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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사태 안전한 먹거리 문화에 경종

며칠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인 배달전문점과 무인판매점 일부가 비위생적인 조리 환경은 말할것도 없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쓰다 적발됐다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치킨, 마라탕 등을 조리해서 판매하는 배달음식점과 라면, 아이스크림 등 무인판매점 등 6천여곳을 집중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30곳을 적발했다는 거다. 소비기한이 경과된 제품 등을 진열‧보관하거나 식재료 담당자의 건강진단 미실시, 식자재 등 위생 취급기준 위반 등이었다. 그런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매일유업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멸균우유 제품에 세척수가 혼입되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사고를 인지하고 해당 제품을 전량 철수했고 해당 제품을 입점하지 않은 업체들도 초미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유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의아함을 갖고 있는듯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보통 우유를 가공할때 자동화 세척 시스템을 사용해 세척수와 원유가 섞일 수 없을텐데, 어떻게 혼입이 됐는지 동종업계에서도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수동으로 작동을 하는 부분이 있거나 아니면 작동 시스템에 일부 오류가 있었을 개연성도 있다. 앞서 매일유업은 지난 12일 ‘매일우유 오리지널(멸균) 200mL’(소비기한 2025년 2월16일) 제품에 세척수가 혼입됐다며 자발적 회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일유업은 이어 16일엔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고 “생산 작업 중 밸브 작동 오류로 세척수가 약 1초간 혼입된 것을 확인했다”며 “매일우유 제품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품질 사고가 발생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시스템 자체도 결국은 사람이 제어하는 것이라고는 해도 사실 이번 사고는 먹을 것을 만드는 회사로서는 범하기 어려운 초대형 실수여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실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선진국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중 하나라는 점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식품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걸쳐 철저한 점검을 해야함을 웅변한다. 차제에 먹거리 관련 업체에 대해 식품안전 관련 법률 사항 준수 여부는 물론, 내부 및 제3자 점검 결과, 식재료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 식품안전 관리 절차 준수 여부를 완벽하고도 체계적으로 점검하길 당부, 또 당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17 14:48

전북, 탄핵정국 위기를 기회로 삼자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으나 현상유지 수준의 임시방편일 뿐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판결이 내려지고 차기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5-6개월 간은 어수선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중앙정부의 국정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북자치도정도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국가예산이나 국가사업 등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전북은 윤석열 정부에서 푸대접을 받은 터이므로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우선 국가예산부터 살펴보자. 12·3 비상계엄사태가 일어나면서 국회는 지난 10일 여야 간 합의 없이 내년도 국가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로 인해 전북자치도의 내년 예산은 9조2244억원으로 당초 요구액 10조1155억원 보다 8911억원이 반영되지 못했다. 미반영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특례법에 해당하는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와 전북 스타트업 파크, 전북권역 재활병원 건립, 새만금 환경생태 용지 1단계 조성 등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예산 보다 2000억원 넘게 늘었으나 지난해 잼버리 파행으로 크게 삭감된 처지를 넘지 못했다. 광역도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해, 내년 예산은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전북보다 인구가 적은 강원도보다 적은 예산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충북과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내년 초로 예상되는 추경을 통해 미반영 예산을 확보해야 할 형편이다. 추경과 정부 공모사업 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법 개정과 현안사업을 보자. 오랫동안 전북 차별법으로 꼽히는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과 전북형 특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전북특별법 제정, 새만금 SOC 예산 증액 등이 현안이다. 또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전주-대구 고속도로 건설과 전북 금융중심지 조성 등 중단된 사업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탄핵정국이 길어질수록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지역현안도 뒷전으로 밀려나고 전북처럼 힘이 약한 지역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때일수록 김관영 지사를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력 발휘가 절실하다. 또한 차기 대선국면과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대응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17 12:36

탄핵·주민소환,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탄핵제도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 헌법이 정한 안전장치다. 선거를 통해 뽑힌 국민(주민)의 대표를 중도에 끌어내릴 수 있는 제도로 탄핵과 주민소환제가 있다.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는 선출직 공직자에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교육감이 있다. 이 중 대통령은 탄핵, 지자체장과 지방의원·교육감은 주민소환제도를 통해 임기 종료 전 직위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탄핵도 주민소환도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선거권자에 의한 실효성 있는 견제·퇴출장치가 없는 것이다. 탄핵정국에서 주민소환제도가 새삼 관심이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회의원과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힌 여당 시·도지사들을 주민소환제를 통해 끌어내리자는 주장이 이어지면서다. 이미 선출된 주민대표를 선거권자들이 다시 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는 해당 주민 입장에서 볼 때 성공률이 극히 낮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138건이 청구됐지만, 투표로 이어진 사례는 11건에 그쳤고, 이 중 9건은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이뤄지지 않은채 부결됐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최경식 남원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됐지만 지난 5월, 청구요건 미달로 각하되면서 지역사회 갈등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지자체장의 실정을 심판해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제도의 한계만 확인한 셈이다. ‘소환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게다가 국회의원은 소환 대상도 아니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소환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의를 위반한 국회의원에 대한 퇴출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회의원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은 국민에 의해 회수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제17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하지만 역시 성과는 없다.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법안을 국회의원들이 쉽게 통과시킬 리 없다. 논란이 많다.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문제점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의원입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부여받은 국민의 대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지금은 제도 개선과 상관없이 국회의원 모두가 그 역할과 책임,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와 시대적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12.16 19:24

