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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세계를 준비하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코로나19는 인류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글로벌 시스템을 한순간에 허물어뜨렸다. 언제나 어디든 갈 수 있었던 국경 없는 세계는 코로나19 이후 꿈같은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봤다. 그 정도로 코로나가 우리의 삶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라북도가 코로나 이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국내 자립적 생산거점 확보와 언택트 라이프스타일 확대를 대비한 5G 인프라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첫째, 생필품과 핵심소재 및 부품에 대한 자립적 생산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각 국가들은 생필품과 의약품, 식량은 물론 전략적 상품의 핵심적 소재와 부품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고 국내생산으로의 회귀를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공장들이 문을 닫고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면서 소재와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자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됐다. 우리는 이미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금지로 공급의 불안이 우리의 경제를 어떻게 위축하는지를 경험한 바 있다. 국제적 연대와 협력시스템이 전염병에 의해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한 국가들은 이제 기업의 아웃소싱을 줄이고 자립적 생산거점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때 전라북도가 국내 기업의 공급망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립적 생산이 필요한 소재나 부품 또는 상품을 전라북도가 선점하여 국내 자립적 공급거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언택트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선도할 5G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및 주4일 근무를 시도하고 있고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을 통한 원격수업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과 영상회의를 통해 의사결정과 업무추진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인터넷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쇼핑, 원격근무, 게임, 동영상 수요 증가로 인해 전 세계 인터넷 월(月) 데이터 트래픽이 30%이상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트래픽을 낮추기 위해 영상의 화질을 낮춰 서비스하기에 이르렀다. 데이터의 차별을 없애고 많은 트래픽이 필요한 분야의 신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5G 뉴딜프로젝트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전라북도가 제일 먼저 산골이든 섬이든 전북 어디서나 5G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으로 만드는 5G 뉴딜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한다. 도로나 철도를 개설하는 전통적 인프라 구축에는 늦었어도 서버나 5G 서비스 등의 ICT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서는 선도적인 지역이 되기를 바라본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는 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고 당부했다. 코로나가 인류의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지만 한국이 세계의 새로운 길을 찾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시기에 전라북도가 그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는 침착하게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준비하고 전라북도가 해야 할 일을 찾아보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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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4.26 15:13

국산 화훼 수출의 재도약을 기대하며

김지강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우리나라 화훼 수출은 2010년 1억 3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19년에는 1,700만 달러로 약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선인장은 2018년보다 3.4% 증가했고 화훼류 전체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2010년과 비교해서는 147% 증가해 백합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은 품목으로 성장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화훼 수출 시장은 다른 농산물 수출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규모이다. 하지만 OECD 국가 수준의 산업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차별화된 국산 품종을 우수하게 관리해 수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수출 농가 조직화를 통한 유망 품종 생산 체계가 필요하다. 화훼는 수출 시 판매상이 다양한 품종을 요구하기도 하고, 수출국에 따라서는 선호 품종이 달라지기도 한다. 참여 농가들이 품종을 나누고 재배기술 공유하며 수출에 적합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박람회, 상설 전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우리 화훼 품종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우리가 육성한 꽃 품종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포장 등을 달리하여 품종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우리만의 독특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테이블용 미니 팔레놉시스, 다양한 색의 접목 선인장, 소형 절화용 심비디움, 수송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꽃이 잘 떨어지지 않는 국화 등 특색 있는 상품이 요구된다. 수송 기간이 긴 화훼는 품질 유지가 생명이므로 수출 후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품목별로 수출에 적합한 수확, 포장 및 수송 등 품질관리 기술을 확립하여 수출 관계자에게 매뉴얼을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국내 가격이 높을 때 수출을 포기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안정된 가격으로 꾸준히 수출하여 화훼 수출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즉, 국내 농가가 현지 생산자와 같은 자격을 얻도록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산 품종 재배 농가는 모종 구입 부담이 적고, 품종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일정 비율은 의무적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내 화훼 품종이 다양해지고, 상품성이 좋아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우리 품종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어 그동안 수출이 크게 감소된 화훼류의 수출 재도약 가능성이 엿보인다. 최근에는 화훼 품종을 개발할 때 육종가와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 수출 및 유통관계자 등이 참여하고 있어 더 경쟁력 있는 품종 개발이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수출용 국산 품종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생산 및 품질관리 기술을 적용하고 시범 수출 등의 현장 실증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어 국내 화훼 수출이 2020년을 기점으로 반등하고 과거 1억 달러 이상 수출했던 상황이 다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지강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4.26 15:13

이 도서관의 기능

장크트갈렌은 스위스 북동부에 있는 작은 도시다. 해발 700미터 계곡에 위치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 도시는 유럽에서 우수한 경영 대학으로 꼽히는 장크트갈렌 대학 덕분에 교육의 도시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장크트갈렌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린 것은 아무래도 수도원이다. 장크트갈렌 수도원이 건립된 것은 8세기 때. 이후 수도원은 도시를 성장시키는 중심이 됐다.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된 장크트갈렌 수도원에는 빛나는 유산이 있다. 도서관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은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그렇지만 수도사들이 써낸 필사본 보고로 가치를 빛낸다. 전통적으로 유럽의 규모가 큰 수도원들은 별도의 필사실을 두고 중요한 고전과 성경, 악보를 필사해 책을 만들었다. 장크트갈렌 수도원도 그중 하나였는데 특히 이 수도원은 수도사들의 귀중한 필사본을 관리하는데 특별한 노력을 쏟았다. 필사본으로 성경과 성가집, 악보를 생산하는 일을 전통으로 삼았으며 수도원 안에 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수집했다. 수도원은 훈족의 공격을 받아 약탈당하고 화재로 불에 타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끝내 견디고 지켜 16세기를 지나면서 번성기를 맞았으며, 17세기 중반에는 스위스 최고의 필사 및 인쇄센터를 갖게 될 정도로 위상을 높였다. 수도원이 보유하고 있던 귀한 필사본과 장서 덕분이었다. 세계 각국의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지금의 수도원 도서관은 1750년에 지어진 것이다.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장서는 16만권. 스위스의 국보급 문서와 도서는 물론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한 온갖 진귀한 도서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4년 전 유럽 여행길에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을 들렀다.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의 면모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이 도서관에 붙여진 별칭에 마음이 끌려서다. 별칭은 흥미롭게도 도서관 현관 문 위에 새겨진 그리스어로 마주하게 된다. 팻말의 뜻은 영혼의 요양소 혹은 영혼의 치유소. 도서관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얻거나 문화적 활동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책을 통해 영혼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도서관의 존재가 반가웠다. 귀한 자산을 어루만져 그 가치를 지키고 살려낸 오래된 도시의 역사와 전통이 안겨준 귀한 선물일 터. 우리의 오래된 도시들이 지키고 가꾸어온 자산은 지금 어떻게 빛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4.23 19:48

