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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단위 근로계약 체결, 근로계약은 종료된 건가요?

의뢰인은 사업주로서 일부 근로자와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연봉협상과 함께 다음 해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체결하였는데, 일부 근로자의 경우 업무 성과와 태도로 인해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려 한다. 의뢰인은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으니 더 이상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지 물어왔다. 많은 사업주가 계약기간을 정해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그 기간이 종료하면 당연히 고용은 종료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반복적∙관행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을 체결하지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먼저 법 조항을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제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이 원칙이며, 만약 기간을 정한다면 사업 완료에 기간이 필요하다면 그 기간만큼, 그렇지 않다면 1년 이하의 기간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리고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제를 사용할 수 있고(특정 사유가 있다면 2년 넘게 사용 가능), 2년을 초과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근무 기간이 2년이 넘는다면 무기계약직으로 보기 때문에 단순히 근로계약 기간이 도과하였다고 근로자와 계약 종료를 주장할 수는 없다. 사업주는 2년을 초과하더라도 특정 사유가 있다거나 업무가 변경되었다는 사유로 기간제 근로자 고용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갱신의 근거 규정이 있거나, 없더라도 상시∙계속적인 업무였거나, 재계약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면 근로자에 대한 갱신 기대권을 인정해 단순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이 단절되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업주는 계약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노동법령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계약기간이 종료로, 고용계약을 단절시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니 사업주도 근로자도 모두 잘 확인해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2 15:02

전주 지식산업센터 선의의 피해자 없어야

돈을 좀 벌려면 투자와 투기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최근 전주시 팔복동 지식산업센터 분양자들은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고 한다. 계약만 하면 중도금 알선 무이자 대출 등으로 중도에 전매를 하거나 수익형 부동산이 될 것으로 편안하게 생각했는데 부동산 불경기의 심화, PF 규제강화 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관계당국은 지금부터라도 꼼꼼하게 잘 살펴서 대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지식산업센터는 종전 아파트형 공장이 2010년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2020년을 전후한 시기, 각종 규제가 심하지 않아 황금알 낳는 투자처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고금리 여파와 많은 공실로 인해 상당수 분양자들에겐 골치 아픈 존재라고 한다.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받을 때 90%까지 대출을 해주는 등 조건이 좋았으나 요즘에 경매에 부쳐지는 수도권 지식산업센터가 늘어나고 있다. 사안의 성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 전주시 팔복동에 건립 중인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들이 신탁사로부터 난데없는 중도금 납부 통지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수분양자들이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믿고 분양 계약을 체결했는데, 중도금 대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납부 통지를 받았다는 거다. 중도금을 납부일까지 내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는 물론 계약금(총 공급대금의 10%)을 귀속한다는 내용까지 담겨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시행수탁자와 시행위탁자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에 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수분양자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커지고 있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지식산업센터 '더 캠퍼스 이지움'은 매도인 겸 시행수탁자로 신한자산신탁, 시행위탁자로 거송, 시공사로 계성건설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분양률은 32% 가량 된다. 그런데 수분양자 150명은 신한자산신탁으로부터 이달 13일까지 1차 중도금을 납부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당초 분양 계약을 맺을 때 시행위탁자나 시공사의 중도금 알선을 통해 무이자 대출로 중도금을 충당한다는 조건만을 믿고 분양받은 이들이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즉각 조치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2 14:45

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전주가 정답이다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가유산청이 지난달 27일 현장실사를 다녀갔고, 현장실사에서 보완요청한 내용을 종합한 프리젠테이션 발표가 남아 있다고 한다. 센터는 후백제의 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연구·전시하는 총괄 기구다. 전체 사업비는 450억 원가량이며 2030년 개관을 목표로 전액 국비가 투자된다. 국가유산청은 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달 초, 건립 후보지 공모를 실시했으며 전주시와 함께 광주시, 당진시 등 4곳이 응모했다. 현재 2주간에 걸쳐 서면심사 등 사전평가를 거쳐 전주와 광주 2곳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센터 건립의 적지는 전주다. 전주 이외에 또 어디가 있단 말인가. 후백제 왕도였던 전주는 누가 봐도 건립의 적지(適地)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듯 하다. 그러나 결과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일 것으로 믿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센터 건립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2020년 6월에 제정된 이 법은 제1조에서 우리나라 고대역사문화권을 발굴·복원하고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당시 고대 역사문화권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가 들어 있었고 이어 중원과 예맥문화권이 포함되었다. 후백제는 빠져 있었는데 전주지역 시민단체와 학계, 정치권이 힘을 합해 2022년 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둘째, 전주는 후백제 역사 45년 중 900-936년, 37년간 수도였다. 전주와 전북을 중심으로 광주·전남과 영남, 충청을 아우르며 고구려 땅까지도 회복하고자 노력한 왕조였다. 또 지금까지 밝혀진 후백제 유적 128개소 가운데 전주 35개소 등 전북에 70%인 89개소가 밀집돼 있다. 센터가 역사문화자원이 가장 많이 밀집한 곳에 세워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셋째, 2021년부터 전주시를 중심으로 문경시, 상주시, 논산시와 전북지역 4개 시군 등 7개 시군이 후백제문화권지방정부협의회를 만들어 발굴과 보존 등에 힘을 기울였다. 그동안 뒷짐지고 있다 밥상이 차려지니 숟가락 들고 뛰어드는 행태는 너무 파렴치하다. 국가유산청은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판단해 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2 13:50

