화되는 재생에너지사업과 새만금 최초로 대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하여 미래가 곧 현실이 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도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핵심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미래의 복합적인 변화에 대응할 주체로서 새만금이 한 발 더 나아가고자 한다. 먼저, 새만금사업의 기본 틀인 기본계획을 재정비하여 내실화에 집중한다. 2021년 이후의 2단계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린뉴딜과 신산업의 중심지로 새만금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할 것이다.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여 2월중 새만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다음은 재생에너지 사업의 안정적 추진이다. 새만금의 상징이 된 육상?수상 태양광, 풍력 및 연료전지 등 발전사업을 유형별로 신속하게 추진하고 전력망도 적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나갈 것이다. 세 번째는 그린뉴딜 사업 활성화이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RE100 그린산단 조성,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그린산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략 이행에 필요한 연구 개발(R&D) 등 중점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네 번째는 관광 분야의 가시적 성과 도출이다. 새만금은 모든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라는 천혜의 옷을 입고 있다. 이제 새만금의 또 하나의 중요축인 문화예술관광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관광레저 용지의 투자유치도 적극 검토하겠다. 새만금만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시대에도 통하는 문화 관광행사를 발굴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유치 가속화이다. 과거 새만금의 장점이 넓고 저렴한 토지, 세제 인센티브 등이었다면, 이제 기업들은 이곳의 재생에너지 활용 여건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회를 살려 신에너지, 미래차, 데이터센터 등 4차 산업 분야의 유망한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만금이 나아가고 있는 길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대미문의 위기 역시 그렇듯, 앞으로 새만금의 꽃봉오리는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틔우는 동력이 될 것이다. 새해 새 출발에 놓인 도전, 열정, 각오 앞에서 새만금이 국민에게는 위로와 힘이, 도민에게는 자긍심과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새만금 개발이 틔움에서 성장하여 진정한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양충모 청장은 새만금개발청 기획조정관, 기획재정부 예산실 경제예산심의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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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1 16:38

시대의 분기점에서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전 시대에 없었던 특이한 사건은 시대적 분기점이 된다. 스페인 독감이 있었지만 1세기만의 일이니, 코로나 19도 역사의 장에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어떻게 기록될지는 모르지만 1세기 전의 사건과 같은 색조로 기록되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 한 시대의 탄생은 꽤 복잡한 구성요소들이 녹아든 용광로에서 흘러나온 철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라는 위기의 형태에만 주목하면 안 된다. 주형틀이 아무리 달라도 위기라는 광석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찰스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한다. 최고의 세월이요, 또한 최악의 세월이었다. 지혜와 우둔의 시대요, 광명과 암흑의 계절이요, 신앙과 불신앙의 기간이요, 희망의 봄이요,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들 앞에는 온갖 것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또한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모두가 다 천국으로 곧장 연결될 것들이었으며, 지옥으로 곧장 떨어질 것들이었다. 디킨스는 최고가 되거나 최악이 될 형질이 한 시대 안에 공존한다고 보았다. 어쩌면 같은 형질의 다른 발현일지도 모른다. 디킨스가 말한 두 도시, 런던과 파리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파리는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을 기점으로 런던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 시간적 결과를 벨 에포크라고 불렀다. 1940년 11월 앙드레 알레오가 <라디오 파리>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 벨 에포크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파리의 시간을 아름답고, 좋은 시대로 만들었지만, 그 후에 어떤 시대가 이어졌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벨 에포크는 20세기 최악의 비극인 제1차,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유럽문학의 주류 목소리는 오랫동안 1,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다루는데 바쳐졌다. 르네상스라는 위대한 인문주의를 탄생시켰다고 그토록 자부했던 유럽문화가 홀로코스트를 위시한 무차별적 살육의 역사를 낳은 것에 대해 유럽의 지성들과 작가들이 받은 충격의 여진이 매우 길었던 때문이다. 위기는 사회구성원에게 여지가 많지 않은 선택을 강요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가장 좋은 것에서부터 가장 나쁜 것까지 탄생한다. 지금이 그런 국면이다.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위기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위기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 변화는 사회구성원들을 승자와 패자로, 적응한 이들과 적응하지 못한 이들로 나눈다. 패자 혹은 적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변화가 곧 재난이다.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때 주목할 것은, 변화가 반드시 선은 아니며 변화에 따르지 못한 것이 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삶은 다양해야 하고, 그 다양성은 변화가 찾아왔을 때 함께 변화하지 않겠다는 것들까지를 존중하고 포함해야 한다. 역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18181897)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통해 이후에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지혜를 얻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이번 위기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전보다 똑똑해지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식의 축적이 모든 구성원의 삶이 더 나아지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만 지혜가 될 수 있다. 같은 위기 속에 있지만, 나라마다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선택과 대응이 새로운 시대를 연 지혜로 기록되고, 모두가 따르는 답이 되기를 바란다.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천세진 작가는 시집 『순간의 젤리』(천년의시작, 2016)와 『풍경도둑』(모악, 2020), 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피서산장, 2019)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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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1 16:38