일당 독주 체제…서늘한 두려움

김세희 정치부 기자 의원 수가 적으니 일을 하기 어렵다 20대 국회에서 전북 여당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2020년 6월, 21대 국회가 열리는 순간부터 이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4년 만에 전북에서 민주당 중심의 일당독주체제가 부활했다. 더 이상 민주당 전북 의원에게 야당 복이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야당 의원보다 숫자가 적어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제 전북에서 집권 여당 당선인은 9명이다. 이들이 해결해야 할 전북 현안은 산적해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 악화된 지역 경제와 관련한 현안이다. 이 중 다른 지역과 이해가 충돌하는 현안들은 20대 국회처럼 저항을 받을 수 있다. 그 때마다 정치력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은 이들에게 쏠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당선인들은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부터 계속 결과를 내놓을 수 밖에 없다. 막스베버가 정치인은 대의를 실현하려는 신념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책임윤리도 지녀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당선인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현안 해결이 미진하면 비판의 도마위에 오를 수 있고, 수월하면 찬사가 쏟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선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책임감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자치단체의 현안을 물어보는 인터뷰에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연일 쏟아지는 인터뷰에 불평도 늘어놓는다. 정치인으로서 면모와 지역경영철학을 내세워야 하는 자리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니 실망스럽다.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압승에 대한 무거움 책임감을서늘한 두려움으로 표현했다. 의석수에 도취해 오만함을 보여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패했던 열린 우리당의 아픔을 재연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당선인들은 이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세희
  • 2020.04.23 18:17

투기세력 아파트 불법전매 강력 대처해야

전반적인 경기 불황으로 도내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벗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택지에 분양되는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권 불법전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불법을 발본색원할 근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가 성행하고 있는 대상은 전주 에코시티와 효천지구 등 공공택지에 건립되는 아파트들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현행 주택법에는 공공택지 건립 아파트의 경우 제3자에게 분양권을 넘기는 전매행위를 1년 동안 제한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전매에 대한 이같은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투기세력들은 공공연하게 불법전매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말부터 수도권에 대한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 시책 시행으로 묶인 투기자금이 전주 등지의 분양 신규 아파트로 몰리면서 불법전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불법 떴다방등을 이용해 수십채의 아파트를 사들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전주 에코시티나 효천지구의 경우 세대당 수천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찰이 중개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불법거래 중개인을 비롯 최초 당첨인 등 50여명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수사에도 투기세력들의 불법거래 수법이 교묘해 혐의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불법거래의 경우 이면계약서 작성은 물론 대부분 타인 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떴다방등은 일이 끝나면 바로 떠나 버려 혐의점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수사가 겁만 주고 용두사미 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투기세력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정작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다. 불법전매가 기승을 부리면 실수요자들은 웃돈을 주고 아파트를 매입해야 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입주시점에 거품이 꺼지면 재산상 피해를 입기도 한다. 투기세력들은 경찰이나 행정기관등 단속의 미진함을 노린다. 관계당국은 불법전매에 대처할 보다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강력한 단속으로 불법을 뿌리 뽑는데 힘쓰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4.23 16:50

전북 빠진 감염병 전문병원, 다시 공모하라

전북에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당위성을 줄기차게 제기했지만 정부의 공모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문제는 앞으로 진행될 추가 공모에서도 전북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4일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및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음압병실 확충사업 참여희망기관 공모 방침을 밝혔다. 감염병 전문병원 신청대상은 중부권과 영남권 2곳에 소재한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제한했다. 또 내년도 예산확보 여건에 따라 인천과 제주에도 추가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구축한다. 그렇지만 전라북도는 감염병 발생 빈도와 인구 밀집도, 항만 및 공항 등 인접도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전북은 아직 대상에 없다고 전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지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높은 감염병에 신속히 대응하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지역마다 전문병원이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북에는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에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총 11병상에 불과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군산남원진안군의료원은 병상을 확보했지만 진료 시설과 인력 확보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총선 정국이 얽혀서 정부의 감염병 전문병원 공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전라북도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응과 역할이 요구된다. 전북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있기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서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나 예전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모두 동물을 매개체로 해서 사람에게 전파된 만큼 연구와 치료, 백신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에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감염내과 의료진 등이 있어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인프라도 충분하다. 또한 남원에 공공의료대학원 설립도 추진 중이어서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통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민주당과 당선자들은 전북도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열망을 잊지 말고 전북 현안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4.23 16:50

