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3:49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사라지는 나라, 투발라의 분투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다.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의 수중연설 영상이다. 코페 장관은 이 연설을 위해 허벅지까지 물이 닿는 바다로 들어가 연단을 세워놓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간절한 호소였다. 투발루는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156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877년 영국인이 이주하면서 영국의 보호령을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한 것은 1978년 10월, 1981년 독립 후 첫 총선거를 실시했다. 인구는 2023년 기준 11,396명이고 아홉 개 섬으로 이뤄진 엘리스 제도가 영토다. 그런데 이 섬은 지금 가라앉고 있다. 투발루의 평균 육지 고도는 고작 6피트 6인치. 설상가상 해마다 해수면이 0.2인치씩 상승하고 있어 육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 이미 30년 안에 투발루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고 보면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투발루의 현실은 가혹하다.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섬은 사라지지만 투발루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답을 찾아 나섰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국가 건립(?)이 투발루가 찾은 대안이다. 투발루는 20022년 말 디지털 국가 건립을 선언했다. 전 국토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그 안에 문화와 역사, 국민의 삶을 기록으로 담아 국가의 존재, 정신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투발루 말고도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위기에 처한 저지대 섬나라는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인 COP15에서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대통령과 11명 장관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 4m에서 국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몰디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사모아나 피지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섬나라들 역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실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설, 계절의 경계까지도 없앤 기후재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올여름도 예외 없이 견디기 힘든 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처서가 지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열대야는 9월이 지나고도 지속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된 투발루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무거워진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9.10 16:30

치매노인 실종 사건 방치할 때가 아니다

오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사람들에게 용어조차 익숙하지 않은 날인데 현실을 보면 치매가 바로 우리 옆에 바짝 다가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약 9.8%가 앓고 있는 질병이 바로 치매다. 얼추 열 명 중 한 명 꼴이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바로 우리 옆에 치매환자가 즐비하다. 전국적으로 현재 치매 환자 수는 대략 81만 명가량 된다. 엄청난 숫자다.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부르기도 민망하고 듣기도 두려운 '노망'이라고 비하했던게 바로 치매다. 과거 어떻게든 가족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으나 이젠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다. 치매의 어두운 한 단면이 드러나는게 바로 실종사건이다. 전북에서 발생하는 치매 노인을 포함한 실종 사건이 한 해 무려 3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심심치 않게 실종 안전 안내 문자를 받을 것이다. 실종자를 찾기 위해 경우에 따라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뾰족한 해법은 없지만 제한된 여건에서나마 실종 사건, 그중에서도 치매 실종을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7월) 도내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수(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 가출인)는 총 1만 246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종자 수색 실패를 의미하는 미해제 사건은 총 120건이나 된다. 2020년(2035건, 미해제 21건), 2021년(2849건, 미해제 17건), 2022년(2693건, 미해제 26건), 지난해(2768건, 미해제 25건), 올해 7월 31일 기준(1415건, 미해제 31건)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기준 만 65세 이상 도내 전체 노인 인구는 41만 6077명인데 이중 치매 추정환자 인구수는 4만 9195이다. 전국적인 비율보다 훨씬 높은 전체 노인 인구의 11.82%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중증환자의 경우 대부분 시설 등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실종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경증환자는 갑자기 기억을 잃어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배회감지기가 설치된 신발이나 옷 등을 만들어 지원하는 등 실종 사건 조기 해결에 이젠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0 14:42

직무대행 체제, 전북대병원장 임명 서둘러라

전공의 집단 이탈로 빚어진 응급의료 위기 상황 속에 추석 명절을 맞는 도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거점병원이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전북대병원의 역할은 막중하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 보건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히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국립대병원마저 응급실 대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 전북대병원은 지금 ‘수장 공석’ 상태다. 이 위중한 시기에 전북 의료체계의 중심인 대학병원을 이끌어야 할 병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병원 분위기는 더 뒤숭숭하다. 또 가뜩이나 병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병원장의 판단이 필요한 각종 현안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임기 3년의 전북대병원장은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 심사와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최종 임명한다. 전북대병원에서는 지난 7월 17일 제22대 병원장 임용을 위한 이사회를 열고 후보자를 선정해 교육부에 복수 추천했다. 하지만 차기 병원장 후보 추천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교육부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는 사이 지난 7월 29일로 제21대 병원장의 임기가 종료됐고, 어쩔 수 없이 전 병원장이 새 수장 임명 때까지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병원장 임명 지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임명 시기도 불투명하다. 그동안에도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국립대병원장 임명을 늦추면서 수개월 동안 수장 공석 상태에서 병원 경영과 진료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자주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이는 임명권자의 직무유기다. 병원장 공석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 불안정으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지금은 끝을 알 수 없는 의료대란의 시기다. 이런 때 전북대병원마저 수장 공석으로 흔들린다면 지역사회 의료 공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다. 교육부는 지역사회 대표 의료기관인 전북대병원장 임명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정부는 병원 이사회에서 선순위로 추천한 후보자를 임명해 지역사회와 병원 구성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0 11:49