교육감선거 보수와 진보 편 가르기 안될말

이상덕 민주교총 대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는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겪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멈출 것 같지 않던 사회적 관계와 일터, 학교가 멈추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사회 각 시스템의 의미와 효용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혹자는 세계가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랜 세대를 지나면서 언제나 당연하게 옆에 있던 학교의 위치도 새로워졌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부모님이 어렸을 때도, 그 윗세대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학교와 교실의 모습은 항상 비슷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서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각자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였다. 코로나를 맞아 더이상 학교가 전과 같을 수 없게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모두 학교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으며 학교와 사회가 제공하는 공교육이 얼마나 모든 이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가 다시 한번 교육을 바로 세우는 시기가 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교육이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교육을 받는 것이 모든 것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학교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리두기와 원격수업과 같은 교육에 관한 문제 외에도 여전히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다. 2014년부터 연례화한 교육공무직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학교가 교육의 장이기보다는 노동쟁의의 각축장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가되어왔다. 지난달에는 돌봄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온종일돌봄특별법 폐기 등을 주장하는 파업에 초등학교 돌봄전담사의 41%가 참여해 전국 돌봄교실의 34%는 운영하지 못하였다. 학교에는 교사 외에도 교육행정사, 조리직종, 특수 교육 지도사, 학교도서관실무사, 초등돌봄 전담사 등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비정규직노조를 조직하여 학교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는 순리에 맞게 개선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교육의 중장기적인 목표 안에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표를 얻기 위한 눈치보기와 일자리 창출 정책 등 정치에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교육감은 직선제로 선출되고 있다. 변화 없이 오랫동안 굳어져온 과거의 관료주의적인 교육계가 혁신적인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의 정당 공천을 배제했지만 선거가 사실상 보수와 진보의 정치 이념 대결로 치러지거나 중앙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이 등이 야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제도 개선을 더 이상 늦출 이유는 없다. 바람직한 교육감 선출 방식에 대한 타당성 검증과 보완 방법을 고민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현장 교사의 의견이다. 학교 밖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를 바란다. /이상덕 민주교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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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1 16:38

학교 현장에서 꽃 피울 민주시민교육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던 자녀들을 자퇴시키고 자기 집 차고를 리모델링해서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별을 향해)라는 학교를 세웠다. 그는 지식과 정보는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으나 윤리적 선택, 사회적 가치 판단은 인공지능에게 넘길 수 없으니 민주시민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하였다. 그것이 그가 학교를 세운 이유였다. 민주시민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초중고교를 거치면서 민주시민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근육을 길러야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착하게 살자와 같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체험과 실천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민주시민의 힘과 가치를 깨우치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참여일 것이다. 첫째,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을 참여시켜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학생은 빠져 있다. 왜인가?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보지 않고 교육의 대상(피교육생)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민주적이다. 비민주적인 구조를 만들어놓고 민주시민교육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학생을 교사, 학부모와 동등한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학생을 참여시키고 학생이 스스로 그 주체임을 깨닫게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다. 둘째, 학교가 학생자치의 실질적인 실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간 학생자치 예산은 체육대회나 축제 등 기존의 학생관련 예산을 중심으로 학교 기본 운영비의 1%를 편성하여 담당 교사의 지도감독하에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학생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예산을 배정하고, 독립적인 운용 권한을 주어 학생회 책임하에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수업에서 민주시민교육을 녹여내야 한다. 민주시민의 자질은 질문과 토론,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질문하는 능력, 사유하는 힘을 기르려면 질문과 토론이 있는 수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실이 사회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교실은 우리 사회의 현안과 소통해야 한다. 사회 현안과 연계해서 그 이슈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사유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간혹 학문적,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가치 판단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지적이 일곤 한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의 양식, 판단력, 자정력을 믿는 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1976년 독일의 이른바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현실정치에서 논쟁적인 내용을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이미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치와 연대, 소통과 협력이라는 민주적 풍토 속에서 성장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민주적으로 생활하며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롭게 열린 2021학년도는 민주시민교육이 교육현장에서 뿌리내리고 꽃피우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이사장은 현재 군산대 석좌교수로, 노무현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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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0 16:54

취향의 발견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요즘 나는 취향의 발견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연말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황금 같은 휴식에 마음을 편히 놓지 못한 건 지난 몇 년 간 이어오던 일상이 멈췄을 때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작년 한 해 우리는 겪어본 적 없는 공포를 마주해야 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고립된 일상으로 살아가기를 요구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는 그저 혼란스러운 상황에 장기적인 계획 실천을 위한 걸음을 떼기보다 작금의 현상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이슈와 가치들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실천 가치보다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에게 주어진 고립된 쉼 앞에 나에게 집중해보고자 했다. 사실, 그것 말고는 이 시국에 딱히 여행을 간다거나 영화나 전시, 공연을 보러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늦잠을 자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며칠이 흐르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새삼 무미건조한 나의 주변과 일과 관련된 물건들 말고는 재미를 느끼며 할 수 있는 것 즉, 취향이 반영된 것이 거의 없는 내 사적 공간구성에 적잖이 놀랐다.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었나 싶은 마음과 함께, 나에겐 조금은 당황스러운 이번 시간이 취향에 대하여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된 듯하다. 잠시 취향에 관한 연구에 대해 간략하지만 흥미로운 내용을 언급해 볼까 한다. 사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복잡다단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되는데, 100% 그렇지는 않지만, 개인의 선택을 좌우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취향이다. 취향은 1970년대, 90년대 이후 그리고 현시대까지 각각 다른 시각과 의미로 규정되어 왔다. 시대별 대표적인 이론을 소개하자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다른 사회 계층끼리 차별화되는 문화 소비패턴에 의해 취향이 구별된다고 보고 이를 아비투스 개념을 이용해 취향의 동질성은 계층에 속한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90년대 이후 취향을 통해 계층 간 구별되는 지점을 중요한 포인트로 여기지 않으며, 소위 고급 취향과 저급 취향을 나누는 기준이 무의미함을 여러 연구자가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기존의 이론들의 주장하는 특정 계층만의 취향으로 여겨지는 콘텐츠들이 그들만의 전유물로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및 다양한 플랫폼의 확산으로 콘텐츠가 개인에게 공유되고 소비되는 방식은 이전 세대에 비해 확실히 접근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이제 취향은 특정 집단을 규정짓는 패턴이 아닌, 개인의 성향에 대한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의 다양화 안에서 생각 볼 이슈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분량 관계상 이 내용을 자세히 다룰 순 없지만, 우리는 큐레이션이 지나치게 발달한 알고리즘 환경에서 가진 취향이 과연 온전히 그 개인의 기호에 의해 형성된 취향일지 아니면 어떤 선택하고 볼 수 있는 권한조차 단절되어 특정 취향을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좋은 취향을 가진다는 건 단순히 운 좋은 발견일 수도 부단한 노력일 수도 있다. 취향을 그저 받아지는 정보에 의해 수동적으로 형성되는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진짜의 취향을 발견하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이주경 주임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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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0 16:54