옴니보어, 내면세계 인식과 심미적 도구로 기능한 전통음악에 관심 가지길

매년 트랜드 코리아를 발표하는 김난도 교수는 2025 트랜드 코리아의 10가지 키워드 중 첫 번째 키워드로 옴니보어(omnivore)를 내세웠다.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이어 주요 트랜드로 자리할 옴니보어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소비 패턴이 다양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한 한 분야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클래식·트로트·재즈·국악 등 전혀 다른 종류의 다양한 분야에 취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즉 집단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는 개인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이 트랜드로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해 보고자 한다. 우리 음악에 대한 생경함과 동시대적 이질감에서 느껴지는 괴리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국악에 내재한 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우리 안에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처방도 요구된다. 전통음악은 일반적으로 정악과 민속악으로 대별 된다. 정악의 한 갈래인 풍류음악은 조선후기 중인과 사대부 중심의 지식인 계층이 즐긴 음악이다.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목적보다는 자신의 정서와 내면세계를 가꾸기 위한 인격 수양의 도구로 기능하였다. 세련된 기교보다는 품격을 중시하며 글을 지어 시를 노래하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절제미와 아정함을 중시하여 느림의 미학과 음률의 담백함을 추구하였다. 대표적인 음악으로 시조·가곡·가사류의 성악곡과 영산회상 같은 기악곡이 있다. 이러한 풍류음악을 즐긴 이는 순헌왕후의 아버지 김조순, 문인이자 화가인 강세황, 단원 김홍도, 월하탄금도 작가 이경윤, 담헌 홍대용 등으로 그들이 남긴 시문이나 그림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유교사회에서는 육예(六藝)의 하나로 사대부들에게 음악을 배우게 하였는데, 특히 풍류음악의 대표 악기로는 공자가 배웠다는 거문고를 꼽는다. 한편, 판소리, 산조, 민요 등의 민속악은 고대 제천의식에서 행해졌던 가무(歌舞)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천제에서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인 제사장은 춤과 음률로 소통하게 되는데 이는 오늘날 각 지방색에 독특한 형태로 남아 있다. 전북지역은 호남좌우도 풍물굿, 전주풍류, 판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음악은 과거 급제자의 축하공연인 삼일유가, 순회공연을 다녔던 협률사 등의 음악활동과 교방·권번 등의 교육활동을 통해 전승되었다. 이러한 전통예술분야에 기반한 도립국악원은 13개 과목을 교육하고 있고 나아가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의 예술단을 운영하며 도민을 대상으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통음악은 내면에 침잠하고 집중하는 자기중심적인 음악과, 심미적 정서적 도구로서의 음악이 양립하고 있어 그 독특함이 다르게 존재한다. 이는 악곡의 생성 근원과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전통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는 단초로 작동될 것이다. 오늘날 문화 향유와 여가 활동을 위해 일반대중들은 생활예술을 즐기고 공연공간을 찾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 한다. 또한 일시적인 관람으로 만족하지 않고 각자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선택 체험하는데 전통사회에서의 음악의 근원적 생성 배경과 향유방식을 이해하고 우리의 음악을 접한다면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유니크한 옴니보어가 되지 않을까 한다.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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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6 19:24

협동의 경제학

농생명산업 수도 전북특별자치도에 걸맞는 실적을 보이고 있는 통합마케팅사업이 올해 드디어 6천억원을 넘었다. 이는 필자가 본보 2014. 11. 17.자 칼럼에서 “전북농산물 통합마케팅 6000억 시대 열 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게제하면서 처음 화두를 던졌던 것으로 이를 10년 만에 달성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는 6천억을 넘어 1조 시대를 바라보면서 협동조직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조공법인)을 협동조합의 가치측면에서 그간의 성과와 의미를 되짚어 보고 미래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농협의 통합마케팅 조직인 조공법인은 개별 농협의 마케팅역량을 시군 단위로 통합한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규모화된 조직이다. 현재 전북에서 조공법인이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조공법인이 유통 측면에서 협동조합의 가치를 가장 잘 실천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협동(協同)이란 단어는 힘을 모으는 협력을 넘어 단합과 연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힘과 마음을 모은다는 것으로 조합원 공동행동의 출발점이 되며, 이러한 공동행동은 개별농가가 영농자재를 구입하거나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할 때 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거래관계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거래에 수반되는 단위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협상력도 커져 더 나은 거래관계를 맺을 수 있는 등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수단이 되는 것이다. 통합마케팅 전문조직은 바로 이러한 협동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전북 원예조공법인의 성장과 성과를 잠깐 언급하면, 2012년 전국 최초로 “전북특별자치도 통합마케팅 전문조직 육성 및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하여 농산물 마케팅 창구를 조공법인으로 일원화시켰으며, 2014년에는 군산을 제외한 13개 시군 조공법인을 설립, 시군별 통합마케팅조직으로 인정하고 지원을 해오고 있다.이를 통해 정예 생산자조직 육성, 바이어 초청행사, 매년 국내 및 해외 통합판촉행사, 온라인 플랫폼 확대 등 온오프라인 마케팅 고도화로 2011년 810억원에서 2024년 6,3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또한, 우수 통합마케팅 척도로 여기는 참여조직 취급액 대비 통합마케팅 참여비율은 89.3%로 전국 평균 36.3% 대비 2배 이상의 실적을 거양하였고, 원예 농산물 생산액은 전국 5위의 규모이지만 통합마케팅 매출 실적은 전국 시도 중 2위로 도세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최근 이상기후, 스마트농업 확산, 영농비 상승 등 농업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농촌지역은 인구감소에 따른 소멸위기에 처해있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조공법인의 역할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북의 조공법인은 전통적인 역할의 통합마케팅 전문조직을 넘어 영농자재 공동구매, 산지 물류통합,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사업 등 농가 경영비 절감을 위한 사업으로도 확장하는 등 시군 지역경제 종합센터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렇듯 조공법인이 단순한 유통의 중심에서 지역농정의 중심으로 역할을 확대하며 사업 고도화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부장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올해, 필자에게는 더욱 뜻깊은 한해가 아닌가 싶다. 10년 전 세웠던 통합마케팅 6천억 돌파 뿐 아니라 미완의 사업이었던 군산조공법인 설립까지 완성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감회가 남다른 해이다. 앞으로 전북 통합마케팅은 1기 6천억을 넘어, 2기 1조원 시대를 준비하며, 2025년을 14개 전시군 통합마케팅 사업 추친 원년의 해로 삼고 “협동”의 깃발 아래 한 데 뭉쳐 명실상부한 통합마케팅 산지유통의 메카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길 후배들에게 기대해 본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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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6 19:23

