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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황혼의 덫' 치매

매년 9월 21일은 정부가 정한 ‘치매 극복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에 맞춘 것이다.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질병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엄성마저 잃기 때문이다. 치매 극복의 날? 과연 치매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실태부터 보자.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지난해 65세 이상 전국 추정치매환자는 91만898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약 97만명, 내년엔 1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다. 이것도 나이가 올라갈수록 급증해서 80대는 3명 중 1명 꼴이다. 이로 인한 치매 관리비용은 24조원으로 1인당 2699만원이 쓰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58.57%로 남성 41.43%보다 훨씬 많다. 치매는 후천적인 다양한 원인으로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인지기능 장애는 건망증,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3단계로 나뉜다. 건망증은 정상 노화로, 나이에 따른 기억 감퇴 증상이다. 예를 들어 옛 친구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약속을 깜빡 잊는 정도다. 힌트를 주면 잊었던 것이 다시 기억나는 수준이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졌을 뿐 아직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태다. 치매와의 차이는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치매는 크게 노인성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과 중풍 등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의 55∼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치매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는 한국형 치매선별검사(KDSQ)가 흔히 쓰인다. △오늘은 몇 월이이고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어려워 머뭇거린다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했다 등 15개 항목에 이른다. 이 검사에서 경도인지장애 이상이 나오면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면 치매는 치료가 가능할까. 지금까지 치매는 늦추기만 할뿐 완치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돼 임상에 쓰이고 있다. ‘레켐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예방이다. 의료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적절히 운동하고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며 고혈압·고지혈증을 조절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한다. 또 안경이나 보청기 등을 통해 시력과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고립돼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주변과 늘 교류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인지기능을 끊임없이 자극하면 치매 발생을 늦출 수 있다. 치매가 ‘황혼의 덫’이 아니었으면 싶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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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9.25 17:51

[청춘예찬] 존재로 살아가는 발랄한 청춘

엉뚱한 말 같지만, 저는 명품 옷을 입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게 아니라, 싸구려 옷을 입어도 사람들이 기쁘게 받아 주는 발랄한 청춘이 되고 싶습니다. 저도 누구 못지않게 소유하고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젊은이입니다. 돈이 자유라고 외쳐대는 요즘 같은 물질 중심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사회가 우리에게 너무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라고 부추긴다는 겁니다. 소유를 통해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일까요? 300만 원짜리 명품 옷을 입은 사람은 300만 원짜리로, 3만 원짜리 싸구려 옷을 입은 사람은 3만 원짜리로 여기는 것처럼요. 값비싼 옷을 입으면 자신의 가치가 높아져 남들에게 더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소유로 살아가는 삶에는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내가 소유하는 소유물이 결국엔 나를 소유하게 된다는, 이른바 ‘소유의 소외현상’이지요. 이를테면, 내가 값비싼 명품 옷을 입어서 남들의 눈길을 끈다면, 그건 나의 인품이나 사람됨이 훌륭해서가 아닙니다. 내 몸에 걸친 값비싼 옷 때문이지요. 값비싼 옷을 입지 못하는 순간 곧바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게 되고요. 결국 내가 소유한 물건이 나를 드러내는 주체가 되는 겁니다. 나는 내가 가진 물건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객체가 되어 버리고요. 얼마나 슬프고 비참한 일입니까? 나의 존재를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소유한 ‘물건’에 따라 나의 가치가 결정된다면, 내가 곧 ‘물건’이라는 말이잖아요? 내가 소유한 물건으로 나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물건의 주인이 아니라 물건에 예속되는 노예가 될 뿐입니다. 나는 물건의 노예가 아니라, 내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옛날 현인들이 일러주었듯이, 소유를 추구하는 삶에서 존재를 추구하는 삶으로 옮겨가는 겁니다. 존재를 추구하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소유냐 존재냐」의 작가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소유하려고 갈망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겁니다. 어떻게? 나한테 없는 것, 내 밖에 있는 것들을 좇지 말고, 나한테 있는 것,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세상 사람들과 ‘하나 되는’ 삶을 누리는 겁니다. 제가 참여하는 공부 모임의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회원들에게 나눠 주시는 활동이 좋은 본보기이지요. 공부 모임 선생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면서 공부 모임 회원들과 하나 되는 삶을 즐기십니다. 회원들은 배워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고, 선생님께서는 지식과 지혜를 나눠줄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기쁨을 통해 우리는 모두 하나 되는 활동을 즐깁니다. 공부 모임의 막내인 저도 선생님을 본받아 존재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명품 옷을 걸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게 아니라, 싸구려 옷을 걸쳐도 살아가는 모습이 멋지다는 소리를 듣는 충만한 삶 말입니다. 저는 아직 병아리 작가지만, 좋은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일로 저의 존재 가치를 빛내고 싶습니다. 저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글과 충만한 대화로 살아있는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고요. 단 한 번뿐인 삶을 없어도 되는 것들의 노예가 아니라, 제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마르크스의 말을 큰소리로 읊어 봅니다. “당신의 존재가 희미해질수록, 당신의 삶을 적게 표현할수록, 그만큼 당신은 더 소유하게 되고, 당신의 생명은 더 소외된다.” 구나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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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5 17:51

