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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메가시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는 정읍시와 부안군의 경계인 동진강 중류에서 태어나 자랐다. '배가 들어오는 평야'라는 뜻에서 유래한 배들평야에서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말, 겨울방학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서당에서 훈장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서쪽으로 30리가 바다에서 육지로 변할 것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이 구전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서해바다 30리가 정말로 육지로 변하고 있다. 새만금의 중심은 신시도에 자리 잡게 된다. 신시도에 새만금신항만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가 형성될 것이며, 야미도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장관이 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섬의 이름을 한글로 풀어보면 새만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과거로부터 전해지던 서해 30리 육지화 예언이 실현되고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전주까지 이어지는 새만금고속도로를 따라 마천루가 들어설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발이 아닌,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실현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1987년 기본 계획이 수립된부터 전북특별자치도, 특히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이라는 이름을 걸고 지역 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다. 새만금은 과거 황금어장이자 천혜의 자연양식장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영양분을 공급하고, 고군산군도가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조개류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던 곳이었다. 군산, 김제, 부안의 어민들은 이곳에서 삶을 이어왔지만, 새만금 개발로 인해 황금어장과 갯벌을 잃어야만 했다. 그만큼 새만금은 지역민들의 희생과 염원이 담긴 사업이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책임질 글로벌 거점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을 핵심 개발 전략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이 서로 다르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새만금신항만과 군산항 개발을 두고도 각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에서 한목소리를 내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분열된 목소리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새만금 개발은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새만금시’가 별도로 신설된다면, 군산, 김제, 부안은 지난 40여 년간의 기대와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이대로 좌시할 수는 없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군산, 김제, 부안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행정구역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세 지자체를 통합하더라도 인구는 50만 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세계적인 해양·물류·관광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단일한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의 ‘새만금 메가시티’로 통합해야 한다. 이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40여 년 동안 이끌어 온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새만금 메가시티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간 갈등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군산, 김제, 부안이 하나로 뭉쳐야만 새만금의 진정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새만금 메가시티를 향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6 17:43

구급대원 폭행,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처치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구급대원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구급대원들이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폭행은 그들의 사명감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응급구조 체계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이런 이유에서 검찰청에서도 구급·구조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 범죄는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일반 형법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119구조·구급법, 소방기본법, 응급의료법 등의 법률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구급대원 폭행사범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전북지역에서 공무 중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은 모두 22명에 이르고, 같은 기간 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가해자는 모두 14명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고작 2명뿐이고, 나머지는 벌금형이나 내사종결, 무혐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민국은 범죄자에게 매우 관대한 나라다’는 불만 섞인 지적이 많다. 실제 흉악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계속되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 척결과 예방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질서와 안전시스템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 땀 흘리는 구급대원들이 직무수행 중에 자신의 안전을 위협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근무하는 구급대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하는 사람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차근차근 쌓아올린 우리 사회 신뢰와 안전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에서 엄중 대응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6 17:43

모처럼만에 찾은 전북의 봄

해마다 봄이 왔지만 전북도민들은 허투루 보냈다. 하지만 올 봄은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탄핵정국속에서 찾은 봄이라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달 28일 다윗인 전북이 골리앗 서울과 한판 붙어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북의 승리는 열패감에 휩싸였던 전북인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준 쾌거였다. 전북은 지난 2023년 새만금 잼버리대회 실패 이후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도민들이 역량을 결집하면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기회를 만들었다. 도민들이 반신반의 했던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후보지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전북의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먼저 의식부터 고쳐야겠다.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가서 발목 잡는 일은 안해야 한다. 그간 도민들은 해보지도 않고 결과가 두려워 도전 조차도 안한 일이 많았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나가는 진취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봄은 생명을 틔우는 계절이라서 이번에 도민들이 찾은 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지금 도민들이 큰 생각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완주 전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다음으로는 새만금을 놓고 군산 김제 부안이 각기 관할권 다툼을 하지말고 특별행정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전국적인 트랜드가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통합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밝힌대로 통합시청사나 통합의회청사를 완주군으로 한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다음으로 전주시설관리공단 등 6개 출연기관도 완주군으로 옮긴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것 갖고도 군민들의 양이 차지 않는 분위기다. 본질적인 것은 통합시장과 통합시의장을 완주군 출신이 맡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가 공론화 되서 해결되지 않으면 네번째 하는 이번 통합작업은 기대 난망이다. 완주군민들은 공단이 잘 분양되고 인구가 불어나는 등 완주군의 시승격이 눈 앞에 놓여 있어 굳이 전주시와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아전인수식 해석이고 미래를 내다볼 줄 모르는 단견이다. 생활경제권이 밀접한 전주가 발전해야 완주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번기회에 전주가 통합해서 앵커도시 역할을 해야만 완주도 함께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북도가 뒤늦게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에 나서면서 유치후보지를 완주로 정했으면 좋겠다. 광주에 비해 뒤늦게 유치운동을 펴고 있지만 자신감을 갖고 호남권에 들어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꼭 완주로 유치해야 전북이 산다. 아무튼 통합을 이뤄내려면 전주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완주 군민들이 바라는 대로 해줘야 한다. 안호영 국회의원도 역사의식을 갖고 톻합에 적극 개입해서 전북의 꿈을 영글도록 해야 한다. 모처럼 찾은 전북의 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전북발전의 원년으로 만드는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싯귀절이 생각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3.16 17:42

