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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찰학교 남원 유치, 결집된 열망 ‘성과로’

경찰청이 제2중앙경찰학교 최종 후보지 선정을 내년으로 미룬 가운데 전북도민과 영호남 정치권이 함께 나서 남원이 최적지라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 기원 결의대회’에는 전북 각지에서 모인 도민 1000여명과 함께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의 명분도 확실히 세웠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의 당위성과 효율성을 역설했다. 충북 충주에 중앙경찰학교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제2중앙경찰학교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충청권보다는 영호남 한 가운데 위치한 남원에 들어서는 게 맞다. 전국 47개 지자체가 뛰어든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전이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예산군의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해당 지자체들이 막판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찰청은 후보지를 접수하면서 비수도권 지역으로 제한을 뒀다. 국가 현안인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최종 후보지 선정 때도 평가 요소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3곳 모두 비수도권이지만 공공기관이 들어섰을 때 과연 어느 지역이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균형발전에 더 도움이 될 지 따져야 한다. 남원은 상대적으로 소멸위기가 심한 호남지역의 유일한 후보지이자 영·호남 내륙 중심도시로,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등 국가 중요 교통망이 구축돼 있어 접근성도 우수하다. 또 지리산이라는 자연환경의 강점이 있고, 설립 예정 부지도 100% 유휴 국·공유지여서 재정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열망도 뜨겁다. 남원시는 물론 전북특별자치도의회와 지역 상공인, 그리고 사회단체까지 나서 ‘남원이 제2경찰학교 설립의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지역사회의 하나된 열망은 국회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3일 국회서 열린 대토론회와 결의대회에 전북 정치권은 물론 일부 영호남지역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남원에 힘을 실었다. 모처럼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 속에 지역사회의 힘이 결집됐다. 이런 열망이 식지 않고 성과로 이어지도록 경찰청의 최종 후보지 발표 때까지 결속하고 또 결속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4 15:31

소방시설 점검 요식행위에 그쳐선 안돼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한번 더 주위를 살피자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시작된 불조심 강조의 달은 올해로 77회째를 맞았다. 화재에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시민 각자가 주의를 기울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법적, 제도적 시스템 완비 역시 화재를 막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도 완강기와 소화기 등 아파트 소방시설의 정상 가동 여부를 점검하는 외관 점검표 작성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방시설 외관 점검표는 지난 2022년 12월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시행중이다. 그런데 전문성이 없는 입주민이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를 판단하는게 쉽지 않기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은 공동주택 소방안전관리자의 소방 관련 업무 집중, 주민 대상 외관 점검표 작성 교육·홍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공동주택 소방안전관리자는 다른 업무를 같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산이나 인력배치의 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조심 강조의 달처럼 소방 관련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소방안전관리자가 해당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각종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입주민들이 제대로 알고 외관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함은 물론이다. 아직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일반 시민들이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세부적이고 절차적인 문제점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도 사실은 정책의 성과를 내느냐, 못내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소방청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손쉽게 소방시설을 점검할 수 있도록 아파트관리 플랫폼인 ‘아파트아이’ 앱을 설치해 사용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아파트아이는 전국 3만개 단지, 1200만 세대가 사용 중인데, 관리비 조회·납부, 민원 하자 접수, 공지사항 알림, 전자투표, 소방시설 세대 점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입주민들이 세대 내 소방시설을 아파트아이 앱 또는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소방시설 외관점검표를 활용해 점검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개인 주거지인 세대 내 소방시설은 외부인에 의한 점검이 어려운게 사실이다. 차제에 입주민들도 세대내에 설치된 소방시설은 스스로 점검한다는 인식을 더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4 11:39

전북도민에게 고함 2 - 세종 수도권 시대와 완주-전주 통합의 필요성

△세종 수도권 시대는 머지않아 열립니다 현재의 서울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세종 수도권 시대는 불가피합니다. 세종 수도권 시대가 눈앞입니다. 서울 수도권은 전국의 산업, 인구를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전국 국토 면적의 12%인 서울, 경기, 인천에 인구의 반이 살고 있습니다. 사업체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주택 문제,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물가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집을 더 짓고 교통 인프라를 늘릴수록 인구와 산업의 집중이 더 가속화되고, 삶의 질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국토 대개조, 행정 대개편을 하지 않는 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불가능합니다. 그 중심에 세종 수도권 시대의 개막이 있습니다. 국회와 청와대의 분원이 세종에 설치되면 세종은 제2의 수도, 행정수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세종과 대전은 하나의 행정수도로 통합하게 될 것입니다. △세종 수도권 시대가 도래하면 전북은 수도권의 핵심 지역이 될 것입니다 세종 수도권 시대가 도래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겠습니까? 세종-대전 통합 행정도시를 중심으로 제2의 수도권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전북은 지금의 충남과 충북의 청주와 함께 수도권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북으로는 천안시와 당진시 그리고 아산시, 동으로는 청주시, 남으로는 계룡시와 전주시가 핵심 도시가 될 것입니다. 천안시와 당진시, 아산시는 지금의 서울 수도권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세종 수도권의 핵심 지역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동으로는 청주시 남으로는 전주시가 핵심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청주는 다른 충북 지역과 높은 산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청주보다는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전북 지역이 수도권의 핵심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종 수도권 시대의 전주광역시 전망 : 완주-전주 통합이 예비작업이다 세종 수도권 시대에 전북이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주광역시의 전망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 서울 수도권에서 인천광역시가 하는 역할을 세종 수도권 시대에는 전주광역시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완주-전주 통합 문제는 단순히 전주-완주 통합시를 특례시로 지정해 많은 예산을 투여하겠다는 복안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성공적인 지역 통합 사례로 청주-청원 통합을 말합니다. 청주-청원 통합으로 941제곱킬로미터 면적의 통합시가 탄생했습니다. 현재 인천시 면적 1,067제곱킬로미터에 버금갑니다. 현재 인구는 약 85만 명입니다. 완주와 전주가 통합하면 면적 약 1천 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약 74만 명이 됩니다. 완주와 전주가 통합해야 전주광역시의 전망을 가져야 청주와 세종 수도권 제2도시의 지위를 놓고 겨룰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전북은 세종 수도권 시대를 대비해 세종 수도권 시대의 핵심 지역이 되어야 합니다. 완주와 전주는 통합해 전주광역시의 전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세종 수도권의 제2의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전북도민은 그런 시대를 선도적으로 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북대도약을 이뤄야 합니다, 전북도민은 더 마음을 크게 먹고, 또한 마음을 크게 열어야 합니다. 작은 이익을 버리고 전북대도약의 대의를 취해야 합니다. 제가 앞장서서 그 전망을 세워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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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3 17:54