100% 시민경선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415 총선 결과에서 나타났듯 도내 정치판은 민주당이 주도한다. 유권자 3분 2 정도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신인들이 지방선거에 나서기가 어렵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기성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높은 성을 넘을 수가 없어 나서기가 겁난다. 권리당원 모집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당정치를 실시하는 마당에 당원을 배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지역정서가 같기 때문에 단체장 후보자를 결정할 때 당원 50%를 배제하고 일반 시민으로 100% 여론조사해서 결정하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원 50% 일반시민 50%를 합산해서 후보자를 결정했지만 이번 국민의 힘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하는 것처럼 같은 방식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식으로 가면 정치신인들이 당원 모집을 안하고 곧바로 단체장 선거에 뛰어들 수 있다. 사실 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얼마든지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면 깨끗한 선거풍토를 만들 수 있다. 익산시장과 고창무주임실 군수가 무소속이고 나머지 10개 지역 시장군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이같은 구도하에서 민주당이 단체장 후보를 결정할 때 100% 시민여론조사로 한다면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지지를 폭넓게 받은 사람이 후보로 결정되기 때문에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전 지역을 실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 지역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실시했으면 한다. 전주시장 후보자의 경우 2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경선룰을 만들어서 중앙당 승인을 받으면 된다. 익산시 군산시 정읍시 남원시 김제시도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문성 있고 정치적으로 역량있는 인물이 후보자로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계속 가면 3선이 끝나고 난 다음에야 신인들이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역량있는 사람이 단체장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이 그간 도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한몸에 받았기 때문에 공천권을 도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뜻에서 과감하게 이 방법을 채택해서 썼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지지가 더 견고해질 수 있다. 특히 정치신인들도 기성정치인들과 달리 평소 자기분야에서 더 열심히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뭔가 전북은 공천틀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정치틀을 깰 수가 없다. 지금도 단체장 선거에 나서려면 선거준비 기간여하에 따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현직자들도 알게 모르게 선거자금 확보로 부정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 후보들의 이름이 거명되지만 현행 민주당의 공천룰을 바꾸지 않으면 개혁공천은 불가능하다. 공천개혁을 통해 지역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1.10 16:54

전북형 뉴딜, 도민 체감 경제효과로 이어지게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전북도가 후속 조치로 준비한 전북형 뉴딜 종합계획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전북도는 생태문명의 수도 전북을 비전으로 3대 정책방향 기조 아래 9대 분야 27개 중점과제, 8대 대표 브랜드 사업을 포함한 종합계획을 지난주 발표했다. 전북형 뉴딜은 오는 2025년 까지 총 20조7800억원을 투자해 재생 에너지 2550 실현 디지털 산업 2배 성장 일자리 21.8만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와 4차산업 혁명을 슬기롭게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지역실정에 맞게 마련한 추진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전북의 장점이 된 새만금의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계획은 지역 특성을 살린 설정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2조원대를 투자하는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SK 사례는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 유치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규모있는 첨단기업 발굴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전북형 뉴딜의 최우선 과제는 설정 목표대로 추진돼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효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계획대로 진행돼 미래성장 견인과 경제 도약, 일자리 안정의 실적을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도감있는 추진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사업만 그럴 듯 해서는 안된다. 먼저 사업을 전담할 조직 및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아울러 사업의 성패는 사업비 확보에 달렸다. 국비와 지방비 확보는 물론 10조원 대에 달하는 민자가 필요하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10조원대의 민자 유치는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일부 신규 사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전북형 뉴딜 여러 사업 중 특히 주목되어야 할 분야가 일자리 창출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소득과 소비를 늘리고 이는 다시 투자돼 경기 회복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전북형 뉴딜이 사업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경제 성장동력으로 기능해야 한다. 사업의 콘트롤타워 역할 및 중앙정부와 예산확보 등을 위한 소통 창구인 전북도가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정치권의 협조 또한 절실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1.10 16:54

