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3:3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시‧군통합 논의에서 미래교육도시 비전 빠져

얼마 전 ‘전북특별자치도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도민 설명회가 있었다. 설명회에선 조례 제정의 목적과 관련 법규 등이 안내되었고, 특히 완주군과 전주시의 통합을 전제로 한 재정분야 주요 쟁점과 통합 시‧군의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 제정안의 주요 사항이 설명되었다. 준비된 자료집을 살피는 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2024년 본예산 기준 일반회계 세출예산에서 교육분야 비중이 완주군은 1.2%(7,767억 중 94억)였고, 전주시는 0.3%(2조 3,337억 중 71억)였다. 두 지역을 합치면 약 0.5%에 불과한 예산이 교육분야에 쓰이고 있는 거다. 한마디로 참담한 수치다. 전주시 누리집 속 ‘교육도시 명성 회복 및 지역발전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은 공허 그 자체이며, 지역의 교육공동체 구성원과 시민 모두를 기만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파주시는 2.5%, 화성시는 1.7%, 평택시와 아산시는 각각 1.3%와 0.7%의 예산을 교육분야에 편성하였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무얼까. 직전 연도보다 인구가 증가한 곳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주시 인구는 작년 8천여 명이 감소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6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아산시의 경우 비율이 높진 않으나 직전년도 대비 16.83% 증가한 수치이며, 통합청주시도 일반회계 기준 1.4%가 넘는 예산을 교육분야에 배정하였다. 전주시보다 2.3배~8배의 예산이 교육에 쓰이는 이들 지역의 인구가 증가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파주시는 미래 교육도시 조성과 교육 발전 도모를 위한 ‘교육발전위원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위원회는 시의 교육 발전의 방향성과 교육경비 지원 사업을 논의하는 등 공교육 기반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 화성시는 ‘이음터’ 사업에만 109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이음터란 마을과 학교, 주민을 잇는 공간을 의미하며,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학습공동체, 마을의 누구나 선생님도, 학생도 될 수 있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지향한다. 완주군은 교육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풀뿌리교육지원센터, 마을학교 등 다수의 마을교육공동체가 있으며, 학교-마을 교육과정 운영 등은 학교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선진 사례로 오래전부터 각광받아 왔다. 완주의 노하우와 전주의 인프라가 접목된다면 화성시보다 더 나은 마을교육 정책이 충분히 가능하다. 의왕시의 수학클리닉센터, 오산시의 메이커교육센터 등 수많은 우수사례도 결국 예산이 관건이다. 완주‧전주 간 통합을 전제로 한 논의가 본격화할 때 통합시는 반드시 미래교육도시라는 비전을 품어야 한다. ‘완주‧전주 상생발전방안’에서 교육 지원 예산을 현 수준으로 보장하겠다는 부분은 아쉬움이 크다. 충분함을 넘어 과감한 교육예산 확보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2020년 ‘오산시 빅데이터 분석’에서 나타난 교육 및 돌봄시설 확충이 지역의 정주성 제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 통합시의 미래 경쟁력은 각종 기득권 지켜주기에 있지 않다. 통합시의 명운과 명분은 미래 세대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지와 실천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거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4 18:18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군부독재의 낡은 유산인 비상계엄이 12월 3일 밤 10시 25분에 선포되었고 150여 분 후인 4일 오전 1시께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가결로 물거품이 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자칫 힘들여 쌓아온 민주주의가 무너질뻔한 일이 국회의 신속한 대처와 국민들의 호응으로 차단돼 다행이다. 느닷없는 계엄선포는 유신정권 이래 45년 만의 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주었다. 대외 신인도도 끌어 내려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전북자치도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고 각계각층에서 성명과 시위가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권위와 정당성을 상실했으므로 퇴진해야 마땅하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법절차를 지켜 탄핵을 진행하고 도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조건이나 절차 모두 위법하다. 친위 쿠데타적 내란죄가 명백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차질, 그리고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반국가 세력 척결을 들었지만 이는 헌법 77조에 명시된 계엄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 이유는 계속된 정치적 실패와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특검 등을 막기 위한 극단적 조치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2년 7개월 동안 실정을 거듭했고 권력을 사유화했다. 그 결과 국가는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이를 보다 못한 1만 명이 넘는 대학교수와 종교계 인사들이 성명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대학생들까지 가세했다. 촛불행진이 광화문 광장을 메웠고 전주에서도 충경로와 풍남문광장에서 시위가 잇달았다. 민주당 등 6개 야당은 4일 소속 의원 전원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제 윤 대통령은 탄핵열차에 올라타, 탄핵 아니면 하야를 결정해야 할 처지다. 하야하게 되면 곧 바로, 탄핵을 당하게 되면 헌재 결정을 거쳐 내년 3-4월께 차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그나마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의 독선이 초래한 국가적 불행이다. 정치권은 정당한 절차를 밟고 도민들도 여기에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04 17:19