[금요수필] 행복을 찾아서

박경숙 친구가 곧 산골로 이사를 한다. 그곳에 학교를 짓고 싶어서란다. 20여 년의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가족 모두 떠난다. 그녀를 만나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물었다. 그녀는 더 행복하고 더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은행 융자는 많이 걱정 되지만 더 늦기 전에 소외 된 이들과 더불어 나누고 공감하며 살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학창 시절 괴짜라는 소리를 듣던 친구다. 가진 게 별로 없는 고학생이면서도 오페라를 즐겨 찾았다. 낮에는 아르바이트하고 밤에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뒤 야학을 같이했던 선배와 결혼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걱정하는 가약佳約이었지만 부부는 여전히 깨가 쏟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간은 행복해지려고 산다.는 어느 문화심리학자의 글이 떠올랐다. 그의 말에 의하면 행복은 하루 중에서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나는 많이 웃고 재미나게 사는 삶이 행복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은 거창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 이른 아침 구수한 된장국이나 오후의 산책처럼 소박해야 한단다. 침대에 하얀 시트 깔고, 호텔식 샹들리에로 조명을 바꿨을 때 느끼는 행복. 그 행복을 얻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뒤 월급봉투를 포기하고 아내로부터 하얀 침대 시트를 얻어냈다고 한다. 비우면 맑아지는 걸까. 주변을 돌아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소소한 일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 항상 스스로에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그 물음을 통해 구체적인 답을 얻고 실천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까. 어떡하면 유명세를 탈까에 집착하지 않는다. 행복을 얻기 위해 기존의 것을 버리고 용기 있게 선택한다. 며칠 전, TV 인간극장 프로그램에 대기업에 다니다가 명퇴한 50대 남자가 나왔다. 그는 지금까지 좀 더 높은 보수와 더 많은 여가가 주어지는 직장으로 끊임없이 옮겨 다녔다고 했다. 그런 어느 날 퇴근길 쇼윈도에 비친 자기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더란다. 영화 관람과 소설책을 좋아했던 그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어렵게 취직한 직장에서 청춘을 바쳐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느새 중년이 되고 말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행복한 인생은 언제 시작 되느냐며 성공해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 것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 책상에는 어느 해 가을, 우리 가족이 고창 선운사로 소풍간 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 속의 나는 파란 줄무늬 원피스에 흰 모자를 쓰고 두 아이를 꼭 껴안고 있다. 초등학생 딸아이는 내 손에 턱을 괴고 유치원생 아들은 사진 찍는 아빠를 향해 찡끗 윙크를 날린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고 새우튀김을 만드느라 밤을 꼬박 새워도 행복했다. 꽃무릇 양탄자가 깔린 숲에서 김밥을 먹다가 사진기를 잃어버려 일회용 카메라로 찍으면서도 좋았다. 나는 그때 별것도 아닌 일에 참 많이 웃고 즐거워했지만 그것이 행복인 줄 몰랐다. 새봄을 맞아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더 재미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수첩에 적어보려 펜을 든다.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펜을 드니 적을 게 없다. 달빛이 창에 비쳐 방 안이 환하다. 머리맡 창문을 활짝 여니 미풍이 건들거린다. △ 박경숙 수필가는 <계간수필>에서 등단하였다. 전북문인협회와 행촌수필, 영호남수필, 계간수필문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전북수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0.04.23 15:45

‘반파국’ 후백제 견훤이 흠모했을 만큼 명품국가를 꿈꿨다

장영수 장수군수 역사는 옛사람들의 문헌 기록과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통한 흔적들이 합쳐지면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역사적 사실이 된다. 하지만 고대 역사는 대부분 문헌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고고학적 발굴조사 성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다. 장수가야는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장수가야라는 명칭은 장수지역에도 가야가 분명 존재했고 이를 후대에 알리기 위해 임시로 정한 명칭인데 이 명칭은 역사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부정적 의견이 높다. 이러한 논란은 학술적 연구 성과를 통해 장수가야의 옛 이름을 찾으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장수군은 1995년 천천면 삼고리 고분군에서 가야의 존재를 확인한 후 활발한 학술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가야문화유산을 확인하고 학계 등에 보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1일 장수군 최초 국가사적 제552호로 동촌리 고분군이 지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앞으로도 백화산고분군, 침령산성 등 다양한 유적지들이 국가사적 지정을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장수군민 모두의 25년 간의 노력으로 학술적 성과가 나타나 국가사적 지정이라는 큰 열매를 맺고 있는 이 시점에 장수가야의 옛 이름을 찾아보고자 한다. 일본서기는 일본에서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로 7~8세기에 편찬되었다. 이 역사서는 역사왜곡 논란이 많지만 가야 소국 중 하나인 반파국을 소개해 놓았다. 반파국은 봉수를 운영하며 신라에 대비하였고, 백제와 기문을 두고 3년 간 전쟁을 하였다는 기록이다. 또한 양직공도는 6세기 양나라에 파견된 외국사절의 사신도로, 백제의 주변국 중 첫 번째로 반파를 열거하고 있다. 그동안 가야의 연맹국 중 반파로 추정되는 곳은 경북 고령의 대가야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고고학적 발굴조사 성과를 비추어 볼 때 위에서 언급된 당당함을 가진 국가는 대가야뿐일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하지만 문헌에 명시된 반파국의 성립요건은 봉수의 운영이다. 그렇지만 후기 가야의 맹주 대가야(지금의 고령) 주변 지역에서 봉수유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장수군 일원에는 110개소 이상의 봉수유적이 확인되고 있으며 그 집결지가 장수군이다. 현재 이들 봉수유적의 발굴조사에서 가야와의 연관성이 높은 가야 토기들이 출토되고 있다. 진실된 역사로 인식되는 등식인 문헌과 고고학적 발굴조사 성과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고대사회 한 축을 써 내려간 반파국은 장수가야의 옛 이름이라 할 수 있다. 330개소가 넘는 화려한 문화유산을 남기고 특히 당시 최고의 고부가가치산업인 철 생산유적을 70여개소나 남기고 백제와 신라에 맞서며 당당함을 내세웠던 반파국이 지금의 장수군이란 사실에 감회가 벅차오른다. 전주로 도읍을 정하고 국호를 후백제라 칭한 견훤도 장수군에 국력을 쏟았다. 철 생산유적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한 산성,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절 등 많은 문화유산을 남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장수군의 역사성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한다. 옛 이름 찾기에 있어 학술적으로 증명할 일들이 더 남았지만 그동안 전문가들이 흘린 땀방울과 노고에 비춰보면 머지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가 반파국이란 사실은 당연할 것으로 의심치 않으므로 장수군수로서 군민을 대표해 지금부터 장수가야를 반파국이라 선포한다. /장영수 장수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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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4.23 15:45