완주 문화도시 사례 도내 전체로 확산되길

문화체육부는 완주군을 포함 전국 5곳을 제2차 문화도시로 지정하고 올해부터 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본격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완주군은 지난해 25곳이 응모한 예비도시 공모에서 예비사업 주자로 뽑힌 후 12개소와 경쟁을 벌여 이번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완주군 문화도시는 호남권에서 처음이며, 전국적으로도 1차 지정된 7곳까지 포함해 군 단위로 유일하다. 지자체간 치열한 경쟁을 거친 성과여서 더욱 박수를 받을 만하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하고 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할 수 있도록 문체부가 지정하는 도시다. 문화도시에는 5년간 최대 100억원의 국비가 지원돼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꾸릴 수 있게 된다. 대부분 도시들이 내거는 문화예술 도시라는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가 인정하는 법정 문화도시라는 점에서 지역의 자긍심을 높일 무형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완주군이 문화도시로 지정된 데는 주민 참여와 행정의 지원이 바탕이 됐다. 완주군은 시민문화배심원단, 문화현장주민기획단을 통해 사업 대상이나 콘텐츠,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지역 문화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군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조례를 제정해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도내 다른 시군에 비해 완주군의 문화적 자산이 월등하다고 할 수 없다. 도시 자체가 전주를 빙 둘러 흩어져 있어 완주 문화라는 구심점과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외지 전입 인구가 많아 지역 토박이들과 문화적 차이와 갈등도 만만치 않을 터다. 이런 불리한 요소들을 오히려 자산 삼아 기회로 만든 것이다. 전북에서 제일 먼저 예비 도시로 지정됐던 남원시가 1차에 이어 이번에도 본 지정에 실패해 지역사회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익산시와 고창군은 지난해 각각 예비 문화도시로 지정돼 제3차 문화도시 지정에 도전한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도내 다른 시군도 완주군의 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완주군 또한 명실상부한 문화도시가 될 수 있도록 고유의 문화적 브랜드를 창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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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1.10 16:54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문학관 신축 서둘러야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우리 전북은 한국문학의 메카라고 할 만큼 그 문학적 자산이 특별하고 의미가 크다. 문학적 장르 대부분이 이곳 우리 전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은 한국문학의 메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현존 유일의 백제 가요 정읍사(井邑詞)가 전북 정읍에서 만들어졌고, 신라 향가 「서동요」는 백제 무왕에 의해서 불린 노래다. 최초의 가사 「상춘곡」이 정극인에 의해서 태인에서 창작되었다. 순창의 신경준은 『여암유고』에 「시칙(詩則)」을 남겼는데, 이는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시 이론서이다.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저포기」는 우리 고장 남원과 관련된 이야기다. 판소리 춘향가의 무대가 남원이고, 흥부전이 남원 아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가람 이병기의 현대시조 부흥 운동이 이곳 전북에서 일어났다. 이렇듯 모든 문학 장르가 우리 전북을 본산지로 두고 있음은 한국 문학사에서 아주 특별한 현상이다. 전남의 경우 담양을 중심으로 하여 발달한 가사 문학을 가지고 문학의 메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것과 비추어 본다면 우리 전북 문학의 위상은 그보다 훨씬 높고 다양하다. 이러한 토양에 기초한 전북 문학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배출되면서 한국문학을 선도해 왔음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 전북문학관은 특별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북문학관의 설립 연대가 짧고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지만, 전북문학관이 나아갈 방향과 사명은 절대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문학관은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문학을 창출하는 견인차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문학관은 자료의 수집, 보존, 복원, 관리, 전시 및 활용을 목적으로 하며, 관계기관과 단체, 지역민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홍보,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법 취지에 맞게 전북문학관은 2013년부터 꾸준히 노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 전북문학관에는 몇 가지 태생적 한계와 문제가 있기에 전북문학관을 신축하여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북문학관은 아주 열악하다. 구시대의 낡은 유물에 자리하고 있는 전북 문학관은 공간적으로 매우 협소하여 문학관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점은 도민으로서 매우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도민과 문학인들의 여망에 따라 새로운 문학관이 세워져야 한다는 여망에 따라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의회에서도 문학관 신축 의지를 가지고, 문학관 신축 예산 확보에 노력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최근 제정된 문학진흥법과, 그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문학관 신축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점에 부응하듯 우리 지역의 전북문학관 신축 논의는 다행스러운 일이면서 동시에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문학관 신축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도민의 문학적 소외는 불가피한 일이 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전북 도민 모두가 우리 전북 문학이 한국문학의 메카라는 사실에 긍지를 가지고 전북문학관이 빠른 시일 내에 신축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응원해 주었으면 한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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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0 16:54

‘입양’의 조건과 선택

삽화=권휘원 화백 10여 년 전, 탤런트 부부의 행복한 공개입양이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만 해도 공개 입양은 낯선 영역이었다. 전통적으로 혈연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입양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절대 비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 부부가 선택한 공개입양이 주목받았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선택이 단순히 화제가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탤런트 부부의 공개입양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입양을 고민해오던 사람들은 공개입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개입양이 운동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지만 공개입양 가정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외국의 경우는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입양아에 대한 편견이 없으니 친자와 입양아에 대한 차별도 없다. 지금은 우리도 인식이 바뀌어 공개입양이 늘고 있다. 더 이상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인식과 패러다임의 변화일 터다. 눈여겨볼 자료가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자 숫자다.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역사 65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내는 나라로 꼽힌다. 2차 대전 이후 해외에 입양된 아동 50만 명 중 40%인 20만 명 정도가 우리나라 아동이다. 들여다보니 1995년 국내입양은 해외입양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후 국내입양은 꾸준히 늘어 2007년 해외입양을 넘어섰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내는 나라란 불명예는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입양아는 704명, 이중 317명이 해외입양이었다. 국내에서도 한해 387명이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나 아직도 해외로 가는 입양아들이 적지 않다. 사실 입양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와 확신이 있다 해도 힘든 여정이다. 입양가정에 경의를 갖게 되는 이유다. 입양 된지 9개월, 양모로부터 끊임없이 학대를 받아온 두 살배기 정인이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입양아 관리가 새삼 조명 받고 있다. 관리체계를 탄탄히 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동학대보다 입양에 더 무게가 쏠려 있는 형국은 안타깝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어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대부분의 진정한 부모들에게 자칫 입양이 또 하나의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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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01.07 17:24