대광법 지략과 뚝심으로 꼭 성사시켜라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인구 50만 이상 도청 소재 지역도 광역교통망 신설을 지원토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상임위 통과는 법 개정을 추진한 지 5년만에 처음이다. 대광법 개정은 전북의 오래된 숙제다. 광역시를 낀 광역자치단체들은 대광법의 적용을 받아 광역교통망을 구축해 왔다. 강원, 충북도 이 법을 적용 받아 수혜를 입고 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광역자치단체들은 그동안 170조원에 이르는 광역교통망을 구축했지만 전북은 단 한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전국 8대 광역권 중 광역권 교통망이 구축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 전북이다. 국토 균형개발과 교통 향유권, 국민 삶의 질에 차별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명백한 차별적 법이다.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이다. 전북연고가 있는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동료의원 13명이 공동 발의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은 아닌 데도 법안을 보이콧해 왔다. 다분히 정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의힘에게 묻는다. 특정 지역이 십수년간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는 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이상 멈칫거려선 안되다.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법사위 통과를 추동해 나아가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전북은 중진 국회의원들로 포진됐다. 도민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별무소득이다. 이 참에 대광법 개정으로 승부를 걸어 마땅하다. 5년 해묵은 숙제를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도록 지략과 뚝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법사위에서 대광법 개정이 저항을 받는다면 국민의힘 핵심 교통망 구축사업과 연계하는 등 밀당전략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지역간 교통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이다. 명징한 명분이 만큼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 개정을 성사시키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6 14:04

부족의 순기능

얼마 전 영화 <서브스턴스>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갔기에, 향하는 길 내내가 설렜다. 그리고 이미 관람평을 간단히 들었던지라 영화 속 특정 장면에 대한 충격이라던가, 호불호에 대한 부분은 인지하고 봤다. 그러나 암전됐던 조명이 밝아지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는 동안 작품 속 묘사와 표현에 충격을 받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영화가 표면적으로 제공한 부분 외, 나만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곰곰이 고민했다.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포털에 검색하면 나오는 <서브스턴스> 소개의 첫 문장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현재의 본인한테 완벽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자존감의 소유자이거나, 자신이 목표로 삼은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다 해내는 사람이면 예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본인 그 자체에 완벽히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감히 예상하는데 0에 수렴한다고 본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잠들기 전 “오전에 내가 왜 그랬을까, 아까 이렇게 이야기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매일 그날의 실수를 복기하고 부족함을 파헤친다. 이처럼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본인에게 부족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외적인 부분을 비롯해 내적인 부분까지 아주 다양한 곳에서 속속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부족에 대해 고민하며,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연히 본인 중심으로 느끼는 부족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첫 마디는 환경적인 부분에 속하는 ‘시끌벅적함’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떠들썩하던 집을 떠나 갑자기 혼자 조용히 살게 되며 느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늘 방에서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든, 드라마든, 라디오든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듣게 된다고 말했다. 본인도 지인과는 다른 영역이지만, 역시 부족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아직 깊지 않은 지식, 서투른 감정 표현, 주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성격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하나, 둘 따지고 보면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인간 하나에도 수십 가지의 부족이 있다. 만약 지인에게도 본인에게 느끼는 부족함만 이야기해 달라고 질문했더라면,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처럼 다들 살면서 최소 세 가지 이상의 부족함은 안고 다닌다. 그리고 이것들은 생각만큼 없애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한 가지를 보완하면, 또 다른 부족이 자연스레 따라오면서 죽을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 근원은 더 좋아지고 싶고 더 완벽해지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한 거 같다. 그리고 가만 보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그냥 아예 파헤쳐 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인생을 아주 긴 호흡의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늙음을 두려워하기보다, 기다리고 또 기대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열망하던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초반에 언급했던 <서브스턴스> 소개 첫 문장이 다시금 떠오른다. 더 나은 본인은 단순히 남들이 원하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정 더 나은 스스로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다. 너무 자신을 미워하지 말자. 스스로 사랑하자.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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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 오세요