팔라비와 차우셰스쿠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큰 사건사고 등을 날짜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3∙15 부정선거, 6∙3사태, 8∙18 도끼만행사건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깝게는 1979년 발생한 10∙26과 12∙12사태를 꼽을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인 박정희의 갑작스런 서거와 그를 추종했던 엘리트 정치장교들의 군사반란이 바로 뒤를 이었다. 그 이듬해인 1980년 잠깐 서울의 봄이 오는듯 했으나, 이는 권력의 속성을 모르는 순진한 착각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5∙17과 5∙18은 어쩌면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을뿐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12∙12사태때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정치장교들은 어떻게든 권력을 이어가고자 했으나 민초들은 더 이상 순치된 백성이 아니었다. 상식과 순리를 거슬렀을 경우 엄청난 저항과 유혈사태는 불을보듯 뻔했다. 박정희 정권이 몰락한 1979년 중동에서도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었다. 이란에 군림했던 마지막 페르시아 제국 팔라비 왕조가 그해 2월 11일 이슬람 혁명으로 붕괴된 것이다.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2500년 전통의 군주제는 폐지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됐다. 이슬람 혁명은 인간다운 삶의 질 측면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실패한 혁명으로 볼 수도 있는데, 어쨋든 도도히 흐르는 민심과 맞서 군림했을때 그 끝은 파멸임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10∙26 하면 사람들은 흔히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서거(1979년)를 떠올리는데, 사실은 그로부터 꼭 70년전인 1909년 10월 26일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분수령이 됐던 일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하얼빈 의거다. 공교롭게 10월 26일 같은 날이다. 지난 3일 저녁 사람들은 계엄령 선포 소식에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전세계 10대 강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진다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KBS 라디오에서는 정규방송 대신 행진곡과 함께 박종세 아나운서의 떨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친애하는 애국동포 여러분.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드디어 금조 미명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하여 국가의 행정, 입법, 사법의 3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이어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였습니다. ∼˝ 소위 혁명공약의 발표였다. 당연히 계엄령이 뒤따랐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는 하지만 오늘날 또다시 계엄령이 선포되면 유혈사태는 불을보듯 뻔하고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금까지 총 16번의 계엄령이 선포됐다. 늘 유혈사태가 이어졌다. 루마니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에게 총칼을 겨누다가 끝내 처참한 말로를 겪게된 일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적 물줄기를 거스르면 그 끝은 결국 파멸 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2.04 15:31

‘대광법’ 심사 또 연기, 연내 통과 ‘배수의 진’을

전북의 입법 현안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광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 심사가 또 미뤄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가 기재부와 협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국토교통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법안 심사를 다시 17일로 연기한 것이다. 대광법 연내 처리를 결의한 전북 국회의원들도 국토교통부 제안을 받아들여 2주간 더 지켜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광법 개정안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온 정부 입장에 여전히 변화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국회의 법안심사 일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칫하면 또 해를 넘기게 생겼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대광법 개정안을 전북특별법(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특례 형태로 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 정치권의 지적처럼 눈속임에 불과한 기만전술이다. 국토부의 제안대로 대광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전북특별법에 특례형태로 포함되면 전북특별자치도 스스로 광역교통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말도 안되는 논리다. 그간 전북은 중앙정부의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현행 대광법은 대도시권을 ‘특별시·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없는 전북권역은 정부의 광역도로망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번번이 누락됐다.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일정은 17일 법안소위와 19일 전체회의만 남았다. 연내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17일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서 반드시 법안을 처리해야만 한다. 대광법 개정안은 전북의 해묵은 입법 현안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기획재정부가 예산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면서 21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이후 제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윤덕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했고, 전북 의원들도 법안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광역교통망 구축사업 지원 대상인 대도시권의 범위를 재설정해 전주권을 포함시켜야 한다. 전북 정치권이 ‘배수의 진’을 쳐야 할 때다. 정부·여당이 특정 지역을 차별하는 법률의 개정에 반대한다면 야당 단독처리까지 검토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04 13:11

외규장각 의궤가 주는 교훈

‘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꼽히는 <외규장각 의궤>가 고국 땅에 돌아온 것은 2011년이다.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있던 외규장각에서 의궤를 약탈해간 것이 1866년 10월이니 꼭 145년 만의 귀환이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했던 박병선 박사가 의궤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1978년 10월. 그러나 프랑스와 우리나라 사이 반환 협상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더 지난 1992년이었다. 의궤는 오랜 시간 진통을 겪고서야 돌아왔다. 그것도 온전한 귀환이 아니라 장기 임대 형식이었다. 지난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외규장각 의궤만을 위한 전용 공간 '외규장각 의궤실'이 문을 열었다. 초록색 비단으로 만든 의궤 표지 ‘책의(冊衣·책이 입는 옷)’를 디지털로 구현하고 어람용 의궤를 관람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을 갖춘 ‘왕의 서고’다. 의궤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의식과 행사의 준비와 진행 과정, 의례의 절차, 소요된 경비, 참가 인원, 포상 내용 등 그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일종의 종합보고서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림을 함께 그려 넣어 이해를 도왔으니 후대에까지 제대로 전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의궤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대부터 순종이 작고한 1926년까지 꾸준히 제작됐다. '예치(禮治)와 문치(文治)'를 근간으로 했던 조선시대의 국가 통치 철학과 운영체계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기록이 의궤인 셈이다. 의궤는 기록물로서의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조선시대 주요 국가기록물은 같은 내용이 왕의 열람을 위한 어람용과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으로 구분되어 제작됐다. 외규장각 의궤도 전체 297책 중 어람용 의궤는 290책이다. 비단 표지와 고운 종이, 숙련된 제본과 장식으로 제작된 어람용 의궤는 당대 최고의 도서 수준과 예술적 품격으로도 가치를 빛낸다. 1776년, 왕실도서관이자 학술과 정책 연구기관인 규장각을 설치했던 정조는 6년 뒤, 강화도에 외규장각을 따로 설치했다. 규장각에 보관하고 있던 자료 중에서도 왕실의 주요 물품과 도서를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였다. 번잡한 시절이다. ‘대통령 내외 공천 개입 의혹’이 몰고 온 파장이 심상치 않다. 점입가경,또 다른 의혹의 실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선거 브로커에 휘둘려온 정치판의 현실은 참담하다. 이런 시절에 새롭게 만나게 된 외규장각 의궤의 존재. ‘예로써 국가를 다스리고, 질서를 지켜 조화로운 나라를 세우려던 조선의 통치이념’을 후대에 전하는 외규장각 의궤가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가 새삼스럽다. 우리는 언제쯤 품격있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2.03 17:28