새만금 수상태양광 입찰 논란 바로잡아야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입찰공고 내용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새만금재생에너지 민관협의회 민간위원들이 특정 업체와 특정 제품을 염두에 둔 입찰공고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입찰 재공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 지역에 이익이 되기보다는 남의 잔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새만금재생에너지 민관협의회 민간위원들은 지난 6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입찰공고 내용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재공고를 촉구했다. 이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현대글로벌이 8대2 비율로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인 새만금 솔라파워㈜가 새만금에 추진하는 300㎿ 규모의 발전사업이다. 지난달 29일 공고된 입찰내용중 사업의 일괄 발주와 지분참여 회사에 대한 특혜 부여, 환경오염 우려가 제기되는 자재 사용 허용, 지역업체 참여 확대 방안 미흡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민관협의회는 그동안 더 많은 지역업체 참여를 위해 300㎿ 사업의 100㎿ 규모 분할 발주를 요구했지만 외면됐다. 300㎿ 가운데 100㎿ 사업권과 전력간선 케이블 납품, 전기실 및 접속반 설치 등 전체 공사의 1/3 이상은 지분참여자인 현대글로벌 차지가 됐다.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유리강화섬유플라스틱(FRP) 부유체 사용 자제 권고도 무시됐다. 지역업체 참여비율에 대한 가점 배점이 낮고, 발주사의 주관적 평가 가능성이 있는 정성평가 배점이 높은 부분도 문제로 꼽힌다. 새만금 솔라파워㈜ 측은 입찰내용은 국가계약규정을 따랐고 지분참여사에 대한 사업권 배려는 SPC사업의 관례라는 입장이다. 지역업체 참여비율 가점 배점도 다른 사업보다 낮지 않고 추후 현대글로벌이 진행할 사업의 경우 이미 지역업체 적극 배려가 약속된 상태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인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은 국가에너지 정책 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추진되는 사업이다. 새만금개발공사와 군산시의 육상태양광 발전사업이 분할 발주돼 지역업체 참여가 확대된 전례가 있는 만큼 새만금 솔라파워㈜는 입찰공고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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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1.07 17:24

국민의 마음 읽기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영하 15도에 눈까지 내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달력을 보니 소한이 지났다. 어른들이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 소한 추위는 꾸어라도 한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소한이 지나면 멀지 않은 곳에 봄이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일간지의 뉴스를 훑어보니 이번 주는 부동산에 관한 뉴스와 주식 뉴스가 크게 보인다. 작년 한 해 동안 아파트값이 20%나 올랐고 올해도 떠 오른다고 한다. 주식은 코스피 3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게 다 오르는데 어째 내려가는 것이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지지율이 36.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인가 보다.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서 2022년까지 총 650만 호를 공급하겠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신임 국토부 장관은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 설날 이전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또다시 스물다섯 번째로 발표되는 특단의 대책에 관심을 가져본다. 1970년대에 방주연이라는 가수가 당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모래밭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 코, 입 모두 그리고 입가에 미소도 그렸지만 당신의 마음 그 한 가지는 몰라서 못 그렸다는 내용이다. 마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요즘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니 현 정부가 한가지 놓친 것이 있다. 무엇이든 단숨에 다 이루고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국민의 마음 읽기를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힘들다. 첫째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기도 힘들다. 핸드폰에서 화면을 누르지 않아도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면 전화를 걸어준다. 곧 자율주행차를 타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이런 변화가 모두 4차 혁명시대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둘째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하여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상을 살아내기에 힘들다. 젊은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집 한 채 살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있고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서 한 칸 장만한 사람들은 세금 때문에 시름이 깊다. 셋째 정부와 소통이 안돼서 힘들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려나 보다. 기자회견이라는 단어도 오랜만에 듣는다. 왕이 종과 북을 치고 피리를 불고 노래를 하자 백성들은 왕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곤궁하게 해 놓고 뭐가 좋다고 저렇게 시끄럽게 노래를 하느냐며 이마를 찌푸렸다. 왜냐하면 임금이 백성과 함께하지 않고 혼자서 즐겁게 놀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금이 종과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노래를 했더니 백성들이 우리 임금님께서 편찮으신 데는 없으신가. 음악 소리가 참으로 즐겁다고 했다. 이는 임금이 백성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맹자 <양 혜왕 하> 편에 있는 내용인데 소통과 함께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구절이다. 중국 청대 문인이면서 관직에 종사했던 원매 선생은 그가 지은 조리서 <수원식단>에서 위정자가 할 일은 한가지 정책을 더 만드는 것보다 국민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폐단 한가지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본다면 스물다섯 번째 발표될 부동산 정책 특단의 조치는 새로운 묘수를 만들어내는 그 것보다는 이미 있는 정책 중 폐단으로 여겨지는 한 가지를 빼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이것은 그동안 각계 각층에서 정부에 대고 수도 없이 외쳐온 규제 철폐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나라이건 기관이건 간에 리더가 몇 명의 참모만 가지고 좋은 나라 좋은 기관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국민이 원래 자기가 살아오던 방식대로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어 가는데 무엇이 불편한지 그 불편함을 제거해 주는 것이 정치다. 어디 그런 세련된 정치를 할 사람 없는가?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신계숙 교수는 저서로 역사로 본 중국음식, 수원식단(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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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7 17:24