전주 길 서울 길

나는 소년 시절 임실에서 전주로 이사를 온 다음 서울에 올라가서 직접 본 것은 20대 초반 한여름 때 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성동구에 있는 어느 대학교에 간 게 처음이었다. 그 뒤로 3년이 지나서 서초동에 있던 연수원에 이르러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이따금 외출하여 본 서울의 광대한 규모, 엄청난 시람들 수에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연수원 들어가기 1년 전에 시험을 마무리하려고 국민대학교건너편에 있는 하숙집에서 열흘 동안 하숙하며 지낼 때 전주와 같은 푸근한 인심과 풍광을 체험한 적도 있었다. 연수원 기숙사에 머무르면서 그 건너편 백화점과 주변 새 아파트 단지들, 근처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초대형 상가 건물을 보면서 우리나라 수도의 위용을 실감하였다. 연수원 1년 차 동안 그 위용과 풍광에 감탄은 했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응시하며 가슴 속에 미래에 대한 밝은 비젼을 가지고, 젊은 열정과 올곧은 의지로 법률가의 길을 시작한 것으로 생각이 난다. 처음 근무한 곳과 다른 지역 근무를 3년 반 동안 마치고 그 후로 서울에서 수년간 지내게 되면서 전주와 임실에는 생신, 명절, 기일,여름 휴가, 다른 일이 있을 때 가게 되었지만, 늦은 밤과 새벽녘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었던 일의 패턴 때문에 자주 가지는 못하였다. 어느 해인가 추석 명절 때 어머님께서 홀로 올라오셔서 내 야윈 얼굴을 보시고 염려하시던 모습에, 최소한 명절 때는 내가 전주에 내려가기 며칠 전부터 일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여의찮았다. 내가 하는 업무적인 일들과 개인적인 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주 길 서울 길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내가 청년 시절, 한때는 힘드신 모습을 뵐 때마다 내가 종교인의 길을 걷게 되면 고생을 덜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법률가의 길을 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초지일관하였던 것 같다. 그랬다. 내가 항상 다니면서 생각해 온 전주 길 서울 길은 한결같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넓으면서도 평안해지는 강과 바다에 이르게 한다는 깨달음이 온다. 그 강과 바다는 과연 무엇일까 사유해 보는데, 인간에 부여된 자연의 빛을 사용하여 “물 같이, 마르지 않는 강같이”추구하는 진리의 길에 다다르는 것이라고 묵상해 본다. 내가 스스로 깨달아진다고 사유하는 것은 내가 주인이 된 견지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베푸시는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으로부터 받는 은혜로움에 있다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사물과 사리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의 주체는 나 스스로가 되어야 하지만, 그 안에는 그 인식과 깨달음을 부여하는 부동의 원동자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오로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오만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되며, 그 늪의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묵상해 본다. 그래서, 동양의 현자들도 “타고난 자질은 하늘에서 얻은 것이고, 확충하여 기르는 것은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資品得於天, 充養存於己).”라고 설파하였다. 이제 공직을 벗어났지만 앞으로도 내가 전주 길과 서울 길을 오가면서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이 말씀하신 물과 강 같은 진리의 길, 동·서양의 현자들이 제시한 선한 길을 제대로 찾고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묵상해 볼 것이다. 김석우 LKB&PARTNERS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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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3 17:53

