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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회비 꼭 참여해야 하는가?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전북지회 사무처장 우리 국민들의 기부 참여율은 단기간 내 선진국 수준으로 급성장하였다. 근래 건전하지 못한 기부금 모금과 기부자의 뜻에 반하는 사용으로 인해 기부에 대한 불신 또한 거세게 일어나 순수한 의도의 기부문화 확산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대한적십자사는 45개 공익법인 중 유일하게 매 년 국회로부터 정기적인 국정감사를 수감한다. 필요시 감사원 감사와 보건복지부의 정기 감사 및 자체 감사실의 정기 감사를 수감한다. 지난 2017년부터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여 회계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했으며 매년 홈페이지를 통한 경영공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고종황제 시절 1905년 설립된 이래 근현대사에서 국민의 애환과 함께 역사를 함께 해오고 있다. 각종 재난 발생 시 이재민을 위한 구호활동은 물론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한 지원활동, 국내 혈액의 자급자족을 위한 헌혈운동, 응급처치법 보급 및 인명구조요원 양성을 위한 안전사업, 적십자병원을 통한 공공의료 활동, 청소년적십자(RCY) 활동 등 정부 인도주의사업 보조자로서 보충적 성격을 가진 적십자운동은 그렇게 115주년을 맞이한다. 적십자회비 모금제도도 시대적 요청에 따라 방식의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통장 조직을 통한 현금모금 운동을 전개했고, 몇 가지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0년도에 지로(GIRO)모금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마저도 몇 년 전부터 공무원 노동조합 및 이통장협의회의 지로용지 배부 거부로 일부 지역은 비용을 감수하고서 우편발송을 통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제도 또한 몇 몇 기업 및 단체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건 등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법률 강화조치와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으로 제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이에 대한적십자사도 현 지로모금 형태의 제도를 향 후 3년 시한으로 시행하며 다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전북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을 만큼 최근에 큰 자연재난 등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재난은 예고가 없다. 과거 1993년 부안 위도 훼리호 침몰사고, 1997년 남원 서도역 열차사고, 1998년 지리산 집중호우, 2002년 태풍 루사 및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전북지역 집중호우 피해 등은 재난역사에 사실로 남아있다. 이러한 예기치 못한 재난 발생 시 이재민을 위한 적십자사의 활동은 늘 존재했었다. 적십자사는 단순 지역사회 봉사단체가 아니다. 전 세계 191개 적십자적신월사와 네트워크를 통한 지구촌 무력분쟁 및 재난발생 현장에서 생명과 건강보호를 기치로 적십자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국내법과 국제법의 준수를 통한 자율적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자원봉사자 교육훈련과 구호물자 제작비축, 화재 피해자를 위한 구호품 및 재난심리지원활동, 응급처치 교육, 인명구조요원 양성, 헌혈운동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국민 여러분들의 소중한 적십자회비가 사용된다. 1년에 한번 적십자회비 모금운동 참여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절대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몫이다. 투명성 담보와 기부자의 뜻에 어긋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적십자회비는 그 자체로도 이미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전북지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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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6 19:50

차기 국민연금 이사장에 거는 기대와 우려

김윤정 정치부 기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가 총선출마를 위해 사임을 결정함에 따라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앞두고 있는 전북에서는 김 이사장의 뒤를 이어 지역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인물을 발탁해야한다. 전주가 금융도시로서 꿈을 실현하느냐 여부는 차기 이사장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서울 중심주의에 매몰된 사람이 국민연금의 수장으로 임명될 경우 이제까지 쌓아온 공든탑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는 지난 국민연금의 태도에 비춰볼 때 전혀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금융도시 조성에 적극 나선 것 또한 고작 2년여에 불과하다. 실제 이전까지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돌려보내기 위한 온갖꼼수가 자행돼왔다. 김 이사장의 전임자인 문형표 전 이사장은 2016년 11월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감에서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주장해 파문을 빚었다. 여기에는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전면 재검토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전북금융도시 발전을 위한 국민연금 차원의 상생활동은 전무했다. 2017년 상반기에는 옛 기금운용본부 자리인 국민연금공단 강남사옥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 들통 나며 서울사무소 존치 논란이 확산됐다. 같은 해 10월 이사장이 공석인 채 진행된 국감에서도 국민연금은투자자들은 전주 방문을 아주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해외 관련 투자 부서를 서울사무소 근무로 변경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의원들에게 내놓았다. 지역상생은 커녕 언제든 전북도민의 뒤통수를 칠 궁리만 하고 있던 셈이다. 향후 후임 이사장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전북금융도시의 성패가 좌우된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의 마지막 기회로 보이는 다음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까지는 이제 열 달도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지려면 전북금융도시 발전에 기여할적임자발탁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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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정
  • 2020.01.06 18:24