뉴노멀사회와 수축사회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우리는 과거의 일상(normal)을 잃어버렸고,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하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뉴노멀이 일종의 트렌드라기보다는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꾸는 중요한 개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상황은 어느 특정한 지역이나 분야,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문제라는 점에서 총체적 대변동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어떤 삶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과거를 회상하거나 추억하는 것은 그것이 사라져서 지금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의 삶터를 바꾼 신도시와 아파트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살던 동네가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몇 년 후 그 자리에는 뉴타운이나 신도시가 들어서곤 했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게 우리의 삶과 사회는 바뀌어왔다. 그럼에도 지금의 대변동은 전혀 다른 충격을 던지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김호기 교수는 이중적 뉴노멀의 미래를 전망했는데, 경제 영역의 불확실성과 국가의 귀환, 제3의 자리로 이동하는 사회였다. (국민)국가와 경제의 변화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회에서 제3의 자리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개인적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이 함의하는 바는, 코로나 광풍이 그치면 우리가 돌아갈 자리가 옛날의 자리가 아닌 제3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제3의 자리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연결이 강화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더욱 중첩되는 공간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거나 중첩되는 공간으로서 제3의 자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두 세계 사이에서 어떤 대안이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이 문제는 국가와 경제(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이번 사태로 분명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여전히 세계화와 지역화는 치열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단기적으로 국가의 귀환은 당연해 보이지만, 국가의 역할과 기능, 시민의 역할과 정체성의 문제는 또 다른 논의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2018년 말 출간된 <수축사회>(홍성국 지음/메디치)는 중요한 문제의식을 준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 낯선 세계의 문턱에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는 팽창사회였다면,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수축사회로 진입하면서 제로섬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축사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기주의, 모든 분야에서의 투쟁, 현재에만 집중하는 태도, 팽창사회를 지향하는 집중화, 심리적 문제 등. 수축사회는 어쩌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축사회를 돌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류 모두가 이타적으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타적으로 바뀐다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기 이전에 마음의 문제이다. 사람들이 어떤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회는 달라진다. 따라서 경제적자본 이전에 사회적자본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팽창사회에서 붙잡고 있던 효율성과 합리성이 아닌 도덕과 윤리를 통한 사회적자본의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낯선 세계의 문턱에 서 있다. 결국 각자의 삶을 살펴야 한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누구와 관계를 맺고, 삶이라는 일상을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이것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해야 하는 물음이다. 개인의 질문이 우리의 질문으로 바뀔 때 출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순서를 잊지 말자. 시장과 국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다음은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나는 어두운 인간 세상의 그림자를 스스럼없이 당신 머리 위로 던져 주겠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두운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그 안에서 당신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끄집어 내십시오.(나츠메 소세키, <마음> 중)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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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4.23 15:43

야외시설 순차 개방, 방심하면 안된다

극성을 부리던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다. 정부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20일부터 종교유흥실내 체육시설학원 등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운영 중단에서 운영 제한으로 완화하고 5월 5일까지 연장했다. 이어 22일부터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실외 체육시설 운영을 일부 재개했다. 한 달 동안 지속해 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바로 넘어가지 않고 일부 준칙을 완화키로 한 것이다. 하루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떨어져 안정적 수치를 보이고 있고, 코로나 사태가 길어져 경제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데다 국민들의 피로감이 더해져 취해진 조치다. 그러나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확진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고, 올 가을이나 겨울쯤 2,3차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방역 모범사례로 꼽혔던 홍콩의 경우 발병 후 환자 수가 10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자신감을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그러자 환자 수가 한 달 만에 7배로 뛰는 바람에 큰일 날 뻔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더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될 이유다. 전북도에 따르면 직영으로 운영하는 데미샘 자연휴양림, 대아수목원, 산림박물관과 시군에서 공유위탁한 자연휴양림 8개소에 대한 출입이 허용된다. 야외 조경시설과 숲속 휴게시설, 야외화장실 등은 운영을 재개하고, 등산객의 입장도 허용키로 했다. 다만 숙박시설과 방문자센터 등 실내 관람시설은 타 시도 관람객과 방문객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이용이 제한된다. 감염자 발생 시 동선 및 접촉자 파악이 어려워 감염 위험이 낮아질 때까지 임시휴관이 필요하다는 의도에서다. 또 지난 2월 말부터 휴장에 들어간 전주 덕진완산 체련공원 내 풋살장과 축구장, 농구장, 테니스장 등도 운영이 재개된다. 다만 공공 체육시설 가운데 실내 시설의 경우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도 감염 위험이 상주해 있는 상태로, 개장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비교적 이용객이 밀집하지 않는 실외시설의 경우에만 개방한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높은 시민의식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시민 각자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집단시설 이용을 자제하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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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4.22 18:27

