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4:21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괴담 선동 정치, 국민이 직접 회초리를 들어야

지난달 김병주, 김민석 최고위원의 연이은 계엄령 음모론에 이어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계엄, 완벽한 독재국가’를 발언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계엄은 실현 불가능한 괴담이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계엄령을 발동한다 한들 군이 따를 리 만무할 것이며, 설령 발동했다 하더라도 우리 헌법상 국회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은 해제할 수 있어 170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으로 즉각 해제할 수 있다. 계엄령 해제를 막으려는 야당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고 해도 국회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계엄을 시도할 이유도 실익도 없다. 무엇보다 계엄설 발언자들은 명확한 근거나 문건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체가 유언비어다 보니 근거가 있을 리 만무하다. 직전 독도지우기 괴담도 마찬가지이다. 서울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의 독도 조형물은 설치한 지 10년이 넘어 각각 ‘독도의 날’과 ‘기념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 지시로 민주당은 독도지우기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우리 국민은 물론 많은 외국인들까지 보는 독도 조형물이 낡고 탈색된 채로 방치되는 것이 민주당에게는 ‘독도 지키기’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은 한일 문제에 있어 이미 성숙해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반일팔이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반일팔이에 공포심을 더한 작품이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이다. 재작년 민주당은 ‘7개월이면 제주 앞바다에 오염수’, ‘똥물’, ‘오염된 바다’라고 하더니, 작년 이재명 대표는 ‘핵 폐수’, ‘우물에 독극물’, ‘제2의 태평양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말들로 공포 분위기를 조장했다. 하지만 5만 여건의 방사능 검사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괴담에 대처하는 비용으로만 혈세 1조6000억원이 쓰였다. 1조6000억원이 사회적 약자 계층에 쓰였다면 어땠을까. 작년 노인일자리 창출 예산은 1조5000억원, 방문간호·요양 서비스 같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은 1조7000억원이었고, 올 한 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예산이 1조4000억원이다. 민주당 괴담에 노인·청년·장애인 지원 사업 중 하나를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인지 모른다. 민주당의 괴담·선동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벤트가 아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좌초설, 기뢰설 등 갖은 괴담이 난무하던 중 민주당은 ‘함장이 부하들을 수장 시킨 것’이라는 어불성설을 외친 바 있다. 2016년 사드 배치 당시에는 전자파가 기준치의 0.007%에 불과함에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표가 “인체에 치명적 영향,성주 참외를 오염시킨다”라며 민심을 선동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내 몸이 전자파에 튀겨질 것 같다”고 노래했다. 문제는 괴담과 선동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괴담과 선동에 따른 처벌이 없고 지지층만 좋아해도 절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책임과 처벌이 없기 때문에 공포를 조장하고, 국민을 선동해, 국론을 분열시켜 정치적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다. 공당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공신력과 책임이 막중하다. 하지만 민주당에 있어 괴담의 무게는 깃털이고 책임은 없다. 하늘이 먹구름으로 잠시 탁해진다 한들 결국은 맑은 하늘로 돌아가듯, 이성과 진실은 마침내 괴담과 선동을 밀어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치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면책특권 뒤에 숨은 그들에게 국민이 직접 회초리를 들어 괴담 선동에는 뼈아픈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조배숙 국회의원(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비례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8 17:03

전북대병원장 임용에 쏠린 눈

요즘 전북대 안팎에선 종종 “누가 신임 전북대학교병원장으로 임명되느냐”는 말이 회자된다. 전북대병원장 임기가 끝난지 두달이 지났으나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때문이다. 결론은 대학의 자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대학병원 이사회의 뜻이 강하게 실린 후보를 임명하면 되는 것인데 핵심은 머뭇거리지 말고 조속히 결론을 내라는 것이다. 대학이나 병원의 의중과 달리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을 빌어서 병원장이 될 경우, 대학병원 운영과정에서 총장과의 불협화음은 불문가지다. 중요한 것은 교육부나 대통령실에서 빨리 결정하라는 것이다. 장고끝에 악수둔다는 말처럼 시간을 끌어봐야 잡음만 날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권이나 관가 안팎에서 로비설과 잡음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전북대병원은 지난 7월 17일 제22대 전북대학교병원장 임용 후보자로 양종철(55)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정영범(54) 비뇨의학과 교수를 최종 선정했다.교육부 심사와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등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면 새 병원장은 향후 3년간 재직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차기 병원장 후보를 추천한지 두 달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유희철 병원장은 지난 7월 29일 임기가 종료됐으나 앞으로 언제까지 업무대리를 맡을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임명이 계속 늦춰지면서 대학이나 병원 안팎에서 각종 잡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한 중앙 정관계 인사의 힘을 등에 업고 전북대병원장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 각종 지연, 학연을 동원한 로비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대학병원이나 총동창회 안팎에서도 갈등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1위로 추천했다고 한다. 검증 과정에서 그 후보가 결정적인 자격미달 사유가 있다면 2순위를 임명하면 되고, 만일 그게 아니라면 1위를 조속히 임명하면 된다. 전북대병원 이사회는 이사장인 전북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당연직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 등을 포함한 11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뜻을 존중하면 되는 것이지 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제3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병원장이 임명된다면 향후 전북대병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교육부는 올초 전국의 10개 국립대병원, 4개 치과병원 등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서면 평가·현장실사를 거쳐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북대병원은 강원대병원, 부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과 함께 B 등급에 머물렀고, 나머지 5개 국립대병원은 A 등급을 받았다. 교육부는 개별 병원의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전북대병원은 B 등급의 병원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전국 평가 대상 국립대병원 중 최하위권인 전북대병원은 과연 탈꼴찌가 가능할까. 누가 새 조타수가 되는가에 따라 명운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18 11:32

