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모두의 노력을 기대하며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중구삭금(衆口鑠金),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라는 말이 있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인 수로부인이 바다의 용에 끌려가자 노인이 나서 이 말을 하여, 많은 사람을 모아 노래를 부르자 용이 되돌려 주었다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여럿이 함께한다면 그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예전에는 옹기종기 서로의 집들이 맞닿아 있고, 그 사이 낮은 담을 넘어 음식과 수다가 넘나들면서 공동체의 두터운 정을 느끼고 살았다. 서로가 숟가락, 젓가락이 몇 벌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끈끈한 우리 공동체 문화의 연원은 깊고 두터운 것이었다.
그러나, 사회는 갈수록 변모하여, 학업, 직장 등의 이유로 1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문만 닫으면 이웃과 단절되는 현 주거형태는 벽을 넘어오는 층간 소음에 민감해지는 세태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배가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장애인, 노인과 같은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 향상 및 사회안전망 확충은 현대 가족제도와 사회시스템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으며, 사회복무요원은 이를 보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사회복무요원이란 신체요건 등으로 현역병으로 복무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하여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정기간 근무하게 하는 제도로, 사회복지, 보건의료, 환경안전 등 사회서비스업무와 행정업무의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전북 도내에도 2400여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이 580여개 복무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든든한 손자가 되는 등 사회복무요원을 통해 참된 나눔을 실천하면서 우리사회에 도움이 되어 주고 있다.
필자가 일선에서 사회복무요원을 만나 보면, 근무 초기에는 일천한 경험과 지식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다가도, 차츰 변화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한, 근무시간이 아닌 주말조차도 자발적으로 시설에 나와 급식지원을 한다거나, 어르신 미용봉사를 수행하기도 하며, 목표를 사회복지사로 전향하여 이에 대한 준비를 차곡차곡 실행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러한 경험이 주변을 둘러보고 건강한 나눔을 실천하는 분위기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전북지역의 사회복무요원 배치율은 900여 개의 복지시설 중 47.1%에 불과하여, 전국 평균인 53.6%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를 개선코자 병무청에서는 도내 각 자치단체에 협조 요청을 하고, 미배치 시설에 서한을 발송하여 취지를 알리고, 또 사회복지협의회에도 홍보를 의뢰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며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주위에서도 손길이 닿지 않는, 또는 좀 더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다.
누란(累卵)의 위기에만 공동체를 협력하는 것보다는 평소에도 사회복지의 사각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복무요원의 배치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는 모자라는 일손을 덜 수 있으며, 배치된 우리 젊은이들의 조속한 사회복귀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를 마련하는 하나하나의 디딤돌로서의 큰 역할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