교육현장 불신의 벽

‘신뢰는 거울의 유리와 같다.’ 19세기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이 남긴 말이다. 사람 사이의 믿음은 유리처럼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 없고, 깨진 신뢰는 유리 파편처럼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번 무너진 믿음을 회복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서로 노력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 노력도 없이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불신의 벽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교육현장이 그렇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간 불신·갈등의 골이 깊다. 급기야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제기로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2건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학교 교육력을 훼손하는 일부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처”라고 했다. 전북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도 전북교총의 대응에 뜻을 함께 했다. 전북지역 교원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학부모들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학부모는 교사·학생과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현행 ‘교육기본법’에서도 학부모를 보호자라 칭하며 학습자, 교원, 교원단체, 학교 설립자·경영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교육 당사자’로 규정해 놓았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도 ‘교사와 학부모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양측의 신뢰관계가 굳건하지 않다면 수평적 협력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갈수록 멀어지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급하다. 그런데 그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교권침해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면서 교사와 학부모는 긴장과 대립의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학부모 상담예약제’를 도입하고, 학교 전화기에 녹음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교권보호 대책의 일환이지만 학부모와 교사의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바람직한 교육현장은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존중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학교다. 교사와 학부모간 대립·갈등의 관계가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 시급한 교권회복을 위해 교육당국과 교원단체의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 학교의 신뢰 회복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부모는 학교와 긴밀하게 소통·협력하면서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교육의 한 주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도 학부모의 교육활동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현장에 단단하게 쌓인 불신의 벽부터 허물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9.09 17:52

공자와 다산의 호학(好學), 호고(好古)의 정신을 본받아야...

<논어(論語)> 첫머리인 '학이(學而)'편에, “배우고 때에 맞춰 실천하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학이시습지불역열호)“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에서 공자는 배워서 얻어낸 지식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즐거움이야말로 큰 희열이라며 ‘호학(好學)’을 제시한다. 공자에게 있어 ‘호학’은 장차 인간 심연의 변화와 인격수양을 이루어 성인(聖人)에의 성취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공자의 ‘호학(好學)’은 ‘호고(好古)’를 근본으로 한다. '술이(述而)'편에서, 어떤 제자가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다 아셨습니까?”라고 묻자,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옛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구하려고 민첩하게 공부한 사람이다.(我非生而知之者 好古 敏以求之者也. 아비생이지지자 호고 민이구지자야)”라고 대답한다. 즉 옛 것에 대한 지적호기심이 강하여 부지런히 학문을 추구해서 알아낸 사람이지, 타고난 천재는 아니라면서 제자들에게 ‘호고’에 대한 분발을 촉구했다. 종신토록 <논어> 읽기를 권장했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공자 못지않게 ‘호학’과 ‘호고’를 중요시 여겼다. 그는 귀양지에서도 방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뚫릴 정도로 정진하면서 무려 182책 503권의 책을 펴냈고, 2,500여수의 시를 남긴 대유(大儒)이자 문학가이다. 이러한 다산이 공자의 ‘호학’에 대한 주자의 주석에 의미 있는 해석을 달았는데 요약하면, “학(學)이란 가르침을 받는 지(知)이고, 습(習)이란 학업을 익히는 행(行)이다. 그러므로 시습(時習)이란 시시때때로 익히면서 지행(知行)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며, 열(說)이란 마음이 유쾌함이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배운 그대로 행위가 뒷받침되면 기쁘고 유쾌해진다는 ‘락지자(樂之者)’ 곧 즐기는 자의 자세를 지향했던 것이다. 한편, 다산은 회갑을 맞이하여 쓴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광중본(壙中本)에서, “착함을 즐기고 옛것을 좋아하며, 행위에 과단성이 있었다.(樂善好古而果於行爲. 낙선호고이과어행위)”라고 자평하면서 옛것을 좋아했노라(好古) 기술하였다. 그리고 1808년 유배지 전남 강진에서 장남 학연에게 보낸 서간문에서는, 시를 지을 때는 중국 고사(故事)만을 인용하는 것은 볼품없는 행위라고 지탄하면서 우리나라의 각종 문헌에 실린 고사도 인용해야 좋은 시가 될 것임을 주지시키면서 ‘우리 것에 대한 호고’를 강조하였다. 이는 주체적 ‘호고’를 통해 자아정체성과 민족의식을 뚜렷이 확립했던 다산의 실학자다운 면모를 보여준 대목이다. 이처럼 공자와 다산은 ‘호학’과 ‘호고’의 정신으로 답답한 현실을 개선하고 개혁하여 새로운 학문과 문화의 재창달을 부단히 도모하였던 것이다. 2024년에 새롭게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예로부터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대표적인 예향이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9월에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이 17년 만에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이제는 보존과 계승 차원을 넘어 산업화와 세계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음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공자와 다산의 ‘호학’과 ‘호고’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재정립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K-한류의 본고장으로 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김도영 (재)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문화재학박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9 15:34