설렘 가득한 한가위

엄마가 급하게 흔들어 대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어스름 새벽에 신작로 건너편 방앗간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길게 늘어선 줄에 서 있던 누님하고 바통터치한 뒤 김이 모락모락한 뿌연 공간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운 좋게 갓 만들어 낸 떡을 나눠 먹기라도 하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양 즐거워 했다.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에서 함께 한 동네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시절은 으레 그랬던 것처럼 떡 하나를 만들어도 온갖 불편을 감내하며 가족의 정성이 배어 있었다. 1970년 무렵 필자가 겪었던 분주한 한가위 풍경이다. 오늘따라 유독 그 때의 훈훈함이 아련하고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을 폭염' 이 맹위를 떨치면서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 역대급 무더위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사과, 포도 등이 제 색깔을 못내고 당도 마저 떨어져 최대 성수기인 한가위 출하 시기를 놓쳐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다 경기 침체까지 장기간 이어지면서 '명절 대목' 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심지어는 백화점, 대형마트도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 증가세에 밀려 고전하는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지표마저 미래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며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명절 풍속도 또한 각박한 세태를 반영해 과거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제삿상 영정 사진으로 조상을 추모하던 때와 달리 생전 모습 그대로 AI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전통적 명절 증후군 요인으로 꼽혔던 음식 등 제사 준비도 집에서 굳이 만들기 보다는 주문하면 척척 배달이 된다. 벌초도 마찬가지로 대행 서비스가 크게 성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가족 중심의 가부장 문화가 핵 가족 추세로 급속히 바뀌면서 친인척끼리 모여 시끌벅적했던 명절은 옛말이 되고 있다. 가족 단위 해외 여행객이 명절 연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갈수록 편리함만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자손으로서 도리가 소홀한 것은 아닌지 숙연해질 때가 있다. 부모 떠나 타향살이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준 것도 어쩌면 명절에 모인 가족의 힘이었다.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서로간의 끈끈한 사랑을 확인하던 그런 분위기가 그리워진다. 이와 함께 명절이 다가오면 더욱 절실한 문제 중 하나가 초고령화 사회 늘어나는 노인 빈곤층과 함께 사회 안전망 역할이다. 늘 부족하고 궁핍했던 시절 형제가 많아 툭하면 티격태격하던 그 때 그 시절의 빛바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건 가족 때문일까. 이젠 풍족한 세상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가족 사랑 만큼은 더욱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9.12 16:12

평범해서 찬란한 000의 삶

고백하자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끝 삼재라 몸과 마음이 이렇게 힘든가 싶은 일의 연속이었다. ‘그런 거 믿지 않는다’라고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진짜 삼재라는 게 있나?’ 싶었다.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귀촌을 했으니 건강하게 살 것 같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고 또 다른 고민과 걱정이 이어졌다. 퇴사 후 나를 설명할 수단이 없어진 것 같았다. 시간이 많아졌지만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사실 그건 내가 몽골에 살든, 캐나다에 살든 어디에 살아도 겪을 힘듦인데 그것들이 어느 날은 큰 고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귀촌이 대다수 청년의 선택지는 아니었기에 평균의 범주 안에서 살던 내게 귀촌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특별했다. 평범한 내가 한 특별한 선택,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하는 일로 증명해 보이고 싶어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올해 초 퇴사와 함께 여러 관계가 정리되며 진짜 내게 남은 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귀촌 두 글자가 주는 특별한 마법은 사라진 것이다. 평범한 나, 무기력함에 초조함을 느낄 때면 그것을 잊으려 정리를 한다며 집을 뒤집어놓거나 유튜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최근 중독에 대해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중독에 빠지는 주된 이유가 바로 고통으로부터 회피라고 했다. 강사님은 마약을 예시로 중독과 고통을 이야기 해주셨는데 코카인과 헤로인, 두 가지 약은 인체에 작동하는 기제가 다르다고 한다. 코카인은 감각들을 활성화해서 쾌락으로 고통을 잊게 하고 헤로인은 모든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차단해서 고통으로부터 외면하게 하는데 공통점은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고통으로부터 해방감을 원했겠지만, 특히 헤로인을 하는 순간 즐거움과 행복조차 느끼지 못하는 생기 없는 삶을 살게 된다. 피하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느끼지 못하게 할 순 없는 것이다. 결국, 고통은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 중독 강의에서 배우게 되었다. 머리로는 삶에서 고통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살았지만 정작 내가 고통스러울 땐 제발 고통을 없애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피고름을 바늘 찔러 빼야 하듯, 강의를 통해 고통을 도구로 생각해보니 내가 이 도구를 삶에서 어떻게 사용했나 돌아보게 됐다. 평범하고 중간인 삶은 종종 고통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평범함을 긍정하기 쉽지 않은 사회다. 나의 특별함을 찾아보려다 평범하기만 한 나를 마주하면, 온갖 이유로 자신을 고통에 몰아넣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실수임을 알고 있어도 반복하는 실수다. 그렇지만 동시에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중독을 단계별로 치료하듯 실수하고 바로잡는 과정에서 평범함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도 점차 성숙해질 거라 믿는다. 오늘 하루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원고를 쓰며 막힐 때 때마침 전화 온 친구 덕에 환기했다. 곧 쉴 수 있는 명분 가득한 명절이 있다. 그 속에 친척들의 눈치와 질문 폭탄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도 평범하게 잘 살아온 것 자체로 내가 나를 기특해하려 한다. 그래서 나처럼 제목의 000에는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넣어 스스로 한 번 응원해줬으면 한다. /조아란 프리랜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2 16:11