이른 새벽 홀로 일어나 시를 읽다가 잠이 오지 않아 산책 나왔다고 말하며, 내 고민 좀 들어 주며 조금만 같이 걸어주지 않겠냐는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다. 텔레비전에 나와 이번에 이런 책을 읽었다고 좋아하는 총리와 장관들과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중고등학교에 강연을 가서 나는 이번 휴가 때 이런 영화를 보았다고 뽐내는 재벌 총수를 보고 싶다. 때로는 우리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한 장의 그림을 보았노라고, 어느 전시 때 본 그림을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는 정당 대표들을 지하철에서 만나보고 싶다. 거리를 걸으며 아이들과 만나 키를 낮추고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고 손에 들고 있는 책에 대해 말해 주는 교육감을, 그리고 이 책 갖고 싶으면 주겠다고 말하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나에게 이 책 읽어보았냐고 읽던 책을 내밀어 보이는 선생님, 공무원을 만나보고 싶다. 아파트 공원 의자에 앉아 신간을 읽는 젊은 어머니 곁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고 싶고, 승용차 안에 읽다 만 이마누엘 칸트의 책이 있는 단체장을 만나보고 싶다. 도시의 변두리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돋보기를 코에 걸고 앉아 독서 중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곁에 누워 책을 읽다가 코 골며 잠든 기초의원들을 보고 싶고, 어느 소도시 작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젊은 연인의 잔잔한 사랑을 보고 싶다. 남의 시집을 사 들고 걸어가는 시인을 어느 거리에서 만나, 요새 읽었던 시집 이야기를 하는 시인들을 만나고 싶고, 지난번 시집 잘 사 보았다며, 나는 이 시가 좋다고 젊은 시인의 시구절을 읽어주는 노시인의 보고 싶다. 남의 소설책을 사는 소설가들을 책방에서 우연히 만나보고 싶다. 파도치고 갈매기 날아다니는 해수욕장에서, 깊은 계곡 물소리, 바람 부는 들 길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나비가 앉은 풀꽃, 느닷없는 들길의 소낙비, 봄비 속에 개구리 울음소리, 이른 아침의 새소리, 푸른 산 위로 솟는 뭉게구름,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흐르는 강물 곁에서, 그런 것들과는 무심하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곁에 가만히 앉아 눈송이로 녹고 싶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어디를 멀리 갈 때는 올라브 하우게의 시집 ‘어린나무 눈을 털어 주다’라는 작고 가벼운 시집을 들고 간다. 올라브 하우게는 노르웨이 시인이다. 몇 년 전 노르웨이로 강연을 갔었다. 서점이 있는 문화 공간에서 강연 후 작가와의 대담 자리가 있었다. 대담하는 도중 나는 시집 한 권 때문에 올라브 하우게가 살았던 노르웨이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번역된 이 시인의 시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우게라는 시인의 시집이 한국에서 독자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놀랬다. 하우게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과수원에서 정원사로 일하며 평생을 살았다. 나는 작은 이 시 집의 시중에서 이 시가 좋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올라브 하우게의 ㅡ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ㅡ 전문‘ 나는 그의 시집 뒤에 실린 글도 좋아한다. ’하우게는 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작은 스푼으로 마치 간호사가 약을 주듯 먹여준다. 그는 옛날 방식으로 죽었다. 어떤 병증도 없었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 슬픔과 감사로 가득했던 장례식은 어린 하우게가 세례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가 그의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 ―로버트 블라이(시인)‘ 나는 평생 이만한 시 한 편 쓰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좋다. 이 시집을 읽게 되어서. 이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나는 무엇이 부럽지 않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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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신발에 대한 애증

나와 동행하며 나를 호강시켜 준 신발을 기억한다. 아니 신발이 나를 기억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발자취라 한다. 신발은 내가 걸어온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 비밀을 아무에게도 실토하지 않는 착한 침묵으로 나를 지켜준다. 신발은 내 모습이며 나와 동행하는 유일한 친구다. 신발은 나의 아픈 곳을 미리 알고 내게 신호해 준다. 또 신발은 용케도 나의 옷을 돋보이도록 유혹도 한다. 초라해 보일 때는 굽이 높고 광채가 나는 금박이 하이힐이 나의 시선을 유혹한다. 그뿐아니라 하루를 끌고 가는 그림자처럼 나를 버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있을 때도 신발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퇴원할 때까지 내 옆에서 기다려 맨 먼저 위로해 주며 내 몸의 중심을 꼭 붙잡고 집으로 동행해 준다. 체중의 변화도 신속하게 감지하며 내가 편안하게 보행을 하도록 노력도 한다. 척추협착증 통증에 속도를 맞춰 내 집까지 기억하고 끌고 간다. 돌멩이나 움푹 파인 길도 용케 비켜 가는 마술사 같은 시력을 갖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신발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다. 가슴에 옷핀으로 손수건을 접어 달아주더니 벽장에서 꽃무늬 고무신을 꺼내 주었다. 내 발이 신발 속으로 쏙 들어가니 헐렁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이 벗겨지지 않으려면 발가락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걸 일주일 지나서야 터득했다.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겨우 내 발과 고무신의 크기가 맞아 서로 사이좋게 놀았다. 고무줄놀이와 자치기, 숨바꼭질 때도 신발은 나를 벗어놓고 달아나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 흙 범벅이 된 신발은 지푸라기 서너 개 똘똘 말아 빨래비누로 닦으면 광채 나는 신발은 나를 기쁘게 한 유일한 나의 짝궁이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추석이 다가오면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 가방에서 '색동 코고무신'을 꺼내면서 공부를 잘해야 또 사준다는 강제적 명령도 잊지 않으셨다. 중학교 교복을 입을 때도 검정 운동화를 사주셨고, 앞에 끈이 있는 멋쟁이 운동화는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사주셨다. 현관 신발장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 뻔했다가 문을 열고 보니 수십 년 동안 내 흔적이 담긴 신발이 나를 반기듯 추억을 되살려 놓는다. 맨 꼭대기에 발목이 무릎까지 닿는 부츠가 흙 밟은 흔적도 없이 얌전하게 포개 앉아있다. 딸이 생일선물로 보낸 신발이다. 나이 들어 걷기도 힘든 엄마의 모습은 모른 채 딸 중심의 생각으로 보낸 선물이다. 딸에게는 잘 신고 있다고 늘 말한다. 가장 외로운 신발이다. 신발이 나를 싫어할 뿐 아니라 신발을 떠받쳐 줄 미니스커트도 옷장에서 사 라진 지 오래다.부츠 옆에 흰 고무신이 빛바랜 시간을 안고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자녀들 결혼 때 한복차림을 해야 하는 부모는 구두 대신 고무신과 버 선을 신어야 했다. 신발에 매일 고맙다고 말한다. 신발장에 내 신발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자(死者)의 신발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슬픈 신발의 운명이지만 신발은 반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발에게 "네가 있어야 내가 산다"고 눈인사를 잊지 않는다. 요즘 늘 나와 함께 함께하는 신발은 운동화다. 그래서 옷과 잘 어울리도록 운동화를 색깔별로 몇 벌 샀다. 편하게 노닐 때는 운동화가 나를 사드락, 사드락 끌고 다닌다. 이제는 내가 운동화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를 사는 몸이 되어 간다. 운동화와 친해졌으면 좋겠다. 신발이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건강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이소애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샘문학동인, 전북시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보랏빛연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감성시에세이' 외 다수가 있고, 한국문학비평가협회작가상과 전북예총하림예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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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하여