우리는 지구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도구이자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며, 심지어 인간관계조차도 돈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돈은 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근본적인 목적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경제 성장의 무분별한 추구는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초래한다. 이는 결국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의 대표적 지표인 GDP와 국민행복지수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일반적으로 GDP가 높아지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이는 곧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데이터에 따르면, GDP가 일정 수준이상으로 상승하면 국민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경향을 나타낸다. 미국 같은 고소득 국가들은 높은 GDP를 자랑하지만, 종종 중·저소득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국민의 주관적 행복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는 상대적으로 낮은 GDP에도 불구하고 높은 국민행복 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풍요도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 역시 돈의 분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큰 나라일수록 사회적 불안정성과 범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제적 성장이 단지 일부 계층에 집중될 때 오히려 사회 전체의 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와 지니계수의 관계를 보면,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인간개발지수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소득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고르게 분배되지 않으면, 경제적 성장이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의미다. 즉, 그 돈이 어떻게 분배되고 사용되는지가 사회의 복지와 안정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다.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는 소득뿐만 아니라 건강, 교육, 환경, 사회적 연결망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의 생활 만족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평가한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이와 같은 비경제적 요소들이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세율과 공공복지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생활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풍요와 상관없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미국의 마틴 셀리그먼은 연구에서 돈보다 중요한 삶의 만족 요인으로 긍정적 감정, 몰입, 의미, 성취감 등을 제시했다. 경제적 풍요와 관련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들인 비물질적 가치에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월 27일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난 정권에 비해 예산 평균 증가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특히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도 10년 새 최저 수준이었던 2023년 이후 두 번째로 낮다. 정부는 한정된 자원으로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에 돈을 분배해야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민들의 경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9 15:34

예술가의 창작, 재능 기부가 아닌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한 점의 그림, 한 편의 소설, 한 곡의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들은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낸다. 그런데도 종종 그들의 노력은 '재능 기부'라는 명목 아래 너무 쉽게 요구된다. 예술가의 창작이 단순한 나눔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은 결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진지한 노동이며, 감정을 담은 창작의 결과물이다. 예술가들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고민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들의 창작 과정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작업이 재능 기부로 취급된다면, 그들은 자신이 쏟은 노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재능 기부라는 개념은 선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예술가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예술가들이 경제적 안정 없이 창작은 지속 가능하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점이 예술가에게 정당한 보상이 필요한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이유다. 창작 활동은 단순한 ‘해주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생계와 직결된 일이기도 하다.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예술가는 창작에 전념하기 어려워진다. 예술가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고, 이는 창작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다. 결과적으로 창작의 질과 양이 줄어들며, 예술가들은 점점 더 창작에서 멀어진다. 정당한 보상이 없으면 예술가들은 경제적 불안 속에서 창작을 포기할 위험에 처한다. 이는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잃게 만들고, 우리 사회는 삶의 건강하고 중요한 도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재능 기부'로 예술이 쉽게 소비되면, 예술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술은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창작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예술의 힘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예술의 힘은 단순한 상품의 소비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된 가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창작의 자유를 유지하려면 경제적 자립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독립 없이는 외부의 압박이나 상업적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창작의 자유와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예술가의 노동은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한다. 예술이 주는 감동과 위로, 그 안의 메시지는 결국 자유로운 창작에서 나온다. 예술가들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야, 그들의 창작물은 깊이와 진정성을 지킬 수 있다. 이것은 예술가 개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적 풍요로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모든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예술 분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예술가의 창작이 재능 기부로만 소비되는 것은 이 원칙을 어기는 것이며, 그들이 창출한 가치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존중받고, 그들이 가진 창의성과 열정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필요하다. 그것이 예술의 가치를 지키고, 우리 사회가 문화적 풍요로움을 지속하는 길이다. 예술가의 작업을 단순한 재능 기부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그들의 작품과 노동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보상, 예술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임진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9 15:34

이장호 군산대 총장 중대결단할 때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세상의 어떤 자리에 있든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다. 조직 구성원이 지도자를 불신하고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할때 이미 지도력은 상실한 것임을 웅변하는 표현이다. 논어에서 유래됐는데 공자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충분히 양성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라 답했다. 공자는 하나를 포기한다면 군대를, 다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식량이라고 답했다. 백성과의 믿음은 최후의 보루로서 이게 없어지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거다. 비단 국가뿐이랴. 가정, 기업, 단체를 막론하고 지도자의 언행이 의심을 사는 순간, 그는 이미 지도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자리를 지켜려고 연연하는 것은 구차한 자기변명일 뿐이다. 연구비 부정 사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장호 군산대 총장에 대한 교직원들의 불신임안 투표가 90% 가까운 찬성률을 기록했다. 지난 6일 교수와 직원, 조교 등 전체 교직원 627명을 상대로 한 전자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443명 중 89.62%(397명)가 총장 불신임에 찬성했다고 한다. 불신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10.38%(46명)에 불과했다.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교수평의회는 총장 불신임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투표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평의회 측은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교육부에도 총장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이쯤되면 이장호 총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법적인 다툼과는 별개로 현직 국립대총장으로서 구속까지 되면서 전국적인 오명을 남긴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구속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고는 하지만 이게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적인 최종 판단과는 별개로 구성원들이 이미 총장의 리더십을 인정하기 않겠다는 명쾌한 의사를 피력한 만큼 대도무문의 길을 걸어야 한다. 총장직을 버리면 본인은 물론, 구성원들이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나, 반대의 경우엔 생불여사(生不如死 살아 있음이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다는 뜻)의 길을 걷게됨이 명확해졌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일 뿐이다. 법적인 논쟁에 관계없이 실추될대로 실추된 군산대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세울 가장 현명한 길은 과연 무엇인가. 답은 자명하다. 이장호 군산대총장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9 14:41