성숙한 중산층의 나라

이선홍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꿈과 희망을 준비한다. 사업의 번창을 소망하는 사람도 있고 건강, 결혼, 취직, 승진 등 사람마다 올 한해 계획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희망사항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부자, 즉 중산층 이상의 삶을 영위하기를 소망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중산층은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으나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이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 집단을 말한다. 이러한 중산층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로서 중산층이 탄탄해야 사회갈등이 줄어들고 안정된 소비계층의 형성으로 지역발전은 물론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도 가능하기에 중산층의 많고 적고는 한 나라의 건강함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많은 나라들이 양질의 고용창출과 가계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취약계층 근로지원과 대대적 경기부양책으로 중산층 복원에 정책적 사활을 걸고 있다. 2000년도 초에 중산층의 조건을 알아보고자 우리나라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당시 결과는 부채 없는 30평 이상 아파트 보유, 월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차,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한 2017년 모 증권사가 발표한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에서도 여전히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부분이 중산층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산층 10명 중 6명은 자신을 빈곤층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한달에 511만원을 벌고 보유 순자산은 6억4000만원 정도는 되어야 중산층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버킷리스트 1위에도 여행, 건강이 아닌 목돈마련(33%)을 지목한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경제적 부의 가치가 삶의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른 나라의 중산층의 기준은 어떠한가. 먼저, 프랑스를 보자.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는 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쳐야 중산층이란다. 우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기준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의에 저항하고 정기적으로 비평지를 받아 보는 계층을 중산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중산층 인식을 비교해 볼 때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의 중산층은 경제적 척도에 의해 분류되고 있는 것에 반해 선진국은 내적이며 정신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을 중요시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삶의 중요한 가치를 소홀하게 생각할 위험이 있다. 국민문화가 성숙한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 국민들도 올바른 가치관, 약자에 대한 배려, 봉사, 페어플레이 정신 등 진정한 의미의 중산층 기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인 부분과 우리의 경제력이 융합된다면 성숙한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막 시작된 2020년 경자년은 하얀 쥐의 해다. 예로부터 쥐는 근면함과 다산과 풍요,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새해에는 부와 풍요의 상징처럼 복된 날들이 펼쳐짐과 동시에 남을 배려하고 돕는 정신이 확산되길 기원한다. /이선홍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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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6 17:13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신정일 우리 땅 걷기 대표 몇 년 전 일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부여에서 개최하는 전국 행사에 주제발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부여에 도착한 뒤 티타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 한 사람이 뽀로로를 만든 최성일씨였다. 그는 부분 발제를 하기 위해 왔던 것이다. 전국 각 지역에서 온 3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강연장 맨 앞줄에 앉은 진흥원장에게 물었다. 원장님! 22가 얼마지요? 예, 4입니다. 최성일 선생님은 22가 얼마지요? 예, 저도 4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내가 듣고자 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새로운 문화를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한국문화 콘텐츠진흥원장이고, 뽀로로라는 히트상품을 만든 창조자이기 때문에 그와는 다른 대답이 나올 줄 알았던 것이다. 과연 그럴까요? 하면서 나는 김수영 시인이 쓴 <산문, 불온성不穩性에 대한 비과학적인 억측>의 한 구절을 들려주었다.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영 시인은 불온성이야말로 예술과 문화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고, 인류의 문화사와 예술사가 바로 이 불온의 수난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본 것이다. 김수영 시인의 산문만이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에도 그와 비슷한 글이 실려 있다. 하나님, 자연 법칙이나 산술법칙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입니까? 무슨 이유에서건 자연의 법칙들이나 둘 곱하기 둘은 넷이라는 산술법칙을 나는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22는 4라고 하는 이런 공식은 더이상 삶이 아니고. 차라리 이것은 죽음의 시작입니다. 나는 두 사람의 예를 들고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말했던 것처럼 수학에서 22가 4만 되는 것이 아니고, 6도 되고 8도 되고, 아니면 백도 되고, 천도 될 수 있는데 꼭 4만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왜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 것일까요. 삶 그 자체가 무한한 가능성인데, 그 가능성을 한정 짓고 살아가는 상황에서 어떤 새로운 창조물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새로운 문화 창조는 지금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어딘가에 있을 그 무엇, 어쩌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그 무엇 에 대해 물음표, ? 즉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내 말이 끝나자 최성일씨가 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22를 절대 4라고 말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렇다. 문화의 본질은 불온不穩한 것이라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향해서 움직여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전북의 문화가 정체되어 있다. 오래전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고, 지금도 그렇게 말한다. 왜 그럴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정여립 사건이라고 불리는 기축옥사와 동학농민혁명을 겪으면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꿈꾸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 당시는 불온성이 문제가 되었지만, 현재는 불온성이 새로운 창의성이 되고, 창의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남이 뚫어 놓은 길을 따라서 가면 그것은 창조가 아니다. 전라북도의 문화, 새로운 꿈을 꿔야 할 때다. 전라도를 벗어나 대한민국, 아니 세계 속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때가 바로 지금이다. /신정일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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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6 17:07

폐원 위기 농촌 어린이집 정부 지원책 서둘러야

출생아 수 감소로 농촌지역 공공보육이 붕괴 위기에 처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촌지역의 공공보육시스템이 무너지게 되면 초중고교 등 공교육 체계의 붕괴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공공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장수 산서면의 유일한 어린이집인 혜화원이 오는 2월말로 폐원을 예고했다. 지난 1998년 사회복지법인으로 설립된 혜화원은 22년째 산서면지역의 영유아 보육을 전담해왔다. 혜화원은 한 때 원아들이 99명에 달했지만 이농현상과 저출산으로 신생아 수가 줄어들면서 현재 11명이 보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졸업과 전출전원 등으로 7명이 빠져나가고 3명만 입학할 예정이어서 재학 원아는 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어린이집 원아 수가 정부의 인건비 지원기준인 11명을 밑돌게 되면서 보육교사에 대한 급여 지원을 못 받게 돼 운영난 가중으로 인해 폐원을 결정한 것이다. 장수 산서면의 유일한 어린이집이 폐원을 결정하자 학부모들은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인근 임실이나 남원지역의 어린이집에 아이들 보육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통학차량을 운행하지 않거나 장거리 통학에 따른 아이들 건강과 안전 문제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공공보육 문제는 비단 장수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근의 임실 오수지역 어린이집도 현재 30여 명이 다니고 있지만 3년 후에는 폐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신생아 수 격감으로 문을 닫는 농촌지역 어린이집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라북도에서 문을 닫은 어린이집은 109곳에 달했고 5년 새 330여 곳이 폐원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3000여 곳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장수군과 어린이집연합회에선 농촌 공공보육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에 농어촌지역 어린이집의 보조금 지급 기준 완화를 건의했지만 십여 년째 묵묵부답이라는 하소연이다. 농촌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 보육과 돌봄의 권리를 박탈당해선 안 된다. 인구가 격감하는 농촌과 사람이 몰리는 도시지역과의 보육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기준으로 공공보육 지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보육 난민이라는 학부모의 원성이 없도록 정부는 농촌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1.06 17:07