기획재정부가 3월12일자로 상속세 전면개편안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사망자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했던 것과 달리 상속인들이 취득한 각 상속재산별로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존 방식은 각자 받은 재산에 관계없이 내야할 세금이 결정되었지만 개편안의 방식은 각자 받은 재산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어 과세형평이 개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전이라 여야간의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무사회 차원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힌만큼 이번 기재부의 발표를 관심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과세체계를 흔들만한 세법 개정안이 없었고 상속세는 무려 75년만에 유산취득형으로 개정이라고 하니 변경된 틀안에서 미리 준비하는 자세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유산취득형으로 변경되면 상속공제의 변경이 크게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상속인마다 과세를 해야하기 때문에 특성에 따라 각자 공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상향하며, 배우자는 10억원까지는 기본으로 공제해주기로 변경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피속인의 15억원의 재산을 자녀3명에게 물려줄 경우 현행대로라면 일괄공제 5억원을 적용하여 2억4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자녀 상속인이 각각 5억원의 인적공제를 적용 받게 된다면 과세표준이 0이 되어 상속세를 안내도 될 수가 있습니다. 과세체계의 큰틀이 변경이 있어 상속세를 준비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속인이 많을수록 공제를 많이 적용 받고, 세율도 낮출 수가 있어 이러한 틀로 상속세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개편안은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상속받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세금을 적용하는 것이 과세형평에 부합할 것으로 보여져 환영할만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조정권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3 18:58

반려식물 시대

지금은 반려(伴侶) 시대다.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위안을 얻는 것이다. 도시 집중과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 family)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를 넘었고 반려인은 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나 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오거나 개모차(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펫팸족은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금붕어, 거북이, 파충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 최근에는 반려식물(pet plants)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른바 식집사(식물 + 집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을 인간과 서로 짝이 되어 교감하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의존형 반려식물'과 '독립형 반려식물'로 구분한다. 의존형은 화분 등에 심어 실내나 마당에서 관리받는 식물이며, 독립형은 정원이나 숲속 등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말한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돌봄이 번거롭지 않고 실내 환경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책임감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공기 정화, 인테리어 효과도 탁월하다. 식물이 성장하고 시들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삶을 성찰할 수도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전국 단위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 중 34%가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1745만 명에 달한다. 국민 3명 중 1명 꼴이다. 조사 결과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37.2%(649만 명)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60대 이상 34.6%(603만 명) 순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소는 실내가 90.2%로 가장 많았다. 마당·화단(13.2%), 정원·공원(10.7%), 숲(1.2%)이 그 뒤를 이었다. 반려식물 산업 규모는 식물 자체 산업이 1조1856억 원, 화분·배양토·영양제 등 연관 산업 시장이 1조2359억 원으로, 총 2조42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흥미로운 것은 식물도 동물과 같이 자기표현을 한다는 점이다. 가령 상추를 짓이기는 행동을 한 후, 다른 상추에 그 사람의 입김을 불어넣었을 때 식물에서 방출되는 메틸자스모네이트라는 물질이 20% 증가했다. 병해충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때 방출량이 늘어나는 물질이다. 좋은 기운을 주면 식물도 좋아하고, 나쁜 기운을 주면 식물도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식물도 감정이 있어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결과다. 또 올들어 LG전자가 실내 식물 재배기에 인테리어 소품을 접목한 ‘식물생활가전’을 선보였다. 스탠드 조명 중간 부분에 식물을 재배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서 공개했다. 반려식물의 진화다. 봄은 반려식물을 키우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작은 화분에 하나라도 키워보면 어떨까.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3.13 14:23