여야가 공존하는 전북정치

기업과 자원이 빈약한 전북은 중앙정부에 재정을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체 수입이 거의 없어 대다수 시·군이 공무원 월급 주기도 벅차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요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때는 지원금이 있어 그런대로 버틸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원금 상환기일이 도래돼 이자 넣기도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전북은 정치적 선택을 잘못해 구조적으로 가난의 굴레를 벗기가 어렵게 됐다. 그간 정부 정책이 균형발전을 도모한다고 했지만 수도권 일극체제만 더 강화시키는 꼴이 되다 보니까 전북이 더 힘들어졌다. 전북은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나 진보가 집권했을 때나 모두 '찬밥 신세'였다. '오십보백보' 내지는 '도긴개긴'이었다. 다른 지역은 경쟁적으로 정치를 하다 보니까 서로가 국가예산을 더 확보할려고 치열하게 노력해 자기 몫 이상을 챙겨갔다. 하지만 전북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 바깥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 가느지도 모르면서 독야청청했다. 한마디로 낙후 전북이 만들어진 것은 전적으로 정치권 책임이 제일 크다. 중앙정치를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이 너무 무능한 탓으로 자기 밥도 못 찾아먹었다. 새만금 하나에 매달려 옴싹달싹 못한 것도 지역낙후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다. 다음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을 잘못 뽑은 탓도 컸다. 지역정서가 민주당 판이라 그 가운데서 뽑다보니까 유능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뽑지 못했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은 열정적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항상 우일신(又日新)하는 혁신가라야 한다. 변화를 두렵게 생각치 않고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선출직 덕목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운동권이나 공직생활 좀 했다고 경영마인드가 마냥 길러지는 게 아니다. '절차탁마 (切磋琢磨)'란 말처럼 보석으로 만들 줄 아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무작정 표만 얻기 위해 굴신거리는 사람은 단체장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도민들이 선거 때마다 너무 옥석 구분을 안 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또 시작됐다. 지난 총선 때 국가예산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10명의 도내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하면 전북 몫 확보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전북도가 내년 정부 예산안에 9조를 반영시켜 사상 최대라고 들먹이면서 자화자찬했지만 그건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3.2% 늘어난 677조로 편성했기 때문에 사상 최대 규모인 것이다. 다른 지역은 국회의원과 도지사·시장이 원팀으로 합심협력해 소리소문 없이 국가예산을 확보한다. 전북 정치권은 예산 삭감했던 윤석열 정부를 마냥 밉게 보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잘 설득해서 전북 몫을 챙겨와야 한다. 칼자루 잡은 쪽이 그쪽이라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것은 장차 도민들이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갈 게 아니라 강원·충청·경남처럼 여야가 공존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9.01 18:42

눈총받던 전북은행, 지역재투자로 반전했나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이 금융위원회가 실시하는 2024년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지방은행 부문 최우수 등급에 선정됐다. 도내에서 지역재투자 최우수 등급은 전북은행이 유일하다. 그동안 고금리 기조 속에서 도민들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해 왔다는 눈총을 받아왔으나 이번에 이러한 이미지를 씻고 반전을 이룬 셈이다. 지역재투자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전북은행이 지역의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도민과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금융사의 지역 내 자금공급, 중소기업지원, 서민대출 지원, 금융인프라 환경,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2020년부터 실시해 왔다. 평가결과는 지자체와 교육청 금고 선정기준 등에 활용된다. 전북은행은 올해 주영업권인 전북지역 최우수를 비롯해 대전지역 우수를 차지해 종합결과 최우수 등급을 기록했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15개 국내은행과 12개 상호저축은행(자산 1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최우수, 우수, 양호, 다소 미흡, 미흡 등 5등급을 부여한다. 올해 전체적인 평가 결과는 시중·특수은행분야에서 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와 하나은행·기업은행·농협은행이, 지방은행분야에서 전북은행·부산은행·광주은행·경남은행이, 그리고 상호저축은행분야에서 JT저축은행 등 모두 9곳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반면 전북은행은 지난해 19개 시중은행 중 6.63%포인트에 달하는 가장 높은 예대금리차를 기록해 도민들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전북자치도의 2금고 자격 여부까지 거론되었다. 이에 대해 전북은행은 타 은행들이 취급을 꺼려하는 신용평점 하위 50%이하의 중·저신용자와 국내은행들이 취급하지 않는 외국인을 위한 대출 등 포용적 금융 때문에 대출 금리가 높게 산출되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실제로 전북은행은 지난해 새희망홀씨, 햇살론15, 햇살론 유스, 햇살론뱅크 등 정책서민금융 취급실적에서 8273억원을 공급해 전체 은행권 중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실적을 달성했다. 어쨌든 전북은행은 국내 매출액 상위 1000개 기업 중 전북에 본사를 둔 8개 기업 중 하나다. 또 매년 순이익의 10% 가량을 지역 사회공헌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전북은행이 지역재투자 최우수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과 상생 발전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1 17:07

22대 첫 정기국회, 전북 의원들 존재감 보여라

제22대 첫 정기국회가 2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간 열린다. 이번 정기국회는 여러 면에서 전북도민들의 관심을 받는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예산삭감과 정치권의 막말로 도민 전체가 말 못할 굴욕감을 느꼈던 만큼 떨어진 자존감과 명예를 이번에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우선 정부예산안에 9조600억원이 편성돼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 전북 국가예산부터 국회 심의단계에서 늘려야 한다. 또 지역 정치권에서 오래전부터 떠들썩하게 추진해온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안 등 지역 현안 법률 처리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회의 계절, 지자체는 물론 도민의 눈과 귀가 온통 전북 의원들에게 향해 있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따른 예산삭감과 새만금 개발사업 전면 재검토 등으로 다시 부각된 ‘전북 홀대’의 원인을 지역의 정치력 부재로 연결하면서 지난 4월 대거 국회에 복귀한 중진의원들의 정치력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제22대 총선을 통해 전북 국회의원들의 중량감이 늘면서 도민의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느닷없이 당했던 굴욕과 상실감에서 벗어나 지역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전북 몫’을 확실히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제 의원들이 도민의 기대에 응답해야 할 때다. 전북 정치권의 달라진 위상과 역량을 국회에서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의원들이 똘똘 뭉쳐 역할을 분담하고, 지자체와 적극 소통하면서 국가예산과 지역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더불어 10월 7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되는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의 대표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동시에 개인의 역량과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전북 정치권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민심을 두려워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의원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도민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어 놓는다면, 지역 정치권의 신뢰 회복은 요원해질 수도 있다. 연말 국가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원들은 또 여기저기서 기자회견을 열고 갖은 수식어를 붙이며 자화자찬식으로 성과를 내세울 게 분명하다. 올해는 제발 실속도 없이 포장만 화려한 정치인들의 낯부끄러운 연례행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01 17:06