나누고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사장님, 저건 뭐예요?” 예약실 안쪽 벽을 가리키며 손님이 물었다. ‘송광백련 나비채 음악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 놓았던 것이다. 종종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마다 가까운 절을 찾던 인연에 소식을 접하고 음악회를 여는 취지에 공감하며 나서 걸어놓은 것이었다. 폭염에 시달리던 긴 여름 끝, 풍요로운 가을을 고대하며 호젓한 산사에서 음악을 즐긴다는 것이 퍽 낭만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현수막을 걸어놓은 이후 여러 손님들이 비슷한 즈음에 자신들과 관련된 행사도 열린다며 소식을 알려주기도 했다. 특히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는 ‘송광백련 나비채 음악회’와 일시가 겹쳐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다. 나비채 음악회가 열리던 날, 조금 일찍 길을 나섰다. 본행사뿐 아니라 준비하는 모습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송광사 입구에서부터 당황했다.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고 인근 도로가에도 차가 즐비했다. 경내로 들어서며 깜짝 놀랐다. 평소 고즈넉했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관객들과 손님들로 이미 꽉 차 있었다. 경내를 둘러보며 반가운 얼굴들을 여럿 만났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몇 번쯤 비슷한 느낌을 받아 의아하던 차에 이유를 알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인사 나눈 분은 신부님, 조금 전 뵌 분은 목사님, 또 수녀님.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어울림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오신 스님들 또한, 아침에 가게에서 국밥을 드셨다는 이유로 반갑게 아는 체 해주셨다. 무대에 서지 못해 아쉽다던 판소리 명창, 다음 해 나비채 음악회에는 꼭 출연할 거라는 국악 연주자,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나비처럼 걷던 무용가도 음악회 전의 흥겨움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이날만큼은 부처님께 고요히 기도하는 도량이 아니라 멋진 공연장이 된 듯했다. 국내 유일이라는 십자형 전각이 신비로워 구경하다가 뜻밖의 손에 이끌려 공양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행사 두 시간 전인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공양밥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공양간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웃으며 봉사하는 분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어떤 행사든, 관객보다 준비하는 이들이 첫 번째 손님이지 않을까 싶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봉사자들의 손을 잡은 어르신들이 경내로 들어섰다. 이어 장애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인근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과 부녀회장님들이야말로 제일 먼저 모시고 싶은 이날의 VIP라던 주지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종교가 기도와 말씀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웃과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거름부터 밤까지 이어진 산사음악회는 폭염에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휴식이 되었다. 팔작지붕을 타고 흐르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선선한 가을바람처럼, 바리톤의 목소리는 촉촉한 단비처럼 느껴졌다. 기회가 닿는다면 국밥집에만 갇혀있지 말고 음악회나 전시회 등 문화예술 현장에도 자주 찾아가야겠다 싶었다. 생업에만 매여 사느라 그간 이런 감동을 몰랐던 자신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러 손님들이 연휴기간 펼쳐지는 행사 소식을 전해주었다. 경기전과 전라감영, 한옥마을, 국립전주박물관 등에서 무료로 열리는 공연과 체험행사가 많다. 추석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온 손님들이 반가운 얼굴을 비추며 국밥집 아주머니를 찾기에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지만,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행사 한두 개쯤은 좀 욕심을 내어보아도 되지 않을까. 그곳에서 또 어떤 인연을 만나고 깨달음을 얻을지 기대된다.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2 14:49

가족간의 매매거래를 인정할까

우리 헌법과 민법은 계약 자유 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며 일부 제한을 가하고 있지만 부모와 자녀간의 매매계약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간 거래의 경우 세법은 그 거래를 매매가 아닌 증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증여로 추정합니다. 세법이 가족간 거래에 대하여 증여로 추정하는 규정을 둔 취지는 가족 간 매매는 실제 유상거래보다는 증여일 개연성이 높을 뿐 아니라 가족간 거래는 그 내용을 은폐하기가 쉬워 세무공무원이 실질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가를 지급하고 정상적으로 양도받은 사실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라면 매매라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만약 실제 유상거래라면 거래사실을 명백히 입증할 뿐아니라 자금출처 및 사후관리까지 준비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매매로 인정받으면 끝일까요? 부모가 자녀에게 부동산을 매매하려면 매매가액을 결정해야합니다. 부모와 자녀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3자와의 거래가액으로 거래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양 당사자의 사정으로 인하여 시가보다 높은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거래되기를 원할것입니다. 만약 시가보다 낮은가액으로 거래한다면 매수하는 사람이 이익을 보게 되어 그 거래로 인해 이익을 얻는 자에게는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보면 시가 판단을 하는게 우선이며 특수관계자의 경우 시가보다 70% 미만의 거래가액으로 매수를 하게 된다면 매매거래라 할지라도 증여로 바라볼 것입니다. 부모의 재산을 넘겨오면서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법을 모색하다 보면 증여보다 양도가 유리하는 판단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자녀로부터 대가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 매매계약서상에 대가를 추후에 지급하거나 지급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것을 계획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족간 매매거래자체를 증여로 추정하는 법률 규정이 있기 때문에 매매계약서의 작성과 대가의 자금출처 및 지급에 대한 증빙을 잘 준비해야만 합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2 14:49

가을의 숲길에서

달궈진 오븐 속 같던 여름의 열기가 사라지니, 입맛을 찾고 숙면을 취한다. 아침마다 한결 쾌적한 공기 속에서 기지개를 켜면 가슴에 밝은 기분과 낙관적인 희망이 깃든다. 교하의 가로수인 벚나무 잎은 벌써 반쯤 단풍이 들었다. 요즘 교하도서관 뒤편에서 중앙공원을 잇는 숲길을 걷다가 빽빽한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들 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만날 때 홀로 큰 감동을 받는다. 숲길 바닥에는 도토리가 뒹굴고, 내 부주의한 발밑에서 밟힌 도토리는 여지없이 으깨진다. 여름이 끝나자 빛과 그림자의 존재감은 옅어진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발 아래 그림자가 지고, 땅에 단단한 몸통으로 서 있는 나무 아래에도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들이 암시하고 일러주는 철학적 진실은 무엇인가? 낙엽이 활엽수의 그림자라면 재는 장작불의 그림자가 아닐까? 그림자란 음의 세계가 빚은 빛의 주검이고 잔류물! 그림자와 실체의 운명은 늘 하나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죽음은 생명이 제 안에 드리운 그림자일 것이다. 나무들은 빛으로 광합성을 하며 성장한다. 빛이 없다면 나무는 자랄 수 없다. 나무들이 태양의 열기를 차단하는 까닭에 숲속 공기는 바깥보다 시원하다. 숲속에서 공생하는 나무들은 사회화된 존재다. 나무는 수직으로 서고 땅속 뿌리는 복잡하게 엉켜 있다. 나무들은 뿌리는 뿌리대로, 줄기와 가지는 그것대로 엮이고 얽힌 채로 공생한다. 숨 쉬고 바스락거리며 수런거리는 나무들. 우리는 나무들이 잎맥과 미립자를 가진, 호흡하고 제 나름의 신경계를 가진 생명 개체라는 엄연한 사실을 자주 잊는다. 따져보면 인류는 숲의 자식들이다. 우리 선조는 숲의 열매와 씨앗, 뿌리를 채취해 식량으로 삼고, 숲에서 안전한 잠자리를 마련했다. 숲은 우리 삶의 터전이고, 의문의 여지없이 우리 운명의 강략한 원소 중 하나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류는 숲의 부양을 통해 제 생명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하며 공생하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숲의 피부양 가족의 일원이란 점에서 우리는 한 형제인 것이다. 인류학자 팀 잉골드는 ‘조응’이란 책에서 ‘인간 몸의 상당 부분은 나무 형상의 공기다. 따라서 이 나무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 모습을 보여준다. 뻗어나간 나뭇가지의 구조는 폐, 둥글게 얽힌 뿌리는 입, 우거진 숲 지붕의 형태는 숨이다’라고 쓴다. 나무들은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고 말을 건넨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듣지 못한다. 나무는 인간을 속속들이 알지만 우리는 나무를 알지 못한다. 인간의 무지몽매함 탓에 제 형제를 베고 제재소에서 몸통을 자르며 쓸모가 덜한 뿌리와 잔가지를 불태운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인간은 숲을 토벌하고 빈 땅을 공동 거주지나 경작지로 바꾸었다. 그 과정에서 제 양육자인 어머니 숲을 살해한 사태는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과 무지로 빚어진 잔혹한 일이다. 인간은 한 점의 죄의식도 없이 지구 자원을 마구 퍼 쓰고, 다른 동물의 피해를 끼치며 지구 생태계를 망가뜨렸다. 펜데믹 초기 엄격한 봉쇄 조치와 이동을 제한하자 자연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 대기와 물이 깨끗해지고, 야생동물이 자주 도심에 출몰했다. 인간이 활동을 멈추자 자연 생태계와 동물 서식지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유해종이라는 낙인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이 오명을 벗으려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동료 인간에게 더 두터운 이타적 우정을 쌓고, 숲과 우리가 생명 공동체 안에서 공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오늘도 고즈넉하고 조용한 숲속 오솔길을 걸으며 디지털 기기의 소음과 번잡함에서 풀려나며 홀가분한 자유를 만끽하며 사색에 몰입한다. 산책하는 내내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은 잦아들고 대신 고요와 기쁨이 찾아든다. 고요가 빚은 사색 속에서 우리의 무의식에 각인된 정체성이 수목 인간이라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라고, 나는 혼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장석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2 14:48

