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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동원 소집대상자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병력동원소집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편성이나 군 작전수요를 위하여 국가가 예비역, 군사교육을 마친 보충역과 법률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중 병역동원소집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에 대하여 현역 복무 외의 군 복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장교, 준사관, 부사관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은 군인사법에 의한 현역 계급의 연령 정년까지, 현역·상근예비역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 병과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은 복무를 마친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예비군에 편성되어 병력동원 소집대상자가 됩니다. 병력동원지정은 병력동원 소집대상자 중에서 군 소요를 충원할 수 있도록 최근 전역(간부 1~6년차, 병 1~4년차)한 예비군 적격자(계급, 병과, 군사특기)를 우선 동원 지정함으로써 소집부대 전투력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유사시 신속한 동원을 위하여 소집부대로부터 근거리 거주자를 동원지정합니다. 다만, 군 소요와 지역별 인원 분포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적격자가 없는 경우에는 유사 또는 비적소특기자가 지정될 수 있으며, 지역을 확산하여 동원지정합니다. 지방병무청장은 병력동원운용계획서에 의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 등 입영부대의 소집 소요를 감안하여 지역단위로 전산프로그램에 의하여 병력동원소집대상자를 지정합니다. 그리고 동원지정 된 사람 중 신상변동 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는 동원지정을 해제하고 동원지정이 안된 사람 중에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가 맞는 사람으로 대체 지정합니다. 병력동원소집 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은 평시에「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상용앱, e-mail, 등기우편 등으로 교부받게 되며, 신문·텔레비전 또는 라디오 등 공고를 통해 동원령이 선포되면 통지서에 기재된 일시 및 장소로 입영하여야 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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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7:44

남원 경찰학교 유치에 담긴 '균형 발전'

남원이 유치전에 뛰어든 제2중앙경찰학교는 영호남 상생 발전의 축이다. 여기에는 지역 균형 발전의 절실한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하지만 그간 공 들였던 공공의대 유치를 둘러싸고 소모전을 겪은 터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시민들 움직임이 조직화되는 가운데 영호남 6곳 시도 지사가 공동성명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힌 뒤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안타까운 지역 현실의 탈출구로 경찰학교 유치를 정조준 한 것이다. 1차 관문을 통과한 3곳의 후보지 중 남원 운봉은 입지 조건이 뛰어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2 공공의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도적이고 응집력있는 추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달 초 최종 선정을 앞두고 가장 큰 변수는 입지 경쟁력을 꼽고 있다. 운봉의 경우 기획재정부 소유의 유휴지인데 반해 충남 아산시와 예산군은 국유지 비율이 절반을 밑돌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운봉은 이런 점에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부합하고 신규 사업 예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경찰청 입장에서도 최적의 조건이다. 남원시도 이 점에 주목하고 우선적으로 별도의 행위제한 없이 신속 개발이 가능한 부지를 물색해 왔다. 그러면서 전국 교육생들의 교통 편의와 접근성에도 차별화를 꾀했다. 남원은 KTX와 SRT의 고속 철도 접근이 쉽고, 88 고속도로와 완주 순천 고속도로가 접해 있어 교통 요충지로 꼽힌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편중 해소를 뛰어 넘어 지역 균형 발전에 초점이 맞춰 있다. 현재 충주에 있는 본교의 기능 분산을 포석에 두고 신설되는 제2중앙경찰학교도 이런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경쟁 후보지 충남 아산에 경찰대, 경찰인재개발원이 들어서 있는 데다 같은 충청권에 중앙경찰학교까지 몰려 있어 가급적이면 충청 이남 분산 배치가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영호남 6곳 시도지사도 이런 지방 균형발전 기조에 공감을 표시하고 남원이 그 취지에 부합된다며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금도 산업 교통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균형 발전 의미는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남원은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대의 후폭풍이 지역 사회 전체를 집어삼켰다. 하루아침에 학생 교직원 1000명 이상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주민들은 멘붕에 빠지고 경제는 활기를 잃고 침체를 거듭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공공의대 유치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의 희망 고문이 6년간 이어지면서 깊은 좌절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연간 5천명을 교육하는 경찰학교 유치도 결국 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고 지역 발전의 모멘텀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취지다. 덧붙이면, 과거 남원의 영광을 되찾자는 일종의 재도약 선언인 셈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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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10.17 17:44

문학은 죽었는가

가을이 되자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단풍 맞이에 여념이 없다. 말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현대 사회 특징인 빠른 삶의 속도는 독서 시간과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아 갔다. 바쁜 일상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책을 손에 들 여유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의 부상이다. 인터넷과 핸드폰의 발달로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사람들의 여가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콘텐츠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보다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현상은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정보 소비 방식의 변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또한 전자책이 대중화되어가는 추세는 종이책을 멀리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서 문화의 쇠퇴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독서는 집중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빠르게 소모하는 정보를 선호하는데도 이유가 있다. 이는 좋은 독서 습관 형성을 방해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적 요소는 독서를 장려할 수 있는 기회지만,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디지털 콘텐츠의 영향으로 책을 읽기보다는 레저 또는 여행으로 내모는 현실이 되었다. 이는 출판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골목 책방을 줄줄이 도산시키는 직격탄이기도 하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에 선정되었다.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문학계의 낭보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123년 노벨문학상 역사에서 아시아 여성이 받은 이 상은 세계 문학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문학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현대 사회에서 '문학은 죽었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성찰과 감동을 주는 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예를 들면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인간 본성과 사회의 규범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이처럼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문학 작품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깨달음을 제공한다. 또한, 문학상 수상 소식은 많은 작가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동시에 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했다. 요즘 대두되는 ‘문학은 죽었는가?’ 이 질문은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와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자주 회자한다. 많은 이들이 문학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영미 문학의 고전인 조지 오웰의 '1984'는 오늘날의 사회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 소설은 전체주의와 감시 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어,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문학이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독서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문학 작품에 다양하게 접근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학 작품은 독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문학은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서 우리의 삶과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제 고사해 가던 문학이 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찬스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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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5:57

하루의 보람과 평화는 어떻게 오는가?