작가에게 든든한 후원자의 존재

평생을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 작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감히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만의 작품 정체성을 찾고자 답을 알 수 없는 혼자만의 끝없는 싸움을 해야만 한다. 길을 찾았다 해도 작업에 몰입하며 산다는 것이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작품제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과 피할 수 없는 생계 걱정을 해야 하니 묵묵히 작업하는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가끔 연예인 작가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개인전을 개최하거나 아트페어에 참가하면 쉽게 이슈가 된다. 비슷한 경력의 작가들보다 작품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도 쉽게 그리고 많이 판매가 된다. 작품성과 작품 가격이 주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전시로 주목조차 받기 힘든 것이 당연한 미술 시장에서 갑자기 등장한 스타 작가들이 참으로 놀랍고 부럽다. 살아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든든한 후원자, 동생 테오 반 고흐가 있었다. 자신의 작품성을 끝까지 믿어 주고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었던 테오 덕분에 고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테오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고흐의 멋진 작품들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후원자의 존재는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후원자의 입장에서, 한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면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거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회를 찾게 된다. 작가를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작가의 인생과 작품을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작품도 구입한다. 좋은 후원자는 이처럼 작품을 보는 기준이 분명하다.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택한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후원자의 존재만으로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다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에게는 힘이 된다. 경제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큰 작가로서 성장해가는데 후원자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전라북도 내에도 작가 지원과 관련된 여러 논의와 정책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전북도립미술관 청년작가 선정, 전주문화재단 전주신진 예술가 지원 등)과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미술상 (교동미술상, 군산청년미술상, 우진청년미술상, 전북청년미술상 등)이 있다.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을 찾아 관심을 갖는 것은 고단한 순간에 잠시나마 숨 쉴 틈과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개인 후원자를 넘어 문화예술 분야에 후원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전라북도는 지역 기업이 문화예술 후원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홍보를 하고, 후원기업은 예술지원기금을 마련하여 <A기업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A기업 미술상> 등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업에게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높여주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함께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 본다. 비로소 예향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도내 대학 미술 관련 학과가 점차 줄어든 것만 보아도 팍팍한 현실에 순수 미술을 고집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작업하는 미련한(?) 작가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고귀하지 않을까. 작가 옆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한 점씩 소장해보면 그 또한 소중한 일이 아닐까.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3 17:19

임금체불은 중대범죄다

“A씨는 고된 하루를 끝내고 드디어 월급을 손에 쥐었다. 마음이 설렜다. 오랜만에 아이들 옷도 사주고, 아내에게는 고생했다며 작은 선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 A씨는 낯선 이와 어깨를 스친 뒤 주머니가 허전한 것을 깨달았다. 월급봉투가 사라진 것이다. 그는 망연자실 한 채 한동안 서 있었다. 한 달간의 인생이, 가족들의 웃음이 모두 사라져 버린 듯했다.” 전북 지역에서 A씨처럼 월급을 절도(미국과 유럽에서는 임금체불을 ‘임금절도(Wage theft)’ 또는 ‘임금사기(Wage Fraud)’로 표현)당한, 아니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가 2024년 10월 기준 6200여명, 체불금액은 410억 여 원에 이른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 관할인 군산, 부안, 고창지역만 해도 1600여명의 약 100억 원이 체불됐고, 전년에 비해 46% 이상 증가했다.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사용자가 지급하는 금품’을 말한다. 근로자는 이를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생활은 물론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한다. 따라서 임금을 체불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물건을 훔치는 절도는 범죄라고 생각하는 반면,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사업이 어려우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업주 또한 체불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임금체불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서는 정부의 엄정한 제재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사회 구성원들의 ‘임금체불=중대범죄’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임금체불 예방과 청산은 물론, 임금체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신고사건 처리 절차를 사법처리 중심으로 개선하고 사업장에 대한 사전 근로감독을 확대한 것 등이 그 예이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체불임금 집중청산 기간’을 운영하면서 기관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지도하고, 전담팀을 운영하여 체불근로자들이 신속히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또한 고액·집단체불 사업장은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고의 또는 악의적인 체불사업주는 강제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임금체불을 중대범죄로 상정하여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임금을 체불하였으나 청산 의지가 있는 사업주에게는 융자를 지원하고, 임금체불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에게는 생계비를 융자하여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활동도 병행 중이다.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25년 10월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정부지원사업 참여 제한, 공공입찰 불이익, 체불액의 3배에 달하는 손해배상 등 강력한 제재가 담겨있는 이 개정안의 시행은 임금체불 근절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없이 단순히 제도개선이나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재만으로는 임금체불이 근절되기 어렵다. 우리는 임금을 단순한 ‘돈’이 아닌 ‘근로자의 인생과 교환한 어떠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체불하는 것은 심각한 인격권의 침해이자 중대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는 A씨와 같이 월급을 소매치기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며,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대환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3 17:18