[권혁남의 일구일언] 다시 꺼내본 전주-완주 통합 징비록

권혁남(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완주군 이서면은 섬 아닌 섬이다. 지도를 보면 전주시가 중간에 끼워들어 이서면과 완주군 본토를 완전히 분단시켜놓았다. 마치 미국 알라스카가 캐나다를 사이에 두고서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행정구역의 땅덩어리가 다른 시군에 의해 이처럼 동강난 기형적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북 혁신도시를 가봐라.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이 동은 전주시, 저 동은 완주군이다. 길 하나를 두고 이쪽 가게는 전주시, 저쪽 가게는 완주군이다. 이 모두가 같은 생활권인데도 행정구역이 달라 일어나는 웃픈 일들이다. 지난 연말부터 전주-완주 통합 문제가 또 다시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올 가을까지는 통합문제가 마무리되어야만 한다. 전주-완주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 긍정적 파급효과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 지난 세 차례(1997년, 2009년, 2013년)에 걸친 통합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실패할 때 마다 도민들이 입었던 아픔과 후유증을 돌이켜본다면 통합문제를 다시 꺼내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도내 인구 180만 명이 붕괴 직전이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전북의 현실, 전주-완주 주민들이 겪고 있는 각종 불편 등을 생각한다면 결론은 또 다시 통합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여수와 청주의 통합은 모두 3전 4기 끝에 성공하였다. 우리도 4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통합을 다시 시도해야한다. 2009년 필자는 뜻있는 사람들과 전주-완주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직, 추진위원장을 맡아 민간인 중심의 통합운동을 벌인바 있다. 통합이 실패로 끝나고 필자가 메모해 두었던 전주-완주 통합운동 징비록(懲毖錄)을 다시 꺼내보았다. 징비록을 참고하여 몇 가지 도움말을 주고자 한다. 첫째, 정치인들이 외면하는 민간인 중심의 통합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09년은 당시 완주지역의 국회의원, 군수, 지방의원 모두가 반대하였다. 2013년에는 당시 완주군수는 찬성하였으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반대하였다. 민간인 중심의 운동은 자금과 조직 면에서 정치인을 결코 상대할 수 없다. 따라서 도지사와 전주시장, 전주지역의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이 앞장서 안호영 국회의원, 박성일 완주군수와 지방의원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이들에게 통합시의 시장, 의장, 상임위원장 직을 공개적으로 약속해라. 또한 통합이 되면 전주시 국회의원 선거구는 3개에서 4개로 늘어난다. 늘어난 지역구에 안호영 의원을 추대할 것을 전주시민의 이름으로 공개 약속해라. 둘째, 완주군민들이 통합으로 얻게 되는 각종 혜택을 최대화시키고, 불이익을 최소화시키는 정책들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완주군민들이 우려하는 소위 3대 폭탄(세금 폭탄, 전주시 빚 폭탄, 혐오시설 폭탄)을 불식시켜주어야 한다. 셋째, 결국 최종 결정은 완주군민들의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되는데, 주민투표 참여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 2013년 주민투표는 53.2%의 투표율에 55% 통합반대, 45% 찬성이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률이 높았고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인 삼례읍(26.1%), 봉동읍(34.9%), 용진면(31.0%)의 투표율이 매우 낮았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본다. 아무쪼록 올 가을에 통합이 결정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시가 힘차게 출범하여 새만금과 함께 전북의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작동해주기를 새해 아침에 간절히 바란다. /권혁남(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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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7 17:24

[노인환의 세상만사]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조정대상지역

노인환 한국미국 세무사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18일 전국에서 총 36곳의 조정대상지역을 신규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전주시가 바로 이번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조정대상지역이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율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율이 5:1 이상인 지역에 대해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한 지역을 말합니다.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 주택담보대출 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등을 통한 규제를 받는 것은 물론 분양권 전매와 1순위 청약자격 등에도 규제를 받습니다. 또한 증여를 통한 주택취득시 의 취득세 중과(12%)와 함께 양도 시의 1세대1주택비과세 요건강화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분양권 양도시의 고율과세란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먼저 1세대1주택 비과세 대한 요건 강화입니다. 통상적으로 1세대가 국내에서 1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였을 때 양도소득세가 비과세 됩니다. 또한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되더라도 기존 주택을 3년 내에만 팔게 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정대상지역에 포함이 되면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일시적 2주택자의 경우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해야 비과세 혜택이 가능합니다. 거주요건이란 1세대 전원이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실지로 해당주택에서 거주를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인 경우 모든 주택이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지의 여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은 조정지역대상 지정일 이후에 취득한 주택부터 적용됩니다. 따라서 전주시의 경우 2020년 12월 18일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었으니 그 이전에 취득한 주택의 경우 거주요건에 상관없이 보유요건만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가 있으며, 조정대상지역 지정일 이후에 취득한 주택은 양도 당시에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되더라도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2021년부터 분양받은 분양권의 경우 1세대1주택 비과세 혜택을 위한 주택을 판정할 때 1주택으로 보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노인환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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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7 17:24