장석주 시인 우리가 삶에서 구하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평온이나 고요의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아침 일찍 동네 빵집에 들러 갓 구운 빵을 사고, 단골 카페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오후엔 상수리나무 숲속을 거닐며 보낸다. 우리 인생은 아무 일없이 지나가는 밋밋한 하루들이 쌓여 이루어진다. 분명한 건 하루의 보람과 평화는 공짜로 얻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내적 열망과 엄청난 에너지를 품지 않고는 가질 수 없다. 우리의 심심한 일상은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무너지는가! 그걸 잊고 살다가 소중한 것들이 잃어버린 다음에야 우리는 화들짝 깨닫는다. 우리가 살아낸 보통의 하루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기적인가를! 2022년 8월12일 열한시 십오분 전, 사방이 화창한 금요일 오전이다. 그 시각 뉴욕시의 한 원형극장 무대에 올랐던 유명한 작가가 피습을 당한다. ‘악마의 시’로 알려진 일흔다섯 살의 작가 살만 루슈디가 그 피해자다. 그를 표적 삼은 가해자는 무슬림 극단주의자들 중 하나로 스물넷 된 청년이다. 어디선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노작가의 목과 눈을 칼로 찔렀지만 이 흉측한 ‘영웅’의 역겨운 의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루슈디는 열다섯 군데나 자상을 입고 눈 한쪽을 잃었다. 과연 가해자는 알았을까? 그가 휘두른 칼이 루슈디의 목을 관통했을 때 단박에 한 사람의 자유를 앗아갔으며, 일상과 평화를 산산조각 냈다는 것을. 루슈디는 죽음과 대면한 상태로 외상병원으로 호송 되어 칼에 깊이 베이고 찢긴 데를 금속봉합기로 고정한 채 수술을 받는다. 최고의 의사들이 맡은 외과수술은 잘 끝나고, 그는 고통 속에서 재활 훈련을 받으며 혼자 샤워를 하고 걷는 법을 배운다. 이제 그는 경찰과 보안회사 인력의 철저한 경호 아래 예전의 일상을 되찾고 보통의 삶을 회복하는 중이다. 괴한이 루슈디를 공격한 도구는 칼이다. 칼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주방에서 그것은 조리 도구지만 누군가를 찌를 때는 무기가 된다. 하지만 칼은 도덕적으로 나쁘거나 좋은 게 아니다. 칼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중립인데, 그걸 손에 쥔 자의 의도에 따라 그 도덕적 평판이 나빠지거나 좋아지는 것이다. 작가에겐 언어가 칼이다. 루슈디는 제 피습 과정의 전말을 담은 ‘나이프’라는 책을 펴내는데, 거기에서 ‘언어도 칼이었다. 언어는 세상을 베어 세상의 의미를, 그 내적 작동 방식과 비밀과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다. 언어는 하나의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베어 들어갈 수 있었다’라고 쓴다. 따지고보면 인류는 태초 이래 폭력에 날 것으로 드러낸 채로 생존을 이어왔다. 인류 역사는 폭력에 얽힌 고약한 서사로 얼룩져 있다는 측면에서 폭력은 역사의 상수이다. 그것은 개인 간 다툼에서 빚어진 소규모 폭행들, 즉 교제 살인, 조리돌림, ‘학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의 유대인 학살, 일본 군대가 저지른 중국 난징 시민 도륙, 크메르루주가 벌인 자국민 150만 학살, 1980년 5월 항쟁 시민 학살까지 그 범주는 아주 넓다. 이 세상 어디에나 이 끔찍한 것이 편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이 이것과의 투쟁에서 쟁취되는 것임을 뜻한다. 루슈디의 피습 사건이 일러주는 것은 폭력이 우리 일상의 어둡고 추악한 일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증오와 악의에 의해 추동된 폭력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고, 꿈과 행복을 일그러뜨린다. 폭력은 피해자의 몸에 위해를 입히고 인간 존엄을 부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훼손의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폭력과 미구에 일어날 폭력 사이에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폭력은 우리 삶에 음침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호시탐탐 공격할 기회를 엿본다. 우리가 멀쩡한 신체로 먹고 웃으며 기도하고 산다는 건 지구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광기어린 폭력의 사육제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어떤 폭력도 용인되지 않아야 하며, 그것에 도덕적 정당성을 허락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인류 공동체가 힘을 합쳐 싸워야 할 대상이다. 우리 생명과 존엄, 가족의 안위, 사회의 질서와 도덕적 가치를 지켜내려면 우리는 폭력, 광기와 증오, 일체의 차별에 맞서야 한다. 우리 곁을 떠도는 이 유령이 방심한 틈을 노려 우리와 가족을 공격하고, 일상의 안녕과 평화를 깨부술 것이기 때문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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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5:09