KTX 익산역 확장·복합환승센터 속도 내야

국제공항이 없고, 정부의 광역교통망 확충 대상에서마저 제외돼 교통오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전북지역의 교통 허브는 역시 ‘KTX익산역’이다. 익산역은 호남선과 전라선·군산선 등이 지나는 호남권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 1912년 개통 이후 줄곧 도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익산시는 이 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거점역’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하지만 지금의 익산역이 국가 철도망의 거점이자 미래 철도 교통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운영체계 등에서 부족한 게 많다. 우선 대합실 등 역사가 너무 비좁은데다 환승센터가 없어 이용자들의 불편이 많다. 또 역세권이라고 보기에는 주변 상권이 열악하고, 업무공간 등 편의시설도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KTX익산역 광역복합환승센터 구축 및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했고,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의 ‘제3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구축 기본계획’에 반영돼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오는 2026년까지 철도역사 부지에 철도·버스·택시·승용차 환승시설과 상업·업무·주거·문화시설 등을 갖춘 선상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한다는 청사진이다. 또 철도 차량기지를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고 서측 주차장 부지와 연계해 주거와 상업시설 등을 도입하는 복합개발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민간투자 방식이어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다행히 익산시가 익산역 복합개발의 일환으로 추진한 ‘익산역 확장 및 선상주차장 조성사업’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선상역사를 2000㎡가량 확장하고, 역사 남쪽 선로 위에 200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비 10억 원이 반영됐다. 2014년 390만 명이었던 익산역 이용객은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중장기 철도운영 전략에 따른 일반열차 환승체계 구축과 올해 서해선(일산 대곡~익산) 개통, 2030년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 등으로 익산역을 방문하는 철도 이용객은 연간 135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산역이 호남지역 교통의 관문이자 미래 철도 교통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복합환승센터 구축이 절실하다. 우선 익산역 확장 사업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2 13:10

전주 후백제역사문화 메카로 육성하자

후백제의 왕도(王都)인 전주에 후백제 관련 역사 문화를 조사·연구하는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가 들어선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전주가 이제 경주와 더불어 전국적인 고도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는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유산청(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실시한 ‘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후보지 공모’에서 전주시 완산구 교동 낙수정 일원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오는 2030년까지 국비 450억을 투입해 건립 예정인 후백제역사문화센터는 말 그대로 전주가 메카로 인정받았다는 거다. 후삼국시대 짧은 시기였으나 어쨋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후백제의 역사와 그 흔적을 조사·연구하고, 결과물들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공유할 수 있게됐다. 지난 2022년 말, 전북을 중심으로 후백제 역사문화권을 추가하는 내용의 ‘역사문화권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백제 역사문화권 신설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후백제 역사문화권의 유적·유물의 조사부터 정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예산 지원의 법적인 근거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후백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앞으로 전주가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고도로 자리매김하려면 전주에 국립 후백제 역사문화센터 건립은 물론, 후백제 역사공원 조성, 한문화원형콘텐츠 체험관과 연계한 후백제 컨텐츠 개발 과제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만 한다. 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는 하나의 작은 성과물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주의 역사 문화자원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경주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로 만들어야만 한다. 견훤왕이 전주를 도읍으로 정하고 ‘백제’ 건국을 선포해 37년간 통치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와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등 다양한 문헌에서 확인된 바 있다. 동고산성과 도성벽 유적, 건물지, 사찰 터 등 후백제 관련 유적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그 가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낙수정 새뜰마을 도시재생사업과 승암산 인문자연경관 탐방로 조성사업 등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들과 연계해 후백제 역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왕의궁원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로 만들어야 하는데 관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없는 것도 잘 포장해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때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적극 문화관광 자원화하는데 전주시가 확실한 의지와 성과로 답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2 11:47

전북의 문화를 잇는 ‘태조 이성계’