전주 모주(母酒)

전주 모주는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인 콩나물국밥과 곁들여 마시면 제격이다. 전날 과음하였을 때는 속풀이로 마시는 해장술이었다. 전주 모주는 예전에는 청주를 걸러내고 난 술지게미에 한약재 등을 넣고 끓여 만들었다. 하지만 그같은 절차가 번거롭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인삼, 계피, 칡 등 한약재와 흑설탕을 넣어 만들었다. 3시간 정도 은은한 불로 끓이면 걸쭉한 갈색의 모주가 얻어진다. 넣는 재료에 따라 각 음식점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맛이나 향기는 비슷하다. 향기가 좋고, 단맛이 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성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6% 정도인 막걸리의 알코올 성분이 섭씨 78도면 대부분 증발해 모주에는 알코올 성분이 1∽2%정도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모주(母酒)라는 이름이 붙은데에는 몇 가지 설(說)이 있다. 조선조 광해군때 인목대비의 모친인 노씨(盧氏)부인이 제주도에 귀양가서 빚었던 술인 대비모주(大妃母酒)가 모주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고, 예전 어느 고을에 술을 많이 마시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리에 갖은 약재를 넣고 끓여서 아들에게 주어 모주가 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은 전주 모주는 제조법이 업소마다 약간씩 다른데다 보관 기간도 짧아 산업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 지원 대상에 전주 모주가 선정되면서 한국식품개발원과 공동으로 본격적인 제품 개발과 제조법 표준화에 착수해 이같은 고민이 해결됐다. 맛과 향, 색깔 등을 기존의 모주와 비슷하게 했으며,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해 제품 신뢰도를 높여 대량생산 산업화의 길을 찾은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8년 전주 모주가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되면서 전주 이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독자적 재산권을 인정받게 됐다. 이후 전주 모주는 한옥마을등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모주의 영양학적 가치 연구를 수행해온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이 엊그제 모주에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노화방지와 항암 항염증 항산화 작용 등을 돕는다고 알려진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미백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코지신, 뇌의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로서 생리기능이 있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을 확인 발표해 전주 모주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됐다. 2010년대 초 항암효과등 기능성에 힘입어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막걸리가 와인맥주등 타 주류의 공세로 주춤해진 상황에서 모주를 앞세워 다시 인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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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환
  • 2020.01.06 17:07

'폐사 돼지' 불법 매몰, 공무원 무사안일의 전형

수차례에 걸쳐 폐사한 돼지 수십 마리를 질병 감염을 위한 역학조사도 없이 몰래 매몰 처리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창궐한 지난해 8월부터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때 이같은 불법행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이다.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내 관련자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엄중 촉구한다. 특히 관리감독 기관인 군산시가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보도와 관련, 실질적으로 해당 농가에 대한 실태조사는 커녕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2월까지 돼지 사체에 대한 임의 매몰행위가 수십 차례 계속됐지만 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조치가 없어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주민들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공무원들이 나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실제 군산시 나포면의 한 축산 농가에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수십 마리의 돼지 사체를 방제조치 없이 임의로 매몰 처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농가는 자치단체에 신고는 고사하고 오히려 이를 감추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굴삭기까지 동원해 매몰 처리함으로써 추악한 양심불량 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가축폐사 폐기물관리법에는 사체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폐기물 처리하고, 감염병이 의심되는 경우 자치단체에 신고한 뒤 살처분하거나 고온고압처리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축사 인근 마을은 지하수를 마시며 바로 앞에는 새우양식장이 있음에도 불법적인 돼지 매몰은 지속된 것이다. 이런 불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매몰된 돼지 사체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우려될 뿐 아니라 심한 악취로 외출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문제는 이같은 법적 규정이 있으면 뭐하나. 이를 제대로 지키고 감독해야 할 축산농가와 자치단체가 버젓이 불법을 일삼고 눈감아 주면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열린 시장과의 톡톡 에서도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서 이와 관련한 조사를 시장이 직접 지시했지만 관계 공무원들은 이마저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 무사안일의 전형인 셈이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발본색원의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1.06 17:07

청려장(靑藜杖)