전시장의 뒤편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우만컴퍼니 대표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물어오면 대답을 고르기가 어려운 때가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문화 기획’을 한다고 할 수 있지만 ‘기획자’라는 게 어딘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에야 “지역에서 문화 기획하며 출판사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매끈하게 소개를 하지만 한때는 그랬다. 기획자라는 게 어딘가 사기꾼 같은 면모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종이에 담긴 계획과 청사진을 실현해 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건 때로 계획보다 월등히 좋을 수도 있고, 계획된 바에 미치진 못했으나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과업을 맡긴 사람은 기획자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기에 신뢰의 무게를 견디며 자신의 맡은 임무를 해내는 것이 기획자인데, 이런 업을 하다 보면 매끈한 전시나 행사장에 가서 뒷면을 상상하게 된다. 그곳은 우스갯소리로 “전시 기획의 정수는 막노동이다.”라고 하는 말의 현장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이른 아침에 집결하는가? Y -목장갑에 익숙하고, 공구와 크레인을 능히 쓰는가? Y -점심엔 국밥, 저녁 설치 완료 후에는 고기를 먹는가? Y -현장이라고 부르는가? Y -작업이 끝나면 어딘가 피가 나거나 멍이 들어있는가? Y -공기를 마치기 위해 주야 없이 작업하는가? Y -가족보다 화물차 기사님을 더 자주 만나는가? Y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노동력에 기대는가? Y 완벽하게 잘려 시공된 시트와 디자인과 작품 그리고 유려한 동선을 자랑하는 행사장의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다. 이건 비단 하나의 공간을 넘어서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아 완성되는 책이나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글은 글을 쓴 사람과 닮았다. 종이에 기계적으로 인쇄된 자간과 행간일 뿐이지만, 그 사람만이 해석할 수 있는 문장과 사용되는 단어와 조사의 흐름 안에서 글을 쓴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잡지에서 촬영한 인터뷰 사진에서 드러난 뼈가 도드라진 발이라던가, 자신이 대중 앞에 서는 게 서툴다며 유창한 강연 대신 인쇄해 온 글을 읽던 모습이라던가, 머리를 넘기는 습관 때문에 헤집어져 있던 머리카락이라던가. 그럴 때면 글자들을 만져본다. 어떤 입체감도 느껴지지 않는 종이 속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읽어본다. 영화를 볼 때도 카메라에 담긴 화면을 바라보면서 카메라 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로케이션의 순간부터 촬영에 들어갔을 때의 모습 그리고 편집실에서의 뒷모습 같은 것. 영화를 보면서 촬영장에서 무전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모니터 룸에서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촬영본을 확인하는 감독과 배우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건 영화를 이해하거나 비평하는 데 도움 되진 않지만, 영화가 살아있다는 느낌은 든다. 생동감 있는 손길과 호흡이 섞여 만들어낸 자식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사람이 만들어 낸 행사나 전시 또는 작품을 보면 작고 큰 희로애락 속에서 헤엄치는 사람의 인생사에서 가장 매끈한 것만 모아 담아놓은 것 같다.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걸 위해 며칠, 몇 달을 전전긍긍하며 보기 좋은 만듦새로 담아내는 시간, 염원, 바람, 열정... 비물질적인 것이 물질적인 것에 담겨 전해지는 걸 상상해 보면서 결국 영원히 내가 사기꾼 같다는 기분을 떨쳐내지는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기획’을 하는 건 결국 어떤 아름다움의 이면에 매료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우만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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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5:07

국토정보공사(LX), 측량정보가 줄줄 샌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 직원들이 측량정보를 무단 유출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데다 정부의 경영평가에서도 2년 연속 D등급을 받아, 획기적인 경영혁신이 요구된다. 지적측량과 공간정보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공기업인 LX는 전통적으로 지적측량이 핵심업무였다. 지적측량은 각 필지의 경계 또는 좌표와 면적을 정하는 것으로, 땅의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기본 정보다. 고객이 측량을 의뢰한 뒤 정해진 수수료를 납부하면, LX는 상담을 통해 계획서를 제출하고 현지측량에 나선다. 이후 측량결과부를 토대로 관할 지적소관청에 등기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 측량정보를 직원들이 무단으로 빼내 돈을 받고 사설업체에 제공하거나 자신이 관여하는 업체에서 활용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잇달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1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LX의 한 지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4개월간 측량정보시스템 '랜디고'에 대한 고급 접근 권한을 이용해 측량정보를 외부로 유출해 친형과 배우자가 공동 대표로 있는 지적측량업체에 전달한 혐의로 파면 조치됐다. 또 전현직 팀장들도 측량정보를 유출하다 적발됐다. 현직 팀장은 143건의 측량 파일을 개인 웹메일을 통해 유출한 혐의로 파면됐고, 전직 팀장은 245건의 측량정보를 외부 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고발 조치됐다. 특히 전직 팀장은 퇴직 후에도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추가로 6건의 측량파일을 유출하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측량정보 무단 유출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것을 보면 단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LX 내부의 오래 전부터 곪아왔던 문제들이 이제야 터진 것"이라면서 “정보 유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LX는 사업수익 악화로 2022년 -164억원, 2023년 –716억원, 올해 –1200억원 등 3년 연속 적자행진이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는 등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자체 진단이다. 이들 적자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꾸는 수밖에 없다. 2013년 전주·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LX가 환골탈태를 통해 건실한 공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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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0.17 12:44

국가 재정부담 지방에 떠넘겨선 안된다

정부의 세수예측 실패가 고스란히 지방재정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세가 재추계 되면서 지방재정의 안정성은 물론, 지속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7조1천억원의 보통교부세와 10조1천억원의 보통교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지방채를 발생하고, 교육청은 자체 기금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국세가 줄면 지방교부세와 각 교부금 역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정해야 하나 중앙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자치단체에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국가의 부담을 고스란히 지방에 떠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위축, 세수 예측 실패 등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미지급한 교부세와 교부금을 즉시 지급하는게 이 상황에서는 그나마 해법이 될 수 있다. 올해도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약 29조6천억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액도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전북에 내려올 정부 교부액이 67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재정 운용에 비상이 걸렸음은 물론이다. 국세감소로 인해 2024년도 전국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 교부될 보통교부세는 당초 59조 8000억 원 대비 4조 1000억 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전북에 국한하면 도 757억 원, 시군은 3200억 원이 감액될 전망이며, 교육청에 지급되는 보통교부금 감액 규모(2757억원)를 감안하면 전북자치도 본청, 도교육청, 각 시군을 합한 액수는 무려 6734억 원이나 된다. 중앙정부에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사업규모 축소는 물론, 연도내 집행 불가사업 삭감은 불가피한 조치다. 각종 행사성 사업 규모를 줄이고 경상경비 또한 최대 20%까지 일괄 삭감한 바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채 1130억 원 발행하고 재정안정화 기금과 지역개발기금에서 1122억 원을 가져다 썼다. 도교육청은 1580억 원의 기금에서 부족분을 보충한 바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중앙, 지방 할것 없이 마른 수건도 한번 더 짜는 자세로 긴축재정을 운용해야 하지만,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아 신음하고 있는 전북같은 지역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는 불합리한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0.17 11:32