전북은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자 조선왕실의 뿌리다. 조선건국의 꿈이 시작된 곳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새 왕조를 세워 태조라 불린 사람은 ‘이성계’와 ‘왕건’ 둘 뿐이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전북을 걷는다. 전주 한옥마을 중심에는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있다. 조경묘, 조경단, 오목대, 이목대 등이 몰려 있다. 특히 전주는 경기전에 국보 제317호 태조 어진을 봉안하고 있다. 태조 어진을 전주에 봉안한 것은 개성의 목청전이 이성계의 구저(舊邸)에, 영흥의 준원전이 이성계의 탄생지에 설치된 것과 마찬가지로 전주가 왕실의 본관이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영흥의 준원전만 남았지만, 경기전은 본관지에 세워진 조선 왕실 최초의 기념물로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조선 건국 시조로서 이성계는 특별 예우를 받아 따로 태조진전이 설치돼 어진이 봉안됐다. 전주를 찾는 시민께 많이 알려진 ‘태조 어진 봉안 의례’는 숙종 때 경기전 태조어진을 모사하기 위해 한양으로 갔다가 다시 전주로 모셔왔던 의례를 재현한 것이다. 조선왕조 역사와 의례를 보여주는 소중한 행사다. 전주 경기전은 2012년에 국보로 승격됐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온전하게 현존하는 유일본이다. 전북과 태조 이성계의 연관성은 국내 학계에서 계속해서 연구해 왔다. 태조 유적지와 유물의 76%를 우리 전북특별자치도가 보유하고 있다. 전주, 남원, 임실, 진안, 장수 등지에 고루 분포한다. 그야말로 전북을 상징하는 역사문화자산이다. ‘태조 이성계’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기의 주역이다. 리더십과 혁신, 통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북 지역에서 이어지는 다양한 태조 이성계 설화를 모아 문화와 역사를 흥미롭게 후손들에게 더욱 알려야 한다. 오는 13일, 국회에서 ‘태조 이성계 국회 정책포럼’ 토론회가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와 학계에서도 다시 한 번 힘을 모은다. 태조 이성계의 전북역사문화자산의 문화관광자원화를 함께 논의하고, 태조 이성계와 전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자리다. ‘태조 이성계 역사전당’ 건립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마련될 예정이다. 전북 외의 관련 유적은 주로 박물관에 소장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바로 연계하여 살아 숨쉬는 유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전라북도가 유일한 현실이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20년부터 추진해온 ‘태조 이성계 유적지 역사탐방’을 올해부터 확대 추진한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 역사전당이 전주에 만들어지게 된다면, '1380년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른 황산대첩 역사관, 초상화 전문 박물관도 생각해본다. 조선왕실의 뿌리이자 조선 건국의 꿈이 시작된 전북에서 '이성계 유적의 숨결'을 더욱 세세히 느낄 수 있겠다. 전북에 광역적으로 분포된 태조 이성계 콘텐츠의 구심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명 ‘랜드마크’ 가 필요하다. 전북특별자치도 원년, 국회와 전북도, 전주가 관광문화축제와 연계하고 국책사업을 더욱 발굴해 나가겠다. 전주 경제 활성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에도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민·관·학·연이 힘을 합쳐서 ‘태조 이성계’ 역사 자원을 간직한 보고인 우리 전북을 관광 문화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그 중심에서, 전주를 대표해 자부심을 가지고 앞장설 것을 약속드린다. /정동영 국회의원(민주당·전주시병)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1 19:36

노을대교 착공 지연, 전북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나?

노을대교 건설 사업은 2021년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착공조차 확정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이 사업은 고창군과 부안군을 연결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전북 서남부 지역 발전의 핵심이자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전북 정치권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무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업은 계속해서 설계와 시공 방식의 변경, 자재비 상승에 따른 유찰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한 전북 정치인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지역 주민들의 실망과 좌절감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중앙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요구를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며, 오히려 "기획재정부의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4월부터 기본설계를 추진했음에도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덕섭 고창군수가 경제부총리와 면담을 통해 사업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지역 정치인들과 지자체는 중앙 정부와의 협의에 실패했고, 그 결과는 착공 지연으로 이어졌다. 노을대교는 단순한 지역 사업이 아니다. 전북 서남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프로젝트로, 30년 넘게 주민들이 기다려온 숙원 사업이다. 10명의 국회의원을 비롯한 전북 정치권은 이제 더 이상 노을대교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정치적 논의와 실제 착공 추진이 별개로 이뤄져 왔다면,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 정치권이 당장 사업 착공을 확정하지 않는다면, 전북 도민들이 들고 일어나 그들의 무책임함을 규탄해야 할 것이다. 노을대교 착공이 지연될수록 전북 정치권의 무능함은 더욱 도드라질 뿐이다. 더 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 오피니언
  • 박현표
  • 2024.09.11 16:02

대 철학자 헤겔이 프랑스혁명을 보고 정의한 ‘자유’에 대하여

인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던 파리에서 개최된 제33회 세계 올림픽대회를 보게 되자 필자의 뇌리에는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대 철학자 헤겔의 새로운 역사철학 ‘자유’(自由)에 대해서 쓰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 또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는 ‘파리 올림픽’을 보면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잘 이겨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큰 시차에 시달리면서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는 중에는 자주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들이 있었다. 그 하나는 우리 선수들이 기대와는 달리 선전하여 많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고, 다음으로는 유학시절과 교수가 된 후에 두 번에 걸쳐 걸어 올라간 에펠탑이 나타나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를 때였다. 마지막으로는, 칼뱅 파 신교도인 ‘위그노들’이 가톨릭 귀족들에 의해서 파리에서만 6000여 명이 살해되어 센강에 버려졌고 센강 물이 붉게 물들어 흘러갔는데(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 사건, 필자의 저서 <유럽의 종교개혁과 신학논쟁> 참고), 세상이 많이 발전·변화되어 바로 그 강물에서 세계의 수영선수들이 세찬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이 정도로 혁명·올림픽과 관련된 파리에 대한 서론을 접고, 젊은 헤겔이 프랑스혁명을 보면서 생각해 낸 이 글의 주재 ‘자유(自由)의 개념과 속성’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찰하고자 한다. 프랑스혁명의 3대 슬로건이 자유(Liberté)·평등(Égalité)·박애(Fraternité)였는데, 프랑스혁명에 크게 감격한 젊은 헤겔은 인간의 역사를 한마디로 ‘자유의 증대과정’이고 이성화의 과정이라고 했다. 헤겔은 세계사의 주요 모티브가 자유의 세계화와 사회화이고, 이것은 국가와 사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환언하면 역사는 정치·사회면에서 지속적으로 자유의 발전이 실현되는 것을 말하며, 여러 단계의 ‘과정(過程)을 거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즉, 역사의 과정은 현재의 인간 공동체상을 극복하여 자신을 넘어선 적절한 자유 형태의 실현이며, 국가적·개인적인 것의 ‘보편성(普遍性)에로의 극복’은 동시적으로가 아니라 통시적으로 이루지는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헤겔은 역사의 보편성을 개개 민족정신을 초월하는 ‘세계정신’(Weltgeist)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자유는 실재가 과정을 통해서 계속해서 동화해야 하는 본질 개념이 아니라 개념이 실재적 과정에서 비로소 ‘성장하는 것’으로 여겼다. 보다 구체적으로, 역사의 목적이 자유라면 그 곳에로의 길은 자연 규정의 중단 없는 전개가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며, ‘독자적 구성 원리’를 가지고 있는 제 단계는 당해 전개가 지나기 전에 그리고 보다 높은 단계가 보이기 전에 ‘완전한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고, 시간 단축은 가능하지만 여러 단계 가운데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으며 뛰어넘을 수도 없다 라는 것이다(때문에 우리의 경우 기술·산업수준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지만 정치는 매우 낮은 수준임. 이 외에도 헤겔은 인류의 보다 큰 발전이 제 문화·민족의 변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매 단계의 보다 높은 모습은 세계사의 현 시점을 대변하는 한 민족에 구현되어 있으며(그리스·로마·서유럽을 거쳐 지금은 미국이며, 중국이 그 지리를 노리고 있음), 다음 단계의 보다 높은 모습은 현 대표민족의 몰락으로 세계무대에서 물러나고 그 지배권을 타에 양도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간략한 맺음말로서, 북한 동포들이 인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를 모르는 가운데 제대로 해외나들이 한번 못하고 평생 규제와 통제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매우 서글픈 일이고, 우리 남한은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어 매우 행복하지만, 아카데미커의 양산으로 취업이 어려워 사회가 불안정하고, 단계의 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정치계가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을 몹시 불쾌하고 불안케 하고 있다.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는 즉시 대립과 투쟁을 멈추고 통 큰 소통·화합·협력이 요구된다. /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1 15:32