내란죄

의뢰인은 요즘 모든 뉴스가 내란죄와 대통령 탄핵을 얘기하고 있다며, 내란죄가 무엇인지 물어왔다. 내란죄를 업무적으로 접해 볼일 없는 변호사로서, 혹시 ‘내란죄’를 아느냐 묻는다면, 변호사로서 대충은 안다고 얘기해야 하나 방금 뉴스를 보신 당신보다 모를 수도 있다고 말해야 하는지 곤혹스러운 순간이 된다. 먼저 전체 조문을 살펴보면 형법 제87조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자, 단순 가담자로 나누어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91조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에 대해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폭동”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협박하는 것으로 폭행, 협박은 최광의의 의미로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유형력이면 족하다. 다만 폭동은 최소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김재규의 10·26 사건에 대해 법원은 김재규가 대통령을 총격한 점에 대해서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하여 내란의 미수로, 총격한 이후에는 총격전에 대비하고 군 상호간의 충돌 등이 예상되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취지로 기수로 따로 판단하였다. 같은 사건에서 대통령 개인을 살인한 것은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시해후 계엄선포, 혁명위원회 구성, 대통령 출마 등을 계획한 것은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고자 하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내란과 탄핵, 민주국가에서 해당 개념은 교과서에서 보는 것으로 족하다. 정치를 게임하듯 내란과 탄핵이 난무하지만, 이는 나라가 망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제발 위정자들이 국민의 반만큼만이라도 나라 걱정을 했으면 좋겠다. 법무법인 모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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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6 19:23

전북자치도에 항만 행정이 있기는 하나.

현재 전북자치도내에는 유일한 무역항으로 군산항이 운영되고 있고 새만금 신항은 건설중에 있다. 그러나 군산항은 개항이래 최대 운영위기에 직면해 있고 새만금 신항 건설은 삐걱대고 있다. 군산항의 경우 31개 선석의 종합 항만으로 외연은 크게 확대됐지만 1∼7부두까지 심각한 토사 매몰로 선석의 계획 수심을 만족하는 곳은 없다. 매년 준설을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그러나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준설의무를 지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국내 항만 유지준설 예산의 절반을 군산항에 투자하고 있다는 엉뚱한 해명(?)으로 준설 의무를 다하지 못해 왔다 . 수조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군산항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던 사이 항내 수심은 최악의 상태에 달했다. 선사들이 군산항의 기항을 기피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고 항만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항만관련 업체들의 신음소리는 높아만 갔다. 특히 그나마 근근이 군산항의 운영 명맥을 이어오게 한 준설마저 내년부터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내년에는 군산항의 준설토를 투기할 수 있는 여력이 겨우 20만㎥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 100억원 정도의 유지준설예산이 배정된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상황이 우려된다. 제 2준설토 투기장을 계획대로 완공, 활용이 가능한 시점인 2029년까지, 즉 2026년, 2027년, 2028년 3년동안 군산항은 준설토를 투기할 곳이 전혀 없다. 투기장이 없으면 준설은 할 수 없다. 군산항은 숨조차 쉬기 힘들다. 당장 내년부터 항만 운영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와관련된 구체적인 대책은 강구되지 않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오는 2026년 개항을 계획하고 있는 새만금 신항 건설은 어떠한가. 정온수역 확보를 위한 남서측 방파호안 건설, 접안시설 마루높이 상향 조정, 항만 배후부지의 재정 투자 등 원활한 항만운영을 위한 문제점이 수두룩하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무역항 지정조차 되지 않으면서 신항의 운영을 위한 모든 인력과 예산 확보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오는 2030년까지 5만톤급 6개 선석을 구축하고자 하는 신항 건설 1단계 계획은 2035년까지로 미뤄지는 등 새만금 신항 건설 계획이 전반적으로 5년 늦춰지지 읺을 까하는 우려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히 2026년에 개장코자 하는 5만톤급 2개 선석의 구축 완료시점도 아울러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자치도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려 1조원이 넘는 민간자본투자로 계획된 새만금 신항은 개항 시기조차 명확히 장담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 군산항마저 항만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선사들과 화주들은 군산항을 떠나게 된다. 지역경제 타격은 불가피해진다. 무역항을 가진 다른 지자체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항만 활성화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전북자치도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전북자치도는 재정자립도가 가장 취약한데다 정치력마저 미약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가 하는대로 질질 끌려다니며 방관자적 입장만 취할 것인가. 상시준설체계의 마련으로 군산항을 활성화하는 한편 새만금 신항도 계획대로 건설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전북에 항만행정은 있기나 하나.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4.12.16 19:18