전북 항만경제 활성화에 나서라

국내 주요 무역항으로는 부산항, 인천항, 광양항, 울산항 등이 있는데 부산항은 1876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개항한 근대항구며 군산항은 1899년 개항해 역시 역사가 깊다. 국내에는 국가관리무역항 14곳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화물 처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지방관리 무역항 17곳 등 총 31개소의 무역항이 있는데 역사성에 비해 군산항은 물동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북은 바다가 있는 국내 8개 도(道)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 항만경제가 가장 왜소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전국 항만물동량은 총 15억8531만5000톤인데 이중 전북의 무역항에서 소화한 물동량은 1.4%인 2225만 6000톤에 불과하다. 물동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남으로 전체의 45.9%인 7억2857만톤에 달하고 있다. 전남이 19.1%인 3억324만5000톤, 경기가 16.7%인 2억6521만8000톤, 충남이 8%인 1억2733만2000톤, 강원이 3%인 4873만9000톤 등이다. 전북의 항만 물동량이 이처럼 적은 것은 타 시도에 비해 무역항이 적은데다, 유일한 국가관리 무역항인 군산항마저 토사매몰에 따른 수심 악화로 항만 기능이 갈수록 떨어진 때문이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새만금 신항 문제는 향후 전북의 항만 물동량을 크게 좌우할 수도 있는 변수여서 빠르면서도 현명한 결정이 요구된다. 군산시는 기존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통합 관리하는 원포트(One-Port), 김제시는 새만금신항을 신규 항만으로 지정하는 투포트(Two-Port)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군산시나 군산지역 지방의원들은 "새만금신항은 군산항의 수심 부족으로 인한 항만 능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되는 항만으로 기본계획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원포트 전략을 주장한다. 인접한 지역의 항만들이 서로 연계해 항만 개발과 운영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거다. 반면 김제시 입장은 다르다. 전북에 국가관리무역항을 2개나 둘 수 있음에도 만일 새만금신항을 군산항의 부속항으로 둔다면 이는 결국 전북자치도가 손해를 보게된다고 지적한다. 새만금신항은 군산항과는 기본계획부터 전혀 별개였기에 따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새만금 소유권 분쟁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핵심은 전북 지역 무역항을 크게 활성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북도나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모두 이러한 전제아래서 판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3 14:20

전북교육청 독서문화 확산 정책 지속 추진을

청소년기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시기의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성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AI(인공지능) 시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도 책 읽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디지털 매체는 독서 기회를 확대하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의 집중력과 상상력 발달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가 읽기·쓰기 등 리터러시 능력과 기초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리고 이런 걱정이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 비해 독서량이 적고, 글을 잘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들이 SNS를 통해 짧고 간단한 의사소통만을 주로 해온 탓에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에도 어려움을 느낀다는 게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학생들이 깊이 있는 책 읽기 대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해 단편적인 정보만을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독서·인문교육’을 올 10대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책 읽는 학교문화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아침 10분 독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미래형 학교도서관 조성’ 사업을 통해 학교도서관을 독서교육의 중심공간으로 만들어 정보 활용과 토론 및 협업, 커뮤니티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청소년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사서교사와 사서 등 학교도서관 전문인력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매우 의미 있고, 적절한 정책이다. 전북교육청의 독서 문화 확산 정책이 차질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학생들이 폭넓고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우선 학생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학교에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워크숍 등을 통해 교원과 학부모의 독서교육 지도 역량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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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13 11:48

길어지는 헌재의 시간, 잠 못자는 국민들

‘피고인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한다’는 법원의 한마디에 국가가 대혼란이다. 국민에게 총을 겨눈 내란수괴 우두머리는 체포 52일 만에 석방되었고, 수하들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국민의 힘으로 구속시킨 내란수괴가 다시 대통령에 올라 계엄을 발동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필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했다.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전하며,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간절히 호소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최후의 보루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흔들림 없이 헌정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혼란 속에 탄핵 심판이 지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법원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절차문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권한 문제로 내란수괴 윤석열의 석방을 결정했다. 모두 ‘내란죄’라는 혐의 본질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사법부가 71년간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계산법을 이례적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에게만 '시간' 계산법으로 적용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검찰의 태도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 항고를 포기했고, 내란수괴를 석방했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윤석열의 석방 후폭풍은 정치와 경제를 동시에 뒤흔들었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을 민주주의 후퇴의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등 거침없는 미국발 폭풍까지 더해져 한국경제가 먹구름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어떻게 못해도 윤석열 리스크는 해소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이 혼란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끝난 지 15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고기일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변론 후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14일 만에 선고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심판의 지연은 국민들에게 더욱 깊은 혼란과 불안을 안기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등불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정의를 지켜왔다고 믿어왔고, 이번에도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흔들림 없는 결정을 내려 법치와 민주주의가 다시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한민국 밤도 길어지고 있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사람들의 숨결마다 오직 하나의 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내려질 그 한마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대한민국의 방향을 결정할 단 한마디.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뜨거운 눈물로 마주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들의 마지막 한마디를 우리는 간절히 기다린다.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완주진안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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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2 18:41