봄볕과 가을비를 같이 한 친구와 아우들

고향 마을 어귀에서 들리는 여름 새소리를 추억하던 소년이 청년으로 커서 전북대학교 법정대학에 이르렀을 때의 일입니다. 봄볕이 따사롭지만 아직은 쌀쌀한 무렵 신입생이라서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건물을 오가며 1층 도서관에 둥지를 만들어 놓습니다. 대학에 들어왔지만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야 할 지를 생각하며 1학년 초반을 지나던 중, 청년은 1층 도서관에 놓아둔 검정색 책가방과 책들을 모두 도둑맞습니다. 청년이 망연자실하여 의자에 힘들게 기대어 있다가 도서관 밖으로 걸어 나오는데 한 친구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합니다. . 하루, 이틀 지나서 몇 권의 다른 책을 들고 오가는 길에 그 친구가 청년에게 힘내라고 말하면서 검정색 가방을 건넵니다. 그 안에는 도둑맞은 책들을 새로 사서 넣어 둔 채로. 청년은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겸연쩍게 그 가방을 받아 들었습니다. 전공 서적 1권 사고 나면 시내버스 회수권(시내버스 승차권)을 사는 게 주저되어 걸어 다닌 일이 생생한 터라 너무 감사했습니다. 덩치 큰 익산 친구, 하얀 고무신 신은 춘포 친구, 중키에 점잖은 부안 친구, 작은 키에 체격좋은 부안 친구와 같이 어머님이 끓여주신 김치찌개를 단칸 셋방에서 나눠 먹으며 감사의 마음도 나누고 순전한 우정도 채웁니다. 청년이 미래 방향을 정하여 2층 도서관과 중앙도서관을 오가며 그 친구들과 같이 대학생활을 하며 꿈을 키웁니다. 덩치 큰 익산 친구와 하얀 고무신 신은 춘포 친구는 새벽 열차를 타고 걸어 다니고, 작은 키에 체격 좋은 부안 친구는 대학 근처에서 자취 하며 같이 어울려 소망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즈음 청년은 완산고등학교 1학년 때 헤어진 임실 친구를 대학에서 다시 만나 그 기쁨을 간직한 채 평생 법률 직역에서 같이 지내게 됩니다. 대학 근처에서 자취하는 중키에 안경 낀 김제 친구, 안경 낀 까무잡잡한 정읍 친구의 자췻방에서, 청년과 비슷한 키에 논리적 말솜씨가 좋은 남원 친구와 더불어 우정의 공간을 채워 갑니다. 한 친구는 시험 보러 다니는 청년의 단칸 셋방에 들러 어머님 몰래 청년이 서울이나 대전으로 시험을 보러 가는 데 들어가는 차비를 이불 속에 넣어 두고 갑니다. 그 어느 날 6월 항쟁 한 가운데 한 친구가 붙잡혀 갔는데도 법률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청년과 친구들은 분노를 삼키며 굵은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어머님께서 자주 끓여주시는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던 친구들과 1, 2살 아래 아우들이 어느 늦은 가을날 저녁 비를 흠뻑 맞고 눈물이 범벅되어 청년을 끌어안고 축하의 탄성을 지릅니다. 그들은 전북대학교에서 청년의 단칸 셋방까지 시오리가 넘는 거리를 차가운 비를 마다하지 않은 채 맞고 걸어와 밤새 많은 얘기를 나누다 아침에서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후 청년이 전주지방검찰청에 근무하면서 많은 친구와 아우들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오래전부터 친구와 아우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열어 주신 감사함을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분께 드립니다. 청년이 장년이 되어서도 늘 선함과 배려, 의로움과 자애로움을 피어나게 인도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청년은 작고 빈한했지만 장년이 되어서까지 평생 같이 하는 친구들과 아우들이 많은 우정의 부자가 되어 있음을 마음에 심어두고 감사 기도를 붙잡습니다. 사도 바울에게는 아나니아, 키루스 옆에는 고브리아스와 가다타스, 크리산타스가 있었고, 관중에게는 포숙, 백사에게는 한음, 청년을 지나 장년이 된 제게는 각 분야의 리더나 전문가가 되어 있는 친구들과 아우들이 있음을 깊이 사유해 봅니다. /김석우 LKB&PARTNERS 대표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1 15:32

쪼그라드는 ‘전북 경제’, 돌파구 찾아야

전북 경제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오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기준 전북의 GRDP(지역내총생산) 규모(명목)는 61조원으로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주(24조원), 강원(58조원) 다음으로 적었다. 또 전북 GRDP가 전국에서 자치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전북 GRDP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3.7%에서 1990년 3.2%, 2000년 3.1%, 2010년 2.8%, 2022년 2.6%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또 전북의 1인당 GRDP는 3448만원으로 전국 평균(4504만원)과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과거 자조적 표현으로 ‘3% 경제’라 칭했던 전북 경제가 이제 그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2%대로 밀려난 것이다. 지역경제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인구도 큰 폭으로 줄었다. 전북 인구는 올 8월 기준 174만3183명으로 전국(5125만6511명)의 3.4%에 불과했다. 위축된 전북 경제는 열악한 산업구조와 청년인구 유출 및 급속한 고령화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전북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북 수출은 연평균 2.1% 감소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역의 산업구조부터 선진화해야 한다. 민선 8기 전북특별자치도는 ‘글로벌 농생명경제도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수도’로 도약하겠다는 특성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전북자치도는 최근 농생명분야 신산업 육성을 위해 네덜란드와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또 전북특별법을 근거로 ‘농생명산업지구’ 지정 절차도 본격화했다. 농생명산업지구는 농생명자원의 생산·가공·유통·연구개발 등 산업의 집적화를 도모하는 정책으로, 전북의 풍부한 농업 자원과 잠재력을 활용해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국가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농생명산업지구를 비롯한 전북의 농생명산업 육성 전략이 침체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해 전북자치도의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1 14:19