전주시가 ‘해고 없는 도시’되려면 재원대책부터

전주시가 해고 없는 도시를 선포했다. 전주시와 고용 유관기관, 노사가 힘을 모아 대량 해고사태를 막고 고용보험 지원 등 사회적 고용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그제 코로나19 위기극복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산하에 해고 없는 도시 대책반 위기복지 대책반 마음치유 대책반 등 3개반을 가동,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주지역 모든 고용주와 노동자들의 고용유지 상생협약 참여를 유도하고, 인센티브와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 고용보험 가입보험료, 중소기업육성자금 등의 지원책이 제시됐다. 또 기존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누락된 1000여 가구에 대해서는 생계의료주거 등을 추가 지원하는 한편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는 무이자로 50만원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아울러 학교시설과 생활방역 등 5개 분야에서 1000명 규모의 공공일자리를 제공하고, 복지대책으로 해결되지 못한 실직자에 대해서는 마음치유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는 경제위기를 몰고 왔다. 사회의 혈맥이자 시민의 생명인 일자리를 지켜내 현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숙제다. 그런 점에서 전주시가 해고 없는 도시를 선포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도 없지 않다. 기업과 운수숙박업 등 서비스 업종 참여 및 프리랜서 등 특수 형태 고용자들을 어떻게 고용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지가 과제다. 근로자 해고는 경영고통이 막바지에 이를 때의 수단임을 모르는 업주는 없다. 이들의 참여를 강제할 수도 없거니와 참여도가 떨어지면 단순히 선언적 의미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또 하나는 재원 문제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263억원과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기금 매칭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상황에서 향후 지원해야 할 엄청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다. 해고 없는 도시를 선포하면서도 전주시가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예상재원 규모를 밝히지 못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고용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재정대책과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선언적 전시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주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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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4.22 18:27

약속을 지키고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치를 위하여

유송열 무주군의회 의장 대의민주주의 제도 밑에서 국민은 대통령과 단체장, 의원들을 선출해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라면 선출된 자들은 공공의사의 정책반영을 위한 통로여야 하나 우리나라 정치사는 그들이 부여받은 권력을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남용한 역사로 얼룩져 왔다. 공약은 선거승리를 위해 내세운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전락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국민들은 무력감에 빠졌다. 나쁜 정치인의 배불리기를 허용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치혐오와 무관심도 날로 더해만 갔다. 선거철마다 후보자들이 외쳐대는 공약을 귀에 담고 간절한 기대를 가슴에 품으며 열심히 투표소로 달려갔던 민초들이다. 전북도민들의 절대 신임을 받은 정권은 이제 임기 만 3년을 맞이하지만 이 지역은 오랫동안 소외됐고 탄소소재법과 공공의대법도 번번이 무산되는 등 주요 현안들은 답보를 거듭하고 있기에 도민들의 실망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66.2%라는 투표율을 기록한 415 총선 결과 집권여당은 그 위성정당과 함께 180개 의석이라는 슈퍼여당으로 재탄생했다. 어떠한 심정으로 투표했든 도민들이 염원은 하나다. 공약을 성실히 지켜내고 지역발전을 앞당겨주길 내심 바란다. 할 일은 많고 상황은 엄중하다. 유권자들의 눈은 밝고 귀는 초감각적이며 수준 또한 높아졌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코로나19라는 굵직한 국가 위기를 넘기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는 대단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는 국민들의 목소리로 들끓고 주민조례청구도 2018년부터 전국적으로 26건을 기록했다. 국민의 눈을 속이는 정치는 불가능해졌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펼쳐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결과다. 최근 무주군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군민 제안 공모에도 주민참여가 뜨겁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선 군의원으로 의장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필자 역시 지역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참여의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반갑기만 하다. 우리에게는 흙냄새 비집고 솟구친 희망이 아직 살아있다. 성숙한 국민의식과 미래지향적인 의회행정의 의지를 바탕으로 발전의 길만 걸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진정한 대의(代議)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널리 듣고 깊이 연구하며 공선후사의 초심으로 쉼 없이 뛰어야 한다. 이는 유권자들이 부여한 힘이자 무거운 사명이라는 것을 정치인 모두가 가슴깊이 새길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선거를 치르면서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된 민심을 결집하는데 지방행정과 의회가 앞장서고 주민들과 힘을 합쳐 당면한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을 차근차근 계속해 나가는 일이다. 선거는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이벤트이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니까 말이다. 우리 무주군에도 태권도와 반딧불이를 바탕으로 한 관광정책과 농업 등 지역 성장을 위한 산업육성과 경제 활성화, 일자리 확충, 인구유입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무주군의회 역시 살기 좋은 무주를 만들겠노라고 2년 전 외쳤던 군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매진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로 보답 받아 모든 군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것만이 군민의 선택에 보답하고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올곧은 길이기 때문이다. /유송열 무주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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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4.22 16:33

민생당의 몰락

이번 21대 총선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생당이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한 채 전멸했다. 4년 전 민생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이 전북 7석을 비롯해 호남에서 23석을 휩쓸면서 압승했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에 대한 냉혹한 심판으로 귀결되었다. 무능하고 갈등만 부추기는 야당에 대해 유권자는 가혹하리만치 철퇴를 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민생당의 몰락은 이미 예고되었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창출임에도 민생당에는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었다.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등 중진들이 포진했지만 이미 한물간 구세대에 불과하다. 당내에 미래권력이 없다 보니 난데없이 호남대통령론을 들고나왔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의 유력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를 호남출신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호남대통령을 만들려면 호남 유권자는 민주당을 선택하지, 민생당을 찍을 리는 만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패착이었다. 극심한 계파 싸움과 이합집산도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 국민의당 간판으로 호남에서 압승하고 비례의석을 17석이나 확보했지만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고질적인 내분사태로 인해 결국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대안신당 등으로 갈라섰다. 그러다 총선이 다가오자 다시 민생당으로 헤쳐 모였지만 이미 호남의 표심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민생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 돌풍을 기대하며 지역구 10석, 비례대표 10석 등 총 20석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당 간판격인 정동영 박지원 천정배 유성엽 조배숙을 비롯해 지역구 출마자 52명 전원이 낙마했다. 비례대표 후보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20명을 등록했지만 단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다. 창당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원외 정당으로 전락한 민생당은 이제 생존기로에 놓여있다. 당의 주축이었던 정동영 손학규 박지원 천정배 박주선 등 올드보이들은 퇴장을 선언했다. 중진인 유성엽 의원도 공동대표직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들은 정계 은퇴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총선 당선자 중 90명이 선거법 위반 수사대상에 올라 있어 내년에 상당한 규모의 재보궐선거가 예상되고 2년 뒤 대선과 지방선거도 있기에 다시 민심의 풍향계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4.22 16:31