트렌드 변화 맞춰 9월 여행은 김제로 오세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구절이다. 이 시는 긴 여운과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에게 삶의 자세나 태도,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 하다. 김제시의 거주인구는 8만의 소도시이지만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시군구 주요고용지표에서 지역활동인구 비중 상위 2위를 기록하며 인구소멸위기 극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우리 김제에는 9월부터 김제스테이케이션(어디든김제), 새로보미 축제, 문화재 야행, 지평선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최근 2030의 트렌드가 욜로(You Only Live Once)에서 요노(YOU Only Need One)로 변화하고 있다. 요노는 ‘적극적인 절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것에만 소비를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필요한 것에만 소비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것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김제는 지난 ‘꽃빛드리축제’와 ‘모악산 뮤직페스티벌’ 처럼 자신만의 컨셉을 갖춘 축제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김제스테이케이션(어디든김제), 새로보미 축제와 문화재 야행, 지평선축제 또한 마찬가지다. 김제스테이케이션은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관광자원 발굴로 피크닉 이벤트를 추진하는 특색있는 관광 콘텐츠로 관광뿐만 아니라 지역물품(지역상권활성과)을 지원하며 가족(친구, 펫, 책)과 김제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추진된다. 또, 새로보미축제는 지난해 처음 시도된 축제로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우리가 매일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자원의 재활용을 추구하는 친환경 축제이다. 김제 문화재 야행은 김제관아와 향교일원에서 공연, 전시, 체험, 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낮보다 아름다운 김제의 밤거리를 즐기며 우리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김제가 갖고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과 게임을 통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문화재 야행은 해를 거듭해 치러지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며 많은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김제지평선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북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 넘친다. 김제시는 즐길거리가 가득하고 풍족한 프로그램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변화를 추구하며 대한민국의 축제를 넘어 세계 속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지금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김제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욜로’가 아닌 ‘요노’들에게 그리고 그들 뿐만아니라 모든 방문객들이 김제에서 평싱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들을 가슴 한 구석에 담아갈 수 있도록, 또한 함께 한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할 수 있도록, 이번 가을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들과 김제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한다.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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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17:06

젊은 기술자들, 기술사 자격증으로 미래를 열어라

오늘날 우리는 자격증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국가 자격증이든 민간 자격증이든 그 수가 늘어나는 반면, 자격증의 가치는 점차 왜곡되고 형식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학 분야의 전문 자격증인 기술사는, 기사 자격증 취득 후 실무 경험을 쌓아야 시험 자격이 주어지는 공학 분야 최고의 자격증입니다. 이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단계입니다. 과거 1980-90년대에는 자격증이 곧 취업과 성공의 보증서였습니다. 당시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는 높은 사회적 예우를 받으며 자격증의 가치는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격증만으로는 실력을 온전히 증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는 자격증 취득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기술사 자격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다시 발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나라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통해 경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쟁 국가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과거에는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가 높은 대우를 받았지만, 최근 젊은 기술자들이 자격증 취득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30-40대의 젊은 기술자들이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력을 쌓는 것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술사는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였다고 안주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자신의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경험이야말로 여러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기술사 자격증 취득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젊은 기술자들이 실력을 입증하고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론과 실무를 균형 있게 갖추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실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여러분은 개인적인 목표를 이루고, 그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행복이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더 나아가, 기술사 자격증을 통해 성장한 인재들은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도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를 단순한 자격증 보유자가 아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로 지원해야 합니다. 젊은 기술자들이 기술사 자격증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젊은 기술자들이 기술사 자격증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며,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실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정동환 한국폴리텍대학 그린건축과 교수∙전 한국기술사회 전북지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01 15:38

기후소송과 시민이 만드는 변화-헌재 결정이 정부∙시민 모두에게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아시아 첫 기후소송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탄소중립기본법 위헌소송에서 일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제8조 1항에 대해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수립되지 않아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는 결정인데, 이번 재판은 단순한 법리적 판단을 넘어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헌재는 정부의 대응이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적시하며 현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며 국제사회는 탈탄소 전환을 더 가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며 도리어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실제로 현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관련 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비율은 기존의 14.5%에서 11.4%로, 재생에너지 비율도 30.2%에서 21.6%로 되려 축소됐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국제감축과 CCUS를 통한 감축 목표치는 높아졌으며 온실가스 감축 부담도 다음 정부에 크게 떠넘기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리숙한 정책의 결과로 우리 미래 먹거리의 근간이 되어야 할 재생에너지 기술과 시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태양광의 경우, 2019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던 국산 셀이 지금은 해외 기업에 거의 잠식당한 상태이다. 풍력산업의 현황도 열악해 두산중공업이 10MW 터빈을 개발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은 이미 20MW급 풍력 터빈으로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한편, 이번 판결의 가장 고무적인 의미는 시민과 미래세대의 역할과 인식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번 소송은 청소년 기후소송, 시민 기후소송, 아기 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4건을 병합해 심리한 재판이었다. 힘들게 지속해 온 시민과 청소년의 문제 제기와 요구가 한국의 답답한 기후정책에 변화의 계기를 열어 준 것이다. 아울러 문제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민 스스로 마주한 현실의 장벽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함을 이번 소송을 통해 깨닫게 된다. 실제 정책 오류와 별개로, 지역에는 여전히 이격거리 규제, 주민 수용성 문제, 농촌형/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거부감 등과 같이 지역 주민 주도로 풀어야 할 재생에너지 관련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시민에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영역이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농형 태양광 문제를 들 수 있다. 전북지역 농촌은 이미 인구 고령화, 농업 인구와 경작지 감소, 농업 생산성 하락 등으로 인해 지역소멸 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함으로써 농지를 보존하고 농가 소득을 높여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농촌으로의 젊은 층 유입 효과도 얻게 된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충분히 증명된 지역발전 모델이기도 하다. 실례로 최근 중부 유럽지역의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을 실증 조사한 결과, 효율적인 작물 선택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16%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생산도 3배로 느는 걸로 나타났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빠른 생각의 전환과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헌재의 결정이 정부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적극적인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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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15:38