이성윤의 수도이전, 헌재이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 청문회를 열었는데 이성윤 의원(전주완산을 민주당)은 매우 휘발성 강한 화두 하나를 던졌다. 오늘날 국토균형발전이 무너지고 지방소멸이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헌재의 불합리한 관습헌법 논란이라는 거다.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다수 국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매우 놀라운 판결을 했다.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서울고검장까지 지냈던 이 의원은 “관습헌법의 논리대로라면 천년동안이나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왜 수도가 아닌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국토균형발전이 명시된 우리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재가 서울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에 편승해 수도권 집중 개발의 폐해를 부추긴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질의에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을 상기시키면서, 헌재는 헌법 조문에도 없는 ‘관습헌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수도 이전을 막고 결과적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좌초시켰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한 인사청문회에서 모처럼 시의적절한 지적이 터져나온 셈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전북 고창(607㎢)은 서울(605㎢)과 가장 유사한 면적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인구수는 약 187배 차이(서울 938만 명, 고창 5만 명)가 난다. 의료를 예로들면, 90분 이내 종합병원에 접근불가능한 인구의 비율은 서울은 0%인 반면, 전북은 9.6%나 된다. 서울시 예산은 약 45조 7,405억원으로 정부 예산(656.6조)의 약 7%에 이르는 반면, 전북 예산은 약 9조 163억 원으로 겨우 1%에 불과하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서울시민과 고창군민은 주거하는 곳의 차이로 인해 삶의 질은 천양지차다. 총선 과정에서 이성윤 의원은 헌재의 전주 이전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헌법재판소도 지역소멸이라는 중차대한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지역균형발전의 헌법 정신을 엄중하게 여겨서 헌재 스스로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이 의원의 주장은 기득권을 가진 일부 수도권 엘리트 말고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는 의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모든게 끝난것 같아도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전세계 일류국가로 우뚝 서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던 수도이전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헌재의 지역이전 또한 지역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11 14:03

전주 고형연료발전소, 민원 없게 하라

전주시 팔복동 일반산업단지 내 업체가 SRF(고형폐기물연료) 소각 발전시설을 건립하면서 인근 지역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시는 공익과 함께 주민들의 염려를 첫 번째 판단 기준으로 삼아 대처했으면 한다. 아무리 현행 법상 적법하다 해도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SRF 발전시설은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해 건조 과정 등을 거친 고형폐기물연료를 태워 전력과 스팀(열)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자원순환 측면에서 선호되지만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 시설은 곳곳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경북 김천과 청도, 전남 나주 등에서 발전시설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업체가 충돌했다. 전주시 팔복동의 경우는 제지 관련업체가 지난해 SRF 발전시설 공사 허가를 전주시에 요청했으나 갈등유발시설로 분류돼 불허가 판정을 받고 공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6월 전북자치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이겼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재착공에 들어갔고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75%에 달한다. 하루 83톤의 연료소각을 통해 업체의 전력 공급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설이 가동될 경우 인근 송천동과 에코시티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상지 반경 2㎞ 안팎에 초중고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어 환경오염과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이를 예상한 송천동 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주민 1만2000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전주시에 제출한 바 있다. 또 지난 여름부터 에코시티 주민들도 대거 반대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소각을 통해 악취와 함께 유해물질 배출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측은 “SRF는 스팀 에너지 생산을 위해 폐비닐만 사용한다. 장치 설계상 주민들이 우려하는 폐타이어나 폐가구는 아예 활용이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의 타당성 검사와 환경청의 TMS(굴뚝자동측정기기)시스템 감시를 통해 유해물질, 냄새 등 우려 사항에 대해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는 적법 여부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했으면 한다. 주민들의 건강권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1 12:12

이젠 김관영의 시간, 우범기의 시간이다

‘전주완주 통합, 어떻게 잘 될 것 같습니까.’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 완주군민 서명을 받은 단체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아는 분들로부터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네. 잘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라.’는 희망적인 대답이 나와야겠지만, 그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 때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과거보다 여건이 좋아졌으니까 잘 되겠죠.’라는 정도로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하곤 한다. 사실 주민투표로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됐던 2013년에 비해 이제는 메가시티화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고, 통합 반대론자들의 세금폭탄이니 폐기물 반입이니 하는 엉터리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전보다는 확실히 줄어든 듯하다. 또 전주와 완주의 경계지역에 늘어선 아파트마다 전주에서 옮겨간 주민들도 많아지는 등 통합에 대한 여건은 좋아지고 있는데, 완주군민 서명까지 받으러 다녔던 나는 왜 선뜻 통합이 잘 될거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전주완주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무엇보다도 이를 추진하는 지자체나 단체장등의 확실하고도 강력한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완주군민들의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를 완주군에 전달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전주시나 완주군 지역에서 통합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기운이 보이거나 진지한 토론을 통해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간혹 방송등을 통해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한 토론이 벌어지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찬반입장을 작정하고 나오다보니 대부분 마이동풍에 그치곤 한다. 나 역시도 어느 방송의 토론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마치 공산당이 선전하듯이 완주군이 더 잘 살고 더 행복하니 통합이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이상스런 토론자를 만나 곤욕을 치른바 있다. 지역적으로도 통합과 관련한 분위기는 크게 차이를 보여 완주군의 경우, 내적으로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도 많겠지만 외적으로는 국회의원과 군수, 군의회가 똘똘 뭉쳐 통합반대를 외치고 있고, 급기야는 도지사의 군민과의 대화도 무산시켜 버렸다. 완주군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통합을 유도하고 추진해야 하는 전주시나 전라북도의 의지와 자세는 더욱 적극적이어야 할 텐데, 지사가 몇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정도에 불과할 뿐 전주시장이 뭘 했다는 얘긴 거의 들어보질 못했다. 그렇다고 전북도나 전주시에 통합과 관련한 전담조직이 생긴것도 아니고, 민간의 통합역량을 결집시킬 범시민단체가 조직된 것도 더욱 아니라서 말이다. 전북도나 전주시 관계자들은 과거 3차례의 통합운동이 관주도로 추진돼 실패했으니 이제는 민간주도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단체들이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체계라도 마련돼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도 딱히 있는 것도 아닌 듯 하다. 사실 내가 활동했던 단체는 지난해말 전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부터 시작해 올해 완주군민 서명까지 받았지만 전북도나 전주시로부터 서명활동과 관련해 어떤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지사나 시장은 이번 임기중 통합과 관련해서는 적당히 분위기만 잡으려 했는데 눈치없이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이른바 역린을 건드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나 할까. 전주완주 통합을 위한 완주군민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시기는 내년 3-4월쯤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제 겨우 6-7개월 남았는데 특별히 통합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질 않다보니 애가 탈 뿐이다. 이제 김관영의 시간, 우범기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주기 바란다. 시간은 그리 길게 남아있지 않은 듯 하다. ' /이흥래 전 언론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0 17:50