군산, 중학교 원거리 배정 문제점 최소화를

만일 자기 자녀가 집 근처에 희망하는 중학교가 있음에도 불고하고 원거리 중학교에 배정된다면 이를 수긍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하루이틀도 아니고 3년내내 운에 의해 통학환경이 크게 좌우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교육당국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해법찾기가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처럼 운에 따라 누구는 집 앞에 있는 학교로, 누구는 왕복 2시간 가까이 통학해야 하는 학교로 배정되는 일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정 학생들이 불합리한 고통으로 내몰리는 중학교 배정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내년 1월 군산지역 중학교 배정을 앞두고 일부 학생들에 대한 원거리 배정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군산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군산지역 중학교 배정 시스템은 총 12학교를 1~12지망으로 나눠 선 복수지원, 후 추첨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원 학생 수가 해당 중학교 수용 인원을 초과할 경우가 문제인데 컴퓨터 추첨으로 무작위 학교 배정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역 전체가 하나의 ‘학교군’으로 묶이면서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일부 학생은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배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4학년도 중학교 입학 배정 추첨 대상 학생 2401명 중 1~3지망 선정 학생은 2197명이었으나 4~12지망 학생 수도 195명이나 됐다. 군산교육지원청은 원거리 불편 최소화를 위해 동군산과 서군산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지역 중학교에 배정되는 일은 없도록 제어장치를 두기는 했다. 극단적인 상황은 막았다고는 하지만, 우선 지망에 떨어진 일부 학생은 집 근처 중학교를 놔두고 차량으로 30분 가량 떨어진 곳으로 학교를 다녀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왕왕 발생했다. 전주와 달리 군산은 지역 전체가 하나의 학교군으로 묶이면서 운에 따라 누구는 집 앞에 있는 학교로, 누구는 왕복 2시간 가까이 통학해야 하는 학교로 배정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산지역의 경우 중학교가 고루 분포돼 있지 않아 학군을 전주처럼 나눌 경우 중학교 선택을 제한하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에 교육당국의 고충 또한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학생들이 등하교때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교통노선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라는 거다. 통학버스 지원 등 통학환경을 만든 뒤 학생과 학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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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6 14:25

탄핵정국에서 빛나는 시민들의 연대의식

탄핵정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성숙한 연대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현장을 깨끗이 뒷정리하는가 하면 인근 가게들이 화장실을 개방하고 따뜻한 차나 음료를 선결제하는 사례들이 잇달고 있다.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이 차가운 겨울 시위현장을 따뜻하게 비추는 시위문화가 축제와 같은 새로운 K-집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결국 12·3 친위 쿠데타라는 국가적 불행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더 나은 생활민주주의 집회로 바꿔 나가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 이후 전국적으로 열리는 집회시위는 평화적인 민주주의 교육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촛불 대신 아이돌 콘서트에서 사용하던 응원봉으로, 민중가요 대신 K-팝 떼창이란 새로운 시위문화로 바꿔 놓았다. 종전 엄숙하고 과격한 분위기와 달리 발랄하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집회·시위 주도세력의 세대교체가 큰 몫을 하고 있다. MZ세대, 특히 2030여성들이 대거 참여하면서다. 8년전 박근혜 탄핵이나 16년 전 광우병 촛불 때는 시위와 같은 정치 공론장이 기성세대의 전유물이었으나 청년세대로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남의 일에 무심하던 젊은 세대들이 집회를 통해 공동체의 화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다. 기성세대들도 이에 동참해 연대의 마음을 보태고 있다. 이는 국회 앞이나 광화문 광장뿐 아니라 전국적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는 전주 충경로 사거리 주변에서도 선행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집회 인근 상점 중 7곳이 화장실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개방해 편의를 제공했다. 또 온수와 어묵을 제공하고 핫팩을 나눠 주는가 하면 카페·음식점에 음료값을 선결제한 사례들도 잇달았다. 전주에 있으면서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500만원을 들여 커피 2000잔을 무료 제공한 음식점 주인도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정치가 어렵거니 먼 것이 아니고 내 생활 속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밝게 한다. 외국 언론들도 이를 경이롭게 보도하고 있다. 망상에 빠진 집권자의 폭력에 맞선 역동적이고 유쾌한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안 판결을 넘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시민의 승리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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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6 13:39

탄핵정국, 민생안정‧경제회복이 우선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탄핵안 가결로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와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세 번째다. 이제 ‘정치적 판단’을 넘어 ‘법적 심판’ 단계를 남겨놓게 됐다.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절차도 시대적 요구와 준엄한 국민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 과거 국회 탄핵안 가결부터 헌법재판소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2일이 소요됐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고, 당장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집중 심리를 통해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이번에도 심리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할 것이다. 일단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국내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치‧경제와 외교‧안보 등 여러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다. 여야 모두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유불리 계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선고, 그리고 헌재의 탄핵 결정이 있을 경우 조기 대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전히 비상시국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에 따라 국제관계와 국가안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서민생활 안정이 급하다. 여야가 출구 없는 극한 대치에서 벗어나 연말연시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우리 사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그간 대통령 탄핵대열에 앞장섰던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도 이제 민생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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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5 18:54

군산 등 섬지역 해마다 침수피해 입어야 하나

군산과 부안 등 섬지역이 해마다 바닷물에 잠기는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대조기와 폭풍 해일이 겹치는 때는 더욱 심각하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해안도로와 주택 등이 침수돼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으면 한다. 이러한 침수 피해는 가후 위기로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어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지난 11일 열린 군산시의회 5분 발언에서 나왔다. 서동수 의원은 “지난 10·11월 대조기에 폭풍해일 경보까지 겹치면서 선유도·개야도·무녀도·비안도 등에서 바닷물이 해안도로와 항만 시설내 및 주차장까지 차올랐다”고 밝혔다. 현재의 방파제와 해안도로의 높이로는 월파나 월류를 감당하지 못해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침수 피해를 입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군산 일대 섬지역에서 가장 높게 조성된 해안도로는 말도 8.2m, 가장 낮은 곳은 방축도 6.8m로 대부분 해안도로 평균 높이가 7.5m에 불과해 대조기 만조 수위보다 낮을 뿐 아니라 방파제 역시 7.8∼10.3m 높이로 설계 시공돼 있어 높은 파도를 막아주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기상청이 2021년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꾸준히 상승했다. 이런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저지대 지역이 침수되고 많은 생물종이 멸종되었다. 또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21개 연안 조위관측소의 해수면 높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89년부터 2022년까지 34년간 10.3㎝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바닷물이 육지를 계속해서 잠식하고 있어 불안하다. 한국해양환경공단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50년 기준 서해안과 남해안의 인천, 김포, 군산, 목포, 부산 등 대부분의 도시들이 침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내륙지방인 평택, 익산 등도 범람 피해 영향권에 든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관리해안선, 연안 침수·침식 검토제도 등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대책과 함께 우선 해안도로와 방파제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고 뒷북을 치기 보다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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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5 18:53