[금요수필] 구석

▲ 조윤수 콧물이 질금거리는 것이 수상쩍었다. 게다가 귀에 물이 차서 멍멍한 중상이 생겼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간단히 물을 빼내니 치료는 간단했다. 두어 달 뒤에 또 그런 증상이 발생하여 다시 병원을 갔다. 이번에는 코도 검사하고 엑스레이와 CT촬영까지 해야 했다. 드디어 부비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12년 전에 코에 이물질이 생겨서 수술한 것이 되살아났다. 바로 그 의사에게 넘겨져서 부비동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판정 되었다. 만성 축농증이라니, 생활에서는 별로 지장을 못 느꼈는데 그렇다고 들으니 그간 이상 중에가 조금씩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다. 내 몸의 찌꺼기들이 부비동이라는 구석에 다 모인 것일까, 수술 시간은 짧지만 까다로운 수술이라서 전신마취를 했다. 다행이 전신마취를 하는데 걸림이 되는 증상은 없었다. 4일간 입원하고 수술도 잘 마치고 후유증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계속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제시간에 약을 챙겨 먹는 일도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평소 하루에 영양제 두 알만 먹는 나인데 끼니마다 약을 먹는 일이 성가셨다. 경과에 따라 점점 약은 줄어들고 드디어 석 달 만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사람은 각종 신체 장기 부속 마다 다른 병원을 다녀야 한다. 증상 따라 내과, 외과, 정형외과. 안과 치과 등으로 가야한다. 모든 기관이 연결되어 있건만, 참 편리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일인지 인체의 장기마다 다른 병원 순례를 하는 것도 인생 순례의 한 코스인가 싶다. 일생을 살아도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인체의 구석구석은 다 알 수도 없는 것을. 그래도 최종 관리자는 본인 자신일 수밖에 없다. 각종 약은 입으로 먹지만 어떻게 그 증상의 구석을 찾아가서 치료 효과를 내는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인체의 구조가 신비롭기도 하지만 그 치료 방법을 연구해낸 인간의 노력도 그만큼 대단한 일이다. 이놈의 집구석. 내 집을 못마땅하게 생각될 때 하는 말이다. 집구석을 치우다 말고 바깥바람 쐬고 와서 또 치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풍광 좋은 밖을 구경해도 돌아올 내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즐거운 내 집, 내 집뿐인데 우주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가장 편안하고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내 구석, 내 삶의 보금자리 나의 요람이다. 구석이 나를 구원해줄 것이다. 구석에 끼워놓을 귀한 것도 없지만. 이제 나중에 다시 꺼내서 쓸 시간조차 없다. 홀가분하게 비우고 비우는 일밖에 없다. 내가 떠난 뒤 내 주위에 있는 이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싹 치워 없어질 것이다. 비록 내 집구석일망정 나에게 짐이 되지 않을 만큼만 마지막 순간까지 내 곁을 지켜줄 것인가. 비약할 수 있는 날개를 지닐 정도만. 날마다 구석부터 다시 잘 살펴볼 일이다. 구석구석 닦아서 빛내라던 선사의 말대로... △ 수필가 조윤수씨는 2003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바람의 커튼」,「나도 샤갈처럼 미친 글을 쓰고 싶다」 「혼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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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01.07 17:24

자치단체 공공일자리 사업 대폭 늘려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고용 한파가 심각한 가운데 공공일자리 사업마저 크게 줄어들면서 노인층 등 일자리 사업 지원자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휴폐업 소상공인을 비롯해 공공일자리를 찾는 수요는 대폭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예산이 줄면서 공공일자리 공급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와 시군에서 올 상반기 시행 예고한 공공일자리 사업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생활방역 일자리사업과 시군 자체 공공근로 일자리 사업 등 2가지다. 오는 6월까지 진행하는 생활방역일자리사업은 297명을 선발해 공공기관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의 방역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지난 12월부터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11개 시군에서 총 2376명이 지원해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접수 중인 남원시와 무주군 고창군 등 3개 시군을 포함하면 전체 경쟁률은 더 치열할 전망이다. 시군별로는 40명을 모집하는 군산시에 854명이 지원해 20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익산시도 45명 모집에 391명이 지원했다. 105명을 모집하는 전주시는 900명이 몰렸다. 공공근로 일자리 사업 공모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로 환경정비 등을 담당하는 업무에 788명을 모집하는데 3888명이 신청했다. 82명을 모집하는 군산시에 1956명이 몰려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이처럼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마저 힘들어지면서 지원자들의 불만이 비등하다. 예전엔 공공일자리 사업에 노인층이 많이 참여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휴폐업하는 소상공인들도 생계를 위해 공공일자리에 뛰어들면서 공공근로 참여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됐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공공일자리 사업 확대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 피해업종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공공일자리도 대폭 늘려야 한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은 상황에서 실직자와 휴폐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는 바늘구멍처럼 좁은 실정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도 코로나19 팬더믹 시대를 맞아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인 만큼 국채와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공공일자리 확충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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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1.07 17:24