대 철학자 헤겔이 강조한 이성(理性)의 중요성과 특성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때 헤겔의 나이가 19세로 한창때였다. 감수성이 매우 예민했던 헤겔은 프랑스혁명을 보고 크게 감격했고 새롭고도 중요한 여러 역사이론(歷史理論)을 탄생시켰으며 그중의 하나가 ‘이성’(理性)에 관한 것이었다. 고등종교들의 이성에 대한 견해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기독교의 견해를 보면 이성을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리고 창조설을 부인하는 불교의 입장은 교조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어가기 전에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진리(眞理, 참된 이치)를 등불로 삼아 진리에 의지하여라”고 했다. 끝으로 유교의 성리학(性理學, 성리학은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탐구함)에서는, 우주는 형 이상의 것인 이(理)와 형 이하의 기(氣)로 구상되어 있으며 이·기의 결합에 의해 만물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헤겔의 철학의 대 명제 중의 하나가 전 세계사를 정신(이성)의 발전과정으로 본 것이었으며 따라서 철학적 임무는 이 전개를 사고 속에서 관찰하는 것이 되었다. 또한 헤겔은 그의 저서『정신 분석학』에서와 같이 절대이성(absolute Vernunft, 우주의 궁극적 목적 또는 원리를 뜻함)의 장엄한 궁전을 세운 후에 세계사가 이 궁전에 의해서 통치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장 멀리 떨어진 생산물조차도 모두의 복리를 위해서 사용된다고 한 것처럼 이성국가의 모든 길은 이 철인 독재자의 거성(巨城)을 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는 이 이성국가가 현실이 되도록 그들의 역사적 목적을 수행할 뿐이라고 했다. 제 민족·문화를 대변하는 대 인문들(징기스칸·알렉산더·예수·루터·나폴레옹)이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들의 열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몰두하는 동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이성(世界理性)의 건설자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개인, 특별한 생애와 사건은 세계내재적·독재적 절대이성(絶對理性)의 세계사 과정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후에는 결코 전체 역사를 이처럼 괌범하게 해석하지 않았으며 또한 세계사의 포괄적 해석이 이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평가된다. 나아가 헤겔의 역사 해석과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사는 이성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성적 발전의 역사를 진보(進步)로 보았으며, 이것의 인식은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했다. 그밖에도 헤겔은 역사가 단순히 기원만을 묻지 않고 새로운 형성을 의미한다면, 역사과정의 이성이 존재하는 곳은 먼저 역사의 과정이고 다음으로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개혁(改革)을 의미한다라는 것이다. 끝으로 헤겔의 발전관을 보면, 세계사(世界史)는 ‘자아의식의 발전’을 뜻하며, 이것은 실재적인 해방(解放)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헤겔의 역사이론을 기초로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어떠한 상황일까? 한마디로 너무 혼란스럽고 짜증나게 한다. 연일 현란한 언변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하지만 상당부분이 ‘참된 이성적 판단’에서 나오는 말들이 아니라고 본다. 때문에 국민은 더욱 불안해지고 고통은 커져만 간다. 현대의 대 역사가요 사상가인 토인비(A. Toynbee)는 그의 저서『역사의 연구』의 <문명의 발생·성장·몰락>에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계급이 분열하여 정쟁을 일삼는다면, ”국민은 도탄에 빠지고 나라는 몰락(沒落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성은 창녀’(娼女)라는 말이 있듯이 궤변적 이성이 아니라 ‘참된 이성’을 바탕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간다면 우리나라는 명실 공히 선진문화국가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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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3 17:53

불꽃튀는 전북변호사회장 선거

수능일인 14일 수험생이나 그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가족 모두가 긴장감 속에서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수험생 입장에선 시험만 끝나면 모든게 편안해지고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정작 치열한 경쟁은 시험이 끝난 지금부터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수능을 잘 치르고 일류대학을 나오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다 된 것 같아도 전문가들이 모인 업역의 세계에서 벌이는 치열한 경쟁은 수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북에서 활동중인 변호사 313명의 대표를 뽑는 제37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가 오는 21∼22일 모바일 투표에 이어 25일 현장 투표로 치러진다. 임기 2년의 회장 선거에는 김학수 변호사(현 회장)와 이종기 변호사(전 부회장)가 양자 대결을 벌이게 된다. 특이한 것은 최근 30여 년 동안 단 한번도 회장 연임이 없었으나 김학수 회장이 처음으로 연임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점이다. 2년전과 4년전 선거때 공교롭게도 1위와 2위는 단 5표 차이가 났다. 이번 선거 또한 막판까지 치열한 반집승부 계가를 벌일 전망인데 투표율 또한 최소 97% 가 넘을 것이 확실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다. 2년전 제36대 전북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서 김학수 변호사는 151표를 얻어 남준희 변호사에 5표 차이로 신승했고, 앞서 4년전 치러진 제35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때는 홍요셉 변호사가 144표를 얻어 김학수 변호사에 역시 5표 차이로 신승했다. 김학수 변호사(54)는 진안 출신으로 전주고, 서울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이종기(56) 변호사는 익산출신으로 신흥고와 서울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군법무관으로 입문,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 전북변호사회장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식이었다. 관록과 경륜이 있는 선배가 먼저하고 일정한 보직을 맡아온 후배가 이어받았으나 지금은 매번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활동중인 변호사 수는 총 2만9600명인데 이중 무려 75%인 2만2400명이 서울에서 뛰고 있다. 전북의 경우 313명으로 전국비 1% 가량 된다. 그런데 전북의 변호사 수(313명)는 지역 인구수, 경제력 등 각종 지표를 볼때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고 한다. 전북과 도세가 비슷한 충북이 202명, 강원은 185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148명, 울산은 227명이며, 광주전남은 600명이다. 이처럼 전북 변호사가 많은 것은 로스쿨이 타 시도의 경우 한곳만 있는 반면, 전북은 전북대와 원광대 2곳이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객인 도민의 입장에서는 전문가의 법률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공급자인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타 시도에 비해 낮은 수임료, 경쟁 격화 등 불편한 점도 많다고 한다. 이래저래 차기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1.13 14:54

군산시의회, ‘권위주의 관행’ 벗어나라

11월, 전국 각 지방의회가 속속 2024년도 제2차 정례회 개회식을 열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돌입했다. 한 해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집행부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와 2025년도 예산안 심의가 예정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 어느 때보다 의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시기다. 이맘때면 몇몇 지방의원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권위주의적 행태가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잦았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고성과 막말을 쏟아낸 의원이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직사회에서는 여전히 칼을 쥔 지방의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지방의회의 자정노력이 확산하면서 이 같은 구시대적 행태가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지난 11일 열린 군산시의회 정례회에서 이 같은 권위주의 관행이 재현됐다. 본회의가 진행된 2시간 동안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발언권도 없이 회의장 뒷자리에 허수아비처럼 앉아 있어야 했다. 본회의 개·폐회식에 5급 이상 공무원을 배석하게 하는 군산시의회의 오랜 관행 때문이다. 실무를 책임진 간부 공무원들이 하는 일도 없이 의회에 묶여 있으면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일면서 전북특별자치도의회를 비롯해 전주와 익산·정읍시의회 등은 배석 공무원의 범위를 4급 국장급 이상으로 좁혔다. 하지만 군산시의회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물론 시의회에서 매우 중요하거나 시급한 현안을 논의한다면 담당 과장이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설명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개·폐회식에 관행적으로 다수의 간부 공무원들을 배석하게 하는 것은 의원들의 ‘권위주의 관행’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을 대변해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지역발전 정책을 결정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여지껏 우리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큰 실망을 안겼다. 군산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는 임시회 회기 중 시의회 휴게실에서 의원 간 폭행사건까지 발생해 질타를 받았다. 이제 지방의회도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의회로 거듭나야 한다. 먼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권위주의 관행부터 떨쳐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3 12:51