고재웅 전 군산여수해운항만청장 인생 나이 망구(望九81세)를 넘기고 보니 내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자신은 나이먹은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하지만 자식들은 금방 감지할 수 있는 것이 늙은 부모의 부자연스런 행동거지다. 하루가 다르게 말은 어눌해지고 시력도 저하되며 무엇보다도 뒤뚱거리는 발걸음 자세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닌지라 이를 간파한 딸녀석이 멋스럽고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스테인레스 지팡이 두 개를 선물로 주며 나들이할 때마다 이용하라는 게 아닌가! 할멈과 나는 아직도 마음은 이제 겨우 환갑, 진갑 넘긴 초늙은이일 뿐인데 지팡이를 짚는다 생각하니 남의 시선도 의식되고 다소 자존심도 상해 그냥 신발장 속에 처박아 두었다. 흘러가는 세월은 천하장사도 막을 수 없고 한평생을 건강하게 살아온 사람도 늙어서 찾아오는 병은 어찌할 수 없어 지팡이에 의지하다 삶을 마감한다. 세계 제2차대전의 영웅인 영국 처칠도 지팡이를 짚고 전장을 휘젓고 다녔다 하니 한 시대를 풍미하던 영웅호걸도 말년에는 지팡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노인네의 필수 반려품이라 할 수 있는 지팡이는 결코 부끄러운 물건이 아니고 인생을 살아낸 자에게 주어진 훈장과도 같은 상징물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장수노인에게 명아줏대로 만든 청려장(靑藜杖) 지팡이를 임금이 하사했다고 한다. 청려장은 중국 후한 때 유향이란 선비가 어두운 방에 노인이 나타나 마른 명아줏대로 바닥을 탁 치자 푸른 불빛이 나며 주위가 환하게 밝혀졌다 한 데서 유래한다. 조선시대에도 50세가 되면 자식들이 부모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청려장을 바쳤으니 이를 가장(家杖)이라 하였고, 60세 회갑이 되면 마을사람 전체 이름으로 마련해 주며 축수를 빌었던 청려장을 향장(鄕杖)이라 하였다. 70세 고희가 되면 나라에서 내리는 청려장을 국장(國杖)이라 하였고, 80세 산수에는 임금이 친히 청려장을 하사하고 크게 잔치까지 베풀었다 하니 이 지팡이가 바로 조장(朝杖)이다. 오늘날에도 1992년부터 노인의 날(10월 2일)에 그 해 100세를 맞는 노인들에게 대통령 명의의 청려장 지팡이를 내려준다. 대통령의 축수카드와 함께 오색찬란하게 장식된 청려장을 받은 집안에서는 안방, 거실 벽면에 고이 걸어놓으며 가보로 보존한다. 그만큼 청려장의 우아함은 전통 장수지팡이이자 민속품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청려장에 담긴 효심이 노인들의 건강한 삶 영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으니 이 어찌 인생 마지막 효자발이 아니겠는가? 필자도 지난해 가을철부터 왼쪽 골반부위가 욱신거리고 걸을 때도 뒤뚱거려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 병원에서 CT촬영을 해보았다. 예상대로 육중한 몸을 82년째 무리하게 두 다리가 지탱해 온 결과라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었다. 담당의사의 말인즉슨 노인이 마지막 기댈 수 있는 효자발은 지팡이니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좋은 지팡이를 구해 의지하며 함께 사시라는 충고다. 비록 대통령이 하사한 청려장은 아니지만 일찍 딸녀석이 마련해 준 가볍고 견고한 스테인레스 지팡이를 청려장으로 여기고 문밖에 나갈 때마다 이용하려 한다. 이젠 효자발이 있어 마음도 든든하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운 기분이 든다. /고재웅 전 군산여수해운항만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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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5 16:16

나라사랑의 또 다른 이름 ‘병역명문가’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지난 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유일한 국가이며 출생아 수도 30만명이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병역자원은 가파른 출산율 감소와 맞물려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며, 2020년 병역판정검사 대상인원은 29만 7655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4만 1450명이 감소하였다. 병역자원 감소 추세에도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이러한 안보환경 속에서 병역의무 이행은 국가 안보의 기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병무청이 찾고 있는 병역명문가의 의미는 특별하다. 병역명문가란 3대 가족 모두가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을 말한다. 즉, 1대 할아버지, 2대 아버지백부숙부, 3대 본인형제 및 사촌형제 모두가 현역복무를 명예롭게 이행한 가문이다. 병무청에서는 2004년부터 해마다 성실히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병역명문가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한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첫해에 40가문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전국적으로 5381가문, 전북지역은 159가문을 병역문가로 선정하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병역명문가문의 명예심을 높이고 이들을 우대하기 위하여 국공립, 민간시설 이용료 할인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으로 자치단체에 병역명문가 예우를 위한 협조를 통해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17개 시도와 110개 구시군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 시행하고 있다. 우리 전북지역은 15개 중 9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 그밖에도 전국 890개, 우리지역 50개의 민간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병역명문가가 각종 이용료 면제(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각급 기관과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최근 질병으로 군을 면제받은 의무자가 질병을 치유하고 지원해 현역으로 입영하거나 영주권자로서 자원 입영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이 과거와 달리 앞 다퉈 군에 지원 입영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이 같은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짜 청각마비, 우울증 조작 등 병역면탈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이때에 우리 젊은이들에게 병역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병역이행의 숭고함도 일깨워 주리라고 확신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병역명문가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이분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고귀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이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사회적으로 존경하고 우대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앞으로도 도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 많은 병역명문가문이 탄생하길 기원해 본다.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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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5 16:16

우리에게는 더 다양한 질문이 필요하다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새 해 첫날 그녀가 물었다. 올해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 그녀가 무심하게 던졌던 이 짧은 질문은 나를 둘러싼 사회의 많은 것들과, 과거와 현재의 나에 대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올해로 14년째 연극활동을 하고 있다. 배우로 10년 그 후엔 연출로, 처음 연극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연예인이 얼마나 힘든 직업인 줄 아느냐는 (질문을 가장한) 질타였다. 나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게 아니었는데... 5년쯤 지나고 나니 아직도 연극 하니? 라는 냉소어린 비아냥을 받기도 했고 10년쯤 되니요즘은 연극 같은거 해도 벌이가 되느냐?며 끈기를 인정(?)받기도 했다. 예술가를 직업군에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우리사회의 인식은 어린 날의 나를 안정된 직장인이라는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객기 넘치는 철부지로 규정했고 그로인해 꽤 긴 시간 나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왜 하필 연기가 하고 싶을까, 내가 가진 재능이 마치 독이라도 된 듯이 무명의 연극배우가 감내할 것은 배고픔이라 믿으며 온갖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도 참고 버티는 것만이 해결책라고 믿고 버티고 또 버텼다. 돌아보면 짠내나고 암울했던 기억들.. 초라해질 대로 초라해진 그때의 나에게 너의 창작과정은 근로로 환산할 수 있으니 너의 배고픔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며 너의 권리는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일러주는 선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또한 그게 어떤 일이든 우리 모두는 그저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괜찮다며 내 손을 잡고 격려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느덧 나는 그런 진심 어린 위로를 해줄 어른으로, 예술가의 권리에 대한 제도적 변화를 주장할만한 선배로 성장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크고 작은 자리에서 청년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언하고 30대 중반의 여성예술인이자 연출가로서 동시대에 예술의 기능적 요소를 이해하는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제야 이 직업을 선택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긍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나에게 다시 시련 같은 질문이 많아진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 가슴이 턱 하고 막힌다. 예술가로 고군분투 하며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의 흔적이 완벽하게 지워지는 느낌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여자 선배들을 일컬어 독하다고 치부하거나 히스테릭하다고 폄하하는 분위기를 체험했기에 결혼과 출산은 여성예술가로 하여금 완성된 삶의 형태라고 믿게 하기도 했다. 더 큰 사회적 인식의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그렇게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나는 또 한번 이 사회에서 철부지로 평가되는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그녀는 결혼이나 출산, 가족관계, 연봉 등 사회적 기준이 아닌 내가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해 질문해주었다. 올해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 그것은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질문이다. 나를 더 잘 살게 해줄 질문이다. 무척 사적이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은 질문. 나를 오롯이 창작자의 위치에 놓아두었기에 가능한 질문. 나는 대답한다. 어딘가 불편해서 자꾸만 외면하고 싶었던 이야기, 들여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야기, 하다보면 잘 했다 싶은 이야기.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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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5 16:08

