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6:4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국무총리 사과에도 침묵하는 KT&G "응답하라!"

▲ 김진만 사회부장 장점마을 주민들은 애간장이 탔다. 감사원 조사가 왜 이리 더디냐고 수차례 항의했다. 감사원은 조사가 더 필요해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형식적인 공문 한 장으로 주민들의 화를 돋웠다. 피를 말리던 1년 4개월이 걸려 기다리던 감사결과가 나왔지만 주민들은 또다시 분노한다. 감사원은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비료공장의 인허가 과정을 집중 점검했다. 허가 이후 절차에 따른 지도점검이 이뤄졌는지도 들여다봤다. 익산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고, 허가 이후 지도점검도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결과에 주민들은 묻게 된다. 10여명의 주민이 집단 암으로 이미 사망했고, 아직도 10명 넘게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공무원들이 허가과정에서 행정 미숙을 보였고, 지도점검이 허술해서 주민들이 집단 암에 걸렸다고 결론지은 것인가. 이게 직접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는지 말이다. 감사결과에도 나와 있듯 비료공장은 퇴비를 만들겠다며 KT&G로부터 연초박을 반입해 하루 수백갑의 담배연기를 마을로 뿜어댔다. 연초박이 무엇인가. 불량 담뱃잎찌꺼기인 폐기물이다. 이 폐기물을 태우며 발생한 필터 없는 불량 담배 연기를 주민들이 매일 들이 마셨다는 것을 감사원도 인정했다. 퇴비를 만들겠다던 연초박은 불법으로 유기질비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료공장에서 연초박으로 퇴비를 만들겠다는 신고가 접수된 2007년부터 반입된 것만 2420톤. 마을 주민들은 불량 담배 연기를 이렇게 10년 넘게 들이마셨다. 앞서 연초박을 태우며 발생한 연기가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암을 유발했다는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도 있다. 퇴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 KT&G가 연초박을 반출한 결과라는 말이다. KT&G가 제대로 시설이 갖춰졌는지 확인만 했더라면 어땠을까. 주민들이 KT&G를 원망하며 성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감사결과에는 연초박을 반출한 KT&G의 책임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주범의 책임이 쏙 빠진 감사결과로 평가되는 이유다. 행정 공무원의 지도점검 소홀이 마치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을 일으킨 원인으로 몰아세운 감사결과가 얼마나 설득력이 가졌는지 되묻게 된다. 처리능력 없는 비료공장에 연초박을 배출해 이 사태를 만든 KT&G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뒤 공식 답변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묵묵부답이다. 감사원은 감사영역이 사기업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핑계를 삼았지만 KT&G는 약속대로 이번 감사결과에 따른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담배인삼공사. KT&G는 민영화됐지만 공기업으로 출범했고 현재도 공기업 성격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국민의 아픔을 디딤돌로 재계서열 27위까지 성장한 KT&G의 최대주주도 국민연금이다. 국민 아픔을 성장의 마중물로 삼은 KT&G는 더 이상 국민 아픔을 자양분으로 삼아선 안 된다.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사과했는데 직접적 원인 제공자인 KT&G는 침묵하고 있다. 이미 돌아가신 10여명, 하루하루 고통과 마주하며 힘겹게 투병중인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전혀 할 말이 없는가. KT&G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 오피니언
  • 김진만
  • 2020.08.24 18:05

5G서비스, 통신품질 소비자 불만 많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5세대) 이동통신은 2020년 5월 기준 약 688만 명이 가입해 이용하고 있으며, LTE에 비해 통신 속도(20배)와 데이터 처리 용량(100배)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통신망 확충이 완료되지 않아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1년 간(19년 4월 ~ 20년 3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5G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167건이었다. 피해유형은 전화통화 데이터 송수신과 관련된 통신 품질 불량이 54건(32.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지원금 미지급 단말기 대금 할인 미이행 등 계약불이행이 51건(30.5%)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5G 커버리지(5G 서비스가 제공되는 실외 지역 범위) 설명 미흡 등 계약 내용 설명 고지 미흡이 25건(15.0%) 으로 나타났다. 전국거주 5G요금제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5G 서비스 이용 시 불편한 점을 온라인 설문조사 (중복응답)한 결과, 체감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가 52.9%(4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커버리지가 협소함이 49.6%(397명), 요금제가 비쌈이 48.5%(388명), 커버리지 내에서 5G 대신 LTE로 전환됨이 41.6%(333명)를 차지했다. 5G 서비스를 가입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5G 단말기를 사용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272명(34.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5G 단말기에 공시지원금 및 보조금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가 235명(29.4%),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서가 206명(25.7%) 순이었다. 5G 서비스는 아직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아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고,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용자의 49.6%(397명)가 커버리지가 협소해 불편하다고 응답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계약 시 커버리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의 26.8%(214명)는 서비스 가입 시 커버리지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특히 이 중 44.3%(95명)는 5G 커버리지가 아닌 곳의 거주자로 조사돼, 자신의 주거지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5G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계약 시 반드시 5G 커버리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내용에 동의해야 하나, 실제 계약 현장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5G 서비스 이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올해 5월말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약 24GB이지만 이에 적합한 요금제는 없었고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 대상 요금제는 단 1개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중복응답) 결과에서도 5G 요금제가 비싸고(48.5%), 선택폭이 좁아(27.3%)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요금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5G 및 이동전화서비스관련 소비자 불만 및 피해 발생시 전북소비자정보센터(282-9898)로 중재 및 피해구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북소비자정보센터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4 17:12