새만금 신항 한류 크루즈 관광 중심지 육성을

2026년 완공 예정인 새만금 신항이 크루즈 산업의 신규 개발 시설로 떠오르면서 한류 테마를 주요 컨셉으로 한 활성화 방안실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는 '크루즈 관광을 통한 지역관광‧연안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2027년까지 △방한 크루즈 관광객 연 100만 명 △관광객 소비지출 연 2791억 원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한다. 때마침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신항만 크루즈 관광여건관광여건 분석 및 발전방향 연구용역'을 지난 6월 착수, 최근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이번 보고회의 핵심은 한류 테마를 중심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군산 근대역사자원 등을 이용한 관광루트 조성이다. 특히 K-컬처인 한식, 한복, 한옥 등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개발로 관광매력도를 높이겠다는 거다. K-컬처(한식, 한복, 한옥) 등을 접목해서 새만금만의 특색 있는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슴벅찬 일이다. 문제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새만금 크루즈 관광을 극대화하려면 다(多)모항 크루즈 방식의 도입이 고려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는 '지역관광과 우리 경제 활력을 위한 크루즈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6년 완공 예정인 새만금 신항을 크루즈 부두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만금 신항 크루즈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Fly&Cruise'라고 표현한 '다(多)모항 크루즈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모항은 크루즈 여행의 시작과 종료 지점으로, 승객들이 승하선 하는 항구를 말한다. 모항이 하나인 단모항 방식으로는 안된다. 새만금 신항은 정부 발표에서 7대 기항지에 꼽히지 않았다. 아픈 대목이다. 크루즈 산업의 후발 주자인 새만금이 크루즈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모항 방식의 도입은 물론, 경쟁 도시에 비해 훨씬 많은 지원과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나절 가량 잠시 들리는 기항지 보다는 모항으로 운영되는 게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명쾌한 목표를 토대로 뛰어야 한다. 부안군의 경우 '다모항 체인 크루징'을 목표로 부안(전북도), 칭다오(산둥성), 인천시를 연계하는 크루즈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부안군은 이미 크루즈 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중국 크루즈 선사, 대만의 항만과 MOU를 체결했다. 새만금개발청은 물론, 전북도와 일선 시군이 힘을 모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야야 한다. 새만금 신항의 크루즈 관광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려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9 11:13

전주 BRT, 시민 혼란 없도록 ‘제대로’

전주시가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BRT 구축사업을 본격화했다.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우선 1단계로 4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린대로 10.6km 구간(호남제일문~한벽교 교차로)에 BRT를 구축하겠다는 게 전주시의 청사진이다. 올 하반기 공사에 착수해 내년 말까지 한벽교∼추천대교(1·2공구)를 준공하고 나머지 3공구는 2026년 완공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시민워크숍에 이어 지난 4일 ‘기린대로 BRT 시민 대토론회’를 열어, 사업내용을 알리고 시민 의견을 들었다. 기대와 우려, 아쉬움이 교차한다. 전주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이 구간에서 버스 운행 속도가 5~6분은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린대로의 교통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수평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승강장의 높이를 조정해 BRT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친다. ‘도로 위의 지하철’·‘대중교통의 혁신’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오래전 전주에서도 시행됐다가 차선 표시만 남긴 채 슬그머니 사라진 ‘버스전용차로제’가 연상된다. 버스 전용차로가 도로의 맨 바깥 차선에서 중앙선 옆 1차로로 바뀌고 도로 중앙에 정류장이 생기는 게 전부라면 예전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시민 토론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신호체계 개편과 중앙 버스전용차선 신설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체증, 공간 설계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승용차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이다. 도심 간선도로의 양방향 1차선을 버스에게 온전히 내주어야 하는 만큼 승용차는 불편할 수밖에 없고, 운영 초기 적지 않은 혼란이 따를 수도 있다. 실제 지난 5월 BRT를 개통한 경남 창원시에서는 공사 도중 일부 사업계획이 변경되고, 개통 초기 승용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큰 혼란이 따랐다. 전주에서도 BRT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우려가 만만치 않다. 사업 홍보에만 치중하면서 토론회를 형식적인 절차로 넘겨서는 안 된다. 착공을 눈앞에 둔 만큼 늦은 감도 있지만 토론회에서 나온 시민의 목소리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적극 반영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8 18:20

추석연휴 응급의료 공백, 도민은 불안하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앞두고 응급의료체계 등 의료공백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잦아지면서 명절 연휴 동안 “아프면 어쩌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응급실 위기 상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은 딴판이어서, 응급실 대란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들은 힘을 합해 이번 추석연휴 동안 국민들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대처했으면 한다. 정부는 5일부터 25일까지 3주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자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설치·운영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자치도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의 연휴 기간 응급의료기관 20개소를 24시간 운영한다고 밝혔다. 410개소의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도 관리한다. 또한 응급진료상황실을 도청과 14개 시군에 설치해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 안내와 문 여는 병의원·약국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재난 및 다수 사상자 발생에 대비해 도·보건소 신속대응반과 재난거점병원의 재난의료지원팀도 상시 출동 태세를 유지키로 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해 7개소의 발열클리닉과 8개소의 협력병원을 운영하고 연휴 기간 코로나19 진료와 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응급진료기관 및 병·의원 약국과의 협조 체계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잇달고 있다. 6일에는 광주시 조선대 캠퍼스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이 100m 거리의 같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수용을 거부 당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부산에선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70대 근로자가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다른 병원을 알아보던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태는 전북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지금 응급실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대란으로 문을 닫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또 문을 열었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각종 사고가 급증하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 파행이 이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료만은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8 18:20