숨은 영웅들을 찾는 여정에서 함께하는 병무청

올해 초까지 방영된 ‘히든 히어로즈’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소개되었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non)의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과 개념적으로 많이 비슷해 보였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숨은 영웅들의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도전에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존경의 마음에서 과거로 뒤돌아 보면,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과거의 숨은 영웅들, ‘히든 히어로즈’는 누구였을까를 생각해 본다. 필자는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을 희생하여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의 기반을 굳건히 지켜낸 대한민국의 숨은 영웅들로 수많은 6·25 참전용사를 떠올려 본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던 우리의 숨은 영웅들, 6·25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는, 2000년부터 참전유공자 관련 법률을 시행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들의 명예를 선양하고 복리를 증진하는 한편, 애국정신 함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참전용사를 찾는 선양사업은 법률 시행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속되고 있다. 전사자로 직계후손이 없거나, 경제발전 과정에서 참전의 기억들이 희미해진 까닭에 후대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던 등의 사유로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참전유공자 선양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관련 단체와 유가족들과 함께 숨은 영웅을 찾아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전유공자의 참전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6.25 참전은 오랜 세월이 지난 일이라서 당시 기록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애로사항이 종종 있다. 당시에는 주민등록제도가 없었고 단기(檀紀) 사용과 양력․음력의 혼용으로 생년월일이 다르게 기록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병적기록표인 거주표에 이름이 한자로 기록되었는데 수기(手記)로 작성되어 신상확인이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참전용사의 주소와 성명에는 그 당시에도 널리 쓰이지 않던 지명과 인명이 많았고, 이 때문에 오기(誤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가족들이 제출한 제적등본을 근거로 거주표의 한자를 하나하나 해석해가며 병적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들은 어려운 작업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과거 기록에 따라 병적 확인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필요할 때는 각 군 본부로 병적 확인을 추가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병적증명서를 유가족에게 발급할 때에는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병무청이 보유만 했던 과거의 기록들이 현재의 유가족들에게 명예를 되찾는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으로 재탄생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명예롭게 병역이행을 이행하신 참전용사들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또 그분들과 그 후손들이 누려야 할 각종 지원과 혜택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병무청은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 날 것이다. 아직도 커튼 뒤에 잠든 많은 숨은 영웅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그 빛나는 명예를 찾을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해 본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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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5 18:46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끊임 없는 도전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 두 번째 절기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날에는 붉은 팥을 삶아 거른 팥물에 쌀을 넣고 쑨 팥죽을 먹곤 했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기에 앞서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리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다. 또, 추운 겨울 따뜻한 팥죽을 가족이 함께 모여 먹던 기억은 지금도 머릿속에, 아니 가슴속에 남아 겨울이 오면 가슴 한 곳을 따뜻하게 만드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어릴적 추억의 감성은 인생을 살아가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에 인구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소규모의 자치단체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을 방문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으며, 생활 인구를 넘어 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하고 분주한 움직임 속에 김제시는 지역의 색과 맛, 멋을 드러나게 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제는 달빛어린이 병원을 신규 운영하며 시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했으며 전북권 최초로 천사무료 급식소를 유치해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복지 증진에 기여했다. 여기에 저출생, 고령화라는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합계출산율이 전국 평균치(0.72)의 두배인 1.37명을 기록해 도내 1위, 전국 4위라는 결실도 맺었다. 아울러 김제지평선축제와 김제 꽃빛드리 축제, 모악산 뮤직페스티벌, 새로보미 축제, 김제문화유산 야행, 국제 종자박람회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과 함께 공생(共生), 상생(相生)하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특히, 김제지평선축제에서는 ‘맛보자고 컴페티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자치단체가 지역 상권을 함께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맛보자고 컴페티션은 지역의 색깔을 잘 나타내는 프로젝트로 1,000여개가 넘는 지역 음식점 중 9개의 업체를 자체 선발해 축제 현장에 동참시키며 지역의 맛과 멋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역의 맛과 멋을 살리기 위해 유명쉐프가 아닌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해 암행평가, 전문가 컨설팅, 지속적인 피드백 등을 실시하면서 지역상권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관광객 및 시민들의 호응을 얻는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이뤄내기까지는 지역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특정 유명쉐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체 기획과정을 통해 김제만이 가지고 있는 맛과 멋을 살리고, 이를 잘 버무려 지역의 향기가 베어 나올 수 있도록 분주하게 움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어느 일부분의 의견을 전체화하기보다는 다양한 지역의 색깔을 입혀 조화롭게 변화와 개혁의 성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면 하늘을 감동시켜 뜻을 이룬다는 자세로 힘찬 비상을 위한 일념통천(一念通天)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은 산소를 만나면 부식되지만 철판 위에 아연을 덧대어 놓으면 철이 아닌 아연이 부식되면서 철이 녹지않는 희생양극법처럼,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색깔을 조화롭게 덧입혀 변화와 개혁을 이뤄 내야하며, 이러한 도전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하늘마저도 감동 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강현규
  • 2024.12.15 18:44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일본은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문화유산이라는 뜻이 무엇인가를 사전에 알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보면, ‘앞 세대의 사람들이 물려준, 후대에 계승되고 상속될 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적 전통’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세계문화유산이라면 앞에서 일어난 모범되는 역사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자 유네스코는 그 사실을 등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압과 강탈로 사람을 징집하여 세계평화를 말살하고 군국주의의 역사적 오명을 가치로 앞세워 인간 존엄성을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는 반인륜적 행위를 수십 년 동안 자행했던 나라 불행하게 그 직접적인 대상이 되었던 대한민국 국민은 숫자를 가름할 수도 없을 만큼 징용당하여 현해탄을 건너야 했다. 그 중에는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함께 끌려갔다 하니 어찌 이 비통함을 잊고 살겠는가. 천추의 한이 서려 차마 두 눈을 감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지금도 이렇다 할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두 눈만 멀뚱거리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소속 군함도를 기억하는가. 그곳이 무엇을 하였던 곳인지 말이다. 영화로 방영되어 그 진실을 대강은 알고 있겠지만 7천800만명의 존귀한 생명이 처참하게 죽어간 전쟁 세계제2차대전의 주범인 일본을 위하여 희생양으로 끌려가 죽을 때까지 노역을 한 지옥섬. 1940년대 조선의 백성 5만7천900명이 강제로 징용당하여 끌려가 석탄을 채굴한 곳 중의 하나이다. 이곳을 일본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여 2015년 7월 5일 등재를 하였다. 2024년 7월 27일 사도광산이 또다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사도광산이 군함도와 무엇이 다른가.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똑같다. 대한민국 백성이 노예처럼 끌려가서 짐짝처럼 쓰였다가 헌신짝처럼 불귀의 혼이 된 탄광터이다. 거짓으로 날조하여 반인륜적이고 치욕적인 역사를 일본은 후대에 계승되고 상속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였다. 현 정부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등재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섰고 일본으로부터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 환경과 고난을 기리기 위한 전시물 설치'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사도섬에서의 노동자 추도식'을 약속을 받고 등재에 동의하였다고 한다. 2024년 11월 23일 우리 정부는 일본이 약속한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에 불참한다고 하였다. 왜일까? 뻔한 결과 아닌가. 그들이 약속한대로 한국에서 끌려간 징용자들의 추도식을 하리라고 믿었던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금까지 국가적 이슈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한민국을 존중하였던 사실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혹여 그들은 35년간의 식민지배를 끝이라고 여기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 후속타로 뉴라이트 세대를 대한민국 처처에 심어 놓아 친일을 노래 부르게 하고 있지 않는가. 내년이면 대한민국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 난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대동단결하여 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형구 전북지방법무사회장·법학박사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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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5 18:43