전주시, 세계적인 전통문화도시 되려면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들이 그랬듯이 저투자저성장저소비고실업저출산이 보편화된 뉴노멀시대 또는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지역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나름대로 부존자원이나 지리적 여건을 살려 다양한 지역발전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이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이 쏠려 있는 대안적 패러다임은 4차 산업시대를 맞이하여 최첨단기술 집적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 이와는 달리 도시발전의 역점이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나 도시의 고유한 전통성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슬로시티 또는 전통문화의 유지건설에 주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대안적 지역발전정책들은 과거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의 부동산개발 이익창출에 의존하는 개발방식이나 굴뚝형 제조업 육성방식을 벗어나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여 나가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를 보면, 미래의 도시발전 패러다임을 전통문화보존과 발전을 통한 관광산업 육성에 두고 있다. 사실 전주시는 한반도에서 수백 년 동안 전통문화가 가장 잘 유지되어 온 도시 중의 하나이며, 맛의 고장, 판소리, 서예 등의 예향이라는 점에서 관광도시로서 부존자원의 비교우위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 점에서 전주시가 도시발전 패러다임을 문화관광산업에 두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 이러한 여건과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옥마을이 상당히 성공할 수 있었고, 전라감영 복원사업도 1차적으로나마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전주시가 과연 앞으로 세계적인 전통문화관광도시로서 뻗어나갈 수 있겠는가에 관해 지금쯤 우리 모두가 솔직한 의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한옥마을을 내세운 전주시가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멀었고 이제 주춧돌을 놓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전주시가 세계적인 전통문화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왔을 때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울 다음에는 반드시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해야 된다고 각인시킬 수 있어야 되는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겠는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현재와 같이 비좁고 변질되고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지지 않은 한옥마을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한옥마을에는 상가만 북적거릴 뿐 매일같이 판소리나 전통극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내공연장이 부족하고 아름다운 야외공연장 하나가 없다. 또한 한옥마을 주변에는 경기전을 비롯하여 유서 깊은 문화유산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테마로 하여 창작된 전통극이나 판소리마저 없다. 즉 남원의 춘양전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전혀 없으니 전주여행이 보고 즐길 거리가 없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 복원된 전라감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예산문제가 있었겠지만 동편에 건물 일곱 채가 서 있을 뿐 서편은 지저분한 시멘트 울타리에 둘러싸여 흉물 그대로 남아 있다. 더구나 감영과 인접해 있는 중앙동 일대는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거리가 음침하고 완전히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냥 놓아두면 어렵게 복원된 전라감영도 빛을 내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세계적인 전통문화허브를 꿈꾸는 전주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로마나 아테네처럼 매일 밤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하며, 국악과 판소리를 듣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4 17:09

코로나19의 재유행 그리고 예술인 지원

김문성 국악평론가 긴 장마가 물러갔다. 소멸된 듯 부활하더니 전대미문의 물난리를 가져왔고, 도내 곳곳에 커다란 생채기를 내었다. 장마를 따라하듯 수도권 교회발 코로나19가 맹렬한 기세로 재확산 중이다. 우리 도의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은 특히 예술인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예술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로 아파 죽는 게 아니라, 배고파 죽을 것 같다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모처럼 공연계가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블랙아웃이 장기화할 거라는 공포감에 예술인들이 동요하고 있다. 한 젊은 북잽이는 북채를 던지고, 구직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코로나19는 예술인들에게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라는 무거운 과제를 던져줬다. 비대면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한 공연이 단적인 예다. 더하여 공연마인드와 멘탈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집단성이 중시되는 공연 대신 독주 혹은 소수 멤버 중심의 공연으로 대체하고, 관객 소통형 공연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올드노멀 시대에는 일청중, 이고수, 삼명창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관객과의 소통을 화룡점정같은 가치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무대 완성도에 집중하는 공연이 가치를 발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예술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 블루는 예술인들을 표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 부재 혹은 관객 대신 공연장을 메운 카메라에서 오는 우울함이 상당한데, 이를 극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긍정적인 멘탈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하지만 생계곤란을 겪는 예술인들의 경우 멘탈 훈련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제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예술인이 처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공연 지원외에 별도의 생계 지원이 필요함에도 공연 지원 위주여서, 좀처럼 어려운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공연 지원의 경우 대부분이 대관료, 음향조명 임차비, 홍보물제작비 등 제작 실비로 소진되며, 정작 예술인들에게 쥐어지는 돈은 몇 푼 되지 않는다. 공연 지원이 생계지원 효과를 함께 내려면 제작 실비 중 예술인 창작 사례비를 최대한 확보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장 대관료 면제 사업을 한시적으로 성격을 변화하여 위원회가 주요 공연장을 장기 대관하고, 해당 공연장을 예술인과 단체가 무료로 사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비대면 우수공연에 한해 영상제작비를 무료 지원하는 것처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공연에 대한 영상제작비와 스티리밍 공간 확보를 지자체나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식도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창작지원금사업 수혜대상자 기준과 대상자를 일시적으로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는 예술인 가구원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120% 미만이어야 하는데, 한시적으로 이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원사업 중 자부담 의무가 전제된 사업은 이를 면제해주며, 서울문화재단처럼 단체 대표나 예술인의 직접 사례비 지급이 가능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책에 더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예술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다. 코로나19에 긴 장마에 당장 배추값 인상을 걱정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국민과 국가가 예술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받던 경험들을 상기시킨다면 이들 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곧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백신이고, 치료제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확신은 지나친 허언일까? /김문성 국악평론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4 17:07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학생의 기초학력은 중요하다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기초학력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학습능력이다. 기초학력의 개념 정의에는 다소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기초학력의 소중함 자체를 경시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기초학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애써 모른 채 하거나 언어의 유희로 방기하는 것은 교육기관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직무유기이다. 기초학력이 없이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적인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기초학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생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학습능력인 기초학력에는 읽고 쓰기의 문해력과 셈하기의 수리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수행하면서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 결과, 생각보다 기초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북은 기초학력의 미달 비율이 타지역에 비해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초학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문해력은 미래사회의 학생들이 다루는 문자, 그림, 동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 텍스트의 이해 능력으로, 수리력은 사칙연산을 넘어서 자료의 이해와 디지털 기기의 활용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학습자가 자신을 존중하고, 더불어 타인과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기 인식 및 관계 능력까지도 기초학력으로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개념 정의를 어떻게 하더라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초학력인 읽고 쓰고 말하고 셈하기의 위치와 중요성은 흔들림이 없다. 그러기에 기초학력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학습 능력이다. 기초적인 이해와 쓰기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 글과 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사칙연산, 도형과 측정의 능력 없이 데이터로부터 얻은 정보의 해석과 활용 능력을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아무리 초연결 사회, 초지능 등으로 지칭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일지라도, 기초학력으로서 문해력과 수리력은 모든 학습자가 학습능력을 갖추는데 있어서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이런 능력들을 갖추지 않고서는 미래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기초학력은 실존적인 문제인데, 전북교육청은 참학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여 (기초)학력을 추상화시키고, 더 나아가 거대 담론으로 만들고 있다. 너무도 간단한 (기초)학력을 교육철학의 이념과 교육목적을 두고서 논쟁을 펼치는 대상으로 만들고 말았다. 추상화된 기초학력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읽고 쓰고 셈하기의 기초학력으로부터 학생들을 포함한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이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기초학력이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하지 말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 관심을 더 쏟을 필요가 있다. 기초학력보장법의 제정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교육당국을 포함한 우리 사회 모두가 학생들이 기초학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함께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특히 기초학력을 다지는 데는 초등학교 4학년 시기가 중요하니 그 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교육의 주체들은 기초학력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서 그 출발은 읽기에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3 16:19