[금요칼럼] 나의 ‘오늘’ 아침

4시 넘어 깼다. 누워서 잠든 몸을 깨우는 가벼운 운동을 한다. 일어나 인터넷을 켜고 신문들을 검색한다. 나는 인터뷰 기사를 좋아한다. 신문들의 기획 기사들은 AI에 대한 특집이 많다. 그림 전시 기사들과 그림에 이야기들도 많다. 정치 기사를 외면하지 않는다. 연예 기사를 읽는다. 어떤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검색해서 예고편을 본다. 넷플릭스. 디즈니랜드, 티빙에서 어떤 시리즈물이 만들어지는지를 검색한다. ‘케데헌’에 대한 기사들을 챙긴다. 축구 기사를 찾아 명장면 영상을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신문을 꼼꼼하게 본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들어가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고 사야 할 책들을 사진 찍어 둔다. 요즘은 물리(物理) 분야와 철학 쪽의 책으로 눈길이 간다. 새로 나온 시집들은 검색해서 리뷰를 통해 새 시집들의 시 몇 편을 읽는다. 새 시집들의 리뷰는 시인의 말과 시집 속의 시 몇 편을 소개해 주어서 좋다. 번역 시집들을 리뷰도 꼼꼼하게 읽는다. 그러면서 사야 할지 소개된 시만 읽어도 될지를 결정한다. 모든 시 앞에 나는 설렌다. 책 순례가 끝나면 어제의 일기를 아침에 쓴다. 일기는 생각을 쓰기보다 세세한 일상을 쓴다. 자잘한 이야기들 속에 내 삶의 현장이 날카롭게 나타난다. 일기 쓰기가 끝나면 잠이 깨어 뒤척일 때 생각났던 내 일상의 첫 문장을 써 모은다. 이제 그동안 써 놓은 내 시를 읽고 손 볼 차례다. 나는 새로 낼 두 권의 시집을 늘 보관한다. 내년에 낼 시집은 2년 전부터 써 놓은 시들이다. 2년 정도 두고 익혀 가며 새 시집을 집중적으로 가다듬는다. 세계가 급변한다. 현실은 냉혹하다. 내가 써 놓은 시를 보기 전에 반듯이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읽고, 새로 나온 시집들을 읽고 내시를 보는 것이다. 견주어 보는 건 아니다. 세계를 내 시에 모은다. 나는 인터넷 신문을 아홉 개 정도 검색하는데, 어느 특정의 신문만 보지 않는다. 5시 반 넘으면 새들이 운다. 새들의 울음을 듣고 나는 우리 마을 새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 낸다. 나는 그 새들의 태도와 자세와 표정을 안다. 파랑새는 늦은 봄, 우리 마을에 나타나 까치 집을 빼앗아 알을 낳고 새끼를 길러 간다. 꾀꼬리는 아름다운 몸을 가진 새다. 봄에 오면 새잎 핀 우리 집 뒷산에서 짝을 짖는 사랑놀이를 한다. 온갖 아양과 아첨을 떨어 가며 아름다운 비행 쇼를 선보인다. 솟구치고 곤두박질치다 밤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머리를 맞대고 부빈다. 그리고 둘이 집을 짓는다. 꾀꼬리들은 이렇게 운다. ‘덕치 조 서방 3년 묵은(먹은) 술값 내놔“ 옛날에 덕치면( 덕치면은 내가 사는 면이다)에 조 서방이 살았단다. 덕치면에는 술집에 많았다. 전주 객사에서 잠을 잔 관리들이 자기 부임지를 갈 때 임실군 강진면 갈담에서 잤다. 갈담에는 관리들이 자는 객사가 있었다. 갈담에서 순창을 가는 길은 번잡한 길목이었다. 덕치면에 ’중원리‘ 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는 엄청난 술집이 있었다. 중원은 일반인들이 잠자는 ’객잔‘이었다. 그래서 ’중원‘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그 많은 술집 중에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3년이나 술을 외상으로 먹다가 옆집에 어떤 여인이 술집을 개업하자 그 술집을 옮겨버렸다. 배신당한 여인이 죽어 꾀꼬리가 되어’ 덕치 조 서방 3년 먹은 술값 내놔‘라고, 운다. 지금까지 외상값을 갚지 않았는지, 꾀꼬리는 지금도 그렇게 울다가, 마을에 까마귀가 나타나면 까마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꾀꼬리들이 까마귀를 공격하면 물까치들이 또 떼로 나타나 까마귀를 협공한다. 파란 하늘에서 새까맣고 샛노란 새들의 싸움은 구경거리다. 결국 까마귀는 꾀꼬리에 쫓겨 산을 넘어 도망간다. 꾀꼬리들은 멀리까지 따라가며 공격한다. 그렇게 까마귀가 꾀꼬리들에게 당한 이튿날이면 어디선가 까마귀들이 떼로 마을에 나타나 큰 소리로 까악! 까악! 울며 새까맣게 지나간다. 그럴 때 마을의 숲은 잠잠하다. 푸른 하늘에 까만색 옷을 입은 큰 새들의 시위는 나도 두렵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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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5 17:51