민주주의로 포장된 악성민원 해결에 이만한 꿀조합은 없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특정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대부분인 행정심판을 3년간 1만여 건 청구한 전북자치도민을 형사고소 하면서, 등기우편료와 반송료로 7,200여만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악성민원 때문에 ‘철밥통’이라는 말로 부러움을 샀던 공무원은 이제 ‘찬밥통’ 취급을 받게 됐고, 많은 공무원들이 국민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악성민원에 우리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악성민원인은 2,874명에 달하고, 행정안전부는 해마다 4~5만 건의 악성민원이 제기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설문 결과에 대해 많은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포트홀 보수공사를 해 교통정체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하루 50건이 넘는 민원 전화에 시달린 끝에 ‘힘들다’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 ‘김포시 공무원 자살 사건’만 보더라도 공무원이 직면한 현실을 알 수 있다. 혹자의 말처럼 민원이 국민의 권리이고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악성민원으로 공무원이 계속 떠나면 민주주의는 병들게 되고, 국민은 힘들게 된다. 그러니 불치병이 되기 전에 병든 민주주의를 치료해야 한다. 악성민원으로 병든 민주주의를 치료하기 위해, 먼저 기관장의 악성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악성민원은 상습․반복적 민원 제기, 폭언․폭행, 신상 털기, 과도한 정보공개청구 등이 있는데, 어느 수준의 민원이 악성이고 정당한 것인지를 기관장이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수준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2년에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을 개정해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 등의 폭언ㆍ폭행,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반복 민원 등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원 처리 담당자의 신체적ㆍ정신적 피해의 예방 및 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나,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만큼 위반 시 형사처벌과 같은 제재규정을 마련해 기관장이 적극적으로 악성민원에 대응하게 해야 한다. 또한 악성민원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민원전담공무원, 법률전문가, 주민 등을 위원으로 구성하고, 주 1회 이상 위원회를 개최하여 민원을 경청하고 그 과정을 전부 녹화하여 민원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악성민원을 이어가는 민원인에게는 행정절차법 제40조의3에서 정하고 있는 위반사실 등의 공표 절차 등을 통해 녹화 영상을 공개하는 등의 심리적 강제로 악성민원을 스스로 중단케 해야 한다. 끝으로 악성민원인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다만, 행정절차법 제54조에서는 ‘행정절차에 드는 비용은 행정청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악성민원인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직 악성민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없어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병든 민주주의가 곪아 터지기 전에 신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한편, 행정심판법 제32조의2에서 ‘위원회는 심판청구서에 타인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청구내용을 특정할 수 없고 그 흠을 보정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2조제1항에 따른 보정요구 없이 그 심판청구를 각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행정심판청구권의 남용을 규제하고 있는 만큼, 이 경우에 한해서 만이라도 민사소송법 제98조와 같이 패소한 당사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속히 마련하면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은 문제는 신속히 해결될 수 있으니,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현명함을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부탁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8 18:20

‘교육의 3주체’로서 학부모의 역할

‘치맛바람’이란 용어가 흔히 쓰이던 때가 있었다. 여성의 극성스러운 사회활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과도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다. 특히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일으키는 치맛바람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학부모는 학생‧교사와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교육기본법’(제12조~17조)에서도 학부모를 보호자라 칭하며 학습자, 교원, 교원단체, 학교 설립자‧경영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교육 당사자’로 명시해 놓았다. 학부모는 교육 당사자로서 학교 교육활동에도 참여해 인재양성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학부모의 활동이나 행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부각된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치맛바람’처럼 정반대로 인식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추락한 교권’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학부모가 교권침해의 주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교육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과 마찰은 기본적으로 양측의 오랜 불신에서 비롯된다. 10여년 전 몇몇 교사들이 제자들에게 저지른 충격적인 기행(奇行)이 언론을 통해 속속 알려지면서 학창시절의 교실을 기억하고 있던 학부모들이 크게 분노했고, 교직사회는 숨을 죽여야 했다. 그런데 이제 학부모들이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다. 교사에게 갑질하는 몇몇 학부모들의 어이없는 행동이 알려지면서다.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당연히 교사와 학부모는 대립과 갈등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존중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학교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 당사자로서 학부모는 자녀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학교와 건전하게 소통‧협력하면서 학교 교육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우선 학부모와 교사, 학교 간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공교육에 긍정적인 에너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학부모의 교육활동 참여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지자체와 교육청-대학-기업-공공기관의 협력을 통해 지역 교육혁신과 인재양성을 지원하는 ‘교육발전특구’ 사업을 역점 추진하면서 지역사회 ‘교육협치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학교가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학부모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함께한다면 학교는 교과연구에 집중하고, 지역사회는 안정적인 돌봄‧교육시스템을 구축해 한층 더 탄탄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자유학기제와 직업‧진로체험 프로그램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면 훨씬 알차고 실질적인 진로탐색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 지역사회 교육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고, 교육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또 교사와 교육기관 관계자, 그리고 교육정책도 몇 년마다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벌을 중시하는 경쟁적 입시제도의 틀에 여전히 갇혀 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지역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은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먼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윤경애(전북학부모연합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8 18:20