대통령 전북공약, 공수표만 날릴 셈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지역 공약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2년째 세수 결손이 발생한데다 대통령의 의지도 높지 않아 예산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논리 개발과 함께 정치력을 발휘해 대선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지난 대선에서 정부여당이 채택한 공약사업은 7대 분야 46개 과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새만금 메가시티 동북아 신허브 조성, 연기금특화 국제금융도시 육성(제3금융중심지 지정), 주력산업 육성·산업특화단지 조성, 휴양·힐링·체험형 관광벨트 구축, 세계 식품시장 중심지 조성, 생활스포츠 메카, 동서횡단철도·고속도로 건설 등이다. 이들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5조7472억 원이 필요하나 올해 1조2631억 원만이 확보된 상태다. 대통령 공약사업 중 군산·김제·부안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은 관할권 분쟁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새만금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겠다는 공약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제3금융중심지 공약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던 무주 ‘국제 태권도사관학교’ 설립 역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처럼 공약사업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정부의 예산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56조4000억 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하자 지방정부에 보내야 할 지방교부세 7조2000억 원을 줄였다. 또 올해는 29조6000억 원의 세수 결손으로 지방교수세 중 2조2000억 원을 줄이기로 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허리띠를 졸라 매야할 처지다. 둘째는 대통령과 정부가 이행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전북은 찬밥 신세였다.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을 비롯해 예산이나 국가사업에 있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올해 국가예산은 전국 9개 광역도 가운데 유일하게 전북만 줄었다. 2023년 9조1595억원보다 1.6%, 1432억 원이 감소했다.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우 낮은데다 여야의 정쟁으로 대선공약 이행에 관심 갖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런 때일수록 전북도와 전북 정치권은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국가예산 확보에 힘을 합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3 12:20

쓰레기를 보물로 바꾸는 사람들

일본 도쿠시마현의 가미카츠초는 산림이 86%를 차지하고, 인구 1,430여명에 고령화율이 53%인 과소화 지역이다. 슈퍼마켓과 대중교통조차 없지만, 가미카츠초에는 일본 최초의‘쓰레기 정류장’이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와 소각 문제로 고민하던 주민들이 2003년, 미래세대를 위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선언을 통해 2020년까지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에 뜻을 모은 것이다. 가미카츠초 주민들은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직접 쓰레기 정류장을 방문하여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플라스틱, 병, 캔, 종이 등의 쓰레기는 소재별로 세분화하여 무려 13개 분류 45종으로 나눠지며 각각의 배출함에는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캔과 종이처럼 재활용 자원으로 마을에 이익이 발생하면 초록색‘入’푯말이, 플라스틱과 폐건전지처럼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하면 빨간색으로‘出’푯말이 붙으며 발생 비용과 재활용을 위해 이동하는 지역, 어떤 품목으로 재활용되는지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다.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완전 표시제이자 스토리 텔링인 셈이다. 제로웨이스트 20년간의 성과는 놀라웠다. 마을 쓰레기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처리비용은 60% 절감되었으며 재활용률은 80%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위생용품, 건축 폐기물이나 마스카라와 같은 복합재질의 제품이기에 가미카츠초 주민들은 이러한 영역에서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산과 기술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남원의 예비사회적기업‘협동조합 비니루없는점빵’은 가미카츠초와 같이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주민조직이다. 마을 배출장이 잘 관리되지 않아 생활 쓰레기부터 농업용 비닐까지 자체 소각하는 농촌 현실을 개선하고자 민·관 간담회를 통해 논의 테이블을 만들고, 쓰레기 매립장 주민 견학, 제로웨이스트 해외연수 등을 추진하며 관련 지식과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포장재와 일회용품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대안 용품과 리필 생활재를 취급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비니루없는점빵’은 프리마켓과 남원 공설시장, 전통 오일장을 순회하는 이동 점빵으로 운영되다가 시민 활동 공유공간과 만나 상설 매장으로 발전했다. 원가 부담이 높은 친환경 생활재를 유통하는 특성상 점빵 경영은 고군분투 중이지만, 대안 소비문화를 보급하고 환경 교육과 체험, 영화제 등을 통해 시민들의 기후 감수성을 깨우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여름에는‘쓰레기 보물찾기’캠페인으로 마을에 방문하여 환경 교육한 후, 어르신들 댁에 묵혀둔 재활용 쓰레기를 라면과 국수, 호미 등으로 교환해주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저력이 쌓여 지난 9월, 남원 산내면 주민 한마당이‘쓰레기 없는 산내면민의 날’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었다. 면민 2천여 명, 18개 마을 규모의 행사에서 다회용기 혹은 본인 식기 지참을 장려하고, 쓰레기를 가장 적게 배출한 마을에 화합상을 수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친환경 셀프 설거지 부스가 압권이었는데, 식기를 톱밥으로 문질러 기름기와 양념을 제거하고 EM과 밀가루 혼합액, EM 희석액, 맑은 물 헹굼으로 마무리하는 단계별 체험이었다. 이처럼 쓰레기 문제는 기후 위기 시대 주민자치의 우선 과제이지만, 몇몇 사례 차원을 넘어 지역 전체 단위의 몰입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기후 재난은 한가롭게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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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2 18:31

결혼축의금 5만원은 부끄러운 손인가?