당신은 일 년에 몇 권의 책을 읽으셨나요

가끔 전주시청 현관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책을 보면 왠지 압도 당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카페와 어우러진 분위기, 아늑한 조명에서 편안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방 역할도 한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색깔있는 동네 책방으로 초대된 느낌의 이 공간은 경직된 공직 사회 이미지도 한결 부드럽게 해준다. 무엇보다 잊혀진 우리의 추억과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처럼 우리 동네에 맘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 작고 소중한 책방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전주 덕진 연못 한 가운데는 물론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 공원 근처에 주로 자리잡고 있다. 고사 위기에 놓인 출판업과 달리 특유의 존재감을 뽐내는 책방들이 시민들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 기기에 빼앗겼던 책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독서 환경이 개선되는 것에 비해 책을 읽는 사람은 거꾸로 줄어들면서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한때 전주 상권의 노른자위로 불린 동서관통로 사거리가 속칭 '민중서관 사거리' 로 유명세를 더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 서점이 그곳에 터를 잡고 요즘 말로 '핫 플레이스' 로 인기를 끌면서 연인 약속 장소의 대명사가 됐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책과 잡지를 들춰 보거나 추위와 무더위를 피해 서점에 들르곤 했다. 이렇게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이 곳도 서점가 퇴조로 인해 자취를 감춘 지 꽤 오래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서점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 자본이나 유통망에 얽매이지 않고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독립서점' 이 MZ세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고객이 추천하고 구하기 힘든 책과 이색 잡지, SF소설과 같은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며 북 콘서트, 전시회 같은 행사도 열린다. 좀처럼 찾지 않는 서점이 개성 만점의 서비스를 통해 1년새 70곳이 생겨 났다고 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만을 거부한 채 서점은 사람이 힐링하고 영감을 얻는 곳으로 진화 중이다. 곳곳의 동네 책방도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 디지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개되면서 생활 환경 또한 간편하고 편리한 것만 찾게 됐다. 과거 독서를 통해 세상의 안목을 키우고 지식을 습득한 것에 비하면 지금은 인터넷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이처럼 각박한 세태 속에서 자투리 시간이라도 활용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개권유익(開券有益)이라고 해서 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하다는 말이 있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동네 책방이 늘어나는 데도 굳이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인터넷을 선호한다. 우리나라 성인 60%가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디지털 시대 굳이 책을 통하지 않더라도 지식과 정보를 얻는 루트는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서점을 비롯해 도서관, 독서 서클 모임 등 고전 방식의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것들이 스마트폰 등장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디지털 혁명이 우리의 일상을 폭넓게 지배한다 해도 추억의 아날로그 감성만은 쉽게 만족시킬 순 없다. 빛바랜 책 갈피 속에서 발견한 단풍잎을 보며 켜켜이 쌓인 그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고, 아내에게 썼던 20대 연애 편지 묶음을 통해 새삼 느껴지는 뜨거운 감정도 인터넷에선 불가능하다. 세상이 편리한 디지털 세계로 빠져 들수록 문득 생각나는 건 힘들고 궁핍했던 시절의 간절함이다. 그 때는 책 속에 만물의 우주가 있었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2.03 17:18

냉소주의 넘어서야 전북 올림픽 유치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가운데 범도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올림픽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대회'가 지난 2일 전북체육회관 야외광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미래형 올림픽을 치를 풍부한 문화자원, 첨단 미래 기술을 보유한 K-문화의 수도인 전북이 개최 도시로 선정되도록 전 도민이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특이한 것은 전북이 중심이 돼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과 힘을 합쳐 비수도권에 유치하겠다는 거다. 많은 이들이 비웃고 있다. 서울과는 아예 비교조차 안된다는 거다. 어떤 이들은 새만금잼버리 대회 하나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곳에서 무슨 올림픽이냐고 비아냥 거린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비단 야구뿐 아니라 세상사 모든게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K-문화의 수도인 전북에서 180만 도민의 올림픽 유치 염원이 커지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자는 간절함이 점차 불타오르고 있다. 현실은 본격적인 시작도 하기 전부터 ‘2036 하계 올림픽 전북 유치’에 대한 냉기류가 흐른다. 외부가 아닌 전북내부의 기류가 그렇다. 마치 외부에서 볼때 전북에 갈등과 균열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일부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에 광범위하게 만연한 열패감 극복이 전북 유치의 관건이다. 세상사 될 이유를 찾으면 10가지가 있고, 안될 구실을 찾으면 곧바로 10가지가 있다고 한다. 전북은 광주, 충남, 대전, 세종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경기장 부족 우려를 메우겠다는 거다. 이번의 화두는 지역균형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집중과 축적의 논리라면 언제나 한두번씩 올림픽을 치러본 곳에서 하는게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의 제전이 아닌 특정 지역, 특정 집단의 축제에 불과하다. 월드컵을 열사의 나라 카타르에서 했던게 엊그제 일이다. 이젠 아프리카에서도 지구촌의 대제전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특정 도시 한곳에 경기를 집중하지 않고 수백 km 떨어진 구장에서 경기를 치름으로써 명실공히 인류의 화합과 상생을 다짐하는 기회를 갖는게 시대적 조류다. 내년 2월이면 국내 유치 도시가 결정된다. 전북인들끼리 찬반 논란이나 벌이면서 손가락질 할 때가 아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가난하게 행동하면 헐벗게 되고, 복 받게끔 행동하면 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올림픽 유치를 눈앞에 둔 전북인들이 한번쯤 미래를 깊이 고민해봐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03 14:17