[기고] 남원 모노레일 사태, 위법의 진실과 시민의 역할

최근 남원시는 전임 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남원 관광지내 모노레일 사업과 관련하여 1,2심 패소 판결로 490억의 원금과 이자,지연이자를 물어낼 처지에 몰렸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원 모노레일 사업은 출발부터 위법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애초에 관광·레저 시설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의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원시는 이를 억지로 ‘민간투자사업’으로 둔갑시켰습니다. 유원지의 놀이시설을 도로·항만·공항과 같은 사회기반시설인 양 포장하며 “민간 100% 투자”라는 허울을 씌웠습니다.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전라북도의 지방재정투자심사와 공유재산 관리계획 심의를 회피하거나 편법으로 피해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특수목적법인인 남원테마파크㈜의 민간제안을 남원시가 수용하면서 본격화된 이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민간자본 100% 투자”라 설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실시협약을 들여다보면 △부지 제공 △조건부 기부채납 △최소수입보장(MRG) 성격의 조항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는 민간이 스스로 수익과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민간투자법의 근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더욱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남원시는 ‘민간 100% 사업’이라는 허위 외피를 씌워 이를 회피했고,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진 상태에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남원시가 의회와 시민 앞에서 약속했던 “재정부담 제로”는 허상에 불과했습니다. 남원시 의회 역시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하지 못한 채 동의 내지는 동조, 사실상 방임으로 일관했습니다. 남원시의회가 존재하는 기본 책무를 스스로 부정하는 무책임함은 두고두고 비난받을수 밖에 없을것 입니다 물론 새로운 시 집행부 역시 실시협약의 당사자임에도 사용,수익 허가를 제때 내주지 않아 초래한 이번 소송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한 의회의 견제와 감시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실시협약 체결 이후 협약이 준수되는지 사후 관리에도 의회의 기능은 없었던 것입니다. 사업 시행자인 남원테마파크 (주)의 자기 자본 축소 의혹과 제안 당시보다 크게 증액된 사업 규모에 대해서도 말끔하게 의혹 해소가 있어야 할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후 진행되어야 할것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 중입니다. 쟁점은 분명합니다. 단순히 민법·상법 논리에 따라 손해배상 여부를 따질 사안이 아닙니다. 이는 공법적 계약으로서 강행규정을 위반한 실시협약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국토법 위반 △민간투자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의 사실이 있다면 근거로 제시하고, 대법원 판례(공유재산 관리계획 미이행 무효, 지방재정투자심사 미이행 위법 등)를 토대로 실시협약의 무효성을 주장해야 합니다. 재판부가 이 사건을 단순한 채무 분쟁으로 보지 않고, 위법한 행정행위로 인한 주민피해임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역할입니다. 사법부 역시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서 사건의 본질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시민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이 사건은 단순한 민사 분쟁으로 축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남원시민이 해야 할 일은 ‘490억 원의 혈세’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정치적 이해관계 이전에, 먼저 시민 재정을 보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칭 “남원시 모노레일 실시협약 무효 범시민위원회”를 발족해, 시민사회가 직접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공론장을 통해 여론을 결집시켜야 합니다. 이는 특정 집단이나 정치세력을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 남원 시민 모두의 권익을 지켜내기 위한 정의로운 노력입니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직접 나서야 할 때입니다. 남원시민의 단호한 의지가 모일 때, 대법원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정현 전 남원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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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5 17:50

[세무상담] 정부의 세수부족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부의 세수부족의 문제가 앞으로 심각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예상보다 줄어든 세수는 결국 나라 살림을 어렵게 만들고, 그 부담은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세수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일 것입니다.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서 법인세 수입이 줄었고,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부가가치세도 줄어듭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가 급감한 것이 클 수 있습니다. 과거 부동산 거래 활성화 시기에는 세수가 급증해 ‘세수 풍년’을 맞기도 했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전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정책과 각종 감세 조치도 단기적으로는 세입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크게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을 늘리는 것입니다. 복지·연금·국방 등 필수 지출을 크게 줄이기 어려운 현실에서 ‘세수 확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세금들로 세수확충을 할까요 첫째, 부가가치세 같은 소비세 인상 논의를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세수 효과가 크고 비교적 안정적인 세원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보편적 세금이라는 특성상 서민층의 체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둘째,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겨냥한 소득세·법인세율 조정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명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위축과 해외로의 자본 이탈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셋째, 부동산 관련 세제입니다. 거래세를 높이기보다는 보유세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안정화하려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유세는 경기에 따른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꾸준한 세입 확보에 유리합니다. 세수 부족은 결국 국민과 기업이 이러한 부담을 떠 안게 됩니다. 정부도 성급한 증세보다는 증세의 불가피성에 대하여 국민의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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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5 17:50

[사설] 변죽만 울린 전주 황방산터널, 착공은 언제?

전주 서부권 교통난 해소 방안으로 추진된 황방산터널 개설 사업이 변죽만 울린 채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황방산터널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과 서부권 교통난 해소 방안으로 이미 10여년 전부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도시 녹지공간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대와 막대한 사업 예산 등의 문제로 추진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논란만 거듭됐다. 그러던 중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해 초부터 사업을 역점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전주시는 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혁신도시 정여립로(기지로)에서 서곡지구 천잠로(세내로) 구간에 총 길이 1.85㎞(터널 0.8㎞), 폭 25m의 왕복 4차선 도로를 내겠다고 했다. 이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는 등 행정절차에 돌입하면서 10여년 논란을 뒤로하고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였다.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새로 조성된 혁신도시·법조타운과 서부신시가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지방도 716호선과 서부우회도로 2곳뿐이어서 출퇴근길 상습적인 정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시민들에게 발표했는데 정작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으니 착공 시기조차 알 수 없다. 관련 기관에 의뢰한 경제성 분석(BC·비용 대비 편익) 결과가 기준치(1.0)를 크게 밑돌면서 당초 계획했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출구는 황방산터널이 포함된 ‘전주 효자∼완주 이서 도로 확장사업’을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6∼2030)’에 반영해 국비지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모아 이뤄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 법률이 다음달 말부터 시행된다. 전북 교통혁신의 기회다.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대광법 개정으로 전북권 광역교통망 구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주 황방산터널 개설 사업이 첫 시험대가 됐다. 황방산터널은 전북혁신도시 활성화와 전주 서부권 균형발전을 견인할 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은 교통 인프라 개선 사업이 변죽만 울린 채 무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주시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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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4 18:42