진료는 수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약국이 개·고양이 약을 판다.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생물학적제제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코로나·인플루엔자 사독백신 등 주사제도 수의사 처방 없이 약사가 판매한다. 반려동물이 실험동물이 돼버린 셈이다. 말을 할 줄 모르는 동물은 약의 부작용도 호소할 수 없다. 약사는 사람약 전문가다. 동물약은 수의사가 전문이다. 약국의 새로운 수입창출 욕구와 반려동물 주인의 ‘귀차니즘’이 맞아떨어진 시장 왜곡의 현장이 바로 ‘동물약 파는 사람약국’이다. 수의사는 동물을 시진, 청진, 타진, 촉진한다. 주인을 문진하기도 한다. 진찰 후 처방이 정확할 수 밖에 없는 체제다. 반면, 약사는 ‘내 개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주인의 자가진단만 믿고 약을 내놓는다. 위험하고 위태롭다. 이게 다 ‘약사법’의 독소조항(제85조 제7항) 탓이다. 수의사를 건너 뛰고 누구나 약국에서 동물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의사의 처방을 생략한 채 동물약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약사법에 예외를 부여했다. 동물용 실데나필을 사다가 남성용 ‘비아그라’로 오남용하는 것마저 가능할 지경이다. 이런 약국이 전국에 1만5000곳 이상이다. 수의사들은 동물판 의약분업에 찬성하지 않는다. 동물병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법을 바로잡아야 동물병원이 정상 가동되고, 동물병원이 제 기능을 해야 아픈 동물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약사가 수의사를 동물약품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동물병원 말고 약국으로 오라고 호객하는 약사들이 증가일로다. 약대의 동물용의약품 교과목을 확대하고 동물약 전문약사를 양성해 약사가 동물약을 조제토록 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된다. 동물병원은 수술과 내과진료만 하라는 우격다짐이나 다름없다. 의약품을 내 준 동물병원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개와 고양이와 그 주인이 사람약국을 찾는다면 동물병원의 미래는 없다. 수의사 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약사법 개정 투쟁을 서둘러야 한다. 국회와 농식품부에 약국의 부당함을 알리고 단속 강화를 촉구해야 한다. 수의사에게만 공급하는 동물약품을 약국 매대에 진열해 팔고 있는 행태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수의사는 동물용의약품을 제외한 인체용의약품은 사용만 할 뿐 판매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약사가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하는가. 동물에 관한 한 ‘수의사법’이 ‘약사법’ 위에 있다고 본다. 약사법은 강도 프루크루테스, 수의사법은 그 침대에 묶인 나그네 꼴이다. “동물학대를 유발하는 무분별한 약품 판매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동물약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도 해당 행위가 사용자의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며 동물의 보호자 역시 선의로 행한 행위가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대한수의사회의 어필은 한가롭고 점잖다. 현 시점 동물병원 수의사들은 ‘네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도 돌려대라’는 말씀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의사는 이미 20여년 전 어의사(수산질병관리사)에게 물고기 등 수산생물 진료를 내줬다. 이번에는 동물약품까지 약국에 헌납한 ‘실패를 잊은 백성’으로 연명해야 하나.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 된다. 남 또한 내 것을 빼앗으면 안 된다.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시민들도 당장의 편리만 좇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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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2 18:41

파면이 봄이로세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일제 강점기 이상화의 저항시다. 고1이 된 아들 녀석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를 거닐며 밤새 외운 시를 더듬더듬 낭송한다. 지난밤 늦은 귀가에 따른 벌칙으로 시를 외워야 했다. "아빠~왜 빼앗긴 들에 봄이 오지 않는지 알겠어요." 반강제로 끌려온 아들의 반항이다. 지난 2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최후 진술을 하였다. 최후의 발악이었다.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용"라며 항변을 했고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역겹다 못해 지겨운 변론을 인내해야 하는 헌법재판관들이 안쓰럽다. 비상계엄 이후 골목의 소상공인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이 IMF,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어하며 죽을 맛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기관지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22위에서 32위로 10단계 하락하여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함있는 민주주의'로 강등했다. 이래도 12‧3 내란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인가? 이런 무능, 무책임, 무도한 내란 수괴는 내란의 실체가 보일 때까지 평생을 '호수 위에 달 그림자가 내려다 보이는 감옥'에서 수감되어야 마땅하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윤석열 내란수괴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나경원, 조배숙, 윤상현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전광훈‧손현보 목사 같은 계엄 계몽주의자들이 딱 그 짝이다. 현재 그들은 탄핵인용이 확실 시 되자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는 술수로 헌법재판관을 공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불복하려는 꼼수다. 이는 보수의 탈을 쓰고 헌법을 파괴하려는 무법주의자들의 난동이다.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알고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알게 하라."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검찰독재에 몰입하며 역사에 몰지각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동조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130년 전 '보국안민, 광제창생' 기치로 동학농민혁명에서 시작한 죽창과 짱돌의 현대사를 알았다면 어떻게 천인공노할 내란을 일으키고 이에 동조할 수 있었겠는가? 전한길 같은 비뚤어진 역사관을 갖은 사람이 어찌 일타강사로 군림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윤석열이 개선장군처럼 서울구치소를 걸어나왔다. 울화통이 터진다. 하지만 파면의 물리적 시간은 우주의 법칙에 따른다. 정치검찰에 오염될 수 없다. "윤석열 파면은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노랫말의 첫 단추다."라는 장순욱 변호사의 최후변론이 곧 헌재의 결정문이 되지 않을까. '나는 온 몸에 시대의 짐 둘러 메고/ 푸른 절망, 푸른 희망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윤석열 석방되어 봄조차 빼앗기겠네./ 파면이 봄이로세.' 필자의 개사 시 낭송을 아들마저 읊조린다. 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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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2 18:40