사랑의 온도탑 100도 올리기에 동참하자

해마다 추워지는 이맘 때면 열리는 행사가 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여는 희망 나눔 캠페인이다. 올해도 ‘희망 2025 나눔 켐페인’이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에서 열렸다. 내년 1월 31일까지 62일 간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 모금이 힘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따뜻한 마음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동참했으면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실시하는 ‘사랑의 온도탑’은 전국 17곳에 설치돼 있다. 목표 모금액은 4497억 원으로,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 100도를 향해간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기부로 나를 가치 있게, 기부로 전북을 가치있게’라는 슬로건 아래 올해 목표액을 지난해와 같은 116억1000만 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사랑의 온도탑 나눔 온도가 ‘89.9도(104억 3000만 원)'를 기록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온도는 1999년 캠페인이 시작된 이래 처음 일이다. 모여진 성금은 도내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시설·단체 등에 지원돼 소외계층을 위해 활용된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소외된 이웃과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오히려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있는 자와 없는 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취약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은 더 절실하다. 기부 문화의 확산은 반드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는 행위가 아니다. 또 남을 위한 것만도 아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하게 되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있다는 뿌둣함을 느끼게 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번에는 기부 방법도 다양해졌다. 기부를 위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방송사 또는 신문사에 개설된 이웃돕기 모금창구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RS(060 700 0606)와 문자(#9004)를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또 올해부터 키오스크 기부 방식도 추가돼 MZ 세대들이 간편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전북은 20년 넘게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오는 기부 문화가 꽃피는 곳이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어 모두에게 훈훈한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03 13:27