올림픽과 페어플레이 정치

얼마 전 끝난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의 눈부신 활약 못지않게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그중에서 펜싱 금메달 2관왕 오상욱 선수가 보여준 페어플레이 정신과 글로벌 매너가 눈에 띈다. 그는 결승에서 한 점만 더 내면 금메달을 확정지을 수 있는 순간, 심판이 공격 시작을 외치자 잽싸게 상대 선수에 다가갔다. 그런데 그 선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여서 곧바로 공격했다면 득점으로 인정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멈춰 섰다. 상대가 공격 시그널을 듣지 못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오상욱의 공격을 파하려다 상대 선수가 넘어졌다. 이번에도 그는 다가가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극히 보기드문 광경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금메달 보다 값진 뭉클함을 선사할 때가 있다. 구슬땀으로 얼룩진 훈련장 바닥을 닦으며 금메달을 꿈꾸지만, 그래도 경기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금메달도 부끄럽게 여기는 정신 때문이다. 그렇다면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권에도 이런 페이플레이 정신이 가능할까. 일단 뿌리깊은 적대감과 진영 논리로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상대를 무조건 깎아내리고, 대화와 소통은커녕 삿대질하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런 살벌한 정치 풍토가 선의 경쟁 보다는 상대를 악마화해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최근 의료 대란이 최악으로 치닫자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야가 민생에 앞장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뒤 여야는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할 뿐 민생은 뒷전이었다.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도돌이표 정치가 게속됐다. 먹고 사는 문제를 최고 가치로 내세운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먹사니즘' 도 말뿐이다. 16개 중 8개 민생 관련 상임위가 두 달간 단 1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 배려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굴복시키려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모습은 지방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 도의회 후반기 원구성 때 국힘 이수진 의원은 "소수당에 대한 횡포" 라며 상임위 배정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렸다. 40석 중 37석을 독차지한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의정 활동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의 일당 독주 체제가 견고한 상황에서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에 대한 홀대와 설움은 극에 달했다. 당 소속을 떠나 동료 의원으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분위기에서 대승적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하물며 같은 당 끼리도 서로 궁합이 안 맞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의회 원구성과 진안군 의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민주당의 후보 조율 실패가 결국 윗선 개입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렇듯 중앙이나 지방 정치권의 여야 뺄셈 정치를 보면 한 여름 무더위 보다 더 짜증난다는 지적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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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8.29 18:23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님께 드립니다.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진입하여 7개월이 지나도록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사님께서 장수군에 방문해 직접 피피티 영상으로 실천적 감동적으로 설명하고 도민과의 대화하는 시간에 함께하면서, 나는 밤잠을 설치며 설레임으로 지사님을 기다렸던 시간이 값지고 내 맘속의 정신·물질적 금송아지로 꿈틀합니다. 2024년 특별자치도의 도정목표를 백년대계로 정하고 모든 간판만 바꾸는데 35억이 들었다하면서 그보다 수없이 많은 배수의 값을 빼내는 일을 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도정의 간절함을 절박하게 느끼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절박함으로 긴장도민이 되어 “도전경성(桃戰竟成)”을 구호로 내 세우면서 끝을 이루어 내자고 깃발을 들었습니다. 절박하면 무엇이든지 해보려는 의지가 생기고 또 절박한 마음을 먹으면 도전정신을 갖게 된다며 도민을 일깨워 주었어요. 감사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님, “도전하는 맘을 먹으면 반은 된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될 때까지 계속 정성을 다 하면서 끈기를 가지고 이루어질 때 까지 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도지사님께서는 특별자치도로 가는 중핵적 방향을 산악관광 특구로, 농생명 산업특구 등으로 정하고 그것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중앙의 규제로 못하던 일을 이제 자율적으로 하게 되었다니, 얼마나 희망적입니까? 이는 산악, 농업 중심지대인 우리 장수지역에 합당다고 사료됩니다. 그리고 새만금에 2차 전지 산업의 중심적 사업이 전개 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바이오 산업유치를 도전하기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도에 초치하여 함께 학습하며 또 하나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도전하는 지사님의 교육 정신을 본받고 싶네요. 전북에 위치한 기존사업들의 활용 의지를 가져 보자며 전북이 처한 현실적 특수사안으로 잡아 세워준 설명은 눈에 보이도록 현장적입니다. 특히 “익산의 식품클러스터 등의 활용을 통해 케이 푸드의 특수도 잘 살려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가자”는 말씀을 듣고 ‘먹거리는 사람 모두의 관심 사안으로써 가치가 있으며, 구체적으로 사과, 양파 생산이 많아지는 지역으로써 또 새로운 가공의 길을 열어볼 수도 있겠다.’ 고 사적 담론에서 얘기도 해 보았습니다. 김관영 지사님! 큰 그림은 잘 그려주시는데요. 세부적인 색칠은 누가 어떻게 하지요? 도청 직원만으로는 힘드니까 우리 도민이 도청 직원이라는 생각으로 도전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하나씩 해 보자는 맘이 나는 것도 솔직한 도민 한 사람의 심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 백년대계로 나아가는 특별자치도민으로 살면서 할 수 있는 잔잔한 정신 운동은 없을까? 하고 한 가지 소박하게 제안한 것이 환경운동의 일환인 주방의 수세미를 플라스틱, 나이론 등의 생명∙환경 유해물에서 씨를 심고, 길러 거둔 식물성 수세미 사용을 전북에서 실천하는 도민운동 모델로 앞서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사회의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청소년 학교폭력 등의 예방, 치유책의 일환으로 농촌체험 텃밭 가꾸기의 농촌 운동으로 하나의 실질적인 인성교육의 장이 되도록 하는 일을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전북도가 나서서 조그만한 한국사회의 정신운동을 통해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도록 모델을 창출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전북이 특별자치도로 가는데 한 가지라도 “나는 이러한 일을 해 보겠다”는 도민 의지의 다짐을 할 수 있는 공모의 길을 열어 주시면 그에 참여해 특별자치도로 가는데 동참 기회가 되겠습니다. 정말 전북특별자치도의 길이 더욱 크게 열리도록 기원합니다. /장하열 (철학박사, 산서도서관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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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내 얼굴 표정