삼례여중 축구부 해체 유감

김재호 선임기자 다음달 6일 개봉하는 영화 슈팅걸스는 삼례여중 축구부의 성공신화를 다루고 있다. 삼례여중 축구팀이 2009년 제17회 여왕기 전국종별여자축구대회에서 감격의 우승을 일궈낸 실화가 바탕이다. 삼례여중 축구부는 2000년 창단됐다. 그해 5월 첫 출전한 전국대회 첫 경기에서 0-8 완패 했지만, 9년 후인 2009년 6월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준우승하고, 여세를 몰아 그 해 8월 열린 여왕기에서 우승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고 전국 챔피언 자리에 올려 세운 이는 고 김수철 감독이었다. 아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투지를 응원하고, 체력을 다지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 주었다. 우승 2개월 후인 그해 10월27일 삼례여중 축구부의 감동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제작 발표가 나왔다. 익산에 소재한 (주)매직필름(대표 최태환)이 기획제작하고 배효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듬해 6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실제 개봉은 차일피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는 5월 6일 진짜 개봉된다고 한다. 무려 10년 만이다. 당시 대기업 후원도 나왔다. SK가 풀뿌리 축구사랑 캠페인 일환으로 2010년 1월 제주도 동계 전지훈련을 지원했다. 아이들은 유명 프로축구선수의 축구기술 전수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영광을 다시 볼 수 있는 슈팅걸스가 개봉하는 그 축제의 장에 삼례여중 축구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삼례여중이 삼례중과 통합해 2020년 3월 삼례중학교란 교명으로 새롭게 출발했는데, 이 와중에 축구부가 해체됐다. 사연은 이렇다.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초중학생의 합숙을 금지하는데, 삼례중에는 축구부를 위한 합숙소가 운영되지 않는다. 훈련용 인조잔디구장이 없어졌고, 최근 학교 신축과 함께 조성된 천연잔디구장은 당장 이용할 수 없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개학이 닥치도록 학교 측의 태도가 미진했다. 선수들이 게임수를 채우지 못하면 진학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다. 이에 학부모들이 결국 축구부해체 결정문을 학교에 제출했고, 3월에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열린 학교운영위원회는 축구부 해체 결정을 했다. 16명의 축구선수 대부분은 대전 한밭중 등으로 전학했다. 전북 유일의 중학교 여자축구부의 운명은 그렇게 끝났다. 부안군 백산면에 소재한 백산중학교가 1977년 배구부를 창단, 전국 제패 신화를 이어간 적이 있다. 이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배구부를 창단한 백산고도 창단 첫해부터 전국대회를 석권했다. 백산고 배구팀은 3년 연속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며 무적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인해 백산중고 배구부는 1985년 해체되고 말았다. 40년 전 무려 7년간 전국 학생 배구를 휩쓸었던 무적 백산중고 배구부는 그저 전설로 남아 있을 뿐이다. 영화 슈팅걸스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해체된 삼례여중 축구부, 이런 저런 난제가 없지 않더라도 완주, 교육계는 아이들의 꿈과 열정, 성공신화가 담긴 축구부를 지킬 수 없었을까. 막 자라는 중학생들이 직업선수처럼 훈련에 몰두하고, 위장전입자가 되는 것 등에 따른 문제도 지적된다. 스포츠 선수의 특수성에 대한 주장도 있고, 어린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가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또 도와줘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전북이, 완주가 않는다고 모두가 않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항상 성공만 있는 게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위기는 위장된 기회라고 한다. 긍정이 아닌 부정만 보니 해체밖에 길이 없었던 것일까 싶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20.04.22 15:58