결혼축의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혼 시즌 주말이면 몇 건이 되기도 한다. 서민의 처지에서는 한 달 가계가 휘청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형편대로 냈지만 요즘은 보통 5만원, 특별하거나 가까운 관계인 경우 10만원을 내는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결혼식 장소가 호텔일 경우에는 음식값이 고가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서울 기준 결혼식장 식대가 7~8만원 정도로 예비부부뿐 아니라, 하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한 ‘결혼식은 평생 한 번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출이 많다. 어떤 이들은 ‘예식장 주인의 배만 불리는 이런 풍조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축의금 문화는 조선 시대부터다. 당시에는 현금이 아니고 쌀과 같은 현물로 결혼을 축하했다. 지역 사회의 자율적인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이율곡의 해주향약(海州鄕約)에 따르면, 혼례 때 무명 세 필과 쌀 다섯 말을 주거나, 적게는 무명 한 필과 쌀 서 말을 주었다. 이는 당시 무명과 쌀이 일종의 화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물에서 현금으로 바뀐 것은 조선 말기다.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결혼축의금을 돈으로 주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경제적 변화의 영향으로 촉발됐고, 축의금 문화는 빠르게 자리 잡았다. 1969년에 정부가 허례허식을 줄이고 국민 생활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가정의례준칙(家庭儀禮準則)을 제정하면서 축의금을 금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유명무실해졌다. 최근으로 들어서면서 축의금 문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했다. 이유는 지나친 비용이 드는 웨딩업계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직후부터 웨딩홀 대여, 앨범제작비, 식대 등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특히 식장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뿐만 아니라 표준 가격을 알기 어려운 깜깜이 풍토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축의금은 우리나라만 있는 문화는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도 우리와 유사하게 결혼식에 금전을 주는 전통이 있다. 일본에서는 고슈기(ご祝儀)라는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어 신랑 신부에게 전달한다, 금액은 일반적으로 10,000엔에서 30,000엔 사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홍바오(紅包)라는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준다. 금액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나 행사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며, 홀수보다는 짝수의 금액을 선호한다. 짝수로 나누어지면 행운이 두 배가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부분 현금보다는 신혼부부가 필요한 물품을 선물로 준다. 이때 신혼부부가 원하는 물품을 미리 목록으로 등록해 두면 하객들이 그 물품을 사주는 ‘레지스트리Registry’ 문화다. 축의금 문화는 오랜 전통이지만 오늘날 축의금은 단순히 결혼식을 축하하는 금전적 선물을 넘어, 결혼식 비용의 일부를 충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내가 내는 금액과 상대방이 기대하는 금액이 다를까 봐 걱정이다’, ‘요즘 식비가 올라서 축의금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축의금 액수를 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한 ‘청첩장은 세금 고지서 같다’, ‘돈 있는 사람들은 비싼 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없는 사람들은 야외나 동네 회관을 빌려서 하면 된다’, ‘축의금으로 결혼식 비용을 메우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등의 의견도 가지가지다. 결혼축의금 5만원은 부끄러운 손인가?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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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2 18:30

우범기·정동영·김윤덕의 역사 인식

지난달 28일 전주시 중노송동 기자촌구역 주택재개발 부지내 유적발굴조사 현장을 찾았다. 후백제 관련단체 회원들과 함께 둘러본 현장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1100년 전,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를 호령했던 웅혼한 기상은 간데 없었다. 주택 등을 깨끗이 밀어버린 14만1806㎡ 자리에 발굴조사를 위한 포크레인 자국만 남아 있었다. 너무 허탈했다. 이곳에서는 추정 궁성지 성벽과 건물지 3곳, 석축시설, 주공군 등이 발굴되었다. 석축시설은 폭 4m, 길이 40m 가량으로 당시 도로로 추정되고 있다. 후백제 도로가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굴조사를 실시한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유철 원장과 자문교수로 참여한 군산대 곽장근 교수는 “이 일대는 궁성의 후원으로 보인다”며 “건물지는 후원의 정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물지에는 불 먹어 뻘겋게 산화된 기와들이 다량 수습되었다. 왕건의 고려군이 멸망한 후백제의 궁성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때 견훤(진훤)왕이 경주에서 가져왔던 귀한 서적들도 함께 불타 버리지 않았나 싶다. 실학자 이덕무는 아정유고(雅亭遺稿)에서 이를 ‘3000년 이래 두 번의 큰 재앙(厄)’이라 애석해 했다. 후백제 궁성지는 여러 의견이 있으나 문화촌과 인봉리(기자촌) 일대로 좁혀지고 있다. 문헌과 유물, 유구 등으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인봉리(기자촌)는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물왕멀 일대는 이미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 국가유산청과 전주시는 발굴조사가 종료되자 재개발사업의 속개를 허용했다. 보존할 가치가 적어 기록으로만 보존하라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종광대와 문화촌 일대가 건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궁성지의 보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전주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전주를 흔히 천년고도(千年古都)라 일컫는데 그것은 견훤(진훤)왕이 전주에 후백제를 세운데서 비롯된다. 또한 궁성지의 발굴과 보존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의 존립 근거다. 나아가 전주시가 목메고 있는 고도 지정에 있어서도 핵심요소다. 궁성지를 찾아야 전주가 후백제의 온전한 수도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전주시장의 의지다. 우범기 시장을 비롯한 역대 시장들은 개발에 중점을 뒀다. 한결같이 역사에 대한 인식이 천박했다. 특히 이들 지역에 대한 재개발 관리처분 인가를 내줌으로써 역사유적 훼손에 앞장선 꼴이 되었다. 우 시장은 지난해 4월 1조6058억원의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궁원은 왕궁의 정원인데 정작 전주에는 궁원이 없다. 궁원으로 비정되는 기자촌을 아파트숲으로 만들면서 무슨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것인가. 전주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동영과 김윤덕 의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5선의 정 의원은 전주의 자긍심인 후백제의 궁성지 보존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 후백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이성계 역사전당 건립에 앞장서는 것은 좋으나 일의 선후를 가릴줄 알아야 한다. 또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이곳이 지역구인 김윤덕 의원 역시 궁성지 보존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자신이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했다고 플래카드만 걸어 놓으면 될 일인가. 우 시장이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터를 개발하는 것은 좋다. 20년 이상 정체된 전주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자원의 보존과 활용은 이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역사문화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관광 산업화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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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2 17:12