뜬봉샘·데미샘, 그리고 밤샘과 빈시암

모든 여정은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수백 km의 물길을 만들어 바다로 흘러드는 큰 하천도 산골 이름 없는 실개천에서부터 몸집을 불린다. 강 하구에서부터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서 어김없이 작은 샘을 만날 수 있다. 발원지다. 전북지역에서 발원하는 강은 대한민국 4대강에 속하는 금강을 비롯해 남해로 흐르는 섬진강, 그리고 서해로 향하는 만경강과 동진강 등 4개다. 가장 큰 물줄기는 역시 금강이다. 장수군 장수읍 뜬봉샘에서 시작된다. 충청권을 돌아 나와 전북 군산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이 강의 발원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금강 첫물 뜬봉샘과 수분마을’을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신규 지정하면서다. 장수군은 오래전부터 탐방로 개설 등의 정비사업을 통해 이곳을 생태관광 명소로 가꿔왔다. 섬진강 발원지인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도 이름난 생태관광지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주변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휴양시설(데미샘자연휴양림)까지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달리 만경강과 동진강 발원지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금강·섬진강에 비해 강 길이와 유역면적 등 하천 규모가 보잘것없고,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전 구간이 전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큰 재해로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그러다보니 국가기관과 학계에서도 관심이 적었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각종 지리서에 발원지에 대한 기록이 각각 달랐을 정도다. 20세기 초 일제가 미곡 수탈을 위한 증산계획의 일환으로 상류에 유역변경식 댐 등 대규모 수리시설을 건립하면서 물길이 바뀐 것도 발원지를 규정하는데 혼란을 줬을 것이다. 만경강과 동진강은 한반도 농경문화의 발상지이자 중심인 호남평야를 만들어낸 생명의 강이다. 고대에서부터 근·현대 수리시설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농경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하천이다. 21세기 들어서는 새만금 유역 수질 문제와 맞물려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 물길 탐사가 이어졌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발원지도 하나로 정립됐다. 그렇게 정립된 만경강의 발원지는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 ‘밤샘’, 동진강의 발원지는 정읍시 산외면 여우치마을 ‘빈시암’이다. ‘시암’은 샘·우물의 전라도 사투리다.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발원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웠고,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만경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완주군이 적극적이다. 완주군은 밤샘 주변 부지를 매입해 생태숲, 생태탐방로 조성 등의 정비사업을 펼치고 있다. 샘고을 정읍시도 동진강 발원지 빈시암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그뿐이다. 이렇다 할 사업이 없다. ‘정읍(井邑)’이라는 지명의 기원이 된 우물을 보존하고, 그 역사적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조차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쉽다. 이 유서 깊은 강의 역할과 의미, 그리고 수자원·수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발원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12.02 17:31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너무나도 유명한 백설공주의 한 문장이다. 동화책에 등장하는 거울은 신기하게도 왕비와 대화를 나눈다. 거울은 왕비에게 공주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공주가 살아 있는 것도 알려주는 마법의 물건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거나 미래를 알려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고 믿은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거울을 사용했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거울은 재질에 따라 돌에서 청동, 청동에서 유리로 바뀌었는데, 가장 오래된 거울은 기원전 6천년 경 튀르키예 무덤에서 발견된 흑요석 거울이다. 이후 기원전 3천년 경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청동거울이 출현하게 되고, 16세기 과학의 발달로 유리거울이 등장하였다. 따라서 인류가 가장 오랜 기간 사용한 거울은 바로 청동거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초의 거울도 청동으로 만든 것으로 고조선시대에 제작된 다뉴뇌문경이다. 앞면은 매끄럽게 갈아서 거울면으로 이용하였고, 뒷면에는 신령스러운 힘을 상징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겨 넣었는데, 그 문양이 번개 같다고 해서 뇌문(雷文), 고리가 2개 이상 달려 있어 다뉴(多鈕)라는 명칭이 붙었다. 다뉴뇌문경은 점차 문양이 복잡해지고 선이 가늘어지면서 기원전 2~3세기에 정문경(精文鏡)로 발전한다. 정문경 가운데 국보로 지정된 거울이 있으니, 현재 숭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일명 국보경이다. 직경 18㎝의 공간에 무려 13,000개가 넘는 정교한 선과 100여개의 동심원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선과 선 사이의 간격이 불과 0.2~0.3㎜에 불과한데, 더욱이 이 문양을 거푸집에 새기고 청동으로 주물을 부어 만들었으니 그 기술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 이 거울이 발견되었을 때 오죽하면 후대에 만들어졌다는 위조논란까지 있었겠는가? 그러나 아쉽게도 숭실대 국보경은 출토양상을 전혀 알 수 없다. 논산훈련소에서 군인들이 땅을 파다 발견하였는데, 이후 여러 곳을 떠돌다가 숭실대학교 박물관에서 구입했다고 전해질 뿐이다. 어떻게 땅 속에 묻히게 되었는지? 묻힌 곳은 무덤인지? 정식조사를 거치지 않았기에 알 길이 없다. 사람으로 치면 족보가 없는 셈이다. 당연히 학술적인 가치도 반감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거울은 국보로 지정되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 최첨단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런데 전북혁신도시에서 국보경보다 더욱 세밀한 청동거울이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되었다. 현재 국립농업과학원이 조성되기 전 완주 신풍유적이 조사되었는데, 이 유적에서 무려 10점의 정문경이 확인되었다. 국내에서 그동안 발견된 정문경 수량이 60여점 정도인데, 신풍유적에서만 10점이 출토된 것이다. 이후로 당연히 신풍유적 일대는 한반도의 테크노밸리로 불리고 있다. 이미 2천 2백년 전부터 첨단산업이 발달한 혁신도시였던 것이다. 신풍유적에서 출토된 거울 가운데는 완형도 있지만, 깨진 상태로 발견된 거울도 많다. 일부러 거울을 깨뜨려 무덤에 넣은 것은 신풍유적만의 독특한 매장풍습으로, 말 그대로 파경(破鏡)이다. 파경은 이혼과 연관되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성계는 거울이 깨지는 꿈을 꾸고서 조선의 왕이 되었다. 날씨가 쌀쌀해서 나들이가 쉽지 않은 요즘, 국립전주박물관 1층에 전시되어 있는 신풍유적 거울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신령한 기운을 받아 보면 어떨까? 왕이 되지는 못해도 로또번호라도 하나 나오지 않을까? 한수영 고고문화유산연구원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2 17:31

트럼프 2기, 고금리에 대비해야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은 선거기간 내내 혼란의 연속이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Devi Harris)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는 선거기간 내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선거 당일까지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기 힘든 구도를 조성했다. 이런 혼란 상황은 개표 직전 미국의 모 여론조사 기관의 해리스 후보의 승리 보도로 극에 달했지만 개표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상승하며 결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로 인해 혼란 속에 있던 미국의 대선은 마무리되었지만 경제 및 금융시장 혼란은 대선의 끝남과 함께 시작되었다. 실제로 미국 대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돌파하였고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은 4.6%를 상회하였으며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9만 9천 달러를 돌파하였다. 이런 혼란 속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국채 수익률의 급등이다. 이유는 금리의 경우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9월까지만 하더라도 금리 피벗(금융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통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빅컷(0.5%p)을 단행하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이로 인해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94%까지 하락하였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점진적으로 상승하여 11월에는 국채 수익률(30년)이 4.61%까지 급등하였다. 이렇게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한 수입재화에 대한 보편적 관세 인상(중국 60%, 기타 국가 10~20%),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불법 이민지 추방 등의 공약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공약들이 어떻게 미국 국채 수익률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까? 우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 부과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재화들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불법 이민자 추방 또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감소로 이어져 비용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미국 내 물가를 상승시킴으로서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은 국세 수입을 감소시켜 국가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은 해결 방안으로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제안함으로써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을 압박한 것이다.(미국 국채가 추가로 발행되면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상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미국 국채 수익률은 당분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는 결국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큰 제약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같은 미국의 금리 상방 압력은 우리나라에도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금리 스프레드(금리차)는 1.5%~1.75%p로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하 없이 우리나라 단독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당분간 현 금리 수준의 고금리가 상당 부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가계는 물론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정부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맞춤형 금리 정책 및 재정 지원 등에 대해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남진 원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2 17:31