우리들의 일그러진 상아탑

홍성출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연구비를 투자하고도 여러 저개발국가에서도 배출한 노벨과학상이 전무하고,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노벨과학상을 배출하지 못한 국가일 정도로 대학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일상화된 연구비 비리와 대학원생에 대한 노동력 착취 문제는 양심이라는 개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단언컨대 대학의 국가연구비 부정, 성추행, 그리고 대학원생과 비정규직 연구인력에 대한 노동력 착취 등과 같은 각종 비리들로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을 제외하고는 없다. 하버드, 스텐포드 등을 포함한 미국 주요 대학의 경우 조교수로 임용 후 정년보장 교수로 승진할 확률은 대략 10 ~ 30%에 불과하다. 미국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유럽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의 경우 동경대, 경도대, 오사카대 등 거점국립대들은 조교수에서 정년보장 교수로 승진할 비율을 아예 25%로 고정해 놓고 있다. 이처럼 주요 OECD 국가들이 정년보장 교수 승진에 엄격한 비율을 준수하는 이유는 교육과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의 특성 때문이다. 교육과 학문에 대한 자질은 사고력, 창의성, 이해성 등과 종합적 지적능력이 필요한데, 이 종합적 지적능력은 평가하기가 힘들어 결국 학업능력과 성실성에 의해 결정되는 지표에 의지하여 조교수를 선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에 조교수로 임용받은 대다수는 교수로서 자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고 임용되는 것과 같아, 신임교수들 중 교수로서 자질 있는 사람은 소수이고 다수는 교수로서 자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주요 OECD 모든 국가들은 정년보장제도를 이용하여 교수로서 자질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의 정년보장제도가 유명무실하여 임용받는 순간 바로 정년보장교수가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다르게 교육과 학문에 맞지 않는 교수들이 그렇지 않은 교수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총장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 교수로서 적성이 맞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은 교육과 학문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런 귀결이지만, 수적우세로 총장선거를 좌우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대학의 총장 또는 보직 교수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독특한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에는 각종 비리와 성추행이 남무 하고, 납득 불가능한 일들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거점국립대인 전북대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에 대한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아직도 전북대 행정절차의 벽에 막혀서 코로나-19에 대한 실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1주일이면 끝나는 행정절차가 전북대에서는 6개월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보직교수들이 국가법령과 시행령을 잘못 또는 괴이하게 해석하여 이상한 행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요 OECD 국가들의 경우처럼 정년보장제도를 강화할 수가 없다면, 절충안으로 현재 교수 평가에서 상위등급을 맞은 사람들에게만 총장 투표권을 주면 현재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대학의 고질적 문제가 일소되고, 우리나라 대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성출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3 16:19