앞산에서 꾀꼬리 한 마리가 울고 있다. 저 울음소리는 무엇인가 정겨운 갈망이 느껴진다. 마을 뒷산에서도 꾀꼬리 한 마리가 앞산 꾀꼬리와 같은 소리로 운다. 울음을 주고받다가, 앞산 꾀꼬리가 내 머리 위를 지나 뒷산으로 노랗게 날아간다. 그때다. 뒷산에서 울던 꾀꼬리가 밤나무 숲에서 나오더니, 둘이 만나 이장네 집 지붕을 넘어 남산으로 날아간다. 새들은 표정이 없다. 몸짓이나 소리로 뜻을 전한다. 강 건너 밭으로 갔다. 고추밭 사이로 걸어갔다. 밭 끝에는 아내가 재작년에 심어놓은 어린 단감나무가 있다. 아내가 감나무가 죽었는지 잘 사는지 궁금해할 때마다, 가보겠다, 가보겠다, 해놓고 또 잊어버리며 한 봄 한여름이 다 갔다. 어린 감나무 두 그루 제법 의젓하다. 길어 나간 새 가지에 감을 몇 개씩 달고 있다. 잎이 두껍고 윤기가 난다. 작년 겨울의 추위로 감나무들이 많이 죽었는데, 어린 감나무 감 얼굴이 볼수록 야무지다. 곧 붉어질 것이다. 자연의 얼굴은 무궁하다. 마루에 앉아 있는데, 뒷산 당산나무에서 꾀꼬리가 운다. 두 마리가 같은 나뭇가지에서 운다. 명랑하다. 아까 그 꾀꼬린가? 꾀꼬리 두 마리는 우리집 가까이 있는 오래된 감나무로 날아와 앉아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다가 밤나무 가지로 날아가 앉고, 앉았는가 싶으면 또 다른 나무로 날아가 앉기를 반복한다. 즐거운 놀이다. 밤송이가 주먹처럼 굵어지고 있는 밤나무 숲에서 우는 꾀꼬리의 일은 ‘자연 선택’이다. 자연 선택은 복잡할수록 아름답다고, 그 한계는 없다고 찰스 다윈은 말한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신문을 9개 정도를 클릭해서 본다. 사설, 칼럼, 기획 기사, 건축, 그림 전시 기사, AI 기사, 연예, 영화, 축구 명장면, 인구문제, 지역소식, 정치평론가들의 글이나, 정치인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챙겨 읽는다. 좋은 글은 복사해 따로 저장해둔다. (이건 내 하루 시작 루틴이다.) 내가 제일 관심이 있게 보는 것은 정치인의 말이다. 정치인의 언어 동원능력과 선택한 그 언어 개념의 범위, 어휘 사용 기술은 그 사람의 정치적인 역량과 능력, 인간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그 사람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시대를 읽는 정치 철학과 신념이, 어디까지인지 짐작하게 한다. 정치인들이 입고 있는 옷, 머리 모양, 안경, 얼굴 표정, 걷고 서 있는 자세, 눈빛, 손짓은 그 사람의 정치력 확장 가능성을 믿게 해준다. 이제 일기를 쓰고 내가 써놓은 시를 검토할 차례다. 일기를 쓰려고 화면을 펼치다가 우연히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페리클레스(BC 495(?)~BC 429)라는 그리스 정치가가 기원전 413년에 전몰자들을 추도하는 장례식 연설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의 정치체제는 이웃나라의 관행과 전혀 다릅니다. 남의 것을 본뜬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남들이 우리의 체제를 본뜹니다. 몇몇 사람이 통치의 책임을 맡는 게 아니라 모두 골고루 나누어 맡으므로, 이를 데모크라티아(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개인끼리 다툼이 있으면 모두에게 평등하게 법으로 해결하며, 출신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 공직자를 선출합니다. 이 나라에 뭔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서 인생을 헛되이 살고 끝나는 일이 없습니다. (⋯⋯) 우리는 전 헬라스(그리스)의 모범입니다.” 출처_ 네이버에서 함규진의 –세계 인물사- 마치 ‘백범일지‘에서 김구 선생님이 우리 소원’을 말하는 것처럼 온화한 표정과 말투가 느껴진다. 자기 진영에 갇힌 철 지난 낡은 말이나, 아는 것 없어 보이는 거친 언사로 남의 흠이나 헐뜯는 거친 말이 아닌, 시대를 ‘정리’한 ‘시대의 말’, 품격 있는 ‘정치적’인 정치인의 말을 우린 기다린다. 우리 인류가 가장 잘 선택한 말 중에 ‘민주주의’라는 말과 ‘정치’라는 말을 대체할 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자연 선택이 아닌 인간의 선택인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표정’은 그 시대를 사는 공동체의 ‘표정’을 결정짓는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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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기