국극배우 이소자 선생의 꿈

국극배우 이소자 선생을 만난 것은 10년 전이다. 선생은 팔순을 훌쩍 넘겼지만 에너지가 넘쳤다. 여성국극 초창기에 활동했던 선생은 20대 늦은 나이에 배우가 되었지만, 누구보다도 국극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소리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 연기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배우의 역량을 쌓았다. 여성국극을 제대로(?) 만난 것은 <햇님여성국극단>에 들어가면서다. 국극은 창극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굳이 변별력을 가리자면 창극에 비해 소리보다 극의 비중이 더 큰 양식쯤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당시 여자배우들이 남장하고 무대에 서는 여성국극은 인기였다. 선생은 <바보온달>이나 <마의 태자> 같은 대표적인 국극 무대에서 악역을 주로 맡았다. 배우들은 관중들에게 미움받는 악역을 꺼렸지만, 선생은 오히려 반겼다. 대중들에게 인기 높았던 국극단이 사라진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단체가 해체되고도 선생은 한동안 동료들과 뜻을 모아 무대를 올렸다. 그러나 더는 희망이 없게 되자 미국 이민을 떠났다. 1974년이었다. 미국에서는 생계와 영주권을 얻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견뎠다. 그 사이에도 한국을 찾아 국극 동료들과 꿈을 공유했던 선생은 자신을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은 돈으로 한국에 부동산을 샀다. 덕분에 2009년 영구귀국했을 때는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갖게 됐다. 여성국극 부활을 실현하기 위해 나선 것도 그때부터였다. 2011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올린 여성국극 <춘향전>은 첫 결실이었다. 선생은 이 무대를 위해 의상과 모든 소품을 사비를 들여 직접 제작했다. 남원 춘향제에 초청을 받은 것도 그즈음이었는데, 국악의 뿌리가 깊은 남원을 오가며 여성국극 부활을 향한 꿈은 더 커졌다. 여성국극 전용 극장도 만들고 싶었던 선생은 2013년, 남원에서 <햇님여성국극보존회>를 출범시켰다. 전 재산을 여성국극 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던 선생의 꿈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극보존회는 여러 사정으로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선생은 “때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선생의 나이 올해 아흔넷. 걷기는 자유롭지 않지만 아직 건강하다는 선생의 소망은 여전히 ‘제대로 된 여성국극 <춘향전>을 올리는 일’이다. 10년 전 선생은 “보존의 의미로라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 전통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상설공연 하고, 그래서 젊은 세대가 그것을 기억하고, 외국인들이 우리 공연양식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드라마 <정년이>가 화제다. 덕분에 여성국극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이참에 전통의 힘이 발휘될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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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11.12 15:40

위험천만한 전북 산업현장 이대론 안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일명 김용균법으로도 불리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보통 중대재해 처벌법이라고 한다. 산업사회가 고도화 하면서 각종 재해와 환경 재해 등으로 인해 크고작은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한편, 책임자에 대한 벌칙과 배상의 규모를 정했다는 것이 특이한데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회사 경영자들은 혹여 불씨가 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게 현실인데 어찌된 일인지 전북에서는 근로자 사망 건수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늘어나고 있다. 기가막힌 일이다. 특히 지난달에만 7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등 전북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전북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총 29건에 달한다. 그런데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숫자는 무려 44명이나 된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42명(33건) 보다도 많다. 강력한 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전북 산업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11월 현재 기준) 산업재해로 사망한 도내 근로자 숫자는 총 144명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31명, 2021년 37명, 2022년 30명, 2023년 42명, 올해는 44명등이다. 대부분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이 취약지구다. 산재 전반에 대한 노동 당국의 감시감독이 강화돼야 하고 특히 최근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 현장이 많은 만큼 이들에게 맞는 특화교육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업주의 의지다. 형식적으로 법망을 피하는데 급급한 단편적 사고로는 앞으로도 크고작은 산재를 막을 수 없다. 이제 산재는 운이 나쁜게 아니라 산업현장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예고된 인재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법률적인 안전, 기술적인 안전에 그쳤다면 이젠 의식이나 안전문화 측면에서 근본적인 사고의 틀이 확 바뀌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얘기다. 안전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대재해 예방과 사업장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력해야만 경쟁력이 생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번 더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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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12 14:26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 속도내라

익산시가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폭발적인 노인인구의 급증과 함께 퇴직자들의 체계적인 교육 및 취업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익산시가 이를 추겨든 것은 시의적절하다. 타 시도에 앞서 노인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를 설득하고 국가예산을 확보해 센터를 국립으로 건립하는데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익산시와 국회 한병도의원(익산을)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 추진 필요성 및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중섭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자 일자리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 정년 및 조기 퇴직자 증가, 노동인구 부족, 단순 노무직 중심 일자리 개선 필요성, 실버창업의 지속적인 증가, 중장년 및 노인의 직업훈련 수요 증가 등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센터는 지속가능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단계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은 5년 전인 2019년 제기되었고 ‘노인일자리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후 2013년 10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나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은 담지 못했다. 현재 노인일자리 관련 기관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비롯해 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등 전국에 수없이 분산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개발과 상담 및 컨설팅, 데이터베이스 관리, 교육훈련, 수행기관, 사후관리가 각각 분절(分節)돼 있어 효율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콘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를 권역별 또는 광역자치단체별로 만들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익산시는 지난해 센터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지난 5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센터 유치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센터를 국립으로 하는데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익산시와 전북도, 정치권의 논리 개발과 정치력이 필요하다. 노인일자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도 한시바삐 센터가 건립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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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12 12:22