군산항, 특송화물 통관 엑스레이 증설 시급

최근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형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직구 상품을 통관 처리하는 해상 특송화물 통관장(특송장)은 인천, 평택, 부산, 군산 순으로 설치되어 있다. 특송장은 엑스레이 검색기 검사를 통해 전자상거래 물품 등을 빠르게 취급하는 통관 시설로 처리 속도가 각 지역 특송장의 경쟁력과 성장력을 좌우하게 된다. 2024년 2월 개장한 군산 통관장은 군산항과 중국 석도간 직항로를 통해 주 3회 반입된 특송화물 처리를 목적으로 군산 물류지원센터내 1450평규모로 구축되었다. 시설로는 엑스레이 3대와 동시구현시스템(화물 정보를 화면에 동시에 구현하는 판독 시스템) 3대, 컨베이어 벨트 3대의 통관 시설을 갖춰 놓았다. 그런데 개장하자마자 수요가 급증해 군산 통관장의 특송화물 반입량은 2023년 160만 건에 불과했지만, 통관장이 문을 연 지난해 전년 대비 330% 이상 증가된 총 730만 건을 통관 처리했다. 그리고 엑스레이 부족에 따른 통관 대기시간 증가로 1일 3만 5,000여 건의 적치 현상이 발생해 통관 지연 화물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엑스레이 부족으로 통관 처리가 지체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관세청은 엑스레이 6대(현재 3대)를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약 9억 원을 요청했지만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 통관장 내 엑스레이 부족으로 특송화물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회물이 평택·인천 등으로 옮겨지는 상황이 발생해 군산항을 특송화물 환적항만으로 확장한다는 계획 등 대중국 전자상거래 거점 항만으로의 도약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군산항은 전자상거래 물품 등 특송화물 점유를 위해 평택·인천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군산 통관장의 처리 현황을 지켜보다 통관이 지연되면 물량을 평택·인천 등으로 변경하기 때문에 지역 업체들은 물류비용 증가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군산항의 새로운 해상물류 거점 도약을 위해 해상 특송화물 통관장(특송장) 내 엑스레이(화물 검사 장비) 추가 설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한 기재부의 예산 반영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관련 부처와 지역 정치권의 노력이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2 16:45

전북자치도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 기대한다

올해도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인구 문제다. 끝없이 떨어지던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저점을 찍고 지난해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인구 감소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은 상황이 더 급박하다. 저출산·고령화 현상 속에서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가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복지, 참여‧권리 등 각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청년 지원 정책을 수립해 역점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청년인구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꾸렸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11일 가칭 ‘청년 유출‧입 대응 전담팀(TF)’ 킥오프(Kick-off)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물론 그동안에도 인구문제 해결 차원에서 청년 지원 정책을 발굴해 시행해왔지만, 이를 더 체계화해 청년층 지역정착을 위한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 이를 역점 추진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로 풀이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전북은 청년 유출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하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거주 18세~39세 청년인구는 지난해 기준 38만5523명으로 전체 인구의 22.2%를 차지했다. 전북지역 청년인구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만3000명씩 감소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청년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는 데다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속속 떠나면서 그 비율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청년층 2만6844명이 전입했고, 3만 5322명이 전북을 떠나 순유출 인원은 8478명에 달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번에 개설한 전담팀을 중심으로 청년 유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세부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정책화하겠다고 했다. 또 정책 수요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지역사회의 미래가 달린 절박한 문제다. 이제는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에서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워온 전북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맞춤형 청년정책을 수립해서 역점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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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12 15:53