어쩌다 책방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원래 책을 다루던 일을 했는지, 전에 하던 일과 관련이 있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하고. 꿈으로 삼고 전공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원하던 학과에 진학했는데 내가 가진 재능이나 성향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들은 뭐든 대학만 가면 다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모두 미루고 열심히 공부만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찾아온 막막함은 해결할 방법을 몰랐다. 대학생활은 짧고, 다음은 취업이었다. 나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가, 어떤 상황에 취약한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은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든, 나는 어떤 일을 잘하든 상관없이 취업의 문만 통과하면 되는 것이었다. 결국 주어진 보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당연히 계속 부딪혔고 자아실현은 별개로 생각하자 싶어 일은 도구로 여겼다. 서른이 넘어서야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무리 오래 해왔더라도 회사를 벗어나면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일은 가짜노동에 가깝다. 내가 톱니바퀴가 아닌 일을 하면 똑같이 갈아 넣더라도 내 안에 무엇이라도 쌓이지 않을까. 평소에 좋아하던 것이지만 업으로 삼기에는 가장 뒤로 미루어 놓았던 것을 떠올렸다. 내내 책만 끼고 공부만 하던 사람이 가려고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길이기도 했다. 6개월간 핸드드립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커피 전문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론과 실전이 다르다는 건 말로만 들었지 처음 겪어 봤다.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던 내가 처음 겪은 체험 삶의 현장이었다. 처음 3개월 동안 커피에는 손도 못 댄 채 설거지와 서빙을 했다. 3개월만에 겨우 커피 제조를 하게 되었는데 수십종류가 넘는 커피 메뉴를 숙련된 동료 바리스타와 같은 품질로 만들어내는 일은 여태 해 온 일 중에 가장 힘들었다. 연습하고 평가받기를 수백 수천번 지나 이제 됐다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로 내가 내린 커피를 돈을 받고 팔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을 때, 남편에게 흐드러지게 자랑을 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되어 돈까지 벌다니. 노동강도에 비하면 박봉이지만 출근길에도 퇴근하고 싶던 회사에 다닐 때와는 달리 새벽에 출근을 해도, 한밤중에 퇴근을 해도 좋았다. 내내 톱니바퀴같이 어디에 껴 있는지도 모르게 살던 나는 그제야 내 의지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책방은 처음 카페에서 일을 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왕 삶을 바꾸기로 한 거, 좋아하는 것들만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다 책방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카페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다음에 ‘책 읽기를 좋아해서요.’ 라고 대답한다. 이제야 책에 대한 애정을 밝히기는 새삼스럽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좋아서 자발적으로 꾸준히 해 온 일은 사실 책 읽기다. 안 팔리면 내가 읽으려고 한다는 농담 뒤에는 사실 내가 잘해온 것,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삶을 꾸리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제든 찾아오고 싶은 취향의 은신처, 소도시에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엄연히 존재하는 공간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녹슬지 않는 커피 맛과 독서의 경험을 제공하며 오래오래 지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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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부모님 재산이 10억원 이하라면 미리 증여받지 마세요

여느 매체에서든 미리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라는 전제하에 설명을 많이 하는데,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하여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과연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과연 좋을까요? 상담사례 하나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의뢰인의 부모님 재산은 10억원입니다. 첫째 형이 사업을 실패하여 생활이 곤란해지자 부친은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녀들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삼형제에게 각각 1억원을 주기로 하였는데 증여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상담을 왔습니다. 재산을 미리 줄지 말지는 부모님과 형제들간의 일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잘 판단하여야 하지만 세금측면에서는 손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상속공제와 한도에 대한 규정 때문입니다. 상속세는 기본공제가 5억원이며 배우자가 생존한 경우에는 배우자공제로 최소 5억원을 공제받게 됩니다 따라서 의뢰인의 부친이 자녀에게 증여 후 10년이내 사망할 경우 상속재산이 10억원인데 기본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치면 10억원을 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야 할 상속세는 없게 됩니다. 만약 삼형제가 1억원씩 균등하게 증여받는다고 가정하면 증여받는다면 총 1.5억원의 증여세를 내야만 합니다. 상속세의 절감을 위해 사전증여를 하고 증여세를 납부했지만 납부해야할 상속세가 없기 때문에 세금적인 측면으로 손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님의 재산이 10억원이 넘어 사전증여하고 10년 이후에 상속이 이루어진다면 사전증여의 절세효과는 상당히 크지만 그렇지 않다면 증여세 비과세되는 5천만원 한도로 미리 증여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위 사례에서는 사전증여 후 상속 시점까지 증여재산의 가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설명을 했지만 대부분의 재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하여 판단하는게 좋습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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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딥페이크 성범죄 무관용 단속, 처벌을

디지털 성범죄의 대표적 사례는 바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다. 소위 '박사방'을 운영하며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징역형을 받은 조주빈은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나 그 당시 사회적 충격은 엄청나게 컸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이번엔 온라인 딥페이크 성범죄가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상반기 경찰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는 297건이나 된다. 작년 전체(180건), 2021년(160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의 3분의 2 이상을 10대 청소년이 저질렀다는 거다. 이젠 딥페이크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때다. 화장실이나 탈의실 성범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딥페이크(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로 제작된 음란물에 등장하는 인물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조사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가.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는 최근 내놓은 ‘2023 딥페이크 제작물 현황’(2023 State of Deepfakes) 보고서를 통해 세계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한국이라고 특정했다. 정부 차원의 강력하고도 신속한 단속, 삭제, 처벌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전북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다른 인물의 얼굴이나 해당 부위로 바꾸는 합성의 결과는 끔찍하다. 전북특별자치도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 7월)간 도내 딥페이크 관련 불법영상물 발생건수는 총 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9건, 2022년 6건, 2023년 1건 이었는데 올들어서는 7월말 기준 21건이나 된다. 학교 현장은 가장 심각한 딥페이크 사각지대다. 철없는 어린 학생이 무심코 한 행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피해자의 인격살인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5월 무주군 한 중학교에서는 2학년 남학생 3명이 딥페이크로 여학생들의 사진을 이용,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어 돌려보다가 적발된 바 있다. 드러난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다.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떤 경우에는 알기도 어려워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설혹 신고를 해도 추적이 쉽지 않은 텔레그램 등 외국계 SNS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교육계나 수사기관을 비롯, 범정부차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병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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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29 12:56