트럼프의 귀환, 한국 경제에 잠재적 충격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의 부활을 특징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히 통합되어 있고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위험은 특히 높다. 트럼프 1.0 시기 미·중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었고, 관세와 무역제재가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더 양극화된 경제 환경을 헤쳐 나가야 했다. 트럼프 2.0은 이러한 압력을 되살리거나 심화시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술 산업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삼성, 현대, SK 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다각화를 위해 미국 기반 제조에 투자했지만, 무역 적대감의 장기적인 여파는 여전히 성장에 위협이 된다. 미국 우선 정책 부활은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트럼프의 재정 정책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희생하고 자국의 산업을 선호한다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달러 강세는 한국 경제에 이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수입 에너지 및 원자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 수출 경제에 있어 비용 증가와 수익 감소를 의미할 수 있으며, 특히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이 제약을 받는 경우 더욱 그렇다. 트럼프 2.0 시대에 한국은 더 많은 예산을 방위비에 할당해야 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자극이나 녹색 인프라에서 자금을 빼돌리는 것으로 주요 부문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으며, 특히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시기에 더욱 심각하다. 미국이 글로벌 ESG 및 기후 이니셔티브에 대한 공약을 철회 또는 축소하는 것은 한국에 딜레마를 안겨준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ESG 기준과 탈탄소화를 강조하면서 자체적인 녹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EU의 엄격한 기후 목표와 ESG 기준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정책과 관계없이 이런 기준을 준수해야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기후정책은 심하게 오염된 산업에 약간의 휴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과 탈탄소화를 향한 글로벌 모멘텀은 여전히 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도 한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확실성 증가와 무역 전쟁 가능성은 한국의 개방 경제를 감안할 때 글로벌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다. 변동성이 높아지면 투자가 억제되고, 자본 흐름이 둔화되어 금융 불안정성이 커져, 예측 가능한 무역 구조 내에서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특히 반도체, 전자, 자동차 부문의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의 잠재적 혼란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한국은 무역 파트너십을 다각화하고 자체적인 기술적, 경제적 독립성을 증진하든 데 더욱 주력해야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이 디지털 경제로 가속화됨에 따라 기술 혁신 및 친환경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는 한국을 신흥 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하여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를 견뎌낼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R&D 지원, 정책 안정성 및 강력한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한국 경제는 위험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 무역 동맹을 강화하고, 기술에 대한 의지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의 허브로 자리매김함으로써 한국은 앞으로 닥칠 잠재적 폭풍을 견뎌내고,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정의되는 시대에 나아갈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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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1 19:16

살아있는 예술, 살아있는 유산

하얀양옥집(구, 도지사관사)에 간만에 지역 어르신 두 분을 모셨다. 바로 무형유산 색지장 김혜미자 선생님과 소목장 소병진 선생님. 전주 한옥마을 관람객이 가장 많은 가을의 시작 즈음, 전북도가 주최한 한인 비즈니스 행사와 맞물려 기획된 전시 <손끝의 결>에서 두 분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였다. 25일간 열린 이 전시는 8,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두 장인의 작품은 지역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이미 여러 차례 전시된 바 있지만, 색지와 나무라는 전혀 다른 재료로 동일한 가구를 만드는 이들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전통이라는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을 지켜온 두 분의 희노애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민들과 함께 듣는 시간이 이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김혜미자 선생님은 한지가 주는 섬세함과 따뜻함을 이야기하며 자연 재료가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소병진 선생님 역시 나무가 주는 단단한 구조와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를 설명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 온 나무가 지닌 내적 힘을 이야기하였다. 그들의 작업은 단지 전통 공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지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살아있는 예술'이었다. 김혜미자 선생님은 한지를, 소병진 선생님은 나무를 다루며 오직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그저 손끝의 기술이 아니다. 기술과 손재주를 넘어 전통을 지키겠다는 신념이자 재료의 본질을 이해하는 통찰이 깃들인 정신의 산물이다. 또한 이 두분을 통해 전통이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의 유물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사실도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는 전통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전통은 그저 과거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며, 그 안에 미래를 여는 길이 있다." 고. 하지만 우리는 흔히 전통을 ‘옛것’으로만 여기곤 한다. 그러나 전통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고 그의 말처럼 단절된 과거의 흔적도 아니다. 전통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우리 삶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더해주는 힘이다.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그 안에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인간의 기쁨과 슬픔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인간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로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는 전통을 그냥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전통'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전통을 단순히 박제화하지 않고,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레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이 살아있는 유산으로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시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임진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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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1 19:16