전북과 전주의 이미지

로고, 엠블럼, 심벌 등은 세부적으론 좀 차이가 있으나 쉽게 말하면 어떤 상징물 이라고 할 수가 있다. 넓은 의미의 엠블럼에는 기장, 로고, 마스코트, 문장, 상표 등도 포함된다. '한 입 베어먹은 사과 그림'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애플사를 떠올린다. 자동차에서는 동물이 엠블럼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데 페라리와 포르쉐는 말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고, 람보르기니는 황소, 푸조는 사자를 상징으로 쓰고 있다. 로고나 엠블럼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11일 새로운 기업 로고(CI)를 공개했다. 서울올림픽을 4년 앞둔 1984년 ‘태극 마크’를 단 이후 41년 만에 CI를 바꾼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따른 조치다. 기존 태극 마크에 있던 빨간색·파란색을 빼고 다크블루 단색을 사용했다. 새 CI가 적용된 항공기 외관 디자인을 보면 하늘색이 기존보다 더 짙어졌고, 메탈(금속성) 느낌을 더했다. 전북특별자치도를 상징하는 문장은 '전북특별자치도' 국문을 바탕으로, 전북의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땅'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새만금·호남평야의 '지평선'을 결합해서 미래의 새 지평을 여는 전북특별자치도를 표현했다고 한다. 전북의 꽃은 백일홍, 전북의 나무는 은행나무, 전북의 새는 까치다. 요즘엔 까치가 익조가 아닌 해조라는 인식이 강한데 까치는 어쨌든 예로부터 반가운 사람이나 소식이 올 것을 알려주는 새로 여겨졌다. 2036올림픽 전북 유치의 쾌거를 어쩌면 까치가 전해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2036 올림픽 유치는 과연 전주인가, 전북인가 하는 것이 종종 화두로 오르고 있다. 올림픽은 특정 국가가 아닌 특정 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돼 있기 때문에 2036올림픽 역시 당연히 전주가 개최지일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협약은 대한체육회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체결했으니 주체가 전주인가, 아니면 전북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안서나 추진 주체, 협약 등 전반에 걸쳐 전북도가 전권을 가지고 나섰으나 명칭은 전주올림픽이다. 마치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총괄하는 곳은 전북도이나 명칭은 전북이라고 하지않고 전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올림픽 명칭과 관련 실무진에서는 당초 전북이냐, 전주냐 하는 고민을 했으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전북 하면 낙후나 소외 등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반면, 전주 하면 상대적으로 해외에서도 알려져 있는 등 긍정적 요소가 있는 점을 감안해 대회 명칭을 전주로 정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기회에 전주와 전북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특히 그 이미지 또한 반석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것은 한두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전주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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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3.12 13:26

로컬다움을 만들어가는 ‘보통’의 스토리

문화예술 판에서 기획자로 일을 하다 보면 예술가는 물론이고 콘텐츠 기획 및 제작자, 도시기획자, 로컬크리에이터 등 각자의 전문성과 남다른 경험을 살려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만남에서 한 번쯤은 이야기 나누는 주제가 바로 로컬다움이다. 'Local'과 '~다움'이 결합된 이 단어는 지역의 정체성이 지역 산업 생태계의 미래와 직결되는 요즘을 사는 로컬인들에게는 생존과도 같은 단어가 되었다. 서울과 타 지역의 기획자, 예술가들이 모이면 서로 일정 지역의 방문 내지는 지역살이 후기를 묻고 답하곤 한다. 최근에는 전주 방문에 대한 회고를 듣던 중 그간 듣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려왔고, 이방인이 겪었다는 ‘전주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전주에 정주하는 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서울 사는 A씨의 경우, 전주시 팔복동의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을 걷게 되었는데, 오래된 주택과 폐허가 된 공장이 혼재된 그 동네에서 1970년대의 정취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참고로 그는 90년생이다.) 그리고 그런 곳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고 날이 풀리면 친구들과 촬영을 하러 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렇죠, 그만큼 그 동네가 오랜시간 발전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라고 답했고, A씨로부터는 감성이 부족하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또 부산 사는 B씨는 전주 도심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날 문득 군산 항구쪽으로 스케치를 하러 나갔는데, 낚시꾼과 친해져서 밤 늦도록 어울리며 스케치를 이어갔던 그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 B씨의 말에 이렇게 물었다. “부산도 도심에서 그림 그리다 가까운 항구에 갈 수 있잖아요?”라고.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부산과 군산이 같나요? 에이, 많이 다르죠~.” 순간 의문이 들었다. ‘대체 그들에게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그토록 특별했던 걸까?’, ‘왜 낡고 평범한 동네가 멋있고, 보통의 사건들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일까?’. 특정 지역을 방문한 이방인이 느끼는 장소에 대한 감정, 사건을 대하는 정서 등은 기획자로서도 오랜시간 탐구해 온 주제이고 여전히 기획의 소재거리가 된다. 동시에 어떻게든 지역에서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요란을 떨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지역의 슴슴하고 조용한 매력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요사이 이러한 보통의 스토리에 로컬 지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힙한 문화, 핫한 공간, 바이럴 될 만한 도파민 터지는 콘텐츠 등 각종 로컬리티(Locality)가 범람하는 시대에 지역의 무엇이 그 자체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떠들썩했던 것들 뒤로 감춰지거나 소외된 지역의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어 나갈지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실험해 볼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이건 로컬다움의 한계와 조건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발견의 주제를 달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또한 덜 자극적이더라도 일상에 널려있는 보통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흔하지 않고 뚜렷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다. ‘보통맛집’ 로컬로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동네 또는 지역과 지역이 이어지는 다양한 스토리가 공유되고 지역 밖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로컬 한정 콘텐츠가 누적된다면 Next 로컬다움을 이어가는 단단한 ‘다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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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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