겉도는 ‘생태관광’ 선택과 집중 통해 경쟁력 키워라

10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생태관광 육성사업이 반환점을 돌았지만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해 겉돌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화된 지역별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한편 기대에 못미치면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업시행 2년도 안돼 지난 2017년 전주시와 부안군이 제외된 데 이어 올해는 김제시와 완주군마저 지원이 중단될 예정이어서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사업추진 5년만에 자치단체의 30%가량이 배제되면서 방향 재설정 등 체질개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당초 1시군 1생태관광 목적으로 닻을 올렸으나 사업비가 균등 지원됨에 따라 예산 나눠먹기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업 성과도 자치단체별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예산지원 방식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테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거나 자치단체 추진 의지가 강하면 예산을 크게 늘리는 반면 지지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이같은 여론을 감안해 전북도에서도 2017년 사업추진에 따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자 중간 실적을 토대로 개편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생태관광 육성사업은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10년 동안 총사업비 1022억원이 투입된다. 생태관광 자원이 지역의 다양한 문화유적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생태 관찰이나 안내전시장, 자연환경 교육홍보 시설 및 생태 마을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군산의 청암산 에코라운드익산 금마 서동 생태공원정읍 솔티 달빛 생태숲 완주 경천 싱그랭이 에코빌 무주 반딧불이 생태관광지장수 금강 첫물 뜬봉샘 생태관광지순창 섬진강 장군목 생태관광지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생태관광지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 시행 5년을 넘긴 생태관광 육성의 자치단체 성적표는 제각각이다. 물론 지역적으로 뛰어난 생태자원과 관광인프라를 갖추는 등 성공적인 사례는 평가를 통해 예산지원을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을 인센티브 방식의 선택과 집중에 따라 배분하고,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사업 성패가 예산지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치단체는 이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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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1.05 16:08

마이스산업 육성 도내 인프라 확충 서둘러야

전북도가 경제효과가 큰 마이스 산업에서 변방에 머문채 소외되고 있다. 마이스산업의 기본 인프라인 컨벤션센터 4성급 이상 호텔 등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이스산업이란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의 영문 머릿글자를 딴 용어로,관광산업의 총아로 불릴 만큼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되면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는 신성장 동력산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북에 대형 국제행사나 대규모의 학술대회, 기업회의, 각종 행사 등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는 시설은 군산 컨벤션센터(지스코)가 유일하다. 해외 참석 인사나 바이어등 VIP고객의 숙박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4성급 호텔 역시 5개소에 불과하다. 이같은 인프라의 부족으로 그동안 전북은 마이스산업 분야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실제 지난 2016년 부터 2018년 까지 정부가 지원한 대규모 행사는 총 438회로 이 가운데 전북에서 개최된 행사는 단 3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이 248회로 전체 행사의 56.6%를 차지했다. 전북을 지원하려 해도 컨벤션센터등 시설이 열악해 국제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결과다. 전북 혁신도시는 국민연금 공단 영향으로 세계적 금융도시로 성장 발전해 가고 있다. 다른 입주 기관의 대규모 행사나 회의, 해외 고객의 방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의 도내 인프라로는 역부족이다. 도내에 100인 이상 참가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관련 시설은 60여개소가 있지만 대부분 국제행사 수준에 맞추기에는 미달이다. 이에따라 이들 기관들은 다른 지역에서 행사를 갖기도 한다. 전북도가 올해 마이스산업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관광 전담부서와 연계해 우선 유치 가능한 행사와 시설 발굴에 나서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우선 회의 전문 시설이 아닌 한국전통문화전당등 각 시군 소재 시설과 지역 관광자원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마이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컨벤션센터와 4성급 이상 호텔등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민간자본 유치등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 아울러 콘텐츠 개발, 전문인력 양성등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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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1.05 16:08