[사설] ATM기기 급감, 지방 금융소외 대책필요

지방의 ‘금융소외’가 해를 지날 수록 심각하다. 지역별 은행 점포 페점과 함께 현금 출금 등 기본업무를 담당하는 ATM(현금인출기) 또한 급감해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2021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81%는 점포 방문으로만 금융거래를 했다. 그런데 은행의 경제성 논리로 ATM기기 및 은행 점포가 계속해서 줄어 지방에 거주하는 노령층의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도내에서 운영 중인 은행 점포 개수는 177개로 5년 전 194곳에 대비해 17곳(8.8%) 가량이 감소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자체별 ATM 설치도 급감하고 있다. 즉, 2025년 7월 말 전북지역에 설치된 ATM 숫자는 679개로 5년 전인 2020년 881개에 대비해 202개(-23%)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전주 400개에서 308개(-23%), 익산 146개에서 100개(-31.5%), 군산 146개에서 111개(-24%) 등 주요 도시의 감소폭이 컸다. 특히 고창(7개), 순창(7개), 진안(7개), 임실(5개), 장수(3개) 등 한 지자체의 ATM 기기 숫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곳도 다수 조사됐다. 은행별로는 각 지역마다 있던 전북은행 ATM 기기의 감소가 가장 커 5년 사이 319개에서 233개로 86개(-26.9%)가 줄었다. 또 면단위에도 있었던 농협 ATM도 224개에서 180개로 44개(-19.6%)가 감소했고 대부분 은행들도 ATM 기기를 줄였다. 이같이 은행지점 축소에 이어 ATM마저 빠르게 사라지면서 금융 소외문제가 지역과 계층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특히 현금사용 비중이 여전히 높은 고령층과 농촌주민들은 생활의 큰 불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은행점포와 ATM기기가 줄었을 때 수요자들의 불편함을 고려한 대응방안이 없이 이 같은 축소 추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각 은행들이 업무 효율화와 함께 금융소외를 막는 합리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공동으로 연합해 각 지역별로 ATM이나 점포를 최소한 유지해 운영하는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대책을 요청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24 18:42

[오목대] 아침을 먹는 사람들

우리나라 최초의 근린공원은 바로 서울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이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있었기에 ‘파고다 공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1919년 3월1일 만세운동이 일어난 독립운동의 상징적 장소다. IMF 외환위기를 즈음해서 주변 무료급식소를 찾아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는 노인들이 탑골공원으로 몰려들면서 이곳은 노인문화가 자리잡았다. 꼭 무료급식소가 아니더라도 탑골공원 주변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이들이 아침이나 점심을 때우는 저렴한 식당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요즘 웬만한 식당에서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면 1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도 아침이나 점심 식대가 상당한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더욱이 시간에 쫒기는 청년들은 경제력 여하를 떠나서 아침을 굶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53%가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에 착안해서 이곳저곳에서 간헐적으로 천원의 아침밥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4년전부터 전북대 총동창회에서 십시일반 뜻을 모아 본격적으로 '천원의 아침밥' 지원사업을 펼쳤다. 전북대 총동창회 정영택 전 회장과 최병선 현 회장이 적극 앞장서서 후원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올해의 경우 3000만원을 후원해서 후배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전북대는 올해로 4년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이어오며 학생 복지와 지역 농업의 상생 모델을 정착시켰다. 전북대는 올해 총 120일간 3만명의 학생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단돈 1천원으로 아침을 해결하게 되자 그동안 아침을 거르던 학생들도 줄을지어 식사를 하려고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런데 이게 예상밖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젠 전북대뿐 아니라 대한민국 상당수 대학으로 널리 확산됐다. 2023년에는 정부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지금은 전국 2백여 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일선 산업현장에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이디어 하나가 이처럼 식사 문화를 확 바꾼 것이다. 이젠 정부에서도 젊은 층의 조식 습관화와 쌀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북대학교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송 장관은 '천원의 아침밥' 운영 현장을 둘러보고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정부는 '천 원의 아침밥'을 인구감소지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사실 요즘엔 돈이 없어 밥을 굶는 경우는 많지않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제때 식사할 수 있다면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서도 퍽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점에서 청년, 중년, 노년 할것없이 부담없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물론, 각 기관, 단체가 십시일반 뜻을 모았으면 한다. 식대가 1천원 짜리가 됐든, 10만원 짜리가 됐든 각자에겐 한끼 식사가 동일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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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4 18:41

[의정단상] 새만금은 죄가 없다 - 시련의 일대기를 넘어, 희망으로

지난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조류 충돌 위험과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180만 전북도민의 염원을 외면하고 1,297명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전북 사회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하늘길을 향한 34년의 희망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새만금 잔혹사는 1991년 간척사업 착공과 함께 시작됐다. 환경단체의 소송, 갯벌 보전 논란, 람사르 협약 갈등이 이어졌고, 2011년에는 전북도 차원에서 국제공항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부족’이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다시 탄력을 받았으나, 2025년 법원의 제동이라는 또 하나의 시련을 맞았다. 대통령만 아홉 명이 바뀌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만금은 번번이 “이제 시작”이라며 되풀이되는 약속에 갇혔다. 정책 일관성은 늘 시험대에 올랐다. 전북은 30여 년 동안 스스로 희망을 부여잡고 버텨온 땅이다. 도민의 인내와 기다림은 정책의 빈자리를 채우는 유일한 자산이었다. 2년 전 윤석열 정부의 폭거에 가까운 새만금 예산 삭감이 있었다. 정부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삭발을 했다. ‘새만금은 죄가 없다’고 외쳤다. 새만금은 지금도 죄가 없다. 법정 다툼과 고초 속에 새만금은 땀과 눈물로 새겨진 세월을 보내왔다. 판결의 쟁점은 명확하다. 법원은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부실, 경제성 부족, 행정절차 하자를 들었다. 반면 국토부와 전북도는 국가균형발전 핵심 사업의 좌초를 우려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 180만 도민의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행정과 환경, 법의 이름으로 말은 오갔지만, 전북도민의 현실과 간절함은 반영되지 않았다. 묻고 싶다. 새만금공항이 수도권이었다면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었을까. 지역이 아닌 중앙이었다면, 기약 없는 기다림과 절망의 절벽에 수백만 명을 떨어뜨릴 수 있었을까. 새만금은 지역 민원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공표한 미래 전략의 상징이다. 이대로 멈춰선다면, 국가는 스스로 세운 국가균형발전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셈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RE100 산단, 신재생에너지 메카, 글로벌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사업은 이제야 국가 전략 거점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쏜살같이 내달려야 할 지금, 뒷걸음질 칠 수는 없다. 다시는 도민이 좌절을 감내하게 해서는 안 된다. 조류 충돌, 생태계 보전 문제는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는 정책적 고려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 수정과 보완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사업 존속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국가 전략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과제는 분명하다. 안전과 환경 대책의 정교한 보완이 우선이다.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국민께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국가의 정책적 결단으로 출발한 사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는 전북도민과 국민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이행해야 한다. 대통령은 아홉 번 바뀌었지만 도민의 의지는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 시련이야말로 새만금 가능성을 단단히 다져온 과정이었다. 이제 180만 도민의 목소리가 국정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북의 하늘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도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국가는 기다림에 응답해야 한다. 시련을 넘어, 이제는 반드시 희망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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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4 18:41