저출산 위기, 특별한 정책보다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우리나라 0.78의 출산율을 접하고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는 반응을 보여 화제를 모았던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교수이자 노동 분야 석학인 조앤 윌리엄스 교수가 EBS 교육방송 50주년을 맞아 방송된 ‘조앤 윌리엄스와의 대화’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조앤 교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고강도 노동이 이제는 한국 사회를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돌봄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 한국 사회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남녀 모두 사회 경력을 유지할 수 있게 전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계 출산율은 15~49세 가임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출생아 수를 말한다. 쉽게 말해 합계 출산율 1.0은 평균적으로 가임기 여성이 평생 아이 한 명을 낳는다는 이야기로 남녀 둘이 만나 아이를 낳으니 보통 2.1이 되면 인구가 유지된다고 하니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의 3분의 1정도 수준이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발전의 추력을 상실하게 되어 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심각한 재정부담을 유발해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5월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9∼2021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의 출산 지원 예산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출산장려금 100만 원 지급 시 합계 출산율은 0.03명 증가했지만, 아동 1인당 인프라 예산을 100만 원 늘리면 합계 출산율은 0.098명 증가한다고 한다. 현금성 출산장려금은 일시적 효과는 가져올 수는 있지만 보육 여건이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자체 간 출산장려금 경쟁은 인구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그치므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완주군은 2022년 7월 9만 1545명이었던 인구가 2024년 7월 9만 8950명으로 등록외국인 4390명을 포함하면 10만 3340명으로 이미 10만 시대에 돌입했다. 전북 귀농귀촌의 3분의 1이 넘는 약 37%를 차지하는 완주군 귀농귀촌인의 증가, 주거환경 등 정주여건의 변화 등이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완주군에서는 아이돌봄 서비스, 공동육아나눔터, 방과후 지원, 외국어 방학캠프 등 실질적인 지원책으로 보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저출산 위기를 극복한 프랑스,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헝가리 등 대표적인 나라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출산과 육아를 경제적, 사회적으로 강하게 지원하고, 출산을 지지하는 문화가 조성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강도 높은 대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는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권이 바뀌어도 저출산 대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강력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사회 전반에 일-가정 양립 문화가 보편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삶의 질을 높여 출산과 육아에 대한 실질적인 사고를 개선해 나가고, 결혼과 출산이 전사회적으로 환영받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인내와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유희태 완주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8 18:20

보수정권에서 가망 없는 전북

지금도 중앙정부가 전북을 바라다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특히 보수 쪽 지지자들의 시각이 전혀 바꿔지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점철돼 있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만 줄기차게 지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쪽 지지자들은 전북의 정서를 이해할려고 들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는 생각이다. 보수 심장부인 서울 강남 3구에서는 전북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아예 정치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왜 전북이 사면초가가 되어 고립무원 상태로 빠져들었는가. 산업화 과정 때 농업의 틀을 벗지 못한 탓이 크다. 생명산업에 종사한다는 자존심보다는 농업의 경제성 저하로 낙후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전북은 산업화가 미진해 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타 지역에 비해 낮다. 1991년에 착공한 새만금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전북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몰고갔다. 타 지역인들은 전북에 새만금 사업 이외에는 다른 개발 사업이 없느냐 면서 오히려 사업 다각화를 일러준다. 해마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전북도는 국가예산 확보로 걱정이 태산 같다. 문재인 전 정권때는 새만금 SOC 확충을 위해 1조 이상씩 투입되었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서 사상 유래가 없는 국가예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몰아씌운 후 새만금 예산을 칼질했기 때문이다. 무려 당초 예산의 78%를 삭감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나중에 부분적으로 살려주었다. 특히 타당성 조사를 통해 흠잡을 때가 없는 새만금사업을 무려 8개월이나 중단시켜 도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힘 없는 약자의 설움을 되뇌인채 칼자루 잡은 쪽의 눈치를 지금도 살핀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감사원이 새만금잼버리 대회 전반을 감사했기 때문에 잘잘못이 있으면 그 실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대회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원에서 가타부타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의혹만 증폭시켰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관영 지사도 기자회견을 통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짓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조직위 여가부 전북도 부안군 잼버리 측의 잘잘못을 가려내야 한다. 지금도 잼버리 파행에 따른 암운이 전북도에 짙게 드리워져 전북도가 국가예산 확보 활동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박상우 국토부장관이 대광법을 개정해서 전북도한테 도움주고 싶어도 키를 쥔 기재부에서 미동도 안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이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상 불이익을 받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14.4%밖에 얻지 못했고 지난해 전주을 재보궐선거 때 국힘 후보가 6명의 후보 중 8%로 5등한게 문제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줄리 의혹을 안해욱 후보가 재보궐선거 때 집중적으로 제기한 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나온다. 아무튼 지난 총선 때 3선에 도전했던 국힘 정운천 후보가 20.63%로 낙선하면서 국힘 지도부가 완전히 등돌렸다는 후문이다. 전북은 보수정권에서 영 가망이 없단 말인가.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9.08 18:18