왜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이 많을까

김주은 도르 대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희 님의 2018년도 주요 국가의 장애 판정제도 비교 연구와 2019년도 장애인 고용통계 자료를 비교해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와 영국, 미국, 스웨덴, 호주, 독일 등 우리가 주로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들의 장애 출현율이 유의미하게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도 기준으로 5.39%의 장애 출현율을 보였으며, 2018년도 기준으로 영국은 21.1%, 미국은 19.3%, 스웨덴은 16.1%, 호주는 17.7%, 독일은 14.9%의 장애 출현율을 보였다.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정말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이 많은 것일까? 아니다. 이는 장애를 규정하는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우리는 장애를 오직 의료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했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적인 외형이나 기능, 즉 손상을 가진 사람을 장애라고 정의했다. 이와 같이 손상에 초점을 두었을 때에는, 사회는 장애는 장애를 가진 개인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이 시선은 변화하고 있다. 장애를 개인의 기능적인 손상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경의 문제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애초에 장애인이 활동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환경이었다면, 예를 들어 세상에 있는 모든 길에 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또는 세상에 계단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신체 일부의 어려움으로 계단과 턱을 오르는 것이 불편한 사람을 지체장애라고 정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환경적으로 개인의 특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지점이 생겼을 시 사회적 의미에서의 장애가 생겨나고 이를 장애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변화된 시선에서 사회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경의 문제로 보고 있다. 변화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위에서 언급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은 비만을 장애의 한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다. 비만인 사람은 취직에도 불이익을 받고, 만약 취직을 했다고 하여도 승진조차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의미에서 개인의 특성이 수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장애라고 정의한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 스웨덴을 들 수 있다. 스웨덴은 외국 이민자를 장애의 한 영역으로 넣고 있다. 외국 이민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불편함이 수용되지 못하는 사회적 의미에서의 장애로 판별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사례를 보고 부당하다 또는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러한 반응은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하여 부정적인 편견과 낙인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장애라는 단어는 누군가와 우리의 차이를 규명하기 위한 단어가 아니다.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어떠한 배려가 필요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규정한 단어일 뿐이다. 때문에 장애는 그 자체의 문제보다, 장애를 보는 우리의 부정적인 시선의 문제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장애 인식개선이란 이러한 부정적인 편견과 낙인을 수정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편견과 낙인이 줄어들었을 때, 사회는 더 많은 장애인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장애인을 위한 더 폭넓은 복지정책과 배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주은 도르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3 16:12

코로나19 급속 확산, 병상 확충 시급하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있었던 광복절 집회 이후 무서운 속도로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0300명대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 14일 이후 23일까지 열흘간 국내에서 총 2629명이 새로 확진을 받았다. 도내의 경우도 어제 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 현재까지 확진자는 6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5일 서울 집회 이후 신규 확진자는 모두 26명으로 대부분이 서울 사랑제일교회나 광화문 집회 관련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병상 부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도내 코로나19 병상은 국가지정 음압병상 11개(전북대병원 8개, 원광대병원 3개)를 비롯 모두 57개다. 음압병상이 22실에 25병상이다. 이 가운데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현재 모두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병상이 100% 가동되면서 앞으로 증상이 심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증세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증 환자를 입원 치료하는 군산의료원은 현재 32개 병상 중 13개가 가동되고 있다. 전북도는 음압병상 확보를 위해 치료 경과가 비교적 좋은 환자를 전원 조치 하는 한편 지속적 환자 발생에 대비해 기존 음압병상 운영 병원 이외에 남원의료원 등에 추가 병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신규 확진자 발생 속도에 비춰볼 때 곧 병상 포화 상태가 예상된다. 공공의료기관 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지난 1차 대유행 당시 환자가 급증해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 졌을 때 환자 발생이 적은 전북 등 다른 시도에서 환자를 수용했지만, 전국 17개 시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번에는 다른 시도로의 환자 이송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병상이 모자라 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1차 대유행 때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 전북도는 이같은 사태에 대비해 민간병원 활용등 병상 확충 방안이 시급하다. 아울러 병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의료진 확보다.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시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힘써 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8.23 16:12

수재민 지원대책, 피해 복구보다 생계가 우선

물 난리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린 수재민의 생계가 막막한 형편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피해 현장은 일손 부족으로 복구는커녕 어지럽게 널려 있던 가재도구만 겨우 챙겨 끼니만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의 공포가 다시 엄습해 간간이 찾던 위문 행렬도 끊기면서 이들의 팍팍한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재해 보상금 마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짐으로써 수재민 재기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들 수재민은 당장 먹고 살 수 있도록 생계형 지원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자치단체도 수재민의 무너진 주택과 피해 농작물 등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도내 수해 현황은 19일 현재 4명이 사망하고 1264세대 25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공공시설과 사유시설 피해액은 각각 1365억원, 177억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수재민 피해가 극심한 사유시설 중 비닐하우스 65억원, 농경지 침수 59억원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고추농가의 경우 후반기 햇고추 수확을 앞둔 상황에서 물 폭탄이 쏟아져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이들 피해 농가에겐 애써 지은 1년 농사가 물거품 됨에 따라 현실성 있는 금전 보상이 아쉬운 형편이다. 실제 날벼략을 맞은 수재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이 주로 수도전기 등 세제 감면과 저리 융자 등에 머물러 생활 안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수재 지원금이 실질적인 피해 액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현실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등 인명피해는 물론 농작물과 그에 따른 관련시설 지원도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농경지 유실 1600만원을 비롯해 ㏊당 농작물은 농약대금 50만원대파대 150만원 이며, 농림시설은 비닐하우스 280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코로나 대유행 조짐까지 우려되는 국가 재난상황에서 수재민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 재산을 날린 이들에게 당장 먹고 사는 생계대책이 무엇보다 급하다. 수해 복구는 그 이후에 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8.23 16:12