[타향에서] 인생의 행운 ‘로또’는 단 한명, ‘탄소중립’은 전 인류의 당첨!

생각이 복잡할 땐 그냥 걷는다. 걷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정리되곤 한다. 어느 날도 그랬다. 천천히 걷던 길, 문득 복권 판매점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게 됐다. 그들의 얼굴엔 기대, 희망, 그리고 왠지 모를 설렘이 가득했다. ‘오늘은 내가 1등?’ 그 표정에서 인생 한 방을 향한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우리 인류에게도 저렇게 간절히 바라는 꿈이 하나 있다면?’ 바로 탄소중립이다. 누군가는 로또로 인생 역전을 꿈꾸고, 누군가는 탄소중립으로 미래의 전환을 꿈꾼다. 로또는 운에 맡겨야 하는 일이지만, 탄소중립은 우리가 함께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당첨이다. 그것은 특정 개인이 아닌, 모든 세대를 위한 진짜 ‘대박’이다. 기후위기의 속도는 이미 예측을 앞서고 있다. 한 해가 다르게 반복되는 폭염, 이상기후, 산불, 가뭄. 자연은 분명히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는 것을. 기후위기는 경고를 끝냈고, 이제는 행동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탄소중립은 단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어떤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가치의 선언이다. 더 나아가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공정하게 재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를 살필 수 있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가가치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에는 탈탄소 혁신을 유도하고, 금융에는 ESG 기준을 뿌리내리게 하며, 시민에는 행동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지자체, 중앙정부, 산업계,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후 거버넌스’ 구축이 탄소중립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서 시스템 차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중립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손에 쥘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희망이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다. 탄소를 줄이는 일은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고, 생활 방식을 조정하고,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길의 끝에 있는 보상은 상상 이상이다. 로또처럼 운에 맡길 게 아니라, 함께 계획하고 실천해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당첨’이다. 우리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좋은 에너지, 좋은 기후환경, 더 좋은 세상’을 기치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민교육, 기업 연계 프로그램, 지자체와의 협력사업,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까지. 탄소중립은 더 이상 먼 이야기나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으로 스며들어야 할 실천이다. 생각해 보면, 로또는 단 한 명의 삶을 바꿀 수 있지만, 탄소중립은 모든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 그 가능성과 파급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기다릴 수 없다. 기후위기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은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가 함께 결단하고 함께 실천할 때, 그 어떤 복권보다 값진 행운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최애이자 최선의 길, 탄소중립이다.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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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4 18:41

[기고] 노인 안전, 재난 대응의 새로운 과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51만 명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하며, 이는 안전 환경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고령자는 화재와 응급 상황에서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위험에 크게 노출되고, 작은 사고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화재 사망자의 56%가 60세 이상이었고, 2023년에도 65세 이상이 43.4%를 차지해 고령층의 화재 위험이 인구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또한 심정지 등 응급환자 역시 절반 이상이 고령층으로, 응급 이송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고령화는 소방 안전과 응급의료 체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방 중심의 관리, 정밀한 대응 체계, 교육·문화적 기반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주거환경 전반의 화재 안전 관리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단독주택은 노후화된 전기·가스 설비로 인해 취약하므로 노후 설비 교체와 정기 점검이 필요합니다. 반면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은 화재 확산 위험이 커 자동화재탐지·스프링클러 등의 설비 점검과 방화문·비상구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요양병원과 노인복지시설은 대피 시간이 길어 피난안전구역 확보와 유도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며, 시력·청력이 저하된 어르신을 위한 시각·음성 보조 설비와 무장애 대피 통로, 저층부 안전 주택 보급 같은 정책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점검을 넘어 고령화 사회에 맞는 맞춤형 생활 안전망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응급 대응 체계의 정밀화가 필요합니다. 고령자는 응급 상황에서 스스로 대처하기 어려워 골든타임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현재 운영 중인 119안심콜 제도의 홍보와 활용을 강화해 건강정보 등록을 확대하고 현장 대응의 정확성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구급대원에 대한 치매 환자 대응과 노인 특화 응급처치 교육을 강화하고, 의료·복지·소방이 연계된 지역 응급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해 생활 거점의 응급 상황에 신속히 공동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예방·교육의 내실화와 과학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시행 중인 교육과 훈련은 VR·AR 기반 체험형 프로그램과 거동 불편 어르신 맞춤형 대피 시나리오 훈련 등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합니다. 또한 훈련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요인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피드백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과 훈련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 정책을 보완하는 지속 가능한 안전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관심과 연대입니다. 집 안의 노후된 콘센트를 교체하거나 가스 밸브를 점검해 드리는 작은 실천이 어르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소방의 역할은 안전을 위한 제도와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진정한 안전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일 때 완성됩니다. 안전은 사회적 약자를 지킬 때 그 의미가 깊습니다. 노인의 안전은 한 세대를 넘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며, 작은 관심과 준비가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방은 앞으로도 고령화 사회에 맞는 예방 중심 정책과 맞춤형 대응 체계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이상일 정읍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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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4 18:41