겨울철 화재 안전, 작은 관심으로 지킬 수 있다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화재 안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겨울철은 기온이 낮고 건조해지며, 난방기기 사용과 실내활동이 증가하여 화재 위험이 커지는 계절이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는 매년 겨울철 화재안전대책을 강화해 도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 지역의 겨울철 화재 발생 통계를 보면,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총 2757건의 화재가 발생해 전체 화재의 약 26%를 차지했다. 이는 겨울철이 다른 계절에 비해 화재 발생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기간 동안 겨울철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7명으로 계절별 화재사망자의 약 39%에 해당해 겨울철 화재 예방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이번 겨울 소방본부는 첫 번째로 농촌지역 고령층을 위한 화재인명피해 저감대책에 집중한다. 우리 지역은 농촌지역이 넓고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적, 인구적 특성으로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화재사망자 48명 중 30명이 농촌지역 거주자였고, 그 중 60세 이상이 23명에 달했다. 이에 소방본부는 도내 14개 시군 농촌마을회관 5322곳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화재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특히, 마을 내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주택을 대상으로는 화목보일러 주변 가연물 제거 등 특별점검도 실시한다. 또한, 농촌지역 159개 읍면사무소와 협조하여 마을이장단을 대상으로 생활속 소홀해지기 쉬운 음식물 조리 중 자리 지키기, 전기장판 전원차단 등 화재예방수칙 등 교육도 병행 추진한다. 다음으로 아파트 화재 예방 대책도 강화한다. 매월 같은 날짜, 같은 시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하여 사전통보 없이 일제 불시단속을 실시하는 한편, 도내 1402개 아파트 단지 중 건물 노후도, 소방시설 설치 여부 등을 고려해 선정된 화재취약대상에 대해서는 소방시설 폐쇄, 차단 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화재안전조사를 추진한다. 또한, 아파트 관리소장 등 관계인을 대상으로 안전교육도 강화해 지상이전을 포함한 지하 전기차 충전구역 안전관리 방안, 공기안전매트 유지관리방법, 방화문 개폐 및 피난로 장애물 적치금지 등을 중점적으로 지도한다. 이외에도 전통시장 자율소방대 및 의용소방대를 활용, 철시 전 안전점검과 심야시간대 예방순찰을 운영하여 전통시장의 화재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펜션과 캠핑장과 같은 야외 휴양시설은 화재감지기, 일산화탄소경보기, 소화기 설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안전한 휴양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겨울철 지역축제나 행사장에서도 화재 예방조치를 강화해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역행사·축제장에 대한 안전을 확보한다. 겨울철 화재 예방은 소방의 노력과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실천이 더해질 때 완성된다. 전열기기와 난방기구 사용 시 사전·사후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장시간 사용을 피하며 외출 시 전원을 끄는 습관이 필요하다. 난방기구 주변 가연성 물질 확인과 콘센트 주변 먼지 제거도 중요하다. 이번 겨울, 전북소방의 꼼꼼한 대책과 도민의 관심과 실천이 더해진다면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김현철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2 17:31

사실의 적시와 의견 표명

의뢰인은 우리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의 최근 판결에 대하여 선거 과정에서 명백하게 허위 사실을 공표하였음에도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하며, 이게 맞는 판결인지 의견을 물어왔다. 최근 도내 지자체장에 대한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파기 환송 판결이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현역 시장이 상대방 후보에게 모 축제의 위원장 재직시 투기 목적으로 축제장 공원 인근 토지를 매입했고, 당선 되면 투기 목적으로 그 공원을 국가정원으로 승격시키려고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상대 후보가 수십 년 전 부모가 매수한 토지를 증여받은 것으로 위원장 재직시 매입하지 않았다. 검찰은 해당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며 기소했고,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후보자 사이의 국가정원 승격 공약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해 의견 표명으로 보아 허위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핵심은 지자체장의 발언이 사실의 적시냐, 의견 표명이냐로 1, 2심과 대법원은 그 판단을 달리했다. 진실 또는 거짓이 증명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판단될 수 없는 진술은 의견으로 구분된다. 명확히 구분되는 것 같지만 보통 명예훼손 성격의 발언에는 사실과 의견이 혼재되어 있어 그 구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법원은 상대 후보가 토지를 소유한 사실을 중심으로 공약에 대한 평가로 보아 의견 표명이라고 본 반면, 1, 2심은 토지 매매에 대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명확하게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았다. 복잡한 사실관계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제쳐두고 단순한 판결문이나 언론 보도만으로 그 판결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는 관점과 지지 성향에 따라 판결에 대한 의견은 다를 것이다. 다만, 당선을 가를 수 있는 허위사실공표에 관한 판단에 그 해석의 범위가 너무 넓어 선거 관련자들에게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2 17:30