도덕률에서 황금률로 머무를 때까지

전주에 있는 병원에 가려고 광주 사무실을 나서서 차를 운전하여 동광주 IC를 빠져나와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진입하였다. 주말과 주일에는 누님과 매형, 조카들까지 나서서 병문안과 돌봄을 해드리고, 나는 주중에 병원에 들러 살펴드리지만, 병원을 나설 때에는 간호사와 돌보는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오는 게 가슴이 많이 아팠다. 병원에 입원하실 때만 해도 막연하나마 좀 지나면 퇴원하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어서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가는 일정이 힘들지 않았다. 병상에서 누워 계시다가 너무 늦으면 안되니 이제 돌아가라고 말씀하시는데 일어설 수가 없어 앉아 있다가 자정 넘어 일어나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날이 많아지던 중, 봄을 지나 한여름, 늦가을, 겨울로 접어들었다. 나는 인간적 힘겨움을 잠재우려고 동양 고전 서적, 성리학자들의 마음 학문에 관한 고전, 근대 서양철학자들의 이성과 정신론, 도덕신앙론, 신학론을 다시 펼쳐 들고 깊이 파고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있게 하신 분에 대한 마음의 원리인 효, 그 이치를 깨닫게 인도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분에 대한 사유와 묵상을 할 틈이 없이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까지 다녔던 것 같다. 걱정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눈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고 담대하게 말하고 행동하였지만 나 스스로는 사별을 예감한 혼돈의 시간이었다. 여러 병원을 알아보고 병원을 옮기는 데 애써준 누님 내외분과 아내, 병환의 치료를 위해 귀한 약재를 달인 물을 건네주고, 병원까지 차로 태워다 주며, 병원에 와서 휠체어를 밀어주기까지 한 친구들의 손길 가운데, 나는 다시 광주에서 서울로 떠나야 했다. 서울로 올라와 집에서 사무실을 오가다가 늦은 겨울 아침 출근 길에 1년 후배와 같이 지하철 안에서 아내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달려가 그날 천국으로 보내드렸다. 다음 해 여름 청주로 다시 옮긴 후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숙소에서 신학 서적을 정독하며 지내던 어느 날 이른 아침 동편 하늘에 아침 빛과 구름이 맞물려 열린 구름사이로 빛이 내려오는 현상을 보고 감탄을 하였다. 그 현상을 보면서 광주와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갈 때 새벽녘 고속도로 굽은 구역에서 운전하는 차 앞으로 달려오는 게 고라니가 아니라 암벽이었던 장면을 보여준 날이 떠올라 기도를 드리며 긴 묵상을 하였다. 내가 보았다고 한 장면이나 현상이 하나의 환상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 동안 지내왔던 고된 시간들에 대한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분의 응축된 가르침이라는 것을 지득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잡고 있던 도덕률이 서적에 적혀있는 문자가 아니라 실천으로 현시되어야 하는 삶의 원리이자 정언명령이라는 사실을 되새겨보았다. 자신을 가해하는 부친과 아우들을 관용과 포용으로 아우르는 순 황제, 육신을 다하여 부모를 봉양하는 수사제 태자, 갈대밭에 있는 배에 올라예상된 희생을 감수하는 공자 급과 수, 리디아 크로이소스와 결전을 앞둔 아브라다타스에게 맹세하는 판테아의 언행들, 이는 인간들이 이뤄낸 삶의 원리들이었다. 그러한 삶의 원리들을 실천하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에 들어있는 황금률이 자리잡게 되고, 사랑과 겸손이 뒤따른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수년 전 서울,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가는 고속도로와 길에서 나 보다 먼저 내미는 손길들을 감사하게 받았고, 어머님을 천국으로 보내드린 후 더 깊이 깨달으며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제 서울과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가던 그 길을 나 자신의 순례길이라고 내 마음과 영혼속에 새겨놓고, 그 새김을 하나하나 실천하리라 묵상해 본다. 김석우 LKB&PARTNERS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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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10.16 18:35