행정구역통합과 지방소멸의 시대

김윤정 정치부 기자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완주 통합을 넘어선 광역도시(메가시티)건설계획을 밝히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그 이유는 행정구역통합이 전주와 같은 중심도시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통합 파트너로 거론되는 완주나 인근 중소도시 입장에선 통합논의가 살생부처럼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행정구역통합 논의가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지방소멸이 가속화하는데 있다. 실제 전북지역의 경우 14개 시군 지자체 중 전주와 익산, 군산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도시가 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지역사회의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농촌지역은 학령인구 감소 수준을 넘어 아예 초등학교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태반이며, 전북의 중심이라는 전주에서조차 일자리가 없어 타 지역으로 떠나는 사례가 빈번하다. 수도권의 독식으로 말라가는 지역의 상황은 굳이 통계가 아니더라도 눈으로 확인 가능한 수준이다. 지방소멸 위기는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메가시티 건설에 사활은 거는 것도 생존을 위한 처절한 외침이다. 이 시간에도 청년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대도시로 대도시에서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기고 있다. 서울로 떠난 사람들은 단 몇 주라도 서울을 떠나 고향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서울은 오직 그 속에서만 살아갈 만한 삶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학창시절 고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10~20대는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정치인과 그 자녀들의 실 거주지는 서울이 압도적이다. 균형발전담론이 쇼로 끝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도 본인과 균형발전이 상관없고, 오히려 지역이 못 살아야 공약내기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전북에서 표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 정치인과 2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합해 실제 전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어림잡아 전체의 5%도 안 될 것이다. 이들 자녀가 전북에 사는 경우는 0.5%도 안 될 것이라 자신한다. 송하진 지사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도 이러한 현상과 맞닿아 있다. 송 지사는 전주시장 시절 통합이 무산된 이후 도내 지역 간 갈등을 염려해 통합이야기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지만,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플러스알파 통합전략을 꺼내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메가시티의 기본이 되는 압축도시 전략을 제시한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지방도시 살생부>에서 지방도시가 쇠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지방도시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북도내 지자체들 역시 10만도 안 되는 인구로 자족이 가능하다 외치기보단 쇠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살 길을 찾아야한다. 전북 정치인들에게 정쟁은 사치다. 지방의 소멸을 방치하면 전북전체가 공멸하는 길 밖에 없다. 전북 소도시의 쇠퇴는 예측의 영역을 넘어섰다. 쇠퇴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며, 소멸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지방도시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겪을 것이다. 이러한 확신의 배경은저출생고령화저성장세계화라는 메가트렌드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지역경제의 활력과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면 그나마 더 가능성 있는 곳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경제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구와 산업의 집적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 속에서 이뤄진다. 이것이 바로 전북도내 흩어진 도시의 기능을 한데 모아야 하는 이유다. 중심도심에 공공서비스와 생산, 소비 인프라를 집중하고, 이를 주변도시로 파급시켜야만 떠나가는 청년을 막을 수 있다. 또 광역교통망을 확충해 인근의 중소도시와 연결시키고, 거점도시는 배후도시가 제공해주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을 떠안아 주변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지역균형발전 시책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 때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드는 일을 중단하고, 미봉책을 써왔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지방소멸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더 이상 지역문제의 본질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 오피니언
  • 김윤정
  • 2021.01.06 18:49

코로나19 의료진 수당 지급 서둘러야

코로나19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이 수당도 제때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어이없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의 사기 저하로 최일선 방역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전국적으로 1일 평균 1000명 안팎 발생하던 확진자 수가 2~3일 전 부터 600~700명 대로 떨어져 다소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그나마 방역에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방역 관계자들과 의료진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초과근무는 다반사고, 주말 휴일도 반납한 채 감염의 공포와 맞서야 하는 그들의 노고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을 우선적으로 챙겨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최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들에게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허탈감을 안겨주는 것은 유감이다. 정부는 의료진에 대한 수당 지급기준을 지난해 12월에야 마련, 추경예산을 세워 수당을 지급했다. 그마저도 5월말 까지 수행업무에 한정됐고, 이후 기간에 대한 수당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지급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도내 코로나19 확진자 관리를 맡고 있는 의료기관은 감염병 전문기관인 군산 남원의료원과 전북대 원광대 병원, 진안군 의료원으로 이곳에 투입된 의료인력은 959명에 이른다. 실제 해당 의료기관에 확진자가 입원한 기간을 산정해 수당이 지급된다. 하루 수당으로 의사 간호사간호조무사는 3만9600원, 방사선 임상병리사 2만8000원, 기타 방역인력은 2만원으로 책정됐다.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에게 책임감과 사명감을 내세워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수당도 제때 지급하지 않을 정도로 이들을 홀대하면 어느 누가 보람과 긍지를 갖고 근무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의 노고에 걸맞는 합당한 금전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지급 기준을 빨리 마련해 지난해 5월 이후의 수당도 서둘러 지급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1.06 17:21

생태문명시대·광역화에 전북 미래 달렸다

송하진 도지사가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2021년을 생태문명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원년(元年)으로 삼아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 신산업 육성에 총력을 쏟겠다는 전북도정 운영 방침을 밝혔다. 송 지사가 구상하는 생태문명시대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사회다. 성장과 발전만 추구하던 산업문명시대를 넘어 첨단기술과 생태자연, 문화가 함께 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송 지사는 전북의 광역화 필요성도 신년 화두로 던졌다. 생태문명시대와 광역화 작업 모두 전북이 처한 현실을 볼때 시의적절한 해법이다. 전 세계를 덮친 태풍과 산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춰버린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안전하고 청정한 전북, 친환경 재생에너지와 그린뉴딜 기반의 미래 신성장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새해 전북도정의 방향은 적절해 보인다. 생태문명시대를 향한 9대 역점시책과 11대 핵심프로젝트에 담긴 감염병 예방, 재난안전 강화, 기후변화 대응, 삼락농정과 농생명산업 선도, 전북형 그린디지털 뉴딜을 주도할 신산업 육성 등 모두 중요한 정책 과제들이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개원에 따른 탄소산업 상용화 생태계 구축과 군산형 일자리 시동,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통한 금융 생태계 구축도 최근 수 년사이 전북의 현안으로 떠오른 꼭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다. 송 지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광역화 의제도 중요하다. 송 지사는 타 시도의 초광역화에 대응하는 전북의 행정통합형생활형기능형 등 세 가지 유형의 광역화 작업 필요성을 제시했다. 전주완주를 넘어 전주완주+알파()까지 가는 통합과 지자체간 갈등을 뛰어넘는 새만금 중심의 행정통합형 광역화, 전북 3대 도시인 전주군산익산의 생활형 광역화, 타 시도와의 기능형 초광역화 등이다. 오랜 행정경험에서 도출해낸 합리적인 광역화 방안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 처럼 송 지사가 밝힌 미래 전북 발전 방안들은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실행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의 정치적 계산과 지역 이기주의에 함몰돼선 전북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도와 시군,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지혜를 모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북의 새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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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1.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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