전주첨단벤처단지 수탁업체 선정 공정한가

전주첨단벤처단지 민간위탁 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탈락한 업체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이의를 제기한 업체는 전주시가 이번에 수탁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평기기준을 완화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전주시는 절차상 흠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번에 수탁한 업체 책임자가 우범기 시장과 학맥이 같고 캠프 관계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주시 팔복동에 소재한 전주첨단벤처단지는 지난 2001년 정부지원금 등 180억원을 들여 2만5000여㎡ 규모로 조성됐다. 초기에는 지역특화 자동차산업 지원을 위한 금형, 정밀가공, 열처리 분야의 기업 11개 회사로 시작했는데 최근 단지 내 입주 기업이 62개로 늘었다. 단순 제조업 중심에서 현재는 ICT융복합과 드론·AI·메카트로닉스·바이오헬스·스마트팜·로봇 등 4차 산업을 이끄는 아이템을 내세운 업체들로 채워져 있다. 이 단지는 그동안 전주시가 직영해 오다 2016년부터 민간위탁을 실시해, 전북대산학협력단이 설립한 (사)캠틱종합기술원이 3차례 연속 수탁기관으로 선정돼 운영해 왔다. 선정된 업체는 전주시로부터 해마다 6억6000여 만원을 지원받는다. 문제는 9년 동안 운영해 오던 캠틱이 탈락하고 신규업체가 수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비롯되었다. 신규업체 책임자는 캠틱에서 근무하다 갈라져 나왔다. 핵심은 종전과 다르게 평가기준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캠틱 측은 정량평가 없이 정성평가로 진행했고 이해당사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선정 업체가 전문성이 부족하는 점을 내세운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첨단벤처단지가 2022년 조직개편으로 드론기술지원센터 업무와 첨단벤처단지 업무로 각각 나눠졌고, 이번 입찰은 첨단벤처단지 업무를 맡을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므로 기준을 완화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첨단벤처단지 업무는 입주 기업 관리와 운영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술력 등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캠틱은 드론기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인 문제의 발단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보다 시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이다. 선거캠프 등과 관련되는 경우 시민들은 공정성에 의문부호를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전주시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고 깔끔한 일처리를 통해 공정성 논란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02 13:55

전북 소멸위기, 생활인구에서 활로 모색을

대표적인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이 앞으로 활로를 모색하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인구 늘리기에 연연하기보다는 결국 생활인구 확대를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주민등록상의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인구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인구이탈이 가속화하는 전북의 경우 이를 제어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는 유동인구와 중장기 체류인구까지도 포함하는 인구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거다. 생활인구란 주민등록상 인구는 물론, 통근 ・ 통학 ・ 관광 ・ 휴양 ・ 업무 ・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과 외국인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전북의 경우 10개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는 251만명으로 등록인구 보다 4.1배나 많다. 등록인구는 48만 846명이며 체류인구는 201만 8548명에 달한다.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의 비율은 4.1배에 이르는데 순창군과 고창군의 체류인구 숫자가 많은게 두드러진다. 순창군은 등록인구 2만 6785명 대비 체류인구 12만 6545명으로 체류인구가 4.7배 많았고, 고창군은 등록인구 5만 1327명 대비 체류인구 26만 1648명으로 5.1배나 많았다. 최근들어 생활인구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 군위군의 경우 생활인구 1일 1만 명을 목표로 관광, 전원생활 등 생활인구 증가에 중점을 둔 인구정책을 추진중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 내년부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키로 결정함에 따라 갈수록 생활인구의 확대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지역의 활로 모색은 체류인구 확대를 기반으로 하되 자연환경과 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해법이라는 얘기다. 기존의 주민등록 중심의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과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는 정책이 광범위하게 시행돼야 함을 의미한다. 생활인구 중에서도 각 지자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체류인구다. 축제를 치르더라도 다른 지역과 차별화 할 경우 얼마든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자치단체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02 13:45

외국인 계절근로자 활용 극대화해야

정부는 지난 26일 외국인력 유치 확대를 위한 농‧어업 계절근로 제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과 업무의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결혼 이민자가 초청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 수를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농도 전북은 개선된 제도를 잘 활용해 농어촌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농어촌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 근로자와 계절제 근로자(공공형 포함)로 구분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가 허가해 입국한 근로자로 최대 4년 10개월까지 체류 가능하다. 반면 계절근로자는 농번기철에 입국해 종전 5개월에서 8개월까지 일할 수 있게 연장되었다. 국내 결혼이민자 초청이나 지자체가 해당 외국 지역과 협약을 통해 입국한다. 계절제 근로자는 다시 일반형과 공공형으로 나뉜다. 주로 농협에서 고용해 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파견하는 공공형은 총 근로시간의 30% 이내에서 농산물 선별·세척·포장 등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강우나 폭염 등 기상악화로 영농 작업이 어려운 날에도 작업자들이 APC에서 지속적인 근무가 가능해졌다. 최소 임금 보장 기준도 '체류 기간의 75% 이상'에서 '주당 35시간 이상'으로 변경돼 근로계약도 유연해졌다. 전북은 올해 전국 광역단체 중 5위 규모인 7257명의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아 9월 말 기준 6177명이 입국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8.5% 증가한 것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하는 농협은 전국 70개며 전북은 11개를 차지한다. 제도 활성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내년에는 92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지역 농협도 14개소(신청 19개소)로 확대될 예정이다. 요즘 농촌은 외국인이 없으면 아예 농사를 못지을 지경이다. 모내기나 양파 수확, 복숭아·사과 포장 작업, 벼 추수, 고기잡이 등 한 겨울을 빼고는 외국인이 없는 농어촌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나이든 노인이 대부분인데다 인건비마저 비싸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먹을거리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외국인 계절노동자도 우리의 주요한 생산인구가 되었다. 이들의 주거나 인권 등도 개선해 보다 안정적인 농어촌 노동인력을 확보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01 18:2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