위원장 없는 새만금위원회

대한민국 국책사업 중 예산 규모나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감안할때 가장 굵직한 것을 든다면 단연 국토 서부권의 새만금사업과 동부권의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꼽힌다. 그런데 새만금사업은 제대로 추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중단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새만금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의사결정 기구인 새만금위원회의 운영실태를 보면 가관이다. 민간위원장이 무려 8개월째 공석 상태다.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사업의 효율적인 개발, 관리 및 환경보전 등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2009년에 설치된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맡게 되는데 총리는 행정부를 총괄하는 입장인지라 민간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임 박영기 위원장이 지난 2월말 임기가 끝났기에 후임자를 진작 임명했어야 하나 어느 누구하나 챙기는 사람이 없기에 공백상태가 장기화 하고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승우 전 정무부지사가 새만금위원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물망에 올랐으나, 김대기 비서실장이 물러나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후 지역정가에서는 김홍국 하림회장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대기업 총수가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새만금위원장을 맡는 것은 어색하다는 판단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됐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누구도 새만금위원장을 챙기는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자칫하면 이런 상황이 올해는 물론, 내년 초까지 계속될 소지가 커 보인다. 역대 전북지사를 지냈던 강현욱, 조남조씨를 비롯해 관료 출신인 이연택, 오종남씨, 학계 출신인 소순열, 박영기씨 등이 위원장을 맡았으나 지금같은 위원장 장기 공백 사태는 없었다. 공동위원장인 총리가 있다고 하지만 총리는 회의 참가조차 어려워 당연히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에 주요 안건은 전체 위원회에 상정해서 논의할 수 조차 없는 구조다.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사업 관련 중요 의사결정 사항을 심의하고 기본구상, 기본계획 등을 심의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안은 물론,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P) 수립 추진상황 등도 당연히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결하고 그 기조하에서 새만금개발청이나 개발공사는 실행을 하는 시스템이다.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국정감사에 이어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이 얼마나 확보될지가 도민들의 초미 관심사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위원장이 8개월째 공석인 사태, 이게 바로 오늘날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새만금사업의 현주소다. 당장 새만금위원장을 새 인물로 임명해서 공백 사태를 치유하는게 지금 대통령실이 할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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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10.16 14:44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계획 서둘러야

전주실내체육관을 놓고 지역사회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신축 이전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체육관 철거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전주실내체육관 신축 이전’ 계획에 따른 새 시설은 이미 착공했다. 지난 6월 전주 여의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복합스포츠타운에서 착공식을 연 새 체육관은 지하 1층~지상 3층에 연면적 1만4225㎡, 수용 인원 6000명 규모로 오는 2026년 준공될 예정이다. 전북대 부지에 위치한 기존 실내체육관은 1973년 지어져 반세기를 넘긴 낡은 시설물이다. 체육관 신축 논의는 꽤나 오래됐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불편과 안전 문제가 꾸준히 불거졌기 때문이다. KCC 농구단의 활약으로 지역에 농구 열기가 뜨거웠을 때 시설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전주시에 숙제를 안겼다. KCC 농구단이 전주를 떠난 것도 결국은 너무나 낡은 경기장 시설 때문이다. 전주시에서 2010년께 실내체육관 신축 이전 계획을 추진했지만 막대한 예산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이후 현 체육관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곧바로 철회하고 다시 신축으로 방향을 정했다. 리모델링으로는 심하게 낙후된 경기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전주시의원들이 체육관 철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만큼 철거가 아닌 리모델링을 통해 시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시설 철거 이후 부지 활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체육관 철거가 지연되면서 전북대는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북대가 정부 공모에 선정돼 야심차게 추진하는 이 사업 부지에 전주실내체육관이 포함돼 있어 체육관 철거 문제가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체육관 철거 일정과 함께 철거 후 부지활용 계획 등을 전북대와 협의한 후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전주실내체육관 건물이 시민의 추억이 담긴 건축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안전이다. 기존 시설물을 박제화할 계획이 아니고 시민 체육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당연히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위험요소가 있다면 철거를 늦출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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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0.16 13:38

제2경찰학교, 남원 유치에 힘을 모으자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경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극심한 정치 논리가 득세하는가 하면 지역간의 감정적인 경쟁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전북자치도와 남원시는 국토균형발전과 접근성, 경제성, 역사성 및 탁월한 자연환경 등 논리적으로 접근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 경찰청은 올들어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의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수용인원 연 5000명 규모의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방침을 세우고 후보지 공모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47개 기초자치단체가 응모했으며 부지심사를 거쳐 지난달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 예산군 등 3곳을 1차 후보지로 선정했다. 경찰청은 이번 달에 부지실사와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갖고 11월초에 최종 부지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자치도를 비롯한 영호남광역단체장 6명은 지난달 30일 ‘제2중앙경찰학교 호남지역 유치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남원 유치를 지지했다. 이들은 영남·호남 상생 발전과 교류 활성화, 교통여건 개선,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남원이 적지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발끈했다. 지난 14일 ‘제2중앙경찰학교 충남 설립을 위한 충청권 공동건의문’을 주도하면서 “만약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 지사는 지난 8월에 ‘누구라고 밝히기 어려운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화해서 유치를 청탁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정치 논리 배제를 말하면서 뒤로는 정치적 해결을 시도한 셈이다. 이러한 기 싸움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자제해야 마땅하다. 부지 선정문제는 경찰청 자체의 판단에 맡기는게 옳다. 경찰청은 부지선정 기준을 정하면서 지역을 비수도권으로 제한했다. 국가현안인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적지는 남원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학교는 이미 충청권에 있고 제2경찰학교 후보지 2곳도 같은 충청권이다. 지금 충청권은 수충권(首忠圈)이라 해서 이미 수도권이나 다름 없는 지역이다. 반면 남원은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고, 100% 유휴국공유지여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도 부합한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자연환경과 황산대첩의 전승지요 한국전쟁 당시 빨찌산 격전지로 역사성도 갖추고 있다. 경찰청은 정치 논리를 떠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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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0.16 12:44