개미가 사라진 전주음식

전주는 예향의 고향이면서 맛의 본향이라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예전의 명성이 차츰 사라져 그 위상이 흔들린다. 그 이유는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 이외에는 별로 특색있는 음식이 없는데서 비롯된다. 비빔밥도 몇집을 제외하고는 소문난 것에 비해 가격만 비싸지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 콩나물국밥도 거의 화학조미료에 의존한 맛이 대부분이어서 예전에 느꼈던 그 감칠맛 나는 개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 예전에는 푸짐한 안주발이 넘쳐난 막걸리 집 때문에 전주를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그 이유는 가격이 비싸 별로 전주를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군산만 가더라도 전국적으로 소문난 해물 짬뽕집과 소고기 무우국이 있어 몇시간 줄서는 건 다반사로 여긴다. 이번 폭우 때에도 복성루 빈해원 한일옥 등은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쳤다. 그 정도가 되어야 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전주는 음식의 본향이라고 하지만 줄서서 먹는 곳이 거의 없다. 번호표를 나눠 주는 중화산동 콩국수집 가본집이 있지만 한 두시간 정도 기다려야 번호를 탈 정도는 아니다. 군산이성당 단팥빵을 사려고 길다랗게 줄서는 풍경을 쉽게 보지만 전주는 그런 업소가 없다. 왜 전주음식이 하향평준화가 됐을까. 그건 전주경제와 직접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 음식은 현지인들이 어느정도 먹어줘야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게 돼 있다. 80년대까지만해도 전주 경제가 괜찮았다. 팔복동 공단이 잘 돌아가고 기관에서 회식등을 자주하면서 한정식집과 일식집등이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유명했던 음식점 손님이 줄기 시작하면서 폐업하는 업소가 늘어났다. 횟집의 경우 4명이 가면 4인분을 주문해야 하지만 기껏 2~3인분만 시켜놓고 돈 안되는 스끼다시만 요구해 남는 게 없다는 것. 음식점을 한 주인들은 빈곤의 악순환 마냥 안주만 죽이지 돈이 되지 않아 결국 폐업을 하게 된다고 토로한다. 업소들이 음식값을 자율적으로 책정하지만 소비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면서 질까지 떨어졌다. 어느 정도 비싼 음식이 잘 팔려야 질도 높아지는데 장사가 잘 안돼 상당수 업소가 겨우 인건비 정도나 따먹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까 식자재값과 인건비는 치솟지만 그렇다고 가격을 맘대로 올리지 못해 더 힘들다는 것.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그나마 찾던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 음식점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관공서도 김영란법 때문에 예전같이 찾는 횟수가 줄어 이래저래 음식점만 죽어라 죽어라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프랜차이즈 업소가 판쳐 향토음식점 운영하기가 더 힘들다는 것. 2~3세로 대를 이어가지만 그마저도 장사가 안돼 폐업하는 업소만 늘어간다. 전주음식맛을 지키고 되찾는 노력이 업주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이 발품을 팔아 엮어낸 전라도 관찰사 밥상이란 책에서 그 해답을 구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8.23 16:12

모지스 할머니의 도전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년~1961년). 정감 넘치는 풍경화로 우리들에게도 꽤 익숙한 미국 출신 화가, 그랜마 모지스란 닉네임으로 더 널리 알려진 화가가 그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100세 되던 생일날에는 뉴욕시가 모지스 할머니의 날을 선포할 정도로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화가. 사람들은 정감 넘치는 독특한 화풍으로도 그렇지만 자신의 일상을 일기와도 같이 그림으로 그려내는 그의 성실한 작업에 열광했다. 그는 75세,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늦깎이 화가였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농장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결혼 후에도 아내로,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그의 삶이 새롭게 바뀐 것은 70세가 넘어서다. 그가 관절염으로 바느질이나 자수 같은 일을 하기 어렵게 되자 딸은 엄마에게 화구를 사다주었다. 소일거리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된 계기다.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든 목판 위에 그가 그려낸 그림들은 어린 시절 추억 속 풍경들. 그림을 배워 본적 없었지만 그가 그린 목가적 풍경들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연히 그의 그림을 발견한 수집가 덕분에 농부 부인이 그린 그림이란 주제로 첫 전시회를 가진 이후 그는 화단과 대중들의 큰 관심을 모으는 화가가 됐다. 뉴욕을 비롯해 미국 국내는 물론 일본과 유럽의 화랑들이 앞 다투어 그를 초대했다. 생전에 그려 남긴 그림은 1600여 점. 100세 넘어서 그린 작품만 250점이란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가 1억장이 팔려나가고 83세에 그린 그림 <슈가링 오프>가 2006년 한 경매에서 120만 달러에 팔릴 정도였으니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늘 높은 인기에 마음을 쓰지 않고 묵묵히 그림 그리는 일만 즐겼다는 모지스 할머니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은퇴 이후 노인 세대로 들어선 지인들이 많아졌다. 새로운 삶에 대한 적응과 도전보다는 인생의 변환기를 두려워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한결같이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겠냐고 말한다. 너무 늦었다는 좌절감이 큰 탓일 터다. 모지스 할머니의 도전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것. 결국은 스스로의 선택이 답이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8.20 17:45

김종인의 ‘광주 무릎 사죄’ 진정성 있는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과거 통합당의 행적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진정성 여부를 떠나 호남 구애 행보를 펼친 셈이다. 그는 자신의 쉽게 용납될 수 없는 행보에 대해서도 거듭 용서를 구했다. 이런 모습이 언론에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 되면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청래 의원은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의 광주무릎 사죄는 서독 빌리 브란트 수상을 흉내낸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를 훔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브란트는 진정성을 갖고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깊이 참회했는데 김종인이 그 장면을 연출했다며 김종인이 진정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면 전두환의 민정당에도 몸담지 말아야 했고 노태우 정권에도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온갖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새삼 이 무슨 신파극인가라며 목청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5.18사죄에 맞춰 친(親)호남 정책을 본격 펴겠다고 밝혔다. 당의 새 정강 초안에 5월 정신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5.18 유공자에 대해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정기국회 법안과 연말 예산에서도 호남지역을 적극 챙긴다는 방침이다. 김위원장과 통합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호남 지역민들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수 십년간 보수정당이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하고 폄훼하는데 앞장서 온 행태로 인해 누적된 불신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이번의 사죄 행보도 지지율 반등을 노린 일시적인 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보수 야당은 새누리당 때 부터 당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한 이벤트성 서진(西進)정책을 펴왔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 김위원장의 사죄를 계기로 호남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정성과 지속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행동을 꾸준히 보여줄 때 호남지역 주민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8.20 17:45