지방의회, 의원 정수가 부족해서 역할 못했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단이 지난 28일 국회를 방문해 ‘도의원 정수 확대’를 건의했다. 의장단은 이날 지역구 국회의원과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전북도의원 정수 확대 등 전북특별법 내 도의회 관련 특례 반영, 감사위원회 및 감사관의 소속 도의회로 이관, 지방의회 교육·학예사무의 인사권 독립을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 추진을 요청했다. 문승우 도의장은 “지역 현실에 맞게 의회의 권한을 확대 조정하는 것이 곧 주민들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의원 정수가 적다’는 이유로 지방의원 정수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는 최근 수년간 각지에서 잇따라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도 최근 문 의장 주도로 정수 확대를 추진해왔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자치입법 수요가 늘면서 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전북자치도의회에서 마련한 의원 정수 확대안이 실현되면 전북자치도의원은 현재 40명에서 최대 5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자치분권 강화’는 시대의 소명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우선 의원 정수부터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없다. 지방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지역발전의 힘으로 이어지는 지방의회가 ‘강한 의회’다. 그런데 전북자치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는 지금껏 그렇지 못했다. 일당 독점 구도에 따른 폐해를 고스란히 노출했고, 감투싸움과 함께 음주운전 등 의원들의 일탈행위도 끊이지 않았다. 지방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역량과 자질이 부족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런 가운데 자치분권 확대를 골자로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지난 2022년 본격 시행되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되고,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민선 8기 지방의회는 이전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더 강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역량과 기본 자질을 갖추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도의회는 지금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신뢰하는 ‘강한 의회, 건강한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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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29 11:49

살림 좀 나아지졌습니까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과거 어느 정치인의 인사말이지만, 요즘 안녕이라는 인사말 대신, 자주 여쭙는 인사말씀입니다. 시내를 돌아보면 불 꺼진 상가에는 공실 안내문이, 시장에 가면 시민들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입니다. 가계부채, 고금리, IMF 때보다 더한 불경기, 민생위기, 열대야, 모두가 힘들게 견디는 여름입니다. 이럴 때, 용산 대통령실은 관저에 드레스룸과 사우나 증축 공사를 했다는 보도는 우리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합니다. 우리 서민경제에 숨통을 트일 방법이 없을까? 그 방안으로 그간 정치권에서 말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생각해봅니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울 때, ‘긴급재난지원금’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적이 있는데, 바로 기본소득과 같은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일상생활과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되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가족과 함께 동네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미뤄두었던 새 안경을 맞추며,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면서 일상의 활기도 되찾았습니다. ‘기본소득’ 제도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십년 전 독일과 캐나다, 유럽연합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실험하거나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벨기에의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 <21세기 기본소득>) 교수는 기본소득제를 “점진적인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뒷문으로 슬쩍’ 들어올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기본소득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거스를 수 없는 현시대적 과제라는 뜻이겠지요. 비단, 경제적 효과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기본소득을 수령한 사람은 사회에 대해 신뢰감, 사회생활에 활력과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평가되었습니다. 기본소득이 국민의 정신 건강과 존엄성 회복이라는 긍정적 부작용을 낳은 것입니다. 최근 민주당에서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지금 당장 지급해도 부족하고 늦은 감이 들 정도로 민생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매우 적절한 법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현금살포법’이라며 반대했고, 윤석열 용산 대통령도 결국 그 법안을 거부했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에 처한 민생을 생각하지 않은 답답한 결정입니다. 시름이 가득한 시민들과 동네 시장 상인들의 표정과 마주합니다. 너무나도 힘들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만 앉아 있을 수만 없습니다. 이 어려운 민생 상황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거리에 나가 시민께 묻고 또 듣습니다. 오늘도 다시 여쭙습니다.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반드시, 그 해답을 찾아내겠습니다. 전북도민의 민생회복, 자긍심 회복에 함께 하겠습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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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8 17:44