프로의식(professional)과 사심(私心)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첨단 산업 시대는 직업 수를 줄이지만 업무의 영역과 방법에서는 오히려 전문성을 중시한다. ‘자넨 역시 프로야!’하는 말은 그러한 전문 영역을 잘 소화해 낸 과정과 성과에 대한 응원으로, 이는 상호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공공기관의 감사에서 국고 낭비 딱지를 얻어가며 비난받는 일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공무원의 해외연수다. 그 지적 사항도 한결 같다. 왜 굳이 해외로 가야 했느냐, 연수 프로그램이 주제와 상관성이 있느냐의 맹공이다. 여기에 설득력이 없으면 이는 부패이고 부정이 될 수 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연수라는 이름으로 국가 예산을 사용해서 개인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평가다. 타 사업에 비해 소요되는 예산이 많으므로 주시의 눈이 많음은 당연하다. 최근 도교육청의 해외연수가 뉴스와 국감에서 신랄한 지적을 받았다. 문제시 된 해외연수에 대한 부족한 변명과 구멍 뚫린 후속 설명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해당 건이 아니라도 그간 논란되어 왔던 해외연수는, 그것을 추진하는 시작부터 공적 연수를 대하는 프로 의식이 결여된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발전적인 업무 방향 모색을 위한 연수라는, 그 기획 지점의 처음과 끝을 채워야 하는 프로 의식 말이다. 대상 국가를 찾는 단계도 연수의 핵심에서 검토되어야 하지만, 만약 ‘이번에는 어느 나라를 가 볼까’하는 식의 외유성 내막이 출발선이 되면 바로 프로 의식은 결여되고, 이러한 반-프로 의식은 다음 단계에 계속해서 부정적 영향을 준다. 프로 의식은 본질과 카테고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다. 그로써 목표를 수렴한 방법과 세부사항들이 모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심(私心)의 배제다. 곁가지를 달면서 본질 이외의 다른 이유를 덧붙이기 시작하면 일이 사심을 통해 사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 개인 욕망 넣기, 옆사람 챙기기, 공로성 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연수의 방향성과 주제는 비틀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의 해외여행은 이벤트가 아니다. 비교적 쉽게 가기도 하고 테마별로 취향껏 즐기며, 요구가 생기면 이미 갔다 온 곳을 다시 가기도 한다. 타당성은 없지만 해외여행이 이벤트였던 시절에는 해외연수에서 여행을 병행하고자 했던 것이 인지상정일 수 있었겠다. 하지만 요즘의 문화 수준은, 연수는 연수, 여행은 여행, 그렇게 주제를 가지고 해외를 드나들기에 충분한 여건이 되었다. 그러므로 아직도 해외연수로써 가보고 싶은 외국의 목록을 대체하고자 하는 사심이 프로의식의 앞에 서 버린다면, 그것은 우리의 높아진 문화 수준을 잘못 읽어내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오전도 오후도 관련 기관과 협의하면서 견학하고, 정장을 갖춰 격식 있는 세미나를 추진하면서, 그들 국가적 환대에 감동을 느꼈던 10년 전의 교육부 해외연수가 생각난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이런 해외연수가 충분히 가능한, 세련된 문화와 프로 의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인생과 삶의 태도에 대한 근원적 철학을 이 소소한 것에 빗대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로써 주어진 작은 일을 할 때에도 대상을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의식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테두리 안에서 모든 그림을 그리는, 사심을 배제한 ‘프로 의식’,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 세련된 문화 속에서 공적 해외연수가 이제 더 이상 부정과 부패의 범주로 논의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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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1 19:15

옛 철길의 변신, 전주·군산의 선택

‘도시 숲길로, 자전거길로, 레일바이크 명소로⋯.’ 옛 기찻길이 달라졌다. 고속열차 시대, 폐선된 옛 철길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시민 곁으로 속속 다가오고 있다. 군산시가 폐철길 유휴부지를 활용해 조성 중인 ‘철길숲’의 일부 구간을 연말 준공한다고 밝혀 기대를 모은다. 군산시는 지난해부터 구도심과 신도심을 잇는 사정삼거리∼옛 군산화물역 구간 철도 유휴부지 5.7㏊, 2.6㎞에 자연·역사·문화가 함께하는 철길숲을 조성하고 있다. 도심에 방치된 옛 기찻길을 지역의 대표 녹지공간, 시민 힐링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1970~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과 함께 옛 기찻길을 활용한 군산의 상징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밖에도 전북지역에서는 전주 팔복동 이팝나무길과 완주 만경강철교, 남원 옛 서도역 등이 철길 명소로 꼽힌다. 국가철도공단에서는 2015년부터 지자체를 대상으로 ‘철도 유휴부지 활용 사업’을 시행해 왔다. 지자체가 국가 소유의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모사업이다. 그러면서 쓸모를 잃고 버려진 전국 곳곳의 폐철길이 생태·문화공간, 관광명소 등으로 속속 탈바꿈했다. 익산시도 지난해 말 이 공모사업에 선정돼 전라선 폐선 이후 방치된 인화동 폐철도 부지에 도시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재의 역할을 다한 기찻길을 일부 보존하면서 주민친화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라선 철도가 지나는 전주도 도시 구간에 폐선 부지가 적지 않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가대표 관광도시 전주의 선택이 못내 아쉽다. 전주시는 폐지된 아중역~왜망실 왕복 3.4km 구간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해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 호남본부에서 제안한 폐선 부지 활용사업을 전주시가 선뜻 수용해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승인을 해준 것이다. 전주시는 이 레일바이크가 아중호수와 연계한 새로운 관광명물로 자리잡아 동부권 경기 활성화와 한옥마을 관광객 분산에 큰 보탬이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다면 개장 10년을 앞두고 있는 전주 레일바이크가 이 도시의 새로운 명물이 됐을까? 그렇지 않다. 주변에 딱히 볼거리도 없고, 차별화된 콘텐츠도 없다. 아직도 의문이다. 과연 레일바이크가 전주에 꼭 들어맞는 관광상품이라고 판단했을까? 당시 전국적으로 일었던 ‘레일바이크 붐’에 별 고민 없이 편승한 것은 아닐까? 전주에 레일바이크가 설치된 201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레일바이크 전성시대였다. 2005년 국내 최초로 경북 문경에서 개장한 후 강원도 정선과 삼척, 전남 여수·곡성 등으로 퍼지면서 한창 인기를 끌던 때였다. 아쉽다. 전주역 근처의 이 폐선 부지를 천편일률적인 레일바이크가 아닌 특색 있는 도시숲으로 조성해 인근 호동골 지방정원, 아중호수와 연계한 정원문화도시의 녹색 랜드마크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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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1.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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