살아나는 전북의 정치력, 그러나

△이춘석 의원 : (2024년)업무보고 잘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백개의 지방자치단체 이름이 다 나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전라북도와 기초단체 14개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전라북도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 죄송합니다. 짧은 보고서를 요약하다 보니까. △이 의원 : (책상을 꽝 치며)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장관님,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국토 아닙니까? 버렸습니까? 지금 국토교통부가 구상하는 초광역권 권역별 추진계획에도 빠지고,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도 빠지고, 초메가시티 계획에도 빠지고. 전라북도는 버린 자식입니까?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한민국을 떠나야 합니까? 땅 파서… 아니. 지방자치도 꼴찌, GRDP(지역내 총생산)도 꼴찌, 니네는 다 꼴찌니까, 버린 자식이니까, 그대로 살아라! 우리(윤석열 정부)가 할 때는 니네는 어느 것에도 포함시켜 주지 않을 것이다. 제가 쪽 팔려서, 이런 얘기 안 할려고 했어요. 4선 의원이 돼 가지고 지역 애기하면. 그런데 해도 너무 하지 않아요. △박 장관 : 송구하다는 말씀드리구요.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챙기겠습니다. △이 의원 : 자,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전라북도에 무슨 사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 그거에 대해 일주일내 정리해서 보고해 주십시오. △박 장관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의원 : 국토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 아닙니까? 그러면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지역을 더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특정지역에 대해서 홀대한다면 저와 국토부장관님, 차관님, 실국장님들 계실 때, 저하고 만나는 2년 동안 서로 불편한 관계 유지할 것을 전제로 하시고. 뒤에 계신 실국장님도 명심해서 국토교통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심사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지난 7월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의원(익산갑)과 박상우 장관 사이에 벌어진 일문일답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요업무보고’에는 전북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보고한 자료에는 전체 신규사업 2304억원 중 전북 예산은 19억8000만원으로 0.8%에 불과했다. 이러한 논란은 JTBC 유튜브에서 10일 현재 24만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 놓은 것은 이례적으로 전북현안이 이슈화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북출신 국회의원이 장관을 불러놓고 전북에 대한 홀대를 꼼꼼히 따지며 호통치는 모습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이처럼 22대 국회 들어 전북의원들의 정치력이 살아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전북 정치는 그동안 인구 감소와 경제력 약화로 영향력이 해마다 뒷걸음쳐 왔다. 특히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지난 21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왕성한 패기를 기대했으나 무기력과 각자도생으로 일관했다. 다행히 이번 22대 국회는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3선의 김윤덕·한병도·안호영 등 다선의원이 주축이 되고 재선의 이원택·윤준병, 초선의 이성윤·박희승 의원이 뒤를 받치고 있어 왕성한 의정활동이 기대된다. 여기에 조배숙 의원(국민의힘)이 5선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들이 원팀이 되어 과연 전북몫을 얼마나 찾아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2025년 국가예산을 챙기고 전북 홀대의 상징인 대광법부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낙후와 퇴보만을 거듭해 온 전북에 희망과 활력의 에너지를 불어 넣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4.09.10 17:50

중요한 것은 서로 돌보려는 마음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인구 과밀인 도시를 벗어나 여유를 누릴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여유로운 것이 때로는 과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는 2013년 10월에 순창군으로 귀촌하였다. 당시 순창군 인구는 3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현재 10%가 넘는 인구수가 감소하였다. 그나마 저녁에라도 북적였던 읍내 거리에서 이제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전북특별자치도의 총 인구수는 175만4757명이며, 이중 약 67%에 해당하는 117만2743명이 전주, 군산, 익산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전북특별자치도 누리집). 역으로 말하면 33%의 인구만이 3개의 시를 제외한 11개 시·군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 내에는 417개의 국·공립 초등학교, 210개의 공립 및 사립 중학교, 133개의 국·공립 및 사립 고등학교, 10개의 공립 및 사립 특수학교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살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의 수는 19만 5000여 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주, 군산, 익산시의 어린이, 청소년 수가 도 전체의 74%를 상회한다(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누리집). 위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한마디로 농촌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다는 것은 효율성에 입각한 시장주의원리가 농촌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농촌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듦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사람의 기본권 보장문제로 연결된다.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먹거리기본권’은 누구나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을 원하는 때에 쉽게 섭취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특히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섭취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늘날 면 단위에서 식료품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기본적으로 저장성 높은 공산품이 주를 이룬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식품은 찾기 힘들다. 이런 현상을 농어촌 지역의 ‘식품사막화’현상이라고 한다. 도시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신선한 채소·과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식료품점이 즐비하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그런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이동하여야 한다. 농촌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식품점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방법은 ‘함께 식사’하는데 있다. 하지만 고령인구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농촌마을에서는 이미 조리활동이 가능한 연령의 주민이 없는 경우도 많아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런 경우 지자체가 마을공동식사를 학교급식과 같은 ‘공공급식’으로 인식하고 완성된 도시락 형태의 식사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조례, 예산, 실행기관이 세워져야 한다. 즉 시간과 돈이 든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인구과소화로 인한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소소해 보일 수 있지만 정기적인 함께 밥해먹기, 먹거리 나눔 등 협동과 호혜적 관계에 기반을 둔 사회적 ‘돌봄’ 활동이 필요하다. 돌봄은 또 다른 돌봄을 부른다고 믿는다.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0 17:5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