우리사회 더 낮은 곳을 돌아보며

'사회복지의 날'은 사회복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고 사회복지사업 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2000년 9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어 공포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회복지의 날로 하고 이 날로부터 1주간을‘사회복지주간’으로 정하였다. 1948년 제헌헌법에‘생활무능력자 보호규정’을 둠으로써 시작된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은 이후 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에 따라 점차 변화‧발전했지만, 여전히 약자에 대한 보호와 시혜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90년대말 IMF와 2000년대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대규모 기업도산, 대량실업, 가정해체 등으로 인해 사회복지는 더 이상 특정 계층과 대상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고, 최근들어 코로나 19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연령·계층에 관계없이 사회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도 민선 8기 출범 이후‘함께 누리는 행복복지’실현을 위해 사회복지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2024년 사회복지 예산이 3조 9978억원으로 도 전체예산의 42%를 사회복지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보다 두터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통해 촘촘한 복지를 적극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촘촘한 돌봄서비스를 구축,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 돌봄에서 제외되었던 청‧중장년층과 가족돌봄청년 대상 일상돌봄과, 75세이상 노인에 대한 의료-돌봄 통합지원사업을 전 시군으로 확대하는 한편,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1:1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중이고, 학대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학대 판단 전 생필품‧의료비 등 긴급지원사업을 하반기부터 추진 중에 있다. 또한, 1인가구 증가 ‧ 고령화 등 인구‧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복지수요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현재 시범사업중인 고독사 예방관리사업을 하반기 전 시군으로 확대시행하고, 새로운 복지사각지대로 주목받는 가족돌봄 및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자립지원과 일상회복을 촘촘히 지원하는 한편,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도민에게 전문 심리상담서비스를 지원하는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중에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복지혜택의 내용부터 지원방법까지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도민 맞춤형 복지정보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북복지자원 플랫폼”을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중인데, 단순한 복지정보뿐 아니라 도움요청‧상담‧돌봄연계 등 도내 복지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여 도민의 복지체감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에도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이 편안하고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인·장애인·아동 등 분야별 담당 공무원들이 복지시설과 저소득세대를 직접 방문하여 어려움을 직접 살피고 위문품을 전달할 계획이며, 결식우려 아동 및 재가노인 등에 대한 음식배달지원와 맞벌이·한부모 및 장애아 가정에 대한 돌봄지원 등 도내 소외계층들이 어려움 없이 편안하고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길 계획이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복지 최일선 현장에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며 묵묵히 헌신하고 계신 사회복지종사자분들에게 진심어린 존경과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사회복지인들의 헌신과 노력이 더욱더 빛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보람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처우개선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황철호 전북특별자치도 복지여성보건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5 17:26

'호남 동행' 에 감춰진 진실

호남이 아니라 전북이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아쉬울 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다가 돌연 언제 그랬느냐 식으로 180도 안면몰수 했다가 다시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다. 국민의힘 호남 동행 의원제가 그것이다. 지난 21대 국회 때 이른바 서진 정책의 일환으로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이벤트성 정치 실험이었다. 당시만 해도 민주당 일색인 호남에서 국민의힘과의 소통 창구가 아쉬운 상황에서 나름 설득력을 가졌다. 집권 여당으로 변신한 지금의 위상에 비춰 보면 더더욱 절실한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잼버리 파행과 전북특별자치도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동행 의원들의 이중적 태도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최근 재추진 의사를 보이자 진정성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0년 정운천 의원 제안으로 추진했던 동행 의원제 취지는 호남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다. 민주당 쏠림이 심했던 이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현안 해결에도 앞장서는 노력을 통해 지지를 얻고자 한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 영남과 충청 출신 의원 48명이 호남 지역 자치단체와 자매결언을 맺고 '제2의 지역구'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실제 도내 14개 시군도 동행 의원과 소통하며 법안 처리와 예산 확보에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권의 25%를 호남 몫으로 정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호남 지지 기반이 없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의해서다. 고령의 김종인 위원장도 5.18 묘지 앞에 무릎을 꿇으며 진정성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전북과의 동행을 자처한 그들 의원들이 그동안 애써 보여줬던 동반자 노력이 한낱 허구였음을 드러낸 것이 바로 잼버리다. 송언석 의원 등이 극단적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저격수 역할을 통해 파행 책임을 전북에 떠넘기는데 앞장섰다. 한술 더 떠 새만금 SOC 예산을 무려 78%나 칼질했던 추경호 기재부장관도 마찬가지다. 서병수, 김병욱 의원은 전북특별자치도법에 반대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동행 의원들이 되레 전북을 헐뜯고 지역 발전을 가로막으며 제도 취지를 무색케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호남동행 특별위원장에 조배숙 의원을 임명했다. 그동안 가교 역할을 해왔던 정운천 의원이 총선에서 낙마, 사실상 핫 라인이 끊기자 교두보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민의힘 여론이 바닥인 데다 동행 의원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획기적 민심 수습 카드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분위기다. 잼버리 파행과 특별자치도 추진을 통해 이 제도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추진한다고 해서 등 돌린 도민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단순히 호남 표심만 자극하지 말고 민심을 얻기 위한 진정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9.05 17:26