차만 세우면 전라북도 어디나 캠핑장이 된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화려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호텔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있다. 파도 소리, 풀벌레 소리, 나지막이 스며드는 달빛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는 캠핑은 나름의 운치가 있다. 하지만 캠핑을 즐기기엔 짐이 너무 많고 매번 텐트를 쳤다가 접었다가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 바로 차박이다. 아직 누구에겐 생소한 단어지만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여행의 한가지 방식이다. 차박(車泊), 말 그대로 차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캠핑과 달리 설치형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차 안에서 잠을 자는 여행을 뜻한다. 일종의 레저 활동으로 숙소의 위치에 구 받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면서도 캠핑에 번잡스럽다고 느껴질 때 적합한 여행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야외에서 자는 기분은 내면서도 준비할 것이 과다하지 않아 간소한 캠핑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들은 차 내부를 개조하거나 차 안에 텐트나 매트 등을 설치해 숙식을 해결한다. 거창하게 텐트와 타프를 칠 필요 없이, 그저 바닷가 어느 자리에 차를 치면 끝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탓에 타인과 접촉을 최대한 멀리하는 여행을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대표적인 언텍트 여행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캠핑 트렌드 분석 결과 캠핑관련 검색어 중 차박이 가장 높은 증갸율을 보였다. 2017년 조사보다 71%나 증가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차박 캠퍼는 사설 캠핑장이나 자연휴양림처럼 대중적인 장소보다 인적이 뜸한 곳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한적하고 조용한 차박지를 찾기 위한 노력도 대단하다. 차박을 주제로한 온라인 까페의 경우 이 차박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조용한 곳을 나 혼자만 간직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인해 이 정보를 공유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블로그나 까페의 글을 조금만 찾아봐도 장소는 공개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항상 달려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차박지는 그 인기가 너무 많아 주차할 공간이 부족한 현실이다. 차박 여행객들은 여행지에 목마르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자연, 주차장, 화장실만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이런 차박 여행자들에게 전북의 아름다운 공간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면 어떨까? SNS에서 전북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하고 이 장소를 차박을 위한 공간으로 약간을 지원을 한다면 전북의 관광 산업을 매우 활성화가 될 것이다. 이미 전북에는 유명한 차박지들이 많이 있다. 임실의 국선봉, 고사포 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 선유도, 월명공원, 구시포해수욕장, 모항해수욕장, 용담섬바위 등 전북을 사랑하는 차박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들을 위한 약간의 지원을 더한다면 전북은 차박의 성지라는 관광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전북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차박지에 대한 소개를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그 곳에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편의 시설을 마련해준다면 여행객은 전북의 아름다움에 더 깊게 빠져들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여행에서 느낀 좋은 경험과 전북 여행의 매력을 전국에 알리는 팬슈머 (팬+컨슈머)가 되어 전북 관광 산업 활성화의 첨병이 되어 줄 것이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04.22 15:58

용서하기 힘들 때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사회의 구성원으로 진짜 성인(成人)이 되었다고 인지할 때부터 인생은 왜 쉽지 않을까?를 묻고 또 물었던 기억이 있다. 살다보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열심히 학창시절을 보내면 입시가 기다리고 있고, 입시 후에는 취업, 어렵사리 취업을 해 결혼까지 골인한다고 해도 새로운 시작일 뿐이었다. 수십 년간 따로 살던 배우자와 맞춰가는 것도 힘든데, 시댁 또는 처가 식구들이 딸려온다. 사랑 속에 태어난 자녀들이지만 인내심의 한계를 자극할 때, 내가 이러려고 결혼을 했나 싶어 복잡한 마음이 든다. 이런 저런 생채기가 깊어질 무렵 분노로 폭발하고 만다. 때로는 더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믿었던 배우자의 배신, 재정의 궁핍, 사업의 실패, 고된 질병, 사춘기 자녀의 방황, 남모르는 아픔에 눈물을 훔친다. 잔소리와 회초리로 변화될 수 있다면 해보겠건만, 닦달하는 외침에 갈등만 커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사랑하는 이가 준 상처는 마음에 깊이 파고들어 용서 할 수 없다는 사연이 라디오에 도착한다. 별다른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해 시간만 보내고, 마음은 그렇지 않아도 너무 멀리 건너왔다며 아쉬워하는 이들을 보며, 용서가 진정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작하는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유달리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았던 날, 퇴근 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을 오랜만에 펼치게 됐다. 해님과 바람이 누가 더 강한지 티격태격하다 힘겨루기를 한다. 지나가는 사나이의 외투를 누가 벗길 수 있는지 내기를 하며 바람이 먼저 세게, 더 세게 바람을 불어보지만 사나이는 옷깃을 여밀 뿐이었다. 이번에는 해님이 햇살을 강하게 비추자 더워진 나그네는 옷을 벗었다.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를 오랜만에 읽은 이야기를 통해 곱씹어본다. 강한 힘, 강압적인 방법이 결코 능사는 아니라는 것. 부드러운 온기로, 따뜻함으로 포용해 줄 때, 긍휼의 자비가 임한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용서의 위대함을 절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빵을 훔친 대가로 19년의 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발장은 은접시를 훔친 위기의 상황에서 그의 부족함을 덮어준 미리엘 신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되길 다짐했다. 장발장이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체벌과 감금이 아니라 갚을 수 없는 감사를 느끼게 한 용서였다. 용서의 힘을 묵상한다. 용서는 먼저 내민 손이고,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는 희망과 용기다. 이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아내지 못한 진심이며, 자존심을 이겨낸 용기이고, 삶의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의학 전문가들도 말하길 자발적인 용서는 심신의 안정감을 주고,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며 혈압을 낮추고 각종 질병의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진정한 용서는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성숙한 의례 행위이자 인격 수양의 최고봉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를 주저하게 만들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과감히 떨쳐내고, 미래를 향해 시선을 돌릴 때, 용서가 결국 홀로 쥐고 있던 내면의 상처와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하는, 스스로를 위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마하트마 간디는 용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용서는 용기 있고, 용감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죄를 용서할 만큼 강한 사람만이 사랑하는 법을 안다. 용서하기 힘들 때, 이제는 나를 생각하자. 상처 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닌, 사랑받을 만 하고 세상에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나의 존재를 위해 이제는 외쳐보자. 나는 너를 용서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4.21 19:40