탄핵 에너지와 도전경성

14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이 204명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가 155분만에 해제시켰지만 국민들은 11일간이나 불안한 밤낮을 보냈다. 국민들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집결해 계엄군에 대항하면서 불법 계엄선포와 내란음모 수괴인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민들이 애국심과 정의감으로 분연히 일어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백만이 넘는 애국시민이 모여 탄핵가결을 외쳤지만 국힘 국회의원 105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탄핵안이 무산되었다. 이후 14일 두번째로 상정한 윤 대통령 탄핵안이 반드시 가결되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국힘의원들을 전방위로 압박해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국민들은 한밤중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이 계엄군을 진두지휘해 국회와 선관위를 무력화시키자 즉각 항거에 돌입했다. 전주에서도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4일 아침부터 시민들이 객사주변으로 모이면서 내란 수괴범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서 구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차가운 날씨에도 지난 7일 오후 남녀노소 2만여명이 객사로 집결,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분노의 함성이 메아리 쳤다. 그날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았지만 즉각 임시국회를 소집해 2차로 14일에 탄핵안을 상정시킨다는 소식에 인내심을 갖고 윤석열 탄핵안 국회통과를 강력하게 외쳐댔다. 결국 도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동학의 후예들인 도민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신들의 안위는 생각치 않고 함께 손잡고 일어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이번에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일치단결해 즉각적으로 윤석열을 탄핵시켜 직무정지시키는데 앞장섰다. 이토록 도민들이 누란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것은 그간 피땀흘려 이룩한 나라가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란수괴 윤석열부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 전원을 체포해서 즉각 의법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유혈사태 없이 민주주의 지켜낸 성숙한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의 의기의 성냄을 무작정 지난 일로 치부하지 말고 전북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간 도민들은 좌절감과 열패감에 휩싸여 실패가 두려워 도전해 보지 않고 무작정 포기했던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기에 차가운 겨울 광장에서 모여진 에너지를 전북발전을 시키는데 활용했으면 한다. 전북정치권도 일사분란하게 탄핵안을 가결한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더 지역발전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은 2년째 제자리 걸음한 전북국가예산 증액을 위해 김관영지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민들이 탄핵을 성공하는데 일조한 것처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도전경성 정신으로 부딪쳐 나가야 할 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2.15 18:43