민주당 캐슬의 적폐

해가 바뀌면 삶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사람이 많다. 진보다 보수다 하면서 갈수록 이념논쟁이 치열해 걱정스럽다. 네편이 아니면 무작정 적으로 간주하는 험악한 세상이 만들어졌다. 마치 얼굴에 바코더를 찍고 다닌 것처럼 피아구분이 될 정도다. 머리가 좋은 식자층은 상황논리에 따라 자기변신을 잘 하지만 민초들은 그런 짓도 못한다. 선거 때마다 이긴쪽으로 붙어서 뒷돈 댄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산다. 전북은 피 같은 돈이 서울로 계속해서 빠져 나가면서 더 경제가 어려워졌다. 보험 금융 유통 등을 통해 연간 헤아리기 조차 힘들 정도의 큰 돈이 역외로 유출된다.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됐다. 피 흐름이 원활치 못해 지역이 활력이 떨어져 시래기처럼 말라간다. 각 자치단체들이 청년인구 유출을 막으려고 몸부림 치지만 백약이 무효다. 안심하고 다닐 일자리가 없다. 누가 부모 형제 떠나 타관 땅에서 살려고 하겠는가.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정치권은 노력한다는 말만 할뿐 개선을 못한다. 후보자 면면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희망을 걸 수도 없다. 자신을 뽑아주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그 속내는 빈수레 같다. 도민들이 지역주의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다. 서서히 지역주의 선거를 또 할 수 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대선 때 얻은 지지율 보다 더 높은 70% 가까이 나온 게 이를 반증한다. 지금 민주당 진입장벽이 너무 높게 쳐져 인재들이 못들어간다. 웬만한 인물은 당원 확보를 못해 끼어들 공간이 없다. 오랫동안 자기들끼리 성을 높게 쌓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체가 만들어졌다. 능력이 출중해도 전북에서는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 정치하기가 어렵다. 집권당이 됐다고 우쭐대고 자만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이름도 없었던 졸부들이 에워싸면서 유지인양 호가호위한다. 자기 편 아니면 국물도 없다는 식이다. 알게 모르게 자기편끼리만 짝짜꿍해 먹어 치우는 바람에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선거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승자독식주의라는 미명하에 끼리끼리 다 해먹어 지역사회가 건강성을 잃어간다. 집행부 독주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한통속이어서 믿을 게 없다. 뭣이 정의인지 구분이 안된다. 숫자만 많으면 정의라고 우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민주당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들만의 성을 쌓은 게 잘못이다. 확보된 당원이 많아 몇사람이 거대한 전북을 요리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이 전북발전의 기회였지만 그것을 못 살리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관료출신들의 무능함이 크다. 무작정 인기영합주의에 빠지거나 정치력이 없는 자치단체장들이 제왕적 권한만 누리기 때문이다.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이 불나비마냥 권력자 주변에 빌붙어서 공생관계를 형성한 게 악의 씨앗이다. 10년전이나 20년 전이나 그 때 그 사람들이 전북에서 유지랍시고 행세한다.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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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0.01.05 16:08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힘

김윤정 정치부 기자 2011년 5월. 이명박 정부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던 한국토지공사를 한국주택공사와 통폐합 시킨 후 영부인의 고향인 진주로 보냈다. 전북도민들의 분노는 들끓었고, 토지공사를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정치인들의 석고대죄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명박 정부는 LH대신 국민연금공단을 대안으로 내밀었다. 전광우 당시 이사장 또한 전북지역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그가 꺼낸 카드는 바로 공단에서 운영하는 기금이었다. 전 이사장은LH가 드릴 수 없는 부분을 연금공단이 드릴 수 있다며국내 외환보유고 보다 많은 돈을 굴리는 공단이 전북에 올 경우 전북에 직간접적으로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며, 표정관리 해야 할 곳은 전북이라고 장담했다. 불행 중 다행일까. 지난 2017년 2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후 그가 한 예언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 이사장이 의도했던 바는 비록 달랐지만 말이다. 당시 330조였던 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00조를 돌파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기금 규모를 감안할 때 국민연금의 힘은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의 큰손, 기금운용본부장은 자본시장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전북이 기금운용본부를 기반으로 제3금융중심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동력 역시 기금운용본부에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힘은 이전 2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운용하는 미국의 SSBT와 BNY멜론 은행이 먼저 자리 잡았다. 해외금융사가 움직이자 국내 대형금융업계도 뒤질세라 우리은행과 SK증권이 전주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최근에는 대체투자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무궁화신탁과 현대자산운용이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북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모든 것을 기대서는 안 된다. 지역민 스스로 금융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한다. 그 첫 단추는 향토금융사인 전북은행이 떼야 한다. 못사는 집 큰 아들 어깨가 왜 무겁겠는가.

  • 오피니언
  • 김윤정
  • 2020.01.02 19:31

지역 중심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천신만고 끝에 선거법이 개정되었다. 비록 반쪽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이고 권역별 대표제는 아니라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오랜 정치개혁과제였던 의회의 다양성 확보와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훨씬 용이해져 양당 중심의 획일화와 전횡을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리 축포만을 터트린다면 희망이 헛된 꿈이 될 수 있다.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동반되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역대 선거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정당 득표율을 획기적으로 상향시키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우선 지역구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공천하여 대안 정치 세력으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 과거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역구에서 이렇다 할 후보를 내지 못해 비례득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역구는 X당? 비례는 Y당? 을 홍보하거나 구색 맞추기 수준에서 후보를 억지로 내기도 했다. 이제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비례도 장담할 수 없다. 과거에는 지지정당이나 후보와 상관없이 진보정당에 정당 투표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정당에 표를 몰아줄 확률이 높다. 진보정당이 앞장서서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살려 연동형 비례후보를 권역별로 추천하여 각 지역의 지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거대 정당의 중앙당 독점 구조를 답습한다면 소정의 성과를 내기는커녕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진보정당들끼리 불필요한 대결이나 진흙탕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진보정당과 진보진영 전체의 지지율을 높여야만 나눌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더라도 공격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할 이유이다. 현재 정당들은 중앙당 중심의 1인 체제 내지는 중앙당 독점 구조로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정당 가릴 것이 없다. 오십보백보이다. 당내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정당 발전과 정당의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50% 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되는 30명의 비례대표 후보는 반드시 권역별 경선이나 권역별 추천을 통해 권역별로 고르게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연동형 비례제를 실시하는 목적에 충실할 수 있고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완전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실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 선관위에서 나눈 6개 권역별로 협의체를 구성하여 권역 내의 시도당을 강화하고 권역별 비례 후보 추천을 위한 기구로 기능하며 장기적으로는 당내 주요 의사 결정 기구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이 스스로 노력하여 권리를 획득하지 않으면 연동형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시도당의 사무처 직원도 지역에 뿌리를 둔 인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사무처 직원의 과반 이상을 지역에 할당해야 한다. 현재의 정당은 철저한 중앙당 중심 체제이다. 이를 분권형 정당 체제로 변화시켜야만 장기적으로 지역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고 연동형 비례제를 제대로 안착시키며 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혀 지역사회 민주주의의 확대로 나아갈 수 있다. 지역 중심의 정당 운영 체제를 내놓아 지역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많은 지지를 받고 비례대표 후보를 많이 당선시켜 원내 진입과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원내에 진입하여 정치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지역을 제대로 대변하며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통해 정치를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치개혁의 대장정에 지역 정치세력들이 앞장서서 나아가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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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2 17:40