전기차 포비아?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정확한 진단이 있은 후에야 처방이 있을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흔히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건이 일어난 경위, 원인, 직접적인 이유가 재난이라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이 일어나고 피해를 입히며 사그라지는 모든 과정은 하나의 띠와 같다. 모든 재난이나 재난에 준하는 대형사고들은 마치 하나의 생명이 일정한 주기를 갖는 것과 같이 일련의 정한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사건의 발생이 예상되고, 혹은 예견 되는 대다 수 많은 원인이 중첩되면 기어코 발생하고 만다. 그 원인이 사회 전반에 내재해 있고,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가 방아쇠가 당겨지는 계기적 사건을 통해 발현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원인을 안다’, 혹은 ‘원인에 접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방아쇠를 누가 당겼는지가 아니라 수면아래 잠복했던 조직과 제도, 구습 혹은 사회 구성원의 태도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면 책임을 개인 탓으로 돌리게 된다. 세월호 참사에 왜 수학여행을 갔느냐, 이태원 참사에 왜 놀러갔느냐, 산재 사고에 왜 부주의했느냐, 전기차 화재에는 왜 전기차를 타느냐 까지... 흔히 사람들은 대형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등 인간의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재난 보다 태풍, 홍수, 지진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난을 받아들일 때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불행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충족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하는 많은 재난 형태들은 직접적 원인이 불분명하고 다양한 이유들이 겹쳐진다는 점에서 발생원인 중심으로 재난을 예시하는 현재의 분류가 자칫 희생양을 찾기에만 골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 우리 주변의 많은 재난은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서 발생하고 있고, 재난을 발생케 한 원인 제공자를 특정 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간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특히 그 장소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라는 것에서 일종의 경각심이 생겨난 것은 어쩌면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배터리에 모든 이슈가 집중되다 보니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차량의 주차장 진입을 막는 주민 간 갈등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전체를 연기로 뒤덮고, 폭염 속에 단전·단수 사태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화재가 어디 전기차 하나에만 있을까? 아파트 시공사가 지상 차량 출입을 막고 모든 차량이 출입구 진입과 동시에 지하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들게 만든 구조는 명품아파트 광고처럼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교통사고 위험을 피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고도제한을 풀어 층수를 높이고, 동간 거리를 좁혀 더 많은 세대를 좁은 면적에 구겨 넣음으로서 최대의 이윤을 달성하려는 숨은 뜻이 더 컸다. 지하 주차장은 택배용 탑차가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이렇게 낮은 지하 주차장으로 소방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설마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겠어?’ 하는 방관과 ‘그렇다고 아파트를 새로 지을 수도 없잖아’ 하는 안일함이, ‘피곤하게 분란을 일으킨다’는 식의 눈감음으로 방치되었다. 아파트만이 아니다. 아울렛 지하주차장, 물류창고 주차장, 스포츠센터 주차장 등등 수많은 지하공간에서 어떤 원인에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무엇 때문에’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집중했으면 한다. /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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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8 15:30

만복사저포기, 천년 남원을 품다

가을이 오면 그곳에 가고 싶다. 산들바람 따라 상큼한 솔향과 감 익어가는 그곳은 어머니 품과 같다. 무더위 지나니 들판이 제법 누렇다.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 진이 해동청 보라매...' 노랫가락에 발걸음도 가볍다. 누구는 남한산성 아니냐고 말한다. 남원성 너머 교룡산에 천년을 머금은 천혜의 요새 교룡산성이 남원산성이다. 그 옛날 남원에 용이 승천하기 전 교룡(蛟龍)이 살았다. 백제시대 518m 높이의 교룡산에 성곽을 3.12km 쌓았다. 성 안에 우물이 99개와 계곡마다 수문이 3개나 있던 철옹성이다. 교룡산성 동쪽 홍예문에 옹성이 있어 지금 보아도 튼실하다. 과연 누가 성을 쌓았을까? 홍예문 지나 비석들도 오랜 흔적을 보여준다. 별장과 장군의 이름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즐비하다. 계곡 따라 오르면 선국사 대웅전 아래 보제루가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다. 동학농민혁명군 김개남 장군이 머물던 곳이다. 그는 전봉준 장군과 뜻을 같이했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철학이 약간 달랐다. 누구의 영향이었을까. 동학의 시작을 알린 수운 최제우가 머물며 '동경대전'을 쓰고, '칼노래'를 부르며, 검무를 추었다고 한다. 남원은 그냥 남원이 아니다. 춘향이가 살던 광한루, 이도령과 만난 오작교, 여뀌꽃 피는 요천(蓼川)이 흐르는 남원은 사랑을 간직한 도시이자 천년 역사를 품은 도시다. 남원은 천년 전에도 남원(南原)으로 불리었다. 통일신라 5소경 중 남원경처럼 옛 이름을 간직한 곳은 남원이 유일하다. 백제의 문화도시, 신라의 역사도시에 남원성과 교룡산성 옆에 선원사와 만복사가 있다. 고려 사찰과 탑들이 지리산과 섬진강변에 많다. 고려 말 왜구 침입에 이성계 장군과 포은 정몽주 그리고 만육 최양 종사관이 황산대첩을 이룬 곳도 남원이다. 남원 운봉과 인월에 가면 역사 속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태조 이성계는 피바위와 인풍리에서 황산대첩 후 남원성 옆 만복사가 있는 왕정동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남원성 안 용성관에서 미래를 기획한다. 그 후 황희 정승이 남원에 귀양 와 광한루를 짓고, 정인지가 오작교와 삼신산에 정자도 꾸민다. 또한 매월당 김시습은 최초의 한문소설 '만복사 저포기(萬福寺樗蒲記)'를 남원성 서문 옆 만복사에서 구상한다. 삶과 죽음에 얽힌 사랑 이야기가 음악과 함께 내려온다. 남원은 춘향가와 흥보가 판소리가 있지만, 더 깊은 역사 속 정유재란 만인의총 이야기가 남아 있다. 가을에 꼭 한번 가야할 도시가 남원이다. 지리산 오르기 전 섬진강 따라 뱃놀이 하기 전 남원성 옆 만복사지에 꼭 가보자. 만복사지에 가면 눈에 보이는 보물이 많다. 만복사 규모를 알려주는 만복사지 당간지주, 오층석탑과 석조대좌 그리고 석조여래입상이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다. 만복사 석인상 얼굴에 미소가 머문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에 나오는 양생처럼 살포시 웃는다. 남원역에서 5분 거리에 만복사지가 있다. 광한루까지 걸어서 10분이면 족하다. 남원성 북쪽 만인의총도 걸어가보자. 427년 전 정유재란 때 스러져간 우리의 조상도 만날 수 있다. 그날의 함성을 들었다면 술 한잔 올린 후 교룡산성으로 가자. 성안 보제루에 앉으면 지리산과 요천이 보인다. 가을에 남원은 언제나 엄니 품과 같다. 남원에 가면 따뜻한 온기를 꼭 담아 오자. 가을이 주는 힐링 도시, 남원~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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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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