난 웹툰작가이다

나는 현재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여러 작품을 연재하고 에세이툰도 출간했으며, 여러 공모전 수상 경력도 있다. 예전부터 만화는 존재했었고, 만화의 대표적인 나라를 떠올리면 일본이라는 건 웬만한 일반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김산호, 김광식 같은 작가분들께서 초반 일본 만화의 형식을 보고 배우면서도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며 한국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70년대 군부정권 시대의 개막과 함께 만화를 사회 5대 악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심한 탄압과 함께 만화 불태우기 운동까지 했었다. 하지만 어디 깊이 자리 잡힌 문화란 것이 쉽게 죽으랴. 이후에 이현세, 김수정, 이두호, 허영만 등으로 대표되는 신진 작가들이 등단하여 보다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였으며, 9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 만화 대여점이 생기면서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만화를 만나게 될 수 있었다. 물론 대여점을 통한 유통이나 인세, 등 문제점들도 꽤 있긴 했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마린블루스 등을 필두로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했고, 강풀, 강도영 작가님들의 작품이 흥행하면서 웹툰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만화는 앞서 이야기했듯 일본을 보고 모티브 삼아 배워온 것들이 많았다면, 웹툰은 그 만화를 보고 즐기며 성장해온 젊고 새로운 작가들이 만들어낸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콘텐츠이다. 나는 만화를 보며 컸고 고등학생 시절에 웹툰을 접하고 두 장르를 다 경험하며 자란 세대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가라는 꿈이 있었지만, 가정환경으로 인해 꿈을 접고 입시만화학원에서 전임강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명 만화작가분의 어시생활과 웹툰에서도 어시로 일한 경험이 있는 형을 만나게 됐고 그 형의 여러 번의 권유로 같이 웹툰 작가가 되보기로 결심했다. 30이라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였고, 모아놓은 돈도 없을 떄였다. 당시 웹툰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 작가로 등단하는 게 꽤나 어려울 때였다. 그걸 알기에 형과 나는 학원을 그만두고 등단이란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작업실이란 이름의 원룸을 하나 구했고, 그곳에서 우리는 숙식과 작업을 같이 했다. 방을 구하고 작업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컴퓨터와 모니터 타블렛을 마련하고 나니 우리에게 남은 돈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작품을 만들어서 플랫폼에 연재 제안을 하려면 못해도 석 달은 필요했는데 당장 생활비가 없었다. 이때 형이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아 조그만한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렇게 작품을 만들던 중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지원사업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원사업을 살펴보던 중 우리가 만들고 있는 작품과 맞는 지원사업이 있는 걸 보고 지원하게 됐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2의 각시탈과 같은 만화작품을 찾는 지원사업이었다. 운이 좋게 당선이 됐고, 우리는 원고료를 받으면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정말, 생활비가 딱 떨어질 때였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의 미팅이 있을때는 진흥원 여러 담당자님, 관계자분들께서 잘 대해주셨고 덕분에 부천에서 작품 전시도 할 수 있었다. 작품 전시회는 우리 말고도 당선된 작가분들의 프로필이 적혀 있었는데 너무나도 화려했었다. 반면, 우리의 프로필은 전시된 작품 딱 한 줄.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이렇게 고마움으로 시작됐으나, 일이 좋은 일만 있으랴. 이후에 웹툰 시장의 씁쓸함을 느끼는 경험도 있었다. 다음 예찬에서 이어서 하도록 하겠다. /홍인근 웹툰작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5 16:53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합니다. 영문으로 된 병적증명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병무청에서는 해외 이민 또는 장기체류 등에 필요한 영문으로 된 병적증명서 발급을 요청하면 영문 병적증명서를 발급해 드리고 있으며, 여권상의 영문 이름을 제시하시면 여권의 영문 이름과 동일한 이름으로 병적증명서를 발급해 드립니다. 병적증명서는 다음과 같이 신청하면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첫째, 본인 또는 가족(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또는 배우자), 본인의 위임장을 받은 대리 신청인이 지방병무(지)청을 방문해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지방병무(지)청 방문이 어려우신 분들은 가까운 시·군·구,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어디서나 민원(팩스)으로 신청하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발급을 원하시면 정부민원포털 '정부24' 민원 신청을 통해서도 병적증명서 신청 및 발급이 가능합니다. 또한, 군복무를 마친 사람으로 발급일 기준 약 1개월 전 전역자와 1989년 이후 병역판정검사 받은 사람은 농협, 법원, 구청,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과 터미널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KIOSK)에서도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인민원발급기에서는 영문으로 된 병적증명서는 불가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병적증명서 신청 시에는 주민등록증 등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꼭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족(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또는 배우자)이 신청 시에는 방문자 신분증 및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하여 주시고, 본인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병적증명서 발급 위임장 및 위임한 사람과 위임을 받은 대리 신청인의 주민등록증 등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위임장 서식은 병무청 누리집 민원서식에서 ‘병적증명서 발급 위임장’을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병역사항이 기록된 주민등록표 초본으로도 병적증명서를 갈음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5 15:59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