전북 농어촌유학 메카로 키우자

고령화와 급격한 인구감소로 시름을 앓던 전북 농촌지역에 모처럼 활기찬 소식 하나가 있다. 농촌유학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잘만하면 향후 도시와 농촌의 교육협력 성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북 농촌유학생은 257명에 달하고 있다. 2022년 27명에서, 23년엔 85명으로 늘어나더니 24년엔 165명, 그리고 올해엔 257명에 이르렀다. 3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94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82명, 광주 18명, 전남 14명, 충남, 인천, 부산이 각각 8명 등이다. 학생 정착과 적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주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진안 조림초는 아토피 학생 맞춤형 건강 지원과 숲 체험을 제공하면서 초창기부터 인기몰이를 했다. 정읍 이평초는 탄소중립 실천학교와 AI 교육을 운영하며 김제 성덕초는 ‘같이 그린(Green) 미래’ 프로젝트로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곳은 바로 순창 지역이다. 올해 농어촌유학 전학 지역을 보면 순창이 91명으로 가장 많고, 진안 59명, 임실 53명, 완주 17명, 정읍 10명, 익산 8명, 군산 5명, 김제 5명, 남원 4명, 부안 3명, 무주 2명 등이다. 농촌유학은 단순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전학하는 형태를 넘어 인구 유입은 물론, 갈수록 쇠퇴하는 농촌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가족체류형, 홈스테이형, 유학센터형 등 다양한 거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거라는 선입견은 오래전 얘기다. 단순 전학에서 벗어나 삶의 전환과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적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학생에게는 자연 속 성장 기회를,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2일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이 진안 정천면 조림초등학교를 방문해 농촌유학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향후 상생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에서 제안됐던 △농촌유학 후 원적 학교 복귀 보장 △서울시교육청 교육프로그램과의 듀얼 멤버십 유지 △6개월 한도인 재정지원의 전폭 확대 등은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협력을 통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전북이 전국적인 메카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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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3 18:28

[사설] 일명 ‘초코파이 사건’, 재판까지 갈 일인가

일명 ‘초코파이 사건’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신임 신대경 전주지검장이 “상식선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 지검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초코파이 사건이 계속 언론과 인터넷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사건 이면에 있는 사정들에 대해 더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각박해졌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전북지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 낯이 뜨겁다. 새벽 근무 중 초코파이를 꺼내 먹었다고 재판까지 갈 일인지, 그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법원은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은 1년 8개월 전으로 올라간다. 2024년 1월 18일 오전 4시 6분께,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출고센터 내 물류회사 사무실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A씨(41)는 협력업체인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 먹었다. 400원 상당의 초코파이 1개와 650원 상당의 카스타드 1개로 총금액은 1050원어치다. 물류회사 소장이 CC TV를 보고 A씨를 절도 혐의로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조사 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이를 약식기소했다. 이어 1심 법원은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유죄가 확정되면 직장을 잃을 수 있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물류회사의 태도다. 검찰에 따르면 물류회사는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면서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씨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A씨가 2022년부터 노조활동에 참여했고 성과금 차별철폐와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해 온 것에 대한 본보기성”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건 1050원어치의 먹을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는 것은 누가봐도 치사한 짓이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망신을 떨고 말았다. 둘째 검찰과 법원의 태도다. 검찰은 기소유예처분을 내리지 않아 사건을 키웠다. 법원은 사무실 구조와 증인의 증언을 듣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은 형식적 절차는 정당할지 몰라도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는 너무 어긋난 결론이다. 다행히 2심 재판부는 기록을 검토한 뒤 “각박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며 여지를 두었다. 또 검찰도 “구형 단계에서 법원이 의견을 구할 때 할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국민 정서를 황폐화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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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3 18:27

[기고] 완주전주 통합은 미래세대 위한 선물

지방소멸의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앞으로 100년 내에 대한민국인구가 753만명으로 줄어 든다는 것이다. 100년이나 남았으니 후손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책임을 미룬다면 후손들이 선조들의 통찰력을 탓할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전주와 공주는 유림들이 철도부설을 반대해 호남선과 경부선이 비켜가는 바람에 발전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최근 대전충남통합을 추진 중인 대전, 충남도 충남의 15개시군 중 13개시군이 소멸위험지역이고 대전은 3개지역이 관심주의지역으로 분류된다. 30년전, 대전충남이 분리되었을 때의 이익이 사라진 만큼 이제 통합의 이익을 꾀하고 있다. 첫째 이유는 인구감소로 공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절박함이고 둘째 이유는 수도권에 대응할 만한 경쟁력을 갖춰보자는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통합이야기가 나온 만큼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도 대전충남시도민 65%정도가 찬성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통합에 대한 반대논리는 주민참여와 공론화과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고 광역생활권협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거나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박의 논리는 대전충남보다 먼저 공론화를 이끌어 온 대구경북은 7년여 동안 공론화를 거쳐 대전충남과 똑같은 찬성율을 보였으나 광역단체장들 욕심 때문에 무산되었는데 공론화에 얼마나 시간을 부여하는게 적당한 것인지? 이런 논리라면 장기간의 공론화와 광역단체장 욕심을 제어하는 장치를 동시에 작동시키지 않으면 통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대전충남은 양시도지사가 기득권을 내려 놓기로 약속을 해서 하나의 장애물은 사라진 셈이다. 공론화가 짧았음에도 양지역이 높은 찬성율을 보인 것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대전충남시도민들은 2003년 세종시 쟁취과정에서 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학습을 확실히 했고 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똘똘 뭉쳐야 한다는 의식이 잠재해 있다. 또 하나의 반대논리인 초광역협력은 이미 실험을 통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고, 자치권문제는 공동화되는 지역에서 자치권을 주장하려면 주민자치회로 대안을 제시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지난 30여년간 추진해온 완주전주의 통합에 있어서 걸림돌은 불신과 기득권의 문제라고 본다. 통합 이전에도 상생발전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통합 이후에 완주가 전주에 흡수되고 혐오시설 만 들어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개발사업에 있어서도 전주 중심으로 예산배정이 이루어 질 것이라 걱정이다. 그러나 인구소멸의 위기 속에서 완주와 전주가 동반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완주는 농생명산업과 스마트팜기반의 6차산업육성을 통해 성장하는 한편 전주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명의 원천이다. 전주는 천만방문객 관광도시로서 완주까지 연계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앞장서고 교육행정중심도시로서 3차산업을 고도화해 완주의 배후도시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 이처럼 두지역이 통합되면 대외경쟁력이 강화되어 작고도 강한 전북도를 만들어 가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완주전주와 비슷하게 청주를 품고 있던 청원군이 통합에 성공해 지금 전주를 포함한 13개 비교도시 중 실물경제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부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청원청주통합의 성공요인은 상생협력에 대한 추진의지가 강했고 약속을 잘 이행해서 지역균형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또한 정치권이 감정대립을 부추키지 않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건강한 시민단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완주전주가 고향인 필자로서는 통합논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져 전북도의 약세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멘텀이 되길 기대해본다. 행정통합은 공동번영으로 가는 길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선물이다. 이창기 대전충남행정통합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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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3 18:26