코로나19 대유행 현실화, 마스크 꼭 착용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기 등에서 하루 확진자 수가 200~300명씩 나오는 데다 전국 각지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북도 지난 광복절 연휴기간 서울 사랑제일교회 교인 4명을 비롯해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18~20일에도 전주와 군산 익산 고창 등지에서 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전북에서도 가족과 지인 직장 동료 등 2차 감염이 진행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계심이 느슨해지고 방역 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n차 감염 확산에 따른 2차 대유행이 우려된다. 전라북도는 코로나19 확산세 차단을 위해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도내 거주자 및 외지 방문자에 대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와 식당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얘기를 나누는가 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도 밀접해서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마스크를 턱에다 내려 걸치는 턱마스크를 하는 사례도 목격된다. 카페나 식당 등 업소 측에서도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비치하고 고객들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안내해야 하지만 일부는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국가의 방역시스템이 무너지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치과협회 학술발표 자료에 따르면 마스크 미착용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감염자를 접촉할 경우 감염 확률은 90%에 달한다. 그렇지만 감염자나 비감염자가 모두 마스크를 쓰면 감염 확률은 1.5%에 그친다. 일상 생활에서 마스크 착용만 잘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에 앞서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마스크 쓰기 생활화를 실천해야 한다. 나는 괜챦겠지 생각하는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현 상황이 매우 엄중한 만큼 실내에선 모두 마스크 착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8.20 17:45

전북 집권당인 민주당 도당의 변화·혁신 기대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K방역의 성공으로 거의 통제되어 가던 코로나 19가 또다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하반기에 독감과 함께 대유행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더욱 빨리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전국적으로 이전에는 거의 겪어보지 못한 집중호우와 홍수 피해를 당하고 채 복구도 이뤄지기 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다시 코로나 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일부 교회와 카페, 집회 참가자를 비롯한 밀집 모임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양산되고 연휴 및 휴가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이다. 최근까지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민주당은 압도적 수적 우위와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지리 멸렬하며 대안 없는 반대에 머물고 있는 야권 진영을 무력화시키고 원 구성을 독식하며 민주적 절차와 타협의 정신보다는 독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사의 도덕성 문제와 부동산 폭등을 비롯한 여권발 위기 상황은 코로나로 침체된 경제 상황과 맞물려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 징조를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타협하며 경쟁할 때 힘을 발휘하는 체제이다. 다수에 의한 결정 이전에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과거 열린 우리당은 탄핵국면의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무능력과 무기력으로 일관하다가 국민적 지지를 잃고 일부는 폐족 소리까지 듣으며 정권을 내주는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이번 총선은 탄핵 이후의 정치 혁신 요구, 시대 변화와 민심을 외면한 야권의 행태, 경제 현황, 집권세력 일각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전 세계적 코로나 19 사태에 직면하여 정부와 방역 당국의 대처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모든 이슈를 삼키면서 집권세력에 힘을 몰아준 투표로 예상보다도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총선 승리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오만한 일부 인사의 내로남불과 무기력한 민주당, 특히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측근 그룹의 독선적 배타주의와 무결점주의는 도리어 화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정치 흐름이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홍수 피해와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인해 축소되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비판적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못하고 집권 후반기 전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현상 유지에 머물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전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4년 만에 고토를 회복한 전북의 민주당은 첫발을 내딛는 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재선 그룹이 힘을 모아내지 못하고 사분오열되어 의원 빼지를 단지 석 달 밖에 되지 않은 초선과 경쟁하는 구도를 스스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내가 아니면 남도 안 된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재선 그룹의 안일함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8년 전 초선 때 힘의 결집은커녕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가 존재감도 없는 마름 정치만 하다가 이후 국민의당에 텃밭을 송두리째 내준 경험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선거 결과는 의원들의 땅따먹기와 합종연횡의 결과와는 다르게 예상을 뒤엎고 권리당원 투표에서 선승을 한 재선의 김성주 의원이 당선되었다. 바닥 당심은 그래도 살아 있었다. 김성주 도당위원장은 당선 일성으로 혁신과 통합의 기치로 새로운 도당을 만들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전북의 집권당인 민주당 도당이 제대로 서야 전북의 정치가 부활하고 그나마 전북의 미래가 있다. 민주당 도당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0 16:42

감세, 과연 좋은 걸까요?

납세의 의무는 헌법이 규정한 신성한 의무입니다. 반면에 세금이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부담해야하는 공공서비스의 대가이므로 세금은 내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고. 자신의 세금에 대해서는 한없이 인색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대선이든 국회의원선거든 선거철만 되면 감세얘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것은 납세자의 이런 심리를 자극하여 표를 얻겠다는 심사겠지요.그렇지 않아도 내기 싫은 세금인데 정부가 알아서 스스로 깎아주겠다는데 이보다 고마운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집안 살림을 하는데도 매달 생활비, 교육비, 대출금이자 등 들어가는 돈은 일정한데 갑자기 월급이 줄어든다면 당장 들어가는 애들 학원비나 생활비를 줄이거나 빛을 내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의 소득은 제자리인데 씀씀이만 펑펑 늘리는 가정의 미래가 과연 어떠할까요? 국가의 예산이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출(생활비 등)과 세입(가장의 월급)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인 것입니다.감세를 무조건 좋아만 할 게 아니라 무거운 마음으로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금을 줄이면 기업은 그만큼 투자를, 개인은 소비지출을 늘림으로써 경제는 번영하고 기업과 개인은 부유해져 세율을 낮췄음에도 결과적으로 이들은 감세 전보다 국가에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됩니다. 미국의 레이건정부가 추구했듯이 경제가 선순환 할 때 감세는 이처럼 교과서에 쓰인 대로, 더 많은 부가가치와 더 많은 세수(稅收)를 안겨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태평성대가 아니지요. 감세정책으로 인해 세수가 부족하다면 당장은 빚을 내서라도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외국에서 빌려오든 국채를 발행하든 한국은행에서 차입을 하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부채는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상속되는 것입니다. 즉, 현 세대에서 갚지 못하면 미래세대가 갚아야 하고, 그들이 못 갚으면 그 다음세대가 갚아야 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악순환을 이어 나가는 것이 바로 부채인 것입니다.그렇기에 진정한 감세는 근시안적이 아닌 원시안적인 사고로부터 출발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감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노인환 한국미국 세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0 16:39