가을의 선물,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가을은 자연의 선물이다. 햇살이 눈 부시고 바람이 좋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을 선사하려고 지난여름 그토록 더웠나 보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한상대회) 개막을 앞둔 전북대학교 캠퍼스는 젊음의 활기로 물씬하다. “드디어 다음 주에 그날이 시작됩니다.” 기업전시관과 시군 홍보부스가 조성된 대운동장 대형텐트 옆, 소운동장은 축제가 개봉박두한 국제대회로 들떠있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10월 22일부터 10월 24일까지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전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2002년부터 시작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매년 세계 각지의 재외동포 경제인들과 국내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다. 60여 개 나라, 3천여 명의 기업인이 수출과 무역 정보를 교환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민족 경제영토를 넓히는 국제 비즈니스의 장(場)이다 변변한 컨벤션센터 하나 없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국내외 동포 기업인들의 잔치인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기적이다. 김관영 지사의 발상 전환과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을 비롯한 국내외 동포 경제인들의 고국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고귀한 애국심의 발로다. 전북대학교는 그 대전환 발상지이자 개최지다. 이번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를 보고 지난 제33회 파리올림픽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파리올림픽의 가장 큰 성과는 대형 올림픽 콤플렉스 대신에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를 경기장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5개의 금메달을 땄던 양궁 경기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안치된 앵발리드 광장에서 펼쳐졌고 승마 경기는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실시되었다. 압권은 에펠탑 앞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으로 주연(비치발리볼 선수)보다 조연(에펠탑)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기존 시설과 임시시설을 활용한 파리올림픽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창출해 대형 국제행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의 아지트, 전북대학교 일원에서 치러지는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제2의 파리올림픽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그 어느 곳과 견줄 수 없는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집적소다. 1960년대부터 밀어닥친 공업화의 물결에서도 전북은 푸른 강산과 황금빛 농경지를 보유・보존해왔다. 후백제의 왕도와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한옥마을을 비롯한 전북 14개 시군은 가는 곳마다 전통문화 보유지이자 유적지다. 파리에서 자유・평등・박애의 프랑스 혁명이 발생했다면 정읍을 비롯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한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다. 세계한인비즈니스는 이런 전북특별자치도의 브랜드가치를 알리고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한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 책임 전가로 예산삭감의 수모를 겪어야 했던 도민의 상흔을 치유하고 윤석열 정부의 후안무치를 만천하에 재확인할 수 있는 천우신조다. 도민의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전환점이 될 대형 국제대회의 성패 요인은 유형의 공간이기보다는 '온정'이라는 전북자치도 특유의 무형 자산이다. 손님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길과 웃음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전북특별자치도에 주는 가을의 선물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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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5 18:12

흔들리는 민주당의 호남 민심, 역풍일까

지난 4월 총선 이후 민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을 확인하는 선거 결과가 오늘 밤(16일) 나온다. 전통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민주당 아성에 총선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조국당)이 도전장을 낸 전남 영광과 곡성군수 재보궐 투표가 있는 날이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간에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이 지역 민심 변화는 그동안 맹주를 자처해 온 민주당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남겼다. 조국당, 진보당과의 선거전이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되자 부랴부랴 지도부가 여러 차례 총출동하고 화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심상치 않은 바닥 민심을 직감했다. '호남 싹쓸이' 로 상징되는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유권자 반감이 작용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과 맞서 판세가 불리해지자 조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이처럼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 평가 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실상 대안 세력으로 조국당을 점찍으면서 호남 주도권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거란 예상이다. 민주당의 선거 과정은 그동안 누적된 당의 안타까운 상황이 그대로 녹아 있다. 독보적 지위를 누리던 호남의 총선 민심에서 과거와 다른 이상 기류를 감지했다. 지역구 28석을 모두 휩쓸어 겉으론 압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변의 변화 조짐은 호남 1위를 차지한 조국당의 정당 득표율에 있었다. 민심과 동떨어진 개딸 득세의 '비명횡사' 공천을 비롯해 이 대표 방탄 위주의 당 운영, 호남 출신 요직 배제 등에 대한 불만을 회초리 대신 대항마 찾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유권자 일편단심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그간 민주당 후보가 못마땅 해도 선택지가 없었던 것에 비해 그를 대체할 만한 후보가 있기에 경쟁 시스템이 작동한 셈이다.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눈높이를 못 맞추면 경쟁에서 낙오되기 마련이다. 호남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는 두 당의 선명성 경쟁은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다. 지금까지 선거 양상이 민주당의 일방적 독주로 맥 빠진 것에 비하면 서로 난타전을 방불케 하는 숨막히는 경쟁은 눈에 띄는 변화다. 실제 영광군수 예비후보 등록 8명, 곡성군수 6명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조국당의 달라진 위상과 함께 유권자 기대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동안 독주를 거듭해 왔던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전횡에 대한 피로감뿐 아니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유권자의 자괴감이 반영된 결과다. 근래 보기 드물게 앞다퉈 벌이는 정당의 경쟁 시스템은 역동적 변화를 불러 오고, 유권자 표정도 밝게 만들었다. 경쟁을 통해서만 정치인 생각과 환경이 바뀐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비례대표 12석을 차지해 원내 3당으로 등극한 조국당 앞에 놓여진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확고한 지지 기반도 없이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타도와 검찰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강한 선명성으로 존재감을 보였지만 지역구 의원이 없어 조직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는 남다르다. 그런 상황에서 전북에서도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입당 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강동원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최영심 전 도의원, 임형택 전 시의원, 김왕중 임실군의원과 정호영 전 도의원, 신영자 전 시의원, 김성수 전 군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26년 지방선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0.15 18:10