겨울 감나무

감나무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마을 어디서 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격 있는 나무가 감나무다. 감나무 모습 중에서 가장 문기가 넘치는 모습은 뭐니 뭐니 해도 붉은 감이 몇 개 달린 눈 쌓인 감나무 가지에 까치가 앉아 우는 새 아침의 모습일 것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실 가지가 굵은 감나무는 눈을 많이 받는다. 검고 굵고 짧고 뭉툭한 가지에 가만가만 내려 눈은 소복하게 얹힌다. 가지에 얹힌 눈이 녹을수록 감나무는 눈 녹은 물로 젖어 더 검어지고 눈은 희게 빛난다. 내가 오랫동안 근무했던 초등학교 주위에 감나무들이 많았다. 그 감나무들은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거기 있었다. 나는 계절을 따라 아이들과 감나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감잎이 진 가을이면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 뒤에 있는 감나무를 향해 돌멩이를 던져 감을 따 먹다가, 감나무 주인인 강 건너 우리 고모가 운동장에 들어서며 누가 우리 감 따 먹었느냐고 고함을 치기도 해서 달려가 내가 그랬다고 늦가을 소동을 무마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내가 유리창을 열어 놓고 감나무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하나둘 감 같은 얼굴로 내 곁에 모였었다. 겨울이 와서 감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거나, 가지마다 가만가만 쌓인 눈이 여기저기서 천천히 허물어져 떨어지는 모습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아득해지는 고적함을 가져다주었다. 감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몸이 검어진다. 다른 나무에 비해 몸이 검고, 투박하고 까만 가지들은 세월이 갈수록 단아해져 가고 품위를 갖추어 간다. 감나무는 찢어지지 않고 부러진다. 찢어지지 않고 뚝! 부러진 내면은 얼마나 고운, 흰색인가. 뻗어나가며 적당한 길이로 구부러진 멋스러운 마디의 검은 가지에 얹힌 흰 눈의 대비는 수묵의 경지다. 감나무도 나이가 들고 고목이 되어 이 가지 저 가지가 죽어가는 그 꾸밈새 없는 모습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자라 평생을 살면서 마을을 이해하여 그에 알맞은 마음을 곱게 쓰며 살아 온 선량한 동네 어른처럼 믿음이 간다. 나이가 들어가며 자기 생각을 버리고 가다듬어 살아 온 세월의 자세로 다문다문 열린 감 같은 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새잎 피는 봄날, 내 책을 들고 온 사람들에게 사인을 이렇게 해 준다. ‘감나무에 새잎 피어 좋은 날, 임 만나러 가고 싶은 날’. 잎이 피면 잎이 피고, 감꽃이 피면 감꽃 핀대로, 땡감이 열려 있으면 그런대로, 감잎이 다 지고 붉은 감만 달고 서 있으면 또 그런대로, 빈 나무로 서 있으면 그런대로 검고 단단한 골격을 갖춘 자세를 견지한다. 지금은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재래종 붉은 감들이 가시덤불 속에서 눈을 하얗게 쓰고 꽁꽁 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농부들의 일평생 같아 눈 맞는 감처럼 마음은 춥다. 감나무는 농촌 사람들에게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소득원이었고, 농촌의 풍경을 사시사철 소박하고도 조촐하게 그려주던 나무였다. 옛날에는 집집이 마당 가나 뒤 안에 감나무들이 있었다. 큰 집 뒤 안 장독대에 감나무가 있었다. 뒷짐 지고 서서 서리맞은 붉은 감을 바라보던 큰아버지의 등은 얼마나 다정하고 말라가는 곶감이 걸린 처마 밑들은 얼마나 정다웠던가. 감나무는 순박한 삶을 가꾸어 온 우리네 저 유구한 농부들과 그 운명을 같이 해 온 셈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김장까지 끝내고 회관 아랫목에 여기저기 누워 ‘비상 계엄’ 텔레비전을 보다 잠이 들기도 한다. 가누기도 힘든 몸으로 자다 일어나 묻고, 뒤척이다 잠결에 눈을 비비며 나라의 안부를 묻는다“어치게 되어가? 날씨도 추운디, 많이 모였네” 오늘 밤도 마을 회관에 모여 텔레비전 보다가 어둑어둑 집으로 돌아 들 간다. 희끗희끗 눈 발이 날린다. 어둠 속이다. 강물 소리가 휘몰아친다. 감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감나무가 어둡게 서 있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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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3 13:15

비상계엄이 유독 부끄러운 순간

지난 6일 오후 1시 (현지시각)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첫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그 감동과 환희가 생생한 가운데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였다. 그런 만큼 그 자리에는 지구촌 85개국 기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K-컬처의 명성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한껏 드높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시선이 쏠리는 것은 행사장 출입구 옆에서 한국의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1인 피켓 시위였다. 벅차 오르는 기쁨과 함께 축하 현장에서 그 날의 주인공인 한강 작가의 고국에서 발생한 비상계엄이 오버랩된 데 대해 만감이 교차했다. 작가 자신도 회견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안타깝기는 고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지에서 지난 10일 시상식을 전후로 일주일 간 열리는 '노벨문학상 위크' 행사가 한국에서도 축제 분위기로 들떠야 하는데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제한적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작가 자신은 ‘소년이 온다’ 를 쓰기 위해 1979년부터 진행된 계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다며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계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2024년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던 점” 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통제하는 방식의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 이역만리에 온 그녀에게 비상게엄은 남다른 면이 있다. 혼돈으로 치닫는 고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그녀의 답변에는 불의에 맞서는 문학의 힘을 강조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작가의 문학적 성과에 대한 현지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녀가 겪은 계엄 상황에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것도 작품 세계와 무관치 않다. 5.18 민주화 운동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년이 온다' 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희생된 주민의 아픔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가 대표적이다. 특히 그녀 고향이 광주인 것도, 과거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도 계엄 상황과 배치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전국 일간지의 신춘문예 공모가 한창이다. 문단의 등용문으로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MZ세대 예비 작가들에게 비상계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것도 교과서에서 배운 비상계엄을 현실에서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은 어땠을까. 한강 작가가 느꼈던 억압적이고 폭력적 형태의 비상계엄이 AI 로봇시대 젊은 세대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분노가 치민다.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국가로서의 자존감과 명예를 실추시킨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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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12.13 13:14