[금요수필] 금년 한해는 정말 후회 없이 살자 -

안도 우리고장 출신 송대관의 <새 출발>이라는 노래다. <새 출발이야, 저 하늘도 손뼉 치며 나를 축복할거야. 운명아 비켜라. 내가 지나간다. 힘들고 지친 몸 붙잡지 마라.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 서럽고 괴로운 지난 날 가슴에 묻고 뛰고 또 뛴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 오늘을 놓치면 나는 낙오자, 희망을 잃지 않고 달려 가면은 저 하늘도 손뼉 치며 나를 축복할거야> 우리는 해마다 희망과 기대 가운데 새해를 맞이한다. 새해를 맞아들이는 길들이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연말연시 즈음이면 누구나 다 마음을 돌아보고 새로운 결심의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마도, 한 번 흘러가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한 깨달음과 그 시간 안에서 촌음을 아끼고 시행착오를 줄여 진선미의 삶을 살려는 마음 스스로의 울림인 듯하다. 새로운 결심으로 새해를 시작하며 꼭 지녔으면 하는 마음은 곧 새 마음이다. 정채봉 시인은 <첫 마음>에서 새해아침에 찬물로 세수 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그때가 언제인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고 했다. 새해를 맞이하며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늘 새 마음, 첫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조선조 정조 임금 때 항상 실학을 강조했던 성재(性齋) 허전이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문집에 歳時來拜人 歳時來拜人 半是鬍眉皓 不知己年高 還驚少年老라는 5언 절구를 남겼다. 해석을 하면 새해에 세배하러 찾아오는 사람/ 절반은 수염 허연 사람들이네/ 내 나이 많아짐을 알지 못하고/ 소년들 늙었음에 도리어 놀라네. 라는 시다. 우리는 지금까지 새해를 어떻게 맞이했을까? 어렸을 때는 세뱃돈이 생겨서 좋았고, 새 옷이 하나 더 생겨서 좋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어 좋았다. 또 무언가 새로운 듯 한 분위기 속에서 막연히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만 같았고, 거창한 신년 계획을 세워 놓고 계획표만으로도 한 뼘 더 성장한 듯 의기양양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달력의 빨간 날이 되었고, 그저 어제의 다음날이 되지 않았나싶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로 본 우리는 위의 시에서처럼 나이를 먹었다. 위의 시는 노시인이 새해를 맞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평이하며 아주 순수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새해에 인사를 드려야 할 사람은 점점 줄고, 찾아와 인사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게 마련인데, 이 시에서는 찾아오는 이들 중 머리와 수염이 하얀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고 하였다. 평소 자신의 나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다가 찾아오는 젊은이들을 보고 노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시인은 깜짝 놀라고 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새해지만, 결코 누구나 똑같지는 않다.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 어떤 이에게는 그냥 휴일이, 어떤 이에게는 서글픔이 될 지도 모른다. 새로움은 언제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우리의 짧은 삶이지만 잘 살면 한 번으로도 족한 것이 인생이다. 문제는 '잘'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새로 맞은 한 해를 잘 살아보자고 다짐해 본다. 다짐은 줄이고, 행동을 늘리는 한 해를 살자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또 다시 이렇게 다짐을 한다. 금년 한해는 정말 후회 없이 살자. * 안도 시인은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문학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전북교육문화회관 시. 수필 전담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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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2 17:40

'티셔츠 네트워크'

올림픽처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무대는 아니었으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개막식으로 주목을 모았던 국제행사가 있다. 2010년 가을, 서울에서 열렸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다. 행사 조직위원장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1988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으로 문화의 창조력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던 그의 아이디어는 이 행사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신명난 가락에 흩날리기 시작한 벚꽃이 다시 그 소리를 타고 흩어져 객석으로 날아들었던 개막식. 소리의 신명과 첨단 디지털과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은 객석을 압도했다. 서울 무지개란 주제의 개막식 공연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4D기술이 접목된 세계 최초의 4D 디지로그 아트공연이었다. 용어도 생소했던 디지로그 아트 공연은 당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실제 퍼포먼스를 위해 딱 하루 연습했다는 후문이 있다. 행사의 백미는 또 있었다. 코엑스 본회의장에 내걸렸던 2010장의 면 티셔츠 퍼레이드다. 배너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티셔츠 물결은 생각을 뒤집는 또 하나의 창조였다. 티셔츠 네트워크라 이름 붙인 이 퍼포먼스 역시 이 위원장의 아이디어였는데, 그 취지와 배경을 인터뷰로 들은 적이 있다. 아이디어의 뿌리는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물들였던 붉은 악마의 붉은색 티셔츠. 1천만 명의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졌던 티셔츠 파워를 주목했던 이 위원장은 이 파워를 다시 문화적으로 해석해 티셔츠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덧붙인 설명이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만 네트워크를 맺을 뿐 생명을 가진 몸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소홀합니다. 티셔츠 네트워크는 아날로그의 새로운 반역이자 반동의 표현이에요. 티셔츠 네트워크의 기발한 창조성은 퍼포먼스로만 끝나지 않았다. 2010장의 티셔츠는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그 수익 전액은 아이티 난민에게 보내졌다. 연말, 문화부가 문화도시를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도시들이 내세운 주제를 보니 거개가 지역의 전통적 환경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티셔츠 네트워크를 떠올린 것은 그 때문이다. 인터넷 힘이 대단하다해도 창조적인 문화의 힘을 넘어 설 수 없다는 이 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 문화도시들이야말로 주민들의 창조적 재능을 끌어내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지역에서는 완주가 문화도시 지정 전에 거쳐야 하는 예비도시로 선정되었다.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문화도시로 가는 완주가 창조적 힘을 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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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0.01.02 17:35