소리로 통하는 공동체, 시민오케스트라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첫눈에 반하는 사건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스무 살 무렵 등산길에서 마주쳤던 흐드러진 산딸나무에 반했었고, 어느 출근길 이어폰에서 랜덤으로 재생되던 선율에 반한 적이 있다. 예상치 못한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지게 했던 소리의 발상지는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였다.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전문 클래스도 전공자도 드문 소도시에서 클라리넷이란 흡사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나의 일상과 동떨어진 찬란한 존재 같았다. 놀랍게도 불과 1년 후에 당시 근무하던 조합 홍보 현장에서 우연히 클라리넷 연주를 접하고 동아리를 추진해 스승을 모셨으니, 나의 관악 입문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각자의 사연들이 모여 반짝이는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남원윈드오케스트라는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유포니움, 호른 등 다양한 관악기 동호인 30여 명으로 결성된 아마추어 시민 연주단이다. 88회 춘향제 길놀이를 미리 준비하기 위한 시민참여 프로젝트로 2017년에 창단되었다. 당시‘매력적인 직업계고’육성사업에 선정된 남원용성고등학교와 다양한 시민 동아리를 운영 중이던 남원생협, 춘향제전위원회와 한국음악협회 남원지부가 4자 협약을 통해 음악을 통한 시민화합에 뜻을 모았다. 한 달여 만에 40명이 넘는 단원들이 모였는데, 남원지역 중장년 세대의 학창 시절 명물이었던 남원농고(현 용성고) 관악부 출신들이 대거 합류하였다. 농부, 자영업자, 교사, 공무원, 은퇴자 등 각계각층 시민들과 용성고등학교 방과후 관악반 학생들까지 10대부터 70대가 함께한 88회 춘향제 길놀이를 본 지역 어르신들은 예전 남원 농고의 시가행진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반가워했고, 여행 감독 고재열 기자는 SNS를 통해 춘향제 소감을 이렇게 회고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것은 퍼레이드였다. 동원형이 아니라 자율형이 분명했다. 스스로 즐기기 위해 나왔다. 다른 축제가 결코 풀지 못한 숙제를 이미 푼 상태다…….″ 중창이나 합창, 합주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소리를 내는 것보다 남의 소리를 잘 듣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각자가 표현하는 부분들이 만나 조화로운 화음을 이룰 때 뭉클한 감동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처럼 오케스트라는 몸으로 공동체의 원리를 체득하는 교육의 장이며, 비대면 시대에 더욱 특별한 대면의 장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가 지역에 안착하려면 사람과 공간, 시간의 누적이 모두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관건은 바로 공간이다. 큰 합주 공간 하나와 다수의 작은 파트 연습공간이 정기적으로 필요한 특성상, 지역의 유휴 공간과 잘 연결된다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예술 동호회가 공유하는 공간이 있다면 장르를 넘어 소통하는 생활 문화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는 다양한 전문 오케스트라와 시민 오케스트라가 있고, 65개의 초중고 학교 오케스트라가 있다. 14개 시군에 모두 분포된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전문 예술인 유출도 심각한 지경인데, 문화 예술 생태계를 지켜내는 작은 보루로서 지역 오케스트라는 정책적으로 육성할 가치가 충분한 영역이다. 오는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남원 광한루원 일대에서 진행되는 문화의 달 축제에 남원윈드오케스트라가 완월정 무대에 오른다. 시민 오케스트라 또 한 번의 비상이 기대된다.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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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10.15 16:41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뿌리는 전라북도이다

전라북도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였고 중심지였습니다. 1894년 고부봉기, 백산집회, 황토현 전투, 전주성 전투, 완산 전투, 대둔산 전투의 무대가 전라북도였습니다. 전라북도를 빼놓고 동학농민혁명을 논할 수 없습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농민 수탈과 외세의 침략에 맞서 반외세, 반봉건 기치를 내걸고 일어난 농민봉기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동학농민혁명은 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 태동할 수 있는 정신적 뿌리였습니다. 동학교도 수는 200만 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조선의 인구 2천만 명의 약 10%였습니다. 1860년 동학이 창시된 후 30년 만에 동학교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근대 역사에서 희귀한 사례였습니다. 동학교도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던 평등사상과 평등문자의 결합으로 가능했습니다... 동학사상의 근본은 ‘인내천(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본주의, 인간 평등사상에 있었습니다. 동학은 귀천, 지위, 남녀를 차별하지 않을 것을 내세웠습니다. 동학사상을 널리 퍼뜨리는 수단으로 평등문자인 한글을 사용해 ‘용담가’, ‘권학가’ 등 노랫말을 지어 널리 보급했습니다. 그 에너지는 전주성 점령 이후 맺어진 전주화약으로 탄생한‘집강소’라는 농민자치행정기구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당시 폐정개혁안 12개조를 발표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신분상의 모든 차별대우 철폐였습니다. 공화제의 기반인 ‘인격의 평등권’을 내세운 것입니다.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은 ‘파리코뮌’을 낳았고, 프랑스 제1공화국의 건설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도 1894년 파리코뮌과 성격이 유사한 자치행정기구를 만든 역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사망자 수에 대해 역사학자 박은식은 30여만 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그 자체로 강렬한 사건이며 후대의 역사에 깊은 영향을 끼칩니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는 사망자 580여 명 포함 총 7,200여 명입니다. 이 비극과 희생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면면히 어어졌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은 기억되고 또 기억되어 우라나라의 민주화를 추동했습니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났고 그 해 4월 11일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습니다.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이 공화국임을 대내외에 선포했습니다.조선 왕정의 역사는 500년에 이르렀고, 입헌군주정 국가 대한제국은 1897년에 선포됐습니다 .1910년 한일병합으로 조선 왕정이 끝난 지 불과 채 9년이 지나지 않아 입헌군주정이 아닌 공화정 국가 대한민국이 선포된 것입니다. 저는 그 배경에 동학농민혁명이 있었다고 봅니다. 백성의 목숨을 지키고 민생의 어려움을 돌봐야 할 왕이 자기 나라의 군대를 동원하고 외세까지 끌어들여 수많은 백성들을 죽게 했습니다. 그리고 끝내 1910년 국권침탈의 치욕으로 이어졌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의 희생과 좌절의 기억이 면면히 이어져 25년 후 공화국,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1980년 광주의 기억이 1987년 민주화의 원동력이 되었듯이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기억이 1910년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전라북도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라북도는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 건설의 원류이자 뿌리입니다. 이 자부심을 되살려 전북 대도약의 도약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공화국을 만들었던 역사적 혁명정신을 되살려 대한민국의 발전의 중심에 전라북도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정동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병