[금요수필] 어느 조각상

윤재석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 식물원에 가면 나무의자 위에 앉은 위안부 앞에 정중히 엎드려 인사하는 신사복 차림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눈에 익은 듯 하면서도 약간은 낯설다. 조각상의 이름은 영원한 속죄로 조각가 왕관현의 창작 예술품이다. 예술은 창작이다. 개인의 사상을 상상을 통해 표현하는 작품이다. 작품 내면의 세계는 창작자만이 알 수 있다. 독자나 관람객들은 작가가 그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알아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조각상을 두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신경전으로 떠들썩하다. 위안부를 상징하는 여인상 앞에 엎드린 남자의 모습을 두고 나름의 해석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납작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이 아베를 닮았다면서 외국의 정상을 이렇게 폄하 하느냐는 시비다. 한국은 개인이 조각한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반격이다. 하나의 예술품을 두고서 주관적인 관점에서 해석을 하며 두 나라 의견이 나누어졌다. 그런데 조각상 하나를 두고 두 나라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두 나라의 역사에서 기인하고 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을 일본군의 위안부로 삼기 위해 강제로 징용해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일본은 위안부로 차출되어 다녀온 명확한 많은 증거가 있음에도 진정한 사과 한마디가 없다. 끌려간 당사자 본인을 통해서 밝혀지고 서류나 정황들이 면백히 밝혀졌음에도 오리발이다. 그러니 우리국민들이 통탄할 수밖에... 일본의 자세가 너무도 몰염치하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으로 일관하면서 발뺌을 한다. 일본과 같은 전범국 독일은 당시 피해국가와 피해를 입은 유태인을 비롯하여 전 인류에게 독일정부수상이 앞장서 수없이 사죄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일본은 사죄는커녕 되려 영토분쟁, 위안부문제, 대량학살, 그런 행위를 숨기려 갖은 술수를 자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자세도 미래 지향적인 명쾌한 답변이 아쉽다. 한 사람의 예술품을 가지고 국가적 관계로 이어가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 여긴다. 처음에는 한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했다가 국가 정상에 대한 예양이 아니다 면서 오히려 예술가 한 사람에 대해 질책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졸속하고 편협된 사고로 국민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좀 더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한일 관계는 역사적인 엄연한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우리말에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고 했다. 나의 기쁨이 남의 고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쁨도 고통도 함께 가지면서 이해해야 한다. 일본은 대한민국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고통을 많이 주었다. 그 아픔을 가진 자는 오래 기억하고 있다. 일본은 잘못된 과거는 진실한 마음으로 사죄해야 한다. 가까운 이웃 나라로 화해하면서 발전하는 길은 역사를 바로 알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리라. 한 예술가의 작품으로 두 나라가 떠들썩한 반응은 두 나라가 아직도 불편한 관계임을 말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에 반성은 없으면서 조각상 하나에 과잉 반응하는 태도는 스스로의 중압감에서 벗아 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양심 있는 일본 지식층도 반성할 건 반성하고 용서받을 건 용서받아 선진국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상을 수상했다. 영호남수필문학회 부회장과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진안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수필집 <삶은 기다림인가>를 펴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0 16:39