[새벽메아리] ‘죽음을 막는 사회’를 넘어, ‘삶을 함께하는 사회’로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현실을 드러낸다. 인구 10만 명당 28.3명이라는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이며, 이는 단순한 개인적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정부는 10년 안에 자살률을 17.0명까지 줄이고, 5년 내 자살 사망자를 1만 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고위험군 집중 대응, 자살예방관 지정, AI 기반 모니터링 강화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책의 효과는 숫자로만 평가될 수 없는 개인의 아픔이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래 전 영화 ‘레인 오버 미’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 깊은 상실감과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현실을 부정하고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결국 새로운 우정과 관계를 통해 조금씩 삶을 회복해 간다. 영화는 상실과 슬픔이 개인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동시에 관계와 연대가 치유의 시작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자살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구조적 압박 속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동반자살 건수만 1,500여 건을 넘어섰으며, 이 중 상당수가 가족이나 연인과 얽힌 문제였다. 심지어 400여 건은 ‘살해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자살이 단순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책은 ‘개인 치료’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 사회적 안전망 전체를 아우르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레인 오버 미’의 주인공이 새로운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서서히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 역시 개인을 고립시키는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취업난, 부채, 관계 갈등, 정신적 질환 같은 위기 요인은 개인의 의지로만 극복할 수 없다. 국가가 제시한 자살예방전략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 돌보고 지지하는 연대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정신적 고통은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상실과 절망은 특정 집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자살 문제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산물이다. 따라서 해답도 공동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정책은 더 촘촘한 안전망과 온국민 돌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안부를 묻는 한 통의 전화, 함께 걷는 짧은 산책, 소소한 모임이나 대화가 생명을 이어주는 힘이 될 수 있다. 자살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택이 아니다. 2024년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들은 평균 4.3개 이상의 복합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정신적 고통, 가족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쳐 쌓이다가 결국 무너진다. 그래서 무너지는 그 순간 전에,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고, 함께 짐을 나눌 수 있는 토대가 매우 중요하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죽음을 막는 사회”를 넘어서 “삶을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고통 속에 홀로 남겨진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변화될 수 있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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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3 18:26

[권혁남의 일구일언] 또다시 막힌 전북의 하늘길

하늘길이 또 막혔다. 약 40년 동안 굼벵이 걸음 해온 새만금 개발이 다시 멈추게 되었다. 전북 땅이 아니라 다른 시도 땅이었다면 벌써 끝났을 새만금 사업은 도민들에게 기쁨보다는 아픔을 더 많이 주었다. 역대 정권들은 새만금을 가지고 전북도민들을 무던히도 이용해 먹었다. 선거철만 되면 장밋빛 새만금개발 공약을 내세우다 선거가 끝나면 몰라라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새만금 이외에는 마땅한 미래성장동력 카드를 갖지 못한 전북으로서는 울며 겨자 새만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새만금이 볼모가 되어, 다른 시도와 경쟁이 붙은 개발 사업들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애지중지 지켜온 새만금이다. 그래도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새만금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새만금개발청 이전,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동서 도로 개통, 공항 건설 확정 등 처음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다. 특히 2019년 1월 새만금 공항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는 엄청난 쾌거였다. 사실 전북도민에게 공항 건설은 간절한 숙원사업이었다. 대지 매입과 건설사 선정까지 마쳤던 김제 공항 건설이 2008년에 갑자기 중단되어 전북도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잘 나가는 듯했던 새만금 개발이 2023년 잼 보리 파행에 대한 보복으로 윤석열이 새만금 예산의 78%를 삭감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공항 건설 착수를 얼마 앞둔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또 한 번 날벼락이다. 재판부는 조류 충돌 위험성, 갯벌과 철새 서식지 환경파괴,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를 들었다.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다음 날인 12일에 새만금 관련 사업을 모두 중단하라는 내용의 집행정지를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했다. 만약 집행정지 신청마저 인용된다면 판결이 최종 선고될 때까지 새만금 공항의 모든 행정과 개발행위가 멈추게 된다. 공항 건설 반대 측은 새만금 공항은 조류 충돌 횟수가 무려 45.92회로 다른 공항에 비해 수십 배 또는 수백 배에 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매우 과장되었다고 본다. 새만금 공항 부지는 아직 미개발지이기 때문에 새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불과 1.3km밖에 안 떨어져 있는 군산공항의 연간 조류 충돌 횟수가 0.04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경제적 타당성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새만금 공항 건설은 경제성이 부족함에도 행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면서까지 추진하는 국가사업이다. 과연 사법부가 행정부의 정책을 판단할 권한을 가졌는지 사법권의 한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권은 무한 권한이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고도의 정치 판단이나 정책 입안 등에 사법부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공항 건설이 무산되면 새만금은 속 빈 강정이 된다. 그저 광활한 간척지에 불과하다. 2036 하계올림픽은 물론이고, 기업과 관광객 유치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록 안이하게 대응한 전북도청에 책임이 크다. 지청구를 들어도 싸다. 전북의 유일한 미래성장동력인 새만금이 꺼져서는 안 된다. 정관계, 사회단체, 도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비장한 각오로 이번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아직도 보존되어있는 김제 공항 부지도 대안 카드로 검토해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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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3 18:25