"때는 와요"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새로운 해가 밝았다. 하루하루가 항상 새로운 날이지만, 해가 바뀌는 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랜 세월 인류가 시간과 함께 해온 까닭이다. 이렇게 새로운 해가 되면 사람들은 결심을 하거나 소망을 품는다. 결심이든 소망이든 결론은 모두 같은 지점을 향한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변화이다.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그러한 변화를 일굴 수 없을 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절망의 영역이다. 실제로 누군가는 그럴 수 있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새해가 되었는데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절대로 변할 것 같은 현실이라면, 절망하는 수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인간은 꿈을 꾸고, 노래하고,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 기다림이야말로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이끌어온 가장 중요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역사 속 인물들을 보면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기다림은 포기나 판단중지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직면을 뜻하며 나아가 내일을 모색하는 일이다. 현실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강한 비바람으로 흔들거나 적신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기다림은 단단해지는 일이다.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져야 한다. 단단함은 두껍고 튼튼한 껍데기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층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이다. 기다림만이 단단함을 만들어낸다. 기다림은 태도의 문제이다. 단순히 결심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게 아니고, 소망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림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 태도는 그 일상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결국 개인은 어떤 목표에 한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살아가고, 어느 순간 목표에 이르게 된다. 공동체의 변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로 힘을 합치지 않고서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태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자칫 태도를 예의나 싸가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타자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태도는 존중이자 배려이다. 어떤 태도를 갖겠다, 혹은 유지하겠다는 선언은 단순히 개인적인 결심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며, 동시에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것으로서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 다른 가치 등을 무시하지 않는 자세이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태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태도를 생각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폭력을 거부하는 자세를 포함한다. 모든 폭력은 위계적이며, 어느 한 쪽의 일방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사이와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는 서로를 바라보게 한다. 태도는 오히려 내면과 외면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타나며, 나와 너가 만나는 그 사이와 경계에서 드러난다.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다시 소망을 품고 때를 기다린다. 자신의 때, 공동체의 때, 인류의 때를 생각하고 기다린다. 때는 올 것인가. 지난 해 50주기를 맞은 신동엽 시인은 1970년 <사상계>에 발표한 좋은 언어라는 시에서 때는 와요라고 말한다. 외치지 마세요/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버려요.//조용히/될수록 당신의 자리를/아래로 낮추세요.//그리고 기다려보세요./모여들 와도//하거든 바닥에서부터/가슴으로 머리로/속속들이 굽어돌아 적셔보세요.//하잘것없는 일로 지난날/언어들을 고되게/부려만 먹었군요.//때는 와요./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허지만/그때까진/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채워야 해요. 시인은 때는 온다거나 때는 올 것이다라는 단정적 표현이 아니라 때는 와요라고 슬며시 말을 내려놓는다. 외치지 말고, 자리를 낮추고, 기다리자고 말한다. 심지어 그때까진 이 세상을 좋은 언어로 채우자고 한다. 때는 와요라는 속삭임은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사랑의 언어이다. 비난과 저주의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좋은 언어로 채우고 가장 낮은 곳에서 기다리고 단단해져야 한다. 나와 너, 우리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위로 받는 한 해를 소망한다. 여러분, 때는 와요.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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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2 17:35

고군산 케이블카, 늦었지만 완벽하게 추진하라

군산 고군산군도 일대에 국내 최장의 케이블카 신설이 추진된다. 새만금 개발공사는 그동안 시행한 케이블카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결과를 엊그제 발표했다. 용역에서 제시된 4개 안(案)중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4.8㎞ 구간이 가장 유력한 노선으로 검토됐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올해부터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2년에는 실시설계및 궤도사업 인가를 마칠 예정이다. 해당 노선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국내 케이블카 노선중 최장거리로 운행시간은 편도 약 17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8년 개통된 경남 통영 케이블카가 1.975㎞, 지난해 개통된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3.23㎞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긴 셈이다. 고군산 케이블카가 신설되면 새만금 지역의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새만금을 찾는 관광객들은 머물면서 즐길만한 시설이 없어 방조제를 한번 통과하는 것으로 관광을 끝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군산 케이블카는 서해안 일대의 아름다운 해양경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영이나 목포에 결코 뒤지지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제까지 관광객들은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실제 통영이나 목포의 경우 케이블카 운행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부터 운행된 목포의 경우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탑승을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운행이 시작된 이후 4개월 만에 60만여명이 탑승한 집계만 봐도 해상 케이블카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군산시는 고군산 케이블카를 새만금지역의 관광 인프라로서 뿐만 아니라 군산 내항의 근대유산 거리등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호텔ㆍ리조트등 거점형 관광시설도 케이블카 신설과 맞춰 개발함으로써 관광 활성화 기반을 갖춰 나간다는 복안이다. 고군산 케이블카는 먼저 건설된 지역에 비해 다소 늦게 설치된다. 늦은 만큼 설계 부터 운행 까지 완벽한 계획아래 차질없이 추진해 새만금 관광개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바다위를 지나는 만큼 탑승객의 안전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고군산군도 케이블카가 새만금의 새로운 해양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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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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