3+1 권력지도

19대 총선을 코앞에 둔 2012년 3월. 전주 덕진구 민주통합당 후보로 유종일씨(전 KDI교수)가 사실상 표밭갈이를 하고 있었다. 당 압박에 못이겨 서울 강남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은 셈이다. 그는 유종근 전지사의 동생으로 잘 나가는 경제전문가였다. 그랬던 그가 돌연 당의 경선 방침에 야반도주 하듯 서울로 줄행랑을 놓았다. 결국 호랑이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에서 현역 도의원이었던 김성주 의원이 금배지를 달았다. 이상직 의원도 전북연고 이스타항공을 설립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공천심사 탈락의 아픔을 겪고 19대 때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리고 4년 임기중 절반 이상을 재판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그런 과정에서 겨우 살아 남았는데 20대 총선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해 정치 공백기를 가졌다. 이 기간 절치부심 설욕의 칼날을 세운 건 물론이다. 세상 일에는 이처럼 전혀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 한차례 낙선과 경선 탈락이라는 쓰라림을 경험한 이들 2명이 21대 총선에서 동병상련 김윤덕 의원과 함께 4년만에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세 사람 모두 민주당에 몸 담고 국회의원 활동도 같이한 데다 연배도 엇비슷해 공통점이 많다. 전주의 권력지도를 다시 바꾼 이들 3명과 다른 한 축인 김승수 시장과의 역학관계가 자못 궁금해진다. 4명이 뜻을 모으면 못할 게 없는 권력의 중심축이라 더욱 그렇다. 이상직 의원과 김성주 의원은 중고교 선후배 말고는 특별한 인연은 없다. 더군다나 이 의원은 김윤덕 의원김 시장과는 아예 학연조차도 없다. 반면 양김(兩金)은 대학시절 학생운동과 시민단체도의원 활동을 같이 한 터라 나름 공감대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은 김 시장과도 잘 통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전주 을 경선에서 현역 이상직 의원이 최형재 후보에게 덜미가 잡혔다. 외부에서 숨겨 놓은샤이대의원에게 저격 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렇게 해서 3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국민의당 바람에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 이후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3+1명의 껄끄러움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정치공학적인3+1이들 관계가 자꾸 신경 쓰인다. 전주발전은 물론 차기 지방선거 헤게모니까지 복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했던4+0체제 에서 3+1구도로 바뀜에 따라 향후 셈법이 복잡해진 건 사실이다. 민주당의 총선 압승은 이들 에게도 각자 부족하지만 힘을 합쳐 제대로 일 하라는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민심이 요동치면 거대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경구가 새삼 남다른 의미로 와닿는 요즘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4.21 19:38

지역현안 성과내지 않으면 ‘코돌이’ 비판 받는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415 총선의 민주당 쏠림은 매서웠다. 호남 28석중 27석 싹쓸이. 총선 전 여론조사 예측치보다 더 심했다. 인물 대 여당의 프레임 역시 무망했다. 호남의 대표적 중진 의원들이 대거 퇴장한 것도 특징이다. 4선인 정동영 조배숙, 3선인 유성엽 등 전북의 중진 의원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김관영도 3선 중진대열의 벽을 넘지 못했다. 6선의 천정배, 4선의 박지원 박주선 김동철, 3선의 장병완 등 전남광주의 중진들이 고배를 마셨다. 호남정치 터줏대감들의 퇴장은 호남정치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반증이다. 4.15총선은 중진 심판의 선거이기도 했다. 중진 의원의 퇴장은 새 숙제를 던져 주었다. 초재선으로 정치지형이 바뀐 전북은 정치력 약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초선 4명, 재선 6명. 3선 이상의 중진 한명 없이 모두 초재선으로 교체됐다. 정당과 국회는 국회의원 선수(選手) 위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정당의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 정도는 맡아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재부 같은 힘 있는 부처는 초재선 명함 갖고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지역의 중요 현안이 기우뚱거리거나 다른 지역과의 갈등이 불거질 때 중진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도 정치에 힘의 논리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핫이슈가 됐던 남원의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문제가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국립 공공의대는 남원 서남대 폐교 관련 대체 현안이다. 의사협회와 일부 야당의 반대로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표류하는 사이 목포에선 박지원 의원이 정원 49명의 목포의대 설립을 공약했다. 정원 49명은 남원 공공의대 정원 바로 그 숫자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은 총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 소병철 후보(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와 전남 동남권 의과대학 설립 협약을 맺었다. 목포쪽의 반발이 커지자 다음 날엔 목포의 민주당 김원이 후보 사무소를 방문, 목포의대 설립 연구를 약속했다. 아무리 선거판이라지만 이런 정치쇼가 없다. 전북의 것을 놓고 뜯어발기는 이 현상을 놓고 당시는 물론 총선 이후에도 전북의 정치인 어느 누구 하나 일갈하는 사람이 없다. 어물어물 하는 사이 남원의 의대정원을 순천이나 목포에 빼앗길지도 모른다. 주어진 전북몫도 빼앗긴다면 국회의원 배지를 내놓아야 한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공약도 부산 정치권이 반대하는 등 전북 정치력 실험의 대상이다. 다른 지역과 이해가 충돌하는 현안들은 저항을 받게 되고 그때마다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가예산과 정책, 사업, 인사 등이 모두 그런 범주에 있다. 민주당 내에서의 존재감, 국회에서의 위상은 정책결정과 국가예산을 현실화할 수 있는 추진동력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선수(選手)가 적은 정치인들로 대폭 교체된 전북의 정치지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전북의 친구 문재인 전략도 수명이 다했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충청이 민주당의 우호적 관계로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출신의 국회 진출도 다른 지역이 질적 양적으로 앞서 있다. 그런데도 당선인들의 포부는 오로지 문재인 마케팅이다. 새 인물의 국회 입성은 지역정치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가 더 크다. 민주당 지역구 당선인 163명중 3선 이상 중진이 45명이나 된다. 이 틈바구니에서 초재선이 존재감을 나타내기란 한계가 따를 것이다. 민심은 무섭다. 국민의당 돌풍 - 민주당 독식. 4년 밖에 안걸렸다. 문재인 표 총선 코로나 총선이라지만 이 역시 민심은 민심이다. 이제 전북의 당선인들은 전북의 정치력 약화 걱정이 기우란 걸 증명해 보여야 한다. 당선인 자신만의 지역경영철학과 실천 가능한 방법론에 천착해야 할 때다. 일당백의 자세로 일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후 민심이 매섭게 평가할 것이다. 코로나 정국에 당선된 코돌이였다고. /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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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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