  • 오피니언
  • 기고
  • 2024.10.15 16:41

번역의 힘과 국가의 역할

서점가가 뜨겁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몰고 온 독자들의 행렬 덕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주목받는 것은 또 있다. 번역의 힘이다. 2016년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즈음해서도 번역가의 역할은 큰 관심을 모았다. 데보라 스미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30대의 영국 번역가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직업으로 번역가를 선택하면서 번역가가 거의 없던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소아스런던대학 에 들어가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채식주의자>는 그의 첫 영문 번역소설이다. 한국어를 배운지 3년 만에 이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한 그는 한강의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도 번역했다. 이중 <흰>은 부커상을 수상한지 2년 만인 2018년, 다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2016년 <채식주의자>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던 뉴욕타임스는 한강과 함께 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의 품격 있는 번역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부커상을 수상한 그해, 서울국제도서전 초청으로 서울에 온 그는 인터뷰에서 “더 많은 한국문학이 좋은 번역으로 해외에 나가야 하지만 노벨문학상에 대한 한국사회의 집착은 당황스럽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경란과 피에르 비지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공동 번역한 번역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어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로 번역되어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올해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안겼다. 1990년대부터 번역을 시작한 최경란은 초기에 주로 프랑스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했으나 김영하의 소설을 계기로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30년 넘게 출판업에 종사해온 피에르 비지유는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이미 자신의 출판사에서 프랑스어로 출간했을 정도로 한강의 소설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번역가이자 출판인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번역의 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작가들이 국제적인 문학상을 받으면서 번역에 관심이 커지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한국문학 번역의 물살이 밀려오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들여다보면 한국문학 번역을 이끌어온 것은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과 교보생명의 대산문화재단이다. 그러나 시작은 국가기관이 아닌 대산문화재단이 먼저였다. 이제 세계가 한국문학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을 위해서는 번역의 힘이 필요하다. 번역의 동력을 키우는 일, 국가의 역할이 명료해졌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0.15 15:52

환자에게 이름뿐인 치매안심마을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치매안심마을사업이 이름만 ‘안심’일뿐 치매환자들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치매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치매에 걸린 환자나 가족에게는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돌봄이 필요한 치매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으로 운영되었으면 한다. 치매안심마을이란 치매에 대한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해,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뜻한다. 이 사업은 정부의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16-2020)을 통해 조성계획이 발표되었으며 2019년 확대시행되었다.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800개소가 지정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의 60세 이상 인구의 구성이 총 인구수의 15%이상, 치매환자비중이 60세 이상 총인구수의 5% 이상, 주민센터와 경찰서, 병·의원, 복지관의 유무, 인구수와 가구수 등을 기준으로 치매안심마을 선정을 권하고 있다. 또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야 치매안심마을로 지정되며 신규 지정 시 3000만원(국비 80%, 시비 20%)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치매안심마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치매조기검진, 치매인식개선교육, 치매예방교실, 인지강화프로그램, 치매예방홍보, 치매파트너 교육, 치매환자 쉼터, 가족프로그램 등이다. 전북자치도 광역치매센터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치매인구는 4만3466명이며 치매유병률은 11.58%로 전국에서 세 번째다. 이와 관련된 기관단체는 치매안심센터 14개소, 치매안심마을 59개소, 치매파트너 7만9500명, 치매극복선도단체 196개 등이다. 이 가운데 치매안심마을사업은 지정된 마을 사람들조차 자신의 마을이 치매안심마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치매인식도조사를 실시한 곳이 30%에 불과하며 낙상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마을내 안전환경 조성도 크게 미흡하다. 더구나 치매안심마을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주민 대상의 영화감상, 체조 등 치매 예방교육, 인식개선 홍보캠페인, 운영위원회 개최 등으로 고통에 노출된 치매환자나 그 가족들을 위한 특화 기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나 돌봄시스템 강화 등이 절실하다. 마을회관에서 현판 달고 사진 찍으면 그만인 생색내기 사업이어선 곤란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0.15 14:53

해수유통, 지역정치권부터 의견모아라

새만금 해수유통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만금사업이 지금처럼 늦어진 큰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해수유통 여부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극명하게 부딪친 때문이다. 그런데 방조제가 다 막아진지도 오래됐고, 수변도시를 포함한 내부개발 문제가 본격 추진되는 상황속에서도 해수유통 논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년간 진행한 새만금 해수유통에 따른 효과를 비롯한 종합적인 분석을 거쳐 내달중 새만금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할 방침이다. 일부 해수유통 확대 문제나 조력발전 여부 등도 다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할 전망이다.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해수유통 문제에 대해 통일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백가쟁명식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새만금 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해수유통 문제의 결론이 어떻게 나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소지가 있는데 지역 정치인들마저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자칫 힘을 분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정감사의 와중에 이춘석 의원(익산갑)과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 은 해수 유통 문제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춘석 의원은 새만금 해수유통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국토교통위 전북특별자치도청 국정감사 때 기자실에서 "사실은 새만금의 해수유통을 안하는게 맞다"며 "해수유통을 한다면 사실상 새만금을 막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게 자꾸 정치쟁점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노동위원장인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은 새만금 수질 문제를 지적하며, 새만금 해수유통을 통한 새만금 조력발전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전북환경청에서 열린 국감에서 안 의원은 “현재 새만금호에 하루 두 번 해수유통이 되고 있는데, 현재 내부의 저층수에는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라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있다”며 “수질개선을 위한 대책으로 해수유통 확대와 해저터널 개통, 조력발전 등 의견에 대해 지역에서는 조력발전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토부의 입장을, 안 의원은 환경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지역 최대 현안문제에 대해 집약된 의견을 내지 못할 경우 향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불문가지다. 핵심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의례적인 정책협의회를 매달 갖는 것은 아무 필요가 없다. 빨리 통일된 결론을 내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0.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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