마당을 쓸었습니다

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장 나는 어려서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로부터 별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학력이라야 고작 고등학교 졸업. 12년 동안 나를 특별하게 귀여워해 줬다던가 사랑해준 선생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키가 작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아니었으므로 특별히 미움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그런 아이였고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데 어른이 돼 교직 생활을 하면서 한 선생님을 나는 다시 만나고 그분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름 아닌 김기평 선생님. 그분은 내 고등학교 시설인 공주사범학교 학생 때 국어 선생님이셨던 분이다. 1979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공주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부터이다. 그 학교로 내가 갈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의 추천 덕분이다. 선생님은 당시 공주교육대학의 교무과장의 직책에 있으면서 내가 그 학교로 갈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셨다. 그로부터 40년 세월이다. 나는 선생님을 지근거리로 만나면서 인생의 후반기 많은 교훈을 얻었다. 먼저 온유한 성품이다. 선생님은 어떤 경우에도 말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든 겸허하게 인격적으로 대우하시는 분이었다. 몸에 밴 인품이었다. 그다음은 호학(好學)과 성실함이었다. 선생은 65세 대학에서 정년 퇴임하신 뒤 26년 동안 혼자서 공부해 중국의 고전인 사서삼경을 완역해 주해서를 출간하셨다. 인생 후반부의 삶과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란 것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신 실례다. 그리고 무욕의 삶이다. 선생은 식사나 일상생활, 대인관계에도 일말의 사심이 없었고 무엇이든지 줄여서 조그만 인생을 사시려고 애썼다. 그리고 부지런하셨다. 90대에 들어서 시력이 극도로 나빠지신 후에도 선생은 하루하루 무언가를 하시면서 부지런히 사셨다. 어쩌다 선생님 댁을 방문해 보면 무슨 일이든 일을 하고 계신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지 못하니까 정원의 꽃들을 살핀다든지 텃밭에 나가 채소를 가꾼다든지 그런 일을 하면서 소일하시는 것을 보았다. 틈이 나시면 몽당비를 들고 대문 밖으로 나와 도로를 쓸기도 하셨다. 나의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이기도 한 시라는 작품을 쓴 것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영감 덕분이다. 대문 밖 도로를 쓰시는 모습이 나에겐 그렇게 잔잔한 감동이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2009년 내가 공주문화원장이 돼 선생님을 고문으로 모셨을 때 선생님은 흔쾌히 수락하시면서 나의 강력한 후원자가 돼 주셨다. 해마다 1월 초순이면 어김없이 후원금을 들고 원장실로 오신 선생님은 조용히 돈을 놓고 가시면서 절대로 이름을 밝히지는 말라고 당부하시곤 했다. 액수도 적지 않았다. 어느 해는 백만 원을 주시고 어느 해는 이백만 원을 주시기도 했다. 일단 돈을 주셨다면 선생님의 기준은 백만 원이셨다. 노인이 연금으로 생활하시면서 어쩜 그렇게 배포가 크신지 번번이 놀라는 바가 있었다. 2017년 7월 문화원장의 임기를 마치고 이임식이 있던 날, 나는 비로소 해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선생님이 바로 그분임을 말했다. 그 자리에도 선생님은 와 계셨다. 이미 90대 중반의 노인이시라 지팡이에 의지하고서도 따님과 사위 되는 분의 부축을 받고 계셨다. 왈칵 눈물이 솟았다. 문화원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서러운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보살핌과 사랑이 마음에 와닿아 그랬다. 그로부터 3년. 선생님은 건강이 아주 힘들어지셨고 드디어 100세가 됐다. 놀라운 일이다. 내 생전에 100세 되신 분을 가깝게 뵙다니! 비록 나는 정식으로 학교 다니던 시절 학생으로서 선생님들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지는 못한 사람이었지만 학교를 떠나 어른이 돼 살면서 한 선생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또 그분으로부터 인생의 교훈을 얻은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게 기쁘게 생각한다. 선생님과의 아름다운 인연에 감사한다. /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0 16:38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방역

지난 3월 초 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지로 지목된 이탈리아. 유럽의 우한으로 불리며 중국에 이어 세계 각국에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경로로 떠올랐던 이탈리아가 강력한 통제와 방역을 통해 유럽에서 코로나19 방역 모범 국가로 반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이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전 11주간 세계 각국에서 보고된 첫 확진 사례의 유입 경로를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가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 22%, 이란 11% 순이었다. 즉 전 세계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4분의 1 정도가 이탈리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신규 감염자가 하루 5000~6000명씩 급증하면서 전 세계에 팬더믹 공포를 초래했다. 그 여파로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처음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대책으로 초기 방역에 실패한 이탈리아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원성과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이탈리아인이나 이탈리아를 경유한 사람도 세계 각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고 또한 나라마다 자국민의 이탈리아 여행도 금지했다. 결국 뒤늦게 방역 대책에 나선 이탈리아 정부는 전 국민 6000만여 명에게 이동을 제한하는 레드 존을 발동했다. 모든 시민들이 외출을 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규정을 어기면 벌금이나 3개월 징역에 처하는 강력한 방역대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6월부터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300명대로 줄어들었고 최근 신규 확진자도 대다수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이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지난 6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평가한 코로나19 방역에서 OECD 33개 국가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에 이어 재유행이 크게 우려된다. 전광훈 목사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방역 방해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의 비뚤어진 일탈 행위가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와 민생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전 목사가 집회 현장에 내건 본 회퍼 목사의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문구처럼 한국 교회는 미친 자에게 교회를 맡겨선 안 된다. 정부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8.19 17:06

무더위 속에 고통 받는 노인대책 강구해야

코로나19로 인해 무더위가 계속되는데도 노인들은 쉴 곳이 없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가시설인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이 대부분 문을 닫은 데다 노인대학도 올 들어 개학조차 하지 못해 노인들이 갈 곳이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노인들의 우울감이 높아지고 노인학대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어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도내 6764개에 회원수가 20만 명에 이르는 경로당은 코로나19 발생으로 5개월 동안 문을 닫았다 지난 달 20일부터 순차적으로 운영이 재개돼 77.6%인 5246개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서울 사랑제일교회 등이 주최한 광화문 집회 등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도내 확진자도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12명이 늘어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이달 18일부터 경로당이 다시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그렇지 않아도 경로당은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어서 정부가 경로당 출입자 전원에 대해 발열체크 및 명부작성을 하는 관리책임자를 두도록 했다. 또 이용 인원을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입실시 마스크 착용, 음식물 반입금지, 에어컨 가동 시 2시간마다 환기 등 지침도 지키도록 권고했다. 운영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경로당 모임 자체가 봉쇄되었다. 특히 경로당은 대부분 무더위 쉼터를 겸하고 있어 노인들은 오랜 장마 끝에 찾아온 폭염에도 쉴 곳이 마땅치 않다. 도내 24개에 이르는 노인복지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부터 자율이용(비접촉) 프로그램과 작은도서관 등 일부 운영이 재개되었고 이달 10일부터 경로식당도 소규모 운영을 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급증하게 되면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노인들이 1년 단위로 입학해 매주 나가고 있는 노인대학도 일부 군에서 읍내 노인들을 대상으로 잠깐 문을 열었다가 방학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시군 노인대학들은 올해 자칫하면 개학조차 못하고 1년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노인 활동이 6개월 이상 중단되면서 생활반경이 좁아져 기력소진과 외로움, 불안과 우울감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집콕으로 이동이 제한돼 고립된 상황에서 노인에 대한 폭력방임 등 학대도 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눈앞의 방역과 경제 후폭풍에 정신이 없겠으나 무더위 속에 고통 받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도 강구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8.19 17:06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