홍시가 익어가는 자리

오랜만에 엄마 밥을 먹었다. 배가 고프다는 말에 “별 건 없는데.”라며 배추와 시래기를 넣고 할머니가 준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을 식탁에 차려줬다. 곁들여 나온 김치는 군산 친구네서 받아 온 김치란다. 외식이 잦은 나를 0.5인분으로 계산한다면, 해봐야 1.5인분의 식탁을 차리는 엄마는 올해 김장을 고사한 대신 이모와 친구의 집에서 받아 온 김치들로 한 해를 날 예정이다. 3개의 집에서 각각 온 김치들은 청주, 부안, 군산의 지역 특색만큼 맛이 다르고 빛깔이 다르다. 이번 김치는 어떤 맛일까, 생각하며 먹었다. 아직은 풋내를 풍기는 매콤한 김치와 함께 겨울의 재료로 만들어진 된장을 느끼고 있으면, 계절이라는 게 촉각뿐만 아니라 미각에서도 느껴지는구나 확신하게 된다. ‘엄마’는 어쩌면 이렇게 계절마다 상차림을 바꿔서 먹지. 혼자 살 땐 느끼기 힘들지만, 엄마 집에서는 집안 곳곳의 물건과 식탁에서 계절을 실감한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는 이미 땡감이 홍시로 익어가고 있는지 오래다. “네가 좋아하잖아.” 나란히 놓여있는 땡감 3개를 보며 아는 체를 하자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단단하던 감이 볕에서 말랑하게 무르익는 것처럼 마음이 물러진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계절의 간식과 풍경을 맞이한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요즘엔 당연한 풍경이 아니었구나 싶다. “봄이라서 냉이로 된장을 끓여봤다.”, “겨울 무는 달아서 무채 해 먹으면 맛있다.”, “5월에 나는 양파로 김치 담그면 시원하고 맛있단다.”, ‘무슨 계절엔 무엇이 몸에 좋단다.’ 등등. 옛날처럼 아궁이를 떼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집이 아닌 네모난 시멘트 상자 속에서 살지만, 삶에 담긴 풍습은 여전히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진다. 삶 속속히 담긴 풍습과 얕은 믿음이 삶을 풍요롭게 지탱함을 느낀다. 생일을 이야기할 때 12월 22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팥죽을 먹는’ 혹은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 태어난 탓일까. 아니면 내가 24절기를 구구절절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라 그럴까. 여름엔 열무와 같은 여름의 채소로 배를 채우고, 여름의 물건으로 더위를 나누고, ‘염소 뿔도 녹는 대서’라는 말로 여름을 나듯 겨울엔 냉이와 같은 겨울의 채소로 식탁을 차리고, 겨울의 물건으로 추위를 견디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소설’이라는 말로 겨울을 대비한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된장으로 밥을 먹으면서, 시장에 나가 메주를 사와 옥상에서 잘 씻어 볕에 말린 장독대에 된장을 담갔을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맛의 비법을 배우러 가야 하는데.’라며 조바심도 내고. 친구 A의 집 베란다 캣타워에 매달려 있는 풍경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풍경소리는 액운을 풀어주지.’라는 말을 떠올리며 평온을 바란다. 풍습이 내게 스며드는 게 지겹거나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삶을 충만하게 영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느낀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걸까. 사회에서 말하는 ‘어른’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과거 크게 느껴졌던 어른이란 게 별거가 아니구나 싶어진다. 하지만, ‘별일 없이 산다’는 말이 대단한 말이 듯이 ‘별거가 아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큰 의미이다. ‘자기 몫을 하고 살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가치와 방식대로 스스로 영위하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한 모습이다. 어느 계절엔 시래기를 베란다에 잘 말려뒀다가 친구들이 놀러 오면 무 조림이나 국을 끓여 먹으며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계절에 맞는 식탁을 차려 음식을 나눠 먹고, 생활 방식을 계절에 따라 바꾸는 것이 익숙하고 능숙해지면서‘어른’이 될 수도 있겠다. 식탁 위에 차곡차곡 쌓인 계절들을 음미하면서 말이다. 김나은 여성주의문화기획사 우만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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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3 13:13

영주권자 입영신청 제도에 대해 알려주세요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제도는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국외이주사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사람이 병역의무이행을 희망하는 경우 병역판정검사 일자, 장소 및 입영일자를 본인이 직접 선택하여 원하는 시기에 병역이행이 가능하도록 하며, 영주권 유지를 위해 군 복무기간 중 정기휴가를 이용, 이주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조국애를 도취시키고 병역의무의 자진이행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신청 대상자는 첫째, 3년 이상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임시·조건부 영주권 포함)을 취득한 사람과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자격(5년 이상 장기체류자격 포함)을 취득한 사람. 둘째, ‘국외이주’ 사유로 37세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사람(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사람 포함). 셋째, 재외국민으로 등록된 부모와 같이 국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복수국적인 사람과 부 또는 모가 외국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 국외파견 공무원 및 주재원이 아닌 부모와 같이 국외에서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넷째, 본인이 복수국적자로서 국외에서 10년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해당됩니다. 신청 절차는 병무청 누리집(병무민원-국외여행/체재-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신청) 온라인 접수 또는 지방병무청이나 인천공항 병무민원센터에 방문하여 접수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신청자의 군 입영 후 혜택으로는 영주권 유지를 위한 국외여행이 보장되고 휴가 여비가 지급됩니다. 현역병의 경우 정기휴가 기간 중 국외여행이 가능하며, 거주국 방문에 소요되는 왕복 항공료와 국내 여비를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가에서 지급합니다.(전역 시 편도 항공료와 국내 여비 지급)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자는 영주권 유지를 위한 국외여행 시 왕복항공료 지원이 가능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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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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