[오목대] 낙죽장 이신입 명장, 그 이후

우리의 전통 공예는 대부분 숙련된 기법으로 가치를 품는다. 낙죽(烙竹)도 그중 하나다. 낙죽은 불에 달군 인두(烙鐵)를 사용해 대나무의 겉면을 태워 글씨와 그림, 문양 등을 새기는 전통 공예 기법이다. 합죽선이나 참빗, 붓대 같은 소품과 문방구 등 대나무를 재료로 한 공예품에 다양하게 활용되어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높이지만, 그중에서도 낙죽 기법으로 품격과 완결성을 제대로 갖추게 되는 것은 합죽선이다. 기법으로만 보면 낙죽은 대나무에 문양을 새기는 단순한 과정이다. 그러나 대나무의 단단한 마디까지 품어 다양한 문양을 새기는 작업은 그리 간단치 않다. 손에 의한 공예 기능이 대부분 그렇지만 낙죽은 특히 오랜 경험과 반복된 훈련 과정을 거쳐야만 숙련된 기능을 얻을 수 있다. 낙죽 장인들이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낙죽장은 1969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됐다. 역사는 짧지 않으나 그동안 지정된 기능보유자는 세 명뿐이다. 그중 두 명은 해제되어 현재 국가 차원의 보유자는 한 명이다. 다행히 전북에서도 지난 2013년 낙죽장 종목이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보유자는 이신입 명장이다. 그는 합죽선으로 전주 부채의 명맥을 이었던 선자장 고 이기동 명장의 아들이다. 덕분에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부채 만드는 기능을 익혔으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선자장 맥을 잇게 하는 대신 낙죽을 배우라고 권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낙죽 기법을 배워 익힌 그가 아버지의 뒤를 잇는 선자장 이수자이면서도 낙죽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어 50년 가까운 합죽선의 역사를 지켜오게 된 배경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낙죽에 쓰이는 인두는 전기인두로 변화했다.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현대적 방식에 마음을 주지 않고 오직 화로에 숯불을 피우고 달궈진 인두로 문양을 새기는 전통 방식을 고집해왔다. 자신만의 기법으로 낙죽의 세계를 넓혔던 이신입 명장이 지난 9월 초 세상을 떠났다. 지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저버리지 않았던 그는 자신을 찾는 낙죽 실연 요청에도 가장 성실하게 응했던 장인이다. 그만큼 낙죽 기법의 대중화를 향한 그의 바람은 컸다. 고된 삶에도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장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이 떠난 후 전통 공예의 명맥은 잘 이어지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돌아보니 환경이 녹록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젊은 세대의 진입은 적고 기능보유자들을 지원하는 제도적 한계는 크다. 후계자는 있으나 기능보유자 지정이 늦춰져 단절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한국문화에 세계가 환호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존과 전승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전통문화의 현실. 안타깝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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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9.23 17:23

[사설] 청년정책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다

전북자치도가 20일 청년의 날을 맞아 ‘2025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 전주시가 주최한 전주미래도시포럼이 ‘청년미래랩 인구위기 시대의 다양성과 공존-청년이 머무는 글로벌 도시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해마다 청년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전북과 전주시로서는 시기 적절하고 중요한 화두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포럼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토론이 아니라 떠나는 청년을 붙잡아 둘 구체적인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북 청년인구(18~39세)는 해마다 평균 8000여 명씩 순유출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8606명, 2022년 9069명, 2023년 7741명에 이어 지난해 8478명으로 유출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청년층 이탈과 저출생·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전주시를 제외한 도내 13개 시·군은 소멸위험 지역으로, 익산을 포함한 6곳은 소멸위험진입, 진안군 등 7곳은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청년인구 유출 문제 해결과 지역정착 기반 마련을 위해 전북자치도는 올해 안에 청년 일자리 9000개 창출, 행복주택 600호 공급, 기업 맞춤형 전문인력 1200명 양성, 전북형 청년수당 3000명 지급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청년 일자리의 경우 청년 직무인턴 확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 창업중심대학 사업화 지원, 청년농업인 지원 등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이같은 정책은 전북도의 전북청년허브센터, 전주시의 인구청년정책국을 중심으로 시행하는데 성과로 존재감을 보였으면 한다. 청년정책은 일자리와 교육, 주거, 금융,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요소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자리는 기업 유치가 지름길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인센티브를 줘도 수도권 아래로 내려오는 기업은 드물다. 청년창업도 마찬가지다. 청년창업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비수도권의 경우 카페, 음식점 등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이다. 결국 일자리 절벽을 돌파할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전방위적으로 기업유치에 나서는 한편 지자체와 대학, 도내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수밖에 없다. 청년이 떠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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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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